제3의 남자
박성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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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정유정 작가의 추천평에 끌려 관심 가진 책인데 미스터리 소설 읽으며 눈물 콧물 바람이 될 줄이야.

 

탁월한 '밀당' 능력이란 말은 다 읽고 나면 이해됩니다. 주인공이 루저 같은 모양새에 괴짜 기질을 보이지만 묘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입니다. 정유정 작가는 <제3의 남자>가 록발라드 같은 소설이라고도 하는데 그만큼 가파르게 치솟는 빠른 전개와 애잔함이 뒤섞인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정유정 작가 책을 읽었을 때처럼 박성신 작가의 <제3의 남자>도 무척 만족스럽게 읽었어요. 내공이 장난 아닌 작가인 듯.

 

 

 

의문의 여인이 처형 방식으로 살해당하는 첫 장면.

저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왜 이리 마음에 드는지. "자존심은."이라는 짧은 한 마디가 너무 생생하게 와 닿는 거예요. 인트로 장면부터 사로잡습니다.

 

 

 

이혼 후 변변한 직장 없이 루저로 사는 '나' 최대국. 어느 날 낯선 남자가 찾아와 인연 끊은지 오래된 아버지 최희도의 총상 소식을 들려주는데, 그 순간 30년 전 아버지가 했던 말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모르는 사람이 너를 찾아와 내 이름을 대면 그대로 도망가라."

 

하지만 평생 고서점을 한 절름발이 노인인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소식에 '나'는 없던 효심이 솟아나는 일 따위 없는, 책방을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만 보여줍니다. 정말 깨는 캐릭터지만 무작정 미워하진 못하겠어요. 세 번의 자살 시도 전력이 있고, 서른아홉 살에 무릎 튀어나온 추리닝을 입고 지갑엔 단돈 만 원도 채 남지 않은 '나'. 이 시대상이 처절하게 반영된 아들의 모습이 아닐까 해서 씁쓸합니다.

 

그런데 낯선 이는 아버지에게 맡긴 수첩을 찾아달라며 그 대가로 무려 3억을 제안하는 겁니다. '나'는 당연히 덥석 물어버립니다. 이것저것 의문을 따질 겨를 없는 형편이니까요.

 

 

 

<제3의 남자>는 아들 최대국의 현재 시점과 아버지 최희도의 한창 시절인 1970년대 이후 시점을 번갈아 진행합니다. 월출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버지의 비밀은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어요. 바로 남파 간첩이었던 겁니다. 고정간첩으로 남한 땅에서 살며 북에서 내려온 이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월출의 인생은 형사에게 쫓기다 그에게 발견된 여대생 해경을 만나면서부터 틀어집니다. 간첩과 여대생 조합은 뻔한 레퍼토리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되니 벌써부터 식상해 하지 마시라~

 

 

 

청년 최희도, 월출의 삶은 파란만장합니다. 그런 아버지를 주시하던 형사와의 악연은 끈질기게 이어지고요. 월출을 갑작스레 떠난 해경이 이름을 바꾼 채 최고의 인기 가수가 되어 몇 년 만에 나타나면서 해경과 월출의 인연은 이어질 듯 말 듯 줄타기를 하게 됩니다.

 

아들인 '나'는 아버지의 수첩을 찾다 책방 지하에 있는 비밀 장소를 발견하게 되고, 곧 해경의 존재와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그를 뒤쫓는 의문의 사람들에게 죽을 위기까지 처하니 수첩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퍼즐을 맞추면서 드러난 진실은 외면하기엔 너무 큽니다.

 

 

 

 

최고의 가수였던 해경과 아버지의 관계, 주변 인물들의 죽음과 아버지의 총상, 거액을 제안하며 수첩의 행방을 찾는 의문의 남자, 그리고 인연을 끊을 만큼 악연이 된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비롯한 그들 각각의 스토리는 1970년대 남한과 북한이 서로 공작원을 보내며 치열한 물밑 경쟁을 했던 시대와 얽혀 있습니다.

 

루저 인생을 살아온 '나'의 입장에서는 드디어 밝혀지는 진실들이 하나같이 통렬한 아픔으로 찾아옵니다. 아니 그보다는 아버지 월출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이야말로 안타까웠어요. "남한에선 돈이 있어야 아비가 될 수 있더이다."라고 내뱉은 월출의 유언과도 같은 말을 듣는 순간 제대로 울컥하더라고요.

 

아버지는 "나의 인질이었다."라는 아들의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아버지란 존재의 의미를 뒤늦게 찾은 '나'와 이념과 사랑, 자식에 희생한 아버지 월출의 인생. 둘 다 가슴 저릿하게 다가옵니다.

 

눈시울 붉히게 하는 장면이 곳곳에 있지만 한편으론 똘끼가 보이는 인물들의 행동을 보며 피식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나저나 간첩은 왜 추리닝 조합을 선호할까요?  무~척 좋아하는 영화인 <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 스타일이 자꾸 떠올라 크큭대며 읽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은위를 재미있게 봤다면 소설 <제3의 남자>도 취향 맞을 거예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가 술술 잘 읽히게 하고, 진지함과 똘끼의 균형도 완벽하질 않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만족스럽게 읽어 낸 소설입니다.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것, 지켜야 할 누군가 때문에 열심히 살아가는 것, 인간은 단순한 이유로 복잡하게 살아간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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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베스트 123 - 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정보상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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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30년의 여행작가가 들려주는 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베스트 여행지 <유럽여행 베스트 123>.

어디서 먹고 어디서 자는게 좋다는 여행 정보보다는 가장 인기 있는 유럽 여행지 위주만 담은 여행책입니다. 여행할 때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명소만 엄선한 거죠. 행선지 버킷리스트인 셈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관광 명소만 나열하지 않고 추억이 될만한 '여행' 정보를 담았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맞춤 명소 정보가 가득합니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터키. 이렇게 유럽 10개국의 베스트 명소가 소개됩니다. 눈독 들일만한 기념품, 음식, 뷰포인트 같은 팁이 소소하게 있기도 해요.

 

 

 

스페인 베스트 여행지에서부터 저는 눈이 황홀해졌는데요. 사실 가우디 건축물 보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던 스페인이었는데 톨레도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인 톨레도 대성당은 건물 자체가 종교예술의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266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공된 이 대성당에는 주목할 것이 무척 많았어요. 사실 흔한 게 성당인 유럽이라 몇 군데 들르면 식상해져버리는데, 톨레도 대성당은 입이 쩌억~

 

톨레도 대성당에 넋이 빠져버려서인지 톨레도 지역 여행 정보가 더 눈에 쏙쏙 들어옵니다. 매력 넘치는 골목 탐험을 즐기기 좋은 곳이기도 하고,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교차되어 만들어진 도시인데다 신화 속 인물 '헤라클레스'가 세운 도시라는 전설이 있는 곳인 만큼 스토리 있는 여행하기 딱이겠어요.

 

 

 

프랑스는 그동안 궁금했던 베르사유 궁전 사진이 실려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권력을 자랑하기 위한 건축물 자체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어요 ㅎㅎ 특히 17개의 창문과 거울이 있는 거울의 방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다는 그곳, 걸어서 구경하기 힘들어 무궤도 미니열차까지 있다네요. 어쨌든 인공적인 아름다움의 전형을 한번 보고 싶긴 합니다.

 

 

 

이탈리아 하면 <냉정과 열정>에 등장한 피렌체 두오모 성당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저는 영화는 보질 못했고 원작소설로만 읽었는데, 준세이에게 한때 푹 빠질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었어요. 피렌체의 모든 길은 두오모로 통한다고 할 만큼 두오모 성당은 찾기 쉽습니다. 피렌체 시내 어디서든 아치형 돔의 일부분이 보일 정도기도 하고요. 그곳에 가면 무엇을 눈여겨봐야 할지 세세한 가이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읽은 <스위스 셀프트래블> 여행책에서 무척 감명 깊게 와 닿아 버킷리스트에 넣어 둔 스위스 열차 여행. 자연 풍광을 감상하기 좋은 통창 열차라고 해서 궁금했는데, 이렇게 생겼네요~ 저 시원하게 쫙 빠진 통창 구조 무척 맘에 듭니다. 역시 스위스 열차 여행은 죽기 전에 한  번 해봐야 해!

 

 

 

개인적으로는 유럽의 이슬람 건축물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이 책에서도 이슬람 사원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터키에 있는 이슬람 사원 블루모스크는 내부의 푸른 색상 타일 장식이 내는 신비로운 푸른빛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파란 타일이 빛을 받았을 때 내는 오묘한 분위기는 실제로 보고 싶습니다.

 

 

 

유럽 내 이동 수단인 비행기와 기차 편 루트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소개한 지도도 유용하네요.

 

<유럽여행 베스트 123>은 각 나라의 명소를 소개하면서 코스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들려줍니다. 어느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뭐가 나온다, 무엇을 보면 좋다 식으로요. 여행 에세이 읽듯 찬찬히 읽기 좋은 구성입니다. 해당 명소에 얽힌 간단한 역사를 들려주기도 하고, 미술관 소개할 땐 걸작들만 골라 보는 재미도 알려주는 등 Travel Story 코너는 유용한 팁이 됩니다.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여행이 되기 위한 첫걸음, 스토리 있는 여행지 선택이 아닐까요. <유럽여행 베스트 123>에서 자신 있게 권하는, 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들.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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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드립니다 - 더 이상 꿈꾸지 않는 이 땅의 청춘들을 위한 포토 에세이
문재인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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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문재인에게 편지 쓴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문재인이 드립니다>. 외롭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자리에 선 문재인 대통령이, 꿈을 놓아버린 이 땅의 청춘들을 위해 말합니다. 당신에게도 봄은 올 거라고. 

 

2012년 출간된 <문재인이 드립니다>는 대권주자들의 흔한 올 거라고. 아닌 진정성 느껴지는 대화와 깊은 소통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OO를 좋아합니다로 드러낸 이력조차 참 정겹습니다. 

 

 

 

<문재인이 드립니다>에서는 SNS에서 화제 된 유명한 사진들이 모여 있습니다. 문재인 고양이 찡찡이 사진, 폭풍간지 특전사 시절 사진도 있어요. 문재인의 젊은 시절 사진과 함께 문재인 청년 시절 이야기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추억담을 모두 만날 수 있는 포토에세이입니다. 

 

 

 

"인생에서 첫 번째 할 일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책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청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그 첫 번째는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겁니다. 문재인의 청춘 공약, 일자리 공약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청년 실업 문제, 꿈을 잃은 청년들 문제는 청춘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와 정치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있다고 해요. 청년들이 자기 자신을 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내 노력이 부족해 취업이 안 되는 것은 아닌가? 내 스펙이 부족해 너무 보잘것없는 것은 아닌가? 하며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평가를 내리고 자존감을 갖지 못한다는 겁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내가 처한 여건이 앞길을 막으면 절박함이 극에 달합니다. 하지만 그 절박함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고 해요. 참을성 많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묵묵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문재인이 드립니다>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종이에 다 써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아니라는 판단이 드는 것만 지웁니다. 너무 서둘러 내 꿈을 이거다 결론짓지도 말고 반대로 도전조차 하지 않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유명 로펌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인권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그의 경험과 어우러진 이야기는 공감을 줍니다. 남이 정해준 길을 등 떠밀려 가는 삶보다는 내 의지로, 내가 선택한 길을 걸으면 걸음에 조금씩 힘이 붙을 거라고 합니다.

 

청춘이라면 방황과 일탈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젊음의 상처는 빨리 아뭅니다. 하지만 절망과 포기는 걷어차라고 당부합니다. 방황과 일탈을 절망과 포기로 연결하지 마라고 합니다. 그 역시 길에서 벗어난 일이 많았습니다. 정학, 제적, 구류 등 고루 거친 인생이더라고요. 대학 때야 시위로 그렇다 하더라도 고등학생 시절에도 문제아 행동을 했던 걸 보면서 낯선 과거를 발견하기도 ㅎㅎ.

 

 

 

 

행복은 자신의 인생에 감사하는 것이고 불행은 남의 인생을 흉내 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내와의 소중한 추억,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 독서를 좋아하는 그의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짬이 난다면 이런 스펙을 욕심내 보십시오. 이웃 돕기 1급 자격증, 맑게 웃기 3급 자격증, 배려하기 2급 자격증..." 책 속에서.

 

우리 사회에 패자부활전은 없고 실패하면 끝이라는 걸 그 역시 통감합니다. 패자부활의 기회가 주어지고, 거기서 또 실패하더라도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문재인. 그가 우리와 함께 꿈꾸고 싶은 세상이라고 합니다.

 

성장과 성공의 관계도 기억에 남습니다. 성공은 남 얘기 같기만 한 청춘들에게 그는 말합니다. 성장이 성공으로 바뀔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말라고요. 성장 없이 성공하는 게 더 위험한 거죠.

 

 

 

정치 이야기도 나오지만 자신의 정치 인생보다는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정치의식과 사회의식에 대해서 말이죠. 얽매이지 않는 정신, 깨어 있는 시민이 되라고 요구합니다.

 

문재인의 좌우명은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원칙의 기준은 양심이고요. 내 양심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원칙의 길을 걷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문재인은 원칙도 중요하지만 "어려울수록"에 방점을 찍습니다. 편하고 자유로울 땐 쉽지만 어려울 때야말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신념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행복한 표정을 미루지 마십시오. 늘 다음 행복만 기다리는 사람은 평생 행복한 표정 한 번 짓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내일보다는 오늘 행복해지십시오. - 책 속에서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지금 내 모습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기억할 내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은 내 마지막 모습,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동기부여되는 말입니다. 

 

문재인의 인생을 돌아보며 꿈을 잃어가는 2030 청춘들에게 건넨 진솔한 이야기 <문재인이 드립니다>. 외로운 시간을 견딘 내밀한 이야기도 엿볼 수 있고, 지금의 문재인 모습으로 만든 원천을 볼 수 있는 책입니다.

 

편당 짧지만 강렬한 의미를 품은 글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문재인 특유의 목소리가 자동 실행되어 귓가에 들리는 기분입니다.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답게 글 수준도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읽는 내내 가슴을 조용히 두드리며 코끝이 찡해지다가도 기분 좋은 울림을 주는, 단단한 내공이 드러나는 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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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미드나잇 스릴러
제니 블랙허스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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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이 장난 아니라는 입소문, 2016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타이틀에 끌려 읽은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소문대로 이 소설이 정녕 제니 블랙허스트 작가의 데뷔작이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저도 무척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클라이맥스 전까지는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 건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어요. 쉽게 범인 신상이 드러나거나 짐작되는 걸 싫어하는 분이라면 입맛 맞을만한 소설입니다. 

 

 

 

나는 12주 된 아들을 죽인 엄마입니다.

 

'나' 수전 웹스터는 가석방 후 이름을 바꿔 새 삶을 시작하려 합니다.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죽인 '나'. 하지만 그날의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산후우울증을 겪던 시절이었기에 모두가 다 내가 아들을 죽였다고 말하니 정말 아들을 죽였나 보다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지옥 속에서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옛 이름으로 온 편지. 거기엔 죽은 아들의 이름이 적힌, 활짝 웃고 있는 어린 남자아이의 사진이 들어있었습니다. 며칠 후엔 누군가 그녀가 돌봐주던 고양이의 사체를 침대에 놓아두는 일이 생기면서, 단순히 장난일 거라 생각했던 일이 점점 심각해집니다. 

 

4년 전에 죽은 아이의 사진이라고 주장하는 편지. 가방에 들어 있던 당시 신문기사, 그녀의 옛 이름을 대며 집으로 찾아온 기자 '닉',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했던 의사의 실종 등 가석방 후 벌어지는 일들이 심상찮습니다. 그저 우연일지, 그녀의 정체를 눈치챈 이웃의 복수일지, 피해 망상일 뿐일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과거를 되짚어보며 파헤치게 되는 '나'.

 

 

 

"아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듣고서 1,007일 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서 하루하루 살았다고 생각해봐요.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이 그 일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걸, 아들이 행복하게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밝혀낼 기회가 찾아왔다면요?" 책 속에서.

 

의심스러운 인물은 몇몇 있지만 파헤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입니다. 협박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스토킹하듯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의문의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들을 잃음과 동시에 이혼한 '나'는 전 남편에게도 찾아갑니다. 남편은 분명 아들이 죽었었다고 했거든요. 전 남편은 '나'와 마찬가지로 그 사건으로 인해 삶이 망가진 피해자인지 아니면 공모자 혹은 배후자일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는 수전 웹스터 '나'의 목소리로 진행하는 한편 '잭'이라는 남자의 목소리도 함께 등장합니다.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방식은 학창시절 '잭'과 무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단서를 던지고 있어요. '잭' 패밀리에는 그녀의 재판에서 불리한 진술을 한 의사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특권 의식에 절은 '잭'은 교묘하게 일을 꾸며 그 누구도 그의 손아귀에서 헤어날 수 없게 하는 사건을 저지릅니다. 그 사건의 정체가 밝혀질 땐 경악스러웠어요.

 

작가는 영아 살해로 복역하고 자기혐오 속에서 살아가던 수전이 아들을 죽이지 않았을 거란 희망을 품게 되는 상황 속에서 무엇 때문에 그녀에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 건지는 쉽사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비밀이 밝혀졌을 땐 감정이 복잡 미묘하더라고요. 안타까움과 배신감이 제대로 뒤섞입니다.

 

클라이맥스 전까지는 그렇게 정교하게 숨기다가 빵 터뜨린 이후엔 더 이상 큰 반전은 없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솔직히 1%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 부분 외에는 성공적인 데뷔작이라 인정하고 싶습니다.

 

아이를 죽인 엄마가 사실은 아이를 죽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흔한 소재를 짐작도 못할 수준으로 끌어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인과응보식의 구성을 따르면서도 그조차 여러 인물들의 관계가 얽혀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올여름에 읽을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로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선택하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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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주도하는 유럽여행 수업 - 엄마, 아빠 나 따라 오세요!
조대현 외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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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 준비하다 보면 그곳을 언제 또 가보겠나 싶어 본의 아니게(?)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되죠. 그러다 여행지에서는 아이도 부모도 모두 지치고, 다녀오면 비행기 탄 기억만 남을 뿐.

 

자녀와의 유럽 여행은 어떻게 준비해야 아이에게도 여행 기억이 오래 남고 부모도 뿌듯해질까요? 바로 자녀가 주도하는 여행이어야 합니다. 아이가 재미있어해야 여행에서 기억하는 부분도 많아지고 여행이 주는 다양한 인성 교육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자녀가 주도한다는 것은 아이와 함께 여행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무리한 일정보다는 자녀 연령에 맞춰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자녀가 원하는 장소를 선택하려면 유럽 국가와 대표 도시의 기본 정보는 어느 정도 함께 알고 있는 게 좋겠더라고요.

 

 

 

여행 전후나 여행 도중에는 쓰고, 그리고, 찢는 간단한 미술 활동을 겸한 스트레스 풀기 놀이도 소개하고 있어요.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전 연령 자녀 맞춤 활동인데 평소에도 활용하기 좋아 보이네요.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니만큼 여행의 목적은 있기 마련입니다. 자신감 회복, 대인관계 능력 향상, 대화 기술 향상, 자신의 내면 조절 능력 향상, 스트레스 통제, 긍정 마인드 향상 등 여행이 주는 효과는 알게 모르게 어마어마하죠. 이왕 큰 돈과 소중한 시간을 들여가는 유럽 여행. 그런데 빡빡한 일정과 아이의 관심사에 맞지 않는 장소만 간다면 자녀는 들러리만 될 뿐입니다. 내 아이 성향과 관심사에 맞추는 여행 계획이 중요하겠죠. 예술에 관심 많다면 미술관과 박물관 중심의 테마 여행을 해도 좋지만 그렇더라도 하루에 2개 이상은 무리하게 넣지 않는 게 좋다는군요. 

 

 

 

자녀와의 유럽 여행은 처음인 경우가 많을 테니 책에서 소개하는 추천 일정을 참고하면 됩니다. 여섯 명의 공저자분들의 노하우가 가득하거든요. 대표 저자인 조대현 여행작가는 7년 동안 아이와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한 경험이 있으니 특히 믿음직스러웠어요. 일반 여행 가이드북에서는 나오지 않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콕콕 짚어 주시더라고요.

 

 

짧게는 일주일에서 3주 일정이 많은데 최소 2개월 전부터 여행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여행 준비에 드는 경비 산출, 여행지에서의 하루 예상 경비 등 여행 경비에서부터 본격적인 여행 일정 짜는 방법까지 소개합니다. 2일 이상 머무를 수 있는 도시를 먼저 선택하고, 작은 도시와 주요 도시에서 당일치기 할 수 있는 관광지를 하루 추가하는 식으로 어떻게 일정 설계하는지 노하우가 나오네요. 여행 일정이 짧을수록 나라와 도시 수는 줄여야 하는 게 답입니다. 관광지 대신 도시를 먼저 결정하고 도시 내 관광지를 선택해야 전체 유럽 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거죠. 유럽 내 이동은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유리하다고 해요. 

 

 

 

자녀와 함께 여행 준비를 했다면 여행지에서도 자녀가 주도할 수 있게 해줘야 진정한 자녀 주도 여행이 됩니다. 현지 공항에 내린 후부터 바로 시작 가능한 미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꽃할배처럼 숙소 찾아가기 같은 재미있는 미션들이 많아요.

 

부모에게도 미션은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자녀에게 들려줄 스토리 참 많죠~ 역시 무리한 욕심은 금물. 이 책에서 소개하는 분량 정도면 이동 중에 짤막하게 이야기 나누기 좋겠더라고요. 영국에서는 영국 산업혁명과 연관된 철도 추리소설의 붐 같은 스토리는 저도 무척 신나게 읽었네요. 이탈리아에서는 유적의 역사,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 등 여행지에서 나누는 대화가 풍부할수록 여행의 매력은 더해질 것 같습니다. 유람선 여행도 무척 탐났어요. 런던 템즈강, 파리 세느강, 부다페스트 도나우강 등 유람선 운행하는 도시에서는 유람선 일정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유럽의 대도시 몇 군데를 제외하면 대부분 도보로 도시 여행이 가능한데, 트램이 있는 곳엔 트램도 다 보면서 도보 여행을 꼭 하라고 하네요. 도보 과정을 무척 상세하게 소개하는데 어느 역에서 내려 어디로 이동하고, 언제 간식 타임을 가지라는 식의 하루 도보 일정을 잘 소개하고 있어 참고하기 너무너무 좋습니다. 언제쯤이면 힘든지 직접 겪어본 경험자의 생생한 일정이니까요.

 

유럽여행시 런던에서 시작을 많이 하는 편이라 런던부터 소개한 후 그 외 볼만한 곳 많은 베를린, 뮌헨, 프라하 등 유럽 대표 여행지의 도보 코스를 꽤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자녀와 여행 시 들르는 대표적인 곳이 대학교 탐방인데요. 옥스퍼드 대학교, 캠브리지 대학교 등도 역시 도보 코스를 무척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답니다. 이쯤에선 뭘 봐야 하고, 여긴 어떻고 저긴 어떻고~ 참 자세하네요. 중세 건물들이 가득해 멋지다 연발만 하고 오지 않으려면 칼리지 별로 사진을 미리 봐두는 게 좋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는 구별하면서 보라는 거죠.

 

자녀와의 유럽 여행은 소소한 것에서 경비 줄이려고 하면 몸이 더 힘들기 마련입니다. 외곽에 숙소 잡지 말고, 식사시간이 되면 맛집 찾아다니는 데 힘쓰는 대신 근처 레스토랑으로 바로 들어가라는 등 실질적인 노하우가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보다 "부모의 욕심이 유럽 여행을 망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꼭 유념해야겠습니다.

 

아이도 부모도 함께 만족하는 유럽여행을 준비하려면 꼭 읽어야 할 책 <자녀가 주도하는 유럽여행 수업>. 아이와 국내여행할 때도 응용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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