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위대한 오답 - 수학짜 수냐의 오답으로 읽는 거꾸로 수학사
김용관 지음 / 궁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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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짜 수냐 김용관 저자의 교양수학책 <세상을 바꾼 위대한 오답>. 오답으로 보는 수학사라니, 신선합니다.

 

수학은 오답의 극복 과정입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밀고 가서 끝까지 풀어본 다음, 그 아이디어가 맞는지 틀린 지 검토해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오류와 생각의 한계를 깨닫게 되는 겁니다. 우리 대부분은 이 과정이 수동적이기에 어찌어찌 정답을 맞히고도 기쁨의 환희가 덜한 것은 아닐까 싶네요.

 

 

 

우리 아이 수학 책에서 최근에 만난 개념 위주로 살펴봤는데요. <세상을 바꾼 위대한 오답>을 읽으며 그저 공식만 외우고 대충 풀어냈을 뿐 의문조차 제기하지 못할 정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실감했어요.

 

원의 넓이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떠오르는 건 결과론적인 공식뿐. 직선으로 만드는 중간 과정도 사실 대충 암기하듯 넘겼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고대인의 계산법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오답들이 등장합니다. 어떻게 그런 오답이 나오게 되었는지 짚어주는 과정이 생각보다 흥미로웠어요.

 

 

 

인류가 처음으로 발견한 초월수 π.

원주율 π의 일반적인 값은 3.14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여전히  π 연구는 진행 중입니다. 원의 둘레와 지름 사이에 일정한 비가 있을 것이라는 직관에서 시작된 원주율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고대인들의 수학 능력은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물론 틀렸지만.

확률, 0의 나눗셈, 음수, 1과 소수, 무리수, 사이클로이드, 점 선 면의 정의 등에 관한 문제들을 푸는 과정에서 철학적인 오묘함도 엿보였고, 상상의 한계에 부딪치는 모습도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오답 이후 어떤 아이디어와 해법이 등장했는지 추적하는 과정은 수학의 매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만끽할 수 있습니다.

 

 

 

오답을 봐도 뭐가 틀렸는지, 정답을 봐도 아리송한 수포자 입장에선 사실 쉬운 책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왜 그렇게 풀어야 하는지 이유를 밝히는 과정을 통해 수학의 참맛을 비로소 알게 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네요 ^^

 

 

 

무리수 때문에 피타고라스 학파에서 제자를 암살하는 사건까지 생길 정도로 그들에겐 중대한 문제였던 수학. 오답 속 오류는 수정, 보완을 거쳐 해결됩니다. 당시엔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보이는 오답이 결국 정답을 유도해낸 길잡이가 됩니다.

 

사각형의 넓이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언뜻 보면 지극히 평범한 문제가 생각 외로 어려운 문제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네 변의 길이가 다른 사각형의 넓이 공식을 생각해봤는지 묻는 수학짜 수냐 쌤. 능동적인 사고방식으로 수학을 접하는 법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옛날 옛적 오답을 굳이 살펴볼 필요가 있을까 싶겠지만, 지금 우리가 아는 정답들은 수많은 오답의 역사를 거쳐서 탄생되었습니다. 오답들은 사유의 과정입니다. 위대한 수학사를 만든 오답을 살피다 보면, 아이디어 흐름을 파악하면서 결국 문제 해결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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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 오은영 박사의 불안감 없는 육아 동지 솔루션
오은영 지음 / 김영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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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60분 부모>를 통해 국민 육아 멘토로 등극한 오은영 박사는 육아로 인한 부부 갈등과 아이에게 나타나는 문제 근원을 부모의 '불안'에 초점 맞춥니다.

 

2011년 첫 출간 후 개정판으로 선보인 육아서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세상은 많이 변한 것 같은데 엄마상은 여전히 그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은영 박사는 당시와 비교해 이제는 모성과 부성을 나누는 것이 의미 없어졌다고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엄마'이기를 강요하는 분위기는 솔직히 체감상으로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대신 세대별 육아관의 변화는 실감합니다. 30대 부모와 40대~50대 초반 부모 간의 육아관에는 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더라고요. 이 책에서도 그 부분을 다루고 있으니 젊은 엄마 아빠들은 도움 많이 받으셨음 좋겠습니다. 

 

 

 

걱정 많은 엄마, 무관심한 아빠. 걱정과 무관심은 정반대의 형태로 표출되는듯하지만, 근원은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같은 감정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엄마는 걱정이라는 감정으로, 아빠는 무관심이라는 행동으로 표출될 뿐이라는 거죠.

 

엄마의 불안이 걱정으로 드러내는 건 쉽게 이해되지만, 아빠의 불안이 무관심이라니. 좀 의외죠?

아빠의 불안은 감당하기 힘들어 문제를 덮어버리는 식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낙관적인 척하면서 덮어버리는 무의식적 반응이라는 거예요.

 

문제는 부모의 불안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입니다. 이 책은 상처받는 아이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부모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가진 내면의 불안을 알아차리고 해결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왜 엄마의 불안은 이토록 강렬한 걱정이라는 감정으로 나타나는 걸까요. 진화론적으로 엄마의 불안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걱정하는 걱정의 본능이 있다는 걸로 설명합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특히 엄마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문화적 가치관이 더해져서 탈이 나면 크게 나버리는 겁니다.

 

옛날 엄마들은 지금처럼 불안해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엔 육아 방법이 틀렸어도 확신이 있었기에 덜 불안했다면, 요즘 엄마들은 자아실현과 육아를 동시에 해내야 하니 정체성 통합이 힘들어진 겁니다. 육아도 잘 해야 하고, 능력도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요즘은 독박 육아와 살림을 버거워하는 세대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아빠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40대~50대 초반 아빠들만 하더라도 육아에 참여하지 않은 채 경제적으로 돈만 잘 벌어오면 아내도 어느 정도 납득하는 방식이었다면(대신 소통은 어려웠지만), 요즘 젊은 아빠들은 경제적 능력 외 육아와 가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아친남(아내 친구 남편)과 비교되기 일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불안이 높을수록 아이는 불안 해결의 도구가 되어 버리며 불안한 부모의 희생양이 됩니다. 부모의 불안이 아이의 불안으로 되지 않으려면, 내 안의 불안을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불안을 아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양육 스트레스와 불안도를 체크해보고 부모 각자의 어린 시절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같은 불안을 서로 다르게 표현하며 갈등을 쌓아가는 부모.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에서는 교육, 친구 관계, 인성, 건강, 안전 문제를 비롯해 생활 전반의 다양한 문제들에서 상황별 해법을 제시합니다.

 

불안 부부의 대화법은 특히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거절당하는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는 우리들. 비난과 무시로 대화를 끌어가면 불안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들으면서 공감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공감하라는 부분이 와 닿았어요. 

 

일정한 불안을 넘어 심각한 불안을 보이는 경우엔 불안이 없던 배우자와 아이에게 영향을 주기에 다양한 상황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육아와 가사를 부모가 분담하는 방식이 철저한 부부일수록 오히려 갈등은 심해질 수 있기도 한데요. 남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주라고 조언합니다. 오늘은 내가 밥했으니 내일은 당신이. 이런 식이 아니라, 목록 적어주고 장 봐오라고 하면 그건 제법 잘 해낼 거라고 말이죠.

 

육아와 가사는 내면에 억울함이 있을 때 갈등이 생기는 법이라고 해요. 여기서 전업주부 노동의 가치를 설명하는 부분은 눈물겹도록 와 닿더군요. 연봉 3,000만 이상이라는 전업주부의 노동 가치. (캐나다는 1억 2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렇게 가치를 매기면 뭐합니까. 우리 사회 인식상 얼마나 육아와 가사 노동을 평가절하하는지는 다들 잘 아실 테죠.

 

그래도 아이를 생각하면 부부 갈등은 줄이려는 노력을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이쯤에서 매번 드는 생각. 이런 육아서도 엄마 혼자만 읽는 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함께 읽는 게 당연한 수준으로 얼른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아빠 칭찬해 플래너 특별부록은 잘라내서 부부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세요.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는 육아로 생긴 부부 갈등 문제를 엄마와 아빠 각자에게 초점 맞춰 이야기하고 있어, 근원적인 육아 솔루션이 되는 책입니다. 아이 문제는 결국 부모의 문제와 태도가 거울처럼 반영되는 거니까요. 생각보다 꽤 괜찮았어요. 이 책을 읽는다 해서 부부 관계 자체가 확 변하는 건 아니지만, 배우자와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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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 - 오늘을 여행하는 부부, 지구 한 바퀴를 돌다
김미나.박문규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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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동갑내기 부부의 해외여행기 <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

처음 함께 한 여행지가 강원도 봉평이어서 메밀꽃 부부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젊은 부부가 어쩜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대단해 보였어요.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는 게 특히나 부러움 살만한 부분이었고요. 엄청난 길치인 남편 대신 전 세계의 가이드북을 정독하는 취미 덕분에 인간 내비게이션인 아내. 둘의 호흡이 쿵짝쿵짝 잘도 맞더라고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기에는 너무도 팍팍한 일상. 하지만 여행하는 삶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생활비만 빼고 적금을 넣고, 서른을 앞둔 마지막 20대를 세계여행으로 채우게 되었습니다. 사직서를 내고 여행을 한다는 것, 이만저만한 용기가 없으면 지를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요. 여행 이후의 삶을 걱정하지는 않기로 했다는 데서 메밀꽃 부부에게 여행의 의미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느낄 수 있습니다.

 

행복은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나중에 몰아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해 가을, 우리는 떠났다.
오늘, 지금, 행복하기 위해서.

- 책 속에서

 

 

 

아시아와 유럽 29개국이 소개된 <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
장기여행이다 보니 여행 시작 전에 정리해야 할 일도 은근 많았습니다. 세계일주라고 해도 한 방에 다닌 게 아니라, 시차 적응과 이동이 용이한 루트로 여행 계획 세우고 집안 행사 때는 한국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까지, 결국 세계일주가 될 만큼 이곳저곳을 다녔더라고요.

 

 

 

사람 냄새나는 아시아 여행.
명소보다는 그곳의 로컬 분위기만큼은 제대로 만끽하는 여행을 하는 메밀꽃 부부입니다. 보석처럼 숨어 있는 마을을 찾아낼 때도 결국은 따뜻하고 상냥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풍경이 더 와 닿은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언제나 아쉽지만.

 

 

 

여행한 나라마다 지출한 경비는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는 꼼꼼함까지. 먹는 것 외에는 최대한 아꼈습니다. 배낭여행자들에게 특히 도움 될 것 같아요. 교통이나 숙박이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그림 같은 풍경 속에 들어간 순간 불편한 것쯤은 상관 없어지더라고 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것인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눈 느리지만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낸 메밀꽃 부부입니다.

 

 

 

터키에서는 1년을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지중해 도시 안탈리아에서 머물며 그곳을 기점으로 저렴한 항공편으로 유럽 여행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 로맨틱한 유럽.
여행하며 소중했던 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쓰고 찍고. 그러면 힘들 때, 마음이 번잡할 때 비타민이 되어주는 추억이 됩니다.

 

메밀꽃 부부는 나름의 주체적인 삶을 사는 부부입니다. 경비 생각하면 본전 뽑고 싶은 압박감도 있었을 테지만, 여행을 하면 할수록 그들의 여행은 조급함 없이 '휘겔리'해집니다.

 

부부가 함께 여행하면 어김없이 다툼이 생길 법 한데 <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에서는 환상적일 만큼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라는 말을 하는 부부니까요. 여행하며 서로에게서 몰랐던 것들을 하나하나 발견하는 부부. 여행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입니다.

 

길 위의 고양이들, 빈대 소굴 숙소 등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 이야기까지. 세계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과 로맨틱함 속에는 '사서 고생'이 포함되어 있다는 메밀꽃 부부의 리얼 여행기. 여행의 목적을 잊지 않고 진정한 욜로를 실천한 그들의 이야기, 세계여행을 꿈꾸는 이들의 마음을 더 부추기네요.

 

남편과 나는 여행을 통해 조금씩, 단단해지는 중이었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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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의 전쟁법 - 이기는 약자들은 어떻게 싸우는가
박정훈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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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비정규직, 알바 등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건 무엇? 노오력?사회개혁?

뭘 하려 해도 사회경제적 강자가 유리한 세상. 약자가 그 시스템 안에서 경쟁하려 들면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약자의 전략입니다. 약자는 약해서 약자가 아니라 전략이 없기 때문에 약자라는 걸 보여주며, 관점을 달리하면 약점이 아니라 강해지기 위한 위장된 축복임을 깨닫게 하는 책이 있습니다.  <약자들의 전쟁법>은 약자가 이기기 위한 필승 전략, 약자들이 어떻게 싸워 이기는지 약자의 승리 법칙을 보여줍니다.

 

 

 

역경과 고난에 처한 사람은 모두 약자입니다. 약점을 지닌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약점은 사회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박정훈 저자는 전략과 의지 없이 나의 핸디캡인 약점에 주저앉아 굴복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명명합니다. 이런 약자는 그 상황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게다가 약자 전략을 잘못 이해하고 잘못 사용하면 루저, 찌질이로 남게 됩니다.

 

 

 

일본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가난하고 못 배웠고 몸도 약했던 전형적인 약자였습니다. 철저한 비주류 정신 때문에 사회적 맥락에서 약자였던 스티브 잡스, 고졸 출신 밑바닥 극빈층이었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연, 1000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선정된 칭기즈칸 역시 약자였습니다.

 

그들은 핸디캡을 어떻게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 싸워냈는지 잘 보여주는 인물 사례입니다. <약자들의 전쟁법>은 약점과 역경을 어떤 관점과 전략으로 접근했는지 약자의 역설을 보여주는 사례집입니다.

 

 

 

느린 공 투수의 대명사 유희관 투수는 강자의 법칙을 포기하고 자신의 무기를 특화해서 성공했습니다. 강자를 흉내 내는 짝퉁 전략을 쓴 너훈아, 조용팔 등도 성공적인 모델입니다.

 

선거, 기업 마케팅에서 구사하는 언더독 전략은 약자를 응원하는 심리를 이용해 비주류 약자라는 포지셔닝으로 접근하는 사례입니다. 물론 여기엔 감동적인 중간 과정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약자인 초식동물이 종의 전쟁에서 이긴 이유는 단순하다. 강자와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 세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약자의 승리 법칙이다. - 책 속에서

 

 

 

동물의 세계는 물론 개인, 기업,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활용되는 약자의 승리 전략. 특히 현대전으로 오면 결과는 더 극명합니다. 마오쩌둥과 장제스의 중국 국공 내전에서는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었습니다.

 

게릴라전을 개인이 이용하면, 여론을 등에 업기 좋은 시대여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 남양유업, 대한항공, 몽고식품 등의 사례를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약자들의 전쟁법>에서 알려주는 약자의 승리 법칙은 강자의 게임을 거부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의 법칙 자체를 바꾸는 게릴라전이 효과적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약자는 강자와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합니다. 한게임 창업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신화를 만든 잡기왕 김범수 사례는 빛의 속도로 바뀌는 시대에 새로운 것에 대처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줍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은 평탄해 보이지만 실은 강자에게 유리한 법칙과 질서로 짜인 강자의 코스다. - 책 속에서

 

 

 

<약자들의 전쟁법>을 아우르는 사례에 등장하는 복서 무하마드 알리. 1974년 조지 포먼과의 결투에서 알리는 철저히 약자였습니다. 알리가 몇 라운드까지 버틸까를 두고 내기했을 정도로 다들 조지 포먼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하지만 알리의 듣보잡 기술이 나왔고, 로프 기대기 전략은 알리에게 승리를 안겨줬습니다. 그 과정에서 도발, 변칙, 교란, 우회, 격돌, 기습, 매복, 승부를 거는 전략은 약자가 이기기 위한 필승 전략이었습니다.

 

 

 

고난 극복 성공 스토리는 뻔하다고요? 성공한 이들의 한결같은 비결인 역경 덕분에 강해졌다는 말은 이제 식상하다고요? 여기서 뭔가를 눈치챘다면 약자의 승리법에 접근한 사람입니다. 역경 때문에가 아닌 역경 덕분에라는 관점은 약점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강자에게 유리한 스펙 경쟁. 약자에게 유리한 건 뭐가 있을까요. 인성과 열정입니다. 금수저는 도저히 갖출 수 없는 흙수저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약자의 역설은 그저 희망사항이 아닌, 약자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결국 약자들의 승리 법칙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성공 스토리를 풀어내는 저자 역량이 책 전반적인 호감도에 영향 주기도 하던데, "백인의 검둥이가 되지 않겠다."라는 말로 삶과 복싱에서도 비주류 약자의 삶을 산 무하마드 알리. 그의 스토리를 단계별로 집어넣어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면서 계속 읽어나가게 한 부분은 신의 한 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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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 내게 왜 여행하느냐 묻는다면
박세열 글.그림.사진 / 수오서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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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스케치, 여행하며 곳곳에 남긴 벽화.
건축학도 출신의 그림은 느낌이 또 다르네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호주, 베트남, 인도,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마다가스카르, 네팔, 태국.

 

일주일, 한 달, 일 년간 떠난 여행의 기록입니다. 여행지는 많지만 명소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그곳 분위기, 그곳 사람들, 그곳에 머물던 내 마음을 이야기하는 여행 에세이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여행을 다니면 무척 다양한 인생을 만나는 것 같다가도, 한편으론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싶기도 합니다. 여행 중엔 사소한 것들의 행복을 알게 되면서도 현실로 돌아오면 여전히 바뀐 건 없어 보입니다.

 

그럴듯한 사회 구성원이 되자 더 갈증 나는 여행. 남들처럼 직장인 생활을 하다 보면 여행의 추억은 까마득해집니다. 부족하고 불편 투성이인 여행을 또다시 꿈꾸게 되는 건 여행 전과 후의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 아닐까요.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는 인생 전환 계기 같은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그곳 분위기에 휩쓸려 경험하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남기는 것은 많지 않냐는 걸 보여줍니다.

 

 

 

가족 여행을 하던 아빠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돈이 많은 아빠는 대체로 시간이 없고, 시간이 많은 아빠는 보통 돈이 없지요."라는 현실적인 말 뒤에 '시간을 많이 버는 아빠'라는 명언이라니. 우리 집 가훈으로 새겨두고 싶을 정도네요.

 

 

 

많은 기대를 안고 가면 의무감과 권태로 여행하기 일쑤더라는 박세열 저자. 되돌아보면 완벽한 여행지는 결국 함께 여행한 친구, 그곳 사람들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림을 그려주면서 못 친해졌을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시간.

지칠 정도로, 짜증 날 정도로 물건을 권하던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데는 쓱쓱 스케치한 그림 한 장이 시작이었습니다.

 

 

 

이곳저곳 명소 찍기 바쁜 여행이 아니라, 잠시 자리 붙이고 앉아 그림 그리는 시간.
여행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페이지를 가득 채운 아름다운 사진은 덤.
여행 에세이 책이면서도 정작 명소 사진은 잘 볼 수 없습니다.

 

 

 

대신 빈 벽에 그린 벽화 사진과 즐거워하는 사람들 모습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특별하고 그럴듯한 여행이 될 거라 생각하며 떠났다가도 '나는 지금 여기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의 여행'보다 '남들이 더 보기 좋은 여행'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합니다. 어느 순간 욕심도 생겼지만 펜을 들고 여행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그저 보고 싶어서, 그저 가고 싶어서 떠나는 즐거움을 떠올려봅니다.

 

그래서 '그곳'이 아니라 그곳에 가는 길 위에서 감동을 받는 이야기를 담은 여행들의 기록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깨알 웃음을 줘 무겁지 않은 여행 에세이이면서도 그 속에 담긴 잔잔한 울림은 진합니다. 

 

지나고 보니 참 반짝거렸던 시간이구나.

그래도 지난 여행이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저 흔한 기억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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