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살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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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타 사야카 작가가 <편의점 인간>보다 먼저 발표했던 <소멸세계>.
일본 3대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작가의 이전 작품 중 역주행 인기를 탄 소설이 바로 <소멸세계>라는데요. 확실히 센세이션 일으킬만한 주제를 다룬 소설이네요. 

 

 

 

싱글맘 엄마와 함께 사는 나 '아마네'의 세상은 성, 연애, 결혼, 가족, 출산의 의미가 지금과 다릅니다. 이제는 부부가 섹스하면 근친상간인 시대입니다. 남편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남매와 같은 이미지입니다. '나'의 첫 번째 결혼에서는 남편이 '나'에게 욕정을 품자 근친상간하려는 변태로 만들어 이혼하기까지 합니다.

 

 

 

아마네의 세상에서 올바른 성이란 인공수정이라는 과학적인 교미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성행위를 통해 임신하는 것을 원시적인 교미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과거 교미 흔적이 아직 남아 있어 '연애' 상태를 겪습니다. 연애는 TV, 책 속의 인물인 캐릭터들과 하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인간과 하는 연애도 물론 있지만, 연애 대상이 캐릭터든 인간이든 성욕은 혼자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입니다. 

 

 

 

연애와 임신 출산을 철저히 분리하는 시대.
'가족'이 된 남편과 아내는 각자의 연애를 따스하게 응원합니다. 사랑은 사랑, 가정은 가정이라는 가족 시스템. 결혼을 해서 가족이 되는 조건으로는 수입과 집안일 분담의 균형 감각이 서로 일치하는가 정도일 뿐입니다. 가족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을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 시대에는 비혼, 이성혼, 동성혼 등 다양한 형태의 삶을 거리낌 없이 선택하며 삽니다.

 

그런데 싱글맘인 엄마는 '나'에게 과거의 사랑 감정을 들려줍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 세상의 낭만을 간직한 엄마. 게다가 엄마 아빠가 동물적인 교미를 통해 내가 태어났다는 걸 알게 된 후 나의 성 정체성은 과거와 현재 모두에 걸쳐있게 됩니다.

 

결국 과거의 교미 행위를 시도하는 '나'는 엄마의 가치관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이 사회에 스며들어 안심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반면 내 몸속 본능을 터뜨리고 싶은 양면적인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실험도시에서는 가족 시스템 대신 에덴 시스템이 시행 중입니다. 컴퓨터로 선정된 남녀 주민이 누구의 것인지 모를 정자와 난자로 인공수정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어른으로 인정받는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센터에서 지냅니다. 그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아가'가 되고, 남녀 어른들은 모두 '어머니'가 되는 겁니다. 실험도시에서는 남자도 인공자궁을 달아 출산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 결혼으로 가족이 된 남편과 나는 실험도시로 이주해 에덴 시스템의 일부가 됩니다. '아가'들은 내 아이가 아닌 인류의 아이입니다. 센터와 공원에서 '아가'들을 예뻐해 주고 나면 책임은 지지 않고 각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인간의 아이라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듯한 묘사에 충격적이면서도 그럴법한 일이라고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지금 이 시대 결혼, 출산, 가족 개념이 이미 해체되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그야 자궁이 여자한테만 있어서잖아. 남남 부부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남녀 결혼은 확 줄어들걸? 남자들도 속으로는 남자끼리 결혼하는 게 마음 편해서 좋다고 생각할 거야." - 책 속에서

 

인공수정의 발달로 여자의 자궁이 가진 의미가 사라지면 임신 출산의 혁명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성과 연애, 결혼, 가족 개념 모두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소멸세계>에서 보여줍니다.

 

이 세상의 정상은 과거에 비정상이었던 때가 있었고, 과거의 정상이 현재의 쓸모없음이 되기도 합니다. 옳고 그름의 기준은 절대불변이 아니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 개념이 기술 발달로 해체될 수 있는 것들의 범위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인간의 진화는 본능마저도 해체합니다. <소멸세계> 속 인물들은 세상이 요구하는 '정상적인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내 성애의 형태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나' 조차도 말입니다.

 

철저히 해체하는 과정에 그것의 존재 의미를 묻는 방식을 사용한 <소멸세계>. 누군가는 소설 속 세상을 꿈꿀 테고, 누군가는 '나'의 엄마처럼 과거를 고수하려 들 겁니다. 역주행 인기몰이한 소설이라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100년 후쯤 완벽히 미래를 예측한 SF 소설로 이 책이 주목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묘하게 공감돼 오히려 소름 돋는군요.

 

"우리는 진화의 순간을 살아가는 거야. 언제나 그 길을 가는 '도중'이라고."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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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여정 - 빅뱅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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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탄생부터 생명의 기원을 넘어 인류 진화의 과정이라는 주제는 과학과 철학, 종교에서 숱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 대세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죠. 그런데 <사피엔스>의 한국판이라 불릴만한 저작을 만났습니다.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의 책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생존 전략에 담긴 인류 진화의 여정을 들여다봅니다. 솔직한 심정을 밝히자면, 기독교적인 책일 거라 곡해하고 미뤘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 많습니다.

 

 

 

호모 하빌리스부터 현생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요.

기획하고, 불을 다스리고, 달리고, 요리하고, 배려하고, 의례하고, 공감하고, 조각하고, 영적이고, 묵상하고, 그림 그리고, 교감하고, 더불어 사는 인간임을 보여줍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구하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 종교적 인간으로 나아갑니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인간'이라 부를 수 있게 된 정신적인 혁명에 초점 맞춥니다. 유인원이 현생 인류로 가는 위대한 여정, 인간을 뜻하는 '호모'라는 이름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260만 년 전 원시인류인 호모 하빌리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어떤 과정으로 발견되었고 명명되었는지, 그리고 각 인간의 특징을 명료하고 이해 쉽게 설명하고 있어 어떤 교양 과학서보다 더 흥미진진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 용어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네요.

 

 

 

도구 제작을 이유로 최초로 '호모'라는 지위를 획득한 호모 하빌리스. 인위적인 무언가를 하는 행위는 의도된 목적이 있는 창작 활동인 겁니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이미 사라진 인간 종들이 남긴 흔적을 통해 관찰과 공감 능력이 예술로 표현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생존과 상관없는 '상상'은 인간의 정신적 혁명을 보여줍니다. 상상의 표현은 역시 예술이죠. 인류의 조상이 남긴 작은 조각품부터 동굴에 남긴 벽화들은 생존을 위한 사냥을 하면서도 동물이 지닌 위엄과 용맹성을 흠모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책에 소개하는 인간 본성의 특징은 대개 좋은 쪽입니다. 딱 하나 부정적인 면으로 폭력성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되긴 하는데요. 최초의 살인 사건에 대한 증언이 된 두개골. 구약성서 <창세기>에서도 카인의 살인이 나오듯 폭력성은 인간의 본성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한편 기형인 아이가 5년간 보살핌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도 있습니다.  배려 문화의 사례로 등장합니다. 배려, 공감 능력이라는 것은 인간 생존의 원동력, 인간 본성의 핵심을 이타심에서 찾는 이 책의 줄기와 연결됩니다. 그리고 인간의 관찰과 상상이 표현된 예술 작품들을 통해 단순히 살해하는 인간을 넘어 묵상하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타심으로 이어집니다. 잘못 이해하고 의도한 이타심의 발현이 극악하게 드러난 역사적 사례가 숱하게 있긴 하지만, 어쨌든 핵심은 이타적 유전자입니다.

 

 

 

장례 문화는 인간 내면의 무의식을 자극하고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합니다. 사회적이고 영적인 열망을 드러내는 모습 속에도 이타심이 있습니다.

 

종교의 기원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추측함으로써 시작한다고 합니다. 호모 하빌리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인간 여정에서 등장한 흔적들은 결국 자신 내면의 소리를 들어왔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미 우리는 종교적 인간이라는 겁니다. 원시종교의 탄생이 농업혁명과 다른 문명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배철현 교수는 이 책에서 '과학자들은 ~ 주장한다' 혹은 '추정한다'로 줄곧 이야기하는데요. 현재의 과학지식은 일시적으로 가변적일 뿐 절대 진리는 아니라는 원칙이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물론 과학근본주의와 마찬가지로 종교근본주의도 경계합니다.

 

우주의 시작, 생명의 시작, 인류의 시작처럼 '처음'에 관해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저 역시 이 책은 그간 발견된 흔적을 통해서 인간의 여정을 탐색한 하나의 해석, 납득할만한 주장으로 접한 셈입니다.

 

종교학자가 이 주제를 다룬 점이 신선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과학자들의 흥미로운 일화와 유물 발견 당시의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에 관한 2017년 6월 최신 학설까지 이 책에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진화 주제에 관심 있거나 영적인 인간에 관심 있는 분들 모두가 만족할만한 책일 거라 생각합니다.

 

인류 조상들이 남긴 것들을 통해 그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을 한데 모으면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는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우리는 누구인가, 존재 의미를 갈구하는 인간에게 주는 인류학적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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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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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팡팡 터지는 그림 덕분에 해외 유수의 기업과 단체에서 러브콜 받는 핫한 일러스트레이터, 헨 킴 Henn Kim 작가. 역량 있는 젊은 아티스트들만 선정해 전시한다는 대림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 프로젝트에 개인 전시 중입니다. (헨킴 : 미지에서의 여름 - 7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아트에세이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은 헨킴 작가의 그림 중 엄선한 150여 점을 소장하는 셈이니 놓칠 수 없는 책입니다.

 

 

 

흑백의 그림 한 컷과 짤막한 글귀만으로 감동 주는 헨 킴 작가. 왜 그렇게 화제가 되는지 직접 확인해 보세요. 구질구질하지 않게, 담백하면서도 한편으론 강렬하게 위로를 안겨 줍니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요소가 있는데도 보는 순간 머리와 가슴을 찌릿하게 하면서 정서적 공감을 부르는 그림. 아트네요, 아트.

 

 

 

지치고 피곤한 힘든 하루의 끝, 밤.
밤은 위로의 시간입니다. 내 머릿속 지우개 대신 내 머릿속 다리미, 기억 지우는 세탁기처럼 괴로운 일들은 떨쳐버려야 하는 시간, 밤.

 

날 꺾으려 드는 모든 것들에게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간절히 느껴지는 그림들입니다. 답답하고 억눌린 내 모습은 내가 약하거나 미친 게 아니라 그저 지금 우울할 뿐이고 다쳤을 뿐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우린 모두 각자의 아름다운 우주를 가지고 있으니 자아에 물도 주고, 사랑도 주라고 합니다. 가끔은 눈물에 잠겨도 되고, 더 격하게 쉬어도 된다고 합니다. 

 

 

 

미지를 탐험하듯 하나하나 알아가는 기쁨이 있는 만큼, 가까워질수록 힘든 일도 생기는 관계의 양면성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이상하고 신비로운 원더랜드. 한여름 밤의 꿈같은 몽환적인 이미지가 일품이었어요.

위로와 치유로서의 달이 그림에 등장합니다. 즐거운 하룻밤 꿈이야말로 오늘을, 현실을 치유하는 힘이 된다는 거죠. 

 

 

 

끙차~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커피 한 잔의 여유로 시작하는 일상.

여전히 숨 막히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겠지만, 브런치의 여유와 계절을 즐길 줄 아는 소소한 행동이야말로 치유 아이템이 아닐까요.

 

밤으로 시작해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킴 작가의 그림들은 잊을만한 것은 잊고, 지워버릴 수 있는 건 지워서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선사합니다. 이 모든 것은 나를 아껴주는 마음에서 비롯합니다. 아트테라피 <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작가의 위로가 되는 그림들로 지친 마음을 충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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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셀프 트래블 - 2017~2018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
신연수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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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 최신판 셀프트래블 홋카이도 Hokkaido.
홋카이도 하면 눈 쌓인 풍경만 기억하고 있었던 탓에 겨울만 있는 곳인 줄 알았어요. 셀프트래블 홋카이도 편 표지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일본 북단부에 위치한 홋카이도. 홋카이도 하면 겨울 여행이죠.
그런데 홋카이도만의 유빙 관광 시즌이 온난화로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게 무척 안타깝습니다. 유빙 볼 수 있을 때 꼭! 홋카이도 겨울 여행 다녀오세요.

 

 

 

생각했던 것보다 홋카이도는 사계절이 정말 쨍하게 선명한 곳이었습니다. 벚꽃, 해바라기와 라벤더, 단풍, 유빙까지. 사계절 내내 들러 새로운 모습을 만끽해야 할 곳입니다.

 

홋카이도 여행코스는 가장 보편적인 3박 4일 일정으로만 소개하고 있어요. 여름과 겨울 여행 등 테마 여행별로 일정을 다양하게 소개합니다.

 

홋카이도가 대한민국보다 조금 작은 정도여서 생각 외로 무척 넓은 곳이더라고요. 세계에서 스물한 번째로 큰 섬이라네요. 이동 거리가 상당하니 짧은 일정으로는 한 번만에 다 둘러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여름과 겨울로 나눠 적절히 코스 선정하는 게 수월해 보였어요.

 

 

 

홋카이도엔 정원도 어쩜 그렇게나 많은지.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정원들이 집중된 곳을 홋카이도 가든 가도라고 부릅니다. 약 250km에 이르는 거리여서 렌터카를 이용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네요.

 

 

 

홋카이도에서 가장 큰 도시 삿포로를 시작으로, 영화 <러브레터>의 고향 오타루, 자연과 예술을 품은 아사히카와, 아름다운 항구 도시 하코다테, 유빙을 볼 수 있는 아바시리, 세계자연유산의 땅 시레토코, 웅장한 산맥 아칸 국립공원, 안개의 도시 구시로, 아름다운 정원과 목장이 있는 오비히로까지.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간다는 명소를 쏙쏙 찾아내 소개합니다.

 

 

 

여름여행은 제대로 꽃 잔치네요. 7월의 후라노는 라벤더 물결입니다.

 

 

 

구시로 습원 여행도 무척 끌리고, 겨울 여행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남극 분위기 제대로네요.

 

푸른 언덕의 마을 비에이는 여름도 좋지만 겨울 풍경 사진 한 장만으로도 반해버릴 정도로 끌렸어요. 제가 상상한 홋카이도의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그 외에도 일본 비경 100선 중 하나인 야생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샤코탄의 선명한 바다 풍경과 화산 분화로 형성된 칼데라 호수의 물빛이 인상 깊었습니다. 

 

 

 

 

네이버 카페 '북해도로 가자' 회원들이 선정한 베스트 숙소와 푸드, 스키장도 소개합니다. 직접 다녀온 후기로 선정한 믿을만한 정보여서 실용적인 팁이 되겠어요.

 

로맨틱한 자연 풍경이 멋진 홋카이도. 여행 가이드북 보면서 책장 넘길 때마다 좋아좋아 연발한 건 처음이었을 정도로 제 취향에 맞는 곳이네요. 오키나와만을 꿈꾸던 제가... 여행지 순위 바뀌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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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RAIN)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
신시아 바넷 지음, 오수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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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사학 전공 출신 저널리스트 신시아 바넷 저자의 책 <비>는 비에 관한 한 편의 러브스토리입니다.
웬만큼 애정을 들이지 않은 이상 이처럼 방대한 '비' 스토리가 나올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자연 에세이를 좋아하거나 환경 문제에 관심 많은 분이라면 소장해야 할 책입니다.

 

우리는 대기라는 바다 밑바닥에 잠겨 살고 있다.
- 에반젤리스타 토리첼리

 

 

 

최초의 생명체가 생겨나는 데 기여한 지구 최초의 비를 시작으로 비와 인류의 역사는 다사다난한 일로 가득 채워집니다. 지옥같이 뜨거운 지구를 식혀 준 태초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비는 생명 그리고 그 이상을 의미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함께 한 비. 우리는 비에 관해 잘 알고 있는 걸까요. 빗방울의 실제 모양은 낯설기만 하고, 여전히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비정상적 패턴은 예측하지 못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급격한 기후변화와 맥을 함께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14세기 대재앙인 흑사병은 대재앙이 시작된 첫날 개구리와 뱀, 도마뱀, 전갈 같은 것들이 빗속에서 떨어진 일화로 시작했습니다. 극심한 가뭄이 닥치며 대기근이 흑사병을 악화시키고, 설치류의 이동을 유발했으리라 추정합니다.

 

설화와 종교에서는 비를 신의 축복과 분노로 바라봤고, 재난을 설명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어린아이들을 제물로 바치고 마녀사냥으로 이어졌습니다. 유럽의 식민지 개척 시대엔 신세계 기후가 고약한 탓에 동식물과 원주민이 기형화됐다고 믿었습니다.

 

신시아 바넷 저자는 현대에 이르러 우리가 얼마나 비에 의존하는 취약한 존재인지 둔감해지고 있다는 걸 지적합니다. 인간 진화가 적자생존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적응이 뛰어났던 존재들이 생존한 결과임에도 말입니다.

 

기상예보 체계가 자리 잡은 이후에는 자연과 비까지도 정복할 수 있다는 인간의 자만 사례가 넘쳐났습니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으로 기후와 물과 땅이 형성해놓은 시스템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은 홍수로 만들어진 범람원에 정착하고, 초원의 풀을 제거하고 삼림을 베어버리고, 높은 제방을 쌓게 해 재난의 강도를 상상 이상의 수준으로 높여놓았습니다.

 

 

 

우울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비와 관련한 알쓸신잡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인류 역사와 비의 관계 속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최초의 비옷과 우산이 탄생한 스토리는 방수 처리법의 발달과 연결되어 있었고, 건축과 관련해 빗물을 막는 지붕의 역사도 소개합니다. 체계적인 강우량 측정이 시작된 사례로 무려 세종대왕의 측우기가 등장하기도 해 반가웠습니다. 과학적 기상예보가 실체를 갖추기까지의 역사에는 유능한 기상예보관들과 협잡꾼의 사기꾼들이 고루 등장합니다.

 

 

 

비와 문학, 예술과의 관계에서도 방대한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빗소리를 연상시키는 음악에서부터 문학 작품 속 비의 의미, 비와 관련한 영화 등 '비'에 담긴 예술 문화가 총망라되어 있어 신시아 바넷의 정보력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어요. <비 RAIN> 책을 보면서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한가득 늘어나버렸네요.

 

비와 관련한 어휘는 기상천외했습니다. 개와 고양이가 떨어지듯 억수로 쏟아지는 비, 노파와 지팡이처럼 쏟아지는 비, 두꺼비 턱수염처럼 오는 비. 그 외에도 폭우를 묘사하는 다양한 형용사는 신선 그 자체였어요. 과학 혁명기에 기상학자들이 비 표현을 너무나도 삭막하게 했다는 저자의 말에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후변화로 지구 기온이 상승해 이제는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이라는 재앙의 형태로 나타나는 비.
비를 기원하고 숭배하던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비를 장악하려고 합니다. 인공강우 초기 실험에서 비를 무기로 이용해 폭우를 내려 베트남전에서 이기려고 했던 것처럼 전쟁무기화될 수도 있을 만큼 비의 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신시아 바넷 저자는 최고 다우 지역인 인도에서 몬순을 경험하고자 했습니다. 빗속의 로맨스를 누릴 수 있었던 몬순이 이제는 한차례 사납게 쏟아지고 잦아드는 비 수준으로 전락해 혹서만 경험하고 왔습니다.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로 극심한 기후변화인 폭우와 가뭄이 이어지는 이 시대. 막강한 자연의 힘에 인간의 욕망이 얹어져 어긋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지구 역시 고삐 풀린 온실 효과로 금성처럼 될 운명은 아닌지. 생명의 물과 양분의 원천인 비가 폭우와 극심한 가뭄이라는 재난의 형태로 보여주는 상황에서 이제는 물을 아끼는 수준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바탕으로 한 실천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제기합니다.

 

<비 : 자연 문화 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는 인간중심주의적 생태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방대한 사례를 모조리 뽑아내는 방식인 저널리스트 특성이 빛을 발휘합니다. 중간중간 치고 들어오는 알쓸신잡이 많아 혼란스러울 지경이긴 하지만, 꼼꼼히 읽다 보면 신시아 바넷의 명료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체와 흥미진진한 사례들로 어느새 푹 빠져 읽게 될 거라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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