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기계들이 온다 - 기계와 경쟁하고, 생존하고, 공존하기 위해 지금 생각해야 할 것
박순서 지음 / 북스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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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혁명이 가져올 미래 일자리 감소와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다룬 <로봇혁명, 미래를 바꾸다>, 딥러닝이 불러올 지각변동과 사회 변화의 방향을 담은 다큐멘터리 <기계와의 대결 2부작>을 제작한 박순서 기자의 책.

<공부하는 기계들이 온다>는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의 등장으로 인간의 능력이라 불리던 것들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고민해 보고 방향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통해 인간보다 더 똑똑한 기계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고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 책에 소개한 외국 사례를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로봇공학의 발전에서 인간의 능력을 갖춘 다재다능한 로봇은 사실 생각하는 것보다 힘든 일이긴 분명합니다. 그보다는 어느 한 분야에 특화된 로봇을 만들고 있죠. 이게 바로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 인간 직업을 위협하는 겁니다. 직업 자체가 사라지지 않더라고 해당 직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과 기술은 분명 변하게 되는 거죠.

 

우리 아이들 세대가 활발한 경제활동을 할 시기에는 지금 안정된 직업이 그 시대에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능력과 훈련을 쉽고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겠죠. 하지만 지금 교육 시스템으로는 글쎄요. 창의력이니 사고력이니 목표만큼은 번드르르합니다.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 학교에서도 진로 교육을 하긴 하는데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희망 직업란에는 구시대 흔적이 철철 넘치고, 특기와 적성을 고려한 직업군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이 엄마 시대 때와 다를 게 없더라고요. 코딩 교육 어쩌니 저쩌네 해도 기존 교육 시스템에서 얼마나 본질에 맞게 교육이 될는지도 기대 안 하게 되고. 그러다 <공부하는 기계들이 온다> 후반부에서 언급하는 교육 문제. 어쩜 그리 공감되던지.

 

 

 

인간만의 능력이라 불리던 것들도 점점 기계들이 따라오고 있습니다. 거기에 혼자서 배우고 학습하는 능력인 딥러닝을 발전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거고요. 어떤 직업에 요구되는 특별한 능력이 기술에 의해 대체 가능해지는 순간, 그 직업에 부여되어 있던 나머지 부가적인 능력들은 하찮은 것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타이피스트 사례를 통해 잘 알려줍니다. 기술이 사회적 지능,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과 완벽하게 경쟁하지는 못하더라도 특정 업무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것 말이죠.

 

그래도 인간의 능력 역시 만만찮잖아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긴 할 겁니다. 하지만... 기계사회가 만들어낼 새로운 직업유형과 인재상을 지금 사고방식으로 바라보면 섣불리 예상하기 쉽지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 

 

인간의 신체적 노동력은 산업혁명을 통해 이미 지식 노동력 사회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지식 노동력은 미래에서 어떻게 쓰일까요. 인간의 합리적 의사결정 권한이 기계에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SF 소설 <기억전달자>에서 자동으로 직업을 정해주는 미래 사회를 볼 수 있었는데, 빅데이터를 이용해 간단히 진로 적성을 파악해버리죠. 로봇이 창의성 필요성 분야는 결코 못 건드릴까요. 일본에서는 로봇이 소설을 써 문학상 예선을 통과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외국기업은 놀라운 시도가 많더라고요. 책에서 언급한 사례들을 보면 깜짝 놀랄 겁니다. IT 강국 한국에서 살고 있으면서 신기술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된 현실이라니.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미래의 직업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될 거라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차두원 박사의 말이 있습니다. 첫째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 둘째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작업지시를 받는 사람, 셋째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그 작업을 지시하는 사람입니다. 내 아이는 어떤 직업군에 속하면 좋을지 부모 입장에서도 생각이 많아지네요.
 

지금 내 아이에게 심어주고 싶은 것은 아이가 중장년층이 되었을 때,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기 힘든 그 사회에 좀 더 쉽고 빠르게 적응할 줄 아는 역량을 가졌으면 합니다.

 

<공부하는 기계들이 온다>를 읽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기술 상용화는 대단히 빠르고,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나라 시스템은 느리다는 것을 느꼈네요. 로봇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 비관론, 낙관론, 현실론을 모두 다루고 있지만, 공통된 건  결국 무엇이 인간을 특별하게 하는가 하는 인간 존재론을 바탕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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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신전 - 19마리 고양이들이 전하는 행복전도서
강인규 지음, 한은경 사진 / 아토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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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강화도로 귀촌해 19마리 고양이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한 고양이신전 지기의 에세이, 고양이신전.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TWEE 님의 일러스트가 고양이신전의 격을 더 높이네요 ^^

 

길고양이 구조활동을 하며 캣대디의 삶을 산 14년의 결과는... 고양이 대가족이군요. 고양이라는 존재 자체에 무신경했던 그가 아내와의 연애시절, 그저 잘 보이려는 일념으로 시작된 관심이 그를 변화시켰습니다.

 

경계하던 길고양이들이 조금씩 살갑게 대해줄 때 느끼는 감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죠 ^^ 작은 생명체가 그를 제대로 홀려버렸습니다. 좋은 것만 보면 좋겠지만 그때부터 상처 입은 길냥이들의 삶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이 동네에 이렇게 길냥이들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눈에 띄는 법.

 

 

 

2002년 첫 번째 길고양이 꼬마에게 간택 받은 후 고양이 집사의 운명이 시작됩니다. 4차원 고양이 니지, 할리우드 액션을 선보이는 나르샤, 광묘교 교주 호도, 어리바리 바보 삼룡이 기드온, 장애묘 랑이, 부부의 로망 고양이들 등 제각각의 성격을 가진 고양이들의 에피소드가 웃음과 감동을 주네요.

 

묘연으로 맺어진 고양이들. 대부분은 구조활동으로 만난 아이들입니다. 그 외 병원에서 데려온 아이, 가정에서 자란 아이, 평판 좋지 않은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 등 출신 성분도 제각각. 무릎냥이가 있는가 하면 친해지기까지 몇 년이 걸린 아이도 있을 정도로 성격도 제각각. 하지만 이 아이들 모두가 고양이다운 본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곳이 바로 고양이신전입니다.

 

"모든 길들여진다는 것이 그러하듯이 나는 이 속에서 행복을 찾았다." - 책 속에서

 

 

 

고양이들을 통해 편견 없는 시선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하고, 즐거움과 동반되는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기도 하고. 단순한 의무감만으로는 견뎌내기 힘든 생활입니다. 정말 사랑해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오직 인간만이 좌절하고 인간만이 포기한다."는 말이 오래 기억 남네요. 온갖 편견 속에 희생 당하는 힘겨운 삶을 지고서도 살아내는 길고양이들. 그들에게 아홉 번째 목숨을 줄 수 있는 건 인간의 사랑으로 가능한 일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서로 사랑하면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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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8-31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명암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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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작품이지만 걸작으로 평가받는 책 <명암>.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마지막 <명암>은 수제 책 분위기. 실제 천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이 더해졌어요.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권 <명암>은 1916년 5월부터 12월까지 아사히 신문에 연재하던 중 병으로 사망한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미완이어서 찝찝한 마음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여기서 끝나는 것도 괜찮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 열네 권을 쭉 읽어왔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장 기력 소모시키더라고요.

복잡한 원인들이 얽혀 우연한 사건을 만들어내는데,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무엇보다 치밀한 묘사가 아주 끝없이 나옵니다. <갱부>에서 의식의 흐름을 묘사한 장면들을 참 좋아했었는데, <명암>에서는 주인공 한 명이 아닌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을 그런 방식으로 하고 있어 읽는 내내 같이 정신작용을 한 건지 책장을 덮었을 땐 머리가 빙글빙글~

 

 

 

<명암>의 주인공은 신혼부부인 쓰다와 오노부.

남편 쓰다는 아버지에게 경제적 원조를 받으며 살고 있었고, 허세가 좀 있는 편입니다. 알게 모르게 여자를 얕잡아보는 건 소세키 소설이니 어김없이 나올 거라 예상했고요.

아내 오노부는 그간 소세키 소설에 등장한 여성 인물의 성격과는 많이 다른 편입니다. 자존심도 있고, 남편을 사랑하는 것과 동시에 남편에게 사랑받기를 적극적으로 원하죠. 현대 여성관에서 보면 지금 시대에서는 아주 흔한 타입이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오해받기 쉬운 타입이었습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에서 그간 만날 수 있었던 인물 유형을 모두 만나는 느낌입니다.

부부, 시누이와 올케, 남편의 숙부네, 아내의 숙부네, 숙부와도 같은 존재인 또 다른 집안, 매번 곤혹스럽게 하는 친구, 그리고 남편의 옛 여인까지. 주변 인물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들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이야기가 풍성해요. 줄거리 자체는 사실 별것 없습니다. 돈과 사랑이 얽힌 그냥 흔한디흔한 이야기인데도 막장 드라마급 전개를 펼치는 소세키 작가의 글발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습니다.

 

 

 

다른 소설과의 차이를 크게 보인 부분은 아내 오노부의 생각을 신경 써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내 오노부는 '남편이라는 존재는 그저 아내의 애정을 빨아들이기 위해서만 생존하는 해면동물에 지나지 않는 걸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남편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고 싶어 합니다.

 

오노부는 처음부터 쓰다에게 호감을 갖고 직접 남편감으로 선택해 결혼했기에, 결혼 후 마음의 공허함을 겪는 것 자체가 그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죠. 남들 앞에서는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남편을 가진 아내로서 자신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도 하고요. 한 마디로 결혼 전과 후가 다르더라! 이걸 견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노부의 이런 생각과 행동은 다른 이들의 눈에 좋게 비치지 않았어요.

쓰다의 여동생은 쓰다 부부에게 아주 제대로 한방 먹이기도 했고, 시누와 올케 둘의 대화에서도 대립하는데... 읽는 독자로서도 왠지 모르게 한 쪽을 응원해줘야 할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러저러해도 남편과 아내 둘의 마음만 견고하다면야.

문제는 쓰다의 마음입니다. 아내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잃지 않으려는 쓰다. 허세, 허영심, 약간의 거짓말과 그로 인해 숨겨진 불편함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노부와 결혼하기 전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쓰다는 그 일에 미련이 남아있었던 겁니다. 결국 옛 여자가 머무르고 있다는 온천으로 찾아가 재회한 것에서 이 작품은 끝이 납니다.

 

 

 

남편의 비밀을 알고 싶은 아내와 감추는 남편. 우발적인 변명이 우연히 적중하기도 하면서 득의양양해하는 쓰다의 모습을 보면 좀 짜증 나기도 했어요. 완전한 사랑을 원하는 오노부의 사고방식에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어쨌든 오노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명암>이라는 제목은 지옥불로 가는 듯 묘사한 온천행 장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데, 오노부가 있는 명明의 세계와 옛 여인이 있는 암暗의 세계, 두 세계를 뜻한다고 해요. 소세키식 연애관이라면 완성되지 못한 이 소설의 결말은 쓰다가 온갖 갈등을 겪은 후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오노부에게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 현암사> 책에서도 소설이란 이야기가 끝날 수는 있어도 소설은 끝나지 않는다고 했듯, 부부 관계를 통한 사랑과 행복의 실체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끊임없이 존재의 위협을 받는 쓰다의 친구 고바야시를 통한 실존 문제 등 <명암>은 미완성이지만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100년 전 그들의 고민이 지금 이 시대의 고민과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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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 거대한 그린란드상어를 잡기 위해 1년간 북대서양을 표류한 두 남자 이야기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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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널리스트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와 친구 후고가 노르웨이 북부 로포텐 제도에서 그린란드상어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화 모험을 담은 에세이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그린란드상어 생태는 물론 해양과 관련한 역사, 문학 등이 흠뻑 담겨 자연에세이 좋아하는 분이라면 무척 만족할만한 책입니다. <메이블 이야기>, <은빛 물고기> 에 이어 이 책 역시 제 애장도서에 올랐어요.

 

그린란드상어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아티스트 후고. 저자 모르텐은 후고와 함께 상어잡이에 도전합니다.
몇 세대에 걸쳐 어업에 종사하고 고래잡이를 했던 후고네 집안. 문화예술 분야 직업을 가진 후고 역시 섬에서 나고 자란 바다 사나이였어요.

바다를 잘 아는 후고 덕분에 상어잡이 계획은 제법 순탄하게 진행되는듯하지만 파도, 조류, 변덕스러운 날씨 등 고요한 바다는 한순간 매서워지기도 하면서 자연의 힘을 직접 겪으며 고생하기도 합니다.

노르웨이의 여름날 첫 시도에서 아깝게 그린란드상어를 놓치며 이후 가을, 겨울에 다시 도전해보지만 실패. 이듬해 봄, 마지막 도전에 나섭니다. 과연 그린란드상어를 잡을 수 있을지. 실망과 기대를 오가며 그들의 도전에 동화해 읽게 되더라고요.

 

도대체 그린란드상어가 뭣이길래 그들을 사로잡았을까요.
그린란드상어는 7~8미터 길이에 1.2톤의 무게가 나가는 심해 상어입니다. 플랑크톤을 먹는 상어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육식 상어로 북극까지 헤엄쳐 다니는 원시생물이라고 해요. 게다가 최근 연구결과로는 최대 200년까지 살 수 있다고도 하고요. 아직 보호 종은 아니어서 포획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들은 길이 3~4미터, 무게 약 600킬로그램 중간 크기의 그린란드상어 사냥에 도전합니다.

 

후고가 상어에게서 원하는 것은 상어의 간입니다.
간에서 나온 기름을 예술 프로젝트에 이용할 계획인데 예로부터 그린란드상어의 기름을 섞은 페인트는 아주 단단해서 잘 벗겨지지 않고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매끄럽다고 해요. 특히 배에는 반드시 필요했고요.
그린란드상어의 비늘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워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비늘을 독일로 수출해 사포로 이용하기도 했다는군요. 그런데 그린란드상어의 고기는 독이 있어 먹지 못한다고 해요. 날것으로 먹거나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환각 증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그린란드상어 사냥에 나선답시고 바다를 떠돌고, 어업을 생계로 하는 섬에 있다 보니 환경오염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종도 줄어들고, 잡히더라도 질병 있거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상태인 바다생물. 현재 북극곰의 사체는 곧장 특수폐기물로 처리될 정도라고 합니다. 바다는 거대한 유기체로 지구의 조류 시스템상 안전한 곳은 결국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생각의 꼬리를 무는 사색도 이어집니다. 우주, 지구, 생명체, 멸종에 관한 고찰, 바다괴물사, 해양생물학의 역사, 포경산업 등에 관해서요. 저자 모르텐이 섬에 방문할 때마다 갖고 간 책 이야기는 물론 참치, 대구, 플랑크톤, 범고래 등 각종 해양생물 에피소드에 곁들인 백과사전식 정보까지.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저널리스트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그린란드상어 사냥이라는 소재가 합쳐져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실감 나는 묘사 역시 한몫하고요.
"지금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무의미한 것 중에서 우리의 상어 프로젝트를 능가할 만한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며 자조하기도 하고, 상어 미끼로 쓸 소 도축 찌꺼기를 얻으러 갈 때 후고가 준 마스크가 가스 마스크가 아닌 그냥 먼지 마스크여서 냄새 폭탄을 맞기도 하는 등 어이없게 웃기는 장면도 간간이 나와 웃음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바다의 위력에 한낱 티끌이 되는 인간. 그린란드상어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이 보고 느끼는 것들을 함께 하면서 호기심을 채우거나 두려움을 직면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인간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상어가 두렵다."는 정복하지 못함의 두려움. 인간의 오만을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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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인 척 -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이진이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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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만 아프니?
인생은 성장통의 연속. 애써 마음을 감수하며 사는 중년들도 결국 어른놀이를 하는 건 아닌지.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척, 척, 척... 어른놀이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이진이 저자의 마음 처방전 <어른인 척>. 
 

"흔들리는 나 자신 위에 세운 모든 것은 모래성과 같습니다.
잊지 마세요.
모든 것의 시작은 나 자신입니다." - 책 속에서


짧은 글과 그림이 곁들어진 이런 에세이류가 많긴 하지만 <어른인 척>은 특히 40대 접어드는 중년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저자랑 나이도 같고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이라 저는 더 공감하며 읽었네요.

 

 

 

지금 이 순간 힘들고 지치고 괴로운 것 또한 세월이 지나면 무뎌지는 법. 너무 자책하지 말고 덜 괴로워하자고 해도 지금 당장의 고통 혹은 후회로 자신을 갉아먹는 것 같아요. 나중에는 기억조차 희미해지기도 하고, 추억 삼아 얘기할 수도 있는 그런 시간일 뿐이라는 걸 떠올리는 게 참 힘들죠.

 

 

 

 

"이제 어른놀이 하기 싫다."는 말이 찌르르 울림을 줍니다.
한 해 한 해 지나고 보니 10년, 20년 전 그 시절 열렬하게 사랑하고 아파하고 고민하며 온갖 감정을 겪던 그 시절이 오히려 그리워지기도 하더라고요. 이제는 그런 감정조차 사치라고 여겨질 정도로 인생사 무던해졌다는 게 결코 더 나아진 일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고요.

 

 

 
 

<끝에서 두 번째 사랑> 드라마에서 김희애가 읽은 구절, 정말 인상 깊었는데요.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는 꿈을 이루었나?"가 아니라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말. 한번 생각해 보세요.
 

상황이 어떻든 그 속에는 내 선택의 결과가 담겨 있습니다. 결국 내 선택으로 인생이 진행되는 거죠.
"당신의 삶이 그저 떠밀려온 삶이 아니기를" 하는 이진이 저자의 말에 생각해봅니다.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한편으론 흐름에 맡겨 내버려 둘 줄도 아는, 중도를 찾는 과정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을 돌아보며 토닥이는 여유조차 힘겨운 시기.
이런 책 읽으며 그제야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스스로를 잘 안다는 것이 또 다른 나를 못 보게 만들기도 한다"는 말처럼 내 마음 내가 잘 아는데 싶어도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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