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상상력 - 지나간 백년 다가올 미래
김정섭 지음 / Mid(엠아이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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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청와대 NSC 전략기획실, 국가안보실 등에서 업무 수행하며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인 김정섭 씨의 강의가 책으로 나왔네요.

​<외교상상력>은 1차 세계대전부터 현재까지 과거 백 년의 역사에서 일어났던 국제정치 사건들을 살펴보며 사건의 배경, 해결 과정을 통해 현재 국제정세와 우리나라 대외정책을 대하는 안목을 높이기 좋은 책입니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나 뉴스에 보도되는 표면적인 사건을 해석해내는 방식과 관점을 배우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외교상상력>은 역사와 이론을 바탕으로 한 국제정치를 이야기합니다. 문제 이해와 해결책 처방에 도움되는 이론을 함께 알아두면 더 깊이 있는 이해를 끌어낼 수 있겠더라고요.

 

 

 

영원한 강국은 없다고 하죠.

국제정치는 전쟁의 역사라고 할 만큼 전쟁으로 강자의 위치가 바뀌었지만, 한편으론 평화적으로 국제정세가 바뀌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에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이해하고 힘의 역학 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 지정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외교상상력>에서도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듯 국제정치 동맹의 본질과 유라시아 지정학, 동아시아 지정학 등 지정경쟁을 이해해야 상황 판단, 예측,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네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경쟁, 중동지역의 IS 세력 확장, 시리아 내전, 이란 부상 그리고 일본 아베 내각의 공격적인 안보방위 정책과 중국의 세력이 커지는 현 국제정세에서 무엇보다 우리나라 외교안보 대책과 대외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우리 문제도 꼼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요즘 유시민과 전원책 두 분의 썰전 토론 정말 재밌게 보고 있는데, 그분들의 관점 차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꽤 이해되더라고요. 방송에서는 북한 대외정책 주제에서 북한의 입장을 적화통일 vs 살고 싶어서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 부분도 <외교상상력>에 이론이 다 나오네요. 바람직한 대북정책에 대해 포용이냐 압박이냐 단순 이분법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그동안 국제정치 뉴스를 봐도 알쏭거렸고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다면, <외교상상력>이 국제정치 배경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될 거예요.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하는 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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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 인생이 빛나는 곤마리 정리법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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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여신 곤도 마리에의 정리 노하우 집대성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전작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정리 마인드를 이야기한 책이었다면, 이번 책은 구체적인 노하우를 담았네요.

 

가슴 설레는 집을 만들려면 곤도 마리에 식 정리 마인드를 꼭 기억하세요.

설레는 집을 만드는 6가지 법칙이 있어요.

 

1. "정리의 90%는 마인드다." 이게 안 되면 원상태로 돌아가버리거든요.

2. "머릿속에 이상적인 생활상을 그려라."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왜 정리를 하고 싶은지 그림이 그려지거든요.

3. "정리의 시작은 버리기다." 버리기의 첫 단추는 남길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는 겁니다. 버리기 전에 수납 걱정부터 하면 안 되고요.

4. "장소별이 아니라 물건별로 정리한다." 같은 종류의 물건끼리 모아보면 현재 상태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죠. 아마 대부분 헉소리 나지 않을까 싶네요.

5. '올바른 순서로 정리한다." 설렘에 대한 판단력을 키워야 하기에 옷으로 먼저 해보는 게 적당하다네요.

6. "만졌을 때 설레는지 스스로 물어본다." 버릴 것이 아닌 남길 것을 고른다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을 버리느냐가 아니라 어떤 물건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거죠.

 

 

 

청소는 장소별로 하는 거지만, 제대로 된 정리는 물건별로 해야 한다는 것. 직접 실천해보니 사실 이것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나오더라고요. 방마다 정리하면 어딘가에 처박혀 있던 게 끊임없이 나오거든요. 정리를 청소처럼 하게 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답니다.

 

전작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읽다 궁금했던 부분도 이번 책에서 시원하게 풀어주네요.

흔히 하는 변명이 이사 갈 때나 정리해야지 손도 못 대겠다는 건데 (저도 그랬고요), 정리를 마친 상태에서 생활하는 그 기분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끽해봐야겠어요.

 

"나는 무엇에 설레고, 무엇에 설레지 않을까? 나라는 인간이 '무엇에 설레나'하는 질문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큰 실마리가 된다." - P45

 

곤도 마리에의 정리 마인드는 배울 점이 많습니다.

물건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생각하게 하거든요. 단순히 버리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의 가치, 본질을 한 번 더 따져보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걸 가라앉히게 되더라고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버리는 요령, 수납 요령 등 구체적인 노하우를 일러스트로 보기 좋게 해둬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보다는 술술 읽히네요.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내용이어서 다시 한 번 정리 마인드를 다짐하기에도 좋고, 정리 마인드를 굳힌 상태라면 실천 단계에서는 이 책이 제대로 실용적이군요.

 

 

 

일본 특유의 집 구조와 우리 환경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소소한 아이디어 중에서 눈에 띄는 것도 많았어요.

입지는 못하겠는데 설레긴 해서 버리기 싫은 옷을 선풍기 덮개로 사용하는 것처럼요.

우리 집 선풍기는 지금 비닐봉지에 쌓여있는데 역시 물건을 다루는 자세부터 반성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버릴 때는 화풀이 식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으로 버리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고마움을 담아 인사하는 그 마음이 참 좋더라고요.

 

가슴 설레는 집에서 살고 싶다면 정리의 여신 곤도 마리에의 책 추천해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만 읽기보다는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먼저 읽기를 권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인드가 세워지지 않아 결국 정리가 아닌 청소를 한 것밖에는 안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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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세상에서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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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세계 이야기 갱스터소설 커글린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작가는 영화 <셔터 아일랜드 (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 등의 원작소설을 쓴 작가인데요, 완전 매력 돋는 작가인 것 같아요. 금주령 시대 보스턴 갱 이야기를 다룬 커글린 3부작이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네요.

 

커글린 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커글린 3부작은 1부에 해당하는 <​운명의 날>은 보스턴 경찰 파업을 다루면서 신념 대결의 역사소설 느낌이 났다면, 2부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는 커글린 가의 막내아들 조 커글린이 본격적으로 범죄 세계에 몸담으며 벌어지는 사건을, 3부 <무너진 세상에서>는 은퇴 이후 조직의 자문 역할을 하며 아들 토머스를 키우는 시점에서 자기에게 청부 살인이 걸렸다는 걸 알고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는 2014 에드거 상 수상작품이고요, 2017년 벤 애플렉 감독 주연의 영화 개봉 예정이라네요. 전형적인 갱스터영화가 나올만한 원작소설이라 기대됩니다. 1부, 2부, 3부로 나뉘어 있지만, 이전 스토리를 몰라도 읽는데 무리 없는 구성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와 <무너진 세상에서>는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다 싶긴 하고요. 2부를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터라 그냥 넘기긴 정말 아까우니 두 권 모두 추천.

 

커글린 3부작 완결편에 해당하는 <무너진 세상에서>는 아내가 죽고 7년 후(2부가 아내의 죽음으로 끝났어요), 공식적으로는 합법적인 사업가로 변모했지만, 플로리다 전체 조폭계의 대부 격이 된 시점입니다. 현직 때보다 세력이 강해진 상태죠.

 

그런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조 커글린에게 청부 살인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생깁니다. 날짜까지 정확히 지정해서 말이죠. 지정된 날짜까지는 8일이 남은 상황입니다.

도대체 누가 그를 죽이려 드는지 감을 못 잡는 상황에서 조 커글린은 자기가 잘못되면 아홉 살 된 아들 토머스가 고아가 된다는 불안감에 청부 살인자가 누구인지, 누가 청부한 것인지 찾게 되죠. 그래서 3부 <무너진 세상에서는> 갱스터소설에 추리소설 분위기가 더해졌네요.

 

 

 

도덕을 법으로 규제한 금주령 시대에 술을 판매하며 서민의 스트레스를 날려준 갱들의 활약 때문에 당시 성공한 조직과 조직원은 아메리칸 드림 같은 존재였다고 해요. 하지만 개인의 이익과 조직 공동체 이익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기도 했죠.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파리 목숨만도 못했지만, 나름의 신념을 지키고 활동하던 갱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조 커글린의 매력은 정말 대단했어요. 독자를 제대로 푹 빠지게 만드는 매력 돋는 조 +.+

아일랜드 혈통으로 3부에서는 서른여섯의 나이인데요, 조 커글린을 상상하며 읽다가 <리브 바이 나이트> 영화 주연이 벤 애플렉이란 걸 알고는 음... 어울린다 싶긴 했어요. 영화를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다는데 조금 더 날카로운 인상이면 좋겠다 싶긴 했네요.

 

인생은 상실의 연속이라고 하듯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아끼는 이들을 떠나 보냈지만, 나름 윤리적으로 판단하는 머리를 쓸 줄 아는 인물이었어요. "그렇게 슬픔과 애정과 권력과 카리스마는 물론, 악행의 가능성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p167)처럼 조 커글린은 뭐든지 가능하게 하는 무한한 능력을 갖춘듯한 분위기를 품은 캐릭터입니다.

 

 

 

<무너진 세상에서>의 클라이맥스는 조 커글린의 청부 살인을 누가 지시했는지, 왜 날짜까지 지정한 청부 살인 계획이었는지 밝혀내는 부분이었어요. 오싹한 전율이 좌르르~

 

심장 쫄깃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데니스 루헤인 작가의 솜씨가 어김없이 발휘되네요. 데니스 루헤인 작가는 정말 갱 조직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들의 세계, 그들의 마음을 잘 다루고 있답니다. 커글린 3부작의 마지막 <무너진 세상에서>는 치열한 두뇌 싸움의 결정판이네요. 그리고 가장 애잔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책을 덮고 한참 지나도 그 분위기에 허우적대고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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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France - 프랑스의 작은 중세마을에서 한 달쯤 살 수 있다면… 세상어디에도 2
민혜련 지음, 대한항공 기획.사진 / 홍익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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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제목 때문에 프랑스의 아리따운 숙소를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어요 ^^;; 파리 편 다 읽을 때까지도... 아, 역사부터 먼저 나오고 숙소 소개될 건가 보다... 이러고 읽었네요 ;;; 도시마다 여행 정보는 교통 위주로만 살짝 언급되는 수준입니다. 숙소 소개 책 아니고요 ^^

 

 

 

<게스트하우스 프랑스>는 프랑스에서 머물고 싶은 도시를 중심으로 프랑스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정여울 저자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고, 작년에 부쩍 유행했던 제주에서 한 달 살기처럼 프랑스에서 한 달 머물면서 관광지 위주가 아닌 프랑스인처럼 돌아다녀 보고 싶은 로망에 딱 맞는 책이네요.

 

파리, 투르, 비아리츠, 무스티에생트마리, 아비뇽, 샤모니 몽블랑, 콜마르.

​프랑스 7개 도시를 메인으로 삼아 주변 지역을 함께 둘러보기 좋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랑스는 예술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죠. 왜 그런지 이유를 이 책 사진 하나하나를 보면서 느낄 수 있답니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수도원 몽생미셸.

사진이 아주 기가 막힐 정도로 예술입니다. 저런 풍경은 저 상태로 호주머니에 쏙 집어넣고 싶을 정도네요.

 

 

 

육지와 다리가 놓인 일 드레 섬의 초록 분위기 도시도 독특했어요.

파란 마을은 눈에 익었는데 이런 초록 색감도 멋스럽네요. 개인 소유의 집 색깔을 바꾸려 해도 시청에 상의해야 할 정도로 프랑스는 지역마다 이렇게 특색있는 색을 규정한다고 해요. 일 드레는 특히 규정이 엄격하다고 합니다.

 

 

 

프로방스라는 말만 들어도 동화 분위기가 퐁퐁~

협곡이 멋진 마을, 무스티에생트마리는 라벤더와 밀의 바다로 유명한 발랑솔 고원 사진이 인상 깊었어요. 프로방스의 다락방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라네요.

 

 

 

<게스트하우스 프랑스>는 건축, 역사, 철학, 종교, 요리, 미술 등 역사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폭넓게 다룹니다.

아비뇽에서는 역사책에서나 본 아비뇽유수를 이야기하고, 동화같은 풍경으로 유명한 콜마르에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도시라며 영화 이야기도 살짝 보탭니다. 파리 대학교가 신학의 본산지로 자리 잡으며 인문학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기반이 된 역사적 이야기도 하고요. 백년 전쟁이 일어난 이유, 모나리자 작품이 루브르 박물관에 있고, 다빈치 무덤이 프랑스에 있는 이유 등 이 책으로 읽는 역사 공부가 더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압권은... 프랑스와 관련한 유명인들. 정말 끝도 없이 쏟아지더라고요.

프로방스 아를에서는 고흐와 고갱이 함께 살던 짧은 시기에 그 유명한 노란 집 이야기를 하는데, 노란 집이 있을 거로 생각하고 갔건만 실제로는 남아있지 않았다고 하네요.

 

 

 

독일, 스페인 등 몇 나라와 인접해 다채로운 생활 방식을 보여주는 프랑스 중세 도시.

알자스로렌 지역은 독일과 인접한 곳이라 땅따먹기마냥 뺏고 빼앗기고 반복의 역사 때문에, 프랑스와 독일 국적으로 자주 바뀌었던 사람들이 많은데 바로 이곳이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네요. 역사와 문화를 알고 소설을 읽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토박이가 쓴 것처럼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폭넓고 깊이도 상당하더라고요. <게스트하우스 프랑스>처럼 내가 지금 사는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안다면 애정이 더 샘솟을 것 같단 생각도 해봅니다.

럭셔리의 대명사로만 알고 있던 프랑스. 예술가들이 프랑스에 매료되는 것처럼 저도 흠뻑 사로잡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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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잠 밀리언셀러 클럽 145
가노 료이치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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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건물 사진을 찍는 사진가 쇼이치를 중심으로 호텔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사회악을 이야기하는 일본추리소설 <창백한 잠>.

 

사람의 손길이 끊어진 폐허를 찾아다니며 사진 찍는 사진가. 동이 트기 전, 세상이 온통 푸른빛으로 물드는 시간을 블루월드라고 부른다네요. 동 틀 무렵 군청색의 세계를 담아내고자 하는 사진가 라는 설정이... 아, 그 사진에 뭔가 찍히겠구나 하는 뻔한 설정 짐작하며~

 

도산해서 폐허가 된 호텔 내부 촬영하다가 살해된 여성을 발견합니다. 이 사진가는 한때 탐정 사무소에서 잠깐 일한 전적이 있어 통제할 수 없는 흥미가 솟기 시작하네요. 여성환경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살해된 여성의 이력 상 현재 그 마을에 공항 건설 찬반 대립과 관련한 사건이 아닌가 가설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5년 전 일어난 호텔 화재 사건, 도청 사건, 호텔 살인 사건을 개인적으로 조사하던 위치에 있던 사진가와 호감 관계에 있던 편집자가 크게 다치며 의식불명이 되는 사건도 생기고 원인은 점점 미궁 속에 빠지는데...


 

 

 

공항 건설 찬반 대립이 이 소설의 큰 줄기이긴 합니다. 지역 개발에 얽힌 이권 다툼 속에 부조리한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파고들수록 사건의 축은 공항 건설을 둘러싼 분쟁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무언가가 아닐까... 여러 사건의 의외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었죠. 이 과정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리겠지만, 그 부조리한 세상이 만드는 범죄,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인간의 내면을 엿보게 됩니다.

 

추리과정에서 사진가의 추리력은 가히 신을 방불케 합니다. 사기 캐릭터예요 ㅋㅋ 그런데 홈즈 같은 추리 실력이기보다는 소설 같은 상상력이 압권입니다. 가노 료이치 작가도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전개하고 있더군요. "그렇게 알게 된 일들 사이를 상상으로 다시 연결하면서도"(p398)라며 자신의 상상에 의존하는 주인공을 만들어냈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요.

 

공항 건설과 관련한 이권 다툼이라는 겉으로 보이는 배경 외에도 소설 속 인물들이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 하나씩 밝혀지며 사건 해결의 물꼬가 트입니다. 지키고 싶은 삶이란 희망이기도 하면서도 허망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창백한 잠>은 하드보일드 탐정추리소설이라는데 제 취향에는 조금 약한 것 같아요. 무감함은 제대로인데 아주 하~드하지는 않았어요. 의식이 깨어나면 프러포즈 하려고 했던 편집자와의 관계에서 쿨함은 최고조를 달하네요. 상상에 의존하는 탐정추리 쪽이지만 불필요한 감정에 빠지지 않는 무감함은 제대로예요. 상상력에 의존한 추리 쪽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밌게 읽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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