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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시대가 온다 - 차이와 차별을 넘어 모두에게 이로운 생존 가치, DEI
정현천 지음 / 트로이목마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분열과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시대적 맥락에서 정현천 저자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시대가 온다>는 도덕적 당위를 넘어서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략적 관점에서 DEI를 바라보는 책입니다.
DEI는 Diversity (다양성), Equity (형평성), Inclusion (포용성)의 약자입니다. 이 세 가지는 조직, 사회, 국가 차원에서 서로 다른 배경, 정체성, 능력을 지닌 개인들이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적 가치 원칙이자 실천 전략입니다.
정현천 저자는 SK그룹에서 38년간 전략기획, CSR, ESG 등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책임지며 축적한 실무와 통찰을 바탕으로 DEI를 단순한 도덕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습니다. DEI는 수많은 사례와 역사적 전환점 속에서 입증된 성공과 실패의 분기점이라는 점을 일깨웁니다.
인류사의 굵직한 사건과 흐름을 통해 포용의 유무가 한 문명의 존망을 갈랐다고 설파합니다. 착취적 제도와 포용적 제도의 대비 사례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가 DEI를 왜 절박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조명합니다.
한 예로, 유방의 포용적 인재 등용이 어떻게 초나라 귀족 출신 항우를 이기고 400년 한나라의 기틀을 만들었는지를 통해 출신을 가리지 않는 포용이 얼마나 강력한 전략이 되는지를 들려줍니다.
유방의 사례는 오늘날 기업의 인사 전략에도 시사점을 줍니다. 외형적 이력보다는 잠재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인사 시스템이 곧 DEI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정치와 리더십에서 DEI는 더욱 뚜렷한 실천 기준이 됩니다. 링컨이 정적을 포함한 라이벌 팀을 만들어 미국 내전을 극복하고, 오바마가 다양성을 상징하는 인사정책으로 위기를 돌파해나갔던 사례는 포용적 리더십이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경영에 있어 DEI는 선택이 아닙니다. 저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전환을 이야기하면서 DEI는 구조적 생존전략임을 역설합니다.
조직 내 다양성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을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위기 앞에서 다각도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이자 미래를 감지하는 레이더입니다. 팔라디움 선물 거래로 인해 큰 손실을 본 포드자동차의 사례는 동질화된 조직이 얼마나 위험한 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흔히 포용은 문화적, 사회적 가치로만 여겨지지만 저자는 생물학적 진화의 관점으로까지 확장합니다. 미토콘드리아의 기원, 유성생식의 다양성 확보 메커니즘, 면역체계의 라이브러리 전략 등은 모두 다양성이 생존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라는 근거가 됩니다.
포용이란 진화를 위한 구조라는 이 시각은 DEI에 대한 편협한 도덕주의적 접근을 탈피하게 합니다. 생명체조차 다양한 데이터를 내부에 축적하고 유연한 대응체계를 갖출 때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점은 조직과 사회가 포용을 통해 적응하고 진화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만듭니다.

하지만 포용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저자는 DEI를 방해하는 8가지 덫을 구체적으로 분석합니다. 특히 연고주의에 대한 통찰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지점입니다. 연고주의뿐만 아니라 완벽주의, 타성, 도그마(독단), 휴브리스(오만), 동조화, 편견 등이 복합적으로 DEI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은 조직문화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유도합니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시대가 온다>는 DEI의 구현을 위한 10가지 가치를 소개합니다. 자아 확장, 여유와 기다림, 뒤섞기, 경청과 관찰 등 구체적 실천으로서의 체크리스트가 펼쳐집니다.
인상적인 건 '나를 포용하기'입니다. 먼저 자신을 포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자신의 한계와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의 다름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DEI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도구입니다. 이 책은 그 도구를 어떻게 설계하고 작동시키는지를 설명하는 사용설명서와 같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법으로 전개하고 있어 읽기 편했습니다.
8가지 덫을 피하고 10가지 가치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포용성은 크게 향상될 겁니다. 기업 실무자뿐만 아니라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다양성 감수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의미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