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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겨울이 남긴 것들 - 암은 씨앗이고 꽃이고 열매였다
이경연 지음 / 나눔사 / 2024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겨울을 통과한 자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 <인생의 겨울이 남긴 것들>. 이경연 저자는 2017년 유방암 진단 이후 항암치료 대신 자연치유법을 택했고 그 선택으로 8년을 건강하게 살아내며 깨달은 지혜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인생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겨울'을 어떻게 지혜롭게 통과하는지, 암이라는 시련을 겪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실존적 물음들과 그것을 통과한 자만이 내놓을 수 있는 답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고통이 전혀 다른 얼굴로 변모할 수 있다는 기록입니다.
암이라는 병은 질병이기 이전에 세계관의 붕괴이자 모든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단절입니다. 병원의 표준 치료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의 믿음으로 길을 찾기로 결심합니다. 이 선택은 단순한 의료적 결단이 아닌 삶의 태도를 전환하는 도약이었습니다.
암 진단 이후 오히려 특별한 힘을 느끼게 된 역설적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공포나 절망 대신 이 경험을 인생에 던져진 별일로 받아들인 저저의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슬픔과 두려움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미처 몰랐던 자신의 내면의 강인함을 발견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집니다. 암이라는 위기가 오히려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힘을 일깨운 겁니다.
병을 마주한 자신이 삶을 더 섬세하고 깊게 살아낼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치 예상치 못한 여행지에 도착한 여행자처럼 호기심과 개방적 태도로 이 새로운 경험을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주의 깊게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평소 무시했던 몸의 미세한 변화들이 사실은 중요한 메시지였음을 깨닫습니다.
저자는 점차 환자에서 여행자로 그리고 치유자로 변모해 갑니다. 뉴스타트 자연치유법과 땅과 접하는 어싱, 명상 등 비의료적 요법들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태도이자 삶의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후성유전학을 공부하며 저자의 선택이 감정적 믿음에만 의존한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치유 과정에서 믿음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믿음은 종교적 의미뿐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몸의 자연치유력에 대한 신뢰를 포함합니다. 정신과 신체의 연결, 특히 마음가짐이 신체적 회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현대 의학의 연구 결과들을 인용하며 설득력을 더합니다.
저자는 ‘감사’를 마중물로 삼습니다. 감사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이며 그가 강조하는 치유의 힘이기도 합니다. 감사 100가지 리스트는 생존을 넘어서 삶을 회복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속한 치유공동체 ‘따동’과 ‘꿈독’, 맨발걷기 모임 ‘오구맨발러즈’에서의 경험을 통해 고통이 결코 혼자의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선한 감시자들이라는 표현은 공동체가 단순한 위로 이상의 존재, 즉 삶을 함께 살아내는 공동 주체임을 말해줍니다.
고통 속에서 길어낸 통찰과 믿음이 어떻게 일상의 감각을 바꾸었는지를 조근조근 들려줍니다. 암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것들을 자산으로 명명합니다. 고통이 일시적인 고장이 아닌, 성장과 확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합니다.
암을 겪고 이겨낸 여정은 고통의 극복으로 머무르는 게 아니라 정체성의 재구성이었습니다. 단 하나뿐인 유일하고 나다운 하나의 꿈을 따라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은 '단유나함 따꿈지기 이경연'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는 저자. 단순한 낙관이 아닌 시련을 통과한 이만이 발화할 수 있는 실천적 언어가 담겨 있습니다.
인생의 겨울이 남긴 다양한 선물은 참 많았습니다. 삶의 우선순위 재정립, 깊어진 관계, 일상의 소소한 기쁨에 대한 감사, 자신의 내면에 대한 더 깊은 이해... 이 모든 것이 역설적으로 암이라는 경험을 통해 얻은 선물들입니다.
고난이 어떻게 성장과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인생의 겨울이 남긴 것들>. 암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인생의 겨울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위기를 마주하는 새로운 관점과 지혜를 선사합니다.
모든 겨울이 그렇듯 가장 춥고 어두운 시간도 결국 지나가며, 그 겨울이 남긴 것들이 때로는 가장 값진 인생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