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며 다소 빨간 느낌이 드는 영화지만(실제로 포스터도 빨갛지만) 이 영화는 그런 이념적인 색깔은 빼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분단된 국가라는 공통점때문인지 더 흥미있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동독에서 살아가는 알렉스와 그의 가족들. 아버지는 서독으로 망명해 어머니와 알렉스, 누나와 살아간다. 어느 날, 알렉스는 베를린 장벽 제거를 주장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이를 우연히 목격한 열혈 공산당원인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쓰러진다. 이후 8개월 간 의식을 찾지 못하다 기적적으로 깨어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또 다시 충격을 받는다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 하지만 어머니가 의식을 잃은  8개월 간 독일은 통일되고, 동독도 서구문명이 물밀듯이 들어와 있는 상태. 어머니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아들은 그 때부터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고, TV 뉴스까지 동료와 만들며 거짓말에 살을 붙여가기 시작한다. 과연 알렉스의 거짓말은 탄로나지 않고 계속될 수 있을까?

  영화 속에는 이념이니 뭐니하는 색깔 논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든 엄마를 보호하려고 하는 아들의 따뜻한 마음만이 존재한다.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피클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나, 통일이 됐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서독에서 망명객들이 늘고 있다는 식의 뉴스를 만드는 모습 등이 코믹하지만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상황을 만들어줬다. 전체적으로 큰 갈등이 없고 무던하게 흘러가는 영화라 다소 러닝타임이 긴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통일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흡수통일보다는 연방제 통일 쪽에 마음이 혹한다만)

  오버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 마음에 들었던 작품. 엄마의 유골이 하늘에 뿌려지는 마지막 장면과 레닌 동상이 옮겨질 때 그것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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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9-1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정말 재밌습니다. 좋아하는 영화에요.

프레이야 2007-09-18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영화에요. 우리의 현실과 대비되어 더...

이매지 2007-09-18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보신 분들이 많군요 ㅎㅎ

순오기 2007-09-18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좋은 영화 베스트에 들어갈 만하죠.
우리가 분단국가라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또 다른 느낌일 듯...

이매지 2007-09-1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 홍보만 잘 했으면 은근 흥행했을지도 모르는데. 좀 묻힌 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간 007 시리즈를 많이 봐왔지만, top 5를 꼽으라면 이 작품을 빼놓지 않고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007 시리즈를 보다보면 비슷비슷한 줄거리가 다소 빤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악당이 워낙 매력적(?)이라서 그런지 다른 시리즈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시베리아에 가서 003의 사체에서 마이크로칩을 빼온 007. 그것은 영국의 한 방위산업체에서 만든 핵폭탄이 터져 자성파가 나와도 끄떡없는 마이크로칩을 똑같이 만든 것. 그 방위산업체를 인수한 프랑스의 기업가인 죠린이 인수한 뒤로 일이 터져 영국 정보부는 007에게 죠린을 조사할 것을 명하고, 그 와중에 실리콘벨리를 물에 잠기게해 자신의 마이크로칩을 비싸게 팔려는 죠린의 음모를 알게 된다. 007은 과연 죠린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시리즈에서는 오랫동안 악당이 진짜 노리는 것이 뭔지 나오지 않는다. 초반에는 경마에 관한 수수께끼를, 이후에는 바닷물을 이용해 뭔가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도무지 목적을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볼 수 있었다. 경마에 관련한 상황을 추적하면서 악당인 죠린의 출생에 관한 비밀(?)이 드러나고, 그것으로 죠린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설명해준다. (뭐 개연성은 별로 없어보였지만.) 

  차가 달리면서 뚜껑이 날라가 오픈카가 되는 모습이나 소방차를 이용한 추격전(그 와중에 금문교가 올라가 벌어지는 경찰들의 추적 실패), 그리고 죠린의 곁에서 그를 돕는 메이데이의 모습 등이 인상깊었던 작품이다. 주제가인 듀란듀란의 음악도 좋았고.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어색했던 로저 무어가 이제는 제법 제임스 본드처럼 보였는데 이 작품이 로저 무어의 마지막 출연작이다. 이후에는 티모시 달튼이 등장하는데 얼핏 봐서는 로저 무어 쪽이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에 더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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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촬영중인 인디아나존스가 촬영되지 않았더라면 인디아나 존스 마지막 시리즈가 됐을 작품. 개인적으로는 인디아나존스 시리즈 가운데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이다. 어린 시절의 인디의 모습에서부터 인디의 아버지인 헨리 존스 박사, 여기에 왜 '인디아나' 존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는지 등 밝혀주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있던 인디아나 존스의 사생활에 대한 수수께끼가 조금 풀린다. 인디아나 존스가 겪는 모험에 있어서도 다른 이야기보다 더 흥미진진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작품. 

  어린 시절 우연히 도굴꾼들이 콜로나도 십자가를 훔치는 것을 보게 된 인디. 하지만 콜로나도 십자가를 지켜내지 못한다.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된 인디는 다시금 그 십자가를 손에 넣기 위해 애쓰고, 결국 십자가를 손에 넣는다. 그런 고생(?)을 하고 대학으로 돌아온 인디 앞에 도착한 소포 하나. 열어보니 그것은 아버지가 성배와 관련한 조사를 적어놓은 수첩이었다. 한편, 인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어디론가 향하고, 그 곳에서 각종 유물을 수집하기 좋아하는 도노반과 만난다. 도노반에게서 석판을 참고해 성배를 찾아달라고 하며, 그의 아버지가 성배를 찾으러 가서 행방불명되었다고 얘기해준다. 성배보다는 아버지를 구하겠다는 생각에 모험을 떠나게 된 인디. 가까스로 아버지를 찾아내고 둘은 함께 성배를 찾기 시작하는데...

  스필버그 감독이 유대인이라 그런지 이 영화에서는 나치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다. 일단 나치가 성배를 손에 넣어 절대적인 힘을 갖고자 한다는 설정도 그렇고, 나치의 전당대회(?)에서 책을 불태우는 사건을 보여주기도 하며 나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은 '탐욕'에 대한 것이다. 성배로 물을 마시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점때문에 기꺼이 나치와 협력하고 자신의 배신을 합리화하는 사람들. 그리고 동굴이 무너져 떨어져 죽을 판인데도 성배에 손을 뻗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추악한지, 그리고 그 끝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전반적으로 박진감넘치는 구성이었지만 그런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코믹한 요소도 많이 심어놓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인디가 절벽에서 떨어진 줄 알고 절벽 밑을 내려다보며 슬퍼하는 아버지와 친구들의 등 뒤로 가까스로 살아 온 인디가 등장해 그들과 함께 절벽 밑을 내려다본다. 이 때 아버지는 옆에 있는 인디를 발견하고 "네가 죽은 줄 알았다"라고 하고, 이에 인디는 "저도 죽은 줄 알았어요" 이런 식으로 대꾸를. 그 뒤 아버지가 말을 타러 떠나자 인디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이를 본 아버지는 "다 왔으니까 이따 쉬어라"고 얘기하는 장면 등 대화가 재미있는 것보다는 상황이 주는 코믹함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덧)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리버 피닉스를 볼 수 있는 영화 중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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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9-16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메피님은 정아무개님의 댓글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실런지.
(보기나 하실까 ㅠ_ㅠ)
 

 

  처음 이 영화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편만을 공개한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총 3편의 작품 중 1편을 공개했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일까? 1편만 봤지만 세세한 배경과 잔잔한 이야기에 끌려 결국 영화까지 보게 됐다.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영화의 중심에는 타카키와 아카리가 놓인다. 1편에서는 둘의 초등학교-중학교 시절이 그려진다. 아직은 어리지만 둘 사이의 먼가 통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아카리가 중학교를 다른 지방에서 다니게 되며 연락이 끊긴다. 하지만 아카리의 편지로 둘은 다시 연락을 시작한다. 느릿느릿 편지가 오가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두 사람. 하지만 타카키도 전학을 가게 되고, 전학 가기 전 둘은 한 번 만나기로 하는데... 2편에서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타카키를 카나에라는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본다. 상냥하지만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 같은 타카키의 모습이 그려진다. 마지막 3편에서는 사회인이 된 후의 타카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끊임없이 아카리를 찾아 헤매는 타카키의 모습. 닿을 수 없는 두 사람의 모습이 엇갈리며 등장한다. 

  이 영화는 배경이나 음악은 영화같았지만 그 내용은 현실적이었다. 만약 더 영화같았다면 멀리 떨어져 지내는 두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겠지만, 이 영화 속의 두 주인공은 결국 만나지 못한 채 가슴에 서로를 묻어두고 아련한 느낌만을 간직할 뿐이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인 초속 5센티미터. 그 느릿느릿한 시간처럼 두 사람 사이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 간다. 며칠씩 걸리는 편지 교신, 만나기로 한 날 눈이 와 느릿느릿 가는 기차, 그리고 십 년이 지나도 아카리를 잊지 못해 추억을 더듬는 타카키의 모습이 마치 벚꽃이 서서히 궤적을 그리며 땅에 떨어지는 것 같이 아련한 느낌을 줬다. 


  영화를 보고 나니 신카이 마코토의 다른 작품들을 한 번쯤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별의 목소리>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그와 그녀의 고양이>과 같은 작품들도 접해봐야겠다. 극적인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렇기에 되려 내 마음에 돌 하나를 던져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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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8-2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등장인물들의 성장 후를 보면 남자는 분명 여자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노골적으로 보여지는 반면 여자는 거의 생각을 하는 듯 않하는 듯 하더군요.

이매지 2007-08-25 18:18   좋아요 0 | URL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결혼을 준비하는 여자 앞에서.
어쨌거나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메피님의 영향도 있어요 ㅎㅎㅎ

비로그인 2007-08-25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면 하나만으로도 짱먹을수 있는 애니.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강추합니다 :)

이매지 2007-08-25 21:52   좋아요 0 | URL
생각난김에 다운받아야겠군요 ㅎㅎㅎ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내가 본 작품들은 거의 최근 작품들 뿐이었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을 보면서 작품 자체의 재미도 있었지만 감독의 이후의 작품들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다소 단순한 스토리에 뭔가 촌스러운 느낌도 들었지만 환경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위기에 처한 바람 계곡을 구해내는 긴장감도 느낄 수 있었다.

  거대 산업 문명이 붕괴한 뒤, 황폐해진 대지와 썩은 바다로 뒤덮인 지구. 여기에 유독한 독기를 뿜어내는 부해까지 날로 확장되어 간다. 부해가 되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살아가기 힘든  상황. 그런 상황에서 아직 바람 계곡은 그나마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르메키아의 대형 비행선이 바람 계곡에 추락하게 되고 그 비행선에서 거신병의 알이 발견된다. (거신병은 불로 7일간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태워버렸다고 함) 얼마 지나지 않아 거신병의 알을 찾기 위해 토르메키아 함대가 오고 바람 계곡은 그들에게 점령당하고 만다. 거신병을 깨워 무기로 쓰려고 하는 토르메키아 군을 막기 위해 페지테국에서 오무 무리를 바람 계곡으로 보내게 되고, 나우시카는 오무의 공격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데...

  간단한 스토리지만 이야기는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이 저지른 실수때문에 점차 독에 잠식되어가는 지구. 그런 지구를 살려보겠다고 인간은 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경을 더 파괴하고 회복하지 못할 상태로 끌고 가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에 환경 회복은 이용될 뿐 실질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 한 걸음씩 멸망의 길로 가고 있을 뿐. 자연과의 공존과 정복, 그 선택은 인간의 몫이지만 책임또한 인간의 몫으로 돌아온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나우시카는 부해가 스스로 자연을 정화하기 위해 생겨난 것임을 알게 된다. 인간이 아닌 자연 스스로가 세상을 정화시키고 있었다. 자연을 마음으로 대하는 나우시카. 그녀의 진심이 분노에 찬 오무도, 차츰 부해에 잠식되가는 대지에 살고 있는 인간도 포용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약 20여년 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지만 현대 사회에 주는 교훈은 여전한 것 같다. <원령공주>랑 비슷한 느낌이라 <원령공주>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더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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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8-2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자키 애니의 첫번째로 감상을 했던 작품이고 아직까지 이 애니는 여전히 명작입니다.^^

이매지 2007-08-25 13:03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이랑 라퓨타를 꼽으시더군요.
라퓨타도 봐야할텐데 그건 또 언제 볼라나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