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초, <왕의 남자>가 개봉했을 때 더불어 다시 한 번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이 영화 <패왕별희>이다. <왕의 남자>에서는 두 광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패왕별희>에서는 두 경극배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비슷했지만 동성애적 사랑이라는 소재도 비슷했기때문이다. (물론, <왕의 남자>에서 <패왕별희>를 생각나게하는 공연장면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봤듯이 이 영화에서는 장국영이 패왕별희라는 경극에서 우희라는 여자역으로 등장한다. (모기처럼 앵앵거리는 소리로 코미디 프로에서 따라한 것을 많이들 봤으리라.) 하지만 영화는 장국영의 그런 우희로서의 모습도 볼만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린 소년 시절에 만났던 두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가 더 흥미로웠다. 군벌시대, 일본 침략 시대, 일본군 항복, 중국 공산당 시대 등. 두 남자는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며 질투와 사랑, 그리고 고통을 함께 한다. 섬세한 감수성이 담긴 데이의 이야기가 패왕별희 속의 우희와 오버랩되며 이어져가는 점이 인상깊었다. (물론, 샬로는 그런 데이를 보고 경극과 현실은 다르다며 너는 미쳤다고 이야기하지만...)

  중국의 현대사에 대한 이해와 경극에 대한 이해를 두 남자의 인생을 통해서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변태적인 동성애가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의 동성애. 겉모습은 남자이지만 어릴 때부터 여자의 삶을 강요당했던 데이의 모습을 보며 그가 겪은 비극적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잔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공리, 장국영, 장풍의.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그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이런 영화라면 깐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골든 글러브 외국영화상을 수상할만 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중국만의 색채를 가지면서 중국 이외의 나라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엇을 가진 영화였다. 영화도 길었지만 그 여운은 더 오래 남았던 것 같다.

- 2006년 6월 11일에 본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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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10-18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처럼 잘된 중국영화를 본적이 있던가...싶습니다. 장국영 정말 멋지구요.
저도 이거 dvd로 소장하면서 생각날 때마다 본답니다~^^

이매지 2007-10-19 02:26   좋아요 0 | URL
저도 CD 구워놓을까하구요 ^^;
장국영을 이렇게 영화에서나마
좋은 모습으로 볼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아요.
 
10월, 당신의 추천 영화는?

  TV에서 이미 많이 해준 영화이지만 제대로 본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반 정도 보고 나머지는 다음 날 보려고 했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끝까지 보고 잘 수밖에 없었던 영화였다.

  능력있는 은행가 앤디 듀프레인. 그는 아내와 그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정황상의 죄목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쇼생크에 수감되게 된다. 지옥같은 그 곳에서 그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교도소의 비공식 회계사로 활동하며 소장의 검은 돈을 세탁해주며 점점 그 곳 생활에 적응해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친한 친구도 모르게 그는 탈옥을 감행하고 자유를 맛보게 되는데...

  이 영화는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죄를 짓고 들어와 그 곳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던 그들도 시간이 지나면 쇼생크 밖에서의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수십년간 자유를 억압당하며 살았던 그들로써는 자유로운 삶을 맘껏 누릴 수 없게 된다. 많은 재소자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주인공 앤디만은 다르다. 그는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교도소 안에 도서관을 만든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살아간다. 심지어 그는 탈옥에 성공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앤디의 친구가 된 레드. 그는 묵묵히 앤디가 들어온 그 날부터 그를 지켜봤고, 결국엔 그의 친한 친구가 된다. 두 사내의 우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재미는 충분했다. (물론, 이 영화에는 그런 점들을 제외한 다른 점들의 재미들도 충분했지만.)

  벌써 이 영화가 나온지 10년이 지났다. 이 영화는 요즘 영화처럼 CG가 판치는 영화도, 그렇다고 스케일이 큰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안겨주는 것은 차라리 요즘 영화보다 더 나은 것 같다. 레드의 잔잔한 독백이나, 깊이감 있는 대사, 잔잔한 음악들은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맛을 보여준다. 괜히 몸집만 키운 그런 영화가 아닌 진짜 영화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내 가슴 속에 '최고'의 영화로 남을 영화. 몇 번이고 다시 봐도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영화였다. 살면서 또 다시 이런 느낌의 영화를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 2006년 6월 30일에 본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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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10-18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몇 번으로 봐도 질리지 않고 몇 번을 봐도 감동이 있는 영화^^

이매지 2007-10-19 02:30   좋아요 0 | URL
요새는 왜 이런 영화를 찾을 수 없는걸까요? ㅠ_ㅠ

네꼬 2007-10-18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재수 시절을 견디게 한 영화예요. 제가 처음 산 DVD 타이틀이기도 하고요. TV에서 할 때마다 또 보는 영화이기도 해요. 두 배우를 사랑하게 한 영화예요. 이젠 제가 이매지님과 더 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 영화가 되었어요.
:)

이매지 2007-10-19 02:3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영화보고 모건 프리먼의 매력에 빠졌어요.
원래 팀 로빈스는 좋아했는데 요새는 어째 좀 ;;
어쨌거나 네꼬님과 또 하나의 공통점이 생겼군요 :)
 

 그동안 숀 코네리의 제임스 본드를 만난 것이 어언 5편. 이번 편에서는 이번 편에 딱 한 번 출연하는 조지 라젠티라는 배우가 제임스 본드로 (나름대로) 열연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숀 코네리의 포스에는 미처 못 미치고 이전에도, 이후에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족적을 남기는 제임스 본드로 자리하게 된다.

  007 시리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본드의 여성편력이라 할 수 있다. 한 편의 영화 속에서도 본드는 대개 2~3명의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본드는 모처럼만에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다. 앞서 언급한 독특한 족적은 바로 제임스 본드의 결혼이다. 물론, 이전 시리즈에서도 본드는 일본에서 결혼을 한 적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위장결혼일 뿐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된 결혼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그 상대는 유럽 최고의 범죄조직인 드라크의 딸인 트레이시. 본드가 범죄 조직의 두목의 사위가 된다니 뭔가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어쨌거나 본드는 '정말로' 트레이시와 사랑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그 사랑은 아름답게 끝나지는 못하지만...

  이번 영화의 배경은 스위스이다. 언제나 배경을 잘 이용하는 액션때문에 본드는 이번 영화에서는 스키와 봅슬레이까지 선보인다. (대체 못 하는 운동은 뭔지) 알레르기 연구소에 몰래 가문학자로 위장하여 들어가서 세균전을 저지하는 본드의 활약은 물론 볼만하지만, 역시 제임스 본드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탓에 영화의 재미는 반감된 느낌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시리즈에 비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 어쨌거나, 뭐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죠지 레전비가 연기한 본드에 부족함을 느꼈기에 그가 이 영화 한 편만 찍고 끝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편에는 모처럼 숀 코네리가 다시 등장하니 다시 한 번 즐겨볼까나.

  덧)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스키 추격씬이 아닐까 싶다. 뭐 액션씬은 그거말고 달리 생각나는 것도 없고.

2007년 1월 17일에 본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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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속에 자리잡은 조그만 마을 도그빌. 평온하고 사람답게 살고 있는 듯한 이 마을에 그레이스라는 한 여자가 갱들을 피해 도망쳐온다. 갑작스러운 이방인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2주간의 탐색 끝에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하지만 그녀를 쫓는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여 그녀를 찾는 현상 포스터를 붙이고 도그빌의 사람들은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다. 폭력, 성적 학대, 지나친 노동. 그레이스는 이 모든 것을 묵묵히 감당하며 참아내지만 결국 탈출을 결심한다. 하지만 탈출은 실패하고 그녀는 개목걸이에 무거운 쇠까지 매달고 다니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들이는 것인지를 모른 채 갱들을 마을로 불러 들이는데...

  이 영화는 영화이지만 연극적인 요소가 많았다. 마을의 집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평면적인 모습, 혹은 집 내부의 모습만 존재한다. 무대에는 벽이나 문은 가상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또한, 각 장이 나눠져있어서 시작 부분에서는 그 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간단히 요약되고, 배우들의 대사도 물론 있지만 나레이션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점들때문에 영화를 보고 있지만 마치 객석에서 연극 한 편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선한 의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그레이스가 도그빌 사람들을 접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리고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다고 생각한 도그빌 사람들이 점점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살펴보며 어느 공포영화보다 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잔인함이나 추악함이 얼마나 심해질 수 있는지, 집단은 얼마나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했다. 다소 긴 러닝타임이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인 물이 썩듯이 조금씩 썩어가는 도그빌의 모습은 짧은 시간에 담아내기엔 부족함이 많을 것 같았으니까.


2006년 12월 26일에 본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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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저 무어에 이어 새롭게 본드로 등장한 티모시 달튼. 그동안 제임스 본드가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뭔가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이 애써 고급스러운 척하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로저 무어 쪽이 내가 생각하는 제임스 본드 이미지에 잘 맞았던 것 같지만(역시 최고는 숀 코네리!) 티모시 달튼도 인기도 대단했다고하니 역시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혹자는 부드러운 제임스 본드라고 티모시 달튼을 평하기도 하더라) 아, 그리고 제임스 본드 뿐만 아니라 그동안 본드와 알콩달콩(?)한 느낌으로 등장했던 머니페이도 이번 시리즈부터 배우가 바뀌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소련의 고관인 코스코프는 영국 정보부에 소련의 장군인 푸쉬킨이 영국과 미국의 스파이들을 암살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며 영국으로 망명을 원한다. 이를 돕게 된 007. 이 과정에서 코스코프를 저격하려는 여자 저격수를 발견해 원칙에 따르자면 사살해야했지만 그녀는 저격수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가벼운 상처 정도에서 끝낸다. 본드와 영국 정보부 덕택에 코스코프는 무사히 망명하고, 본드는 여자를 추적하기 시작해 저격수였던 여자가 사실은 첼리스트고 코스코프의 애인임을 알게 된다. 코스코프에게 데려다준다는 핑계로 여자와 함께 길을 떠나는 제임스 본드. 명령에 따라 푸쉬킨을 제거하기 위해 애쓰던 본드는 마침내 푸쉬킨을 대면하게 되고, 그와 대화를 통해 코스코프가 군수업자인 휘태거와 손을 잡고 푸쉬킨을 제거하려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이에 본드는 코스코프와 휘태거를 쫓기 시작하는데...

  스토리 자체는 나름대로 풍부한 편이었지만 의레 007 시리즈에서 기대하는 액션이나 갖가지 과학 장비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들었다. 사실 007 시리즈를 보는 이유 중에 하나는 화려한 볼거리 때문인데 그런 부분음 많이 줄어든 대신 스토리로 승부하려는 경향이 보였다. 스토리 자체도 뭔가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건 같은데 다소 엉성한 느낌이 들어서 재미가 반감했다. 007 시리즈 가운데서는 중간 혹은 중하 정도 될 듯. 티모시 달튼의 첫 등장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리 좋지도 않아 다음 시리즈에서 좀 더 괜찮은 모습으로 나와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적응된 티모시 달튼보다는 어서 피어스 브로스넌이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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