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 현대의 지성 111
카를로 진즈부르그 지음, 김정하.유제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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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것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땐 솔직히 말해서 서문을 읽고는 기가 팍 죽어서 어렵다는 생각에 다 읽지않았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니 왜 그 때 이 책을 다 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표지에도 쓰여있다시피 이 책은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메노키오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비롯 촌구석에 사는 방앗간 주인이지만 글을 읽을 줄 알고, 여러가지 책들도 읽은 사람이다. 그는 책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자신의 생각과 결합하여 독특한 우주관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교회 세력에 반발하게 된다. 그의 우주관이라는 것이 우유에서 치즈가 나오고, 치즈에서 구더기가 나오듯이 하느님과 인간은 혼돈 속에서 나왔다는 다소 신성모독적인 것. 그 때문에 그는 종교재판소에서 이단으로 찍혀 심문을 받게 된다. 이 책은 메노키오의 독특한 우주관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가, 메노키오는 심문을 받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가, 그 당시 시대상은 어떠했는가 등을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왜 메노키오는 독특한 우주관을 가지게 되었는가!'라는 것을 이해시켜준다.

   요사이에는 출판되는 책들을 보노라면 역사에 대한 관심이 미시사쪽에 치중되는 듯 싶다. 그런 일련의 변화의 중심에는 이 책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메노키오라는 인물을 마치 현미경을 보듯이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미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 뿐만 아니라 나처럼 평범한 독자라도 이 책을 접한다면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일 듯 싶다.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로 잘 풀어나간 카를로 긴즈부르그. 그의 다른 저서들도 접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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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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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한 얘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왔는데, 어쩌다보니 이제서야 손에 잡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알다시피 우리나라로 귀화한 박노자라는 사람이다. 겉모습은 러시아인이지만, 국적은 한국인, 그리고 그의 마음도 한국을 아끼는 마음이 있기에 이런 목소리가 나올 수 있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누어져있다. 한국사회의 초상, 대학, 한국사회의 축소판, 민족주의인가 국가주의인가, 인종주의와 대한민국. 각 장을 읽어갈 때마다 혹 그가 너무 편파적인 시각에서 한국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를 찾으려 했지만, 책의 뒷표지에 쓰여진 홍세화의 말처럼 '그는 이방인의 눈을 가졌으나 그의 가슴은 한국인의 것이다. 뛰어난 우리말 능력으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내는 그의 글에 날카로움과 함께 항상 안타까움이 배어 있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차가운 이성과 따뜻한 정서의 아우름, 그를 갖게 된 것은 우리에겐 크나큰 복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뿐, 그가 편파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이 책이 출판된 것도 벌써 4년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 때의 한국의 모습과 지금의 한국의 모습은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가? 그가 책에서 비판한 내용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어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고 있고, 툭하면 군대 내에서의 구타문제는 떠오르고 있고, 여전히 시간강사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인맥을 바탕으로 한 관계들도 존재하고 있다.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다.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서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한국으로 귀화하고 싶어도 시험을 통해 걸러지는 사람들도 있다.

 작년에 학교에서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사진전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사진 속의 조선인들의 모습과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서 겹쳐지는 것은 왜였을까.

 이 책은 너무도 쓴. 하지만 한 번쯤은 먹어야 할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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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07-2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벌써 보셨군요. 이 사람 글빨은 알아주는데 그닥 재밌게 보진 못했어요. 날카롭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이매지 2005-07-23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카롭긴 한데 근거있는 날카로움이라서 자극은 되더라구요^-^;;
 
스페인 역사 100장면 - 가람역사 59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1
이강혁 지음 / 가람기획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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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시리즈(한권으로 보는 어쩌고 시리즈)가 그렇듯이 이 책 또한 간단간단하게 전체적인 흐름을 잡기에는 좋은 책이다. 수업의 부교재로 쓰이는 책이라 시험기간이 닥쳐서 읽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잡기에는 그럭저럭 도움이 됐다. 물론, 흐름잡기에 좋다는 말은 세부적인 내용은 아쉽다는 것이지만...

 이 책에는 비단 스페인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내용들도 간혹 포함되어 있어 잠시 머리를 식혀갈 수 있게 해주었다.(문화에 관한 것이라고 해도 역사 안에 포함되서 설명되는 거였긴 하지만.)

 스페인의 역사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서 나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역사 속에 등장하는 왕들의 이름이 워낙 비스무레해서, (뒤에 붙은 숫자만 다른 경우가 많아서.) 이걸 외워서 시험을 봐야 하는 나로써는 참 괴롭지만.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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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대한민국 트렌드
LG경제연구원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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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그리 멀지 않는 미래에 대한 예측서이다. 2010년. 앞으로 5년 뒤. 그리 가깝지도, 그렇다고 마냥 먼 것도 아닌 때의 이야기. 이 책 속에서는 현대의 시대상과 변화상을 통해서 미래를 예측해보고 있다. 물론, 트렌드라는 단어 자체가 '논리적, 추세적으로 가까운 시일에 나타날 것이 유력한 현상을 의미'한다는 서문에 나오는 말처럼 이 이야기는 '유력한' 현상인 것이지 100% 일어날 일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되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서 미리 준비하고 대비한다고 해서 손해보는 일이 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은 소비트렌드, 산업트렌드, 사회문화트렌드, 인구트렌드, 경영트렌드, 국내 경제 트렌드, 글로벌 트렌드로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챕터마다 적절한 예시를 들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보다 트렌드에 대해서 자각하기 쉽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방면에는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나도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현재의 경제적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줬기 때문에 거리감도 덜 했던 것 같고.

 어찌되었건간에, 현재의 시대상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더불어 몇몇 익숙치 않은 개념에 대해서 간단히나마 설명되어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트렌드들이 5년 뒤에 어떠한 모습으로 어느 정도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인지. 두고봐야 알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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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선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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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스스로를 '책에 미친 바보' 즉. 간서치라고 일컫는 이덕무의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중의 한 사람인 이덕무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연암에 대해 쉽게 풀어 쓴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과 흔히 북학파라고 묶여지는 이들이 등장하는 '방각본 살인사건', 그리고 정민 선생님이 지은 '미쳐야 미친다' 등의 책에서 잇달아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이덕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궁금해져서 그의 글을 찾던 도중에 이 책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 속에는 이덕무의 글들을 자화상, 내가 책을 읽는 이유, 문장과 학풍에 대하여, 벗 그리고 벗들과의 대화, 군자와 선비의 도리, 자연과 벗을 삼아 등의 일정한 주제로 묶어 보여주고 있다. 쉽게 풀어썼다기보단 단순하게 한문으로 쓰여진 것을 한글로 옮겨놓은 것이고, 각주의 경우에는 책의 하단에 실은 것이 아니라 한가지의 이야기의 마지막에 한꺼번에 실어놓아서 읽으면서 불편함이 있었다. 게으른지라 책을 넘겨가면서 각주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터라...이야기의 끝에 역자가 참고라 하여 간단하게 역자의 생각을 적어놓은 부분은 책의 이해에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어찌되었건간에 책의 편집 자체에 불만이...하지만 부록에 실린 이덕무의 연보나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설명은 마음에 들었다.

 책 속에서 이덕무의 문장을 하나씩 접해가면서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부모에 대한 효를 행하면서도 이것이 부족함을 죄스러워 하는 모습, 벗에 대한 마음가짐 등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대나무처럼 꼿꼿한 그의 모습에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술을 마시기 위해서 책을 파는 모습이나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준 단 음식을 뺏어먹은 박제가를 꾸짖어달라고 쓰는 편지글에서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조금씩 문장의 행간을 파악하면서 이해를 해야되서 그런지 읽기에 버거운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인간 이덕무와 그가 살았던 시대상(정조시대의 서얼기용이라던지, 문체반정과 같은 여타의 사건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은 미숙한 한문학 실력에 뒤에 실린 한문의 원본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랄까...아, 어서 한문공부에 박차를 가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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