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사무실 이사가 있었다. 같은 건물에서 사무실을 서로 바꾸는 좀 특이한 이사였다. 새 사무실은 옛 사무실 보다 층수가 낮아서 좋다! 책이 들어올 때마다 끙끙거리며 책을 올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던지 생각하면 너무나도 기쁜 일이다.(이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없고, 가파른 계단이 끝없이 이어져있다!) 그리고 공간이 좀 더 아담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옛 사무실은 불필요한 공간이 많았고, 아무리 청소하고, 정리해도 늘 정신없는 느낌이었다. 대신 공간 자체가 좁아졌기 때문에 개인공간이 줄어들었고, 책을 쌓아놓을 공간이 부족하여 정리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결국 책을 다 옮겨오지 못하고, 일부는 옛 사무실 창고 공간에 그대로 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갖고 내려오기로 했다.) 

이사를 마치고, 짐들을 정리하고, 개인 공간을 다시 일하기 좋게 세팅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책 옮기느라 혹사당한 온 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고, 사무용품들을 찾기 위해 구석구석을 뒤지기 일쑤였고, 바뀐 공간에 적응하지 못해 자꾸만 헛손질을 하고는 머리를 긁적이곤 했다. 



무엇보다 막내기자가 일을 정리하는 통에 내가 맡아야 할 일상 업무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조금 어설프고, 미덥지 못했지만, 한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엄청났다. 갑자기 늘어난 업무량에 적응이 안 되어서 며칠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와중에 편집장님께서 새로운 제안을 하셨다. 기자 역할을 맡아보면 어떻겠냐고? 사실 여기로 일터를 정하면서 처음에도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었다. 예전 일터에서 간혹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자, 취재나 편집에는 관심이 없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영업일이 더 좋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 대답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일도 물론 재밌고 좋을 것이다. 편집일도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재미를 느끼고 또 잘 할 수 있는 일은 영업일인 것 같다. 



한가지. 글쓰기에 대한 욕심 때문에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실 처음 출판계에 들어올 때는 편집이나 취재가 더 하고 싶은 일이었다. 주어진 일을 하다 보니 영업일을 하게 되었고, 뒤늦게 시작한 탓에 아무것도 모르고 무조건 덤벼들었다. 좌충우돌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서서히 나만의 방식을 익혀가게 되었다. 뭐 지금도 영업자로서의 나는 미숙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 일이 재밌다. 맨 땅에 헤딩해가면 익힌 하나하나의 사소한 노하우들이 자랑스럽다.(선배들이 들으면 우습겠지만.) 


사람의 욕심을 끝이 없다. 아무래도 자꾸만 글 쓰는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꿈틀 올라온다. 하지만 버스 지나가고 손 흔들어봐야 소용없다. 이제 막 재미를 붙인 이 일을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생각될 때. 또 다른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리라 마음먹고 들뜬 마음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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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1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3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9-1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네임이 넘 이뻐요. 감은빛.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요? 출판사에서 일하시나요? 예전에 직업중 가장 대단하고 또 대단한 분야는 영업직이라고 직원들과 결론내린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님 대단하세요^^

감은빛 2010-09-13 12:58   좋아요 0 | URL
감은빛이란 필명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지난 번에 블랑카님 글에 댓글로 적었듯이 실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구요.
감은빛은 짙고 윤기나는 검은색을 뜻하는 순 우리말입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어감이 좋아서 쓰고 있어요.

영업도 종류가 많잖아요. 저는 뭐 그리 대단한 영업을 하는 건 아니구요.
그저 책이 좋고, 사람 만나는 게 좋다보니 그럭저럭 하게 되더라구요.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0-09-12 0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3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9-1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한 사무실에서는 회사가 더 번창하기를 바래요. 이번 주에 이사예정이었다면 비때문에 곤혹스러웠겠어요. 지겹네 비가 내렸네요.... 출판마케팅의 한기호씨도 영업직으로 성공한 케이스였지요. 전 그 분 열정시대인가 뭐가 읽었었는데, 창비시절부터 마이다스의 손이더라구요. 감은빛님의 영업이야기 하니깐 갑자기 그 분이 불쑥 떠오릅니다. 술은 안 하시나요?

감은빛 2010-09-13 13:10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비가 엄청 많이 왔죠.
덕분에 파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책잔치는 취소되었다고 들었어요.
홍대 '와우북페스티벌'은 비 때문에 하루일정이 모두 취소되기도 했구요.

한기호 소장님은 무척 유명한 선배님이시죠.
술은 가끔씩 합니다. 저녁에 아이를 돌봐야 할 일이 종종 있어서 자주는 못하구요. ^^

lo초우ve 2010-09-14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짙고 윤기나는 검은색이었군요 ^^
좋은직업 가지셔서 부럽네요 ^^
난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거든요 ㅋ
감은빛님 새로 옮김 사무실 잘 적응하시구요,
그곳에서도 더 큰 대박 낳으시길 바래요 ^^
오늘도 홧팅~!! ^^

감은빛 2010-09-15 14:53   좋아요 0 | URL
아, 별로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출판계에 들어올 생각이라면 말리고 싶어요.
가정주부는 참 어려운 직업(물론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요!)입니다.
제가 몇 달간 아이 돌보면서 집안일 해봐서 잘 알아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티 안나고, 돌아서면 할일이 산더미죠.
이 땅의 가정주부들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lo초우ve 2010-09-16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하하하하하~~
맞아요 ^^
여자들.. 아니, 엄마들 그리고 가정주부들..
정말 대단한 직업입니당 ^^
그래서 타고 나는것 아닐까 생각되어요 ^^
여자들 남자들 각자 맡아서 할일들.
여자는 집안살림 잘하고 내조 잘하고
남자는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정지키고...후훗 ^^

감은빛 2010-09-17 07:07   좋아요 0 | URL
저는 김두식 선생처럼 집에서 가정주부 하는게 꿈입니다.
아내가 돈만 잘 벌어다준다면 그렇게 살고 싶어요! ^^
 

이포댐(정부측 주장은 '보'라고 하지만, 규격으로 보아 '대형댐'이라고 불러 마땅함!)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3분의 투사(염형철 처장, 장동빈 국장, 박평수 위원장)가 오늘 스스로 내려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부랴부랴 뉴스를 검색했다. 오늘 오후 5시반쯤 내려와서 곧바로 경찰에 연행되었다고 한다. 기습적으로 이포보 상판 교각을 점거한 지 41일 만이고, 법원으로부터 하루에 한 사람당 300만원(하루밤에 900만원)의 벌금과 함께 퇴거명령을 받은지 11일만이다.(계산해보면 9천9백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과 퍼붓는 빗줄기와 몰아치는 바람을 피할 곳이라고는 공사자재를 덮어놓았던 천을 이용한 임시 천막뿐이었다. 끼니때마다 선식과 물만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문명의 온갖 혜택과 동떨어진 생활을 해왔다. 철사와 노끈을 재활용하여 실과 바늘을 만들어서 손상된 현수막을 수선하고, 자가발전 손전등을 개조하여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등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참 놀라운 적응능력이다! 

3명의 투사들 중에서 염형철 처장님과 장동빈 국장님은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다.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새만금 투쟁때부터 몇 차례 함께 활동했던 경험이 있고, 술자리를 가진 적도 있다. 지난 주 이포댐 현장 상황실을 방문했을 때, 먼 발치에서나마 망원경을 통해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건강해보여서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손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온 몸으로 4대강 사업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그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주지 못하는 내 입장이 못 견디게 싫었다. 

이들이 이포댐에 오르는 날 낙동강 함안댐(역시 정부 주장은 '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댐'이다!) 공사현장 타워크레인을 점거했던 2명의 투사들(최수영 처장, 이환문 국장)도 있었다. 이들은 농성 20일만에 태풍 '덴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2003년 태풍 '매미'때는 전국의 타워크레인 57대가 쓰러진 적이 있다. 태풍이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우려하여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이들을 설득했다. 눈물을 머금고 고공농성을 철회한 2명은 경찰에 구속되었지만 삼일 후에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석방되었다.(48시간 구금 원칙 위반!)

이포댐에 비하면 함안댐의 상황은 무척 열악했다. 이포댐 투사들이 점거한 교각 상판은 그래도 안정적인 구조물이었지만, 함안댐 투사들이 점거한 타워크레인은 맘편히 몸을 쉴 수도 없는 불안정한 공간이었다. 이들은 용변문제도 원활하게 해결하기 어려워 하루 한끼 선식과 물로만 생활했다. 

함안댐에서는 수영이형과 친분이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현장활동을 함께했다. 처음 고공농성 소식을 접하고 함안댐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사람 중 한 명이 수영이형이란 얘길 들었을 때, 혹시 경찰의 무리한 강제진압으로 인해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걱정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중에 수영이형의 아들이 멀리서 아빠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사진을 보았을 때, 나도 갑자기 딸아이 생각이 나서 울컥 눈물이 나올 뻔 하기도했다. 

이번 환경연합의 함안댐, 이포댐 점거 고공농성은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실제로 1년 넘게 공사가 진행되었고, 이미 수많은 환경파괴가 자행된 시점에서 반대의견만 무성했을 뿐, 어떤 구심점으로 힘이 모아지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루어진 직접행동이었다. 이들의 고공농성 덕분에 온 국민의 시선이 다시 4대강 공사현장으로 모아졌고, 농성현장을 찾는 발길도 많아졌다. 

비록 이들의 요구사항들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상황에서 내려온 것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이제부터 더 큰 싸움을 준비해나가기 위해 일단 건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늘 이포댐 투사들을 설득시켜 내려오게 했다. 

글쎄 개인적으로는 자꾸만 새만금과 천성산의 아픔이 겹쳐져서 마음이 무겁다. 4대종단(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을 대표하는 성직자들의 목숨을 건 3보1배 행렬이 부안을 출발하여 서울까지 도착했을 때와 지율스님께서 목숨을 건 4차례의 단식을 이어갔을 때에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물며 이명박 정부가 지금 귀를 기울여 줄 것인가 생각해본다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2008년 들불처럼 번져갔던 촛불 보다 더 큰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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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9-0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해야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해야 싸울 수도 있고,
건강해야 촛불도 켤 수 있고,
건강해야 희망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희망을 가져도 좋을진 알 수 없지만,
지금...무엇에 우선하여 건강들은 챙기셔야 합니다.

저도 미욱하나마,그 분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pjy 2010-09-02 09:35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말씀에 완죤 동감입니다! 건강하셔야 됩니다!

양철나무꾼 2010-09-02 10:36   좋아요 0 | URL
태풍에 큰 피해 없으신지요~
지난 밤 비에...전 참 엉뚱하게도...
그분들 다행이다,아 다행이다...
마음을 쓸어내렸습니다.

감은빛 2010-09-02 10:59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pjy님,
네, 옳은 말씀입니다. 몸이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단식투쟁을 제일 싫어합니다.

오늘 오후 3시에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있는 날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봅니다.

아, 저도 새벽에 창문 점검하고 다시 누우면서 똑같은 생각했습니다.
미리 내려와서 참 다행이라고......

yamoo 2010-09-02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에게 두표~!

감은빛 2010-09-03 12:56   좋아요 0 | URL
그럼 저도 두표~! ^^
 
날 보러와요.

 무슨 자신감에선지 모르지만 어릴때부터 글쓰기는 늘 자신있었다. 중학교때는 교내 백일장에서 상도 받았다. 고등학교때는 교지에 글이 실렸고, 대학에서는 학보에 몇 번인가 기고글을 썼다. 

 환경운동단체 활동가로 일할때는 성명서나 보고서 등을 쓰느라 밤을 지새웠고, 가끔 원고 청탁을 하는 대학 학보에 글을 보내곤 했다. 웹진에 글을 써보기도 했고, 예전에 몸 담았던 잡지에 글을 싣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글을 잘 써서 이렇게 많은 기회들이 주어졌다기 보다는 그저 글의 성격에 맞는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혹은 운이 좋았기 때문에) 과분하게도 많은 기회들이 있었던 것 같다. 

 암튼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참 많고, 나는 아무래도 재주도 없고, 노력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까? 리더스가이드라는 독자 집단(커뮤니티)에서 처음으로 낸 단행본에 공동저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앞서 말했듯이 잡지나, 웹진에 글이 실린 적은 있지만, 단행본에 참여한 건 처음이다! 

막상 책이 나오고 나니,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함량 미달의 원고를 받아 책으로 엮어준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이다. 책을 읽을 때, 저자의 말을 보면 종종 '나무에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찾을 수 있는데,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렇다. 다른 우수한 여러 글들에 비해 내 글은 웬지 모자라 보이고, 그래서 굳이 몇 페이지 더 늘리는 바람에 나무가 더 희생당했단 생각이 든다. 

 부끄러운 건 뭐 이제와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어쨌든 첫 단행본 출간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키보드를 두드려 보기로 했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짐작 할 수 있듯이, 책에 대한 책이다. 이미 책에 대한 책들은 여럿 나와있다. 그 대부분이 유명한 분들이 쓴 책들이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서평꾼이란 단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에게 적용시키기에는 조금 민망한 단어다!)이 풀어놓은 책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히 서평을 모아놓은 책은 아니다. 

이 책의 부제인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이란 문장을 보면 낯선 단어인 '책세이'가 눈에 띈다. 쉽게 짐작 할 수 있겠지만, 이 단어는 책 과 에세이를 합친 신조어다. 책에 대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기존의 서평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그 안에 책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들어가 있다는 개념이다.(적어도 내가 이해하는 개념은 그렇다!) 

유명한 소설가나 평론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읽고 쓴 책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의 모음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용감하고 새로운 시도가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묘한 마음으로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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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8-2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겸손하시기는...쳇!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구...ㅜㅜ

감은빛 2010-08-25 22:31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을 하시나요?
스텔라님의 독창적이고 재밌는 글 읽고 참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멋져요! ^^

루체오페르 2010-08-26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서재에서 보고 왔습니다. 축하드려요,감은빛님~^^
저는 유명한 사람들보다 평범 일반적인 우리네 일상의 이야기가 더 좋더라구요.
대박기원 합니다!ㅎㅎ

감은빛 2010-08-26 10:4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저도 지금 다른 저자들의 글 읽고 있는데요.
루체오페르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에 대한 책들 중에서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8-26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행본 저자로 데뷔하신 거 축하합니다.
전에 즐겨찾기가 돼 있어 종종 와 봤는데, 최근엔 적조했습니다.ㅜㅜ
아이는 좋은 어린이집에 잘 다니고 있나요?^^

감은빛 2010-08-26 10:4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알라딘 서재를 그닥 성실히 관리하지 않은 제 탓입니다!
저도 한동안 종종 방문했었는데, 꽤나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네요.

큰 아이는 썩 좋은 곳은 아니지만, 평범한 곳에 잘 다니고 있구요.
이제 막 백일이 지난 둘째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데,(맞벌이라서요 -_-;;)
그 곳은 좀 맘에 안드는데,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때 어린이집 사건을 아직도 기억해주시고, 신경써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

stella.K 2010-08-26 11:36   좋아요 0 | URL
헉, 어린이집 사건? 무슨 일일까요?
맞벌이 하시눈군요. 힘드시겠어요.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무탈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yamoo 2010-08-2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글을 잘 써서 이렇게 많은 기회들이 주어졌다기 보다는 그저 글의 성격에 맞는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혹은 운이 좋았기 때문에) 과분하게도 많은 기회들이 있었던 것 같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 기회가 주어지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그릇이 준비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책의 필자셨군요^^ 감축드립니다!

감은빛 2010-08-29 03:38   좋아요 0 | URL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원했지만 결국 인연을 맺지 못했던 기회들도 많았겠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단행본 참여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글들을 다 읽어보았는데, 저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거든요. ^^

양철나무꾼 2010-08-29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속에 감은빛 님의 글도 있는 거군여,축하드려요~^^

감은빛 2010-08-30 11:3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꿈꾸는섬 2010-08-29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반갑습니다.^^
저 책 속에 감은빛님도 계신거군요.^^
축하드려요.^^

감은빛 2010-08-30 11:3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네, 부족한 글 하나로 참여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8-3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언니가 책 주신다고 하네여.
감은빛 님의 글도 같이 읽을 수 있겠네요...
축하드려염!

감은빛 2010-08-30 15:2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주말동안 다 읽었는데,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마녀고양이님도 이벤트 당첨 축하합니다! ^^

라로 2010-08-3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도 저 책속에 있군요!!!
받게 되면 님의 글도 읽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니 신기해요~.^^
축하드립니다.^^

감은빛 2010-08-30 15:2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주말동안 다 읽었습니다.
재밌는 글들이 많더라구요.
이벤트 당첨 축하합니다! ^^

비로그인 2010-09-0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여!
서재라고 떡 하니 만들어놓고는 글쓰기엔 자신이 없는 터라 리뷰는 거의 쓰지도 않는 저같은 사람은...감은빛님이 너무 부러울 따름이구요.
즐찾도 고맙구요^^

감은빛 2010-09-03 12:5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저도 리뷰는 많이 안쓰는 편입니다.
리뷰를 쓰려면 적어도 2번 이상 읽고 쓰는 편이기때문에
그렇게 읽는 책은 많지 않거든요.
부럽다니요? 마기님이 저보다 훨씬 더 글솜씨가 좋던걸요!
종종 놀러가겠습니다! ^^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 - 학벌없는 사회
학벌없는사회 외 지음 / 메이데이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녹색평론 발행인인 김종철 선생님이 가장 존경하는 철학자, 이반 일리치는 ‘학교를 교육의 장애물이라고 했다. 근대 교육제도로서 학교가 생기기 이전에는 누구나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갔다. 그러나 학교가 생기면서부터 지배계급이 주입시키고자 하는 것들만 학교에서 강제로 배우게 되었다. 게다가 의무교육 제도는 지배계급의 권력을 세습하는 가장 뛰어난 도구였다. 대다수는 학교를 나오고도 경쟁에서 뒤쳐져 낙오되고, 극소수의 선택받은 학생들만 살아남아 인정받는다. 일리치의 표현에 의하면 ’극소수가 따지만, 대다수는 잃게 되어 있는 복권을 강제로 구입하는 것‘이 바로 학교를 통한 의무교육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끔찍이도 학교를 싫어했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만 한다면 그게 어디 사람인가? 로봇이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는 수학과 과학을 참 못했는데, 성적이 나쁘다고 때리거나, 친구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도 남아서 마저 외우게 시키는 선생님들이 정말 싫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더 수학과 과학을 싫어하게 되었고, 중학교 1학년때 이미 그 두 과목을 다 포기해버렸다.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그 두과목을 진지하게 공부해 본 기억은 없다. 그렇지만, 나를 그렇게 괴롭혔던 그 많은 선생님들의 주장과는 달리, 나는 두 과목을 다 포기하고도 무사히 대학에 진학했다.(수학과 과학은 늘 꼴찌이거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이었다.)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였지만)나 중학교도 싫었지만, 가장 싫었던 건 고등학교였다. 선생님들의 일상적인 폭력도 싫었고,(지금 기준으로는 정말 놀랍게도 매일 성폭력 휘두르는 선생님들도 많았다!) 하루종일 갇혀있어야 하는 신세도 싫었지만, 가장 짜증나는 건,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태도였다. 학생들은 늘 등수로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었다.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어떤 식으로든 괴롭힘을 당했고, 성적이 좋으면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그런 부당한 방식을 견딜 수 없었다. 하루빨리 간수(선생님들)들이 지키는 감옥(학교)를 벗어나는 것이 꿈이었다. 가끔 탈옥(땡땡이)을 시도했다. 그래도 나는 별로 꾸지람을 듣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학 진학 가능’ 이라는 딱지가 나에게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제대하고 나서 다시 군대에 돌아가게 되는 꿈을 가끔 꾼다고 한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악몽이다. 나에게 그보다 더한 악몽은 고등학교에 돌아가는 꿈이다. 그만큼 나는 학교를 싫어했다.

 

오늘 한 권의 책을 읽었다. ‘학벌없는사회’가 지은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라는 책이다. ‘학벌없는사회’에서 일하는 여덞명의 필자가 교육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교육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들이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학교에 다니게 되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이들이 바로 몇 년만 지나면 학교에 다녀야만 하는 현실이 싫다! 그래서 대안학교를 알아보라고 주변에서 충고를 많이 하는데, 나는 솔직히 대안학교가 현실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거기에 우리 아이들을 보낼만한 경제력이 우리 부부에게는 없다. 보낼 수 없는데 어떻게 대안이 된단 말인가!

 

학교는 변해야 한다. 아니 없어져야 한다. 당장 학교를 없앨 수 없다면, 가장 큰 문제 - 경쟁을 부추기는 ‘학벌’을 없애야 한다. ‘학벌’이 결코 그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학벌’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책들을 부지런히 읽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찾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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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항하는가 -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국가의 정치를 거부하라
세스 토보크먼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멋진 만화책을 읽었다. 세스 토보크먼이라는 미국의 급진적인 예술가의 작품이다. <나는 왜 저항하는가>라는 제목에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국가의 정치를 거부하라’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표지는 강렬한 로우킥(자세를 보면 태권도의 옆차기와 비슷하기도 한데....)으로 건물을 부수는 여성의 뒷모습이 그려져있다. 느낌이 강한 표지다. 이런 표지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덕분에 어떤 만화인지 표지만 보면 딱 알 수 있다.

재밌는 것은 표지에 ‘뉴욕타임스 전격 연재 중단’이라고 눈에 띄는 표시가 되어 있다. 아마도 책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일 텐데, 보통 이런 건 ‘무슨 슨 상 수상’ 이라거나, ‘누구누구가 선택한 책’이라거나 그런 말이 붙어 있는데, 여긴 ‘전격 연재 중단’이라니. 그만큼 ‘쎈’ 만화라는 뜻일 게다. 아니나 다를까 뒤표지를 보면 제렐 크라우스 <뉴욕타임스> 전 아트 디렉터의 말이 실려 있다. ‘더 많이 실으려 했지만, 그의 작품은 너무나 급진적이었다.’ 라는 설명이다. 그의 직함에 ‘전’ 이라는 수식어가 왠지 맘이 쓰인다. 혹시 세스 토보크먼의 만화를 더 싣기 위해 애쓰다가 ‘짤린’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쯤 되면 어떤 내용의 만화인지는 얘기 안 해도 뻔하다. 국가(정치인들)가 싫어하고, 자본(기업인들)이 싫어하는 만화가 분명하다! 그리고 국가와 자본이 싫어하는 만화이므로, 분명히 진실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국가와 자본이 실은 얼마나 나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만화일 것이다!

그림은 아주 멋지다! 판화 느낌이 난다. 선이 굵으면서도 특징들을 잘 잡아낸 그림들이 아주 강렬한 느낌을 준다. 강우근 선생님 그림이 떠오르고, 이윤엽 선생님 판화도 떠오른다. 물론 그림체가 닯았다거나, 비슷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느낌이 닮았다는 뜻이다.

만화를 읽는 내내, 우리나라에도 이런 만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사만화나 풍자만화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대놓고 사실을 들춰내는 만화는 그닥 보지 못한 듯하다.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읽지 못했지만,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 선생님의 이야기를 그린 <나는 공산주의자다!> 라는 만화가 좀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내 바람은 이렇게 진실을 파헤치는 만화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가와 자본의 어이없는 미친 짓들이 참 많았다. 광우병 수입으로 인해 대대적인 국민 저항을 보여준 촛불집회와 언론장악 저지를 위한 촛불집회가 있었고, 기륭전자, 동희오토, 콜트 콜텍 등등 여기저기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은 무자비한 국가 폭력에 진압되었다. 용산참사가 있었고(5분의 철거민이 돌아가셨다!), 최근에는 천안함 사태가 있었다.(46명의 장병이 돌아오지 못했다!) 삼성 X파일 사태와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이 이어지고 있다.(황유미, 박지연씨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게다가 지금 전국을 삽질 으로 파헤쳐놓은 4대강사업이 벌어지고 있다.(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금만 시계를 더 돌려보면 한미FTA저지 투쟁이 대대적으로 벌어졌고(허세욱 열사의 분신이 있었다!), 이라크 파병반대의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김선일씨가 볼모로 희생되었다!)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치열한 투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농민들이 생존권을 외치는 것을 폭력으로 저지했고(전용철, 홍덕표 두 분의 농민이 방패와 곤봉에 맞아 돌아가셨다!), 포항에서는 건설노동자들의 파업을 또다시 짓밟았다.(하중근 열사가 곤봉에 맞아 돌아가셨다!) 이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눈물과 희생이 있었다.

이렇게 가만히 되돌아보니 참 우울해진다. 김규항에 의하면 참여정부라고 부르는 노무현 정권하에서 희생된 노동자와 농민 열사만도 23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 한분 한분의 고귀한 희생이 이제는 다 잊혀진 듯하다. 우울하다고 해서 잊어도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아니 우리는 그 장면 하나 하나를 다 기억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만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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