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lar Express      

                                              
                                                     Chris Van Allsburg

 

The Polar Express...

제목에서만도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책입니다.


크리스마스 전날밤 산타할아버지가 끄는 썰매의 방울소리를 기다리는 한소년이 있습니다.

그 소년은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을뿐만 아니라 특이하게도 썰매의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요.

그런 소년의 집 앞에 눈내리는 밤의 적막함과도 같은 기차가 도착하고 그 기차가 가는 곳은

북극이라고 합니다.

 


소년이 탄 기차안에는 시중드는 아저씨들만 있을뿐 온통 잠옷 차림의 아이들 세상이지요.


기차의 최종목적지인 북극..

아이들을 태운 기차는 절벽과 언덕을 구르기도 하고

빙산을 가로지르기도 하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드는 공장으로 가득차 있는 종착지에 도착합니다.

수없이 많은 요정들이 모인 곳에서 소년은 그렇게도 기다렸던 산타 할아버지를 만날뿐만 아니라 첫번째 크리스마스 선물의 주인공이 되어 그토록 갖고 싶었던 은방울을 선물받게 되지요..

 

 

산타할아버지의 썰매가 사라진후 기차안으로 돌아온 소년은 그만 주머니에 뚫린 구멍 때문에 은방울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미 기차는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 슬픔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아침, 크리스마스 트리 뒤에서 동생이 찾아온 조그만 상자속에는 이브때 잃어버렸던 바로 그 은방울이 산타할아버지가 남긴 메모와 함께 소년에게 되돌아 옵니다.


나는 은방울을 흔들어 보았지요.

그 방울 소리는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말씀하셨어요.

“어머머, 저런! 아까워라.”

“방울 소리가 나지 않는걸 보니 고장났나 보구나!”

아빠도 안타까워하셨어요.

참 이상하죠?

조금 전 내가 방울을 흔들었을 때,

아빠 엄마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셨나 봅니다.


옛날엔 내 친구들 거의 모두가 그 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그 친구들에게도 어느덧 방울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어 버렸어요.

내 동생 사라도 언제부터인지 그 아름다운 방울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지요.

나는 어른이 되고 이제 늙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방울 소리는 지금도 여전히 내 귀에 아름답게 울린답니다.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다 들리듯이......




북극을 꿈꾸는 사람들은 기차를 탈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 이성만을 믿는 사람들에게 북극은 이미 존재하지 않지요..

마찬가지로 기차도 정차해 주지 않습니다.


누구나 북극을 갖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무엇 때문인가 차츰 북극을 잃어버린 듯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귀에는 신비롭게 들리는 방울 소리 마저도 말입니다.

기차가 지나가는 길을 보십시오..하나같이 을씬년스럽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미 너무나도 멀리 북극을 떠나보냈는지도 모르겠군요..


1986년 Caldecott Medal을 수상한 Chris Van Allsburg의 대표작중 한권입니다.

북극으로 향하는 기차가 내뿜는 희뿌연 연기의 묘사나 기차에서 느껴지는 중량감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간이페이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오버되지 않은 담담함으로 표현되어져 있네요..

무엇보다 이 책의 압권은 실외장면에서 뿌려지고 있는 눈발과 빽빽이 들어찬 요정들을 위에서 내려다 본 장면이 아닌가 합니다.


세상사에 찌들어 살던 어른들에게..

누구나 순수한 동심을 지녔던 그 시절을 잠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참..이 책이 조만간에 3D Animation으로 나온다는군요..

Hero Boy의 목소리를 Josh Hutcherson과 Tom Hanks가 맡는다니 기대가 되는군요..


 

                                                   Polar Express, The

                                       포스터

 

저작권땜에 퍼오지는 못하겠고 이곳으로 가셔서 한번 맛보기 해보시길...

http://polarexpressmovie.warnerbros.com/

 

* 다음을 클릭하시면 아름다운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멋진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 쉰들러리스트의 주인공이었던 영화배우 리암 니슨(본명 : William John Neeson)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녹음된 전체 스토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The Polar Express 듣기)

 

200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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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넬 캐넌의  [베르디] [스텔라루나]와 함께 대표적인 3부작으로 유명한 책.

[베르디]가 뱀을, [스텔라루나]가 박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면 이 [바퀴벌레 삐딱날개]의 주인공은 엽기곤충인 바퀴벌레다.

뱀이나 박쥐, 바퀴벌레 같은 혐오적인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으로 보아저자인 자넬 캐넌은 독특한 가치관을 소유하고 있는게 분명한듯 보인다.

하은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이다.

 

 

어린아이의 관점에서 이름이 갖는 민족정체성에 대해 심리적인 부분에서 세밀하게 다룬 책인듯..

저자의 한국인 며느리를 이야기 소재로 택한 외국인이 쓴 책임에도 우리나라 사람이 읽기에 별거부감없이 잘 표현해 놓았다.

이와 비슷한 류의 그림책으로  미국에서 각광받고 있는 한국인 작가인 최양숙의 [내 이름이 담긴 병]이 있다.

 

보리에서 나오고 있는 [어린이 들살림 시리즈]의 최근작인 [뿌웅~ 보리방귀]에서도 '보리'에 관련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다루고 있는데

이  책 [보리밭은 재미있다]는 보리밭과 관련한 아이들의 놀이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리밭이 주는 느낌, 보리밭에 나있는 풀꽃,  깜부기로 벽에 낙서하기, 보리밭 사이에서의 숨바꼭질..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왠지 보리밭에서 놀면서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곁에서 들려오는듯 하다.

 

지난번 서점에서 읽혀주었을때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 구입했는데 역시 하은이가 자주 들고 온다.

모기가 왜 사람들의 귓가에 머물며 앵앵거리게 되었는지를 쌓아가는 형식을 통해 들려주고 있는데 단연 이 책의 압권은 마지막 구절..

"아직도 다들 나한테 화가 나있어?"

그러면 바로 나타나는 반응인 "짝~~"

하은인 이 마지막 반응에 거의 졸도한다. 책을 읽어줄때 그냥 밋밋하게 읽어주기보다 요 조그만 구절에라도 모기때려잡는 흉내를 내보라..

서아프리카에서 전해오는 옛이야기 그림책이란다.

 

얼마전 [별주부전] 연극을 본후 극과 관련한 책을 구입해줘야지 벼루다가 이번에 구입하게 된 책..

시중에 별주부전이나 토끼와 자라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어 있는 책들이 많이 있지만 [수궁가]는 아이의 입에서 불려나오는 판소리 CD가 곁들여져 있어 다른 어떤 책들보다 구미가 당기는 책이었다.

아직 하은이가(아니 어른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많이 나오지만 아이들은 어른과는 달리 이해를 하려들기 보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시스템인지라 판소리를 꺼려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미 하은이와 판소리 공연을 많이 봐왔던터라 어쩌면 낯설지 않게 접근할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지난해 갯벌을 다녀왔는데 관련책을 갖춰주지 못해서 늘 찜찜했었다.

늦어도 한참을 늦었지만 그래도...

이 책을 들여다 보면서 그래도 그 갯벌체험을 기억하는지 연신 이바구가 끝이 없다.

갯벌과 관련한 도감책들이 많은데 아직은 뭐 이 정도의 책으로도 만족한다.

 

 

200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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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2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난기 많은 눈 - 그림 속에 비밀이 가득
줄리안 로덴스타인.멜 구딩 엮음, 박순보 옮김 / 보림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미술.. 지금 딸아이를 보건대 매일 한번도 미술분야를 접하지 않고 지나는 날이 없을 정도이다. 펜으로 하는 스케치, 색종이 접기, 찰흙놀이, 색칠하기. 하여튼 미술이란 분야를 빼버리면 아이의 세계가 얼마나 삭막할까 싶을 정도로 늘 미술활동을 접하며 지낸다. 그리고 그 행동을 통한 즐거움도 적지 않다. 물론 아이였을 때의 나도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미술활동의 즐거움에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생의 행로가 정해지면서 차츰 순수한 의미에서의 미술활동이란 건 시간을 투자하면서 할 수 있는 그런 여유로운 것이 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삭막하게 살아온 듯 하다. 가끔 시험 점수 때문에 해야만 했던 미술활동은 즐거움은 고사하고 때론 성가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엄마에게 있어서의 미술은 즐거움이나 정화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장되어 버렸지만 내가 살았던 어린시절보다 더 삭막해져 버린 이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만큼은 미술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장난기 많은 눈」 이 책의 부제는 ‘그림 속에 비밀이 가득’이다. 그러나 원본의 부제는 ‘an album of visual delight'이다. 번역본의 부제는 책에 대한 호기심은 자극하지만 역시 이 책에 대한 요약은 원본의 부제가 더 정확히 표현해 놓은 듯 하다. 하지만 원서명인 ‘The Playful Eye’가 단순히 이 책을 '즐긴다'는 의미에서 제목이 붙여졌다면 번역본의 서명, ‘장난기 많은 눈’은 사람의 보는 것에 대한 행위가 가지는 생리적 의미와 내포적 의미를 복합적으로 포함하고 있어 좀 더 포괄적으로 책의 내용을 함축시켜 놓은듯 하다.

눈을 통해서 보여지는 것.. 하지만 이 책에 분류되어 소개되는 그림들은 하나같이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말하기라도 하듯 이면에 또 다른 이미지를 감추고 있다. 이 감추어진 이미지라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에 인간의 대뇌가 개입해서 관심있고, 이미 알았던 것 또는 보고 싶은 것에 대한 결과물만을 골라서 이해하고자 한다는 심리에 착안한 화가들이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재미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화가들이 왜 이런류의 그림을 그렸을까는 단순히 그림에서 느끼는 재미에 있을 수도 있을 테고

책의 내용중 ‘정치적인 풍자화’ 등에서 다루고 있듯이 세상의 변화와 정치적인 잘못을 비판하기 위한 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으리라. 이유야 어떻든 딸아이와 나는 8개의 소타이틀에 걸맞는 작품들을 하나씩 감상할 때마다 정말 작품 속에 감추어진 이미지를 발견하면서 무척 즐거웠었다. 금방 이미지가 안 들어올 때는 책을 멀찍이 한 채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기도 하고 위아래가 다른 그림에서는 책을 뒤집어 놓으며 그 달라지는 모습에 깜작 놀라기도 하고 여러 개가 섞인 모습에서는 책을 돌려가면서 하나하나 짚으며 헤아리느라고 끙끙대기도 했다. 이 모든 행위자체가 이전의 명화책들을 감상하던 자세와는 달라서 책을 통한 놀이를 하듯 즐기면서 책을 보았던 것이다. 그야말로 책의 제목인 ‘The Playful Eye’였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아~ 아이에게는 아직 무리겠구나’하는 편견을 가졌었는데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동안 엄마보다 더 궁금해 하고 다음 찾을 작품을 들여다보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의 모습 속에서 명화라는 게 깊이 있는 지식을 지닌 고매한 사람들의 감상거리가 아니라 비록 유아일지라도 그 아이들의 눈과 뇌를 즐겁게 하고 기대감으로 얼굴이 상기될 수 있도록 만들어 버리는 힘을 지닌 것이 진정한 의미의 명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때때로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정확한 감각을 지닌 존재임을 알기에. 저의 아이는 「장난기 많은 눈」을 접하기 전에 동출판사의 「미술속의 마술」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자주 봤었는데 같은 부류의 책으로 함께 보면 더 재미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본 아이들은 왠지 미술관에서 다른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그림을 옆에서 보려고 한다거나 위에서 내려다 보려는 등의 엉뚱한 자세를 취할 것만 같고 어른들은 눈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 각 사람의 이전 인지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해석에 따라 그렇다면 같은 대상을 보고 있더라도 보여지는 것은 제각기 그 사람의 심상에 따라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명화관련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기존의 명화책들이 해설을 덧붙인 유명 작품들을 단순 수록해놓은 데 반해 「장난기 많은 눈」은 감상위주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으로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참여할 수 있고 이전의 책들과는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제목에서처럼 비밀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덤으로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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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4-27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들중 진정 프로라고 할수 있는 님이 당선되니 저또한 너무 기쁩니다...
이책.........리뷰를 읽어보니......심하게 관심이 가지네요..^^

bluetree88 2004-04-27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책읽는 나무님..
저두 몰랐는데 어제 메일을 확인하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답니다.
알라딘에서 서평으로 마일리지를 받아보는건 처음이라 기분은 좋더라구요..호호~
이번에 시상방식이 바뀌면서 다른분들이 많이 추천해 주셔서 당선이 된것 같아요..
그냥 저대로의 글을 올리는데 마일리지가 따라오니 더 신나네요..축하인사 고맙습니다..*^^*

. 2004-04-27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배님 축하드립니다. 흑흑...5만원요~ 부럽슴다. 저같이 허접관람기 적는 인간은 절대 5만원 탈 리뷰 못씁니다. 참참...종이배님 다른데 만드신 종이배님 블로그 발견했씨유...^^

bluetree88 2004-04-27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N모 블로그 말씀이신가요?
안그래도 두집 살림하느라 힘들어 죽겠습니다..알라딘은 알라딘대로 그곳은 그곳대로
지인들이 드나드니 한곳으로 뭉칠려해도 팬들이 떨어질까봐서...(참..착각도 자유셔~)
인사고맙습니다..노피솔님도 멀잖아 5만원짜리 탈실겁니다..이곳에 노피솔님 팬들이 만만찮게 많다는 사실을 아는걸요..호호~^^

2004-05-03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어주는홍퀸 2005-02-0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보니 책 읽고싶어지는걸요~^^ 안녕하세요..전 얼마전에 알라딘가입하구 여기저기 둘러보고있어요..사진이 참 예쁘네요..그럼 또 놀러올께요~^^
 
반쪽이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9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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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겨울 밤이 무르익을 때면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들으며 잠들던 기억이 새롭다. 할머니의 그 이야기 보따리는 어찌나 풍성했던지 “또요..또요~”해도 자꾸만 새로운 이야기로 손주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셨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그 멀고도 머언 아주 오랜 옛날~~, 이렇듯 손주들이 이야기에 목달라 하는 마음에 애를 달구는 게 당신의 즐거움인 듯 한참을 뜸들이고서야 이야기는 시작되었지. 눈은 말똥말똥, 귀는 쫑긋~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 전개에 따라 손을 움켜쥔 채 숨을 꼴깍 삼키기도 하고 휴~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하면서 그렇게 겨울밤은 깊어만 갔었다.

내가 어렸을 적엔 옛이야기를 다룬 책이라고는 눈을 닦고 찾아봐도 없던 시절이라 오로지 입담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즉흥이야기를 의지 삼아 이야기의 재미를 즐길 수가 있었다. 그런 우리들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이야 옛이야기를 다룬 많은 그림책들 속에서 듣고만 싶으면 책장에서 빼내와 책을 읽으면 되는 일이지만 그런 문명의 이기 속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갑자기 서글퍼지는 것은 내용이야 훤히 알지언정 정작 우리세대가 가졌던 이야기에 얽힌 추억들은 갖지 못할 것이기에 옛이야기를 읽기는 하나 참 삭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선 그림책으로 접하게 되는 옛이야기 그림책들은 구술로 전해 듣는 이야기의 상상력에 비해 내용이 많이 축약되어지고 이야기가 산만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책을 편집하기 때문에 한 권의 책을 모두 읽지만 어딘가 모자란듯한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옛이야기 책이란 게 활자화된 그림책의 영역에 속하다 보니, 그리고 대상연령이 어린 아이들이다 보니 내용의 충실함 보다는 삽화로 전하는 내용의 전달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삽화란 게 정말 잘 그려진 그림이 아닌 이상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원래 지니고 있는 옛이야기의 맛까지도 떨어뜨릴 우려가 많다.

아직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에 옛이야기 그림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협소하여 아이에게 들려주고픈 이렇다 할 옛이야기 책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는데 몇 년 전 보림의 까치호랑이 시리즈와 웅진닷컴의 「두껍아 두껍아 옛날옛적에」, 보리의 「꼬불꼬불 옛이야기」가 출간되면서 아이들은 예전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그 옛이야기의 묘미를 책으로나마 즐길 수 있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시리즈중 「반쪽이」는 아이가 특히 좋아했던 옛이야기 그림책이다. 군더더기 설명이나 배경그림 없이 전할 내용에만 충실하고 있고 또 옛이야기가 지니는 전형인 반복구조를 띠고 있어 딸아이가 쉽고 재미있게 책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반쪽이」를 하은이에게 읽어주면서 내 나름대로 책을 통해 느낀 건데 만약에 할머니로부터 반쪽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반쪽이의 형상을 과연 어떻게 상상할 것인가?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도 다리도 하나, 입도 반쪽, 코도 반쪽이라는데..

처음 「반쪽이」를 읽을 때 아이는 반쪽이라는 어감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반쪽이라는 건 아무리 상상을 해보아도 제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책을 통해 본 반쪽이는 그리 심각한 모습이 아니다. 심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가다 보면 반쪽이의 용감함과 지혜로움에 반하게 되어 버린다. 게다가 반쪽이에게 닥친 위기상황은 반대로 유머러스하게 전환해 놓아 아이들은 코앞에 닥친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 채 배꼽웃음을 웃는다.

또한 이야기 말미의 영감딸을 업어가는 클라이막스는 반쪽이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남기기에 충분할 정도의 구성이 돋보인다. 반쪽이의 해결방법이 기발한데다 아수라장이 된 사람들의 모양새는 민화풍의 그림이 표현할 수 있는 과장과 재미가 녹아져 있어 반복되는 어구와 함께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내용을 추스르는 전형적인 끝맺음, 잘 먹고 잘 살았대.

옛사람들의 이야기엔 늘상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교훈이 저변에 깔려있어 아이들은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있는 동안 시나브로 착하고 어질게 살아야 함을, 그리고 효도와 우애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것이고 어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드러내어 훈시하지 않아도 옛이야기의 즐거움 속에서 은근히 내 아이가 그렇게 자라기를 바래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으로 바꾸어 놓은 옛이야기. 반쪽이의 이런 재미에도 불구하고 만약 나에게 그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예전 할머니가 꺼내 놓으시던 이야기 보따리 만큼은 지금의 그림책보다 훨씬 재미난 꺼리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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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14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날이야기가 그립다는 님의 말이 맛깔스런 님의 글만큼 정겹습니다.

waho 2004-04-1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 자기 전에 이모에게 반쪽이 애길 들려 달라고 졸르던 기억이 나네요. 왠지 반족이 애기가 너무 좋았던 기억이...

bluetree88 2004-04-1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의 이미지가 바뀌었군요..그동안 안들린 사이에 많은 변화들이 있어서 적응이 잘 안되려고 하는군요..돌아가신 할머니, 무척 보고 싶네요..^^

강릉댁님은 어릴적 반쪽이 애기를 들으셨나 보군요..전 하은이에게 읽어주려고 책을 고르기 전에는 이런 얘기가 있는줄 전혀 몰랐는걸요..할머니 못지않게 이모님도 이야기 보따리가 큼직하셨던 모양이네요..호호~^^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 벨 이마주 12
시마다 유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한 명성(?)만을 들었을 때 바무와 게로가 저는 하나의 이름인줄 알았었답니다. 그래서 구입예정 책 목록에 적을 때도 ‘바무와게로 오늘은~’ 이렇게 적었었지요. 서점에서 직접 이 책을 발견하고 내용을 읽었을 때 그때서야 두 가지의 캐릭터를 일컫는 이름인 줄을 알 수가 있었죠. 이렇게 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착각하는 일이 어찌나 빈번한지.. 그래서 얻게 된 습관중의 하나가 직접 책을 보고 확인한 후 구입하게 되는 습관이 들더군요.

서론이 길었는데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은 ‘바무와 게로’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시장보기’라는 일상의 경험을 개를 닮은 바무와 두꺼비를 닮은듯한 게로릍 통해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쁘게 꾸며놓은 책입니다. 우선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앙증맞음, 박스컷 형식의 그림을 통한 이야기 진행의 깔끔함과 단순함, 시장에 들어차 있는 온갖 가게들에서 볼 수 있는 볼거리들, 그리고 그것을 모티브로 파생돼 나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깃 거리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시장에서 만나는 여러 소재를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입니다. 야채가게 옆에 위치해 있는 ‘별난 가게’는 자리만 깔린 채 호두며 손거울이며 비둘기 모양 피리들이 주인(햄스터??)의 입에서 나오고 있고 ‘신나는 문열기’라는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독특한 모양의 문은 그 문을 열면 온갖 물건들이 나오는데 이 가게들은 현실의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상상속의 시장모습이 아닐런지요. 빈수레로 시장을 들어선 바무와 게로의 시장보기.. 뒷장으로 갈수록 수레에는 장 본 물건들이 하나 둘 쌓이고 이야기를 통해서 나왔던 물건들이 어느새 게로와 카이의 몸에 하나씩 걸쳐져 있지요.

시장보기와 관련한 그림책이 여럿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시장보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란 곳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상상의 세계(물론 실재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도 많지만)와 물건을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인 것 같습니다. 구석구석 등장하는 소품들을 아이와 함께 숨은 그림을 찾듯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또 아이는 무엇을 사고 싶은지 그것에 대한 대화를 나누어 보는 활동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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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i100 2004-11-1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배님의 리뷰를 읽고 아이에게 사준지가 벌써 5개월이 넘었는데,이때가지 전집이나 낱권으로 사준 책보다 가장 좋아하는 책입니다.심지어 사촌조카들에게까지 보여준다고 들고다닌 책이기도 하죠. 소중한 보물을 하나 얻은 기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