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공식 - 인생을 변화시키는 긍정의 심리학
슈테판 클라인 지음, 김영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어려운 책을 읽었다. 쉽지 않은 내용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부담이자 도전이다. 하지만 마지막장을 넘겼을 때 오는 앎의 크기과 만족의 포만감을 확인할 때면 읽을 때의 부담감은 어느새 산산조각 나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의학, 철학, 심리학, 물리학, 뇌과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이 한 권의 인문서는 책의 첫장을 넘기자마자 과학적인 용어들로 독자를 난사한다. '행복의 공식'이라는 편안하고 부담없는 책제목은 일독한 후의 느낌을 적용해볼 때 내용과는 다소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인문학에서 찾는 행복', ' 과학과 행복의 상관 관계' 정도가 책제목으로 적확하다고 여겨질 만큼 학술적 내용이 즐비하다. 하지만 고통이 큰 만큼 영광도 크다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세상의 속담을 위안 삼아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갖고 완독하기에 이른다.

  슈테판 클라인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행복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들어서도 변화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적 노력으로 행복을 지향하는 뇌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매우 다양한 과학적 실험을 소개하면서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뇌의 구조 및 각 기관의 역할, 수많은 인체 호르몬의 종류와 그 기능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책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과학 용어는 '앞이마뇌(전두엽)'와 '도파민'이다. 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와 책이 전달하는 내용과의 연결적 중요성과는 대개 비례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성경에서 '다윗'이라는 인물명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라는 사실 자체가 신의 구속사역에서 다윗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임을 자연스럽게 입증하듯이 이 책에서 앞이마뇌와 도파민을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는 것 또한 인간의 행복을 조정하는 가장 소중한 두 가지 기제임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불행은 부르지 않아도 온다. 그러나 행복은 노력을 해야만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공포나 분노 또는 슬픔은 외부세계의 위험에 대한 답변인 반면, 쾌적한 감정은 우리를 좀더 가치 있는 상태로 유혹하기 위해 자연이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p. 50>

  행복은 결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철저한 노력에 의해서 얻어질 수 있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행복에 이르는 길의 비밀은 결단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다"라는 달라이 라마의 명언으로 자신의 주장을 부연한다.

  간뇌와 뇌하수체의 역할과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호르몬의 방출 기작 등의 지루한 의학적 설명부터 '바람 피우는 이유', '담배 끊기 어려운 까닭' 등의 흥미있는 과학 이야기까지 시종 행복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사회적 담론들을 줄지어 기술한다. 책에 소개된 내용 중에 고개가 주억거리는 흥미있는 두 가지 테마가 있어 소개한다. 그 첫 번째는 <불행으로 이끄는 6가지 착각>이라는 테마로 행복에 대한 잘못된 인식 여섯 가지에 대해 소개한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착각 하나 : 만족을 행복으로 여기다.
사회심리학자 노버트 슈워츠(Norbert Schwarz)의 실험을 통하여 만족하는 것과 행복한 것은 다른 개념이며 이를 동일시하여 착각에 이르는 자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려주고 있다.
착각 둘 : 최고의 순간은 길수록 좋다.
미국 프리스턴 대학의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실험은 "뇌가 입력하는 것은 단지 감각적 느낌의 절정과 그 느낌이 줄어들기 직전의 마지막 몇 분일 뿐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을 입증한다. 결국 남게 되는 것은 마지막 인상이므로 뇌는 행복한 결말을 원한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꽤나 들뜬 파티에서 만약 가장 즐거운 순간에 집에 가겠다고 일어선다면 당신은 현명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예로써 설명한다.
착각 셋 : 최악의 상황은 미리 생각해두어야 한다.
비관적인 기대는 우리의 삶을 기억보다 더 심하게 일그러뜨린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사회심리학자인 빅토리아 메드체크(Victoria Medcec)와 앨런 파두치(Allen Parducci)의 관찰과 이론을 통하여 이를 확인시킨다.
착각 넷 : 행복에는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다.
"그저 행복하기만 원한다면 그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길 원한다면 그것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보다 더 행복한 상태로 상상하기 때문이다."라는 철학자 몽테뉴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는 사람은 지는 사람이라고 역설한다.
착각 다섯 : 질투는 당연한 감정이다.
"난쟁이는 언제 기뻐하는가. 자기보다 더 큰 혹을 달고 있는 다른 난쟁이를 보았을 때."라는 동유럽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의 속담을 인용하여 인간 안에 깊숙이 스며있는 질투의 감정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러한 만족은 지속되지 못하며 "나폴레옹은 카이사르를 질투하였고,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질투하였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아마도 헤라클레스를 질투하였을 것이다.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를 말이다."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의 말을 인용하기도 한다. 더욱이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인 에펙테토스(Epiktetos)의 악담을 예로 소개하며 질투라는 감정이 당연한 감정이라는 공식을 차단하는 논지를 펼친다.
착각 여섯 : 사회적 성공이 행복을 보장한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을 위시한 많은 나라들에서 발표된 논문 150여편은 한결같이 동일한 결과에 다다른다고 말한다. 돈은 만족을 가져다주지만 그 효과는 아주 미미하다는 것이다. 월급 액수가 몇십만원 또는 몇백만원 더 올라간다는 것은 일반 샴페인과 그해 최고의 샴페인을 마시는 것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 다시 말해서 그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위와 같이 여섯 가지 행복에 대한 착각을 언급한 뒤 이에 대한 탈출구 두 가지를 연이어 소개한다. <다른 사람을 모델로 삼지 말라>와 <행복 일기 작성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선사하는 것이 무엇인지 본인 스스로 알아내야 하며 인생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해 동일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님을 설파하면서 이 테마를 마무리한다.

 
두 번째 테마는 <심리적 만족을 위한 마법의 삼각형>이다. 저자는 각 나라의 행복지수를 1인당 소득(구매력평가환율 기준)을 기준으로 개발도상국, 선진국으로 구분하여 도표화한다. 돈과 행복 사이의 아이러니, 미국 펜실베니아주 동쪽의 작은 도시 로제토시의 발전 과정, 경쟁보다는 연대의 중요성, '나-주식회사'보다 공동체 인식의 중요성, 신뢰에 기반을 둔 시민의식, 실업이 가져오는 무기력, 자기결정의 축복, 민주주의의 강점 등 다양한 소주제를 통하여 삶에 대한 심리적 만족을 이루는 마법의 삼각형을 설명한다. 정리하자면 '시민의식', '사회적 균형',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 이 세 가지가 한 사회 구성원들의 심리적 만족감을 이루는 마법의 삼각형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테마 외에도 행복에 대한 소중한 지혜의 양식이 많이 담겨 있다. 처음 책장을 넘길 때 뇌의학 참고서가 아닐까 할 정도로 전문적인 뇌지식이 소개되다가 호르몬의 종류와 역할로까지 설명이 이어진다.  대입 수험생에게 과학 과외를 시키듯 호르몬 이야기로 일관하다가 다양한 동물적 실험을 소개하기도 한다. 또한 고대 철학자들이 주장한 명언에 반기를 들기도 하며, 책의 말미에는 정치학과 사회학까지 망라하고 있다. 이 책은 '행복의 공식'을 설명하기 위해, 엄밀히 말하면 '입증'하기 위해 뇌의학에서부터 사회학까지 이르는 인문학 전 분야를 두루 경유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중국인들이 100년을 기다렸다는 베이징올림픽이 개막했다. 웅장한 개막식과 화려한 성화 점화보다 더욱 내 관심을 끄는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선수단 입장 장면이었다. 두 시간이 넘게 204개국에 달하는 각국의 선수단이 입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지구상에 정말 많은 나라가 있고 각기 다양한 환경과 여건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204개국 중에서 단연 흥미있게 다가온 나라가 있었는데, 남태평양의 자그만 군도 바누아투 공화국이었다. 30만이 되지 않는 인구와 1인당 GDP가 고작 1500달러밖에 되지 않는 열대성 기후의 이 자그만 최빈국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라고 한다. 덥고, 조그맣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바누아투 공화국의 국민들은 왜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자신있게 주장하는 걸까. 왜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들일까. 그 이유는 행복의 본질이 외연이 아닌 내포에 존재하고 있는 가치이기 때문이 아닐까. 경제적 가치 위에 있는 행복이라는 소중한 비밀을 천착키 위해 『행복의 공식』은 꼭 필요한 책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내용 자체가 전문성이 많아 쉽게 읽히는 책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초반부의 과외 수준에 이르는 의학 참고서와 같은 지난한 터널을 통과할 수만 있다면 중후반부터 이어지는 달짝지근한 행복학 개론과 조우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초중반의 지루한 의학 담론이 전혀 필요없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철저한 과학적 실례와 논리적 입증을 토대로 구성된 책이기 때문에 앞부분의 쓴맛과 뒷부분의 단맛을 균형있게 섭취해야 이 책이 선사하는 영양분을 제대로 소화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는이의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밋밋한 정보의 전달밖에는 되지 못한다. 이에 대한 부담을 느낀 탓인지 저자는 행복을 찾아나서는 길에서 가장 중요한 연습은 바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임을 책의 말머리에 강조해놓는다. 굉장히 유의미한 문장이다. 지구상에는 60억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따라서 행복에 이르는 길 역시 60억 개가 된다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행복의 공식을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본질을 내재하고 있는 게 아닐까. 행복에 이르는 공식은 바로 자기 자신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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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놀라운 발견 - 시간의 미스터리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시간사용설명서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인류에게 '시간'만큼 많은 호기심을 선사했고, 수없이 천착했던 주제가 있을까. 《시와 진실》에서 괴테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잘만 사용하면 언제나 시간이 충분했기에 나는 때때로 2배 3배의 일도 해냈다. 시간은 무한히 길며 채우고자 한다면 정말 아주 많이 들어갈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시인 에르베 바진은 다음처럼 쓰고 있다. "강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물이 흐른다. 세월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간다." 시간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인간으로부터 가장 농밀히 사유되고, 연구되며, 조명되어 온 인류사 최고의 뜨거운 감자임에는 틀림없다.

  시간에 대한 천착은 비단 과학뿐만 아니라 철학, 문화, 예술, 종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각도에서 이뤄지고 있다. 고대 철학자들에서부터 뉴턴을 넘어 아이슈타인을 거쳐 스티븐 호킹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향한 천재들의 스킨십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그리도 시간이라는 범우주적 물질(물리학적 차원에서 '물질'이라 칭하자)에 대해 쉼없는 관심을 발산하는 걸까. 왜 인간은 시간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할 수밖에 없는가.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에 대한 인간의 특별한 관심은 정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인간의 현재적 '수준'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현존의 우주를 '3차원의 우주'라고 언급한다. 1차원은 선으로, 2차원은 면으로, 3차원은 공간으로 이뤄진 세계다. X축·Y축·Z축으로 이루어진 3차원의 세계에 2차원 이상의 시간 흐름이 조화될 수 있는 우주가 바로 4차원이다. 하지만 인간의 과학은 아직 시간의 1차원을 초월하지 못하고 있다. 일관되고 도도하게 흐르는 시간의 1차원 안에 구속된 인간의 모습은 왜 그토록 시간이라는 물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유럽 최고의 학술칼럼니스트 슈테판 클라인은 시간의 비밀을 찾아 나섰다. 그의 이전 저서인 『우연의 법칙』이 숙명론적 세계관을 송두리째 뒤바꿀, 우연을 향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줬다면, 또한 『행복의 공식』이 인생을 변화시키는 긍정의 심리학을 심어주었다면, 『시간의 놀라운 발견』은 인류사 최고의 과학적 딜레마이자, 예술적 명제이자, 의문 기호의 집대성인 '시간'을 향해 떠나는 흥미진진한 지적 탐험서다. 이 한 권의 인문서는 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의 솔깃하면서도 기막힌 이야기를 저자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흥미있게 서술한다.

  저자 슈테판 클라인과의 만남은 두 번째다. 이 책을 읽기 전 그의 명저 『행복의 공식』을 통해 그가 과외 수준의 학구적 설명을 즐겨하는 학자임을 경험한 바 있다. 이 책 또한 뇌의학과 심리학, 철학과 물리학을 망라하며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소개된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전문 과학 용어로만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적어도 『행복의 공식』보다는 훨씬 수월한 용어와 문체로―최대한 평이하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시간을 탐구했던 과학자들의 실험 사례를 소개하는 것에서부터 인간과 시간 사이의 특수한 관계 등 시간에 대한 흥미롭고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즐비하다. 더욱이 시간에 대한 과학적 사실만을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라 시간을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방법까지 일러줌으로써 읽는 이의 앎의 폭을 배가시킨다.

  책 속의 내용 중에서 몇 가지 재미있는 부분을 발췌하자면,
  지금까지 알려진 측정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 단위는 레이저 광선이다. 원자의 특성을 재기 위하여 학자들이 만든 레이저 광선은 빛의 임펄스 중 가장 짧은 것은 몇 아토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토초는 100만 분의 1초의 100만 분의 1초의 100만 분의 1초, 다시 표현하면 0.000000000000000001초다. 이것이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를 알고 싶다면 어처구니없는 비교를 해야 하는데 1아토초와 1초의 관계는 1초와 우주의 나이와의 관계와 같다고 할 정도니 혀를 내두를 만 한 시간의 범위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여행할 때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갈 때보다 돌아오는 길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런 체감은 영화를 볼 때에도 마찬가지다. 같은 영화를 처음 볼 때와 두 번째 볼 때 체감적으로 느끼는 시간의 흐름속도는 확실히 다르다. 이는 우리가 시간으로 느끼는 것이 사실은 정보의 양이며 의식적으로 지각하는 감각적 자극들만이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렇다. 다시 말해서 기억 속에서 우리의 시간 감각은 정보의 양에 의거하여 재구성되며 그 경우 시간의 길이는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할수록, 변화를 많이 경험할수록 길게 느껴진다. 저자는 이에 대해 몇 가지 실례와 사진 샘플을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한편 후반부에서는 신체의 리듬과 지각과 사고의 메커니즘을 고려한 효과적인 시간 활용법 여섯 가지를 소개하고 있어 자못 도움이 된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⑴ 시간활용 1단계: 시간을 스스로 결정하기
스트레스는 자신의 시간에 대한 주도권 상실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생활 가운데 최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⑵ 시간활용 2단계: 생체 시계 맞추기
인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생체 시계에 의해 조절되기 때문에 자신의 타고난 특성을 잘 파악하여 삶의 방식을 생체 시계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⑶ 시간활용 3단계: 여유 만들기
여가는 해야 할 일이 없을 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할 일이 있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주민들이 한가롭게 거닐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정신 건강을 가늠할 수 있다."   - 미국의 철학자 세바스티안 데 그라치아
⑷ 시간활용 4단계: 현재를 인식하기
지각을 연마하는 사람은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되며, 이런 훈련으로 그 사람의 시간 경험은 변한다. 두뇌 속에서 지각을 조종하는 시스템은 즐거움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깨어 있는 지각은 시간을 연장시킬뿐아니라 기분을 고양시킨다. 즉 현재에 집중할 때 가장 행복하다.
⑸ 시간활용 5단계: 집중 배우기
집중은 배울 수 있으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비결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더 많이 통제하는 것이다.
⑹ 시간활용 6단계: 원하는 것 하기
일의 속도는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달려 있고 집중력은 동기에 좌우되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안다면 과제를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책의 말미 <더 읽기> 카테고리에서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시간을 어떻게 천착했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거울을 이용한 손전등 실험과 탑의 위아래에서 중력 차이로 발생하는 빛의 일그러짐 실험을 통하여 아인슈타인 일생의 기념비적 발견이자 인류 과학사 이래 가장 큰 획을 그은 이론이라 할 수 있는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또한 '열역학 제2법칙'의 원리도 함께 소개한다. 물리학에 대한 대학 전공 수준의 지식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프레의 동굴 심험을 시작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이르기까지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시에 시간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까지 알려주는 폭넓고 균형이 잘 잡힌 인문서다. 저자가 설명하는 수많은 문장들은 단 한 가지 본류적 명제로 정리된다. 반드시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이렇게 쓰고 저렇게 써야 한다는 상투적 내용의 자기계발서의 가벼움을 원했다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시간에 대한 소중함과 신비성을 과학적 체계로 알려주면서 철저한 실험 논거로 이를 부언하고, 더 나아가 왜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만 하는지를 논지하는 깊이있는 책이다. 바로 그 '깊이'를 원하는 이들에게 살포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미 100년 전에 절대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간은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 경험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시간은 명확하게 흐른다. 과거에서 미래로 도도하게 흐르는 시간의 우주적 메커니즘은 과히 절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우주로부터 한 개인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대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시간의 힘을 발휘하는 역동성은 천차만별이며, 바로 이 차이로 인해 세상의 수없는 성공과 실패는 가름된다.

 

2008년 8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이달의 책 선정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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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8-08-1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축하드려요~^^ 다윗님!

마늘빵 2008-08-18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

다윗 2008-08-1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 뒷북님, 아프락사스님, 고맙습니다. ^^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 장하준의 경제 정책 매뉴얼
장하준.아일린 그레이블 지음, 이종태.황해선 옮김 / 부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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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 업무차 춘천에 갔을 때 회식자리에서 거래처 바이어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현재 한국의 완제품 TV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유럽에서는 LG의 엑스캔버스 PDP TV나 삼성의 파브 LCD TV는 최고급품으로 대우받아 굉장히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SONY는 이제 더이상 삼성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어리둥절하게 시작된 철강회사 포스코는 이미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가 되어 있다. 비단 TV뿐만 아니라 반도체, 휴대폰, 철강, 조선 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대기업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을 뽐내고 있다. 세계 최고급 품질의 브랜드를 국내에서 저렴한 가격에 고민하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한국 소비자들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축복받은 백성이라는 게 거래처 바이어가 주장한 내용의 요지였다.

  그렇다면 불과 50년 전만 해도 식민 지배와 전쟁으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어떻게 그토록 짧은 기간에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초일류기업을 여러 개 거느리는 산업국가가 될 수 있었을까. 자본주의가 시장의 논리를 극대화로 지배하는 작금의 세계 경제의 성질을 통찰한다면 이러한 질문은 매우 유의미한 것이 될 수 있으리라.

  현재 삼성,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은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일류 대기업들이다. 이러한 한국의 일류기업들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국가의 철저한 보호주의 정책 아래에서 탄생했다. 결코 옳다고 말할 수 없는 박정희식 개발독재 시대를 시작으로 국가주의 경제정책으로 빛을 본 것만큼은 엄연한 사실이다. 국가가 유치산업을 적극적으로 보호 장려했고, 외국 선진기업들의 국내 진입을 적절히 통제했으며, 보조금과 지원 정책으로 받쳐 주었기에 한국의 대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굴지의 초일류기업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실례로 필립스의 핀란드가 그랬고, 도요타의 일본이 그랬으며, 르노의 프랑스가 또한 그랬다.

  하지만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로 불리우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첨병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경제를 발전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에게는 그와는 배치된 논리를 요구한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 논리는 이미 선진국이 된 국가들에게만 이익과 패권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당시의 패권국가 영국을 향해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고 비난하며 "정상의 자리에 도달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뒤따라 올 수 없도록 자신이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아주 흔히 쓰이는 영리한 방책"이라고 꼬집은 이유가 바로 이러한 신자유주의자들의 앞뒤가 안맞는 비겁한 행동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25년간의 신자유주의의 포효는 현대 자본주의의 완전한 체제로 부각되고 있을 정도로 매섭다. 그렇기에 신자유주의에 대해 '아니오'를 외친다는 것은 정확한 통찰과 발군의 용기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이미 수차례의 논문과 저서를 통해 신자유주의 체제의 허와 실에 대해 날카롭게 꼬집어 왔다. 그의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의 많은 모순과 내밀한 속성에 가려져 있는 허구성을 정확하고 날카롭게 파헤친다. 더욱이 현재 선진국이라 일컫는 산업국가들의 경제 발전 역사에서 신자유주의 논리와 상치되는 정책이 비일비재했음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들이 왜 '나쁜 사마리아인'이 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한다.

  신간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는 장하준 교수가 덴버 대학교 국제대학원 아일린 그레이블 교수와 공동 집필한 책이다. 이 책은 전 저서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연장에 놓여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선진국의 경제 개발 역사 속에 내재된 반신자유주의 노선을 파헤치며 그들의 논리가 어불성설이었음을 입증하는 교과서였다면, 이 책은 한 발 더 나아가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요컨대 신자유주의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며, 동시에 적절한 대안책까지 내놓은 균형있는 경제정책매뉴얼이라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이 흥미롭다. 1부에서는 기존의 신자유주의 노선들을 몇 가지 정책에서 '신화'로 설정하면서 '그릇된 신화 -> 신화의 내용 -> 신화의 기각'의 구성적 형태로 논리를 도출한다. 신자유주의는 그릇된 신화에 불과하며, 그 내용은 어떻게 되고, 왜 그 신화가 '기각'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2부에서는 다양한 신자유주의 담론들을 소개하며 이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관점과 반대 입장로서의 기각, 그리고 정책 대안의 형식으로 풀이한다. 이러한 구성은 신자유주의 시각과 이와 배치되는 저자의 관점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적이고 일목요연하다.

  만약 이 책이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만 일관했다면 그리 매력적인 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기존 논설의 답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미 장하준 교수는 몇 권의 저서를 통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 담론을 수없이 논지한 바 있다. 책 제목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라는 강렬한 문제제기는 이 책이 다양한 부문에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한다. 무역, 산업, 민영화, 지적재산권, 외국 은행 차입, 포트폴리오 투자와 외국인 직접투자, 국내 금융 규제, 환율과 통화, 중앙은행과 통화 정책, 그리고 정부 수입과 지출을 포괄하면서 대안과 해법을 제시한다. 

  더욱 이 책이 와 닿는 것은 경제학자로서의 겸손함이 묻어 있다는 점이다. 어떠한 경제 정책이든 지구상 모든 국가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 특정 국가에 어떤 정책이 적절한지는 그 나라 고유의 조건들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싱가포르에 적합한 정책이 있고, 한국에 알맞은 정책이 있으며, 멕시코에 적절한 정책이 있는 법이다. 신자유주의가 모든 나라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예찬을 늘어놓는 '시카고 보이스(Chicago boys)'들과 장 교수는 격이 다르다. 자신이 주장하는 경제 논리가 무조건적인 절대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기호와 특성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음을 전제하는 장 교수의 고백은 겸손한 경제학자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분명 대세다. 작금의 세계 경제는 힘에 의해 좌우되는 정글의 논리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에만 함몰되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계화의 물줄기 속에서 어떻게 해야 부흥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 국민의 행복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강국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위정자들의 지혜와 땀흘림이 모아져야 할 때다. 비판과 분석을 넘어 대안과 실행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다시 발전을 요구'하며 기존의 주류 시각에서 벗어난 비주류 시각으로 세계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통찰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미래까지 엿보는 장하준 교수의 작업에 작은 경외를 표한다. 이런 경외의 연장에서 이 책의 가치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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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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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독교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섬기기 시작한 교회를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중간에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끝내 이탈하지 않고 한 교회를 섬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담임목사님의 영향이 컸다. 평소 목사님의 목회관과 인간미에 강한 매료를 느낀다. 우리 목사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대언자로서 설교관이 자못 인상적인데, 현재 선포하는 설교가 자신의 마지막 설교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훗날을 기약하며 아껴두는 설교가 아니라 지금 현재에 충실한 '마지막' 설교. 목사님의 설교관이 이렇기에 성도들의 마음가짐 또한 특별하다. 오늘이 아니면 목사님의 설교를 다시는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전심을 다해 듣는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는 설교가와 지금 듣는 설교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 경청하는 성도들. 이러한 전파와 수용의 아름다운 조화를 기반으로 우리 교회는 소소하면서도 모범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인간으로부터 강한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 마지막 여행, 마지막 식사, 마지막 사랑, 마지막 파티 등 '마지막'이라는 세음절의 어휘가 주는 어감은 특별하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여태까지 지속되어 왔던 것의 중단을 의미하며, 동시에 이젠 더 이상 실행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현재적 상황을 강조할 때 사용되지만, 미래에 맞닥뜨리게 될 상실을 전제한다는 차원에서 '슬픔'을 내포한다. 근원적으로 '마지막'은 슬픈 단어다.

  『마지막 강의』는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후 인생의 마지막 강의를 실행한 카네기멜론대학 랜디 포시 교수의 강연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 랜디 교수는 가족을 남겨두고 죽음 앞에 직면한 한 남자의 우울한 현재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힘있는 긍정으로 꿈과 희망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요소들에 대해 강의하는 저자의 목소리에는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한 인간군상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의 동영상을 시청했고, 오프라 윈프리 쇼와 ABC 등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 책은 결국 자기계발서의 전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진실하라", "최선을 다하라", "열정을 가지라", "포기하지 마라", "겸손하라" 등. 이런류의 주문들은 이미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이 접하지 않았던가. 별반 다를 것 없는 전형적인 자기계발류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특별한 점은 자신의 세 아이들로부터 훗날 기억되고자 하는 아버지의 여망에 있다. 책 속에서 자주 소개되는 어린 세 자녀에 대한 저자의 사랑 고백은 잊혀질지도 모르는 아버지로서의 근심과 희망이 동시에 드러나 있어 웅숭깊다.

  살아있을 시간이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을 말기 암환자가 자신의 제자들 앞에서 꿈과 희망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경이롭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타인을 가르치는 자로 살아온 교육자로서의 의무감이 활자 속에 깊게 배어 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과거를 재료삼아 미래를, 무료한 현실보다 당찬 꿈을 설파하는 랜디 교수의 외침은 감사를 모르고 살아가는, 그리하여 최소한의 꿈과 기회조차 놓치는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들어야 할 목소리일 것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또 들었던 자기계발의 상투적 내용과 매끄럽지 못한 번역이 다소 아쉽지만 죽음의 직면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가족과 타인에게 꿈과 희망을 얘기하는 랜디 교수의 열정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아내와 세 자녀를 너무 사랑하면서 자신의 제자들과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긍정을 전하는 한 중년 교수의 '마지막' 강의.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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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됐다
마쓰후지 타미스케 지음, 김정환 옮김 / 원앤원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은 대략 두가지로 가름된다. 당분간 미국의 헤게모니가 흔들리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하나이며, 조만간 미국 패권주의의 대단원은 막이 내릴 것이라는 게 다른 하나이다. 수많은 경제전문가들과 미래학자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며 대립되어온 토론 주제이기도 하다. 일반 대중들 또한 미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 대부분 긍정과 부정으로 나눠 분리되는 분위기다. 과연 미국의 경제 헤게모니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현재를 보자. 미국 경제의 현재성은 어느 누가 뭐래도 세계 최강이다. 14조 달러에 이르는 GDP 규모는 물론, 주식 시장의 거대한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 주식 시장의 30배이고,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나이지리아 주식 시장의 5,000배에 달하는 규모다. 작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는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으며, 그 여파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일본 경제는 열이 나고, 한국 경제는 자리에 앓아 눕는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은 아닌 것이다.

  물론 미국 경제의 안정성과 건강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 상황이다. 서두에 언급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두가지의 상이한 목소리는 미국 경제 속에 내재된 은밀한 속성과 앞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어떻게 천착하느냐에 따라 갈라지기 마련이다. 일본의 투자 전문가 마쓰후지 타미스케는 자신의 저서 『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됐다』를 통해 이젠 더 이상 미국 경제의 미래에는 희망이 없음을 선포한다. 저자는 달러와 뉴욕다우지수가 곧 폭락할 것이라 예견하며 거품 경제의 붕괴 이후 건전하고 탄탄한 경제 구조를 만들어왔던 일본 경제야말로 희망이 있는 경제임을 역설한다.

  저자는 'BRICs'로 불리는 신흥 경제 대국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들 신흥 경제대국의 부흥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얼마 가지 못해 붕괴될 것이라 예견한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쟁상대는 오직 미국뿐임을 강조한다. 더욱이 세계 제조업의 23%를 장악하며 미국에 맞서는 21세기 경제 패권의 핵, 중국의 존재감을 외면한다. 공산당 정권의 비투명성과 한계를 논거로 하여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무게감을 애써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논지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이 1조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를 가지면서, 매년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쌍둥이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굳건히 서나갈 수 있는 배경에 중국의 대미 달러 정책이라는 연원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 경제계에 주지된 정설이다. 또한 최근 중국의 GDP 규모는 일본을 앞질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권에 진입했으며, 금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해엑스포를 통해 국제적 부흥과 발전을 꾀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쇼비니즘이 몸에 베어 있는 중국인들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더욱 무섭게 국제사회에서 패권주의를 꾀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중국의 현재적 주소를 재단하면서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빈곤할 뿐이다.

  중국에 대한 견해차를 제외하고는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투자에 있어 기존의 상식과 배치된 논리를 주장하고 있어 자못 솔깃하다.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 오르는 것은 경제의 상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금리가 오를 때 주가도 오른다면서 기존의 경제 질서를 전복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분석까지 겸하고 있어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든다. 또한 'GSR(Gold/Silver Ratio)', '빅 픽처(big picture)', HGX(PHIX Housing Sector Index)', '강세 일치(bullish consensus)' 등 왠만한 경제전문가도 알지 못할 비주류 지표들을 소개한다. 더불어 이 지표들을 통해서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 유무를 적용해 볼 수 있음을 제시한다.

  저자는 시장을 파악하는 지표로 5가지를 신뢰한다고 언급한다. GSR, 강세 일채, 금리의 전환기, 빅 픽처, HGX가 바로 그것들이다. 이중에서 GSR 지수와 주식 시장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흥미롭다. GSR이란 은시장의 상승세를 가늠할 때 사용되는 지표 중 하나로 금가격을 은가격으로 나눈 지수이다. GSR의 수치가 '100'에 가까워질수록 금이 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고, 은은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는 얘기다. 반대로 이 수치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은이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30년간의 통계에서 GSR 수치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이변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던 데이타를 소개한 대목은 매우 신선하다. 

  그 외에도 일반적인 투자 관련책을 통해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을 적잖이 소개한다. 주식과 펀드를 위시한 재테크에 관심있는 자에게 좋은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용어와 수치를 자주 인용하여 일반인들이 정확히 수용하기에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너무 일본의 시각에서만 투자를 조명하고 있어 한국의 주식 시장과 경제 환경에 다소 어긋나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금광산업에 대한 자신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면서 금·은, 현물, 금광주에 대한 강조만을 일관되게 주장한 부분은 투자 시장의 일반성을 훼손시킨다는 측면에서 성급한 일반화가 아닌지 조심스럽기도 하다.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생각과 판단으로 자산가가 되는 사람은 없다. 저자는 일간되게 설파한다. 상식적으로 행동하다 모두 함께 저 멀리 사라져갈 것임을.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비상식이 승리가 되고 상식이 패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특유의 비범한 타이밍 감각으로 인해 굴지의 부자들은 탄생되었다. 조지 소로스, 워렌 버핏, 짐 로저스, 에릿 스프롯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비록 투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채 주관적 논지 피력에 그친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미국 경제의 어두운 미래상에 대한 구체적 조망과 이를 근거로 일본 경제에 희망을 내다보는 저자의 관점이 흥미로운 책이다. 또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비상식적 사고와 타이밍이라는 점을 곱씹게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충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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