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자회견한다고 한국이 망하냐?"

 
<현장> 경찰 FTA집회 무차별 진압, 부상자 속출

경찰의 과잉진압이 극에 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2차 본협상이 열리는 신라호텔 앞과 서울 장충 체육관 주변에는 29개 중대 3천여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돼 10일 오전 9시로 예고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의 기자회견을 원천봉쇄했다.

경찰은 14일까지 나흘간 계속될 시민단체의 협상 저지 활동의 첫 시작을 알리는 시민비상시국선언에 폭력적 진압을 시도함에 따라 향후 이에 따른 논란과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3천여명 배치, 방패 휘두르며 무리한 폭력진압

경찰은 오전 7시부터 신라호텔 앞 횡단보도부터 '특별경계구역'이라는 이유로 기자회견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경계구역이 아닌 장충체육관 앞에서의 기자회견마저 막아섰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세 차례 진압을 시도,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표단과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까지 방패를 사용해 현재 수십명의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돌은 오전 8시30분 민주노총 유세차량이 신라호텔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곧바로 유세차량을 둘러쌓기 시작, 9시를 전후로는 기자회견 참석자들의 유세차량 안 진입을 원천봉쇄했다.

주재준 상황실장을 비롯한 대표단은 "미국 백악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때도 이렇게 경찰들이 둘러싸지는 않았다"며 "경찰은 합법적인 기자회견을 허용하라"고 주장했다.

양기환 영화인회의 대변인은 "집회와 기자회견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에게 주어진 합법적인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라며 "법을 수호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범국본 "합법적인 기자회견은 무슨 권리로 막아서나"

그러나 경찰의 봉쇄망은 시간이 갈수록 한층 두터워져 9시 20분 경, 기자회견 차량을 두겹, 세겹으로 둘러쳐 범국본 관계자들을 고립시켰다.

또한 경찰은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해 오전 10시30분 장충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인 '민주노총 장기투쟁 사업장 한미FTA저지 기자회견' 참석자들과도 격렬하게 충돌했다.

경찰과 참가자들은 지하철 계단 앞에서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며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고 이 과정에서 KTX여승무원 두 명이 계단으로 굴러떨어져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통행마저 막아 곳곳에서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9시 30분에는 신라호텔 앞 횡단보도 사이에 주차되어있는 민주노총 유세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차량을 대기시키고 기자회견장 안으로 난입,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관계자와 기자들에게까지 방패를 사용해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이후 몇 차례의 실랑이가 이어진 끝에 경찰 관계자와 범국본 집행부가 오전 10시부터 장충체육관 앞으로 장소를 이동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내부 의견이 엇갈려 소강상태가 계속됐다.

오전 10시경에는 오종렬 범국본 공동대표가 준비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지만 4분 후 다시 경찰의 진압이 이어져 범국본의 기자회견을 결국 무산됐다.

현재 범국본 관계자들 일부가 경찰의 집회차량 견인을 막기 위해 차량 지붕과 바퀴 앞에 누워 저항을 계속하고 있고 10시30분으로 예정되어있던 한미노동계 공동기자회견과 민주노총 장기투쟁사업장 기자회견이 약식으로 진행됐다.

오전 10시 40분, 경찰 단상 난입 또 다시 폭력 휘둘러

10시 40분에는 당초 11시 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기자회견이 앞당겨 집회차량에서 진행됐지만 이마저도 경찰은 집회 단상에 난입해 또 다시 무차별 폭력을 행사해 참석자들과 기자들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현재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경찰이 단상에서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찰이 연행을 시도하고 있다.

범국본은 향후 모든 일정을 신라호텔 앞 유세차량에서 진행하면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항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박석운 범국본 상임대표는 "경찰의 불법 폭력행위가 평화롭게 진행할 수 있는 기자회견을 막아섰다"며 "이후 일어나는 모든 불행한 사태에 대해 경찰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최병성, 김동현 기자 (1895cbs@views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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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가 그저 무역규정이라고요?"

[프레시안 멕시코시티=노주희/기자]  국내총생산(GDP) 7581억 달러(2005년), 수출 1878억 달러와 외국인직접투자(FDI) 166억 달러(2004년). 우리 정부가 틈만 나면 선전하는 멕시코의 자랑스러운 경제 성적표다.
  
  정부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NAFTA)이 발효된 후 멕시코의 경제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인정해 왔다. 정부의 입장은 '나프타 후 멕시코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유가 나프타 때문이라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프타의 체결로 멕시코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언론의 보도가 줄을 잇자 정부는 아예 입장을 바꿔 '나프타 후 멕시코의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가 이같은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근거는 1990년대 중반 멕시코의 지니계수(Gini Coefficient)가 0.52였는데 2000년에 이 수치가 0.48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지니계수는 계층 간 소득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 지표는 0부터 1까지의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한 나라의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자유무역에 대한 멕시코 행동연대(RMALC)'의 알레한드로 빌라마르 박사(개발경제학)는 "멕시코 정부가 지니계수 등 소득 불평등 관련 통계를 낼 때 자영업자 가구, 1인 가구, 농어촌 가구, 무직 가구 등이 제외된다"며 "그런데 나프타가 발효된 후 늘어난 것이 바로 이런 가구들"이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대로라면 나프타 이후 지니계수가 낮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신빙성 논란이 제기되는 멕시코 정부 통계를 잠시 젖혀두고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리포트(HDR) 2005년'에 따르면 2005년 현재 멕시코의 지니계수는 0.55다. 이는 0.57을 기록한 아프리카의 최빈국 짐바브웨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정부는 1995년 페소화 위기가 지나간 후 멕시코의 고용이 급증하고 실업률이 떨어졌으며 이것이 바로 나프타의 효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통계에는 1998년부터 멕시코 정부가 실업률과 고용을 계산하는 방식을 바꿨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정부는 일주일에 단 한 시간만 일하는 사람, 4주 이내에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을 모두 노동자로 분류했다. 또 구직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도 감당할 수 없거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없어 아예 일자리를 찾는 것을 포기한 '비자발적 실업자'는 실업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알레한드로 박사는 "멕시코 국민들은 자존심이 강하다"며 "정부가 '일자리가 있나요? 4주 내에 일을 시작할 것입니까?'라고 물으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곧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대답한다"고 지적했다.
  
  한 나라의 경제상황과 삶의 질을 보여주는 것은 데이터와 그래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거시경제 지표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택시기사의 경제진단과 시장 아주머니의 신세한탄이 한 사회를 더욱 잘 드러내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기자는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멕시코 사람들을 만나봤다. 기자는 이들에게 지금 생활이 어떤지, 나프타가 발효된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 '사는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이 모든 것이 멕시코인들의 나태함 때문인가요?"
  
▲ 호세 이그나시오 무뇨스. ⓒ 프레시안

  "내가 운영하는 회사는 자동차 부품 만드는 기계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나프타가 발효되기 전까지만 해도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회사였다. 이제는 기계가 미국에서 직접 들어오기 때문에 전에 생산하던 기계들은 하나도 생산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예전에 판 기계를 수리하는 것으로 간신히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수와 매출액은 대폭 줄었다.
  
  나는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다. 나프타 이후 다른 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했다. 물론 이런 상황은 멕시코인들이 나태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프타 이후 '거기(미국)에서 설비를 보내주십시오, 그러면 내가 여기(멕시코)에서 팔지요'하는 식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된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산업정책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해외자본에 넘어간 은행들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담보물과 보증인을 제시해야 한다. 또 이 은행들이 모두 금리를 담합해 대출이자 또한 36%에 육박한다. 4~6% 금리에 대출을 받는 미국기업들과 어떻게 경쟁을 한단 말인가. 물론 내가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20~30년 동안 고되게 노동한 대가이고, 나프타 직전에는 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경제가 잘 성장하다 갑자기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호세 이그나시오 무뇨스, 마에사 장비 주식회사 사장)
  
  '금융의 역설'…자금중개 안 해도 고수익 올리는 외국 금융자본
  
▲ 방코메르. ⓒ 프레시안

  "멕시코 금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금융부문이 민영화되면서 방코메르, 바나멕스 등 멕시코의 주요 은행들이 90% 이상 해외자본에 넘어갔다. 대신 멕시코 경제발전을 목표로 중소기업들에 대출해주던 국영 개발은행의 비중은 과거 22%에서 5%로 줄었다.
  
  해외자본에 넘어간 은행들은 일반대출, 부동산대출 등을 중심으로 고수익을 올린다. 생산부문에 대한 대출은 거의 없고, 있더라도 은행들이 과점체제를 구축해 중소기업이 대출 받는 것은 매우 힘들다. 따라서 멕시코의 생산부문에 유입되는 자금은 줄지만 은행의 실적은 올라간다. 우리는 이것을 '금융의 역설'이라 부른다. 보험과 증권 부문 역시 외국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금융계는 전반적으로 해외자본이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금융계 노동자 수도 1990년대 초반에는 20만 명이었으나 지금은 12만 명가량으로 줄었다. 신규고용 수도 감소했고 근로조건도 악화됐다. 나프타 체결 당시 멕시코인들을 현혹했던 것은 바로 '잘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나프타에 따른 금융시장의 개방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지침을 문자 그대로 따른 금융시장 개방에 대해 항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세계적인 흐름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엑토르 이슬라스, 국립수출은행 노조 대외교류 담당자)
  
  "의료보험도 없는 노후가 막막해요"
  
▲ 멕시코시티 거리. ⓒ 프레시안

  "미국계 은행인 시티뱅크가 남편이 다니던 은행인 바나멕스를 인수합병하면서 남편이 강제퇴직 당하게 됐다. 그때 받은 퇴직금으로 구멍가게를 냈는데 멕시코 경제상황이 어려워 잘 안 됐다. 최근 남편은 퀵서비스 일을 시작했다. 은행에 다닐 때는 1만3000페소(130만 원) 정도 벌었는데 이제 수입이 6000페소(60만 원)도 되지 않는다. 그것도 기름값을 빼고 나면 얼마 남지 않는다.
  
  노후에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돈 문제다. 남편이 직장을 잃으면서 의료보험이 없어졌다. 의료보험이 없는데 아프면 어딜 가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지금도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지만 의료보험이 없어 꾹 참는 경우가 많다. 대신 약국에 간다. 약국 역시 간단한 상담만 받아도 25페소(약 2500원 정도)라 부담이 된다. 약값도 너무 올랐다. 의료비와 약값, 모든 것이 너무 비싸다." (마리아 막달레나 가르시아스 모레노, 은행 퇴직자의 아내)
  
  "미국 비자 받기는 여전히 힘들어"
  
▲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멕시코 사람들. ⓒ 프레시안

  "나프타로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밀접해졌다고 하지만 멕시코 사람들이 미국 비자를 받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미국 대사관 앞에 가면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멕시코인들이 새벽부터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멕시코도 과테말라, 에콰도르 등 인접 남미 국가들에 대한 멕시코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했다. 이들 국가의 국민들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건너가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미국이 이런 조치를 멕시코 정부에 명시적으로 요청한 적은 없지만 우리 정부는 항상 그랬듯 알아서 기고 있다." (알레한드로 빌라마르 박사, 자유무역에 대한 멕시코 행동연대(RMALC) 정책국장)
  
  "카길의 횡포에 피해 보는 건 우리 소비자도 마찬가지"
  
▲ 마리아 구달루페 에레라 에스코바르. ⓒ 프레시안

  "예전에는 코나수포라는 국영 유통기업이 옥수수 유통을 전담했다. 이 기업은 또르띠야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와 같은 옥수수 또르띠야 제조업체에 전기, 가스의 저렴한 공급, 저리 대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줬다. 이제는 그런 정책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제 카길 등과 같은 미국 대기업들에서 우리 옥수수를 구입한다. 이런 곡물 유통업자들이 옥수수 값을 올렸기 때문에 또르띠야의 값도 1Kg당 7페소까지 폭등했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1.5~2페소 정도였다. 이제 가난한 사람들은 멕시코의 주식인 또르띠야마저 먹기 힘든 상황이 됐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지불되는 옥수수 값은 항상 낮았다. 언제나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농민들이다."(마리아 구달루페 에레라 에스코바르, 또르띠야 공장 주인)
  
  "정부는 나프타 선결조건으로 농민들의 땅을 강제로 뺏어 갔다"
  
▲ 아구스틴 모랄레스 살리나스. ⓒ 프레시안

  "1992년 정부는 우리가 살던 베라크루스 지역의 집, 학교, 교회, 숲 등을 파괴하고 이에 항의하던 500명의 농민들을 체포하고, 그 중 103명을 교도소에 집어 넣었다. 아주 잔인한 억압이었다.
  
  나프타 체결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농민들에게 경작권이 보장된 농토인 '에히도'를 빼앗아 대기업에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에 항의했지만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침묵했다.
  
  그래서 우리 농민들은 12년 전부터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해 왔다. 지금 모두 600명의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살리나스 대통령은 땅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는 정부가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농민들에게 땅을 돌려주길 바란다." (아구스틴 모랄레스 살리나스, 농민 알몸시위대 홍보 담당자)
  
  "그래도 노점상이 옥수수 농사보다 낫다"
  
▲ 에리카 기르시아. ⓒ 프레시안

  "멕시코시티에 온 지 11년이 지났다. 고향에는 병든 남편과 두 아이들이 있다. 고향에서는 원래 사탕수수와 옥수수를 재배했었다. 열심히 일했는데도 먹고 살기 힘든데다가 가뭄으로 작황도 나빠져 도시로 오게 됐다.
  
  아이들이 보고 싶다. 전화비가 비싸서 자주 통화를 못한다. 한 달에 3번씩 아이들에게 전화를 건다. 지금은 딸 아이의 졸업식에 맞춰 고향에 가기 위해 다른 데 돈을 쓰지 않고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 왕복 버스비가 약 800페소(약 8만 원)다. 내가 하루에 버는 돈이 잘 되면 200~300페소(2~3만 원), 잘 안 되는 날에는 50~60페소(5000~6000원)다. 그래도 농촌에서보다는 훨씬 벌이가 좋다. 옥수수 농사는 아무리 지어봐야 적자만 났다.
  
  큰 딸은 방학에 멕시코시티에 와 내 일을 돕겠다고 한다. 개강하면 다시 학교에 가야 하는데 이제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학비가 비싸졌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아이가 나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학교에 계속 다니기를 바란다."(에리카 가르시아, 농민 출신 노점상)
  
  "거리의 아이들이 거리의 아이들을 재생산"
  
▲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 ⓒ 프레시안

  "거리에 방치된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3년 전 유엔아동기금(UNICEF)의 통계에 따르면 3만 명 정도인데 1만5000명이 수도인 멕시코시티에, 나머지 1만5000명이 지방에 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거리의 아이들이 더욱 늘어났고 그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멕시코시티에만 2만 명의 아이들이 거리에 방치돼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아이들은 구걸을 하거나, 교차로에 멈춰선 차에 뛰어가 무작정 세차를 하거나 거리에서 광대 흉내를 내 받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범죄나 마약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성매매도 빈번히 일어난다. 이들 중 많은 아이들이 1980~1990년대 멕시코에 많은 석유가 묻혀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도시로 이주한 농민들의 자녀들이다. 이 아이들이 또 거리에서 아이를 낳아 거리의 아이들을 재생산하고 있다.
  
  아직도 수많은 아이들이 농촌에서 몰려오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현상이 멕시코시티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구아달라하 등 멕시코의 다른 대도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미국과 FTA를 맺었기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나프타가 그 이유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알레한드로 누네스, 거리의 아이들 보호소인 '카사 알리안사 재단'의 단장)
  
  "FTA는 단순한 무역규칙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모델"
  
▲ 아르토르 알칼데 후스티나아니. ⓒ 프레시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처음에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매우 한정된 것들이었다. 'FTA는 세계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경제가 더 효율적으로 굴러가게 된다', '국민들은 다양한 제품을 더 싼 값에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등과 같은 이야기들이 먼저 나온다. FTA가 새로운 삶의 모델이라는 점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FTA는 단순한 무역규정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뿐 아니라 사회, 문화, 기술, 지식 등 한 나라의 모든 부문이 바뀌게 된다.
  
  가령 나프타 이후 멕시코의 노동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현실은 완전히 변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거대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회의 자유 등과 같은 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함에 있어 더욱 큰 제약을 받게 됐다.
  
  이런 변화들은 협정이 체결되는 그 순간에 모두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협정이 발효한 후 시간이 흐르면서 생활 속에서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아르토르 알칼데 후스티나아니, 노동 전문 변호사)
  
  나프타가 발효된 해인 1994년에 멕시코는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했다. 하지만 이 '선진국' 멕시코에서 단 하루라도 지내본 사람이라면 멕시코 사람들의 피폐한 삶에서 눈을 돌리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담박 알아챌 수 있다.

멕시코시티=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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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의 전체 예산만큼의 구리를 미국으로 가져가는 미국소유 구리회사들이 세금을 물리려는 첼레 정부에 대해 제소하겠다고 해서 세금 인상을 못하고 있다네요.

* 그리고 FTA로 인해 관세 수익이 감소하자, 부족한 세수를 소비세를 통해 보충한다고 합니다.
즉, 기업에서 걷던 세금이 국민에게 전가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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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FTA 이후 산업구조 기형화됐다"

뉴스현장 인터뷰 전문 - 권희진 MBC 경제부 기자 <06.07.07>
⊙ 김연국 / 진행 :

한미 FTA 2차 협상이 다음 주 월요일부터 서울에서 열립니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여론이 점차 확산되면서 정부의 신경은 상당히 곤두서 있습니다. 언론보도 하나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오늘은 불법시위를 엄단하겠다는 엄포도 놓았습니다. 한미 FTA가 과연 독이 될 지 약이 될 지 다른 나라들 사례도 일단 중요한 참고가 되겠죠. 2004년 미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를 현지 취재하고 돌아온 기자가 있습니다. 통상교섭본부를 담당하고 있는 MBC 보도국 경제부의 권희진 기자입니다.




⊙ 권희진 / MBC 기자 :

안녕하십니까?


⊙ 김연국 / 진행 :

예. 그동안 우리가 멕시코 사례는 여러 차례 언론보도를 통해서 우리가 봤는데요. 칠레도 상당히 FTA를 여러 나라와 맺은 나라 중에 하나겠죠?

⊙ 권희진 / MBC 기자 :

네, 칠레는 2003년에 EU, 그리고 다음해인 2004년 1월에 미국, 그리고 몇 달 뒤인 우리나라와 FTA 협정을 발효했습니다. 중국과는 지난 1일부터 FTA 협정을 발효했으니까 모두 39개 나라와 FTA를 맺은 겁니다. 칠레가 맺은 FTA 협정의 백미는 역시 미국과의 FTA일 텐데요. 실제로 지난 2004년부터 칠레의 경제는 상당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2003년까지 3%대이던 경제성장률이 2004년, 2005년엔 6%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경제성장률이 과연 FTA 때문이냐 하는 겁니다. 미국과의 FTA를 맺기 직전인 2003년부터 중국이나 인도에서 구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 구리 값이 매년 60%이상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리는 칠레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그러니 이런 구리 값이 급등하면 당연히 수출이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하는 거죠. 구리와 같은 지하자원과 더불어서 중요한 수출품목이 사과, 포도와 같은 과일인데 미국과의 FTA를 맺은 뒤인 지난 2년 동안 칠레의 대미 과일 수출은 9%가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난 과일 수출업계의 사람들은 과일 산업이 실제로 그동안도 계속 발달해왔다, 수출도 늘어왔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데요. FTA로 관세가 내려가서 물론 그 전보다 수출하긴 좋아졌지만 그건 우리가 그만큼 노력을 했기 때문이지 FTA 때문만은 아니다, 이렇게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 김연국 / 진행 :

그렇다면 실제로 경제성장이 FTA 때문인가 하는 점은 다른 방법으로 검증이 필요한 거겠군요?


⊙ 권희진 / MBC 기자 :

그렇습니다.


⊙ 김연국 / 진행 :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고 칠레 정부도 역시 마찬가지 효과를 기대했을 겁니다. 미국과 FTA를 맺으면 국가 신용등급이 올라갈 거고 따라서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경제성장에 훨씬 도움이 될 거다, 이런 얘기들을 했을 텐데 실제 칠레의 현실을 설명해주실까요?


⊙ 권희진 / MBC 기자 :

말씀하신 대로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가 2004년 8월에 칠레의 신용등급을 A로 올렸습니다. 중남미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신용등급이죠. 미국과의 FTA를 맺은 지 8개월이 지나서입니다. 신용등급도 올라가고 여기에 FTA로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 조성됐기 때문에 예상대로라면 상당히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투자는 대부분 돈이 되는 광산업에 집중됐습니다. 미국 회사 등이 광산을 사들인 건데요. 이것도 투자라면 투자일 수 있겠지만 칠레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공장을 세워서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과 같은 이런 투자는 없었던 겁니다.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면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라고 이렇게 얘기하지만 투자는 역시 돈이 되는 곳에 모인다, 이런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 김연국 / 진행 :

마치 우리가 투자문호를 개방하니까 돈이 되는 부실 은행들만 사들여서 다시 되파는 외국 자본들의 행태, 이런 걸 칠레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얘기군요.


⊙ 권희진 / MBC 기자 :

예.


⊙ 김연국 / 진행 :

그런데 FTA를 체결하면 실제로 수입하는 가격이 싸지기 때문에 관세가 없어지니까요. 물가가 내려갈 거다, 따라서 소비자들한테 좋다, 이런 얘기들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이런 얘기들을 물론 하고 있고 실제로 칠레에는 어땠습니까?


⊙ 권희진 / MBC 기자 :

칠레정부도 똑같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산티아고 시내의 대형 유통 업체라든가 슈퍼마켓 같은 거리, 이런 데서 여러 시민들을 만나서 여러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예상과는 달리 그전보다 크게 나아진 게 없다, 이런 대답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칠레는 피노체트의 독재시절인 지난 70년대부터 개방정책을 펴왔고요. 그래서 원래도 수입품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가격도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FTA를 체결한 뒤에도... 이렇게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과 FTA를 맺으면서 관세 장벽을 철폐하니까 칠레 정부의 관세 수입이 당연히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선택한 건 부가가치세를 1% 더 올리는 거였죠. 그래서 소비세율이 18%에서 19%로 1% 포인트 올랐는데요. 돈이 많은 사람이건 적은 사람이건 1만 원짜리 물건을 산다면 무조건 2천 원 정도는 세금으로 내야 되는 겁니다. 칠레 예산 가운데 60%는 이렇게 소비자들에게 거둔 소비세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 김연국 / 진행 :

간접세를 늘리는 건 사실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키는 방법이 되지 않습니까?


⊙ 권희진 / MBC 기자 :

그렇죠.


⊙ 김연국 / 진행 :
외국 수입업체들한테 물리던 세금이 이제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가한 셈이 되겠군요?

⊙ 권희진 / MBC 기자 :
분배효과가 없어지는 거죠.


⊙ 김연국 / 진행 :
우리 정부가 지금 미국과 FTA를 추진하면서 미국의 앞선 기술과 시스템을 받아들이면 훨씬 경쟁이 촉발될 거고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이런 얘기들 하지 않습니까? 우리와 직접 비교하면 좀 곤란하겠지만 칠레의 경우도 이런 얘기들을 했을 텐데 실제 현실은 어떤가요?

⊙ 권희진 / MBC 기자 :
똑같은 얘기들을 칠레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에서 나온 얘기가 비슷비슷한데요. 지난 2년 동안 칠레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아까 제가 말씀드렸는데요. 속내를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수출의 절반 이상이 구리와 같은 광물을 캐서 판 건데요. 또 6% 정도가 농수산물 임산물입니다. 제조업이 34%이다, 이렇게 얘기해도 내용을 들여다보면요. 어분, 목재, 펄프, 메타놀 같은 아주 기초적인 가공품들이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 김연국 / 진행 :

어분이라면 사냥으로 쓰이는...

⊙ 권희진 / MBC 기자 :

물고기... 물고기 가루 같은 것들을 말하는 거죠. 반면에 미국이나 EU 등의 공산품들이 밀려들어오니까 가뜩이나 취약한 제조업의 기반이 또 빠른 속도로 잠식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관세와 같은 무역장벽을 걷어내면 그 나라가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이 주로 발달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칠레는 경쟁력 있는 1차 산업만이 발달하는 아주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산업기반이 어느 정도로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는데요. 칠레에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공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칠레 정부가 프랑스의 푸조자동차에게 칠레에도 자동차 공장을 세워달라, 이렇게 얘기했는데요. 푸조자동차사는 단번에 거절했어요. 이유가 칠레는 자동차 공장과 연관된 부품공장이라든가 제조업 기반이 전혀 없기 때문에 공장을 세울 수가 없다, 이런 거였습니다. 지금은 구리를 캐다가 판다고 하지만 국가 경제가 국제 원자재 값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수십 년 뒤에 구리 자원이 고갈된다면 그 땐 어떻게 할건가에 대해서 많은 칠레 경제학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었습니다.


⊙ 김연국 / 진행 :

산업구조가 상당히 불균형하게 발전을 했다는 뜻이겠군요?

⊙ 권희진 / MBC 기자 :

네.


⊙ 김연국 / 진행 :

우리나라는 칠레와 산업구조는 다르지만 역시 불균형은 예측해 볼 수 있겠네요. 칠레 경제구조가 이렇기 때문에 FTA가 칠레 고용을 늘리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지난 보도에서도 있었습니다. 어땠습니까, 실제로?


⊙ 권희진 / MBC 기자 :

광업이라는 건 우리로 치면 자동차라든가 반도체와 같은 칠레 최대 산업입니다. 그런데 자동화나 기계화로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량이 늘어도 고용이 그다지 늘어나지 않는 또 문제가 있습니다. 광업이나 농업과 같은 1차 산업이 현재로서는 원자재 수출 단계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건 값싼 단순 노동력뿐이고요. 그래서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대부분 값싼 비정규직으로 인력을 대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업률도 꾸준히 8%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문제는 일주일에 한 시간만 일해도 이게 취업 인구로 잡힌다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20% 이상이 고용으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이렇게 분석이 되고 있습니다. 칠레 노동자의 90%가 월 5백 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는 걸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식품은 우리나라보다 싸지만 그밖에 다른 것들이 우리나라와 비슷할 정도로 상당히 물가가 비쌉니다. 칠레가... 그래서 이 돈들 받아서는 살기 상당히 힘든 겁니다.


⊙ 김연국 / 진행 :

칠레를 비롯한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이 겪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 중에 하나가 양극화 아닙니까? 우리나라도 최근에 양극화 IMF 외환 이후에 상당히 심해졌다고 걱정들이 많은데 양극화가 칠레에는 실제로 어느 정도였습니까?


⊙ 권희진 / MBC 기자 :

칠레 양극화 상당히 심한 수준입니다. 남미에서는 세 번째 정도, 멕시코, 브라질, 이 정도 다음에 세 번째 정도, 그 다음에 세계적으로 12번째 정도라고 이렇게 경제학자들이 말을 하고 있는데요. 칠레에 상위 20%가 소비하는 양이 전체 소비량의 60%에 달합니다. 하위 20%가 3% 정도를 소비합니다. 칠레 양극화에 대해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독재자 피노체트가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70년대부터 미국의 요구대로 일관된 개방정책을 펼쳐왔고요. 그래서 성장 산업이 보호받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지금까지 계속된 거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FTA는 이런 양극화, 불균형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킨다는 거죠. 개방이 더 심해지지 않습니까. 실제로 상위 1% 있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원자재를 수출하는 회사들이 이들이 칠레 수출의 96%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인구는 전체에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고용은 나머지 3, 4%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만들어내는데 이런 중소기업들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더 심한 개방과 경쟁에 노출되면서 빠르게 잠식되고 있고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 김연국 / 진행 :

산업구조는 정반대지만 우리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지 않습니까? 외환위기 이후에 상당히 개방의 폭이 넓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FTA가 자칫 여기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좀 듭니다. 구체적인 제도로 들어가 볼까요? 우리가 FTA를 맺었을 때 투자자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기구에 제소를 할 수 있는 제도, 이미 1차 합의문에 들어가 있다고...


⊙ 권희진 / MBC 기자 :

원칙적으로 합의를 했죠. 소송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 김연국 / 진행 :

이 제도를 칠레도 실제로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받아들였죠?


⊙ 권희진 / MBC 기자 :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광업은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칠레 최대의 산업인데요. 상위 17개 회사 가운데 16개가 미국 등의 외국 회사입니다. 이런 회사들은 광산 대여료라든가 채굴료와 같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습니다. 일부 아주 작은 세금만을 낼뿐인데요 버는 돈에 비해서 적은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칠레의 구리를 캐서 자국으로 가져간 돈이 작년 매년 칠레 정부의 예산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구리 값이 매년 크게 올라도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주장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오는 건데요. 칠레 정부가 뒤늦게 이들에게 과세를 하려고 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미국과의 FTA로 정부와 투자자간 소송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칠레 정부의 과세 움직임이 바로 투자자의 이익을 해치는 거다, 이렇게 주장을 하면서 광산 회사들이 칠레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 라고 협박을 하고 나왔기 때문이죠. 우리 정부는 투자자와 정부간 소송에 대해서 미국과 원칙적으로 합의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 김연국 / 진행 :

일단 지금까지 칠레가 미국과 FTA를 맺으면서 나타났던 부작용들을 쭉 살펴봤는데 문제는 칠레와 우리나라를 직접 비교하는 건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칠레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훨씬 크고 또 우리나라는 제조업 같은 산업기반이 비교적 칠레보다는 탄탄하게 구축돼 있는 나라인데 직접 비교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어떤 점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 권희진 / MBC 기자 :

칠레와 우리나라는 말씀하신 대로 산업구조라든가 산업화의 역사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상당히 크게 다릅니다. 또 지나친 너무 때늦은 개방 때문에 산업화에 실패한 칠레와 우리나라의 사례를 단순 비교하는 것도 상당히 무리죠. 하지만 경쟁력 있는 일부 산업만 발달해서 산업구조가 고착화되는 문제라든가 정부와 투자자간의 소송 문제 등으로 정부의 정책이 크게 제약을 받고 또 공공성이 훼손되는 문제 등은 미국이라는 우리나라와 앞서 경제와 FTA를 체결해야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상당히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될 부분입니다.


⊙ 김연국 / 진행 :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짧게 짚어보죠. 다음 주 월요일부터 2차 협상이 미국과 하는 협상이 서울에서 예정돼 있습니다. 어떤 점들을 정부가 주의해야 될 것 같습니까?


⊙ 권희진 / MBC 기자 :

1차 협상에서 일단 한미 양측은 통합협정문을 만들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통합협정문이라는 건 말씀드린 대로 일단 한 권의 책을 두고 양측이 같이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어떤 공통의 자료가 만들어졌다는 건데요. 남은 2차 협상에서 통합협정문을 바탕으로 해서 양측이 어떤 부분들을 내주고 어떤 부분들을 받을 것인가, 이런 세세한 부분들을 논의를 하게 됩니다. 정부는 일단 우리가 통합 협정문을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협상이 상당히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 이렇게 고무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문제는 협상을 얼마나 일정대로 끝내느냐가 아니겠죠. 칠레만 하더라도 2년 동안 14차례의 협상을 거쳤습니다. 문제는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해결에 대한 세부 사항들이 앞으로도 논의될텐데 이것들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또 외환의 급속한 유출입에 대해서 어떤 세이프가드와 같은 보호장치를 두자 라고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걸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과연 어떻게 해결될지 이런 부분들을 우리가 상당히 주시해야 될 겁니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대로 FTA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이런 조건들이 확보돼야 되기 때문입니다.

⊙ 김연국 / 진행 :

MBC 경제부의 권희진 기자였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김연국 앵커 ykkim@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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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자 중에는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박태주 전 청와대 비서관,  홍장표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김유선·박진도·이병천 청와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등 전·현직 참여정부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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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171명 "한미 FTA, 원점 재검토" 촉구

[프레시안 송호균/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은 현 정부 최대의 국정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한미 FTA가 야기할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171명의 경제학자들을 대표한 김수행 서울대 교수 등 7명의 경제학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달개비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한미 FTA 졸속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각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 연구원, 박사과정 대학원생 등 총 171명의 경제학자들이 서명한 성명서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를 발표하고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유선 현 청와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등 전현직 노무현 정부 정책참모들과 경제학계의 원로인 변형윤 전 서울대 교수,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 등의 서명도 들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미 FTA의 파괴적 효과는 엄청날 것"
  
  기자회견에서 참여사회연구소의 소장인 이병천 교수는 "국민들에게 한미 FTA 추진을 둘러싸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FTA가 체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알리는 것이 경제학자의 책임"이라며 "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은 엄청난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의 최대 국정실패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세대학교 홍훈 교수는 "정부는 한미 FTA가 경제성장과 양극화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시스템의 선진화도 이룰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근거가 없으며 정부의 개방 만능주의에 입각한 한미 FTA 추진은 우리 경제의 전 영역에서 강자는 이기고 약자는 죽는 약육강식의 정글 게임을 통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김수행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 대학 출신의 일부 주류 경제학자들은 한미 FTA 문제를 놓고 실증적 근거도 없이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고 있다"면서 "이들은 개방을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와 일부 재벌기업의 경제적 이윤만을 고려할 뿐 노동자·농민의 삶의 파괴와 중소기업의 몰락이라는 결과에는 주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쟁력 제고? 산업기반 자체가 무너진다"
  
▲ 연세대의 홍훈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 프레시안

  경제학자들은 특히 한미 FTA를 통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에 대해 반박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한 '쇼크요법'을 이야기하지만 이같은 충격요법을 신뢰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없다"며 "특히 국내 서비스 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고려하면 안이한 충격요법은 그나마의 기반마저 와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천 교수는 "FTA 자체가 경제학적 개념이기 때문에 경제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실상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졸속적이고 독단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의 어두운 실상을 국민들이 보다 정확히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상지대학교의 김성훈 총장, 중앙대학교의 윤석원 교수 등 농업경제학자 45명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어 쌀시장마저 개방된다면 농업생산액이 7조~9조 원 정도 줄어들어 농촌 지역사회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는 비민주적인 한미 FTA의 일방적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성명서의 전문이다.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
  
  정부는 올해 2 월 초 전격적으로 미국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였다.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일정표에 따르면, 한미 FTA 협상은 6월 초 워싱턴에서 시작한 제 1차 본협상을 시작으로 이번 제2차 서울 협상을 거쳐, 1년도 채 되지 않는 내년 3월 말 타결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한국사회의 미래와 국민의 삶의 기본 틀을 뒤집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가져올 중대 국정사안을 정부가 미국의 시간표에 얽매여 졸속으로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하지 못한다.
  
  우리는 정부가 어떤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든, 절차에서나 실질적 내용에서나 한미 FTA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고 생각하며 이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준비 없이 졸속으로,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의 어두운 실상을 국민들이 보다 정확히 인식하기를 바라며, 경제학자로서 우리들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견해를 밝히는 바이다.
  
  먼저 절차적인 문제점으로서, 우리는 정부가 어떤 근거에 기초하여 조급하게 미국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1차 협상을 시작했는지 묻고 싶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른바 한미 FTA의 4 대 선결조건이라 불리고 있는 사안들, 즉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의 중지,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방침의 취소, 광우병 파동으로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개, 스크린 쿼터의 축소 등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 삶의 질, 그리고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문화산업 발전 비전에 직결된 중대한 사안들을 미국의 일방적 요구대로 굴욕적으로 받아주었다. 이는 정작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어야 할 과제들을 미리 수락함으로써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발휘해야 할 교섭력을 원천적으로 제약하게 되었다. 또한 정부는 이 사안들이 한미 FTA와 무관하게 처리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허위임이 드러났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이 거짓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4대 선결과제 처리과정의 내막과 실체적 진실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한미 FTA 협상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칠 효과와 충격에 대한 철저한 연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수렴과 대책 마련,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면밀한 협상전략 수립 등의 선행조건을 갖추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오랫동안 한미 FTA를 중장기 추진과제로 삼고 있었으며 아주 뒤늦게야 공동연구를 시작하였다. 겨우 1년 정도의 연구기간으로, 얼마 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연구보고서들을 근거로 충분한 협상준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정부 내에서조차도 관련부처 간 체계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정부에서 대통령훈령으로 제정한 <FTA 체결 절차 규정> 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 또한 헌법 사항인 조약의 체결 비준권을 행사해야 할 직무를 유기한 채 수수방관해 왔다. 협정문 초안도, 협상과정도 모두 비밀에 붙여져 있다.
  
  우리가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우려하고 반대하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사회에 미칠, 가공할 파괴력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 FTA와 이를 통한 전면 개방이야말로 대미 수출과 외국인 투자의 증대,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 제도와 관행의 선진화 등을 통해 국민 소득과 후생의 증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우리 경제 시스템 전반의 선진화를 가져올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마치 한미 FTA가 경제 성장과 양극화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시스템의 선진화도 이룰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정부의 이같은 장미빛 전망이 별로 근거가 없으며, 긍정적 효과는 미약한 반면에 부정적, 파괴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판단한다.
  
  당혹스러운 정부의 개방 만능주의
  
  우리들이 경제학자로서 가장 당혹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정부의 개방 만능주의다. 개방 만능론은, 쇄국으로도 나라를 망치지만 무분별한 개방으로도 나라를 망칠 수 있고, 또 망쳤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그 교훈은 우리 역사가 잘 보여준다. 또한 나프타(북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12년 동안 멕시코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수출-내수 양극화가 초래되었다. 또한 나라 경제의 깊은 대미 종속과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개방 만능론이라는 전략 아닌 전략에 입각한 한미 FTA 추진은 산업, 업종, 기업, 계급 계층, 지역 등 우리 경제의 모든 수준에서 강자가 이기고 약자는 죽어나가는, 약육 강식의 정글 게임을 통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면 개방은 지금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국민경제의 대외 불안정과 대미 동조화를 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를 정당화하기 위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로 악명 높은 나프타의 멕시코 경험을 성공 사례라고 강변하다가 최근 그 문제점이 밝혀지면서 한미 FTA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그것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부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은 우리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주장에 따르면 내부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을 위해서도 한미 FTA가 필요하다. 결국 정부는 모든 문제는 개방이 덜 되었기 때문이고 한미 FTA로 전면 개방만 하면 경쟁력도 제고하고 양극화를 극복하는 길도 열린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어떤 이론과 역사적 경험에 근거하여 이같은 주장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근거 없는 정부의 산업 경쟁력 제고론
  
  정부는 한국 산업과 경제의 선진화 전망을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서 찾고 있다. 정부는 그러면서 한미 FTA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하는 이른바 "쇼크요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충격요법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 정부가 우리 산업의 선진화 구도에 대해 정확히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부터가 불분명하다. 서비스업을 키우겠다고 하지만 어떤 서비스업을 중점적으로 키우겠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체계적인 설명을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안이한 충격요법식 개방조치는 한국 서비스업의 기반마저 와해시킬 수 있다. 전문 서비스업의 특성상 대량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정부의 과장된 주장과는 달리, 제조업 제품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관세가 매우 낮아 증대 효과가 미약한 반면 대미 수입은 크게 증대하여 대미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한편 농업 분야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농촌사회의 붕괴로 대량 실업 사태가 일어나고 고용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다. 대책 부족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미국식 FTA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미국식 FTA가 정부의 주장 처럼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 세계의 여러 다양한 FTA 중에서도 아주 특수한 시장근본주의적이고 약소국에 가장 가혹한 패권적 FTA 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제1의 동맹국인 일본조차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단순한 상품무역 협정을 넘어 서비스, 투자, 지적재산권 등 거의 모든 통상 사항을 포괄하는 높은 수준의 FTA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제도와 관행을 미국의 일방적 요구와 미국식 기준에 뜯어 맞추어야 하는 전면적인, 불평등한 경제통합 협정이다. 우리는 미국식 제도와 관행이 결코 우리가 따를 선진 모델이라고 보지 않을 뿐더러, 이같은 전면 경제통합 협정이 고도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 FTA가 미국식 FTA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투자의 정의가 극도로 광범하여 건전한 생산적 투자와 론스타같은 파괴적 투기자본의 유입을 선별할 길이 없고 제2, 제3의 론스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현지 정부 제소권 때문에 론스타 같은 사태가 속출해도 한국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한미 FTA는 정부가 개입할 경우 거꾸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국제기구에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한미 FTA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있는 생산적인 직접투자(이른바 Greenfield)는 기대하기 어렵고, M&A와 포트폴리오 투자가 한국경제를 유린할 것이다. 설사 생산적인 외국인투자가 유입된다 해도 한미 FTA는 현지 생산품, 현지 조달, 현지인 고용, 기술 이전 등 정부의 외국자본에 대한 이행의무 부과권을 박탈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미 FTA는 나라의 주권과 이 땅에 사는 민중의 삶의 요구보다 미국 자본의 무한 자유와 무정부적 활동을 더 상위에 두는 "미국 자본의 권리장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할 것이다.
  
  국민이 누려야 할 각종 공적 서비스에 심각한 타격 올 것
  
  한미 FTA는 우리 국민이 보편적인, 사회적 시민권으로서 누려야 할 각종 공적 서비스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특히 현재 한국은 공공 보건의료 서비스와 공교육에서 OECD의 바닥권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보건의료와 교육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할 과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는 바로 이런 선진 복지사회 수립의 과제를 무산시킬 뿐 아니라 지금 겨우 확보한 최저 공적 서비스마저 파괴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보건의료, 교육 분야는 물론, 전기, 가스, 수도 등 에너지, 방송, 통신 등의 분야에서도 미국식 공정경쟁 규범을 들이대고 지분 확대와 사유화 요구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미 FTA를 통한 미국과 다국적 제약회사 등 국제 자본의 요구가 그간 공공 서비스의 시장화와 사유화를 추구해온 우리 안의 국내 재벌과 자본의 요구에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는 단지 나라 대 나라의 협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동시에 "두 국민 분열"을 도모하는 내외 자본의 요구 대 동반발전을 추구하는 우리 국민대중의 삶의 요구가 충돌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한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 후생이 증대된다고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 혜택은 우리 사회 일부 상층만이 독차지할 것이며 다수 대중은 이로부터 배제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우리 경제학자들은 한미 FTA가 정부의 주장처럼 한국사회의 선진화를 위해 더없는 기회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지난 IMF 위기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고통과도 차원을 달리하는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 판단하면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미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 정부는 기본적인 절차적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하고, 한국 경제와 사회에 심각한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한미 FTA 협상의 독단적 추진을 중단하고,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 정부는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 중단,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스크린 쿼터의 축소 등 4대 선결조건 수용을 즉각 취소하라. 정부는 4대 선결조건 수용이 한미 FTA와 무관하다고 국민을 기만한 사실에 대해 해명하라.
  
  ▶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 초안, 제1차 본협상 결과 등 한미 FTA 협상 진행과 관련된 일체의 정보를 투명하고 책임 있게 공개하라. 국민의 알 권리를 전면 보장하라.
  
  ▶ 국회는 한미 FTA에 대해 지금까지의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직무유기 자세를 버려야 한다. 시급히 통상절차법을 제정하여 모든 대외협상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본연의 의무를 다하고, 헌법에 명시된 조약 체결권과 비준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라.
  
  ▶ 정부는 지금까지의 준비 없는 졸속추진 방식을 벗어나 한미 FTA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철저하고 체계적인 연구작업을 수행하고 제2, 제3의 론스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 정부는 나아가 나라 안으로는 지속가능한 개방과 경제주권, 공공성과 사회통합, 문화적 다양성이 같이 갈 수 있고, 나라 밖으로는 동아시아 지역 협력과 연대를 증진시킬 수 있는 공생의 대안적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라.
  
  ▶ 미국은 지금까지의 일방적이고 패권주의적인 한미 FTA 강행 압력을 중단하고 대등한 한미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남북 화해와 동아시아 공생의 협력을 증진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171명의 서명자 명단>
  
  1. 대학 및 연구소 소속 서명자
  
  강남훈(한신대), 강신성(한남대), 강신욱(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신준(동아대), 권광식(방송대), 김기원(방송대), 김기현(경북대), 김대래(신라대), 김도근(동명정보대), 김삼수(서울산업대), 김상곤(한신대), 김상조(한성대), 김성구(한신대), 김성희(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수행(서울대), 김승석(울산대), 김안국(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양화(부산대), 김애경(대구사회연구소), 김영용(경북대 새정치경제학연구회), 김영철(계명대), 김용원(대구대),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윤자(한신대), 김의동(경상대), 김재훈(대구대), 김정주(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김종한(경성대), 김준(상지대), 김진일(국민대), 김차두(경성대), 김창근(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김태억(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김태연(단국대), 김형기(경북대), 남기곤(한밭대), 노중기(한신대), 류동민(충남대), 류덕위(한밭대), 문종상(한국섬유개발연구원), 민경세(한밭대), 민완기(한남대), 박경(목원대), 박경로(경북대), 박관석(목포대), 박광서(전남대), 박만섭(고려대), 박명훈(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박상수(제주대), 박섭(인제대), 박순성(동국대), 박승호(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박정원(상지대), 박영호(한신대), 박종현(진주산업대), 박지웅(영남대), 박진도(충남대), 박태주(한국노동교육원), 박형달(순천대), 배영목(충북대), 배인철(한국도로공사), 백영현(참여사회연구소), 백일(울산과학대), 변형윤(서울사회경제연구소), 서석흥(부경대), 서익진(경남대), 서한석(경원대), 서환주(상지대), 성낙선(한신대), 손명환(충남대), 송원근(진주산업대), 송태복(한남대), 신상기(경원대), 신정완(성공회대), 신조영(대진대), 안진권(대구사회연구소), 안현효(대구대), 양준호(삼성경제연구소), 양희석(경상대), 우명동(성신여대), 우석훈(성공회대 강사), 유태환(목포대), 유철규(성공회대), 윤병선(건국대), 윤석원(중앙대), 윤영삼(부경대), 이강국(Ritsumeikan University), 이규금(목원대), 이기훈(충남대), 이병천(강원대), 이상준(국민대), 이상철(성공회대), 이상호(가톨릭대 강사), 이상호(진보정치연구소), 이세영(한신대), 이영기(동아대), 이영자(가톨릭대), 이용재(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이우진(University of Massachusetts), 이원복(대구대), 이일영(한신대), 이재성(계명대), 이재은(경기대), 이재희(경성대), 이정우(경북대), 이종래(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이종한(한국행정연구원), 이채언(전남대), 이해영(한신대), 임상오(상지대), 임수강(국회의원 보좌관), 장대익(경성대), 장주영(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장지상(경북대), 장상환(경상대), 장하준(University of Cambridge), 전창환(한신대), 전형수(대구대), 정건화(한신대), 정명기(한남대), 정성기(경남대), 정성진(경상대), 정세은(충남대), 정승일(국민대 겸임교수), 정원호(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정일용(한국외국어대), 정재호(목원대), 조복현(한밭대), 조석곤(상지대), 조영탁(한밭대), 조원희(국민대), 주무현(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종환(동국대 명예교수), 채장수(경북대 강사), 채종화(부산경상대), 최배근(건국대), 최정규(경북대), 최정식(UNI 한국협의회), 최종민(전북대), 최진배(경성대), 표명주(대구사회연구소), 한기조(동의대), 한성안(영산대), 허민영(경성대), 현용석(한남대), 홍덕기(전남대), 홍장표(부경대), 홍태희(조선대), 홍훈(연세대), 황신준(상지대), 황한식(부산대), 황호선(부경대) 이상 152명.
  
  2. 대학원생(박사과정) 서명자
  
  강영삼(서울대 대학원), 권은지(서울대 대학원), 김공회(University of London), 김선영(서울대 대학원), 손삼호(서울대 대학원), 심성희(서울대 대학원), 양정승(서울대 대학원), 오승연(University of Massachusetts), 오종석(서울대 대학원), 원도연(고려대 대학원), 이동한(서울대 대학원), 장시복(University of Massachusetts), 전희상(서울대 대학원), 정상준(서울대 대학원), 정재현(고려대 대학원), 정혁(서울대 대학원), 조태희(University of Missouri-Kansas City), 황성하(University of Massachusetts), 현영진(서울대 대학원) 이상 1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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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7-0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퍼가겠습니다. ㅎㅎㅎ 파란색 글씨는 아는 분들인가요? ^^;;;

가을산 2006-07-0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기사 자체에서 링크 걸어놓은 거에요.

sooninara 2006-07-0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삼대통령이 경제 망친것때문에...IMF와서 고생한 기억이 어제같은데..
다시 반복 될까 무섭습니다. 경제는 정치로 해결되는게 아니죠?

가을 2006-07-0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학교 식당에도 유전자 조작 콩이 식탁을 점령하겠군요.
유전자 조작콩은 아직 검열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되지도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을 확률이야 지극히 낮다하지만, 유전자조작 콩은 심히 우려됩니다. 그렇다고 콩을 안먹을 수도 없고.........

기인 2006-07-07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FTA에 대해서 진지하게 애인과 함께 공부를 해볼 생각입니다. (논문이나 고쳐라 -_-; ) 음.. 내면을 성찰해 보니, 논문을 제출하고 8월 중순부터는 FTA!!!

가을산 2006-07-0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음..... ^^ 실은 두 분야가 공생관계인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공생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가을님/ 그러고보니 가을님과 저랑 이름이 거의 같네요! 반갑습니다.
유전자 콩이라... 카길과 몬센토 같은 곡물기업들은 아주 악명이 높지요.

기인님/ 하하.. 기인님, 논문 잘 쓰세요. 그리고 애인분께서 앞으로 중요한 일을 하실지도 모르니까 넓게 보시도록 도와드리세요.
 

'참여'정부의 무능과 <국정브리핑>의 횡포

[프레시안 김재영/MBC <PD 수첩> 피디]  

지난 4일 MBC <PD 수첩>의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 한미 FTA' 편이 방영된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청자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을까? 프로그램의 방영을 전후한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 또한 점입가경이다.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정부의 공식 대변인인 국정홍보처장은 수많은 출입기자들 앞에서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운운하며 이 프로그램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부는 언제든지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에 공식으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신청할 수 있고, 다른 여러가지 통로로 공식적인 반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영도 하기 전에 정부 고위 관계자가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 재단하고 비난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도에서인지 알 수 없다. <PD수첩>은 시사 프로그램으로서 사회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정부는 구체적인 증거도 부족한 상태에서 한미 FTA에 대해 찬양 일색의 홍보를 펴면서 여론을 주도하려 해 왔다. 언론으로서는 정부의 이런 행태에 대해 당연히 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보지 못한 측면은 없는지, 정부의 논리에 문제는 없는지, 한미 FTA 추진과정은 민주적인지를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몫이다.
  
  그 비판이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는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가 판단할 수 있다. 국정홍보처장이 "이 정도면 횡포 아니냐"라며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전에 비난한 것이야말로 시청자와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의 '횡포'다.
  
  방송이 나간 후 <국정브리핑>에는 'PD수첩의 외눈박이 보도'라는 제목의 반박기사가 실렸다. 그러나 되묻고 싶다. 애초에 국민의 세금으로 엄청난 예산을 써가면서 '외눈박이 홍보'를 시작한 것은 누구인가? 한미 FTA가 체결되면 수출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그에 따라 고용이 증가하며, 심지어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마치 한미 FTA가 국내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선전한 것은 다름 아닌 '참여정부'였다.
  
  FTA와 양극화가 관계 있다는 건가, 없다는 건가
  
  <PD 수첩>을 비판한 <국정브리핑>은 "우선 빈곤층의 증가나 사회양극화 현상은 세계화와 정보화, 고령화 과정에서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것으로, FTA 체결국과 미체결국 간에 특별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국정브리핑>의 주장을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면 결국 FTA 체결국들도 세계적인 추세 중 하나인 사회양극화 현상이나 빈곤층의 증가와 같은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미 FTA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FTA 체결로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정부의 홍보에 대해 여러 차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때마다 한미 FTA를 체결하면 양극화가 해결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해 왔다. 언제는 대통령과 정부가 한 목소리로 한미 FTA로 양극화를 해소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는 FTA와 양극화 해소는 별 관계가 없다고 한다. 도대체 어느 쪽이 정부의 논리인지 헷갈린다. <PD 수첩>을 비판하려다 보니 정부의 허술한 논리가 들통난 꼴이다.
   
  한미 FTA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한미 FTA가 고용을 증가시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미 FTA 찬성론자인 한 경제학자마저도 한미 FTA로 제조업 고용이 증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정부는 지니계수(소득 간 격차를 나타내는 수치)를 들어 캐나다, 멕시코의 사회양극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데 사회양극화를 드러내는 지표들은 지니계수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런 여러 지표들을 함께 살펴볼 때에야 비로소 사회양극화의 다양한 측면을 엿볼 수 있다.
  
  멕시코의 경우 NAFTA 이후 상승한 노동생산성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반면에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10%포인트 이상 상승해 70%에 육박했다. 즉 NAFTA의 실질적인 과실을 노동자들은 전혀 누리지 못했고, 그 대부분을 기업과 기업가들이 가져간 것이다.
  
  게다가 NAFTA 이후 멕시코 노동시장에서 비공식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0%로 확대됐다. NAFTA로 인한 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인해 이런 기형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통계들은 멕시코에서 NAFTA로 인해 노동자, 농민 계층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이들 계층의 삶의 기반이 붕괴하면서 사회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4대 선결조건'에 대한 구차한 변명
  
  <국정브리핑>의 구차한 변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방송에서 언급한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 회의문건에서 '4대 선결조건'이라는 어휘가 사용된 것은 편의상 축약적으로 사용된 용어로 진중하지 못한 표현이었다"며 "표현의 문제와는 별도로 이것은 한미 양국 간의 오랜 통상현안으로 존재해 오던 것이며, 정부는 우리의 기본원칙을 유지하면서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편의상 축약적으로 사용된 용어라는 궁색한 변명에 어이가 없다. 지금까지 참여정부는 '4대 선결조건'이라는 말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왔다. 외교통상부의 고위 관리들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4대 선결조건이라는 용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며 한미 FTA 비판론자들의 잘못된 어휘 사용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정부 스스로 '4대 선결조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4대 선결조건의 추진현황에 대하여'라는 이름으로 이 문제에 대처해 왔다는 것이 이번 <PD 수첩>을 통해 드러났다. 그런데도 외통부의 통상교섭본부에서 직접 만들고 '대경위'라는 대통령 직속기구에 보고된 이 문건에 쓰인 4대 선결조건이라는 말이 편의상 축약적으로 사용된 용어였을 따름이란다.
  
  정부의 기본원칙? 문제의 문건에 의하면 4대 선결조건과 관련된 정부 부처들은 그 조건들의 해결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9월까지 각 부처의 기본원칙은 4대 선결조건은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기본원칙은 지난해 10월에 갑자기 사라졌다. 정부는 기본원칙이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단 한 번도 해명하지 않았다.
  
  정부의 무지, 무능, 자료의 빈약에 놀랐다
  
  무엇보다 <PD 수첩>의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가장 놀란 것은 정부 관계자들의 무지함과 무능함, 그리고 자료의 빈약함이었다.
  
  NAFTA 11조에 의한 투자자의 정부 제소권에 관련해 현재 가장 중요한 소송으로 꼽히는 것은 캐나다 포스트(캐나다 우체국)의 택배서비스에 대한 미국 운송회사 UPS의 제소 건이다. UPS는 캐나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캐나다 포스트의 택배서비스 때문에 자사 사업이 손해를 보았다며 국제분쟁조정기구에 거액의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이 소송에서 캐나다가 패할 경우 캐나다의 모든 공공서비스는 미국의 경쟁기업에 의해 제소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우리로서도 관심을 기울여 당연히 참고해야 하는 소송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재정경제부의 고위 관계자에게 의견을 물은 바 있었다. 이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정부-투자자 소송 제도'에 대해서도 아무런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 사건의 개요를 설명해준 후 그로부터 나온 반응은 더욱 가관이었다.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UPS가 뭘 잘못한 거죠?"
  
  정부는 한미 FTA 협상에 있어서 미국 쪽이 공공의료(건강보험)나 교육분야(영리법인 설립) 등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NAFTA와 같은 수준의 한미 FTA가 성립되면 사회의 모든 분야가 투자의 대상이 되고 투자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국내의 규제 및 법률은 모두 다 제소의 대상인 될 수 있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미국이 지금 관심이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캐나다 포스트와 UPS의 소송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재경부의 고위 관료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소송의 사회적 의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론스타가 왜 한미 FTA 로비를 했는지 정부는 아직도 모른다
  
  필자가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만난 모든 관련 공무원들은 한국의 기업 또한 '투자자-정부 소송 제도'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까지 갖고 있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이런 제소에 있어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는 사실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걸까? 더 큰 문제는 투자자-정부 소송와 관련해 프로그램에서 예로 제시한 멕시코의 메탈클래드 사건, 캐나다의 에틸 사건에 대해서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 기업(투자자)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확신하는 것은 '참여정부'는 지금까지도 론스타가 한미 FTA와 관련해서 왜 거액의 로비를 했는지 그 이유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브리핑>의 <PD 수첩> 반박기사조차 <PD 수첩>에서 제기한 론스타 관련 문제들에 대해 전혀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호주가 왜 미국과의 FTA에서 투자자의 정부 제소권을 포함시키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정부는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아마 지금쯤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추천해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주어도 정부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이미 이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과 합의를 해버린 것 같기 때문이다.
  
  "무능한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PD 수첩>은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여러 차례 한미 FTA 협상의 주체인 외교통상부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4대 선결조건에 관해, 투자자의 국가 제소권 제도에 대해, 그리고 1차 협상에서의 쟁점에 대해 묻고자 했다. 거절당했다.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한 김종훈 대표에게 직접 인터뷰를 요청한 적도 있다. 김종훈 대표는 국회 공청회에서
  만약 '4대 선결조건'이라는 단어가 정부의 공식문건에 나오면 책임을 지겠노라고 약속했다. 이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서면으로 질문하라는 답변만 받았다. 서면으로 질의서를 만들어 전달하려 했지만 이마저 거부당했다. 외교통상부에 <PD 수첩>에서 확보한 취재내용들에 대해 질의를 하고 답변을 얻으려 했지만 모두 답을 얻지 못했다. 이렇게 언론을 기피하는 이유를 필자는 알기 어렵다.
  
  그동안 '참여정부'가 무능한 정부라는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받으면서도 하나의 미덕이 있었다면 그것은 이 정부가 '참여'정부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그 '참여'정부가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서는 시민사회의 참여를 완전히 배제한 채 무능한 측면만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더 불안하다. "무능한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라는 경구가 어지럽게 머리에 맴돌고 있다.

김재영/MBC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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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7-06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 갑니다. 저도 국정브리핑 봤는데, 진짜 한심하더군요. -_-

물만두 2006-07-06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여란 말도 좀 안했음 좋겠어요. 개뿔이 참여...지들만의 참여정부죠 ㅠ.ㅠ

가을산 2006-07-06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자라는대로 브레이크 걸어야죠. 다른 길 없을 것 같아요.

사마천 2006-07-0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힘합쳐서 막아보도록 노력합시다. 최근에 이정우씨도 동참하더군요. 정태인, 이정우 등 가장 가깝게 있던 측근들조차 설득 못하는 노무현의 무지가 기가 차게 만드는 군요. 정 못 알아 듣는다면 하야 운동이라도 해야 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