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놀란 토끼
이솝 우화에 놀란 토끼 이야기가 있다.
토끼가 야자나무 밑에 있는데, 나무에서 야자 열매가 떨어지면서 큰 소리를 냈다.
토끼는 그 소리를 듣고 놀라서 사방 팔방 뛰어다니면서 하늘이 무너지는거라고 도망가야 한다고 했다.
내가 본 것도 실은 그냥 야자나무 열매인데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지금이 현재와 같은 소비행태의 한계상황이다. 인구증가와, 자원낭비, 또 그것을 조장하는 경제 체제와 부의 불균형한 흐름 등이 이대로 가면 '삶의 질' 뿐 아니라 '문명의 지속성'도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미래를 바꾸려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생활양식, 소비행태 등을 바꾸어야 한다. "라고 말하면 buddy들조차 고개를 갸웃하고, 남편은 '그냥 당신이 살아있을 50년 내의 일만 걱정해' 라고 말한다.
어쨌든 몇 가지 실험과 시도는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2. 나는 내가 소설 난독증인 줄 알았었다.
대학 졸업 이후로는 소설 읽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본 지가 워낙 오래되어서.
보통 이런저런 연줄로, 혹은 서평에 현혹되어서 소설을 읽거나 했었는데,
대부분 이야기의 진행에 집중이 되지 않고, 작가의 복선이나 의도, 결말도 훤히 보이고, 지루하고 그랬었다.
그러면서 내심 '그래. 현실만큼 흥미롭고, 놀랍고, 아슬아슬한 건 없나보다'. 생각했었다.
물론.... 이런 생각 때문에 더욱 소설은 읽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었고... 내가 모르고 지나쳤을
수많은 좋은 소설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을 것이다.
어제 아***에서 읽기로 한 책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오랜만에 지루하지 않게, 단 한번에 읽힌 소설이었다.
내가 소설 난독증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어서 내심 마음 놓였다.
마지막에 작가가 동구에게 지운 결말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3. 아버지에게 전화 했다.
금년 들어 세번째인 것 같다.
구정때.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그리고 오늘.
"아까는 회의 하느라 전화를 못 받았다."
"전화해 줘서 고맙다"
"무슨 일 있니?"
이런 것은 이전에는 없던, 금년 들어서 나와 여동생이 몇십 년 만에 처음 들은 멘트들이다.
아버지가 이전보다 많이 외로워 지신 것 같다는 것이 나와 여동생의 공통된 생각이다.
앞으로는 한달에 한번은 전화 드려야겠다.
4. 공상과학소설
언젠가 미래에 인간들이 드디어 생활 방식을 바꾸게 되었다.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고,
인간의 주거지역 및 경작지 면적을 최소한도로 제한하고 더 많은 면적의 땅을 자연 그대로 방치했다.
인구는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서 20억명 수준으로 유지했다.
건축물은 지역에서 나는 재생/재사용이 가능한 재료를 이용했고,
초고층건물은 더이상 번영과 부의 상징이 되지 않았다.
의,식, 주 모두 소박한 이전 시대의 소비 수준으로 복원되었다.
동네에서 가까운 곳은 자전거를 타고다녔고,
원거리 이동은 석유를 태우지 않아도 되는 텔레포트 기계가 발명되어서 그 발명가는 노벨 환경상을 수상했다.
왠만한 일은 인터넷을 통해서 처리해서 사람들의 불필요한 이동거리를 줄이고,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발전의 배터리와 부품은 효율이 높아져서, 그 장치는 우리 일상생활의 도처에 있으면서도 눈에는 거의 뜨이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몇만년이 지났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은 채 어느새 인류는 사라졌고,
또다시 수백만년이 지난 후, 또다른 종의 지적 능력을 가진 생명체가 등장했다.
수만년에 거친 그들의 구석기 시대에 인간의 유적 중 단단한 것들은 '그들'의 진화 과정에서 화살촉이나 무기로 사용되었고, 탈만한 것들은 불쏘시개로 타버렸다.
이윽고 '그들'도 인류의 '근대'에 해당할 만큼의 발전 단계에 다다랐고, 과학자들은 새로 발굴한 유적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문명 수준에 대한 학회였다.
거기에서 발제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인간은 바퀴 두개 달린 탈 것을 이용했습니다. 아마 다른 동물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발전시키지 못한 듯 합니다. 증기기관은 말할 것도 없구요. ( '그들'의 문명은 인류가 이미 석유나 석탄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화석연료'라는 개념이 없고, 따라서 석유를 동력으로 하는 탈것은 상상을 못함.)"
"남아있는 유물로 미루어 보아, 인간의 문화 생활은 무척 단조로웠던 것 같습니다. 집터에서 책이나 책이 탄화된 듯한 유물이 전혀 없으니까요. 심지어 도서관 유적조차도 없습니다! ( 종이를 만들기 위해 베어지는 나무를 줄이기 위해서 미래에는 종이책 대신에 전자책 사용이 보편화 되었다. 전자책이 있으니 인터넷을 통해 책을 다운받으면 되기 때문에 도서관은 없어진다.)"
" 집집마다 크고 작은 유리판이 방 벽에 걸려 있거나 집 곳곳에 놓여 있었는데, 없는 집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무척 중요한 유물인 것 같습니다. 혹시 조상의 영혼이 깃들었다거나 신의 계시를 적어놓은 액자 아니었을까요? (벽걸이 TV와 컴퓨터, 전자책 등의 유적에 대한 해석)
여기에 '그들' 중 비주류에 속하는 과학자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렇지만 집터를 조금 더 파보면 손가락만한 구리선이 집집마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곳곳에 있는 '유리판'에도 연결이 되어 있어요. 구리선의 구조를 보면 무척 복잡하게 되어 있습니다. 혹시 방을 따뜻하게 하는 '난방기계' 아니었을까요? 기계의 유리를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무척 작은 격자무늬를 볼 수 있어요. 혹시 상당한 과학문명을 이룩한 흔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비주류 과학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 현미경 성능 믿은 수 있는건가요? 유리는 굳는 과정에서 격자무늬가 저절로 생겨날 수도 있는거지요."
"구리선은 일종의 종교적인 의미로, 나쁜 땅기운을 제거하기 위해 심어놓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
그 비주류는 시대를 너무 앞서 태어난 것이다. 먼 훗날, 그는 '인간고고학의 개혁자'로 불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