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거나 즐기는 편은 아닌데, 일단 보기 시작하면 그 뻔한 진행을 예상하면서도 감독이 깔아놓은 감정샘을 피하지 못해 눈물이 주책없이 흐르곤 합니다. 이건 제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일입니다.
태극기의 경우도, 성룡도 울었다는데, 또 눈물 질질 짜겠군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형이 동생 아이스께끼 사주는 장면서부터 눈시울이 젖는건 또 뭐란 말입니까?
중간중간에 눈물 나오는건 포기한다 치고, 그래도 끝나기 15분 전부터는 영화 끝난 후의 민망함을 줄여보기 위해 '참아야 하느니라~!' 하며 노력은 했지만, 역시 허사였습니다.
굳이 변명을 한다면, 이건 주인공들의 스토리 때문이라기보다는 역사의 무게를 느꼈기 때문이다~~~ 라는, 흠.. 이게 더 궁색한건가요? --;;;
이 영화를 시부모님, 그리고 둘째아들과 보았는데, 어머님께서는 이 기회도 놓치지 않고 아이에게 '옛날에는 진짜로 그랬다'는 역사 교육, '북한이 저렇게 쳐들어와서 ~~' 반공교육, '열심히 운동하고 밥도 잘 먹어야 저렇게 쌈도 잘 할 수 있다'는 체육(?) 교육까지 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영화가 끝나자 얼굴을 보이기 싫으셨던지, 불이 켜지기도 전에 '나 화장실 들렸다 갈게 밖에서 만나자'라는 말씀을 남기고는 휙 먼저 나가시고...
2.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동생 표정의 지나친(?) 천진함으로 인해 형과 동생의 대비에서 '형제'라는 면만 부각되고, '순박한 민심'과 이를 비판적으로 지켜보는 '지식인의 비판의식'이 제대로 살지 못했던 것입니다.
3. 가장 많이 울었던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를 제외하고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때는 고2 겨울방학이었습니다.
여동생이 훗날 묘사한 바로는, 제가 눈물을 휴지로 닦다가 그걸로 감당이 안되자, 세수수건을 세로로 반 접어서, 그것을 두루마리 휴지처럼 둘둘둘 말아서는, 둥글게 말아진 한쪽 끝부터 눈물을 닦는데, 한 부분이 다 젖으면 90도 돌려서 닦고, 그런 식으로 수건 하나를 돌려가면서 말아가면서 다 적시더랍니다. 어째 다음날 일어나보니 눈이 하도 부어서 눈을 뜰 수가 없더라구요..
이유는, 그 몇일 전 제가 진로를 예체능에서 의대로 바꾸겠다고 했고, 부모님이 알아본 바로는 예고에서 의대는 갈 수 없다고 해서, 그 충격에 혼자서 꿈을 접느냐 마느냐 하면서 운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