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서 폴라티에 쉐타에 코트를 껴입고 대전역에 갔습니다.

주중에다 날씨까지 춥고, 장소도 행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전역 광장에서 행사를 하게 되어서 혹시 너무 사람이 적을까봐서.

비슷비슷한 레파토리가 반복되려니... 한쪽 구석에서 책이나 읽으면서 1제곱미터라도 채우려고 갔는데, 이거 왠걸? 어제는 젊음의 광장이더군요. 구경하느라 한글자도 못읽었습니다.

다른 날처럼 노래와 시민 발언대도 물론 있었지만, 어제의 하이라이트는 여러 대학생 동아리, 직장인 동아리, 그리고 충북 영동에서 온 전교생 15명인 대안학교 학생들의 노래였습니다.

날씨가 추운 것이 사람들을 더 움츠러들게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열심히 몸을 움직이게도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한줄 기차나 강강수월래 같이 다같이 어울리는 놀이로 행사를 마무리 했는데, 학생들은 흥이 나서 계속 더 하자고 그랬답니다. (전 보기만 했습니다. 역시 나이가... ㅠㅜ )

광장 한켠에는 어떤 동아리 회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촛불로 '민주수호'라는 글자를 광장 바닥에 만들었구요,

유치원 아이를 데리고 나온 한 젊은 아빠가 그 촛불들을 한글자 한글자 읽어주며 아이에게 그 뜻을 이해시키려고 애쓰는 모습은 저 혼자 보기에 너무 아까웠습니다.

행사장 한쪽에 낯익은 중년남들이 보이길래 인사하러 가보니,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 의사회(건치)' 회원들이 정기 모임을 겸해서 이곳에 나와 있었습니다. 제 병원 옆집 치과 원장님은 군밤장수 아저씨 같은 털모자를 쓰고 나왔더군요. ^^

제가 속한 모임도 지난 화요일 행사장에서 겸사겸사 모임을 가졌었는데, 아마 동아리별 참가자들은 비슷한 생각들로 나온 것 같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토요일이네요.

내일 저녁엔 우리 영어 회화 선생님도 같이 만나기로 했습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03-1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조금 더 '문화행사'로 보이려고 그런건가? 이유야 어떻든, 폭력 없이 축제로 변모하고 있는 시위문화가, 저는 반갑군요.^^

마태우스 2004-03-2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대전이 민주주의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듯! 님을 보니 맨날 술만 먹는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이번 주말에 술약속을 잡지 않았습니다. 장소는 다르지만, 오늘밤 저와 님은 촛불을 들고 비슷한 노래를 부르고 있겠죠?

2004-03-21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4-03-2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근 길에 광화문을 지나가는데.. 연일... 촛불시위를 합니다... 참여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딸아이 보러 집으로 총총 가는 마음도 편치는 않더군요.
 

이 유전자 기술이 응용된다면... 

손가락 끝에서 빛이 나게끔 할 수 있으면 밤에 불을 켜지 않고도 손끝으로 밝히면서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

전기도 무진장 절약되겠네요. 흠.. 에너지 대체효과까지...?  ^^

그런데, 정작 조작당한 나비는 자연에서는 포식자들 눈에 더 잘 띄게 되어 살아남지 못할 것 같습
니다.

-----------------------------

한밤에 빛 발하는 유전자조작 나비 탄생  

김훈기 기자  
2004년 3월 17일
wolfkim@donga.com  

한밤에도 빛을 발하는 유전자조작 나비가 세계 최초로 탄생했다.

영국의 BBC 온라인뉴스는 11일 미국 뉴욕주립대 안토니아 몬테이로 박사팀이 아프리카 나비의
일종(Bicyclus anynana)에 해파리의 녹색 발광유전자 2개를 삽입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이 실험의 이유는 나비의 변화무쌍한 위장술의 비밀을 유전자 수준에서 알아내기 위
한 것.

이 나비는 날개 끝에 눈과 비슷하게 생긴 점무늬가 있다. 천적인 새로부터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다. 새가 이 무늬를 나비의 눈이라 착각해 공격할 때 나비가 치명타를 입지 않고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나비는 비가 올 때만 위장무늬를 만들어 천적의 시야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비가 없는 기간에는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위장무늬를 없앤다고.

하지만 최근까지 나비 날개의 색깔이나 무늬를 만들어내는 유전자에 대해 밝혀진 바가 거의 없
다.

몬테이로 박사는 “발광유전자가 삽입된 나비의 수정란이 성체로 자랐을 때 어느 부위에서 빛을 발하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조만간 환경에 따라 날개 무늬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유전자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갈대 2004-03-1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슬 유전자재조합기술이 위력을 발하는군요.. 우려하는 사람도 많지만 저로서는 상당히 반기는 입장입니다

sooninara 2004-03-18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에 문외한이라서인지..유전자 조작하면 '몬스터' 생각이나서..
자연을 거역하는것에 항상 두려움을 갖게됩니다..

2004-03-18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3-18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실은 우리 큰애가 먼저 발견했다.

한국인과 결혼한 일본인 새댁의 경험담을 네컷 만화와 짧은 글로 엮은 책인데,

고생한 이야기들을 그래도 예의바르게 그리느라 애썼다.

우리 올캐도 일본인이다. 결혼한지 5년쯤 되어서 예쁜 조카도 있다.

올캐도 혼자 만화 그리는 것 좋아하던데, 우리 올캐의 속내는 어떨까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 '똥침'일화가 압권이다. 

아기를 낳기 전에 '관장'을 하는데, 관장이 한국말로 무어라고 하는지를 일본인 새댁들이 모여서 궁리하다가, 그걸 '똥침'이라고 결론내렸다는 것이다.

'병원에 가서 '똥침 해주세요' 라고 하면 되겠네?' 라고 연습까지 하면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ooninara 2004-03-18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어지네요^^
 

"한나라당 의원들이 뒷짐지고 서 있는 장면, 공포영화를 보는 듯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42)

                                                                       
"요즘 파주에서 계속 영화 촬영중이라 '생중계'로는 보지 못했다. 저녁뉴스로 편집된 화면을 봤다. 내게 그날의 영상은 한 편의 '공포영화'였다. 의장석에서 끌려나와 통곡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모습이 슬펐다기 보다 한쪽 편에서 뒷짐지고 있는 서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보면서 괴괴한 느낌이었다. 뒤쪽 멀리 떨어져 최병렬 대표나 박근혜 의원 등 지도부가 당당하게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그랬다.

다들 생각이 비슷할 거라고 본다. 한심했다. 마음 한편에선 사회개혁이나 개선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하는 좌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 정치역사의 엄청난 퇴보다. 87년 6월항쟁이 떠올랐다. 그 때 청산하지 못한 기득권 세력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끈질길 수 있는지, 또 그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얼마나 질긴지 이번 탄핵안이 통과되는 걸 보면서 실감했다."


--------------------

"돌아온 좀비들...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반드시 귀환한다"
-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김지운 감독(42)

"참담하다. 눈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탄핵 결과에 대한 파장이 클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설마 가결이 되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국회의 정치수준은 영화감독의 상상력을 초월했다. 어떤 잣대로도 설명이 불가능하다. 만약 지금의 탄핵정국을 시나리오로 쓴다면 유치하다고 충무로에서 퇴짜맞는다. 말도 안되는 상상력은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박수치고 만세 부르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사람들은 자기가 한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그러니까 박수를 치고 좋아하는 것 아니겠나. 탄핵이 가져올 여파에 대해 판단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나. 물론 전에도 정치인들이 실소를 자아내는 장면은 여러 차례 연출되었지만 이번 사태는 그 정점이다.

탄핵에 찬성한 193명의 의원들은 괴상망측한 몰골의 '돌아온 좀비들' 같았다. 앞으로 나가던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는 집단적 광기였고, 동시에 좀비를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좀비들에게 역사가 발목이 잡힌 것이다.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반드시 귀환한다. 지난 역사 속에서 국민들이 잘하겠지 하면서 봐준 게 있다. 그 잔재가 망령을 불어들였다.

어쨋든 살아 있는 사람들과 좀비들과의 한판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다시는 좀비들이 살아오지 못하게 확실히 매장해야 한다.

-----------------------

 "힘으로 눌러버린 강간...결국엔 자위로 끝난 포르노 스펙타클" 
 [기고]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본 3·12 
 
그날 대통령 탄핵가결안을 통과시키는 국회의 스펙터클은 내게 정치적이라기보다는 포르노그래픽하게 보였다.

첫 번째 이유는 그걸 보는 내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협상과 토론의 중재에 의한 정치가 없었다. 그냥 힘으로 눌러서 벌이는 강간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보는 우리에게 즐겁지 않느냐고 뻔뻔하게 물어보는 중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이유이다. 그건 사실상 했는데 당사자들은 안 했다고 생각하고 있거나(그래서 국민들이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혹은 안 했는데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여전히 자신들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갈 데까지 가서 다 보여주고 말았다. 그런데 그건 한 게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애처로운 일이다. 거기서 오르가즘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그들이 잊어버린 것이 있다. 포르노그래픽한 스펙터클은 두 가지 약점이 있다. 그 하나는 흥분은커녕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아무리 잘해봐야 그건 자위행위로 끝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민주주의라고 착각한 포르노그래픽한) 스펙터클을 보여주었지만, 거기서 흥분한 연기는 가증스럽고 유치한 것이었다.

사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포르노그래픽한 스펙터클을 보고 부끄러워하는 것은 항상 그걸 보는 사람들이지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걸 보고 그냥 웃자면 익살스럽기도 하지만, 이 스펙터클에 함께 참여하라고 제안을 받으면 그건 끔찍한 일이다. 그러므로 광화문에 선 그 수많은 시민들이 노! 라고 말하는 것이다.

정말 그대들은 부끄럽지도 않은가! 그런데도 방송국을 찾아다니고 신문사를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중언부언하는 중이다. 무슨 말을 이렇게 복잡하게 말하느냐고? 그냥 한 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같다'는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만 더.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 당신이 잘 해서 이 포르노스펙터클과 맞서면서 당신 대신 거리에 서서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이 한국군을 이라크에 파병한 것을 용서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나의 차선이기 때문입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산 2004-03-1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 관련 페이퍼를 쓰지 않기로 결심했었는데, 하나만 더 올립니다.
왜냐면 그동안의 제 페이퍼들에서 표현되지 못한,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마지막 문단만은 꼭 옮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superfrog 2004-03-18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밤, 잘 읽고 퍼갑니다..

갈대 2004-03-18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갑니다.
 

오늘도 퇴근후 시내에 갔습니다.

주말처럼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의외로 젊은 사람들보다는 대부분 중년 이상 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옆에 서있던 사람이 반갑게 인사하기에 보았더니, 이런! 바로 옆집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8년간 옆집에 살다가 작년에 이사간지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저더러 자꾸 일찍 들어가라고 하데요. 

한참을 이야기하다... 알고보니, 이사람 경찰인데, 잠복근무를 하는 중이라더군요... --;;

제가 그랬어요. '이왕 잠복근무 하는거 촛불 하나 들고 하라'구요.

어쨌든, 반가운 만남이었습니다.

 

대전에서 집회 경비를 모금한 액수가 토, 일 이틀동안 500여만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서울에 비해서는 적은 액수지만, 인구도 적으니깐 모...

 

실은, 주중에는 집회에 갈까말까 했었는데, 홍사덕 의원의 발언 덕에 또 기운이 나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홍사덕의원과 박관용 의장은 열우당의 비밀 당원같아요.

아니면 양초 공장 사장과 인척관계에 있거나...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갈대 2004-03-16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초공장 쪽이 유력하네요..ㅋㅋ

sooninara 2004-03-1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컵도 많이 쓰입니다..값이 싸긴하지만..^^ 그쪽도 고려해보세요..

가을산 2004-03-1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예쁜 초를 만들어 아르바이트나 할까요? ^^
오늘은 기금 모금용 김밥까지 등장했습니다.

2004-03-17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3-17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