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냐 > 기자의 5대 덕목
'덕목'이라 하니, 제 양심은 콩닥콩닥 방망이질 칩니다.
이거 거의 사기꾼 다된걸까. 하지만, 그래도 업계의 중론이 그렇다는데, 업계의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인데 무시할 수는 없는 법. 괜히 선량한척 잘난척 후까시를 잡을게 아니라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5대 덕목'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발단은 이렇습니다.
"아니, P선배. 이거 새삼스럽지 않은 건데, 이걸 뭘 기사로 다시 쓰시나요? 캬캬"
후배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도발에 P선배는 엄숙하고도 진지한 표정으로, "아니, 하늘 아래 새로운 기사가 어디있어, 그리고 언론인의 5대 덕목 몰라?"
갑자기 송구스럽고, 면목없는 표정의 저는 5대 덕목을 알아맞추려 애를 써봤지만, 제 머리로 보나, 경륜으로 보나 도저히 따라갈 수 있는 P선배가 아니었습니다.
애써, 순진무구 말똥말똥 별빛같은 눈동자 모드로 돌입, "그게 뭐였죠? 쩝"
"일단 '견강부회', 바로 이런 기사에 어울리는 덕목이지." (네이버 사전에 기대어 이 사자성어의 뜻을 풀이하자면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조리에 닿도록 함')
화들짝...아, P선배...이 미미한 후배, 다시 머리를 조아리구...다른 덕목을 듣고 싶사옵니다. 한 수 가르쳐 주시옵소서...
"뭐, '견강부회'는 기자들에게 있어서 비교적 쉬운 덕목이라고 할 수 있지. 사실 기자가 되서 수습 때기도 전에 배우는게 '거두절미'라는 첫번째 덕목이야. 그리고, 좀 경륜이 쌓이면서 '야마(업계 용어인데 주제 정도로 해두죠)' 좀 잡고, 요리할 줄 알게 되면 '견강부회'나 '침소봉대'의 경지에 오를 수 있지...그리고 좀 더 지나면 '아전인수'라는 네번째 덕목까지 마스터할 수 있지."
(사자성어에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참고로 문자 풀이를 해드리자면, '거두절미'는 요점만을 남기고 앞뒤의 사설을 빼어 버린다는 뜻이요, '침소봉대'는 바늘만 한 것을 몽둥이만 하다고 한다는 뜻으로 심하게 과장하여 말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아전인수'는 제 논에 물 대기라는 뜻으로 자기에게만 이롭게 되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함’을 뜻하는 말이죠....*^^*)
"그렇다면, 마지막 한가지 덕목은 대관절 무엇입니까. 싸부님."
"음, 나도 아직 그 단계에는 오르지 못했는데, 정말 진정한 '대기자'만이, 내공이 쌓인 뒤에야 얻을 수 있는 덕목이지. 바로 '곡학아세'야."
아~ '곡학아세'! 그것이 바로 진정한 기자의 마지막 단계로군요...후배, 깨달음이 무진장 크옵니다...크으으으흐흐흐흐.
(여기서 잠깐, 곡학아세란 바른 길에서 벗어난 학문으로 시세(時勢)나 권력자에게 아첨하여 인기를 얻으려는 언행(言行)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기’의 ‘유림전(儒林傳)’에 나오는 말로, 중국 한나라의 원고생(轅固生)이 공손홍(公孫弘)에게 학문의 정도(正道)는 학설을 굽혀 세상 속물에 아첨하는 게 아니라고 한 고사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이거 일부러 네이버 사전에서 퍼왔슴다. ^^;;;;)
기자질 10년이 지나지만, 어찌 '5대 덕목'도 모르고 깝쭉거렸나..싶기도 합니다만. 알게 모르게 저도 이런 덕을 쌓으면서 지내지 않았을까, 위안도 해봅니다.........
아아. 업계 기밀을 너무도 쉽게 노출시켜 버린게 아닌가.........최근 별 할 말도 없구, 심심했던 탓이라 변명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