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사회 숙제로 '시장'에 다녀온 보고서 쓰는 것이 있었다.
석가탄신일이었던 지난 수요일, 가까운 할인점이나 수퍼들은 다른 친구들도 많이 할 것 같아서, '중앙시장'이라는 재래식 시장에 갔다.
거기서 아들 허리띠도 사고, 사는 모습을 사진찍기도 하고, 자투리 옷감 파는 가게에 가서 옷감도 사고... 구경도 하고 돌아왔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다.
이날 산 자투리 옷감 중에 아주 화려한 꽃무늬 감이 한마 반 있어서 덤으로 받아왔는데, 이걸로 무얼 만들까 하다가, 쌍둥이 조카들 치마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여동생을 불러 아이들 치마 만들어주겠다고 큰소리 빵 쳤는데, 여동생은 언니 솜씨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홈질해서 샤링을 넣어서 잡아당겨서 곱게 주름잡은 치마'를 만들어달라면서 좋아하는 거였고, 게다가 아이들이 제주도의 시댁으로 가서 몇개월 지내러 출발하는 게 바로 다음날이라고 했다! ㅜㅡ
그런데 문제는 내가 '옷'이라고 만들어본게 중고생 때 저고리 모형 만든거 이후로는 한번도 없다는거였다.
동생을 보내고 부랴부랴 인터넷 검색해서 아기 원피스 '옷본'을 찾고 (우씨~ 왜 공짜 옷본 찾기가 어려운거야~~), 조카 몸 길이 재고... 작업 시작했다.
기본 옷본을 내가 생각한 모양에 맞게 변형해서 종이에 그려서 자르고, 옷본을 옷감에 그리고 나니 저녁 9시!
옷감 자르고, 이 와중에 머리에 둘러쓰는 머리수건도 덤으로 같이 만들기로 했는데.... 머릿수건 두개와 치마 하나를 완성하고 나니 새벽 두시였다. 아직 치마 하나가 남았는데...
다음날, 저녁에 떠나는 조카들 편에 같이 보내기 위해 아침 일찍 재봉틀을 들고 출근했다.
환자 보는 틈틈이 오전 내내 나머지 치마 하나를 완성하고, 상가 아랫층에 있는 세탁소에 살짝 다려달라고 부탁한 것이 12시! ^^ 겨우 점심시간에 동생을 만나 옷을 전해줄 수 있었다.
워낙 서두르다보니 다락방에 올릴 사진도 찍지 않아서 동생에게 옷입혀서 사진 찍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것이 그 사진이다. 조카 하나는 낮잠자느라 못찍고, 한명만 모델을 했다.

점심 먹으며, 이젠 갑자기 옷만드느라 밀려난 검은비님 책갈피를 만들어야 하겠다고 하니, 동생 왈,
'언닌 일 언제 해?' ( 또 환자 없는게 들통났다 ㅜ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