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 한국경제 대전망
심영철.선대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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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제목만 대하더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함을 느끼게 하는 책입니다. 집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마도 악담이나 저주로 느낄 수도 있는,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경고나 두려움을 가지게 만드는, 그리고 집이 없고 마련할 만한 능력도 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긍정과 부정의 감정이 교차하지 않을까 합니다.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과 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경제상황을 헤쳐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 말입니다.

 책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전반부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내용이고, 후반부는 부동산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소개입니다. 책의 제목처럼 부동산에 대한 내용은 우리나라의 부동산은 끔찍한 거품에 부풀려진 자산으로 현재의 하락이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주된 요점이고, 내용의 대부분은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하는 저자 나름-이 단어를 쓴 것은 여러 주장의 근거로 쓰인 자료의 인용이나 해석에 냉정한 객관성보다는 저자의 감정이 성급하게 앞섰다는 인상이 들어서입니다-의 자료와 분석이 담겨 있고, 그러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제안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 자료니 분석이니 제안이니 하는 단어를 대하면 나름대로 자료에 대한 논리정연하고 냉정한 분석이나 해결책에 대한 치밀하고 계산된 제안을 상상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한다면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거칠고 감정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가는 저자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세련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좀더 비판적으로 말한다면 자신의 주장을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옳은 것으로 못박아 놓고, 거기에 맞추어 모든 것을 해석하고, 적용하고, 때로는 반대편에 있는 의견들을 비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의 옳고 그름보다 표현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으나 여기서는 그러한 방식이 책의 내용이나 주장의 방향까지 정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언급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우리나라의 부동산에 거품이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2000년대에 들어선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전에는 부동산에 관심을 가질만한 사회적 위치가 아니었고 어떤 자료를 모아서 분석해 본 것도 아니기에 2000년 전의 시장상황에 대해서는 내게 말할 만한 근거가 별로 없습니다- 합리적이지 않은 -이것도 일이 발생한 후에 미리 그런 느낌이었다고 주장하는 오류일 수도 있습니다- 모습을 보이고,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박탈감을 더 심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불합리함을 느끼게 만드는 부동산 열풍을 보았기 때문에 분명 어느정도의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에는 많은 이들이 충분히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의 여파로 어느 정도 하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듯 하고, 저자의 말처럼 대폭락에 이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몇가지 사항들만 가지고 대폭락을 운운하는 것은 분명 도가 지나친 주장이거나 자신의 주장이나 믿음에 대한 과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식으로 이런 주장을 합리화한다면 '전망이나 예측이란 틀리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조금은 황당스런 논리를 펼칠 법도 합니다. 가끔은 귀신같이 맞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제예측이나 전망은 보기좋게 엇나가기 일쑤입니다. 그러한 예측이 앞으로 취해질 모든 대책의 가능성과 시장과 연관된 변수들을 조합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저자의 주장처럼 대폭락이 현실화 된다면, 그것은 저자가 말한 이유들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세계 금융위기의 부정적인 전개와 정부가 취할 경제 대책들의 실패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책의 후반부에 덧붙여진 여러 금융상품에 대한 소개는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두번 들어보았을 법한 금융상품에 대한 소개입니다. 각 상품의 특징과 내용, 장단점 등에 대해서 정리할 수 있는 정도의 소개라는 생각입니다. 앞의 부동산에 대한 내용이 주장들로 채워져 있다면 뒤의 금융상품 부분은 정보가 담겨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의 책검색을 통해서 '부동산 대폭락'이라는 검색어로 책 세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권은 일본의 부동산 폭락에 대한 내용이고, 한 권은 바로 이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이 책보다 뒤에 나온 이 책의 내용을 뒤집는 '부동산 대폭락 시대는 없다'라는 책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정반대의 시각을 가진 책 두권이 발간되었다는 것이 자못 흥미롭기도 하고, 상호 보완해서 읽는다면 좀더 균형잡힌 시각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기의 전망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려면 남들이 보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할 때, 미리 경고음을 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면서 불이 더 타오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소방차가 와서 큰 불길을 잡은 상태에서 남은 잔불들에 양동이로 물을 퍼부으며 이제는 완전히 불길이 잡힐 것이라고 나팔을 불어대는 것과 같은 주장은 전망이라고 말하기에는 민망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전망서라기 보다는 부동산 하락과 세계 경제 하락의 국면에서 두려움에 싸인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물어볼 일입니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것은 부동산에 도사린 위험에 대한 경고라고 믿고 싶고, 저자의 열정이 담긴 목소리가 악담이나 저주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현재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는 경제위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과민반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리 과민해지고 불안해진 일반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경제 전망의 형식은 더 큰 두려움을 안기는 주장이 아니라, 다음의 글과 같은 냉정하고 차분한 자세를 견지하는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지막에 덧붙입니다. 모두들 다가오는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이겨내시기를..... 

*** (퍼온글 중 일부) 주택가격 전망의 무모함 ***

 (원문: http://blog.chosun.com/article.log.view.screen?blogId=114&logId=3526835)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집값 하락세가 확산되면서 향후 집값 전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도 일본식으로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내년 상반기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갖은 논리로 무장하고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이런 주장들은 무모하기 그지 없다.
 집값은 수요와 공급 뿐 만 아니라 전체 경제 상황, 금리, 글로벌 경제 등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지금 주택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 유동적이어서 집값 전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현재의 집값 급락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침체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즉 글로벌 경제의 향방이 한국 경제와 집값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 위기는 이른바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는 점이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각국이 시의 적절하게 대응을 한다면 1~2년 내에 세계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들 수 있고 한국 경제와 집값도 바닥을 칠 수 있다.
 그러나 각국의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대공황 당시처럼 보호무역주의로 흐를 경우, 글로벌 경제의 위기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현재 전문가들 대부분이 1~2년 내 경기가 회복되는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의 장기화라는 비관론도 100% 배제할 수는 없다. 불과 몇개월 전만해도 유가 등 원자재 폭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경제위기의 주범이었지만 이제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이 세계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부상할 정도로,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집값을 단정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무식하거나 무모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중략)     .... 집값 상승기에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집값이 하락할 때는 끝없이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한다. 섣부르게 미래를 예단하기 보다는 냉정하게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시하는 것이 집값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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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성의 심리학 - 왜 인간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하는가
스튜어트 서덜랜드 지음, 이세진 옮김 / 교양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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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삶이나 행동양식에 비합리적인 면이 많다는 말을 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수긍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삶속에는 합리성이 정당한 자리를 차지하며 여러가지 복잡한 일들을 조정하고 이끌어주고 있으리라도 믿겠지요. 인간이라는 존재가 완벽한 합리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호모 이코노미쿠스 같은 존재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그 쪽과 가깝게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우리의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려고 하는 면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그 이유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는 저자의 말 속에 이 책의 진면목이 숨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혀 합리적이지 못한 사람,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에 대한 고찰, 그들의 '사고방식에 내재해 있는 결함에 대한 고찰'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된 내용들입니다.

 저자는 '한정된 시간 안에 증거를 토대로 최선의 결론 혹은 결정을 이끌어내지 않는 사유과정은 모두 비합리적인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사전적인 정의만을 가지고 논의한다면 경계에 있는 모호한 부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저자의 이러한 정의를 따른다고 하더라도 정확함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을 것인데, 저자는 주로 '편견에 의해 일어나는 비합리적인 판단과 결정'들을 다루겠다고 말하고, 실제 여러 예들은 일관적이지 못하고 이랬다 저랬다하거나 실제 결과가 명백히 잘못된 경우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는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모습을 보이는 생각의 오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가용성 오류-맨 처음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따라 판단을 내리는 것-, 첫머리 효과-첫인상에 의한 판단에 영향을 받는 것,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후광 효과-어떤 사람에게 아주 돋보이는 좋은 특성이 하나 있다면, 다른 특성들도 실제보다 좋게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반대개념은 악마 효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들이 개인의 차원에서 비합리성이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고, 다음으로는 비합리성의 사회적, 감정적인 원인들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에는 권위있는 존재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 자신과 대등한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려는 순응,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순응, 어리석음과 이기주의가 혼합된 조직의 비합리성, 자기 신념에 대한 잘못된 일관성, 잘못 적용된 보상과 처벌, 강렬한 욕구와 정서로 인한 판단의 오류 등이 해당됩니다. 이러한 사람이 비합리성에 이르는 여러가지 원인들에 뒤따르는 내용은 이런 원인들이 어우러진,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생각하지 못함으로 발생하는 오류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증거들을 무시한다거나 자신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는 것, 동종요법이나 자연요법 등의 잘못된 관계 짓기, 조건부 확률에 대한 무지로 인해 생긴 의학적 오류, 인과 관계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판단, 여러 정보에 대한 잘못된 해석-확률이나 모집단의 크기, 편향성 등에 대한 지식의 부재-, 확률이론 등에 기초하여 분석하였을 때 파악되는 일관성 없는 결정, 근거없는 자기 과신, 여러 상황에서 위험도에 대한 비합리적인 반응, 직관력 등에 의지한 잘못된 추론 등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마도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마지막 장에는 지금까지의 비합리성의 여러 특정 원인들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이야기 즉 비합리성의 근본 원인 다섯 가지에 대한 추론을 담고 있습니다. 첫번째 추론은 비합리성은 진화의 유산으로, 인간이 먹고 자고 가정을 꾸리며 생존하는데 필요할 정도로만 합리성을 발전시켜왔을 뿐이며, 사회와 기술의 발전이 그러한 진화를 앞질러 버린 결과라는 추측입니다. 두번째로는 우리 뇌를 이루는 부분들이 무작위로 연결되어 있는 신경 세포들의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정보의 처리는 빠르지만, 쉽게 일반화하는 오류에 빠지는 것 같다는 추측입니다. 세번째는 힘든 사고의 필요성을 줄이고 결정을 빨리 내리기 위해 발전시킨 '간편 추론법 (heuristics)'과 같은 트릭에 의존한 정신적 태만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고, 네번째는 기본적인 확률 이론과 통계의 개념들에 대한 무지로 인한 것이고, 다섯번째는 사람들의 '자기 중심적 편견 (self-serving bias)'로 인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들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졌다면, 비록 이 책의 목적이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한 고찰과 그러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주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러한 비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한 제안들이 기대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몇가지 제안 - 마음을 열어 놓고 모든 증거를 살펴서 결론을  도출하라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제안, 또는 확률이나 통계적인 개념을 배우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조금은 더 구체적인 제안 등-이 있기는 하나 만족스러울 만큼은 아닌 듯 하고, 비합리성의 개선을 위한 이러한 조언보다는 우리가 어떤 근거,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비합리적인 결정이나 판단들을 반복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각과 그러한 비합리성에 이르는 원인들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더 의미가 있는 책이지 않을까 합니다.

 ***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직관에 대한 긍적적인 책-'생각이 직관에 묻다'-을 읽은 적이 있고, 그 내용이 상당히 흥미로웠었는데, 이 책에서도 직관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직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다루었다기 보다는 비합리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내용입니다. 물론 직관에서 주로 사용되는 '간편 추론법 (heuristics)'이 '적당히 괜찮기는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은 결과를 빨리 도출하는 사고의 방법이며, 종종 올바른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는 있고, 아마 이 점을 앞에 읽었던 직관에 대한 책이 중점적으로 다루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또 한가지는 두 책의 어떤 주어진 문제의 해결을 위해 권장되곤하는 프랭클린 기법의 유용성에 대한 이해도 서로 상반되는 시각을 보이고 있어서, 서로의 위치나 관점에 따라서 같은 문제를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서로 비교하여 본다면, 꼭 비합리성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직관과 이성, 합리성과 비합리성에 대한 이해에 조금은 더 균형잡힌 시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덧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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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물리학 - 탁상 블랙홀에서 양자 텔레포테이션까지 상상 초월 물리학의 세계
다케우치 가오루 지음, 꿈꾸는과학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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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학에 대해서 듣거나 말할 때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먼저 떠오르는 것은..... 뉴턴 역학과 상대성 이론, 그리고 요즈음 한창 유행하고 있다는 초끈 이론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그 내용을 다 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용어들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의미에서 입니다.....^^ 뉴턴 역학은 그래도 고등학교때 물리시간에 열심히 배운 덕에 조금은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부분이고, 상대성 이론은 대학교때 물리학에 대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어서 잠시 대하긴 했지만, 몇가지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지식이 있을 뿐, 그 본질을 알고 있다고는 할 수 없는 분야이고, 초끈이론은 그야말로 말로만 들어보던 것을 최근에 Science TV에서 이에 대한 소개 프로그램 하나를 보았을 뿐입니다. 입자가 아닌 끈의 진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자 한다는 것까지는 알아 듣겠는데, 10차원이니 11차원이니 하면서 설명하는 그 이상의 내용들에 대해서는 그냥 하얀 백지장 상태라고 고백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고등학교 시절엔 뉴턴 역학을 배우면서 매우 흥미롭고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만나게 되는 현대 물리학은 평범한 범주의 일반인들의 접근 자체를 거부하는 듯한 인상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지각하는 시간과 공간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접힌다는 개념에서 시작하여, 현대 물리학과 관계된 여러 개념이나 실험결과, 관측결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미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 탓이겠지요. 이런 물리학에 대해서 일반인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해 주겠다고 제안하면서 다가오는 녀석이 바로 이 책 '밤의 물리학' 입니다.

 물리학이면 물리학이지 밤의 물리학은 또 뭔가? 저자는 Night Science(밤의 과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논리와 합당한 이론에 근거를 둔 방식이 아닌' 갑자기 번득이는 아이디어 등의 논리를 찾기 힘든 생각에 근거한 연구와 주장, 두번째는 말 그대로 밤하늘의 별들과 우주를 연구하는 학문, 하지만 여기에 엉뚱함이 같이 묻어난 경우, 세번째는 순전히 허구나 공상, 소설적인 설정이 뒤엉킨 전혀 과학답지 않은 수상한 이론이나 주장..... 한마디로 주류 과학에 속하여 정설로 취급되지 못하고 이단시 되거나, 정설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증명되지 못한, 아직까지는 허황된 생각이나 주장에 머물러 있는 주장과 이론들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밤의 물리학에 속한다는 말이 틀렸다거나 바르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아직까지 정설로 인정받지 못한 소수 의견이라거나 현재까지의 물리학의 단계에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고, 어느 순간에는 화려하게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내용들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지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다소 엉뚱하고 괴이한 부분들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책 내용이 물리학의 역사에 담긴 단순한 에피소드나 담소거리를 풀어낸 것이 아니라, 난해한 물리학 자체에 대한 이론과 주장들을 우리의 현실이나 미래의 흥미와 연관시켜 설명한 내용이기에, 저자가 아무리 재미있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물리학적인 의미를 다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말로는 쉽게 탁상 블랙홀이니, 호두 껍질 우주니, 킵 손형 타임머신이니, 진공 에너지니 하고 있지만, 그러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물리학적인 이야기들은 이해하기가 쉽지않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는 이해되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과감히 무시하고 물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거부감을 떨쳐버리는 것이 이 책을 즐길수 있는 -저자도 그것을 바라겠지요-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조금 이해되지는 않더라도, 밤과 낮 사이에서 서로 교차하는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가 대하는 물리학이라는 학문과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실체에 대한 여러가지 상상을 더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말 중요한 것은 물리학 속에 담긴 여러 가능성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국 우리를 감싸고 있는 세상- 물질과 생명과 우주 등-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과 최근에 여러 매체에 보도 되었고 역자들도 소개한 '투명 망토'에 대한 이야기처럼, 단순히 해리포터와 같은 마법사들의 세계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것들도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언젠가는 눈앞의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상상과 미래에 대한 열린 자세를 배우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비록 현재는 밤의 과학이라고 불리우지만, 저자가 소개한 여러 내용 -양자 텔레포테이션과 순간 이동, 탁상 블랙홀, 타임머신, 우주 동물원, 아기 우주 등-이 그런 열린 마음과 눈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설지 모를 일입니다. 지금의 지식의 한계로는 아닌 듯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다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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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스타일 - 4가지 인간 유형을 알면 인간관계 주도권은 내것!
로버트 볼튼.도로시 그로버 볼튼 지음, 김은경 옮김 / 길벗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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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비약한 측면이 있을지 모르지만,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직장내에서의 원만한 인간관계와 그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일처리는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일겁니다. 직장의 환경에 따른 조직이나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잘 돌아가는 조직과 삐걱대는 조직의 차이도 그러한 면에서의 차이로 인한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물론 인간관계라는 측면만으로 일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 일을 진행시키기도 하고, 멈추게도 만들어 버리는 것은 각 과정에 개입된 사람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실제로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혼자서 면벽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과 대면하며 일을 해야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해야 하는 일보다 그 일로 대면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더 스트레스를 받거나, 뒤로 물러서야 하는 경험을 한두번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리더십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 대해 상당 부분을 할애하곤 합니다. 실제 사회생활 속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그들과 어울리게 때로는 자신이 계획하는 곳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자신의 어떤 부분을 개선하고, 어떤 능력을 키울것인가 하는 부분 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라 하겠고, 또한 실제 사회 생활에 어느 정도 길들여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뭔가 절실한 돌파구를 원하지만 쉽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 대한 하나의 대답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외적 행동의 차이점에 초점은 맞춘 '사회성 스타일 모델'을 통해서 사람의 유형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대응책을 강구해보자는 것이지요.

 단호성(Assertiveness)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의 행동을 얼마나 강력하고 지시적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나타내는 척도- 과 반응성(Responsiveness)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 사람이 타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얼마나 잘 드러낸다고 느끼는가를 나타내는 척도-. 이 책에서 '사람의 스타일'을 분류하는데 사용하는 두가지 행동 요소입니다. 반응성과 단호성의 강약에 따라서 사람의 스타일을 분석형(단호성과 반응성이 모두 약한 유형), 친절형(단호성은 약하나 반응성이 강한 유형), 표현형(단호성과 반응성이 모두 강한 유형), 추진형(단호성은 강하나 반응성이 약한 유형)의 4가지 스타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이름표에서 그 유형의 특징을 어느 정도 유추해낼 수 있지만, 사람의 스타일이라는 것은 이름이 말하고 있는 느낌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범위의 행동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과 어느 한 유형이 특별히 좋은 것은 아니고 효율적인 조직이 되려면 이상의 4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저자는 수차례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4가지 유형에 대한 개념의 확립과 이해를 통해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스타일을 추론해 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편과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어떤 자세가 필요하며, 또한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또 다르게 변하는 각각의 스타일의 특징과 이에 대한 대응책, 상대가 자신을 힘들게 할 때의 각 유형에 따른 대응책 등 책 내용의 주요 부분들은 실제 직장생활에서 이러한 4가지 스타일의 사람들과 마주하며 일을 하는 동안에 헤쳐나가야 하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과 타인의 유형을 어느정도 객관적인 도구를 통해서 파악하고, 그러한 자료를 통한 상대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을 이루기 위한 합리적인 변신을 도모한다는 면에서 저자가 제시한 자료들은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읽는 것으로만 끝나서는 안되고 끊임없이 적용하고 또한 잘못된 점들을 수정하려는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하나의 조직이 효율적인 과업을 수행하려면, '생각하는 사람인 분석형, 행동하는 사람이 추진형, 인간적인 사람인 친절형, 그리고 대변할 사람인 표현형'이 모두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이 서로에게 짐이 되거나 불편함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먼저는 이러한 차이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서로가 틀린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것에 대한 앎이 먼저 중요할 것이고, 이러한 지식을 가진 조직이라면 상호 이해하고 존중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는 것에도 훨씬 능동적인 모습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다른 특징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틀을 제공하고, 조직의 활력소로서 활용할 수 있는 길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손에 들고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기까지의 내용보다는 책의 말미에 있는 정리마당에서 강조하고 있는 인간관계의 황금률과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3가지 요소에 대한 내용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황금률이란 성경에 나오는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구절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리고 좋은 인간관계의 3요소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 주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덕목을 일컫는데, 존중-소중하게 여겨 받드는 것-과 공평-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평함-과 정직-꾸밈없는 바르고 곧은 마음-을 들고 있습니다. 즉 여러가지 피플 스타일에 대한 지식과 대처 능력도 중요한 것이지만, 현대인들은 여전히 오래되고 낡은 교훈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는 타인의 자신에 대한 존중과 공평과 정직을 제일가는 덕목으로 꼽고 있다는 사실은, 좋은 인간관계의 기본중의 기본이 무엇인가에 대해 어렵지 않은 답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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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4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윤진 옮김 / 민음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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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읽어 내리기는 했지만.....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도 내용에 대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들에 대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듯 합니다. 이러한 형식의 글은 지금까지 내가 대했던 글들과는 확연히 다른 난해함 또는 복잡함,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고 방식들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앞설 뿐입니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인문학적인 소양을 쌓은 것도 아니기에 더더욱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주인공 아담 폴로를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 말미에 있는 작품해설을 읽고 여기저기를 조금 찾아보는 수고를 덧붙이게 됩니다.

 '조서 調 ', 사전적으로는 '조사한 사실을 적은 문서'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단어가 더 친근하게 들리는 분야는 아무래도 법률과 관계되는 분야일 것 같습니다. 경찰이나 검찰이 어떤 사건에 대해서 조사하고 정리한 문서를 작성할 때 쓰는 '무슨 사건에 대한 조서를 작성한다.'는 식의 문장처럼 이러한 예에서 '조서'라는 단어는 귀에 익은 말이 되니까요. '정신병원 또는 군대에서 탈출했을지도 모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 조서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니, 단순하게 생각하여 이 소설은 결국 이 남자, 즉 주인공인 아담 폴로에 대한 조서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듯 합니다. 한데 그 조서가 정상적인(?) 그리고 현대적인(?) 삶을 사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퍽 난해하다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결국 작가의 의식과 독자의 의식이 만나 충돌하는 지점도 거기이고, 그 지점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자신이 이 이야기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기록하는 관점이 어디인지에 대한 암시를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디서는 그러한 특징을 '형이상학적 소설'이라는 용어로 표현해 놓았는데, 그러한 용어가 난해함을 덜어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인이 주인공 아담 폴로에 대한 조서를 작성한다면, 결국은 소설의 뒷부분에 나오는 정신병원 의사의 의견과 거의 비슷할 것입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담 폴로를 면담하며 갈피를 못잡는 학생들에게 정신과 의사는 자신이 아담에게서 찾은 병명(증)들을 열거합니다. 계통적인 편집증적 망상, 심기증 경향, 과대망상 (때로는 정반대의 극소 집착증), 피해망상, 정당화를 통한 회피 증세, 성도착증, 정신착란, 그리고 끊임없는 우울증 상태에 놓여 있으며, 착란성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자각이나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현실적인 자각이나 감각을 지니지 못하고, 외떨어진 타인의 별장에서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겨우 한다는 일은 우연히 지나치는 개를 따라다니거나 여자친구 미셸을 찾아 도시 여기저기를 헤매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러한 과정에서의 여러 일들마저도 사실인지 허상인지 구분을 못하는 주인공의 상태는 당연히 독자로 하여금 비정상적인 인물이라는 딱지를 붙이게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아담 폴로의 행동과 의식의 흐름을 무슨 의미있는 기록인 것처럼 끝까지 놓치지 않고 따라가며 기록합니다. 읽는 사람은 이해가 안되고, 이리저리 흐트러진 의식과 혼란스런 행동의 연속이지만, 그러한 흐트러짐과 혼란 자체가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듯이, 그리고 한편으로는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정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듯이 태연하게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는 작가의 손길을 따라 가다보면, 결국 의미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그 지점이 작가가 노린, 당신들의 삶이 잘못된 것일수도 있다는, 아담의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자극의  시작점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그리고서 뒷부분에 정신병원에서 학생들과 면담하는 아담 폴로의 입을 통해서 여전히 불명확하긴 하지만, 작가 자신의 생각을 조금 비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 .... 그건 문학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솔직히 말해서 그렇죠. 나는 압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문학을 해요. 그러나 지금은 그게 되지 않아요. 나는 정말 지쳤습니다. 치명적이죠. 너무 읽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든 것을 완벽한 형태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추상적인 것을 언제나 최근의 예에 비추어, 약간은 유행을 따라, 가능하면 상스럽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엇보다도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예에 비추어 설명해야 한다고 믿는 겁니다. 빌어먹을, 그건 다 거짓이오! 가짜 시, 추억, 유년 시절, 정신분석, 청춘 시절, 그리고 기독교 역사, 모두 다 악취가 나요. 사람들은 자위 행위, 남색, 보두아, 멜라네시아의 성적 성향 따위를 가지고 서푼 짜리 소설이나 쓰지요..... ..... ..... 이 모든 것이, 예? 이게 옳은 건가요? 이게 무슨 의미라도 있어요? 이게 올바른 것인가 말이오?'

 작가는 아담 폴로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이 바르다고 생각하는 형식의 완벽한 이야기를 하기 원한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관점에서 탐구한 방식과 관점에서 주인공을 살피고 그의 행동과 의식을 기록한 것이고, 완벽한 형태나 논리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기에 어차피 논리와 형식에 익숙하게 길들여진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담 폴로에 대한 르 클레지오의 조서는 완벽하게 이해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작가의 의도도, 완벽한 이해보다는, 독자들 입장에서는 정신병적인 주인공의 모습과 현실인식을 통해서, 우리 주변의 현실과 문명을 다시 뒤집어보고,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의 존재 및 주변 현실과 문명에 대한 새로운 자각의 시작을 촉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글의 내용이 실제 소설에 대한 이해보다 더 많이 나가 버린 듯 합니다.....^^ 시간이 되어 다시 작가의 책들과 이와 관련된 소설들을 읽게 된다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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