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 현대의 지성 111
카를로 진즈부르그 지음, 김정하.유제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치즈와 구더기는 그 명성만큼이나 많은 논란을 낳은 책이다. 마치 역사에 소설을 결합한 듯한 이 방식에 대한 찬사만큼 역사를왜곡 혹은 희화시킨다는 비난도 거셌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전공자들의 다툼일 뿐, 나같은 일개 독자는 그저 재미로 이 책을 읽을 뿐이다. 재미면에서 이 책은 사실 숱한 각주는 조금 귀찮았지만 뛰어나다. 특히 메노키오의 자기 의식 형성과정은 그 자체로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결국 메노키오는 몇차례의 사면에도 불구하고 사형에 처해진다. 그 사실여부를 떠나 나는 이 마지막 결말이 마음에 든다. 만약 그가 사형당하지 않았다면 그는 자신의 의사를 스스로 꺾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사형당함으로써 그의 정당함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그는 자신의 이단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의 생각은 고립과 독서를 통해 형성되었다.' 중세가 멸하고 근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지음 / 궁리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세상을 보는 관점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비록 자신이 의식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생명체는 탄생과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는 것도 세상을 보는 하나의 관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탄생에는 관심이 많지만 죽음은 애써 외면한다. 마치 남의 일처럼 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탄생 못지 않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죽을수밖에 없다는 운명은 사람을 겸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이 내일이 되건 아니면 먼 훗날이 되건 말이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엄숙해진다.

그 엄숙함은 오늘의 나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돌이켜 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죽음을 통해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혜의 도시 지혜의 건축 - 인물과 건축 시리즈 2
승효상 / 서울포럼 / 1999년 5월
평점 :
품절


솔직히 나는 승효상 선생이 뛰어난 건축가인 줄 잘 모르고 있었다. 한 방송에 소개된 그의 이력을 보며 그가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건축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를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건축가라고 평가한 것은 그동안 많은 건축가들이 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건축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서구의 건물양식을 접목시키거나 말도 안되는 우리 전통을 건축에 접합시키는 기능인 정도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온갖 양식이 결합된 국적불명의 웨딩홀이 생겨나는 한편에서는 건물에 무조건 갓을 씌우면 한국적 건축이라는 칭송을 받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그래서 승효상 선생은 매우 귀한 존재이다. 왜냐하면 그는 건물에서 어떻게 해서든 여백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건축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어떻게 해서든 장식 하나라도 덧붙이려고 하는 것에 비해 그는 장식들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덜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빈자의 공간(혹은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승화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의 부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14
스탠 데이비스 외 지음, 신동욱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부의 원천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의 결론은 부란 결국 '위험관리'라는 것이다. 즉 리스크를 얼마만큼 줄이고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느냐가 부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의 이런 주장은 우리 사회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꼬박꼬박해서 부자가 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부를 창출할 수 있는가? 저자의 처방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이다. 위험이 많은 곳일수록 이익창출의 가능성은 크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주장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찌기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그 사회에서 꺼리는 위험이 크고 거친 직업일수록 이득을 얻는 것이 쉽다는 것을 갈파한 바 있다.

문제는 그 위험에 빠진다고 해서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위험을 통과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며, 그의 부는 같이 위험에 빠졌다가 헤어나오지 못한 다수의 희생의 결과인 것이다. 최근의 로또 열풍은 그 한 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트 클럽 메피스토(Mephisto) 1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늘 고전이라고 하면 읽어야 하는 부담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부담은 오히려 고전을 멀게 하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고전이라는 것도 당대에는 매우 인기있는 작품이었던 경우가 훨씬 많다.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나 '레미제라블' , '죄와 벌' 등이 그 예들이다. 그렇다면 고전과 인기작품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대부분의 고전은 그 시대를 제대로 반영한 경우가 많다. 동시에 기존의 글쓰기방식을 획기적으로 새롭게 한 경우에도 고전이라는 말이 붙기도 한다. 결국 고전이란 그 시대를 반영하며 기존의 글쓰기를 바꾼 경우에 해당되는 책에 한정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파이트 클럽]은 우리 시대의 고전이다. 우선 대량해고와 시장주의가 팽배한 지금의 사회에서 갈 곳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원초적인 격투기를 통해 우애를 쌓아 나간다는 줄거리 자체가 충격적이다. 동시에 이 소설은 기존의 글쓰기 형식을 완전히 버리고 있다.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독백식 글쓰기는 지금의 소외된 우리 의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