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 창밖을 보니 평소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빗질하는 경비원 아저씨와 출근을 서두르는 직장인, 그리고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의 입언저리가 훤히 보인다. 다들 마스크를 벗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혹시 꿈을 꾸는 건 아닌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지만 모두의 입가를 덮고 있던 보호막은 어디에도 없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죄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세상이 더 그로테스크했는데.
상상이다. 꽤 달콤하고 근사한. 한여름이 되면 바이러스가 죽고, 올해 2분기 안에 4천 만 명분의 백신이 들어오고 끊임없이 2주 만을 외치고 곧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되뇌던 대통령의 말은 헛소리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40퍼센트 가까이 지지를 받는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진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데. 그나저나 과연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웃고 떠들 수 있는 날이 오기나 할까?
그럼에도 여름은 어김없이 또다시 찾아왔다. 기온이 오르는 것도 느껴지지만 역시 여름을 알리는 전령은 매미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정확하게 2021년 7월 21일 아침부터 장쾌한 매미 울음을 들었다. 속사정을 알고 나면 꽤 슬프지만 여하튼 실감이 나기는 한다. 동시에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이 벌써부터 아쉽다. 언제부턴가 여름이 무척 기다려진다. 집에 에어컨도 없고 진짜 더울 때는 만사가 귀찮고 짜증스럽지만 생명의 절정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여름이 끝나가고 살짝 찬바람이 불면서 겨울로 가는 기나긴 기차를 올라타야 할 무렵에는 마음까지 무거워진다. 매미야, 올 여름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