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함을 넘어 투박함까지 느끼게 하는 이 냉면맛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꽤 많다


슴슴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의 힘


냉면만큼 논쟁이 많은 음식도 없다. 사실 면과 국물이라는 어찌 보면 단순한 요리인데도. 분단이 낳은 희비극이라는 생각도 든다. 곧 북한을 드나들기 어려우니 막연한 이야기들만 떠돈 건 이닌지? 다시 말해 38선이 갈리기 이전 냉면의 경험과 추억이 있던 이들이 남한에서 꽃을 피운 덕에 정작 북한에서 변화해나가는 냉면은 접할 기회가 없었다. 실제로 가장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이들은 냉면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면발은 검었으며 찰기가 매우 강했고 국물 또한 짙었고 양념 맛도 강했다. 이럴 수가? 우리가 원조라고 여기는 맑고 투명한 평양냉면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진미평양냉면집(본점)을 방문했다. 냉면 성애자들에게 오리지널이라고 칭송을 받는 가게다. 이른바 슴슴한 국물 맛이 일품이라는데. 가는 갈부터 험난했다. 강남구청역 3번 출구로 나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때부터 헤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터넷마자 안되고, 결국 구식방식으로 물어물어 찾았는데.


첫 인상은 별로였다. 뺑뺑 도는 바람에 오후 2시가 넘어 도착했는데 홀은 여전히 만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일하시는 분 옆에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계속 수저며 젓가락을 정돈하시는 바람에 가뜩이나 시끄러운 실내소음과 더해져 속이 다 울렁거렸다. 주저 없이 평양냉면만 시키고, 만두를 꼭 먹어라, 편육도 최고다라는 충고는 싹 잊고, 기다렸다. 은근히 시간이 걸리는 걸 보니 주문즉시 면을 삶는다는 소리인데. 이때부터 슬슬 기대감이 올라갔다.


이윽고 짠. 보기에도 육수는 슴슴했다. 들이키니 역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밍숭밍숭함. 이 맛을 잊지 못해 오는 거겠지. 다음은 면발. 가늘고 쫄깃한데 그러면서도 질기지 않다. 흔히 인스턴트 냉면에서 느껴지는 퍼짐은 전혀 없었다. 이게 바로 명품 면발이다라는 걸 증명하듯 먹는 내내 단 한 번의 흐트러짐도 없이 탱탱했다. 모든 불만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취향에 따라 식초나 겨자를 곁들어 먹을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무조건 본연의 맛을 느껴보시길 권한다. 다 이유가 있다.


가격은 좀 비싸다. 3월 들어 한 그릇에 만 천원에서 만 이천 원으로 올랐다. 그럼에도 손님들이 붐비는 걸 보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뜻인데 솔직히 조근 더 쌌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정성을 들였더라도 면 요리는 기본적으로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또한 회전율이 높아 싼 가격에 파는 것이 가능한데 말이다.


덧붙이는 말


슴슴하다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심심하다, 싱겁다가 표준어다. 북한어라는 표기가 부가되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냉면 국물을 논할 때면 슴슴하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단지 심심하거나 싱겁다가 아닌 오묘한 느낌을 표현할 때 제격인 형용사다. 진미 평양냉면 국물 맛은 이 말에 딱 맞는 육수를 뽑아낸다.  


사진 출처 : 강남 평양냉면/어복쟁반 맛집, 미쉐린 가이드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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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월 25일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보다 정확하게는 430명의 신규 감염자가 추가되어 총 100,276명이 되었다. 우연치고는 묘하지만 최초 발생자가 나온 이후 430일만이다. 전체 확진자를 날수로 나누면 하루 약 233명이 발생한 셈이다. 휴, 한숨부터 나온다. 아무리 익숙해졌다고 해도 바깥에 나갈 때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집에 와서는 손과 얼굴을 꼼꼼히 닦는 일상이 결코 편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300명대와 400명대를 오르내리는 정체기간이 벌써 8주차다. 거의 두 달 동안 꼼짝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차라리 폭발적으로 늘어 셧다운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락세가 지속되어 서서히 평온한 날로 돌아가는 준비를 하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마치 그라운드혹데이처럼 계속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기분이다. 이제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이들의 말조차 믿을 수 없다. 과연 코로나 위기가 몇 년 안에 극복이 될 수 있을까? 누구를 탓하기도 스스로를 자책하기에도 지쳐만 간다.


그림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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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설정기능부터 꺼두세요


가끔 업데이트가 문제를 일으켜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다. 오늘(2021년 3월 23일) 오전에도 그랬다. 안드로이드의 자동업데이트로 인해 일부 앱들이 실행되지 못했다. 곧바로 대책이 나왔지만 연세가 있는 분들은 자신의 휴대전화가 고장이 난 게 아닌가 싶어 대리점을 찾았다. 


우리는 흔히 업데이트가 좋은 것인 줄 안다. 뭔가 새롭고 혁신적인 느낌을 주니까. 그러나 대부분의 업데이트는 데이터를 잡아먹고 충돌을 일으킨다. 물론 해킹이나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할 때도 있지만. 문제는 자동기능을 해두면 이 둘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부터 자동업데이트 기능이 있는 채로 받는다. 곧 쓸데없는 업데이트도 수시로 받게 된다. 


나는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엄격한 편이다. 잘 쓰고 있는 노트북 윈도우 체제가 지멋대로 업데이트 하는 바람에 파일을 날린 경험이 있어서다. 이후 자동 기능을 끄고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알림 설정을 해놓았다.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꼭 필요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실행에 옮기는 게 더 낫다. 그럼에도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동으로 업데이트되어 익숙했던 기능을 새로 익히는 불편을 겪곤 한다. 아주, 지긋지긋하다. 다행히(?) 내 휴대전화는 이번에 업데이트 재난을 피했는데, 그것 또한 마찬가지로 개통하자마자 자동기능을 끄고 모두 수동으로 돌린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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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 정규 2집 전설
잔나비 (Jannabi)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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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밴드가 그것도 1집을 내고 바로 낸 앨범 타이틀을 전설로 짓다니. 건방진 건지, 무모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이 있는 건지 헷갈릴 법하다. 결과적으로 이 음반은 전설이 되었다. 단지 음악이 좋아서는 아니다. 이미 구하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모두 품절되었고 중고거래도 2배 이상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미 1집은 더 많은 프리미엄이 붙여져 있지만. 


엉뚱하지만 노래 전설의 가사는 전혀 전설답지 않다. 전설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내용도 사랑노래다. 적어도 겉으로는. 물론 rock n’ roll save my life라는 말이 반복되면서 중어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곡 자체를 보면 나의 기쁨 나의 노래 (Intro)와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잔나비 특유의 서정성과 비장미가 잘 아우러졌다. 


그러나 전설의 백미는 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것이다. 곧 인트로부터 마지막 곡 꿈과 책과 힘과 벽까지. 그러고 나면 잠깐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든다. 마치 다른 세상에 들렀다 빠져나온 기분이랄까? 되도록 모든 노래가 담긴 음반을 구입하여 최소한 앰프와 별도의 스피커가 있는 오디오로 들으시기를 권한다. 엠피쓰리나 스트리밍으로는 잔나비가 추구하는 오케스트라 효과를 느끼기에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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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1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1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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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우리에게는 양대 파벌이 있었다.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펭. 나는 홈즈파였다. 뤼펭은 셜록의 짝통이다, 라고 생각했다. 의자에 앉아 차분히 사건을 돌아보고 치밀한 분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셜록 홈즈를 어설프게 흉내 낸 아류라고. 성인이 되고나서도 변함이 없었다. 소설은 물론 드라마나 영화까지 섭렵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내 마음은 비비씨 셜록이 나오면서 또다시 요동쳤다. 역시 코난 도일이야. 


그러던 어느 날 뤼펭을 다시 만났다. 교육방송의 낭독 프로그램이었다. 책 한권을 통째로 읽어주는 야심찬 방송이었는데 그만 감동했다. 아니 뤼펭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호기심에 들추어 본 기암성도 내게는 그저 밋밋했는데. 내가 들은 내용은 괴도신사의 출발을 알리는 첫 작품, 곧 아르센 뤼펭 체포되다였다. 이처럼 멋진 시작이 어디 있단 말인가? 스스로 감옥에 갇히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라니. 불현듯 의문이 들었다. 나는 뤼펭을 잘못 알았던 게 아닌가? 아동용으로 각색한 거기에 일본어 중역본을 보고 실망한 게 아닌가? 제대로 된 번역이라면 과연 어떨까? 성귀수는 이 일을 해냈다. 그야말로 뤼펭에 미쳐 본국 프랑스에서도 하지 못한 미발표 원고를 발굴하여 세계최초로 전집을 발간했다. 1집은 이 위대한 여정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뤼펭 팬이시라면 반드시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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