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기다렸다는 듯 봄이다라고 외치는 건 아니다. 사실 4월 초까지도 날씨는 쌀쌀하다. 심지어는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눈이 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몸과 마음에 느껴지는 기운은 다르다. 내게는 이불의 무게가 달라진다. 희한하게 3월 1일부터 두텁게 느껴진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엷은 홑이불을 겹쳐 덮어도 전혀 무게감을 전달받지 못했는데. 그만큼 공기의 기운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여전히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고 잘 때는 보일러를 켜두어야 하지만 봄은 봄이다. 유난히 춥고 눈도 잦았던 올겨울에 대해 좋은 기억은 거의 없지만 새로운 계절의 설렘을 안겨 준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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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 나의 삶, 신념, 정치
조 바이든 지음, 양진성.박진서 옮김 / 김영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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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면 이 책은 바로 쓰레기통에 처박혔을 것이다. 사람들은 실패자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다행히(?) 바이든은 대통령이 되었으며 그의 자서전 또한 다시 각광을 받았다. 이렇게 우리나라 말로 번역되어 나온 것을 보면. 흥미로운 건 대통령 선거에 맞춰 쓴 게 아니라 2007년에 출간했다. 물론 그는 그 때부터 대선에 관심이 있었지만 2020년 민주당 후보가 되어 도날드를 누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다시 말해 이 책은 선거를 앞두고 이런 저런 미담으로 각색한 전기가 아니라 본인의 인생을 돌아보며 쓴 회고록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이 나왔을 때 그는 이미 예순다섯 살이었다. 노인은 아니지만 새로운 정치 여정을 꾸려가기에는 늦은 나이였다. 


그러나 인생은 요지경이라 이후 13년을 훌쩍 뛰어 넘어 일흔여덟 살에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 지도자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한 때 최연소 리더를 꿈꿨다는 사실이다. 서른 살에 상원의원이 되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당선 여부를 떠나 바이든의 인생 여정 자체가 드라마틱하다는 증거다. 게다가 그는 자동차 사고로 부인과 딸을 잃었고 중상 후 살아남은 두 아들 중 한명을 또다시 저세상으로 보냈다. 정직하게 말해 이런 그의 사적인 이야기가 책에 담겼더라면 더 재미가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치게 자신의 업적 위주로 정리하고 있어 읽는 맛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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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한빛비즈 교양툰 8
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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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

팔다리가 앞뒤로 막 움 움 움 움직이는 게

숨 크게 들이쉬면 갈비뼈 모양이 드러나는 것도

내쉬면 앞사람이 인상 팍 쓰며 코를 쥐어 막는 것도

놀라와 놀라와 놀라와_악동 뮤지션 


왜 그동안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방치하셨나요?


호기심을 잃지 않는 한 인간은 늙지 않는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적어도 정신만큼은. 반은 맞고 나머지는 틀리다. 노인이 된다는 건 몸과 마음이 퇴화되어가는 현상이기에 육체가 쇠하면 정신도 마찬가지로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그러나 근력을 유지하고 독서를 꾸준히 하면 이 과정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 문제는 지레 포기하는 경우다. 이런 저런 잡다한 정보에 휘둘리며 쓸데없는 돈을 지출한다. 그런 분들께 해부학 문화를 추천한다. 도대체 우리의 몸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일을 하는가? 그걸 알아 무엇하겠냐며 반문한다면 당신은 너무도 튼튼하고 건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목이 뻐근하고 허리가 댕기고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발이 잘 붓는다면 당장 해부학 만화를 펼쳐보시기를 권한다. 만약 몸의 기관들에게 입이 달려 있다면 무지막지한 잔소리 폭탄을 퍼부을게 뻔하다. 왜 그동안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하고 혹사시켰냐면서. 그러니까 여러분은 이 책을 끝까지 정주행해야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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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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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대상을 찾지 못했을 뿐


살아보지 않고는 모르는 게 인생이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의 삶에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제목 탓인지 칭찬 못지않게 비난도 많은 듯 싶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니, 그럼 대충 살아가라는 뜻인가? 글을 읽다보면 그게 아님을 바로 알 수 있다. 열정의 대상을 찾아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라. 맞는 말이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열심히 살 것을 강요받는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를 직장에 가서는 일을 결혼을 해서는 아이에게 은퇴해서는 나라 걱정을. 도대체 왜 우리는 열심히만 살아야 하는가? 


글쓴이는 본의 아니게 이 틀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미술 전공 학생들의 꿈이라는 홍대에 삼수 끝에 합격했을 때만 해도 앞날이 창창할 줄 알았는데 입학하고보니 별다를 게 없었다. 여전히 열심히, 열심히, 열심히. 핵심은 자신의 인생을 찾는 거다. 곧 주어진 일을 닥치는 대로 열심히 하기에 앞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게 급선무다. 설령 그 일을 미주하지 못하더라도 혹은 발견했지만 능력이 안 되더라도. 이유는 간단하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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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 '이해의 선물' 완전판 수록
폴 빌리어드 지음, 류해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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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구독자였다. 거의 매달 빠짐없이 용돈을 절약하여 사 모았다. 두산동아에서 번역간 출판을 포기하면서 내 사랑도 막을 내렸다. 이후 간간이 영원 원본을 읽기는 했지만 맛이 나지 않았다.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는 오디오 북으로 먼저 접했다. 짤막하지만 늘 마지막에는 교훈을 주는 내용이었다. 듣는 내내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글들이 떠올랐다. 매우 상투적이지만 읽고 나면 감동을 받던 다양한 실제 경험담들. 이 책에도 어김없이 보석들이 알알이 박혀 있다. 어린 시절 사탕을 먹고 싶어 내민 체리씨, 방충망 못질을 둘러싼 아버지와의 한바탕 소동, 죽을 뻔 한 고비를 농부 아저씨 덕에 넘겼지만 정작 슬픈 건 갖은 노력 끝에 얻은 낚싯대의 행방불명, 아이들을 싫어하는 옆집 할아버지와의 다툼 끝에 나눈 포옹 등. 지극히 미국적인 이야기이지만 읽고 나면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진다. 마치 내 아이시절에 겪었을 법한 착각에 빠지면서.


참 희한하다. 10대 때는 나도 이런 스토리를 좋아했다. 그러나 스무 살이 넘으면서 이런 억지 감정 짜내기와는 거리를 두었다. 스티븐 킹도 그랬지 않은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린 글들이야말로 쓰레기라고. 그러나 희한하게 나이가 들어보니 다시 찾아 읽게 된다, 복잡하고 자극적인 스토리보다 담백하고 이해하기 쉬운 톨스토이 단편류의 글들이 더욱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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