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미라곤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연세 우유콘 


이거 먹으면 연대 가나요?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생활협동조합이 있었다. 입학할 때 얼마를 내면 졸업할 무렵 몇 배인가를 불려 돌려줬다. 금액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우리가 모은 돈으로 투자한 것 같아 괜히 뿌듯했다. 용도는 주로 매점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초중고뿐 아니라 대학에도 조합이 있다. 전해 듣기로는 연세대에도 있다.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할용하고 있다. 문구류는 물론이고 의류까지.


동네 슈퍼에 들렀다 연세 우유콘을 발견했다. 연세대학교 로고가 크게 박힌 아이스크림이었다. 라벨리라는 회사에서 만든 것으로 보아 조합 상품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연세우유도 유명하니 왠지 믿음이 갔다. 시험 삼아 두 개를 사서 먹어보았는데 맛은 딱 예상대로였다. 곧 다른 가공물 없이 오로지 바닐라 천지였다. 꼭지 부분의 초콜릿을 제외하고는 매우 심플한 아이스크림이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요즘엔에 온갖 맛이 다 나오니 신선한 우유 맛이 더 그리웠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가격이다. 1개당 천 팔백 원이니 꽤 비싸다. 선전기간이라 천 이백 원에 먹을 수 있었지만 계속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인기가 있을 듯싶다. 맛을 떠나 명문대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분위기를 보면 자식들에게 연세 우유콘만 계속 사다줄지도. 그걸 노려서인지 연세대 마크가 무지무지 크다.


GS 연세우유콘 먹어봄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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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상비약처럼 초콜릿과 사탕을 구비해 둔다는 글을 썼다. 이번엔 캔디다. 사실 이가 부실한 처지라 두려운 게 사실이다. 혹시 깨물어먹다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걱정할 일 없다. 나는 아주 아주 어렸을 적부터 녹여 먹었다. 이미 치아의 유전적 부실함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때나 사탕을 먹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긴급 상황(?)일 때만. 예를 들면 등산을 가거나 격한 운동을 하고 난 다음에. 주로 즐기는 건 인삼맛 캔디인데 지루하기도 하고 왠지 효과도 의심스러웠던 차에 발견한 게 포지타노 레몬 사탕이다. 한 때 이탈리아에 여행을 가면 사와야 하는 필수템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심중 입덧 방지용 이라는 소리도 있었다. 여하튼 그만큼 인기가 있고 몸에도 좋다는 뜻인데. 직접 먹어보니 의외로 무겁다. 사탕을 만드는 재료를 충실하게 넣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진짜 좋은 건 사탕을 입안에 넣고 살살 녹이다 쪽 하고 나오는 즙이다. 상큼하면서도 신게 진짜 레몬 맛이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cooljakey/221984068085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사서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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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바우트 다크 초콜릿 


평소 초콜릿이나 사탕을 잘 먹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가 늘 문제인 걸 보면 희한하다. 그렇다고 술, 담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유전 탓이다. 어차피 안 좋은 이빨 될 대로 되라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비상용으로 비치해 두고 있다. 당이 떨어져서다. 특히 오래 걷거나 산에 가거나 운동을 할 때는 필수다. 사탕은 늘 인삼성분이 들어간 거다. 초콜릿은 그 때 그 때 다른데 최근에는 이마트 노브랜드를 선호한다. 땅콩이 들어가 있어 씹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간사해서 그래도 뭔가 좀 더 좋은,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빨에 나쁜 영향이 덜한 제품을 찾게 된다. 그러다 발견한 게 칼리바우트다. 일단 벨기에 산이라는 사실에 믿음이 간다. 초콜릿하면 먼저 떠오르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코아 성분이 듬뿍 담겨있다. 약간 씁쓸하지만 달지 않아 내 입맛에는 더 잘 맞는다. 크기는 베이킹 용이라 매우 작지만 심심할 때 꺼내 먹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가격은 33,000원 가량으로 얼핏 보면 비싸 보이지만 용량을 보면 도리어 싸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2.5 킬로그램짜리를 사서 먹은 지 이미 4개월이 지나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사서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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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엘리엇 가디너 베토벤 전집

혹시 이 음반을 가지고 계시거나 발견하신 분들은 연락 주시기를


일반 합창과는 차원이 다른 거침없는 롤로코스터


클래시컬 음악을 즐겨 들은 지 꽤 오래되었다. 중학교 때부터 용돈을 모아 당시 성음에서 나온 카세트 테이프를 사 모으곤 했다. 특히 세일을 하는 날을 기다려 한꺼번에 구입한 기억이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 있다. 성인이 되어 제대로 감상하자는 생각에 오디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때 알았다. 자칫 잘못하다는 거덜 나겠구나. 그만큼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이고 부르는 게 값이었다. 어차피 필수품은 아니니까. 나는 음반으로 방향을 틀었다. 좋은 판단이었다, 라고 확신하지만 살짝 아쉬움은 있다. 물론 싸구려라고는 해도 앰프와 튜너, 스피커를 따로 갖추기는 했지만. 우퍼까지 더해.


여전히 음반들을 사기는 하지만 집중해서 듣지는 못했다. 바쁘다는 건 핑계다. 게을러졌다가 정답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몸이 퇴화하니 당연히 귀의 섬세함도 떨어진 탓이다. 좋은 음악을 구별하는 능력이 사라지니 자연스레 관심도 즐어든다. 그러다 존 엘리엇 가디너를 만났다. 바흐 스페셜리스트라는 걸 익히 알기에 관련 음반은 자주 들었다. 그러나 베토벤은 좀 의외였다. 그는 고악기 전문 연주 지휘자인데?


라디오 방송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전 곡을 듣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정직하게 말해 1, 2악장을 들을 때만 해도 평소 알고 있던 전개와 달라 당황스러웠다. 잔잔하다 못해 구렸다. 고악기를 쓰고 편성이 작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합창하면 떠올리는 웅장한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3악장이 시작되면서 판세는 완전히 바뀐다. 그야말로 낭만과 혁명이 뒤섞인다. 조금씩 조금씩 고조되다가 빠르게 협곡을 지나가는 소리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드디어 4악장의 클라이맥스. 이미 붙은 속도를 줄이기는 커녕 논스톱으로 결말로 치닫는다. 일부러 질질 끌며 극적인 순간을 도모하는 일반 합창과는 차원이 다른 거침없는 롤로코스터다. 결국 음악은 끝이 나고 급하게 인터넷 쇼핑몰을 뒤졌지만 이미 품절. 중고가격이 정가보다 높아 잠시 흔들리는 사이 그만 그마저도. 딱 7천 원 차이였는데 이 바보 멍청이. 누군가 나처럼 가디너의 합창을 함께 듣고 감동한 사람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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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준 2021-05-23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이 음반을 가지고 있는데요.

카이지 2021-05-23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외주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화 미나리. 흔하디 흔한 한국의 채소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다. 


윤여정*의 재발견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학교는 늘 어수선했다. 학생들이 수시로 전학을 오고가며 옮겼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아주 멀리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아메리카는 꿈의 땅이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머나먼 미국에 가서도 학교로 편지나 우편엽서를 보내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자랑하고 싶었겠지. 그러나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니 마냥 행복하지 만은 않았던 듯싶다. 정직하게 말해 한국에서 번듯한 직장을 가진 가장이 왜 회사까지 관두고 온가족을 이끌고 말도 안 통하는 남의 나라에 가겠는가? 뭔가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미나리는 한국 이민자의 삶을 다룬 영화다. 미국에서는 때 아닌 국적논란까지 있었지만 보고 난 소감은 누가 뭐래도 미국 영화다. 단지 한국말이 대사의 절반의 넘었기 때문에 미국 처지에서 외국영화로 분류하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도리어 이민자의 나라라는 정체성을 새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매우 미국적이다.


영화 자체로만 보면 정직하게 말해 조금 지루하다. 등장인물이 제한되어 있고 장소도 크게 변화가 없다. 아칸소의 이동주택에 정착한 한국계 미국인 가족. 부부는 의견 차이 때문에 다툼이 잦고 아들은 심장에 문제가 있다. 외할머니가 합류하면서 집으로와 같은 코믹감동으로 흐르다 갑작스런 반전을 맞는다. 더 이상은 스포에 해당하니 이쯤에서 그만.


그럴 만도 하다. 이 영화는 독립영화다. 곧 큰돈을 지원받지 못했다. 선덴스 영화제 출품작이라는 타이틀을 보라. 그러나 미국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까지 받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아마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도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단지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출연해서 국뽕에 취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윤여정을 새로 발견한 놀라움과 기쁨이 컸다. 아주 오래된 배우이고 예능에도 간간이 출연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정보가 없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윤여정은 놀라운 연기력을 뽐낸다. 특히 초반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할머니로 나올 때도 좋았지만 아프고 나서 보여주는 죽음의 문턱에 선 모습으로 나올 때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였다. 감독의 성향인지 모르겠지만 종교적 색채가 가미되면서 말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뿜어낸다. 실제로 아이의 심장을 낫게 하는 대가로 할머니가 대신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앗, 이건 정말 스포일러인데. 아무튼 윤여정은 상복이 터졌다. 만약 그가 아카데미에서까지 수상을 하게 된다면 와우 정말 대단한 사건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 미나리는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으나 미국에서의 때아닌 논쟁으로 씁쓸함도 안겨주고 있다. 골든글로브 후보에서 외국어영화로 분류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영화에 출연한 어떤 배우도 후보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심지어 이미 다른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한 윤여정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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