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보다 예금? 복리와 금리의 마술을 아신다면
주식 열풍이다. 사실 처음은 아니다. 내가 대학 다닐 때도 주식을 안 하면 바보취급을 받았다. 실제로 경영학과 다니는 친구와 아르바이트로 백만 원을 모아 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실현은 하지 못했지만. 그 결과 내 수중에는 단 하나의 주식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부터라도 해야 할까? 누군가는 코로나가 딱 터졌을 때 들어가야지, 지금은 이미 정점을 지나 물렸다라고 말하고, 다른 이는 아니다. 이제 막 시작이다. 더욱 더 성장할 것이다. 흔히 주식은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기회라거나 반면 쪽박의 지름길이라는 엇갈린 평을 하는게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헷갈릴 때는 계산을 해보면 된다. 이른바 세계적인 고수들이 말하길 주식의 수익률이 10에서 20퍼센트면 매우 높다고 본다. 천퍼센트 운운하는 말은 죄다 과장됐다는 말이다. '에게'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은행예금금리가 1퍼센트인 것을 보면 하늘과 땅차이다. 예를 들어 1억의 여유자금이 있다고 치자. 주식을 하면 최대 2천만 원의 수익을 올리지만 예금은 고작 백만 원이다. 물론 주식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원금 손실이라는 리스크다. 오래 묻어두면 된다고 하지만 그 사이에 상장 폐기되는 일도 생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우량주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최근 1년을 제외하고 두 주가는 이전 10년 동안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곧 거의 수익이 나지 않았다. 물론 기간을 늘려보면 우상향한 것은 맞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관점이다.
여기서 잠깐 주식을 왜 하려고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그 돈을 벌어 뭐하게? 곧 돈을 벌려고만 하지 말고 쓸 곳을 먼저 고민하라.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고려하라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부자가 되면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막상 그 돈을 쓰라고 하면 주저한다. 돈의 크기와 행복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노후에 쓰일 생활비나 병원비, 혹은 취미생활을 할 오디오 장비 등으로 목적이 뚜렷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른바 예산항목이 나온다. 잘 모르겠다면 인터넷 기사 등을 찾아보면 된다.
통계에 따르면 50대 이상 여성의 경우 일인당 병원치료비는 약 9090만 원, 남자는 7030만원이었다. 여자가 더 많은 이유는 남자가 더 일찍 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억 원 정도를 병원비로 고려하면 된다. 곧 1억 원을 만들기 위한 재테크를 해야 한다. 흔히 보험에 가입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차라리 목돈이 있다면 그게 유리하다. 보험이 내 병 치료에 딱 맞게 지원된다는 보장이 없다.
자, 그러면 1억 원을 만들기 위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 먼저 떠올리는 건 저축이다. 기간을 10년으로 가정하면 월 8십3만 원가량을 모아야 한다. 나름 부담되는 금액임이 틀림없지만 이 정도 돈을 보험료로 내는 가정이라면 생각을 달리 할 법하다. 어차피 쓰는 돈인데 한쪽은 목돈으로 1억이 생기지만 다른 쪽은 경우에 따라 휴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들인 보험금보다 더 큰 혜택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건 순전히 운이다. 그것도 매우 크게 아파하면 받을 수 있는 나쁜 운.
전자가 더 좋은 이유는 또 있다. 금리와 복리의 마술이다. 은행에 돈을 넣으면 당연히 이자가 붙는다. 비록 소액일지라도.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정기예금으로 전환도 가능하다. 1년 단위로 갱신하면 시드 머니는 계속 커진다. 예를 들어 1억을 예금으로 돌리고 금리가 1퍼센트라면 첫 해는 1억 백만 원이지만 그 다음해는 그 돈에 다시 1퍼센트가 붙으니 1억 2백만 원에서 어느 정도 돈이 더 생긴다. 이 정도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꽤 큰 금액이다. 이런 식으로 10년을 하면 극단적으로 제로금리라도 원금 1억원은 보장된다. 일종의 강제저축이 되는 셈이다. 돈을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득이다.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목돈은 무조건 정기예금으로 돌려 금리에 상관없이 매년 갱신한다. 그 사이에 또 매달 정기적금을 든다. 10만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20만원으로 올렸다. 올해 6월 만기인데 그 후에는 3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물론 그렇게 만든 목돈은 정기예금 만기에 맞춰 다시 덧붙인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거의 원금의 10퍼센트 이상 수익이 생겼다. 그리 큰 액수가 아닐지 모르지만 하루 종일 주식시세표만 바라보며 눈이 벌게지는 고생을 마다하고도 수익은커녕 마이너스로 돌아온 사람들에 비하면 좋은 성적 아닌가 싶다. 때 되면 꼬박꼬박 은행에서 연락이 오니 그리 큰 수고도 아니고, 실질적인 혜택도 보고 있다.
비과세나 세제혜택뿐만 아니라 목돈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치과치료비가 그 예다. 앞니가 부러져 내친 김에 제대로 종합검진을 받고 대대적으로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데 병원말로는 약 천 만원 가량이 든다. 매우 큰돈이다. 그러나 목돈이 있으니 이럴 때 쓰라고 모아둔 것 기분 좋게 내자라는 마음이다. 만약 예금을 하지 않고 주식을 했더라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올랐다고 하더라도 지금 빼면 손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밤잠을 못 잤을 테니까. 물론 예금이든 주식이든 개인의 판단이고 선택이다. 다만 종자돈을 주식에 묻어두고 한 십년 잠자고 일어나면 벼락부자가 될 일은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만은 명심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