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축하받는 건 좋은 일일까? 아주 조그만 팀이지만 나름대로 팀장이었는데, 후배들로부터 이런 화분을 받았다. (궁서체 '귀요미' 후배들은 둘 다 나보다 두 뼘은 키가 크다.) 환송회에 동료들이 많이 와서 즐겁게 노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 내가 회사 그만두는 걸 이렇게 기뻐하다니 이 사람들...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결국 기분이 좋은 거니까 그걸로 됐다. 어쨌든 선물도 많이 받았잖아!
그래요 저는 자랑합니다. 그것 말고 제가 뭘 하겠어요..
와인, 크레파스, 스케치북, 발사믹 식초(왜?), 초콜릿, 차, 가방, 잼, 술잔,
그리고 무려 직접 만든 나무 도마(이사님 짱!)
나보단 남편을 생각해 고른 게 분명한 편집부 선물은 무려 로얄 앨버트 커피잔 세트.
남편의 소감은 "퇴사 한 번 더 해요."
디자이너 후배의 선물은 세상에 로모 카메라. 그래, 이 언니가 새 생활을 시작하겠다.
퇴사 선물의 꽃, 굿바이 카드. 벽에 붙여 두었다. 고마워요.
*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한 바퀴 돌며 인사 나눌 때 울지 않았으니 장하다.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일했다.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회사나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고 떠난 것도 다행이다.
두 회사, 13년 직장 생활의 막을 내렸다.
당분간 빈둥빈둥 놀겠다.
그러고는 '나'를 위한 일을 꾸리면서 살겠다.
그간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괜히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