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둑 호첸플로츠 1 비룡소 걸작선 7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요제프 트립 그림, 김경연 옮김 / 비룡소 / 1998년 11월
구판절판


위대하고 사악한 마법사 페트로질리우스 츠바켈만은 마법의 성 부엌에서 짜증난 얼굴로 웅크리고 앉아 감자 껍질을 벗기고 있었어.
그는 위대한 마법사였어. 사람을 어떤 동물로건 가볍게 바꿀 수 있었고, 똥으로 금을 만들 수도 있었지-하지만 감자 껍질 벗기는 마법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 뭐야. 그렇다고 언제나 국수하고 보리쌀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그러니 좋건 싫건 이따금 앞치마를 두르고 손수 감자 껍질을 벗기는 귀찮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어.-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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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1-07-1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수 없는 것이다, 감자 껍질이란. 위대한 마법사라 해도 직접 까야 된다. 쪼그리고 앉아서.

순오기 2011-07-18 10:42   좋아요 0 | URL
어릴 때 감자껍질 벗기기 싫어서 언니한테 칼부림(?) 패악을 부렸는데...왜, 충청도에선 꼭 껍질을 벗겨서 감자를 쪄먹었는지 몰라요. 광주에 살면서 감자를 껍질째 쪄먹는 걸 알고 얼마나 충격받았던지.ㅋㅋㅋ

지금은 껍질 벗기는 칼로 죽죽 밀면 벗겨지니 패악부릴 일도 없어요.ㅋㅋ

무스탕 2011-07-18 10:41   좋아요 0 | URL
저는 씽크대 앞에 서서 숟가락을 박박 긁어서 까요 :)
요즘 하지감자들은 껍질이 얇아서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서 까면 살도 거의 안버리고 좋아요.

무스탕 2011-07-18 10:4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전요 다른건 몰라도 감자만큼은 껍질 벗기는 칼을 못쓰겠어요 ㅠㅠ
오이랑 무랑은 다 껍질 벗기는 칼로 슥슥 벗겨내는데 감자만큼은 도대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감자 껍질을 칼로 벗겨야 하는 감자는 그냥 과일칼로 깍아요.
17년을 두고 시어머니께서 희안해하는 부분이지요;;;

순오기 2011-07-18 10: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하지감자는 달챙이 숟가락으로 박박 긁으면 돼요.ㅋㅋ
아~ 껍질 벗기는 칼로 하면 살이 많이 떨어져 나가나요?
그것도 고수가 되면 껍질만 얇게 벗길 수 있어요.ㅋㅋ

네꼬 2011-07-18 11:35   좋아요 0 | URL
어머나 이웃들의 정겨운 감자 수다. 제 서재가 오늘은 사랑방 된 거 맞죠? (좋아라.)

저는 감자칼을 쓰고 있긴 해요. 근데도 괜히 무서워서 (응?) 자꾸 감자를 놓치는 바보짓을 계속하고 있어요. 하지만 감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제부턴 나도 위대하고 사악한 마법사다, 하고 생각하려고요. (뭐래.)

pjy 2011-07-1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이 반찬할꺼 아니라면 ㅋㅋ 쪄먹을때는 껍질 전혀 안깍는 전라도타입 여기 있습니다~~~

네꼬 2011-07-18 17:22   좋아요 0 | URL
근데 껍질 안 까고 찌면 나중에 깔 때 뜨거울 때 까야 되잖아요. 식으면 잘 안 벗겨 지니까. 근데 냄새가 솔솔 나면 빨리 먹고 싶어서 조바심 나고... 전 그래서 일단 까서 쪄요. 어쩔 수 없어요. ㅠ

moonnight 2011-07-1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귀여워요. 위대하고 사악한 마법사가 어두컴컴한 부엌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감자껍질을 벗기다니! >.< 네꼬님 서재에 옹기종기 모여서 감자얘기 나누는 알라디너분들도 너무들 예뻐보이시고요. ^^

네꼬 2011-07-18 17:21   좋아요 0 | URL
응 하하 웃기죠. 저도 이 대목에서 소리 내서 웃었어요. (그림은 더 웃김) 그 다음에 마법사가 한숨 쉬면서 하는 말은, "머슴이 없어서 이래!" ㅎㅎㅎ 감자 먹고 싶다. 여름이에요, 문나잇님.

다락방 2011-07-1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뭐, 누가 껍질 벗겨줘야만, 누가 요리를 해서 완성해줘야만 감자를 먹는 스타일이니까, 감자껍질 벗기는데 그렇게 크게 관여하지 않아요. 후렌치 후라이를 잔뜩 쌓아놓고 맥주나 마시다가 기절해버리고 싶은 오후에요, 네꼬님.

네꼬 2011-07-18 17:20   좋아요 0 | URL
"후렌치 후라이를 잔뜩 쌓아놓고 맥주나 마시다가 기절해버리고 싶은 오후에요,네꼬님"이라고 다락님이 그랬다고 남편한테 말하면서 나도 그렇다고 했더니 더우니까 조심하래요... 그 네꼬에 그 남편. ㅠㅠ

다락방 2011-07-18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나 투피엠하고 술 마시고 싶어요.

네꼬 2011-07-18 17:19   좋아요 0 | URL
비스트는 안 될까요....?

난 다락님하고 술 마시고 싶은데 :)

다락방 2011-07-18 17:20   좋아요 0 | URL
비스트가 뭐에요, 네꼬님. 하아- 아직도 나를 모르네. 나는 그런 멸치대가리 같은 애들 말고 사내를 좋아하잖아요. 비스트 대신 엠블랙..으로. 응?

(네꼬님도 좋지만 네꼬님과 엠블랙은 다르니까.. )

네꼬 2011-07-18 17:22   좋아요 0 | URL
어머 멸치 대가리라니! (나 왕 흥분) 멸치 대가리는 타블로고! 비스트가 어딜 봐서! 당장 취소해요!

다락방 2011-07-18 17:28   좋아요 0 | URL
흥! 취소 못해요! 이건 자존심의 문제야!

네꼬 2011-07-18 17:30   좋아요 0 | URL
취소해 취소해 취소하란 말야!!!!! (데굴데굴)

씩씩.
좋아요, 타협안.

비스트보다 투피엠이 더 '사내'란 건 인정하겠어요. 그러니 멸치대가리 발언은 취소해요. 더 이상 협상은 없어.

다락방 2011-07-18 17:41   좋아요 0 | URL
하아-
여자로 태어나서 한평생을 살면서...한번 뱉은말을 취소하는 그런 부끄러운 짓을 해야 하다니..그런 일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네꼬님이 데굴데굴 구르니, 내 기꺼이 취소하겠소.

그치만, 엠블랙의 Y(와이)란 노래를 혹시 들어봤소? 젊은 사내들의 숨소리가 들린다오..

네꼬 2011-07-18 17:45   좋아요 0 | URL
퇴근 전에 취소 못 받아낼까봐 전전긍긍했네. 화해의 뜻으로 오늘 "Y"를 찾아 들어보겠소. (아아 다행... 긴장 풀렸다.)

다락방 2011-07-18 17:50   좋아요 0 | URL
내가 이메일로 파일을 주겠소. 찾는 수고를 덜게끔.
그런데 이메일 주소 좀.. (네꼬란 미녀의 이메일 주소따기 스킬 혹은 하우투 이메일 주소따기. 훗)

네꼬 2011-07-18 17:58   좋아요 0 | URL
흥 이 여자...! 흥 누가 넘어갈 줄 알고! (이러고 비밀댓글 단다.)

2011-07-18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1-07-19 12:23   좋아요 0 | URL
푸하하 두 분 너무 재미있어요. 커피 마시다가 흘렸어요. ㅠ_ㅠ 네꼬님의 데굴데굴.에서 그만 푸핫. ^^;

네꼬 2011-07-19 17:43   좋아요 0 | URL
=_= 문나잇님, 저는 광분했다 진정했다 하느라 피곤했어요. ==_== 눈이 이렇게.

레와 2011-07-19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배잡고 웃느라 데굴데굴데굴데굴)

네꼬 2011-07-19 17:43   좋아요 0 | URL
왜요 왜 왜 감자 땜에? 멸치 대가리 땜에? 데굴데굴땜에? (아, 나 멸치 넣은 감자 고로케 먹고 싶나?)

레와 2011-07-20 09:58   좋아요 0 | URL
크크크크크크크 반은 감자껍질 때문에, 크크크크크크크 반은 네꼬님과 다락님의 댓글때문에요. 히히히히히

네꼬 2011-07-22 09:17   좋아요 0 | URL
감자 껍질 때문에라면 얼마든지 웃으셔도 좋지만, 나와 다락님의 논쟁은... 뭐랄까 나와 다락님의 어떤... 고비...? ㅋㅋ
 
중력과 은총
시몬느 베이유 지음, 윤진 옮김 / 이제이북스 / 2008년 10월
구판절판


사람들이 줄 거라고 우리 스스로 상상하는 것, 사람들은 우리에게 바로 그것을 빚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이러한 부채를 면해줄 것.
실제의 그들은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모습과 같지 않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것. 이것은 신의 자기희생을 본받는 것이다.
나 역시 스스로 상상하는 것과 다르다. 그것을 아는 것이 바로 용서이다. -22-23쪽

가진 힘을 모두 사용하지 않는 것, 그것은 빈자리를 견디는 것이다. 그 어떤 자연법칙에도 어긋나며 오직 은총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은총은 물론 대상을 채워주지만, 우선 받아들이기 위한 빈 공간이 있어야 은총이 들어올 수 있다. 그 빈자리를 만드는 것 역시 은총이다.

준 것만큼의 대가를 받아야 할 필요성, 보상의 필요성. 만일 이 욕구를 누르고 빈 공간을 남겨 두면 흡인 작용이 일어나고 초자연의 보상이 찾아온다. 초자연의 보상은 다른 보상이 있을 때는 오지 않는다. -24-25쪽

‘나’가 외부로부터 상처받게 되면 처음에는 발버둥치는 짐승처럼 극단적이고 격렬하게 반항한다. 그러나 반쯤 죽어버린 상태가 되면 차라리 완전히 죽길 바라고 정신을 잃기도 한다. 그럴 때 사랑의 손길이 건드려 깨우면 고통스러워하며 그 고통을 야기한 사람에 대해서 분노와 증오심을 갖게 된다.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은혜를 베푸는 사람에 대해 오히려 복수심을 품는, 일견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53쪽

일반적으로 말해서 ‘신을 위하여’라는 말은 옳지 못한 표현이다. 신은 ‘위하여’란 말 앞에 놓일 수 없다.
신을 위하여 이웃에게로 가지 말고, 사수가 쏜 화살이 표적을 향해 가듯이 신에게 쫓겨서 이웃을 향해 갈 것.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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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lflorist 2010-03-10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밋는책이겠어여
 
우리 모두를 위한 비폭력 교과서
아키 유키오 지음, 하시모토 마사루 그림, 김원식 옮김 / 부키 / 2005년 5월
절판


법률을 만드는 것은 신이 아니라 일정한 이해관계를 갖는 인간이다. 그들은 법률을 만들어 강요하고 그것이 바이블인 것처럼 휘둘러 댄다. 따라서 법을 어기는 것은 그다지 두려운 일이 아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인류의 역사에서 법을 따르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는 사람들보다 더, 인간의 생명에 대해 더없이 잔혹한 짓을 했다. 인류에 대한 최대의 파괴 행위는 법에 따라서, 포고령이나 정부 명령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최대의 폭력은 권력의 폭력이며, 일반 시민의 폭력이 아니다. (하워드 진, 다큐멘터리 영화 『몬타규 마을의 핵전쟁』에서)-33쪽

비폭력은, 폭력을 행사하는 적(敵)까지도 똑같은 인간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적도 그들 자신을 예속시킨 폭력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투쟁 방법을 모색한다. (중략) 말하자면 적에게는, 생각을 바꾸고 자기의 행동을 변혁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때 비판받아야 할 것은 폭력을 수반하는 그의 역할이지, 인간으로서의 그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페트라 켈리, 『희망을 위해 싸운다』에서) -43쪽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운동을 전개한 농민, 아와곤 쇼코가 농민들의 비폭력 행동 중 참을성을 유지하기기 위해 만든 ‘진정(陳情)규칙’ 일부)) 1. 귀보다 위로 손을 올리지 않을 것. (미군은 우리가 손을 들면 폭력을 쓴다고 여겨서 사진을 찍는다.) 1. 군대를 두려워하지 말 것. 1. 생산자인 우리 농민이 인간적으로 군인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각을 굳게 갖고, 파괴자인 군대를 가르치고 이끌어 가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51-52쪽

((미국 동부의 작은 어촌 시브룩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강행될 때)) 1976년 8월 1일, 18명의 남녀가 원자력 발전소 부지에 들어가 꽃씨와 묘목을 심고 나서 연좌하던 중 모두 체포되었다. 3주일 후인 8월 22일, 이번에는 180명이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비폭력으로 점거하여 모두 체포되었다. 1977년 4월 30일, 미국 각지에서 2000명이 반원전 집회를 열었다. 대학생, 가정주부, 공장 노동자, 교사, 빵집 주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또한 1414명이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비폭력으로 점거하고 <단결된 인민은 백전불패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저항하여 모두 체포되었다. 1978년 6월 24일-26일, 1만 5000명이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비폭력으로 점거했다. 대량 체포가 어렵다고 판단한 주 정부와 경찰은 3일 동안 원자력 발전소 부지 내의 연좌시위를 합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1987년 1월 현재, 히브룩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중단된 채로 있으며, 건설이 재개될 전망은 없다.
-108쪽

전단을 배포하는데 경찰관이 와서 제지하면: ① "조금도 교통에 방해를 하고 있지 않다" "교통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곧 끝난다"라고 주장하면서 끝날 때까지 경찰의 개입을 막는다. 이들이 교섭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전단을 배포한다. ② 이동하면서도 계속해서 전단을 배포한다. ③ 그만둔 것처럼 잠자코 있다가 다시 시작한다. 페인트 작업을 할 때에도 이 방법을 취한다. -146쪽

스티커, 포스터, 전단을 붙이는 방법: ① 몇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붙이러 간다. ②현장에서는 전후좌우에서 망을 본다 ③경찰관이 오고 있으면 중지한다. 풀통이나 전단은 감추거나 버리고, 재빠르게 달아나거나 숨는다. ④ 경찰관의 검문을 받았을 때에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 ⑤ 경찰관이 지나간 후야말로 전단을 붙이기에 절호의 기회이다.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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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10-0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씨에게 일어난 올해의 사건 베스트 5 안에 반드시 들어갈 일이 있으니, 촛불집회에 내 발로 찾아간 일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여럿이 한 군데서 동시에 하는 일"은 무조건 싫어하는 네꼬 씨를 움직인 것은 바로, 그 사람들의 구호("온수줘!" "노래해!" "개인기!" 등)였다. 도대체 그들의 힘은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내가 "비폭력주의"에 찬성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하여간 그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많은 걸 가르쳐준다. (부록 "경찰과 친해지는 법"에는 주옥같은 정보들이 가득!!!) 실제로 밑줄을 쳐가면서 읽었다.

"생산자인 우리 농민이 인간적으로 군인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각을 굳게 갖고, 파괴자인 군대를 가르치고 이끌어 가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에 읽은 가장 감동적인 문장이다.

에디 2008-10-1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8년10월10일 오후 5시25분에 네꼬님의 이 페이퍼는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볼께요. 가능한 빨리.

2008-10-18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20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敬友錄)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5년 6월
품절


[인정해주는 안목이 서로에게 있다면]

탁월한 면이라 하면 세상 사람들은 으레 상식적으로 플러스 의미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은 매우 복잡하여 수재가 아닌 범인, 협조가 아닌 비협조, 근면이 아닌 게으름, 유복이 아닌 빈곤, 때론 건강이 아닌 질병조차도 그 사람을 완성시키는 힘을 지닌다.

-21쪽

[내키지 않는 일에는 더 이상 구애받고 싶지 않다]

내키지 않는 일에는 더 이상 구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그것은 선악이나 도덕과도 전혀 별개의 사고이다. 단 일 분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아름다운 것, 감동할 만한 것, 존경과 경이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추하다고 느끼거나, 때로는 업신여기고 싶은 마음으로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불어오는 바람처럼 언제나 솔직하고 부드럽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심히 원망하는 일 없이 살아가고 싶다.

-40쪽

[노력하는 이가 주는 곤혹스러움]

열심히 노력하는 이는 실은 곤혹스러운 존재이다. 게으름뱅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또 회사나 사회에 마음의 빚이 있으므로 결코 으스대지 않는다. 그 결과 자신의 본질과 평판이 상당히 일치한다. 그러나 노력하는 사람은 자신이 정당한 일, 훌륭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타인도 자신처럼 행동하기를, 또 타인이 자신에게 반드시 감사와 칭찬을 해주기를 마음으로 요구한다.

-43쪽

[옳은 일만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피곤하다]

나는 불순한 사고 방식이 좋다고 생각해. 오히려 작은 일에는 불순함을 용인하는 게 좋지. 우리 스스로 꺼림칙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필요해. 자신은 옳은 일만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지지. 내면의 미학이나 철학이 불순하면 안 되겠지만, 살아가는 방편에서는 누구도 이상대로 해나가기란 어렵기 때문에 그 오차를 대범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나는 마음에 들어.

-69쪽

[인과응보가 아니라서 인생은 매력적이다]

어떤 사람이 행운을 움켜쥐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착한 사람이거나 올바른 사람은 아니다. 약간의 인과 관계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백 퍼센트 작용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어떤 사람에게 불행이 닥쳤다 해서 그 사람이 벌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승부에서 이기든 지든 그 사람의 생활 철학의 옳고 그름의 결과가 아니다. 관계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운명은 그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정확히 인과응보가 있다면 그것은 자동판매기와 같다. 좋은 일을 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그것은 상행위와도 같다. 그것을 노리며 좋은 일을 하는 그런 사람으로 넘쳐나고 만다. 우리가 착한 일을 하는 이유는 대가가 없더라도 한다는 그런 순수성 때문이리라.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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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6-1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이거 찜해가고, 구매할래요! 지금 저에게 필요한 말들만 가득. :)

네꼬 2008-06-25 13:39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을 때마다 속속... 이건 거의 경전 수준이죠.
:)

2008-06-17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5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6-1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게으름뱅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예요! 으쓱.

네꼬 2008-06-25 13:40   좋아요 0 | URL
나도 으쓱으쓱.
우리 게으르게 살아요. 그게 좋기까지 하다잖아!

도넛공주 2008-06-1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병이 저를 완성시켰죠.오호홋!

네꼬 2008-06-25 13:41   좋아요 0 | URL
저는 저 부분이 늘 뭉클하고 한편 숙연해요.
삶은 단점, 부정적인 것으로도 완성된다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져요.

공주님은 무슨 병?

2008-06-25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6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18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6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8-07-05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너무좋지요??

네꼬 2008-07-07 03:01   좋아요 0 | URL
네!! 좋아요!! 그리고 배꽃님도 좋아요!!!!!!
 
책.어린이.어른
폴 아자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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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의 본질에 충실한 책을 사랑한다. 그것이 어떤 책인가 하면 직관에 호소하고 사물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힘을 어린이들에게 주는 책. 어린이들도 읽자마자 이해할 수 있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책, 어린이들의 영혼에 깊은 감동을 주어 평생 가슴 속에 추억으로 간직되는 책, 그런 책 말이다. -59쪽

어린이들에게 감상이 아니라 감수성을 자각시켜주는 책. 인간다운 고귀한 감정을 어린이들의 마음에 불어넣는 책. 동식물의 생명뿐 아니라 삼라만상의 생명을 모두 중시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책.

그리고 놀이라는 것이 대단히 소중하고 중요한 일임을 인식하고 있는 책. 지성과 이성을 단련하는 것이 반드시 당장에 이익을 낳거나 실제 생활에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목적으로 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는 책. 그런 책을 나는 사랑한다. -60쪽

나는 지식을 주는 책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 책이 무엇이든 쉽게 깨닫게 해주는 것처럼 가장하고 감쪽같이 어린이들을 유인해서 즐거운 시간을 낚아채려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것은 말도 안 된다. 또 실제로 엄청나게 수고하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는 것이 많으므로 그런 방법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하겠다.... 어린 영혼의 싹을 짓뭉개버리는 주입식 책이 아니라, 영혼 속에 지식의 씨앗을 뿌리고 건강하게 기르려는 그런 책을 사랑한다. 지식을 과대평가하고 만물의 척도로 삼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책, 즉 지식의 한계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 책을 사랑한다. -60쪽

끝으로 내가 사랑하는 책은 높은 도덕성을 지닌 책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도덕성은 가난하 사람에게 동전 두 닢을 주엇다고 해서 자신을 자비로운 사람으로 여기는 그런 째째한 근성의 도덕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진리, 인간의 영혼을 생기 있고 분발하게 하는 진리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책을 나는 사랑한다. 이기적이지 않고 성실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을 받을 것이고, 설령 다른 사람이 보답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득이 될 만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책. 선망이나 시샘이나 탐욕이 얼마나 추하고 저열한 것인지 보여주는 책.... 요컨대 나는 진리와 정의에 대한 신뢰를 북돋는 역할을 하는 책을 사랑한다.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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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2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들입니다. ^^

네꼬 2007-06-29 23:33   좋아요 0 | URL
저의 로망이죠.
: )

프레이야 2007-10-1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래전 읽었던 책. 아무래도 네꼬님은 어린이책 관련일을 하실 거라는 생각이
불끈 ^^ 들어요. 아니면 한 대 때리세요^^ =3=3=3

네꼬 2007-10-15 08:47   좋아요 0 | URL
우후후훗. 때릴 수는 없겠는데요~~~

=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