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친구들 틈에 끼여
추어탕에 소주잔을 돌리고
이차 가서 맥주잔을 기울이다
거나해서 밤늦게 귀가하는 길
누가 또 장렬하게 산화하는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좌르르
빗금 긋듯 꽁무니를 빼는 별
뒷모습 짧아도 아름다운 생이다
흩어져야 빛나는 별똥별이여
너희들은 어디서 무슨 술 먹고
그 무슨 안주를 밤늦도록 씹다가
이제사 뿔뿔이 헤어지는 길이냐

너도 집에 가면 와이프한테
미주알고주알 잔소리 좀 듣겠다
서로 다른 꿈자리로 돌아누운 채
서먹서먹 가라앉는 섬이 되겠다
생은 가끔 외로울 때 빛난다
왁자지껄 술자리 슬그머니 떠
저 홀로 은하 건너 총총히
사라지며 빛나는 별똥별처럼.

임영조, 「별똥별」『시인의 모자』

-

좋아하는 시는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때마다 좋다.

어느 때는 참 따뜻했던 이 시가

오늘은 어쩐지 먹먹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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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02-2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거실땐 콜렉트콜로 걸어도 받아드릴께요~

네꼬 2008-02-28 11:33   좋아요 0 | URL
어쩐지 군인이 된 심정이에요. 무스탕님은 나의 초코파이? (응? 이건 아닌가?)

마노아 2008-02-2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의 전화예요. 아마 방송국에서 보관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또르륵 다이얼 돌아가는 소리. 어쩐지 그 소리가 너무 그리워져요. 기억도, 몸도 기억하고 있는데 보고 만질 수는 없는 추억이에요.

네꼬 2008-02-28 11:35   좋아요 0 | URL
보고 만질 수 없는 추억.

낡은 사진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

옛날 노래에서 들리는 부드러운 슬픔.

마노아님.

Mephistopheles 2008-02-2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이야 토성주 목성주..인간들이 먹는 폭탄주같은 블랙홀주...
안주야 별똥집구이 라던지.. 족별..혹은 별탕..등등.......
(말도 안된다고 하면서도 댓글 저장을 눌러버리는 1人)

네꼬 2008-02-28 11:36   좋아요 0 | URL
술은 그렇다치고, 안주는 정말 맘에 드는데요. 특히 족별. (제가 이래요. 별을 먹어도 육질로 이해하는.... 고기 네꼬, 아시죠?)

Mephistopheles 2008-02-28 21:19   좋아요 0 | URL
(단호하게) 아니요.

비로그인 2008-02-2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었을 때 외로우면 다소 멋진데..
나이들어 외로우면 울적하답니다..


네꼬 2008-02-28 11:41   좋아요 0 | URL
저.. 저는 저....점점... 울적해지고 있.... (털썩.)

치니 2008-02-2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먹서먹 가라앉는 섬이 되겠다' 라는 대목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데요.
네꼬님 말대로 따스하다기보다는 먹먹해요, 느낌이.

네꼬 2008-02-28 11:42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그런데 저는

"생은 가끔 외로울 때 빛난다"

이 구절을 종종 되뇌어요. 이상하게도요, 어떤 땐 그 외로운 빛이 따뜻한 위로가 된답니다. : )

L.SHIN 2008-02-27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의 버튼 전화기보다 저렇게 돌리는 다이얼 전화기가 좋아요. (엉뚱하기는 -_-)

네꼬 2008-02-28 11:51   좋아요 0 | URL
바로 그래서 제가 L님을 좋아하잖아요. (난 어쨌든 L님이라고 하는 게 좋아요.)

L.SHIN 2008-02-29 19:10   좋아요 0 | URL
헤헤. 네팡이 무어라 불러주든 전 다 좋습니다.^^
(그럼, '쿠션'이란 애칭은? ㅜ_ㅜ)

프레이야 2008-02-27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 좋으네요.
서로 다른 꿈자리로 돌아누운 채 서먹서먹 가라앉는 섬이 되겠다...

네꼬 2008-02-28 11:55   좋아요 0 | URL
전, 혜경님이 더 좋은데.
혜경님 글 혜경님 사진 혜경님 이름이 더 좋은데.
: )

웽스북스 2008-02-27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먹 서먹 가라앉는 섬이 되겠다, 라는 부분이 마음에 남네요-
그리구 저도 치익~ 도르르르 콩! 하는 저 다이얼 전화기 좋아해요

네꼬 2008-02-28 11:56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댓글 읽고 가만 다시 시를 읽어보았어요.

좌르르 빗금을 긋는 별똥별과
치익~ 도르르르르 콩! 하는 전화기의 다이얼이
어딘가 닮아 있네요.
좋아라.

다락방 2008-02-2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네꼬님의 별똥별 :)

네꼬 2008-02-28 11:57   좋아요 0 | URL
나는 다락님의 전화기.
: )





라고 담백하게 쓰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느끼한 나의 마음.

마늘빵 2008-02-28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런 전화기 집에 하나 갖다 놓으면 참 좋겠다.

네꼬 2008-02-28 11:59   좋아요 0 | URL
일단 하나 구해지면 내가 쓰고, 두개 구해지면 하난 나눠줄게요. 약속해요.

: )

마늘빵 2008-02-28 22:39   좋아요 0 | URL
어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저런 공중전화 안 남아있으려나요?

다락방 2008-02-29 00:28   좋아요 0 | URL
세상에 존재하는 핸드폰이란 핸드폰을 죄다 뽀샤버릴까요? 저런 전화로 핸드폰에 전화하는건, 어쩐지 밸런스가 안맞잖나요?
 

10월 
기형도 

 

1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작은 이파리들을 떨구지만
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
갑자기 거칠어진다
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
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
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
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
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 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2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의 촛불은 이미 없어지고
하얗고 딱딱한 옷을 입은 빈 병만 우두커니 나를 쳐다본다




-




시를 읽을 시간도 없이,
하룻동안 내가 무엇무엇을 했고 무엇무엇을 못 다 했는지
헤아려 볼 시간도 없이,
응? 그렇다고 무슨 나라를 세우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응?
그렇게 한 달을 보냈더니 덜컥 문 앞에 10월이 와 있다.
약속한 친구가 확인 전화까지 하고 찾아와 초인종을 눌렀는데
그 소리를 듣고야 약속이 생각 나 허둥대는 꼴이 됐다.
낭패다.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만져보는 기분으로 시작하는 가을.
나도 이 공기만큼 둥글고 단단하고
조금 차가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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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2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멍, 네꼬님,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만지며 그리고 아주 조금 차갑게~
저도 이렇게 10월을 맞이할래요^^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콕 박혀요^^
네꼬님, 어쩜 이리 쨍할까요, 아침공기가..

네꼬 2007-09-28 13:20   좋아요 0 | URL
이 계절의 아침 공기는 사람을 경건하게 하지요.
고양이에게도 그렇습니다.
우리 10월을 잘 맞이하기로 해요.
: )

전호인 2007-09-28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나가 멋진 글귀에 마음이 박히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공기를 만지며 느낄 수 있는 시월이 되길 바라면서 저도 한번 느껴볼랍니다.

네꼬 2007-09-28 13:21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오래간만이어요, 확 반갑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읽어보는 시인데, 읽을 때마다 새롭게 좋아요.
같이 좋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07-09-2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형도 詩, 오랜만인데요. 역시나 그 냄새가..
덕분에 멋진 시를 마시고 갑니다. (웃음)

네꼬 2007-09-28 13:21   좋아요 0 | URL
응? 맛있었어요, 시?
좀 썼을 텐데. ^^

비로그인 2007-09-28 14:18   좋아요 0 | URL
저한테는 이런 시가 맛있습니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인생에 있어서도 귀한 거름이
되어주는 '몸에 좋은 약'이거든요.^^

네꼬 2007-10-01 10:45   좋아요 0 | URL
몸에 좋은 약, 우리 종종 나누어 먹어요. ♡

홍수맘 2007-09-2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더워"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여기랍니다.
저 역시 시 한편 느낄 시간도 없이 벌써 10월을 맞이하는 기분이랍니다.
그래도 이 9월이 가기전에 님 덕에 좋은 시한편 감상하고 갑니다.

네꼬 2007-09-28 13:23   좋아요 0 | URL
홍수맘님 계신 곳은 제주,
네꼬 씨 있는 곳은 파주.
여기도 간혹 더운데, 제주는 더하겠지요?
시 읽기가 게을러져서 저는 팍팍해지는 것 같아요.

라로 2007-09-2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짐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날의 저녁들 때문이라니,,,넘 멋져요~.
10월이라는 이렇게 멋진 기형도 시인의 시가 있었군요,,,
요절했는데도 시를 엄청 많이 남겼어요,,,,비교대비해보면...

밤새 비가 많이 왔는데,,,아셨나요?

네꼬 2007-09-28 13:24   좋아요 0 | URL
밤새 비가 왔나요?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잠들었는데 모르고 일어났습니다. 저..... 둔해요. (털썩.)

어떤 사람은 요절하면서도 한 세계를 남기고 가는데,
전느 기형도보다 몇 년을 더 살았는데도 여태 이래요.
가끔 무안합니다.

치니 2007-09-2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 노란별 찜 해가요.

네꼬 2007-09-28 13:25   좋아요 0 | URL
오옷. 기형도 덕분에 치니님께 제가 묻어가요. 하하.

비로그인 2007-09-2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네꼬님 What's going on?

네꼬 2007-09-28 13:27   좋아요 0 | URL
회사에서 팀을 바꾸면서 갑자기 너무 바빠졌어요. 제 성정이 워낙 얇고 조급해서 (겸손 아니고 정말 그렇다는 거. ㅠㅠ) 마음만 앞서고 일은... 제 발이 고양이 발이죠. 놀기나 좋아하는 고양이 발. 나비나 잡는 고양이 발.

도넛공주 2007-09-2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둥글하시잖아요?

네꼬 2007-10-01 10:43   좋아요 0 | URL
웃겨서 기절.

nada 2007-09-28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어요. 얼마나 더 둥글해지실라구.
더는 곤란해요. 제가 경락 좀 해드려요? (웃음)
저도 추석 때 시집 한 권 주문 넣었어요. 히.
나중에 한 편 읽어 드리지라..

네꼬 2007-10-01 10:43   좋아요 0 | URL
기절에서 깼다가 '경락 좀'에서 다시 기절.


어떤 시집이었을까? 궁금해요. 어서 읽어줘요!

Mephistopheles 2007-09-28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쩍 부는 바람에 팔뚝의 털들이 자지러지게 일어나는 걸 보고 가을이구나를 느꼈다는..^^

네꼬 2007-10-01 10:44   좋아요 0 | URL
털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메피님보단 고양이가 일가견이.. 가을이에요. 지금까진 좋은데 추워질 게 걱정이에요. ㅠㅠ

마노아 2007-10-0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은 여전히 뜨겁게, 머리만 차갑게 할 거죠? 하지만 네꼬님은 '따뜻'할 것 같아요^^

네꼬 2007-10-09 09:05   좋아요 0 | URL
나 이제야 답글 달아요. 그래서 내가 미워요? -_-

2007-10-01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9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7-10-0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 참 좋아요. 10월의 가을하늘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스산한 저녁바람 맞으며 들어야 하는데....
네꼬님 행복한 10월 되셔야 합니다. 꼬옥요~~

네꼬 2007-10-09 09:07   좋아요 0 | URL
넵! 꼭 행복한 10월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답글이 늦었는데... 오늘은 바짝 추워요. 시가 오늘과는 어울리겠는데요? ㅠㅠ
 

 

빈집의 약속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두듯 마음에 봄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르는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수십년 혹은 백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뭉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 불렀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숲이 들어앉았다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이어서
마음 안의 그 둥그런 고요가 다른 것으로 메워졌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그것이 빈집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_


오늘 밤, 저는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갑니다. 거의 이십 년 만에요.
벽지가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집을 비우려니
저 없는 동안 다들 집정리 마치시고 어디 모여 잔치라도 거하게 하실까봐,
그러느라 이 고양이 따위는 까맣게 잊으실까 봐 걱정입니다. -_-+

바닷바람을 고양이 폐에 가득 채우고 돌아오겠습니다.
제 빈집에 독사가 들어와 살던 때, 늦눈보라가 몰아쳐 서럽던 때,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했던 건, 님들이셔요.


다녀올게요.

저 없는 빈집을 부탁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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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15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메리칸 숏헤어인가요? 귀엽다~

네꼬 2007-06-18 11:51   좋아요 0 | URL
저도 종은 잘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귀엽죠? ^^

치유 2007-06-15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빈집은 절대로 안봐 줍니다..메~롱~~~~~~~~~!!

네꼬 2007-06-18 11:52   좋아요 0 | URL
지켜 달란 말씀은 배꽃님을 타깃으로 한 거였는데. ^^ 에잉. 사설 경비업체를 부를 걸 그랬군요!!

마노아 2007-06-15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양이가 네꼬님처럼 느껴져요. 잘 다녀오셔요. 행복하게 기다릴게요^^

네꼬 2007-06-18 11:53   좋아요 0 | URL
"행복하게 기다릴게요" 이런 예쁜 말은 도대체 어디서 배우는 거예요? ♡

비로그인 2007-06-15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가고파 부산~~~~ ㅠㅠ
나도 델고 가지~

네꼬 2007-06-18 11:54   좋아요 0 | URL
오옷, 우리 교주님도 모시고 갈걸 그랬군요! 고양이들끼리 바다여행이라, 꼭 한 번 가요.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어디 가셨어요? ㅠ_ㅠ

Mephistopheles 2007-06-1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닷가에 가신다는게 걱정이 되지만..^^
잘 다녀오세요..가끔 먼지 털러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네꼬 2007-06-18 11:54   좋아요 0 | URL
제가 바닷가에 가는 게 어째서 걱정이신 게죠!!!!! ㅋㅋ 메피님 덕분인지 집이 먼지 없이 깨끗하네요. : )

춤추는인생. 2007-06-1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참 맑아보여요 네꼬님처럼요.^^
잘 다녀오세요. 부산 해운대는 지금은 하늘나라로 올라간 제친구와 함께 갔던곳이였어요

네꼬 2007-06-18 11:55   좋아요 0 | URL
(전 맑지 않습니다. -_-) 해운대에 그런 기억이 있으셨군요.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면서 저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춤추는 님의 그곳의 기억도 그런 것이길 바랍니다. ♡

2007-06-16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6-18 11:58   좋아요 0 | URL
그러실 줄 알았어요! 핫핫핫!! 고맙습니다.

다락방 2007-06-16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양이도 이뿌네. 잘 다녀오세요, 네꼬님.
:)

네꼬 2007-06-18 12:0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나도 예쁘단 거죠? 응, 잘 다녀왔어요. : )

2007-06-18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8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7-06-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셨어요? 바닷가 갈메기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다 하던가요?
네꼬님은 고양이 콧속에 비릿하고 짭쪼롬한 바닷내음을 담아 오셨나요?
저도 가고 싶어요...

네꼬 2007-06-18 12:02   좋아요 0 | URL
해운대엔 비둘기가 많아서 놀랐는데, 자갈치시장엔 갈매기가 잔뜩. 역시 다들 먹고살 생각은 하는구나 싶었어요. 네, 잘 다녀왔습니다. 눈에도 폐에도 바다를 잔뜩 넣어서요. 당분간 이걸로 버티겠다 싶을 만큼요. : )

nada 2007-06-2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네꼬님 방에서 다시 읽으니까 느무 좋다.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건 정말 특별하게 느껴져요, 그져? 저 순진한 눈빛을 보니 갑자기 헤드락이 걸고 싶어진다는..ㅎㅎ (가끔 제 애정 표시가 좀 과격할지도 몰라요. -,.-)

네꼬 2007-06-28 21:55   좋아요 0 | URL
배추님처럼 멋진 글로 쓴 것도 아니고 그저 갖다 놓은 건데요 뭘. (쑥스. 긁적긁적.) 하지만, 과격한 애정 표현은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이에요. (어쩌면 네 발을... 그건 좀 웃긴가?)
 

회사 동료가 건네준 청첩장을 열었더니

흔한 인사말 대신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나는 그만 주책없이 눈물이 핑 돌았다.

청첩장 글이 이렇게 뭉클할 수도 있구나, 하고.

 

나의 동료는 예쁘고 날씬하며 경쾌한 아가씨이고,

그의 신랑은 수줍음을 타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건강한 청년이다.

아니 이들이 나 모르는 사이에 이런 시적 감수성을 키웠단 말인가

한 대 맞은 기분이었는데

물어보니 이 글은 그가 그녀에게 쓴 연애편지에 인용되었던 것이란다.

(어쩐지 정말로 한 대 맞은 기분. 그렇지, 세상엔 연애편지라는 게 있지. 털썩.)

시가 좋아서 전문을 찾아보았다.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 당신도 언젠가 저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젠 끝난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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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7-06-0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모르게 네꼬님의 청첩장도 무지 뭉클할 것 같아요 ;ㅅ;
[서..설마.. 안 보내 주시는 건 아니겠;;;;;]

2007-06-04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뻐요~ 요즘들어 왜이리 부쩍 예쁜 커플들이 많이 보이는지.
사랑, 참 할만해요? ^^

네꼬 2007-06-0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님 / 제 청첩장이라니, 생각만 해도 뭉클합니다. (농담..... 아님. -_-) [설마... 보냈는데 안 오시는 건 아니겠;;;;;;;;;;;;;]

션님 / 어마, 반가워요! (그동안 어디 가셨던 겝니까!) 사랑, 네, 할 만..하죠. : )

홍수맘 2007-06-04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멋진 글이네요.
사랑은 참 대단하다는, 아니 그런 사랑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Mephistopheles 2007-06-04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 잡으셨나요..?? (마음대로 추측하는 중)
운동화 즐겨 신으면 대략 낭패...

다락방 2007-06-04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퇴근하기전에 이 아름다운 시라니요!!

갈비를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웬지 갈비를 먹어서는 안될것 같은, 그런 시잖아요. 에잇. 소주도 함께 마셔야 겠어요. 흑.

프레이야 2007-06-04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첩장의 상투적인 인삿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감동입니다.
정말 멋진 커플이네요. 행복하게 잘 사실 거라 믿습니다.^^
전해주세요, 네꼬님.

마노아 2007-06-04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너무 근사해요. 이런 청첩장은 아직 못 받아보았어요. 네꼬님의 훗날 청첩장도 기대됩니다^^

마늘빵 2007-06-0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이쁘다. 두 사람의 사랑이 내 가슴을 꿍딱 거리게 만듭니다.

비로그인 2007-06-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네꼬 2007-06-0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 그러게요. 사랑의 힘이 참 대단한....가 봐요. ㅠ_ㅠ

메피님 / 날을 잡기 전에 남자부터 잡아야 할 입장입니다. -_- 상대만 정일우과라면 운동화가 아니라 슬리퍼라도 예뻐 보일걸요.

다락님 / 응? 갈비 누구랑 먹었어요? 나랑도 먹으러 가요!

혜경님 / (아마도 염장 때문인 듯) 속이 쓰리지만, 전해 드릴게요. ^^

마노아님 / 저도 제 청첩장이 기대 되어요. 누가 적혀 있을까요?

아프님 / 꿍딱거리는 가슴으로 어여 연애 시작하세요. : )

체셔님 / 혼자만 당할 수 없어서 다같이 괴롭자는 심정으로 올렸어요. 하하핫. (아우, 사진 제대로다!)



비로그인 2007-06-0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 체셔님이 올리신 사진.....혹시, 치킨집 그 박사자앙~~~??!!! ㅡ.,ㅡ!!

그나저나, 네꼬님. 정말 아름다운 시군요. ^^

네꼬 2007-06-0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저 사진 정말 웃기죠? ^^ 네, 아름답고 질투 나는 시랄까요. : )

이리스 2007-06-05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엇, 구두.. 가 놔와서 후다닥 달려왔어요. ㅋㅋ
역시 구두.. 가 나오니까 참 좋은 시가 ^^;;

네꼬 2007-06-07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 이 페이퍼 제목 쓰면서, 저라고 왜 님 생각이 안 났겠습니까? ^^
 

 

토마토 씨앗을 심은 후부터

-영화  <길>에서 사랑의 고백

백미혜   


 

물오리가 없으면

아가씨가 대신 물오리가 되라고

당신은 말했죠. 마을 장터에서

공기총으로 나를 겨냥하면

심장을 엎지르며

나는 죽는 시늉을 했어요.


해장국도 끓일 줄 모르고

쓸모없이 나뒹구는 돌처럼

한때는 심장의 빈 어둠으로 사는 것이

온통 지긋지긋했지요.

그러나 내가 당신 곁을 떠나면

누가 당신의 공기총을 반짝이도록

닦아줄까요. 당신이 코를 골며

잠자고 있는 동안에

나는 들로 나가 토마토를 심었답니다.

떠도는 우리들이라

토마토의 수확을 기다릴 수는 없지만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빈 깡통 안에 무심히 떨군

토마토 씨앗 하나가

내 안에서 싹을 틔웠답니다.


토마토 씨앗을 심은 후부터

모든 것이 내 안에서 달라졌어요.

어쩌면 내가 토마토를 심은 그 다음부터

우린 마음속에 토마토 밭을

안고 다니기 시작한지도 모르죠.

자, 그러니 이제 당신의 마음도

내게 말해 보세요.

 

 


 

-

그의 별명이 토마토라는 사실을 알았을 무렵, 나는 우연히 이 시를 알게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준비된 운명처럼 느껴졌더랬다.

그리고 어느 날 토마토 그림이 그려진 컵을 씻을 때 

문득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나는

눈물이 쏙 났다.

내 눈 앞에서 빨간 토마토들이 부풀어 오르다가 부풀어 오르다가

완전히 익은 채 내 손에서 뭉개져버렸다.

다시는 토마토를 먹을 수 없을 거라고 그때 나는 생각하였다.

 

어제 저녁

손님이 사들고 온 토마토와 함께 와인을 마시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 시가 생각났다.

‘친환경 농산물’ 봉지에 담긴 토마토를 내가 썰자

동거녀가 발사믹 소스와 올리브오일을 뿌렸다.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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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2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우연히 식탁을 보니, 덜 익은 토마토가 있던게 생각났습니다.
오늘 저녁에 먹어야겠습니다. (웃음)

네꼬 2007-05-2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토의 계절이 오고 있어요. 수분과 비타민 C, 제대로 보충하기로 해요. ^^

무스탕 2007-05-2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오늘 방울 토마토를 질리도록 먹고도 남았어요 -_-
조금있다가 심호흡 한 번 하고 또 먹어치워야죠... 너무 많아도 문제에요...

비로그인 2007-05-2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읽는 고양이라니...
이건 거의 요괴수준... :)

네꼬 2007-05-2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 "심호흡 한번 하고" 하하하. 방울토마토는 그저 무아지경 상태에서 먹어야 제맛. : )

체셔님 / 아니아니 고양이님께서 이러심 어떡해요. 이제 전 온갖 동물로 모자라 요괴까지...? -_-a

네꼬 2007-05-22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뜬금없는' 얘기가 전 왜 이렇게 좋을까요? ♡

Mephistopheles 2007-05-2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봐도 네꼬님은 우주고양이 종족 중에서도 또 다시 분류되는
우주감성고양이 종족으로 추정되는군요..

향기로운 2007-05-22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우주고양이^^*

네꼬 2007-05-2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제 피가 나름 복잡해요.

향기님 / 놀리시는 거죠 -_-+ (^^그래도 좋댄다.)

2007-05-23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5-2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이천삼백육십명을 만나도, 저는 바로 그 네꼬예요. 제 앞발의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아시면서. ♡

2007-05-23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5-23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그렇죠, 그 동네가 참 중요하죠. 그리고 잘 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_-; (뭐냐 이 표정은!)

2007-05-23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5-2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보셨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