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알라딘 모님이 내 글에서 장영희교수님 느낌이 난다고 한다. 문학 리뷰를 주로 쓰고, 대부분이 긍정적인 내용 위주라 그런 생각을 했겠지만 평소 존경하는 분의 글을 닮았다니 기분이 좋았다. 독서치료과정을 공부하면서 강사가 추천해준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새롭게 읽고는 따뜻함과 긍정적인 그러면서도 문학의 아름다운 결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글은 읽는내내 행복했다.

이 책은 고 장영희 교수의 1주년 유고집으로 <문학의 숲을 거닐다>와 조금은 유사한 문학과 일상의 만남이다. 그녀와 친분있는 화가 김점선의 그림 느낌이 나는 장지원의 삽화는 책의 내용과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을 준다. 전체 3부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책을 읽은 느낌과 학생들을 가르치며 또는 유학시절에 만났던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의 풍경에 대한 조각들이다. 

앤 타일러의 소설 <바너비 스토리>에서 
" 아, 물론이지요. 이제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천사를 만났습니다. 당신은 나의 천사이고, 나 역시 당신의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천사가 될 수 있어요."   p.15

책을 읽고 이런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직장동료, 아이들, 주변 사람을 천사로 바라봐주면 그들도 나에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무실에서 마음이 맞지 않아 보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되는 사람이 있는데 이 글을 읽고나니 한줄기 빛이 비추는 느낌이다. 그녀를 나의 천사라 생각하고 장점만 바라보면 충분히 좋은 관계로 유지될 수 있을 느낌이랄까.   

2부는 그녀가 사랑했던 문학작품의 원문, 번역된 글 그리고 작품에 대한 느낌을 간결하면서도 편안하게 들려준다. 개츠비가 평생을 사랑한 데이지의 배반으로 죽음을 맞기 직전의 장면을 인용한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히스클리프의 캐서린에 대한 지독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시가 특히 아름다운 에밀리 디킨슨의 <만약 내가>, 프로스트의 <자작나무>,  실버스타인의 <엄마와 하느님>등은 원문과 함께 꼭 기억하면 좋을 사랑스러운 글이다.   

3부에는 그녀를 사랑했던 이해인 수녀님, 박완서 작가님이 쓴 1주기 추모글과 생존 사진을 보여준다. 하반신 불구라는 중증 장애와 암투병의 이중고로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와 마지막까지 문학을 사랑했던 열정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살아가면서 남보다 뒤쳐지는 생각으로 우울할때,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속상함으로 불행하다는 느낌이 들때  이 책은 마음속 응어리를 점점 작아지게 한다. 초겨울의 스산함이 어릴적 엄마와 함께 따뜻한 아랫목에 누웠을때의 그 행복처럼 내 마음에 꽃비가 내린다.  그녀는 떠났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은은한 향기로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고히 잠드소서! 

If I can……
Emily Elizabeth Dickinso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onto his nest,
I shall not live in vain.

만약 내가……
에밀리 E.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간혹 아침에 눈을 뜨면 불현듯 의문 하나가 불쑥 고개를 쳐듭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아등바등 무언가를 좇고 있지만 결국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딱히 돈인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명예도 아닙니다. 그냥 버릇처럼 무엇이든 손에 닿는 것은 움켜쥐면서 앞만 보고 뛰다 보면, 옆에서 아파하는 사람도, 둥지에서 떨어지는 기진맥진한 울새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뛰면서 마음이 흡족하고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결국 내가 헛되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두려움은 늘 마음에 복병처럼 존재합니다.
불가佛家에서는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들판에 콩알을 넓게 깔아놓고 하늘에서 바늘 하나가 떨어져 그중 콩 한 알에 꽂히는 확률이라고 합니다. 그토록 귀한 생명 받아 태어나서, 나는 이렇게 헛되이 살다 갈 것인가.
누군가가 나로 인해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장영희가 왔다 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태풍이 지나고 다시 태양이 내비치는 오후의 화두입니다. 

      

Love Poem / Robert Bly

When we are in love, we love the grass,
And the barns, and the lightpoles,
And the small main streets abandoned all night.

사랑에 관한 시 / 로버트 블라이

사랑을 하게 되면 우리는 풀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헛간도, 가로등도
그리고 밤새 인적 끊긴 작은 중앙로들도.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미성숙한 사랑은 '당신이 필요해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성숙한 사람은 '당신을 사랑해서 당신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고 했습니다.
  사랑의 기본 원칙은 내 삶 속에서 상대방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하면 세상의 중심이 내 안에서 바깥으로 이동하여 마음이 한없이 커지고 순해집니다.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아름드리나무뿐 아니라 길옆에 숨어 있는 작은 풀 한 포기도, 하늘을 찌를 듯 높고 멋있는 빌딩뿐 아니라 초라한 헛간도, 휘황찬란하게 밝은 네온사인뿐 아니라 희미한 가로등도,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큰길뿐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는 외로운 길도, 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것들, 하잘것없는 것들까지 모두 애틋하고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사랑하므로 그 사람이 꼭 필요해서 '나와 당신'이 아니라 '나의 당신' 이라고 부르게 되는 것, 그게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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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12-05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 세실님이랑 장영희님의 글 그런 면에서 정말 닮았어요.
이 책은 읽지 못했지만,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라고 쓴 그녀가 저 세상으로 간 것도 '인간의 계획을 싫어하는'
(어느 장의 첫 문장) 신의 뜻일까 싶네요.
세실님, 고요한 일요일 저녁이에요. 날이 꽤 추워졌어요.

세실 2010-12-06 04:33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문학의 향기 닮고 싶은 분이죠.
신문에 연재된 미출간글 이라고 하는데 <문학의 숲을 거닐다>랑 유사해요.
같은 시기에 연재된 글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어제 좀 일찍 잠들었더니 새벽에 깨었습니다. 고요와 신선함이 좋은데요.

순오기 2010-12-06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글에서 장영희 교수님 느낌이 난다고 한 '모'님은 장영희 교수님을 존경하는 팬이기도 하지요.^^

이 책은 아직 못 읽었는데~~~~ 님께 땡스투하고!

세실 2010-12-06 04:37   좋아요 0 | URL
호호호 님도 팬이시군요^*^
마음이 울적할때, 심난할때 읽으면 더없이 좋은 책.
차안에 두고 잠깐씩 음미하며 읽어야 겠습니다.

행복한 한주 되세요!

꿈꾸는섬 2010-12-0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너무 좋죠.^^

세실 2010-12-06 13:05   좋아요 0 | URL
아 님도 읽으셨군요. 네 넘넘 좋아요. 차에 두고 시간날때마다 봐야 겠어요.
그리고 이참에 영어공부도 좀 하구요.

2010-12-08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8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10-12-0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너무 이쁘네욤
예전에 님께서 선물해준 축복이라는 책이 참 마음에 남아욤^^

세실 2010-12-09 08: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스타일이예요. 조금은 다르지만....
읽을수록 향기가 나는 책이죠.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께요.

같은하늘 2010-12-2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빨리~~~
빠른 시간 안에 이 책을 내 손에~~~ㅎㅎ

세실 2010-12-25 21:44   좋아요 0 | URL
호호호 책 신청하셨나요?
두고두고 보면 좋을 책입니다. 차에 두고 잠깐씩 보고 있어요.
 
열네 살이 어때서? - 노경실 작가의 최초의 성장소설
노경실 지음 / 홍익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지난주 대학로에 있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책날개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다. 우리교육청에서는 책날개 운동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11곳에 작가를 직접 보내주는데, 그 작가들과 책날개 상임위원(여희숙샘, 김은하샘 등등과 그리고 나)과의 만남이었다. 친구와의 약속으로 뒷풀이에 참석하지 못하고 서둘러 나오는데 회의내내 강한 포스가 느껴졌던 노경실 작가가 나를 불러 세우더니 이 책을 건넨다. 비혼인 작가가 아이들의 심리에 대해 이리도 세심히 쓸 수 있다니 작가의 상상력 혹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큰 아이가 만으로 열네살이라 더욱 와닿았던 이 책은 아침에 눈을 뜨면 1퍼센트씩만 예뻐지길 바라는 가수가 꿈인 중학교 1학년 연주와, 두 달전에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엄마와 셋이 사는 민주가 주인공이다.

세상은 연극 무대인가?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전에 또 한 사람이 등장하다니!
세상은 패션쇼 무대인가? 
등장하는 삶마다 모두 나보란 듯 잘난 존재들이니!
세상은 신생아 병동인가?
TV를 켤 때마다 어제보다 더 잘나고 멋진 인물들이 탄생하니!
아니면 다윈의 진화론대로 사람들이 진화해서 일까?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하는 대신, 이제는 사람이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왜 진화하지 않는거지?" 연주는 거울 속 자신을 쳐다보며 작게 말했다.
"김연주, 제발, 지발, 지이발..... 너도 진화 좀 해봐라! 제발! 응?"


연주의 간절한 바램에 웃음이 난다. 그 나이땐 심각한 고민이었겠지만.......

부모의 이혼에도 늘 쾌활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민주는 학원버스 안에서 "그래! 우리 부모 이혼했다! 사람을 죽여야만 살인자야? 이 세상에 이혼하는 부모들은 다 살인자야! 그래서 난 죽었어! 난 벌써 죽었다고! 난 유령이야! 난 귀신이야! 너희 눈에 내가 사람으로 보여?" 하는 절규에 먹먹해진다. 이혼은 당사자보다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는듯 하다.

밥 먹고 화장실 가고,
잠자고 일어나고,
땀 흘리고 목욕하고,
침 삼키고 기침하고,
TV 보고 끄고,
전화하고 전화받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리고,
걸어가고 주저앉고,
인사하고 모른 체하고,
학교 가고 집에 가고,
학원가고 몰래 빠지고,
시험 보고 성적표 받고,
숙제하고 숙제 잊어버리고, 
빵 사먹고 콜라 마시고,
노래 부르고 듣고,
연예안 바라보고 흉보고,
싸우고 화애하고,
웃고 신경질 부리고,
부러워하고 손가락질 하고,
게임하고 게임에 지고,
낡은 운동화 버리고 새 청바지 사고,
심부름하기 싫다고 버티고,
일기 쓰고 일기장 불태워 버리고,
저금하고 돈 빌리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런 삶의 조각들이 모여 한층 성숙해 지고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리라. 연주가 사랑인지 단순한 좋아함인지 알쏭달쏭한 지섭의 떠남에 슬퍼하며 그가 남긴 시계를 보고 위안을 삼는 것도 건강하게 성장해 가는 과정이다.

클라이막스도 없는 단조로운 일상이야기지만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처음엔 웃으며 대화하다가 엄마의 잔소리, 딸의 화냄 결국에는 화해로 마무리 되는 어른 엄마와 사춘기 딸의 대화, 친구 민주의 아픔을 생각해 보게 하는 여운이 좋았다.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들려준,

인생은 셀 수 없이 너희를 째려볼 것이다. 겨우 그 정도밖에 못 사느냐? 넌 겨우 이것밖에 안되는 인간이냐? 등등의 조롱으로 말이다. 또 삶은 너희를 기분 나쁘게 째려볼 것이다. 네가 뭘 하겠어? 네가 뭐 대단하다고? 네가 하는게 다 그렇지 뭐! 하면서 말이다.  이거 하나만 기억해라. 너희가 울든 웃든, 노력하든 포기하든, 주저앉든 다시 일어나든...... 시간은 단 한번도 멈추거나 쉬거나 요령 피우지 않고 계속 앞으로, 앞으로만 가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p.166 

여우꼬리

담주 금요일에 중간고사 보는 규환이 공부 시키려고 방콕하고 있는데 정작 규환이는 1시간만 놀다올께 하고 나가서는 함흥차사다. 네가 진정 함흥차사의 뜻을 아는게냐?  곧 수학학원에 가야 하는데.....
평일엔 학원에서 밤 9시 넘어야 오고, 저녁잠이 많아 공부할 시간 없는데....어쩌자는 게냐.
그러면서 1등하면 건담 3개 사달라고 하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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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0-3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주의 버스 안에서의 절규가 서늘하게 하네요.
이제 우리 나라에서도 이혼 하는 부부의 수가 예전보다 증가하고 있는데 그에 따른 아이들의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 같아요.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고 자기 비하까지 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돼잖아요.
노경실 작가가 미혼이었군요. 저도 관심이 가던 책이었어요.
(규환이...^^ 딱 1시간만 놀기가 어렵지요. 1시간 후딱 가잖아요~ )

세실 2010-10-31 20:33   좋아요 0 | URL
외형적으로 보이는 아픔이 전부가 아닌데 어른들은 보이는것만 신경쓰게 되지요. 저를 포함해서요. 아이들과 좀더 따뜻한 관계가 되어야 겠습니다. 때로는 친구같은 부모로 기억되도록....
전 40대 중반 정도로 생각했는데 58년생이라고 해서 놀랬습니다. 포스가 대단하세요.
다행히 10분 지각했네요. 이유가 잠바를 놓고와서 되돌아 오느라 그랬다고 하니 패스. ㅎㅎ

글샘 2010-10-3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동화에도 이혼한 가정의 비혼여성 이야기가 많구요.
우리 학급에도 부모가 온전하게 같이 살지 않는 집도 많은 거 같애요.
솔직히 다 파악은 안 됩니다.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구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야 할텐데... 상처가 되겠지요.

세실 2010-11-01 23:36   좋아요 0 | URL
그쵸. 갈수록 더 심해질꺼 같아서.....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님 생각에 동감합니다. 아무래도 측은지심이 더해지면 아이들은 금방 눈치챌꺼 같아요.
건강하게 자라는 것, 자긍심을 높이는 길 같아요. 잘 살아야죠...

양철나무꾼 2010-11-01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넷,열다섯 아이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을 간혹 읽는데요~
(한달에 두권 정도)
그때 그때 느낌이 제각각이지만,
공통된 느낌 하나는 우리 아들은 아직 이런 느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아직 어린이 수준)

이런 섬세한 감정을 볼때 마다,
아들이어서 좀 늦는 건가?
또는 어른이 써서 좀 앞서가는 건가?
좀 혼란스러워요.

저희 아들은 애시당초 나가서 '1시간만'놀다오겠다는 약속 같은 걸 안해요.
1시간만이 불가능한 걸 아니까...^^
그래도 규환인 멋진걸요~

세실 2010-11-01 23:38   좋아요 0 | URL
어머 초딩 5학년 규환이도 가끔 어른스러울때가 있던데요. ㅎㅎ
지난번 옆지기랑 다투었을때 규환이가
"아이 앞에서 챙피하지도 않아요? 어른이 모범을 보여야지" 하더라구요. ㅠㅠ
그 다음부턴 절대 소리지르고 싸우지 않아요. ㅋ

아마도 님 아드님은 조숙한듯 해요.
아직은 엄마가 무서운 거겠죠?

꿈꾸는섬 2010-11-01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전 성장소설 참 좋아해요.^^

세실 2010-11-01 23:3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저도 좋아하는데 이 책은 좀 단조로워요~~~~

순오기 2010-11-0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네 살의 세상도 만만한게 아니라는 걸 아는 아이들이 가슴 아프네요.
노경실 작가, 대단한 포스라니 궁금해요~
규환이는 시간관리 잘 하는 범생이~ 짝짝짝

세실 2010-11-01 23:40   좋아요 0 | URL
그쵸. 그러고보면 부모들 혹은 어른들은 열네살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다는 생각해봅니다. 겨우 14년 살았을 뿐인 아이들에게요....
ㅎㅎ. 터프하시고, 책날개 작가 회장으로서 회의를 리드하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어요.

규환이 아직 어른거죠. ㅋ

마녀고양이 2010-11-0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 연주의 외침이 꼭 제 외침 같다눈,,
"진화 좀 해라~" 하는... 아하하, 찔끔하는데요.

중간에 쓰인 일상시도 마음에 콕 와닿아요.
아아, 이 책은 왜... 제 얘기 같은거죠. 아무래도 덜 컸나봐요. ^^
방금 코알라랑 다퉜어요, 다독이러 갑니다~

세실 2010-11-01 23:43   좋아요 0 | URL
에이 님 지금도 충분히 진화했거든요. 좀 더 진화하면 미래형인간?

일상이 왠지 서글퍼져요. 아이들이 안되었기도 하고. 뭐 어른인 저도 비슷한 일상이지만요. 무의미한 하루 하루.
전 그래서 상상을 하고, 주문을 합니다. 매일 매일 오늘이 제일 행복한 하루라는^*^

2010-11-01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11-02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안녕하셨지요? 오랜만에 인사해요~~
부모의 이혼에 대한 토론을 한적이 있는데, 제 생각은 아이들도 한번쯤은 생각해 줘야 한다는거지요. 그 크나큰 상처를 어찌 감당하게 할런지... 하지만 폭력이 있는 가정의 꼭 치유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요. 그 방법이 이혼일지라도...

세실 2010-11-02 08:49   좋아요 0 | URL
넵 많이 바쁘셨네요.
아이들에게 농담처럼 엄마, 아빠 이혼할까? 했더니 두 아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죽는다네요. 원....
이혼이 그렇게 큰 충격인가봐요. 아마도 주위에 이혼한 아이들에 대한 그릇된 편견이 작용한거겠죠. 점점 많아질텐데요..

하늘바람 2010-11-21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네살이 어때서 참 궁금한 책이었어요

세실 2010-11-21 22:31   좋아요 0 | URL
2% 부족한 느낌. 가려운 곳을 확실히 긁어주지는 못했어요. 음....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문태준 해설, 잠산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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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주홍빛으로 물들어가는 나무가, 눈 부시게 파란 하늘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모두 시어가 되는 계절이다. 가을에는 시집 한 권을 반복해서 읽게 된다. 박완서 작가의 수필 <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에서 추천하여 읽게된 이 시집은 한국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이라는 부제로 낯익은 시들이 많이 나온다. 또한 문태준 시인의 해설로 시 하나하나의 시대적 배경과 작가에 대한 설명, 내면에 담고 있는 뜻까지 친절히 설명해 준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이 시를 읽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한때 참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 헤어지고 나면 사소함으로 변해가는 그 가벼움이 서글프다. 그러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면 아련한 추억으로 남겠지.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헤어짐은 늘 가슴 아프다.

수묵(水墨)정원 9 - 번짐 /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조정권의 <산정묘지>, 박목월의 <나그네>에서 김현승의 <눈물>과 정끝별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를 망라한다. 깊어가는 가을, 따뜻한 시 한편 읽으며 가을을 만끽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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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0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1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0-1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어가는 가을고 어울린다...그러네요.^^ 잘 읽고 가요.

세실 2010-10-14 13:05   좋아요 0 | URL
그쵸. 가을엔 시집 읽으면 참 좋아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들을 다시 한번 읽어도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치유 2010-10-15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시집 한권 들고 다녀야 할 것 같아요..^^

보림이는 결심하고 노력한 보람을 얻었으니 더 열심히 할것 같아요..기특해요..
반장에 일등아들 엄마라..기분 최고시겠어요..축하축하합니다..

세실 2010-10-15 23:14   좋아요 0 | URL
그쵸. 가을은 시집 한권 읽어주는 센스^*^

네 기말고사에 더 좋은 결과 얻는다고 하니 그저 용기를 심어주려고 노력중이랍니다. 감사해요 배꽃님!
 
소통 유머 - 인간관계의 장벽을 뛰어넘는
김진배 지음 / 나무생각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유머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지금도 개그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들과 즐거워하며 누군가 유머퀴즈를 내면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몇가지는 기억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교육청내 독서클럽 9월 토론도서로 고른 이 책의 저자 김진배씨는 대한민국 유머강사 1호다. 책날개에 있는 그의 사진에는 통통 튀는 하늘빛 안경테, 밝은 웃음이 기분좋게 한다.

"인간관계가 아름다울 때 유머와 웃음이 넘친다. 우리는 이것을 소통이라고 말한다. 인간관계가 파괴된 사회에서는 유머와 웃음도 함께 사라진다. 오직 목적을 위한 대화와 긴장된 관계만 있을 뿐이다. 말 그대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형식적인 관계이다. 부부사이, 부모자식 사이, 기업과 고객 사이에 유머가 첨가되면 형식적 관계가 실질적 관계로 변하고 죽었던 관계가 살아난다. 차가웠던 관계가 따뜻하게 바뀐다. 수단 관계에서 목적관계로 발전한다."   

요즘 화두인 소통에 대해 각 장마다 다양한 유머의 예를 들며 이야기 한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자긍심, 웃음, 칭찬, 공감, 격려는 유머를 통해서 얻을 수 있으며 유머는 희망과 변화를 품고 있고 함께 울고 웃으며 그렇게 소통하면서 행복해 지는 것이라는 표현이 와 닿는다.

미국의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가 골든 글로브상을 받으면서 한 말이다. "저는 수상 연설을 두개 준비했습니다. 짧은 것과 긴 것, 그 중 짧은 연설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시간이 좀 있는 것 같군요. 긴 것도 하죠. '대단히 감사합니다'."

 식상할수도 있는 시상식에서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와닿는 유머있는 인사가 멋지다.  짧게 적어놓은 유머 스피치가 성공을 부른다는 내용도 좋다. 늘 유머를 생활화 하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과 링컨 전 대통령의 유머도 인상적이다.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가 한 승객에게 음료수를 권했다. 승객은 "이거 혹시 독주 아니죠?"라며 농담을 걸어왔다. 그러자 스튜어디스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네 손님, 사랑의 독주입니다. 한 잔 하시면 마음이 사랑으로 충만해지실 거예요." 스튜어디스의 재치에 승객은 박수를 쳤다.

어느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 늘 유머를 생활화 하는 것은 분명 삶의 활력소 이상이 될 것이다.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의 움직임, 즉 감동이다. 유머와 진솔한 대화를 통해 공감하는 것. 진정한 참소통의 방법이다. 세계적인 석학 대니얼 핑크는 "21세기에는 유머가 진정한 파워이다."라고 말했는데 충분히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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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0-04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매사에 좀 진지한 편인데...
유머가 파워라니 노력을 해 보려구요~


세실 2010-10-04 12:48   좋아요 0 | URL
전 매사에 속전속결하는 편이라서요.
쉽게 결정하고, 쉽게 단념하고....
진지함이 필요하긴 합니다.

프레이야 2010-10-04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전 유머가 없어서 큰일이에요.
웃음과 유머가 진정한 소통의 척도였군요. 부드럽고 편안한 관계는 유머가
있어야 이뤄지는데 나부터 긴장하고 너무 진지하니 말에요. 몹쓸 성격ㅋㅋ
저도 유머러스한 남자가 좋아요, 세실님.
진정한 유머는 배려와 마음의 여유에서 나오겠죠.^^
탱스투~

세실 2010-10-04 12:51   좋아요 0 | URL
호호호 그런 진지함이 님은 어울리세요.
꼼꼼하고, 조용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답니다. 님은요^*^
처음 만날땐 웃음과 유머로 시작하면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겠죠.
진솔함과 유머가 어우러진 그런 모습도 좋을듯 해요. 그쵸?
행복한 한주 되세요!

행복희망꿈 2010-10-04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유머가 있다기 보다는 좀 덜 심각한 편이라고 할까요?
어려운일은 도전하기도 힘들어하고 포기도 빠르고~
어떨 때는 오기가 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되네요.
그래도 요즘은 유머있는 사람이 대세라서~ 노력이 필요할것 같아요.^^

세실 2010-10-05 06:21   좋아요 0 | URL
유머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얻긴 힘들죠.
전 어려운 일 도전은 쉽게 하는데 포기는 빨라요.
재미있다 생각하면서도 바로 잊어버리는게 문제예요.
조금씩 적어놓고 외워야 하겠어요.

2010-10-04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10-05 06: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환절기엔 최고죠^*^

마녀고양이 2010-10-0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는 타고나는거 같아요.
유머러스한 사람은 아무래도 매력적이지요.
유머에 진실까지 겸비한 사람을 바란다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여, 언니?

세실 2010-10-05 06:23   좋아요 0 | URL
그쵸?
유머러스함과 실없음의 경계선이 애매하긴 하지만,
센스있는 유머는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죠.
고급유머를 구사하는 사람은 꾸준한 독서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김제동씨 처럼요~~~
시도때도 없는 유머가 아닌 적재적소에 해주는 유머는 충분히 진솔함도 겸비할 수 있어요.

꿈꾸는섬 2010-10-0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머 있는 남자가 좋아요.^^

세실 2010-10-06 22:27   좋아요 0 | URL
호호호 섬님도 그러시군요.
넘 가볍지만 않다면 콜이죠^*^

라로 2010-10-06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주 번개 언제 하실거에요???
저는 16일만 안돼고 나머지 날은 오케입니당~.
이제나 저제나 공지 올라오길 기둘린다는,,,쿨럭

세실 2010-10-06 22:28   좋아요 0 | URL
23일 11시 고인쇄박물관 콜?
넘 일찍부터 해놓으면 바뀌는 분들이 많을듯 하여 일주일전에 공지를 하려고 합니다만. ㅎㅎ 슬쩍 슬쩍 흘리죠 뭐...

라로 2010-10-07 09:18   좋아요 0 | URL
23일 11시 고인쇄박물관 오케이!!~~~^^

순오기 2010-10-07 18:11   좋아요 0 | URL
으~ 나도 청주 꼭 가고 싶은데
23일은 장성으로 문학기행 가는 날.ㅜㅜ

세실 2010-10-07 19:40   좋아요 0 | URL
모야 오기언냐땜에 고인쇄 박물관으로 하는건데
이러시면 곤란하죠 잉^*^
30일은 넘 추울텐데.....

라로 2010-10-08 09:18   좋아요 0 | URL
걍 30일로 해요!! 추우면 추운대로 또 어울리면 되니까!! 순오기 언니 빠지심 안되잖아요!!^^

순오기 2010-10-08 18:37   좋아요 0 | URL
세실님, 그냥 23일로 해도 돼요.
오늘 모임에서 장성문학기행을 24(일)로 바꿨어요.ㅋㅋㅋ
아싸~ 신난다!!

세실 2010-10-11 21:49   좋아요 0 | URL
30일로 변경!
그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나요 우리^*^

실비 2010-10-0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와 위트가 필요한데 말이죠..
전 좀 진지한쪽이라...
가끔 유머스럽게 할려고하지만
잘안되더라구여..

세실 2010-10-06 22:29   좋아요 0 | URL
유머도 연구를 해야 되더라구요.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질거예요.
가끔 유머사이트도 가서 기웃거려 본답니다.
님 화이팅^*^
 
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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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 만났던 남자가 지금까지 나를 잊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어쩌면 그는 아직도 나에 대한 환상과 이상속에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점을 가져본다. 이 책을 전에 한번 읽었을 때는 화자(話者)로 나오는 닉 캐러웨이가 이끄는 대로 그저 페이지 넘기기에 급급했고 별다는 느낌이 없었다. 

연휴에 다시 읽게 되면서 오늘 영화 보려던 계획까지 취소하고, 개츠비가 되고, 톰 뷰캐넌이 되고, 때로는 데이지가 되어 하루를 살았다. 

소설의 배경인 1920년대는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뒤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기를 이룬 시기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개츠비가 불과 몇년 사이에 대저택을 소유하고, 매일 저녁 파티를 열만큼의 부를 축적한 배경이 된 것이다. 

자신을 버리고 부유한 남자 톰과 결혼한 데이지를 포기하지 못하고 가까운 곳으로 이사와서 과거로 돌아갈 꿈을 꾸는 개츠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 같으면 그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 겁니다." 내가 불쑥 말했다. "과거는 반복할 수 없지 않습니까."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고요?" 그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아뇨, 그럴 수 있고 말고요!" 
그는 마치 과거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집 앞 그늘진 구석에 숨어 있기라도 하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전 모든 것을 옛날과 똑같이 돌려 놓을 생각입니다." 그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도 알게 될 겁니다."
그는 과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가 되돌리고 싶은 것이 데이지를 사랑하는데 들어간, 그 자신에 대한 어떤 관념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만약 다시 한번 출발점으로 돌아가 천천히 모든 것을 다시 음미할 수만 있다면,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었으리라......

 
   

잠시나마 데이지의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남편 톰의 정부였던 윌슨부인의 죽음으로 상황은 급반전된다. 데이지가 낸 사고는 톰의 계략으로 개츠비의 사고로 되고 개츠비는 윌슨의 권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개츠비의 집에서는 늘 파티가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파티에 초대받고 싶어 했지만 정작 개츠비의 죽음앞에서는 찾는이가 거의 없었다. 개츠비가 그렇게 평생을 사랑하고 불과 몇시간 전까지 사랑을 속삭였던 데이지 조차도..... 

문득 나의 먼훗날을  그려본다. 과연 나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고 먼곳에서도 기꺼이 달려와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닉은 개츠비의 내면에 보이는 순수함과 사랑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개츠비를 믿어주고, 자리를 지켜 주었다.    

결국 개츠비는 옳았다. 내가 잠시나마 인간의 짧은 슬픔이나 숨 가쁜 환희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렸던 것은 개츠비를 희생물로 이용한 것들, 개츠비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 때문이었다.    

옳지 않은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려는 개츠비에게 믿음이 가지 않지만 데이지에 대한 그의 우직한 사랑만은 믿고 싶다. 5년 동안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다려주고, 데이지 앞에서는 정작 말도 잘 하지 못하는 그의 순수함을 인정해 주고 싶다.
설령 그것이 환상일지라도, 사랑의 힘은 위대함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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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9-2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5년 전이네요, 처음 읽었던 게요.
인용하신 구문은 지금 기억나지 않지만 다시 읽으니 참 좋아요.
세상에 순수하지 않은 게 있다면 어쩌면,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이겠지요.
민음사의 표지가 괜찮아 보이네요.^^

세실 2010-09-25 20:28   좋아요 0 | URL
25년전이라면 와우. 그땐 어떤 느낌 이셨을까요?
저도 아마 대학때나 갓 졸업했을 무렵 읽었을 거예요.
그때 좀 더 깊이있게 생각했더라면..... 남자들의 순수함을 믿었을텐데 말입니다. 요즘 민음사 시리즈로 서가를 채우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아이들도 훗날 읽을거라는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0-09-2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장례식 장면...지금도 생각납니다.이런저런 지인들에게 참석을 부탁하지만 핑계대면서 못가겠다던 자들...영화에선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인공이었지요.

세실 2010-09-25 21:22   좋아요 0 | URL
아 영화...영화를 볼 생각은 하지 못했네요. 연극만 생각했습니다.
그쵸. 그 많던 사람들이 아무도 오지 않은 쓸쓸한 장례식.
개츠비 참 외로운 삶을 살았죠. 살아서도 죽어서도.....

반딧불,, 2010-09-2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지란 꽃을 예사로이 보지 않게 되었죠. 이 책 한 권으로...
저도 오래되어서 기억 잘 안나네요. 저도 처음 읽은게 거의 20년 됐어요.
아이들 키우면서 좋은 점은 아가들 덕분에 몰랐던 책들도 만나지만 잊었던 그런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 참 많았더랬는데..
몇 년 전에 제인에어랑 폭풍의 언덕이랑 또 제인 오스틴 작품들 다시 읽으면서 놀랐어요.
나이가 먹어서 읽는 책은 참 많이 다르더이다. 그때 그리 좋았던 것들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다른 생각도 많이 했다죠.

세실 2010-09-26 00:0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데이지꽃도 있지요. 마가렛이랑 좀 헷깔리기도 해요. 더 작긴 하지만요. 폭풍의 언덕 지금 읽으면 사뭇 다를듯. 오만과 편견도 영화보고 다시 보니 새롭더라구요. 가을엔 이런 명작들이 읽고 싶어져요.
인물에 대한 심리묘사가 참 탁월하죠.
이제 상실의 시대 읽으려구요^*^

blanca 2010-09-2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장례식 장면...그건 지금까지도 유효한 전언 같아요. 세실님 리뷰 읽으며 기억을 더듬어 봤어요. 영화 약속까지 취소하실 정도로 정말 제대로 개츠비를 느끼신 거군요. 다시 읽고 싶어지는 리뷰입니다.

세실 2010-09-26 00:07   좋아요 0 | URL
영화로 보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올듯 해요. 마지막 장례식 장면.
많은 친구보다는 끝까지 함께 해줄 친구를 만들어야 겠습니다.
밤에 혼자 운동하면서 개츠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별로 행복해 보이지는 않죠. 데이지가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사랑할 만한 여자인가 하는 의문도 생기구요.

비로그인 2010-09-2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에 몇 번을 읽다가 중간에서 더이상 진도를 못나가던 책이었는데...
으음~~읽어줘야겠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한 부의 축적이니 난 그것조차 곱게 봐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주 오래된 민음사판이 있으니...지금 읽고있는 로쟈님의 책을 다 읽으면, 열어봐야 겠습니다.

세실 2010-09-26 15:21   좋아요 0 | URL
지금 읽으면 아마 느낌이 다를거예요.
개츠비에 대한 연민의 정도 느껴지고, 데이지가 참 얄밉더라구요.
윌슨부인의 비참한 최후와 개츠비의 허망한 죽음을 보니
산다는게 참 허무하네요.
지우고 싶은데 왜이리 맴도는지요......

2010-09-26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6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9-27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얘기하면 리사엉거의 '아름다운 거짓말'이 생각나요.

세실 2010-09-27 13:02   좋아요 0 | URL
아 표지만 봤습니다. 추리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헤~~

qualia 2010-09-2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님, 저, 윗글 마지막 단락 읽고 울컥했어요. 눈물이 핑 도네요.

세실 2010-09-27 13:08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어요. 그냥 그렇게 믿고 싶어요. 사랑하는거잖아요.
님 화이팅!

희망찬샘 2010-09-28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익숙한 책인데, 저희집 서가에 혹시 있을까 찾아보니 없네요. (제가 모르고 지내는 책도 많은지라... 제목이 유명하면 중고책으로 사는 요즘 혹시 있을 수도 있겠다 싶더니만...) 가슴 떨리는 내용인데요. 언제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속에 담아 봅니다. 오늘은 날씨가 쨍~ 한데요.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세실 2010-09-28 09:09   좋아요 0 | URL
명작이 은근히 로맨스 소설이 많더라구요.
가볍지 않으면서 섬세한 심리묘사가 읽는 맛을 더해줘요.
조만간 오만과 편견도 다시 읽으려구요^*^
가을엔 세계명작에 풍덩. 함께 빠지실래요?
저도 좋은 일 있을것 같은 설레임으로 하루를 보낼래요.

2010-09-28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9-29 08:36   좋아요 0 | URL
아니요..이름 넣으라고 했는데요. ㅋㅋ

2010-09-28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9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10-01 17:45   좋아요 0 | URL
아니예요. 덕분에 아주 행복했어요.
마무리 잘 하는 것도 중요할듯.
좋은 이미지 남아야지요.
잘 하셨어요.

밀린 책도 읽고,
여행도 다니시고,
행복한 가을 맞이하세요^*^

같은하늘 2010-10-0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보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쌀쌀해진 날씨에 건강조심하시고 마음 편해지는날 다시 놀러올께요.^^

세실 2010-10-01 17:49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나. 가을에 읽어보면 느낌이 다르실 거예요.
님도 곧 편안한 날 되셨으면 합니다.

희망찬샘 2010-10-03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 도서로 이 책이 보이길래 얼른 샀어요. ㅋㅋ~ 가을이 가기 전에 읽어야 할 텐데...

세실 2010-10-03 21:14   좋아요 0 | URL
가을이라 그런가 술술 넘어 가던걸요. 뭐 눈에 안들어오는 부분은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