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모임이 참 많다. 사서, 평생교육사, 규환 초딩엄마, 독서클럽, 향우회, 교육청, 대학친구, 초딩친구 모임 등등. 퇴직 후에도 일곱개 정도의 모임을 유지하고 있어야 노후를 즐겁게 보낼수 있다고 하지만 모임이 좀 과하다. 이름만 올려 놓고 나가지 않는 대학 동문 모임까지 합하면 10개도 넘을듯. 그 중에는 가고 싶지 않은 모임도 있어 회비만 내고 핑계를 대며 가뭄에 콩나듯 나가고는 한다. 얼마전 법륜 스님의 글에서 모임중에 누군가를 싫어해서 그 사람을 제외하면 또 다른 싫어하는 사람이 생긴다고 하면서 내 마음을 바꿔야 한다는 바람직한 말씀을 하셨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지만 모임에서 탈퇴하기도 싶지는 않다. 늘 고민만 하고 있다!

 

몇년전부터 마음 맞는 성당 엄마들 넷이서 한달에 한번 만나 맛있는 음식 먹고 맥주도 한잔 하며 최종 목적지는 유럽 여행인 모임을 하고 있다. 다행히 네 명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여분의 곡식(?)이 생기면 골고루 나눠주고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작은 선물을 챙겨주는 정을 베푼다. 한달에 오만원씩의 회비를 내는데 꽤 모았다. 두 명의 아이가 고3이라 올해는 불가능하고 내년쯤에는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여행을 꿈꾸고 있다. 이 중에 나보다 두살 많은 언니가 요즘 '세실아, 좋은 책 추천 해줘!' 하기에 몇권 골라 주었더니 열심히 읽고 있다. 이유는 내년에 50세가 되는데 좀 더 우아한 '내'가 되고 싶단다. 사람들과 대화할때 기본 지식이 없어 막히는 느낌도 들고, 상식도 짧아서 책을 많이 읽어 지식을 쌓고 싶단다. 성당일도 열심히 하고, 골프도 열심히 치며, 한글학교 봉사도 열심히 하는 언니인데 지적 충족까지 챙기는 마음이 참 예쁘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드는 지인들을 보면 내가 막 자랑스러워지면서 흐뭇하다.   

 

나는 우아한 50대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할까?  요즘 '모던 패밀리' 보면서 듣기 하고 있는데, 여행갔을때 영어만 들려도 좋겠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 막 읽고 싶다고 할때 추천하면 좋을 책!

 

 

 

 

 

 

 

 

 

 

 

 

 

 

 

 

 

 

 

 

 

 

 

2.

 

오늘, 내일 하기로 했던 도서관 정기 감사가 3월 10일로 연기되어 기분이 다운되었다. 다음주부터 프로그램 개강하면 바빠지고, 감사장을 꾸미려면 부득이 휴강해야 하는 절차들이 내키지 않는다. 감사 담당자에게 전화로 싫은 소리를 했는데 '오죽하면 저희도 바꾸겠어요' 하는 말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우리는 갑이 아닌 을의 관계니까.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책상 위에 은희경 신간이 놓여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열었는데 이런 '860'번이다. 100번, 200번.....1,000번, 3,000번 이런식으로 선물을 주던데....안.타.깝.다! 나에게 정녕 횡재수는 없는건가? 그래 노력만이 살길이다. 눈 꽃송이가 은박으로 되어 있는 표지가 참 예쁘다. 손만 없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제목과 표지가 잘 어우러진다.

여섯개의 단편이 희미한 연결고리가 되어 하나로 이어진다. '올리브 키터리지' 처럼 보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업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겨울날 오후에는 옆자리 애랑 같이 내기하며 놀았다. 그것은 이런 식으로 하는 내기다. 창문 밖에서 풀풀 나는 눈송이 속에서 각자가 하나씩 눈송이를 뽑는다. 건너편 교실 저 창문 언저리에서 운명적으로 뽑힌 그 눈송이 하나만을 눈으로 줄곧 따라간다. 먼저 눈송이가 땅에 착지해버린 쪽이 지는 것이다. '정했어' 내가 작은 소리로 말하자 '나도' 하고 그애도 말한다. 그애가 뽑은 눈송이가 어느 것인지 나는 도대체 모르지만 하여튼 제 것을 따라간다.

 

잠시후 어느 쪽인가 말했다. '떨어졌어'. '내가 이겼네.' 또 하나가 말한다. 거짓말해도 절대 들킬 수 없는데 서로 속일 생각 하나 없이 선생님께 야단맞을 때까지 열중했었다. 놓치지 않도록. 딴 눈송이들과 헷갈리지 않도록 온 신경을 다 집중시키고 따라가야 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나는 한때 그런 식으로 사람을 만났다. 아직도 눈보라 속 여전히 그 눈송이는 지상에 안 닿아 있다.

                                                                                                                - 사이토 마리코, '눈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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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14-02-27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60번이 아니라 978번이라도 좋은 책이라면 기분 좋을 듯 합니다.^^

세실 2014-02-28 09:38   좋아요 0 | URL
호호호 그런가요? 어머 978번이면 22명 구입할 때까지 기다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 클텐데요?
제가 좀 선물에 약합니다^^

꿈꾸는섬 2014-02-2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한 50대를 위한 준비, 생각도 못한 시간이에요. 50대, 아직도 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점점 가까워오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이제부터는 우아한 50대를 위해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ㅎㅎ

세실 2014-02-28 13:09   좋아요 0 | URL
지금도 충분히 우아하시죠~~~ 독서력이 기본이 되니까요^^
전 영어, 일본어를 좀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앞으로 여행 다닐일이 많을텐데....입은 뻥긋 해줘야....ㅎㅎ

꿈꾸는섬 2014-02-28 16:24   좋아요 0 | URL
영어와 일본어, 정말 잘하면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세실 2014-03-03 12:09   좋아요 0 | URL
그쵸? 전 요즘 미드를 보기는 하는데 자막에 집중하게 됩니다. 영어, 일본어.....공공의 적입니다^^

페크pek0501 2014-03-0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한 50대를, 저는 이미 살고 있잖아요. 우아하지 않아서 그렇죠.
아, 초반이에요. 이걸 강조해야 돼요. 아직 중반은 되지 않았다는 것... 킥킥...
열심히 사시는 세실 님이 좋아 보이는 주말입니다. ^^
출근하지 않는 날을 즐기시길... ^^

세실 2014-03-03 12:17   좋아요 0 | URL
호호호 충분히 우아하시고, 40대 같으실듯^^ 페크님을 아직 뵙지는 못했지만 왠지 팜므님과 비슷한 스타일이실듯! 동안, 동안!!
제가 사회성이 발달된 유형이라 어울리는걸 좋아합니다.
새로운 한주 즐겁게 보내시길요^^

Elena 2014-04-3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희 엄마가 요즘 우울해하시고 약간 무기력하시고 일도 힘들어하시고 그러신거 같은데
엄마에게 새로운 힘과 엄마를 좀 가꾸고 개발할수있게끔 일깨월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추천도서 있을까요??

세실 2014-04-30 13:46   좋아요 0 | URL
50대 이신가요? 요즘 세월호 영향도 있어서 더 그러실듯요.
가볍게 읽을 책 몇 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 이근후 저.
- 80세의 전직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인생을 보람있고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무언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실 거예요.

2.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 김미경 저.
- 4-50대 여성들에게 꿈을 가지라는 내용인데, 님의 엄마도 무언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실듯요^^

3. 천개의 공감 / 김형경 저.
-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례를 들며, 치유의 방법도 제시해 준답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더 힘이 나겠지요.

따뜻한 따님(?) 덕분에 엄마가 힘을 내실듯요^^

Elena 2014-04-30 14:2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서점 가서 읽어보고 엄마한테 선물해야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13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오래전부터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하고 싶었다. 올라오는 책들이 하나같이 읽고 싶은 책들이었지만 한창 공부중이라 평가단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신간평가단 뽑을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공지가 왜 안올라오지? 오늘쯤 올라왔으려나? 하루에도 몇번씩 알라딘을 들락거렸다. 드디어 공지가 뜬 날! 거의 1순위로 평가단을 신청했고 발표날에도 실시간으로 들락날락 거렸다. 돌이켜보니 알라딘은 이벤트 발표를 제때에 해준적이 별로 없는듯. 이 날도 하루, 이틀은 늦어진 듯하다. 평가단에 내 이름이 올라와 있는것을 보고 어찌나 기분 좋던지 ......느낌 아니까~

 

그렇게 6개월동안 에세이부문 신간평가단을 했다. 그런데, 그런데...... 왜! 왜! 내가 선택한 책은 채택이 되지 않는가 말이다. 아무리 에세이지만 가벼운 읽을거리보다는 좀 무게감 있는 것을 골랐는데 이게 문제였던걸까? 나름 읽고 싶은 책만 골라 읽는 까칠함이 있기에 내가 선택하지 않은 책은 읽기 힘들었다. 이제 신간평가단은 하지 말아야지.

 

6개월동안 12권의 평가단 책 중에서 내 맘대로 뽑아본 5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 시미즈 레이나

 

이 책에는 그리스, 영국, 이탈리아, 브라질, 멕시코,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포르투갈, 중국, 타이완, 프랑스, 아르헨티나, 일본의 아름다운 서점을 소개하고 있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

 

 

전문적인 글쓰기 책은 아니지만 우리가 말과 글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말의 의미를 올바르게 전달하는지 묻는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그의 글을 접하기는 했지만 우리 말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한 줄의 번역을 위해 고심하는 그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모든게 노래 / 김중혁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네개의 챕터로 나눈 노래에 대해 쓴 글 모음이다. 계절에 어울리는, 특정 계절에 들었던 음악과 일상을 소개한다. 어느날 그가 뮤지션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LP판부터 삼성 마이마이, 더블 데커, 아이 리버는 옛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대학때 학교 근처 다방에 들러 DJ에게 노래를 신청하고 노래가 나오면 어쩔 줄 몰라하던 그 때가 그립다.

 

 

 

 

 

 

 눈물 / 최인호

 

   눈물앞부분에 적혀 있는 나는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그의 뼛속까지 작가 정신에 감동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인생수업 / 법륜

 

  일을 하다가 매듭이 풀리지 않을때는 스마트폰으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는다. 어제도 신랑과 설거지로 실랑이하다 결국 내가 하면서 마음을 비우려고 법륜스님의 강의를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 감사하다'로 시작하면 하루가 행복하다고 하신 말씀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스님의 직설적이고 통쾌한 답변을 듣고 나면 내 일과 연관이 없어도 무언가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이다. 스님이 강조하는 '현재에 충실하라,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라, 오늘 최선을 다해라'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평소에 잊고 살기에 책을 통해서 상기하려고 노력한다.

 

 

단 한권을 고른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그럼처럼 아름다운 세계 각국의 서점들을 보며 도서관도 무릇 이처럼 고급스러움과 모던함, 우아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해외여행을 한다면 인근의 서점을 꼭 방문하리라 마음먹었다. 마치 화보처럼 아름다운 책속으로 풍덩 빠졌다. 평생 간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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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2-24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백배~ 내가 참여한 '13기 유아/어린이/가정/실용' 분야는 6개월간 요리책을 네 권이나 받았어요.
평가단 다수가 원하는 책이 꼭 좋은 책은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씁쓸함....

세실 2014-02-25 09:4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유아/어린이 분야의 평가단 대부분은 젊은 분들이었나 봅니다.
아마 에세이 부분도 그런듯요.
평가단 하기 전에는 평가단 책들은 다 좋은 책만 있던지.... 남의 떡이 커보인다. 이런 느낌?
이제 제가 읽고 싶은 책만!! 읽으려고 합니다^^

페크pek0501 2014-02-2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자 관심 두는 책이 다르다는 게 재밌어요.
마지막에 님이 고르신 단 한 권의 책은 님의 직업의식 때문인 듯...^^

세실 2014-02-26 16:13   좋아요 0 | URL
그쵸? 직업의식 작용했죠^^ 물론 책의 크기나, 제본 상태, 화보도 훌륭해요.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입니다.
다른 사람들 올린것도 봐야 겠습니다.

희망찬샘 2014-02-27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간 평가단 하면서 원하지 않는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별로 좋지 않은 책도 있었는데, 그 책들을 냉정하게 평가하기가 힘들더라는 것. 책값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저를 짓누르던 기억~ 그래서 안 한다고 말하지만, 뭐, 사실 책을 부지런히 읽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답인 것 같아요.

세실 2014-02-27 15:2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책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어쩔 수 없이 읽고 쓸때 참 비루하다는 생각 듭니다.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이랑 직접 참여하는 것이랑은 참 달라요. 이젠 절대 평가단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책도 내 맘대로 읽지 못하는건 참 슬프더라구요^^

꿈꾸는섬 2014-02-27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권 모두 매력적일 것 같아요. 김중혁 책은 찜해두고 여태 못 봤지만 다른 책들도 찜해둬야겠어요.

세실 2014-02-27 15:29   좋아요 0 | URL
5권 모두 괜찮아요. ㅎㅎ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도 한번쯤 읽으면 좋으실듯요^^
 

1.

 

드디어 우리 도서관 2층에 소박한 북카페가 생겼다. 처음 도서관에 왔을때 책상과 의자만 놓여있는 삭막함에 거슬렸던 곳인데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다 북카페로 꾸며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근처 초등학교에 버려진 책장 두개 얻어 놓고, 봄맞이 노란 체크무늬 테이블보 씌우니 제법 산뜻하다. 도서관 창고 구석에 있던 토분에 진분홍 영산홍 심고, 집에 있던 빈 화분에 분홍 양란을 심었으며, '엄마, 집에 안 예쁜 화분 있으면 갖다 주세요' 하는 전화에 친정부모님은 흐드러지게 핀 영산홍 큰 화분과 늘어진 아이비 화분을 가져 오셨다.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종이꽃이 놓여 있던 청동 화분에는 보랏빛 수국 조화도 꽂았다. 창가에 산뜻한 롤 스크린을 설치하고 싶었지만 창틀은 조만간 리모델링을 할 수도 있기에 버티기로 했다. 입구에 '쉼터'라고 쓰여있는 표지판을 '북카페'로 바꿔달라고 냅킨아트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이렇게 꾸미는데 들어간 비용은 단돈 8.만.원!   

 

 

 

   

2.

 

오늘 우리도서관에서 3월부터 운영할 프로그램 강사와의 간담회를 가졌다. 그중 아이들 프로그램인 즐거운 체스교실 강사가 알고보니 보림양 학사반 자모였다. 세상은 참 좁다! 보림이는 초등학교 3학년때 천주교 청주교구에서 운영한 '안젤루스 도미니 합창단'에서 활동했는데 그 엄마의 아이도 합창단원이었고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강사들과 밥을 먹고 난뒤에도 우리는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아이들, 해외 여행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 놓았다. 그녀는 아이 둘만 데리고 필리핀에서 2년 살았으며, 홍콩, 북경을 자유여행 했고 단짝 친구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테솔 자격증이 있으며 현재 체스 강사이다. 나보다 한 살 어린데 참으로 다이나믹하며 에너자이저다. 나보다 더한 열정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우리는 고3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고, 수능이 끝나면 두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 (과연 보림이도 좋아할까?)

가끔 예기치 않게 뜻이 잘 통하는 좋은 친구가 생기기도 한다.

 

3.

 

이제 휴식이 필요한 시간으로 '서서비행' 을 조금 읽었다. 이 책은 도서관에 두고 틈날때마다 읽고 있다. 전 알라딘 MD였던 금정연님의 서평을 실은 글인데 편하게 다가온다.   

 

 

 

 

 

 

 

 

 

 

 

 

‘생계독서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살아가려 하는) 저자가 인터넷 서점 MD로 일하던 시절 시작해서 전문 서평가로 변신한 지금까지 써내려온 서평들 가운데 67편을 추려서 묶은 책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여기에 실린 글들이 저자의 생계를 꾸려줬음은 물론이다.

“서평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자가 서평가인가?” 글을 읽는, 혹은 쓰는 일의 환급성이 가혹하리만치 낮게 평가되는 상황에서 ‘생계독서’라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비행非行이나 비행卑行으로 여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위로나 교양, 연애, 승진, 그리고 삶을 바꾸기 위한 독서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며, 또 다른 ‘독서의 공간’을 펼쳐놓는다.

저자는 독서 그 자체로 만족이 되는 삶의 부분―이러저러한 변신을 꾀하기 위함이 아닌, 독서하는 행위로 그저 자신답게 살 수 있는 세계가 열리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이 있다고 전한다. 하여, 그의 책 소개는 자신감 넘치거나 호기롭거나 ‘한번 읽어보시라, 삶이 바뀐다’라고 장담하지 않는다. 그가 ‘선택’했다기보다 그의 ‘일상’인 책들은 그저 독서가 ‘사는 것’인 그 시점에 마주했던 재치 넘치는 ‘매문기’일 따름이다.

                                                                                                                                  [알라딘 제공]

 

 

4.

 

금요일 저녁, 청주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을 봤다. 정동하와 더블 캐스팅이었던 전동석은 처음 본 배우인데 이국적인 외모와 모델같은 몸매, 성량이 풍부한 울림있는 목소리는 무대를 압도했다. 음유시인으로 나온 전동석이 무대가 시작하자마자 부른 노래는 '대성당들의 시대'

 

아름다운 도시 파리,  전능한 신의 시대

때는 1482년,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

우리는 무명의 예술가

제각각의 작품으로

이 이야기를 들려주려해

훗날의 당신에게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 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하늘 끝에 닫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http://www.youtube.com/watch?v=5yU5Ao0t2ds&feature=player_embedded

 

전동석 멋.지.다!  콰지모도역의 윤형렬도 허스키 보이스로 배역과 잘 어울렸다.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노래해요 에스메랄다, 함께 갈 수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죽은 에스메랄다를 안고 울부짖듯 노래하는 마지막 장면, 콰지모도의 애잔함에 눈물이 고였다. 신부의 일그러진 사랑이 한 여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비극적인 작품 '노트르담 드 파리' 참 멋진 대작이다.  

소설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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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4-02-2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카페로의 변신, 훌륭합니다. 짝짝짝!!!
세실 님 보면서,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세실 2014-02-23 21:10   좋아요 0 | URL
자판기가 지저분해서 빼기로 했는데 빈 자리를 어찌 채워야하나 고민중입니다.
맘은 커피 포트랑 커피, 종이컵 갖다 놓고 싶은데 직원들이 질색할듯요. ㅎㅎ

순오기 2014-02-22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더의 마인드에 따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페이퍼~ 차 마시러 도서관 가고 싶은 분위기!! ^^
뮤지컬도 얼마나 좋았을까.... 급 부러움!!
나도 우리딸들 올라가면 도서관 책단장 꽃단장 해야지요!^^

세실 2014-02-23 21:11   좋아요 0 | URL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광주에서 오시려면......청주에서 다시 이곳까지 오셔야할듯요. ㅎㅎㅎ
'노트르담 드 파리' 기회 되면 꼭 보세요. 매우 훌륭한 뮤지컬입니다.
책단장, 꽃단장 어찌 하실지 궁금합니다~~~

페크pek0501 2014-02-23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음~~ 멋져 멋져!!!
꼭 가고 싶은 북카페를 만들어 놓으셨네요.
맘에 드는 친구가 생기신 것 축하드려요. 나이 들수록 친구의 존재는 든든해지지요.^^

세실 2014-02-23 21:13   좋아요 1 | URL
호호호 사진 효과가 좀 있긴 합니다. 가끔은 저도 이곳에서 차 마셔도 좋겠다는 생각 들어요. 이용자와의 대화? ㅎㅎ 오래된 친구도 좋지만, 새롭게 알아가는 친구도 괜찮네요^^


다크아이즈 2014-02-23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테이블과 의자의 완벽한 조화^^*
세실님의 매력이 봄볕에 버들강아지 터지듯 마구마구~
관장님 인기가 그 도시를 점령하겠어요. 헤헤~~

세실 2014-02-23 21:14   좋아요 1 | URL
연두와 노랑 나름 고민하면서 골랐답니다^^
어머나 이쁜 표현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조용한 동네라 시간이 필요할듯요. 오던 분만 오더라구요...

antitheme 2014-02-24 0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카페를 보니 벌써 봄이 왔네요.
이번주 먼지도 많고 쌀쌀한데 건강관리 잘 하세요.

세실 2014-02-24 10:15   좋아요 1 | URL
카페를 만들어 놓으니 이용자들이 좋아하네요.
조금씩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이 어제 보다 춥더라구요.
님도 행복한 한주 되세요~~~~

희망찬샘 2014-02-27 0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동하면 뭐든지 가능하네요. 단돈 8만원으로 꾸민 아름다운 공간~ 그러나 그 가치는 돈으로 잴 수 없겠지요?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라기를(얘도 잘 자랄 거예요. ^^) 빌어요.

세실 2014-02-27 15:30   좋아요 1 | URL
그니까....청주에 있는 홈패션 가게 들러 천 고르고 다음날 다시 가서 찾아오고, 집에 있는 빈화분에 꽃 심어 가져오고.....평직원이라면 힘들겠죠? ㅎㅎ
이용자들이 행복해 합니다^^
 

1.

 

2월 중순, 봄날 같은 월요일이다. 

월요일 아침은 평소에도 물 먹은 솜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일어나기 힘든데, 어제 친구들과 늦은밤까지 마신 맥주로 눈은 떠졌지만 도저히 일어날 힘이 없다. 아사히 맥주와 하이네켄 맥주에 한해 1*1을 하기에 '한병 더'를 연거푸 외쳤더니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오늘 아파서 못나간다고 전화하고 땡땡이 칠까?'를 열두번 정도 고민하다 마지못해 일어났다. 인근 도서관 직원들과 한달 전 부터 잡아 놓은 점심 약속이 있기에 출근을 해야만 한다. 오리 백숙 먹기로 했는데 괜찮을까?

 

오늘은 도서관 휴관일이라 편안한 옷차림으로 출근해서 전 직원이 팔 걷어 붙이고 대청소를 했다. 직원들은 자료실에 기름칠을 하고, 현관 로비와 복도를 쓸고 유리창 청소를 한다. 평소에는 두 분이 청소하지만 휴관일에는 전 직원이 함께 한다. 나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자료실 책상을 닦았다. 디지털 자료실 컴퓨터에 먼지가 뽀얗게 앉았다. 한달에 두번은 구석구석 묵은 때를 벗겨낸다. 오전이면 끝나는 짧은 수고로움에 도서관은 빛이 난다. 이제 달콤한 휴식시간!

 

시골 도서관에 근무하는 즐거움중 하나는 5일마다 서는 장 구경이다. 어릴적에 장날이면 엄마 시장갈때 따라가서 맛난 오꼬시 과자랑 새 옷을 얻어 입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엄마는 가급적 나를 데려가지 않으려고 하셨다. 옷 욕심, 음식 욕심이 많아 보이는 것마다 사달라고 떼 쓰다가 울었던 기억도 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인색하게 구셨는지....살기 힘들기도 하셨겠지.

며칠전 친구랑 장구경하다가 난전에서 파는 옛날 핫도그를 발견했다. '어머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핫도그다. 아줌마, 핫도그  주세요. 설탕 많이 묻혀서요' 친구가 '길거리에서 먹으려고? 관장님이?' 했지만 난 노릇노릇한 핫도그를 한입 베어 물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바로 이 맛이야!, 내가 찾던 그 맛이야!'를 연발했다. 표면은 바삭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러운, 설탕이 묻어 달달한 그 핫도그는 어릴 적 먹던 그 맛이다. 이제 장날엔 무조건 핫도그를 먹겠어. 그리고 난전에 앉아 잡채 순대를 먹고, 떡볶이도 한 접시 먹었다. 직원들을 위한 간식으로 순대랑 떡볶이도 샀고, 집에 가져갈 말랑말랑한 표고버섯이랑 국내기 멸치도 사고 나니 뿌듯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장 구경은 소박한 행복이다.

오늘도 장이 선다. 핫도그를 먹을 수 있는 장.날.이.다! 하하하!

 

2.

 

주말엔 모처럼 책을 읽었다. 대한항공이 사진을 제공한 상업적인 내음이 나지만 그냥 정여울 작가의 진정성만 보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 여행을 가지 않기로 했기에 이 책을 읽으며 대리 만족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여행지를 상상해보는 즐거움은 보너스!  

 

 

 

 

 

 

 

 

 

 

  유럽은 갈 때마다 나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었다. 그건 더 풍요로운 삶, 더 빨리 목표에 이르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삶이 아니라, 더 진정한 나와 가까워지는 삶, 더 아름다운 인연을 맺는 삶에 대한 바람직한 목마름이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필요 이상의 노동에 자신의 소중한 가능성을 낭비하는가. 돌이켜보면 내가 무엇에 쓰일 줄 몰라서, 혹은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이것저것 이름을 걸어두고 있는 것이 많았다. 잠시 삶의 만유인력에서 벗어나 일상을 멀리서 바라보게 되면, 가지고 싶은 것보다는 버려야 할 것들의 목록이 떠오른다. 아깝지만, 버려야 한다. 안타깝지만, 놓아주어야 한다. 내가 안간힘 써서 붙잡고 있는 삶의 가능성 중에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언제나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마다 간신히 떠났던 유럽여행이 내게 가르쳐주었다.                                                                                                           p.10

 

 

그 풍경 속에 살짝 숨은 그림처럼 '나'를 그려 넣고 싶은 곳. 그 지방의 언어를 배우고, 먹거리를 아무 불평 없이 먹고, 그곳의 낯선 사람들을 손짓 발짓하며 새로운 친구로 삼고 싶은 곳. 그런 도시 중 하나가 바로 베네치아다.                  p.27

 

 

여행지마다 마치 엽서 속 그림처럼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풍경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말피 해안 어떤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시켜놓고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다. 우리가 저마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낙원의 풍경을 거대한 병풍처럼 끝없이 펼쳐놓은 곳이 바로 아말피 해안이기 때문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곳' 1위로 선정한 곳으로,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을 따라 늘어선 집들이 아름다운 경치와 어우려져 여행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아말피 해안의 마을들에는 가파른 절벽을 따라 알록달록한 집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고, 절벽에 형성된 자연 요새는 지금까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지중해의 해맑은 하늘과 코발트 빛깔 바다, 해안 절벽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집들은 멀리서 보면 풍경화 같고 가까이서 보면 재잘거리는 동네 아낙들의 수다가 들려오는 어린 시절 우리 동네 골목길 같아.                                           p.118

 

3.

 

책을 주문했다.

은희경은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하고 싶은 작가중 한명.

 

  제목이 어쩜......이쁘긴 하지만 하루키 책처럼 외우기 힘들듯.

  그냥 '은희경 신간'으로 가는거야.

 

  예약 주문하면,

  눈송이 책갈피랑

  스노우향 향수랑

  넘버링 사인본을 준단다.

  넘버링에는 물론 깜짝 선물도 있다.

  27일까지 언제 기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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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2-17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거리에서 먹으려고? 관장님이?"
하하하~ 참 잘했어요.
그럼요, 맛의 추억은 행복인데 관장님이라서 못 먹을까요?ㅋㅋ

2014-02-17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9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titheme 2014-02-17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길거리 핫도그-그외에 유혹하는 수많은 길거리 음식들-는 퇴근길 강남역에서 매번 마주치는데 가끔 먹고싶을 때도 있지만 나이 먹다보니 쉽게 안되더군요.

세실 2014-02-18 09:23   좋아요 0 | URL
길거리 핫도그, 떡볶이, 오뎅, 호떡.....제가 좋아하는 간식들입니다. 그냥은 못지나가요.
양복 입고는 힘드시죠? 그러나 전 정장에 힐 신고도 가능하다는거......ㅎㅎ
간식을 넘 좋아해서 다요트에 실패합니다. ㅜㅜ

다크아이즈 2014-02-1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옛날 핫도그!!!
그거 없으면 옛날식 꽈배기요. 설탕 잔뜩 묻혀서 오늘 같이 비 오는 날 따끈한 보리차와 함께 먹고 싶어요.
학창 시절 음악실에서 음악 선생님이 난로 앞에서 그러고 있었는데 넘 맛나게 드셔서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해요.
핫도그와 꽈배기 없는 그 시절은 상상하기 싫어요^^*
거긴 비님 오시나요?

세실 2014-02-18 09:26   좋아요 0 | URL
호호호 맞다 꽈배기, 설탕 묻힌 팥 도너츠.... 굿입니다.
따끈한 보리차도 좋고, 아메리카노도 좋고......비올땐 창 넓은 커피숍에 앉아 시간 보내는 게 가장 좋더라구요.
그쵸? 우리 담에 만나면 핫도그랑 꽈배기 꼭 먹어요. ㅎㅎ
비는 내리지 않고, 잔뜩 흐린 하늘이예요. 비 오면 핑계삼아 땡땡이 칠텐데~~~~

여울 2014-02-18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날에 핫도그, 잡채, 떡복이....아 점심 전 달콤하네요~~ 침이 고이도록....도서관보다 더 궁금한 장터임다. ㅎㅎ

세실 2014-02-19 10:57   좋아요 0 | URL
장날에 대한 향수가 있으시군요~~~ 반가워라!! ㅎㅎ
아 맞다. 도서관 오고 싶어하는 지인들 장날에 맞춰 놀러오라고 해야겠군요^^
핫도그, 떡볶이는 간식으로 제공 ㅎㅎ

페크pek0501 2014-02-1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도그... ㅋㅋ 저는 떡볶이 파는 곳을 지나칠 때마다 먹을까 말까, 하다가
아이와 함께 있다면 먹는 건데, 하면서 지나쳐요.
떡볶이의 맛보다 떡볶이를 보는 게 더 맛있게 느껴져요.
관장님은 핫도그를 좋아하시는구나. ㅋ

세실 2014-02-19 15:14   좋아요 0 | URL
그쵸? 가끔 지나가다 떡볶이 보면 막 먹고 싶어져요. 식욕을 돌게 하죠~~
며칠전 아이랑 저녁에 운동 삼아 나왔다가 호떡 사 먹었어요. 꿀맛~~~ ㅎㅎ
핫도그 보면 그냥 못 지나가요. 더구나 옛날 핫도그라면^^

수퍼남매맘 2014-02-18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장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시겠어요.
휴관일에도 쉬지 않고 청소하시는군요.

세실 2014-02-19 15:18   좋아요 0 | URL
시골장 구경하는 재미중에 먹거리가 한 몫 합니다.
하우스에서 직접 재배한 싱싱한 채소는 보너스~~~
규모가 작아서 오전이면 끝나요. 오후엔 자유시간^^

꿈꾸는섬 2014-02-19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휴관일은 그냥 쉬는 날인줄 알았는데 전직원 출근하여 대청소를 하는군요.
옛 장터 그리워요. 저도 바삭한 옛날 핫도그 먹고 싶어요.ㅎㅎ 설탕 잔뜩 묻혀서 먹는 핫도그 ㅋㅋ 전 케찹도 뿌려요.ㅎㅎ

세실 2014-02-19 15:20   좋아요 0 | URL
휴관일에 소독, 잡다한 공사, 청소를 합니다. 나름 바빠요~~~ ㅎㅎ
빵빵한 옛날 핫도그...한입 베어물면 아 맛있어!! ㅎㅎ
전 이상하게 케찹은 안뿌리게 됩니다. 둘 다 하시는구나^^
 

관장이면 좀 한가하겠지 생각했는데 20년동안 일하던 스타일이라 하고 싶은 것, 바꾸고 싶은 것이 많다. '이것도 별로고, 저것도 신경 쓰이고......' 문득 평생교육사 자격증 공부할때 교수가 '리더는 똑게(똑똑하면서 게으른 상사)'가 이상적이며 똑부(똑똑하면서 부지런한 상사), 멍부(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상사), 멍게(멍청하면서 게으른 상사)는 되지 말라고 했는데 난 아무래도 똑부 스타일(?)이다. 하하하!

  

그동안 책임감 내지는 의무감으로 답습의 형태로 추진되었던 업무부터 내 스타일(?)대로 바꾸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만족할만한 프로그램 벤치마킹해서 운영계획 만들고, 주요업무계획도 보기 편하도록 바꾸고, 추경예산 세울거 고민하고, 신입직원 기안 올라온거 수정해주고 있다. 물론 잠시 알라딘 기웃거리고, 사이버 강의도 듣고, 도서관 내, 외부도 한바퀴 돌고, 자료실에 가서 수다도 떤다. 친구 또는 지인과 외부에서 점심을 먹고 아담한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여유도 누리고 있다.

 

도서관에 와서 가장 거슬렸던건, 저 멀리서 보면 대체 뭐하는 건물(물건?ㅎㅎ)인지 알 수가 없는 점이다. 어디에도 도서관 표시가 없다. 정문 앞에 와서야 코딱지 만하게 하얀 바탕에 검정 글씨로 표지판이 보인다. 결국 예산은 쥐꼬리만하지만 거금(?)을 들여 '*.*.도.서.관' 을 지붕위에 새겨 넣었다. 동색 주물을 하고 싶었지만 굉장히 비싸서 일명 스카시로 산뜻한 파랑색을 입혔다. 글자 크기가 좀 작은 듯 하지만 이젠 멀리서도 도서관인지 알겠어! (조금 더 크게 할껄!!)

한 건(?)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도서관 현관과 로비도 맘에 들지 않는다. 샷시문도 그렇고, 자료실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을 달아놓으니 답답하다. 별수 없이 현관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당장 예산은 없고 추경에 올리려고 준비중이다. 우선 현관 여닫이문을 자동문으로 교체하고, 입구에 턱하니 자리 잡고 있는 전화박스 없애고 칸막이 샷시 다 뜯어내서 로비를 넓게 만드는 것이다. 바닥은 산뜻한 대리석으로 교체하고 싶다. 친구가 관장으로 있는 충남 소재 **도서관은 우리 도서관에 비하면 참으로 이.쁜.곳.이.다!  최소한 이 정도로는 바꾸고 싶은데 과연 근무하는 동안 가능할까?

어제 다녀간 군의원께 예산좀 지원해달라고 떼를 써 볼까?

 

(우리 도서관 아님)

 

 

 

 

문득 아득한 옛날에 다녀온 코펜하겐 왕립도서관이 눈에 선하다. 바다를 매립해서 도서관으로 만들어 어마어마한 예산이 소요되었기에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곳. 창 밖으로 보이는 곳에 바다가 펼쳐진다. 밖에도 의자가 놓여있어 책을 가지고 나와 눈부신 햇살 아래 책을 펼쳐볼 수 있는 곳. 한번뿐인 인생인데 저런 곳에 근무 정도는 해줘야 하는거 아닐까? 어머니 왜 날 대한민국에 태어나게 하셨나요? 덴마아크 공주로 태어나게 하셨어야죠?'

 

우리도서관 자료실 벽면의 빈 공간에 1인용 테이블과 의자를 비치하고 싶은데 예산!!!!!!이 없다. 책상은 날렵하게 원목으로 하고, 의자는 바텐더용 빨간색으로 골라야지. 추경에 올려야 할듯.  과연 이 모든 예산을 다 줄까? 

 

 

 

난 이렇게 새로운 곳에 가면 1년은 고군분투한다. 도교육청에서도, 중앙도서관에서도......프로그램을 새로 만들고, 가구를 교체하면서 그렇게 1년은 바쁘게 지낸다. 그리고 2년은 부족한 부분 채우면서 여유를 갖는다. 그러나 실무자와 관장의 차이는 크다. 실무자 일때는 직접 발로 뛰면 되지만, 관장은 입으로 해야 한다. 그러니 직원들이 피곤할 수 밖에.

 

지금 내게 필요한건? 릴렉스! 천천히 가기. 그래서 오늘은 조용히 책만 읽어야지.

직원들이 좀 정신없어 하는듯......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오늘 점심은 친구랑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먹고 커피를 마실거다. 좀 천천히 들어올까?  아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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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2-06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주딩이만 앞서는 1人인 저로써는
이렇게 행동파(?)분들 보면
참 부럽고 대단하다라는 생각 많이 합니다.

저희 동네 시립도서관에서 대출했던 강신주의 감정수업, 정여울의 잘있지 말아요가 반납되지 않았다고
몇번이나 도서관에서 전화가 왔었어요.
같이 반납한 다른 책은 들어왔는데 두권이 미반납이라구...
도서관에 직접 반납한게 아니라 지하철 역에있는 반납기에 세권 한꺼번에 넣었는데
당췌 뭔일인지...왠지 되게 찝찝해서 그뒤로 시립도서관 못가고 있네요 ㅜ..ㅜ

세실 2014-02-07 09:24   좋아요 0 | URL
호호호 전 가끔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 실수를 하게 됩니다.
릴렉스가 필요한 요즘입니다~~

가끔 오류가 날수도 있어요. 도서관 서가에 책이 꽂혀 있나 확인은 하셨는지.....
확실히 반납했다면 큰소리 치시면 됩니다. ㅎ
그 도서관은 귀한 고객 한분 놓쳤네요. 안타까워라~~~

울보 2014-02-0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려운일이 많지요, 작년인가 류가 다니는 도서관에도 새로운 관장님이 오셔셔 참 말들이 많았는데
참 어려운일인것같아요, 어딘가의장이 되어 새롭게 뭔가를 시작한다는것,,힘내시고 건강챙기시면서 님만의 시간도 가지면서 일하세요, 점심 만나게 드시고요,

세실 2014-02-07 09:26   좋아요 0 | URL
음 우리도서관에도 이번에 교육프로그램 계획하면서 수지침 없앴거든요.
어제 민원 전화 한통화 받았고.....살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병원 오듯 침 맞으러 오셨다고 했거든요. 도서관=수지침은 참 안 어울려요^^
규모가 작아서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소소한 트러블은 있을듯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금요일은 몸이 좀 축 쳐지는 느낌이랄까? 4일만 근무하면 딱 맞을텐데요~~~

수퍼남매맘 2014-02-0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사는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자)스타일이 짱이죠. ㅎㅎㅎ
상사가 똑부 스타일이라서 알아서 부지런히 움직여 주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여요.
마지막 멍게는 최악이죠.

세실 2014-02-07 09:27   좋아요 0 | URL
그쵸? 똑게~~~ 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지요.
직원들 참 바쁘더라구요^^
멍게도 만만치 않아요. 멍청한데 부지런하면 .....으 화날듯^^

페크pek0501 2014-02-0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원들이 좀 정신없어 하는듯......"
- 저는 이 말에 왜 웃음이 나올까요? 재밌어요.
바쁘시더라도 가끔 아랫사람들이 한 박자 쉴 수 있도록
딴 짓(밖에서 수다 떨고 늦게 들어가기)도 하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님!!!!!!!! 멋져요.
저는 매일 출근하는 일을 싫어하면서도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이 멋져 보여요.
저는 프리랜스의 직업이 딱 맞더라고요. 평일에도 출근하지 않는 날이 있다는 게 매력이죠.

님이 근무하는 곳이 가까이 있다면 제가 놀러가서 불러내는 건데... 아쉽습니다. 크응...

세실 2014-02-07 09:30   좋아요 0 | URL
호호호 신입직원은 늘 긴장해 있거든요. 제 급한 성격을 알았는지 수시로 진행 상황을 확인시켜 줍니다.
오늘도 점심 약속 있는데 밥, 먹고 커피 마셔도 왜 한시 밖에 되지 않는 걸까요.
시골이라 동선도 짧고, 예약하면 금방 나오고......ㅎㅎ

전 4일만 출근하면 좋겠어요. 금요일은 재택 근무. 그러면 참 멋진 직장일텐데요.
평일에 출근하지 않는 날....가끔 연가내고 쉬어야 겠습니다.

서울에서 음성 한시간 15분이면 오시는데....ㅎㅎ

착한시경 2014-02-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게 리모델링한 후에...꼬옥 한번 방문해 보고 싶은데요,,
저희집 근처에도 도서관이 2군데나 있는데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따뜻한 봄이 되면 산책삼아 도서관에 다녀야 겠어요~^^

세실 2014-02-07 09:34   좋아요 0 | URL
내년 봄에 오시면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될거에요~ 꼭 들르세요.
점심과 커피 책임 지겠습니다^^ 더불어 반기문 생가도 일정에 넣을게요^^

노이에자이트 2014-02-06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의 야생동물에 관심이 많아서 어렸을 때 알아본 바로는...음성엔 예전에 황새가 살았죠.사냥꾼이 마지막 황새를 쏴죽여서 욕을 엄청나게 먹고 이민갔다죠.60년대까진 늑대가 살았다는데...미녀관장님이 있는 도서관에 야생늑대가 찾아오면 재밌겠네요.무서우면 저를 부르세요.

세실 2014-02-07 09:37   좋아요 0 | URL
호호호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뻥이신지요~~~
아 현빈 닮은 야생 늑대 찾아와주면 버선발로 달려 나갈텐데^^ ㅎㅎ
노이에자이트님은 따뜻한 춘삼월에 부르고 싶어요~~

antitheme 2014-02-06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펜하겐 왕립도서관 모습은 부럽네요. 아이들 어릴 땐 도서관 가서 아이들이랑 책도 빌려오곤 했는데 요즘 제가 도서관 가는 건 공부하러 가는 애들 픽업하는 수준이라..
임기내 원하시는 모든 일 다 이루시길 빕니다.
똑게가 젤 좋지만 똑부 상사랑 일하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으니까요,^^

세실 2014-02-07 09: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공부하러 가는 애들 픽업해주고 잠깐 자료실에 들러 책 한권 휘리릭 읽으시는것도 좋을듯요.
아님 정기적으로 책을 빌리시는 것도......요즘은 수준 높은 도서관 프로그램도 많아요.
님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시간이 지나고 '관장님께 많이 배웠다'고 고마워하는 것도 좋겠네요.

blanca 2014-02-0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 도서관! 죽기 전에 꼭 가보고야 말겠다고 불끈, 하고 갑니다.^^

세실 2014-02-07 09:40   좋아요 0 | URL
코펜하겐에 있구요. 바다를 메워 도서관으로 만드느라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곳입니다. 저 앞엔 바다가 펼쳐집니다.
햇살 가득한 테라스 벤치에 앉아 책 보면 환타스틱.....꼭 다녀오세요^^

노이에자이트 2014-02-07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새 이야기는 사실이에요.주변의 노인분들께 물어보면 확인할 수 있어요.늑대 이야기는 글쎄...그럭저럭 음성에도 깊은 산이 있는 건 사실이죠?

세실 2014-02-07 13:36   좋아요 0 | URL
황새이야기 그렇구나....
음성은 강원도랑 멀어서 깊은 산은 없던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