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참 좋아하는데
시를 읽을때면,
아니 시는 읽는다는 표현이 맞나?
아무튼
그럴때면 안개속을 더듬는것 같고 막연하고
퍼뜩 다가오지 않을때가 있다.
물론 대충 감을 잡아 읽을수는 있지만,
시는 그냥 느끼는 거라지만,
어떨땐 좀 내 부족한 느낌을 채우고
싶을때가 있잖은가!​​

시를 읽고 쓴 리뷰와
시인과의 시에 대한 솔직한 인터뷰가
수다처럼 펼쳐지는 책, 시 인터리뷰!
시에 대한 나와 같은 공감에 반갑기도 하고
전혀 새롭게 알게 된 시인의 이야기에
나도 한자리 슬쩍 끼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가 장미주택을>
-시/김유림
더 이상 쓸 수 없는 이야기라서 괴로운 것도 아니었고슬픈 것도 아니었다 따라가던 길에 장미주택을 보았는데 그것이 이야기로 연결되지 않아서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어째서 가로막혔는지 그러나 담장은 길을 따라 서 있고 나는 길을 따라갈 수 있는데 안 가고 있다 안 가는 것만이
가로막히는 것
너무 답답해서 외투를 벗고 땀을 훔쳤다
손에 쥔 것
펼쳐도 움츠러든 것
모양 모양으로 핀 꽃 같은 것 대충
하얀 것 하얗다가 만 것 그래서 자세히 보면
반원 모양의 그릇 모양의 화분에 진녹색 두 줄이 있고
흙이 당연히 빈약한 나무가 당연히 꽂혀 있다
키우는 사람들
키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나 화분의 주인은 여기 어디에도 없다
.......

다소 충격적인 첫번째 시,
어딘지 횡설수설하는것 같은 이런 시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미스터리한 느낌이
마지막 구절에서 반격을 가한다.
하지만 이 시를 쓴 김유림시인과의 인터뷰가 없어 다소 아쉬움도 남는다.
어쨌거나 인상적인 첫시가 관심끌기 성공!

<브루클린, 맨해튼, 천국으로 가는 다리>
-시/주민현

나의 파이프는 금빛이 나는 칠로 단장되어 있어 
네 가슴팍엔 모형 개구리가 잠들어 있지

파이프를 타고 연기가 오르내릴 때
네가 구두를 신고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그때의 찬 바람 냄새

우리에게 아직 이름이 없었을 때
세상을 잠깐 내려다보았다는 건
우리가 꾸며내기 좋아하는 인생의 첫 장면

나는 브루클린 다리 아래서,
너는 맨해튼 다리 아래서
버려진 소파에 앉아본다
푹신한 천사의 코가 스쳐간 것 같아
......

‘우리가 꾸며내기 좋아하는 인생의 첫 장면‘
요 구절을 참 좋게 느끼는건 나만 그런게 아닌듯,
같은 시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
한구절 한구절 읽을때마다
무수히 많은 장면을 떠올리게 되는 시!
구두를 신고 가슴속으로 걸어들어온다거나
요약된 문장과 사람들 사이로 눈이 내린다거나
떠난 사람만큼 채워진다는 등의 표현들이
적절하게 전해지는 시구들!

시인이 들려주는 시어에 대한 이야기도
시를 짓는 동기나 기타 다른 에피소드등도
인터뷰어들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게 읽히며
시인과 인터뷰를 읽고 시를 다시 읽으니
시가 더 좋아지고 시가 더 더 선명해진다.
아는 만큼 느낌이 달리진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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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눈앞에 영화의 한 장면들처럼...

우리가 꾸며내기 좋아하는 인생의 첫 장면

나는 브루클린 다리 아래서,
너는 맨해튼 다리 아래서
버려진 소파에 앉아본다
푹신한 천사의 코가 스쳐간 것 같아

인간의 안에는 언제나 신기한 면이 있어
놀라울 만큼의 선의
우연한 악의의 감정
우리는 일찍이 학습했네

테러를 추모하는 공원에도 조롱꾼은 있고
손에 쥔 만화경을 돌리며
천국은 작고 어둡다
그런 말을 떠올렸네

약혼자와 헤어지고서
누군가 네 가슴을 포크로 찍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너는 거대한 케이크 같고

나는 촛불을 후 불어 끄듯이 생각했네 - P22

오늘 나의 하루가 아름다웠다면 누군가의 해변으로 검은모래가 밀려온다는 것

밤은 검고, 검고, 검어서
브루클린, 맨해튼, 빛나는 다리 위로

25층에서 오랜 욕설 전화에 시달린 사람이 기절하거나
승강기를 고치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도 해

영화를 보다 보면 때때로 정말 중요한 장면은
페이드아웃과 페이드인 사이에 있어

요약된 문장 사이로
요약된 사람들 사이로 눈이 내리네

뉴욕, 시티, 빈손을 쥔 사람들이 모이고
또 그만큼의 사람들이 짐을 싸고 떠난 거리

공휴일의 월스트리트는 천천히 재로 물들지

꿈의 무대를 만들던 사람이 떠난 거리로
새로운 메가폰을 잡은 사람이 들어서고 있어 - P23

화려한 뉴욕의 밤거리를 걷다가
검고 반짝이는 구두를 샀네
미숙한 기관사는 정차와 달리기를 반복하고
탭댄스를 추듯 슬픔을 모르는 사람의 발을 살짝 밟기위해서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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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리뷰하고 그리고 수다!
첫시부터 충격,
뭔가 횡설수설하는거 같은데 느낌이 온다니!!!

<우리가 장미주택을>
더 이상 쓸 수 없는 이야기라서 괴로운 것도 아니었고슬픈 것도 아니었다 따라가던 길에 장미주택을 보았는데 그것이 이야기로 연결되지 않아서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어째서 가로막혔는지 그러나 담장은 길을 따라 서 있고 나는 길을 따라갈 수 있는데 안 가고 있다 안 가는 것만이
가로막히는 것
너무 답답해서 외투를 벗고 땀을 훔쳤다
손에 쥔 것
펼쳐도 움츠러든 것
모양 모양으로 핀 꽃 같은 것 대충
하얀 것 하얗다가 만 것 그래서 자세히 보면
반원 모양의 그릇 모양의 화분에 진녹색 두 줄이 있고
흙이 당연히 빈약한 나무가 당연히 꽂혀 있다
키우는 사람들
키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나 화분의 주인은 여기 어디에도 없다
붉은 담장이 있고 너무나 흔한 것
사람들이요 사람들이 있을 법한데 그리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이미 한강 고수부지까지 가버린 주민들을 따라서 길어지는
환한 오후의 거리
환한 오후의 거리에 장미주택이 있고 장미주택이 아닌곳에서 동네 주민 1을 본 것 같다
그러나 가로막혀서 장미주택에는 담장이 있고 담장 너머로도 빛이 있고 담장 너머로도
빛이 있고 장미주택이 있다 무언가 이상하지
여기는 동네이고 저기도 동네이다
어디로도 건너가지 못하면서
보아버린 먼 멀어버린 것
난 눈을 감고 말았다 장미주택으로 돌아간 그날엔
동네 주민 2인가 3인가 4인가 아 5 인가
손을 흔들어주면서
저기 봐라
온다 끝까지 가서 한강 맛을 보고
돌아오는 사람들 사람들 손에 들린 것은 모르는 체하면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집으로 들어가고 없고 말았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아주 더운 봄날 헷갈리는 나는

이 없어서 괴로운
문잡이의 친구
누가 친구고 누가문잡이였지
바람에 맞고 싶어서 일단 바람을 가르며 걸어보기로한다
잡아끌어서 길이라는 것이든 문이라는 것이든 뭐 아무래도 뭐라는 그런 것이든 쑤셔 넣고
유혹을 참고
유혹을 참고 사람들이 갔다던 곳으로 가버린다 
아 제발 나는 가고
나만의 것은 아닌 장미주택
참는다
대충 이상한 화분이 보였을 때부터 알아차려야 했는데
----시 김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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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는 왜 왔니?
임유섬.권혜원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우주의 신 안드로메다 황제는 지구를 오염시키는 인간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인간을 없애려 바이러스를 퍼트려 봤지만 환경 적응 능력 뛰어난 인간은 더욱 강력하게 살아남아 더욱 환경을 파괴시키고 지구를 더더욱 망가뜨리고 있었으니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바로바로 인간의 생식 능력 없애기!

그런데 그것조차 통하지 않는 한 인간이 있었으니 잘생긴데다 환경운동에 진심인 소아과 의사 진석, 안드로메다에서 지구에 특파된 수정 공주는 그를 탐구하기 위해 꼬시기작전에 돌입! 이 둘에게 달린 지구의 운명은?

지구에서 살면서 지구인처럼 사는 미자와 외계인을 감시하고 따라다니는 병구는 분명 서로 적과 같은 관계인데 엉뚱하고 허술한게 왠지 덤앤더머같아서 웃긴다. 게다가 연애 감정 따위 1도 모르면서 미자의 엉터리 코치를 받거나 진석을 꼬시기 위해 애를 쓰는 장면이 완전 코믹!

로또 때문에 노숙자와 인도로 도망간 보람, 우주와 채널링을 한다는 꽃거지 노숙자, 제로 웨이스트 야채가게를 하는 춘혁등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외계인과 펼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 생각지 못한 반전도 있다는 사실!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해 배우게되는 소설로 이런책은 재밌고 감동적인 드리마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
ㅋㅋ

#지구에는왜왔니 #환경책 #장항준감독추천 #페퍼민트오리지날 #외계인소설 #sf로맨틱코미디 #소설추천 #책스타그램 #book #임유섬권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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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제주로 돌아온 환이,
몇해전 신내림으로 무당집에 맡겨져
헤어졌던 동생 매월을 다시 만나 서먹서먹하지만
실종된 아버지가 남긴 흔적을 쫓아
사라진 소녀들의 비밀을 파헤치면서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부닥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를 보살피며
자매간의 응어리진 매듭도 풀어내는 소설!

‘완전한 악인도 완전한 선인도 없다!‘

사랑하는 어여쁜 딸을
원나라 공녀로 끌려가지 않게 하기 위해
숨기거나
남장을 하게 하거나
급기야 얼굴을 망가뜨려 버리거나
딸을 대신할 소녀를 잡아들이기가기까지 했던
시대의 비극이 가져온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

우리의 아리따운 소녀들이 원나라 공녀로 끌려가야했던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쓴 미스터리추리소설!
그런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는것에 가슴쓸어내리면서
그렇지 못한 시대에 태어나 고통받았던
수많은 소녀들의 한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또한 잘못인줄 알지만 쉽게 비난하지도 못한다.

˝아방은 나 먹여 살리잰 무슨 일이든 해수다. 영 생각허민 감사허고, 경 허당 그런 생각을 한 나를 원망하고. 왜냐하면 아방이 얼마나 나쁜 짓 해신지 아니깐 겐디 아방을 범죄자랜 생각허민…… 굶어서라도 나 배불리 밥 먹게 해준 사실을 잊을 수 어수다.˝ p366

딸이 끌려가지 않게 하기위해
딸의 얼굴을 난도질 한 아버지지만,
아버지의 나쁜짓을 알고 있지만
자신을 끔찍히 사랑해서라는 사실에
미워할수만도 없는 아버지에 대한
가희의 말이 내내 가슴에 남는다.

제주방언이 대화체에 종종 등장하는 이 소설,
얼마전 제주 방언이 쏟아져 나오는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봐서인지 정겹게 읽힌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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