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집기에 대한 표준어는 짜깁기입니다.

짜깁기는 '짜다'와 '깁다'가 결합한 '짜깁다'에 명사파생접미사 '-기'가 붙은 구성을 갖습니다.

'짜다'는 '씨와 날을 결어서 피륙 따위를 만드는' 행위이며, '깁다'는 '떨어지거나 해어진 부분에 조각을 대거나 또는 그대로 꿰매는' 행위이므로 '짜깁기'의 의미에서 이들 각각의 요소들을 충분히 분리해 낼 수 있습니다.

근대국어 시기에 구개음화가 활발히 진행될 때 '길, 기름, 김치' 등이 '질, 지름, 짐치' 등으로 구개음화되어 발음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경향은 특히 남부지방에서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남부지방 방언에서는 아직도 '질, 지름, 짐치'와 같이 발음하는 곳이 있습니다.

'짜집기'라는 단어가 '짜깁기'에 구개음화가 적용되어 만들어진 단어인지, 아니면 어휘 개별적으로 어떠한 동기에 의해 변화를 입어 만들어진 단어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표면적으로 두 단어를 비교해 보면 구개음화가 적용된 결과를 읽을 수 있습니다. 흔히 구개음화라 하면 'ㄷ, ㅌ'이 'ㅣ' 앞에서 'ㅈ, ㅊ'으로 변하는 경우만 언급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비구개음이 구개음이 되는 모든 현상을 구개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ㄱ'은 비구개음이고 'ㅈ'은 구개음이므로 이 경우는 구개음화가 적용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래의 '짜깁기' 대신 '짜집기'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맞춤법의 큰 원리가 어원을 살려 적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짜깁기'가 표준어입니다. 그러나 누가 압니까? 언젠가는 '짜집기'가 표준어가 될지.


자료 제공 : 한국어학회 이동석(L7311@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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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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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수잔 손택이 타계했다. 수잔 손택을 안지가 얼마 안되었는데.. 그녀의 책을 읽어보지도 못했는데. 위대한 인물이 타계를 하면 정말 큰 별이 진거 같은 느낌이 든다.
우연히도 그 주에 타인의 고통을 읽어보려고 도서관에서 대출을 했던 참이었다.

우리는 내가 아닌 사람의 통을 보면서 보통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가.
나는 종종 병원24시나 희귀병을 가진 아이들을 보여주는 TV프로를 자주 시청한다.
사실 그런 방송을 보는 것은 유쾌한 것도 아닌데, 순간순간 그런 걸 꼭꼭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나는 아마도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 나는 저런 희귀한 낫지도 못하는 병에 걸리지 않았어. 정말 얼마나 다행인가. 게다가 그런 아이들의 집이 그렇게 넉넉한 형편이 아니고,
가정도 대게 불우한 경우가 많다. 그런 현실에 처하지 않은 것에 나는 보통 감사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근래에는 동남아시아에 해일이라는 천재지변이 일어나 10만명도 더 되는 사람들이 죽었다. 방송에서는 성금을 모으고, 안타까운 모습을 방송해준다. 역시나 나는 생각했다. 그곳에 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고, 그런곳에 살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지 라고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대게 타인의 고통이 나와는 밀접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넘어서
그런 고통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나는 현재 아프지 않고, 나는 전쟁터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손택은 사람들의 심리중에 엄청나게 잔인한 사건들과 범죄들의 현장을 담고 있는 사진을 보고 싶어하는 관음증적인 향락을 즐기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건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이미지를 포착한 사진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통을 보여주는 자극적인 영상,인쇄매체 너무나 자주 노출되고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 상황을 보게 되더라도 반사적인 반응만을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노출된 고통을 담은 사진들은 점점 덜 현실적으로 보이고, 연민 자체를 사그라지게 만든다.

이 책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 하나가 내 가슴팍으로 날아든다.
그래서, 타인의 고통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그래서, 그렇다면, 어떻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도 그냥 그런것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하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행동하기를 주저하고 내 일이 아닌 그들의 고통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방관하는 일뿐이었다.
이 물음 하나를 던져준 것으로도 이 책은 그 값어치를 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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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토저널리즘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시선 <타인의 고통>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8-07 03:55 
    타인의 고통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이후(시울)전반적인 리뷰2007년 8월 5일 읽은 책이다. 이 책의 리뷰를 적으면서 처음 안 사실이 지금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책의 표지와 지금의 표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뭐 이 책의 발간일이 2004년 1월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기존의 책 표지 자체도 타인의 고통을 드러내는 그림이었기에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바와 약간은 상충되는 부분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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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역시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의 글에는 예민한 사람의 철학적 사유가 녹아들어가 있다. 이 책 역시 여행에 대해 말하면서 다양한 철학적 사유, 예술의 혼이 들어가 있다.

 

읽으면서 얼마전에 읽은 걷기 예찬이 생각났고,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을 보면서는 폴 오스터의 소설들이 생각났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에는 여행을 위한 장소들이 자주 등장한다. 무표정한 사람들, 타인들과 어울리지 않는 혼자있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집단적 외로움과 마주치자 에드워드 호퍼가 그린 유화 몇점이 떠올랐다. 그의 그림들은 황량함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황량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보는 사람이 자신의 슬픔의 메아리를 목격하게 함으로써 그 슬픔으로 인한 괴로움과 중압감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해준다.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여행을 하면서 이국적인 풍경은 그 나라에 대한 강한 인상으로 다가오고 이후 까지도  그 나라에 대한 강한 선입관을 만든다. 나에게 미국은 한마디로 무엇이든지 큰 '거대한 나라' 인상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나는 정말이지 모든 사물이 그렇게 크고 넓은 것이 너무나 충격이었다. 굉장히 비만인 사람들, 커다란 햄버거와 콜라, 하물며 길가에 핀 코스모스 한송이는 얼마나 컸던지. 홍콩에 갔을 때 침사추이 시장통에서의 그 특유의 냄새들은 아직도 생각하면 고개가 설레설레 흔들어진다. 습하고 더웠던 날씨. 그 끈적끈적함. 후텁지근함.

플로베르는 자신이 평생 프랑스인이었던 것을 증오하며 동양과 이슬람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고 한다.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프랑스인데 이건 정말 불공평하지 않은가)

 

플로베르와 이집트의 평생에 걸친 관계를 보면 우리도 어떤 나라에 느끼는 매력을 심화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플로베르는 사춘기 이후로 자신이 프랑스인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 나라와 이 나라 사람들에 대한 그의 증오는 너무 강렬하여, 그는 자신이 프랑스 국민이라는 사실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그는 국적을 부여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출생지나 선조를 따지지 말고,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장소를 따지자는 것이다.

 

언젠가 어떤 사람이 프로방스를 여행하면서 고흐가 그림그렸던 흔적을 따라 여행했다고 쓴 글을 보고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나도 언젠가 꼭 그렇게 여행해보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고흐가 그린 까만하늘에 총총히 박혀있던 노란 별들, 마치 춤을 추는 꿈틀거리는 사이프러스들, 남미풍의 노랑 방, 그리고 까페들을 보고 사람들이 그것이 실제와 너무 다르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고흐이전의 화가들은 실제를 그대로 재현하는데 그림의 의미를 두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고흐는 달랐다. 그는 화가의 눈을 통해 어떤 풍경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인식하고, 그 매력을 더욱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 내가 한국이라는 이 조그만 나라에서 몇백년 전 그의 그림을 보고 타국의 어떤 장소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고흐가 노리던 바로 그것이지 뭔가!

휘슬러 이전에는 아무도 영국의 안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고흐 이전에는 아무도 프로방스의 사이프러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 예술은 보통의 말대로 예술가에게만 있는 천재적인 광기와 독틈함이 아니다. 단지 그것은 열광에 기여하고 우리가 이전에는 몰랐던 것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일종의 열쇠인 것이다.

 

관심의 범위와 깊이, 강도는 여행이 주는 기쁨의 정도를 크게 좌우한다. 러스킨은 교육에서 특정 사물을 관찰하고 그리는 '데생'을 매우 강조했다. 이 부분을 읽는데 고등학교때 미술 선생님이 우리 주변에의 사물들을 그려보라고 했던게 기억난다. 학, 고양이, 사람의 옆모습 이었나 대충 이런거 였었는데 의외로 그것들을 그리는데 시원스럽게 그리지 못했던게 기억난다. 일상에서 관찰력의 부제가 그 원인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이 이것을 시켰던 것도 이런 의도 였을 것 같다. 러스킨의 생생하게 묘사된 꽃게그림이 펼쳐져 있다. 나뭇잎, 가지들을 이렇게 저렇게 그린 것들이 내 눈을 사로 잡는다. 훈련된 관찰력은 어떤 사물에 보다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힘을 길러주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감성은 배로 풍부해질수 있을 것이다. 흘러가는 구름의 변화와 날씨의 변화를 말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우리는 10가지 표현도 못할 것 같다. 러스킨은 '말그림'으로 대상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글을 쓰면서도 자주 쓰는 어휘들만을 쓰고 말을 할 때도 물론 그렇고, 사유를 풍부하게 하는 것은 러스킨의 말대로 말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오늘부터 열심히 말그림 그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책은 단순한 여행에세이가 아니다. 책을 들고 떠나는 여행이랄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책을 들고 떠나는 연애였던 것처럼 말이다. 이 사람 정말 재치있고 예민하고 박식한 듯하다. 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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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랑, 산유화로 지다 - 향랑 사건으로 본 17세기 서민층 가족사
정창권 지음 / 풀빛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향랑사건으로 본 17세기 서민층 가족사에 관한 이야기다.
얼마전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라는 책을 읽었다가 도중에 다 끝마치지 못했다. 책 자체가 재미없지는
않았는데 다른 책들과 함께 읽다가 도서관 반납일 되어 반납했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요즘 이런류의 쉽게 씌여 딱딱하지 않은 역사 이야기 책이 많이 나오는 듯 하다.

이 책은 향랑이라는 17세기의 여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재밌는 것은 향랑이라는 여자가 겪는
인생을 이야기처럼 서술하면서 동시에 그 시대의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들을 중간중간에
섞어서 얘기해준다는 점이다. 약간 따분하지 않을까 했는데 술술 정말 잘 읽혔다.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향랑이라는 서민 신분의 여자가 17세에 임칠복이라는 돈만 많은 남자와
결혼하나 순조롭지 못한 결혼생활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면 개망나니 같은 성격에 바람까지 핀
남자때문에 이혼을 하지만 그녀를 받아줄 곳이 없어서 결국에는 자살을 한다는 내용이다.

향랑은 계모 밑에서 어렸을 때 학대받으며 자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저자는 그 당시 계모의
위치나 사회적 평판으로 보았을 때 그랬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하고 있다.
또 향랑의 혼례 장면을 묘사하면서 17세기의 결혼풍습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 당시 이혼이나 재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건들의
예를 들으면서 설명해주고 있다. 가부장적 인식이 강해져서 여자란 단지 남자의 내조자의
역할만을 하게된 시기는 17세기 이후부터였다. 17세기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예술적으로
활동이 활발했던 시기와 그렇지 못했던 시기의 중간쯤 되는 시기라고 보면 된다.
결국 이혼한 여자 향랑이 본가에서도 버림받고 자기 몸하나 거두어 줄 곳을 찾지 못하자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런 그녀를 위해 열녀비를 세울 것인지 말지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논의의 핵심이다. 남편이 죽어서 절개를 지키다가 자살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딴남자와
재혼을 한것도 아닌 향랑에게 결국에는 열녀비가 세워지긴 한다.
그 이후 18세기부터는 재혼은 거의 금지 되다 시피 하는데 그 자식에게 벼슬을 얻기 위한 시험의
응시 권한을 전혀 주지 않는 등 불이익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뒤로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절개를 위한 한평생 수절하는 열녀들이 속출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향랑은 산유화로 졌지만 오늘날의 우리 여자들은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신나게 잘 살아 가려고
노력한다. 정말 신나게 잘 사는 일이란 무엇일까. 평생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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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단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폴오스터는 늘 주인공이 극한 상황
도저히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도록 놔둔다.
비행기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대학교수 짐머도 그가 단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무성영화시대의 한 배우인 헥터만에 대해 집착하게 되고
그를 위한 연구서까지 쓰도록 하는데..
주인공의 독백처럼 그는 단지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현실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설정은 폴 오스터의 다른 소설들에서도 발견된다.
달의 궁전에서 극한의 굶기 상황이라든가, 우연의 음악에서 정말 이성적으로는
납득되지 않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벽을 쌓아야만 하는
행동들이 그렇다.


그의 소설들에서는 하나같이 주인공이 집요함의 고수이다.
헥터만에 관한 연구를 위해 짐머가 보여주는 행동들이 그렇다.
그에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수집하는데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사실 소설에서는 그렇게 광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데 정상적인 현실에서
보았을때 그렇다는 말이다.) 몇개월을 외부와의 일체의 접촉없이 그에 관한
책을 쓰는데 보낸다. 공공도서관에 그의 자료를 찾기 위해 나갔던 두번만 제외하고는
그는 하나의 것에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그 근원을 캐나간다.
나는 이 부분에서 늘 궁금한것이 있다. 소위 사회인으로써 관계라는 것이 있다.
나 의외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폴 오스터는 너무나 잘 배제시킨다.
그게 미국이라는 특성때문일까. 그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지독하게 개인주의적이어서
일까. 그냥 허구적인 상상력의 소산인가. 그 지독한 개인주의가 가끔은 부럽다.


과연 폴 오스터는 하나의 소설을 씀에 있어 기초가 탄탄하고 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
인듯하다. 헥터만의 영화중 하나를 묘사하는데 마치 내가 하나의 영화를 보고있는 것
같다. 사실 그 (존재하지 않는)영화를 보는 유일한 사람은 오스터이지만
그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읽어주는 사람도 오스터이다.
완벽한 시나리오 대본을 보는 것 처럼 그가 읽어주는 영화를 보면서
이것이 현실인지 짐머의 현실인지 헥터만의 현실인지.. 혹은 각각에 대응하는
허구인지 헤깔린다.


어떤 소설을 읽을 때 소설의 내용이 빛을 발하고 기억되는 것들이 있는 반면
폴 오스터의 소설들처럼 개개의 소설들보다 그것들이 하나로 뭉뚱그려져서
소설가의 특성을 점점 강하게 만드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그것이 그의 저력인것 같다. 비슷하고 반복되는 주제일것 같지만 각각이 너무나 독특해서
자꾸 중독되는..

정말 갈때 까지 가보고 싶게 만드는 그의 소설들은 참으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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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1-25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오스터 소설이 특징은 주인공 스스로가 극한 상황으로 자신을 몰고 간다는 거죠 제일 대표적인 경우가 극단적인 굶기입니다 달의 궁전이나 뉴욕 3부작 등에서 주인공들이 어떻게 극한 상황을 버텨 나가는지 잘 그려져 있습니다 오스터 소설은 대부분 재밌는데 혹시 "공중 곡예사" 읽어 보셨어요? 이 책은 전형적인 재밌는 이야기책입니다 아주 재밌게 보실 거예요 추천합니다

스파피필름 2004-11-25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중 곡예사는 아직 못 읽었어요.. 읽어봐야겠네요.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