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일기
지허 스님 지음 / 여시아문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책을 사서 뒷날개에 어디서 언제 샀는지를 적어두는 때가 있다. 이 책은 예전에 강남에서 회사를 다닐때 진솔문고에서 샀었다. 2004년 4월 쯤. 영수증까지 접혀서 꽂혀있었는데 영수증을 보자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때 그 장소로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스스로를 다스리고 싶을 때 이런 책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현실의 고통도 일종의 수행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된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이 시점에서 이책을 다시 펴든다. 스님의 수행의 고통을 느끼면서 내 생활의 고통이 별거 아니구나 마음을 다시 다잡아야지 하고 생각해본다.

책이 참 이쁘다. 작아서 손에 잘 들어오고 무엇보다 스님의 깔끔한 글솜씨가 생활의 정갈함으로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진 스미스 W. Eugene Smith 열화당 사진문고 12
샘 스티븐슨 지음, 김우룡 옮김, 유진 스미스 사진 / 열화당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열화당에서 나온 사진문고판이다.
유진스미스를 알게 된건 신현림의 어떤 책에선가 본 '도시의 방문자(1942)'를 보고서 였다. 허름한 외투에 우산을 안썼는지 옷이 다 젖고 구두와 땅바닥에 놓여진 가방에서 느껴지는 쓸쓸함, 우수..
글이나 음악이 그렇지만 사진도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그의 흑백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차분해 진다.  한장한장 책을 찢어서 사진들을 벽에 붙여놓고픈 충동이 인다.

그의 편지 중 일부

"끊임없이 어떤 하나의 일에 빠져들고자 하고 무엇이든 예리하게 느끼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나는 늘 옅은 슬픔에 빠져있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을 곧 한편의 드라마에 비유하곤 한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당연히 내 자신이 된다. 병원에 찾아온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 인간의 삶과 그리고 내 자신의 삶을 생각한다. 안타까운 것은 절박한 고통스런 상황이 되어서야 즉 그 소중한 무언가를 잃기 바로 직전에야 그 소중함을 알아버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중한 목숨이 그렇고 가족의 소중함이 그렇고 내 자신의 삶, 생활에 있어서의 열정들이 그렇다. 그저 한 시골의사가 자신의 직업상 겪는 일을 적어나간 에세이들인데 이 책이 나에게 주는 감동은 굉장히 큰 것이었다. 목숨이란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이며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래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당위성 같은 것을 던져 준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가슴을 때렸던 것은 나도 모르게 가졌던 편견이었다. 남보다 조금 더 배웠다고 해서 나는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행복의 총질량이란 부분을 읽으면서 반성했다. 고학력자 일수록 병원으로 들어오는 표정이 심각하다고 시골의사는 말하고 있다. 사는 거 뭐 별거 있나. 인상 찌푸리고 남을 업신여기고 나는 남들과 좀 다르다고 생각했던 지난 일들이 부끄러워졌다.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의 작고 힘없는 것들을 대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  밀

 - 한용운

 

 

비밀입니까, 비밀이라니요, 나에게 무슨 비밀이 있겠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대하여 비밀을 지키려고 하였습니다마는,

비밀은 야속히도 지켜지지 아니하였습니다.

 

나의 비밀은 눈물을 거쳐서 당신의 시각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한숨을 거쳐서 당신의 청각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떨리는 가슴을 거쳐서 당신의 촉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밖의 비밀은 한 조각 붉은 마음이 되어서 당신의 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비밀은 하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밀은 소리 없는 메아리와 같아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소년의 눈물을 몰래 본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의 소녀적 눈물을 생각해보았다. 그 때 흘렸던 눈물은 생생하게 누군가의 기억에 의해서 다시 되살아난다. 신기하게도 20대의 기억들은 잘 나지 않는데 오히려 그 이전 어렸을때의 기억들은 아주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이었다. 엄마가 외판원의 꼬임이 넘어가 사버린 문학전집 그 책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내 눈물을 키워갔던 것 같다. 그 눈물은 아픈 것일수도 있고 즐겁고 행복한 것일수도 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소공녀, 왕자와 거지, 홍당무, 퀴리부인, 베토벤, 이 두서없는 책들의 세계는 소녀의 가슴속에 하나둘 박혀 들어와 하나씩 눈물을 만들어 나갔다.

어른이 된 소녀는 지금도 책을 참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다 못해 사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장소도 서점과 도서관을 제일 좋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가슴이 아팠다. 한 사람이 어렸을 때 읽었던 책에 대한 내용인데 나는 왜 가슴이 아리고 아프기까지 할까. 유년시절 내 눈물을 보아서였을까. 문학전집을 사줬던, 꼬마니꼴라를 시리즈 별로 사달라고 조를때마다 사주셨던 나의 엄마는 어느덧 중년을 훨씬 넘겨 머리는 희끗희끗 여기저기 아픈데도 늘어나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엄마를 생각하니 또 가슴이 더 아파진다. 에이.. 눈물이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