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엔가 1년에 두어번쯤 만나는 미대 나온 친구를 만났었다. 이 친구랑은 중학교때 부터 친구인데 1년에 두어번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렇다고 자주 연락은 하지 않지만 든든한 그런 묘한 관계이다. 그 친구가 그때 인사동에서 열리고 있다던 일흔이 넘은 나이에 미술전시회를 여는 세탁소 할아버지의 얘기를 해주면서 시간이 있으면 드로잉을 해보라고 작은 드로잉수첩을 선물해줬었다. 고등학교때 미술을 좋아했고 한때나마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적이 있기에 아직도 나에게는 미술에 대한 동경이 남아있다. 대학교 다닐때 한번은 정말 학교 관두고 미대를 다시 들어갈까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었던 적도 있었는데 나의 재능으로 안그러길 다행이라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해본다.
이 책을 읽고는 정말 드로잉을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저자는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되고 부터 주변의 사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세상의 모든 날들이 소중하다는 평범하지만 깨닫기 힘든 진리들이 책장 곳곳에 숨어있다.
그중에 기억나는 한마디, 아내가 장애인이 되고 절망하고 있는데 장애인 친구가 해준 말
'느리지만 깊고 진한 삶이 시작될꺼라고...
이 말이 며칠동안 머릿속을 맴돈다. 그래, 조금 늦더라고 순간순간이 감동이고 의미있을 수 있는 데..
나는 늘 왜 아둥바둥 불안초조해했을까.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기를 중단하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 마다 생각해봐야 한다는 진리를 요즘 두 책으로 부터 얻었다. 아마도 이 책 두권이 올해 나에게 최고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또 다른 한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