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밥

                                           함 민 복

 

시 한 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시집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얼마전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을 다시 읽는데, 읽은지 1년정도 밖에 안되는 그 책이 정말 새로운 거다. 읽는 족족 다 어디로 사라져버리는지 다시 읽어도 처음 읽은 것 같은 -_-;

그런데 작가의 머릿말에 인간은 도넛으로 태어난다는 문장이 있어서 무릎을 탁 치며 정말 절묘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정말 빵집 아들이 아니고서는 (김연수네 집이 빵집을 했다고 한다.) 생각해 낼 수 없는 문장이라며 이런 절묘한 비유라니 하며 놀라워했다. (내용인즉 도넛의 가운데를 무엇으로 채워넣으냐에 따라 어떤 인간이 되는가가 결정되다는.. 뭐 그런 내용)

그런데!! 어젯밤 ebs에서 영화소개를 해주는 tv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거기 어떤 감독이 하루키가 한 말이라고 하면서 도넛형 인간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가운데를 무엇으로 채우는지에 따라.. 어쩌구..

아, 김연수가 먼저 생각한건지 하루키가 먼저 생각한건지 서로가 그런 비유를 했다는 걸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더 크지만 역시 하늘아래 새로운 건 없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결론은, 음, 김연수의 문장들은 다시 봐도 너무 좋고, 하루키의 모든 책을 거의 다 읽었는데 도넛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건 기억이란 것이 얼마나 믿을 만하지 못한 불완전한 것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확신을 했고, 도넛이 먹고 싶다는 거다. -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첨성대.. 밤에 갔더니 요렇게 노오오오오오랗게 밝혀놓았더라구요. 어찌나 아담스럽던지. 저기서 우리 조상들은 별을 관찰했다지요. 아 저렇게 작은 데서 -_-;; 그런데 저기 문이 없던데 어떻게 올라간건지.. ㅠㅠ



불국사 안. 사진이 참 달력스러운 구도. 어찌했건 정말 좋았습니다. 조용하고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오랜 시간을 거친 것들은 영험함을 다 지니는가 봐요.



기억속에 석가탑이 가장 오묘하고 아름다웠던 것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본 사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 석가탑을 실제로 다시 보니.. 뭐랄까. 참 아름답더라구요. 어렸을때는 몰랐던 탑의 아름다움. 히야.. 소리가 절로 나왔더랬습니다. 이런 석가탑의 모습에 반하게 될 줄 예전의 나는 몰랐습니다.

짧게 다녀온 경주. 중학교 수학여행 그리고 대학교 1학년때 이후로 세번째였습니다. 모두 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좋았다는 말이지요. 큭.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7-08-2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경주 다녀오셨군요. 야경속의 첨성대 멋지네요. 전 밤엔 안 가봤어요.^^
달력구도 속의 불국사도 참 오랜만입니다.^^ 하늘이 참 파랗네요.

스파피필름 2007-08-2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이 참 파랗죠? 그날 햇빛이 어찌나 작렬하던지 사실은 너무 더워서 헉헉거리면서 겨우 다녔어요.. ^^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네번째로 잡은 온다 리쿠의 책이었다.

온다 리쿠의 특징을 이번에 좀 안 것 같다. 아직 네권밖에 못 읽었지만. 내가 읽은 책들에는 모두 네명의 주인공이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자신의 시점으로 서술해 간다. 물론 크게 네장으로 구성된다. 고교시절 이야기거나 관계가 학창시절 친구들이고, 물론 그 주인공들은 절네미녀 내지는 꽃미남 -_-;  암튼 매력덩어리로 뭉친 주인공들.

이 책도 역시 빨려드는 흡인력으로 금방 읽어내려갔다. 미끼를 던지면서 범인이 누구일지 계속 추측해 보도록 하는.. 도저히 궁금해서 딴 책을 동시에 읽을 수 없게 만든다. 사실 그렇게 범인이 궁금하지 않더라도 계속 복선을 깔아대는 통에 까칠해져서라도 계속 읽게 만든다는.. 이게 온다 리쿠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에 좀 허무하게 끝나버리긴 했지만 주말용 가벼운 소설책으로는 머리로 식히고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른 작가의 책들을 좀 읽고 당분간 온다 리쿠의 책들은 미뤄두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