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영화를 별로 보지 않았다. 극장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갔고, 그렇다고 집에서 본 것도 아니었다. 겨울쯤 부터 올해는 영화를 좀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에.. 요즘 본 영화들을 기억에서 끄집어내 본다.
예스맨 - 우와, 난 짐캐리를 예전부터 좋아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또 쏙 반하는 연기를 선물할 줄이야. 조조로 나혼자 극장가서 본 영화고, 너무 좋았다. 흠, 예스맨이 되기 위해 모인 그 집회는 다소 삼성을 연상시켰지만.. 또, 매사에 예스예스만 연발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좋았다. 특히, 뭔가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장면들은 나의 생각과 같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려는 생각들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스물스물 올라왔다. '청주날씨 어때요?' 이거 너무 우꼈다. 한국어로 꽤 오랜시간 연기를 하다니 이런 정보를 하나도 모르고 봤는데 정말 재밌었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피츠제럴드의 단편집을 읽고 극장으로 달려갔다. 와, 단편과는 많이 다르지만 나는 영화가 더 좋은 것 같다. 적절히 주제를 잘 뽑아냈다. 노인이 노인으로 사는 것은 노인의 자세가 몸에 뱄기 때문이다. 그 자세 하나로 중년이 노년이 결정된다. 나는 어떤 자세로 살아갈 것인가. 이 영화를 보고 너무 감동이어서 친한 친구가 안봤다길래 나 한번 더 볼꺼라고 같이 극장에 갔다가 한시간도 넘게 잤다. 음하하... 내가 그렇지 뭐...
멋진 하루 - 하정우는 정말이지, 정말 배우로구나. 추격자에서도 그랬지만 이 능청스러운 연기는 정말이지... 처음에 이 뺀질이 건달 짜증났지만 막판에 그 여자(이혼녀 마트직원?)의 태도 때문에 정말 반전이라고 느껴질정도로 머리털이 쭈뼛섰다. 심지어 하정우와 같은 태도로 살아가는데 어찌보면 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이 영화 꼭 보라고 널리널리 알리고 싶다.
말리와 나 - 몇년전 책을 읽고 울었기 때문에 실망할까봐 보기가 그랬으나, 봐버렸다. 천둥을 무서워하는 장면, 해변에서 놀던 장면, 목걸이를 삼켜버린 장면...들이 책에서 읽었던게 하나하나 기억에 떠올랐다. 하지만 역시 책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그로건이 쓴 기사에 대해 상사가 평하는 장면이었다. 기자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우리는 사실과 의견을 얼마나 혼동하는가. 사실에 가치를 부여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편견을 만드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어떤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사실과 의견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한다.
워낭소리 - 간만에 엄마랑 본 영화. 워낙 흥행해서 인지 cgv에서 재상영까지 하던데.. 나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닥 감동은 못 느꼈다. ㅋㅋ 엄마역시.. 초반에 소 목의 방울소리가 좀 거슬렸던거 같고, 발이 아픈데 자꾸 걸어서 안타까웠다. 음,, 소는 정말이지 여느 동물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동물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