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사건은 두뇌에서 일어난다고들 말하죠. (p.68)
음악도 그의 마음을 휘젓는 것이었다. 음악 때문에 그는 여러 차례 심란해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음악은 명확한 것이 아니었다. 새 세상을 보여 주진 않았고 단지 약간의 혼란만 일으킬 뿐이었다. 그런데 언어란! 단지 말인데도! 말이란 무시무시한 것이다! 얼마나 분명하고 생생하고 무자비한가! 누구도 자유로운 수 없게 했다. (중략) 과연 언어처럼 실제적인 것이 있을 수 있을까? (p.69)
결혼의 진정한 약점은 사람을 이타적으로 만드는 거라네. 이타적인 사람은 색깔이 없지. 개별성을 잃어버리니까. (p.148)
"선하다는 건 자신의 자아와 조화를 이루는 거지." (p.154)
더는 사랑하지 않게 된 상대의 감정에는 항상 뭔가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기 마련이었다. (p.169)
"그를 아주 많이 사랑하니?" 그가 물었다. 그녀는 잠시 대답도 없이 주위의 경치만 보며 서 있었다.
"나도 알고 싶어요."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안다는 건 치명적이지. 사람을 매료시키는 건 불확실함이란다. 안개가 끼면 사물이 훌륭해 보이거든."
"길을 잃을 수도 있어요."
"모든 길을 똑같은 지점에서 끝난단다. 글래디스."
"어떤 지점이오?"
"환멸이지."
"난 거기에서 내 인생을 시작했어요."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p.331)
도리언, 자신을 속이지 말게. 인생은 의지나 의도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네. 인생은, 신경과 섬유조직, 느리게 형성되는 세포의 문제라네. 그 속에서 상념이 숨기도 하고, 열정이 꿈을 꾸기도 한다네. 자네는 자신이 안전하기를 바라고,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방에서 혹은 아침 하늘에서 우연히 본 색조라든지, 자네가 한때 사랑했으며 미묘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특정한 향기라든지, 우연히 다시 마주친 잊었던 시의 한 구절이라든지, 자네가 연주를 하지 않게 된 음악의 한 소절이라든지, 바로 그러한 것들에 우리의 삶이 달려있다네.... 가령 갑자기 하얀 라일락의 향기가 풍겨오는 순간이 있는데, 그러면 당장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기묘한 생활을 했던 한 달 동안을 어떻게든 다시 한 번 살게 된다네. (p.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