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책을 사는 속도가 책을 읽는 속도를 앞지르곤 하지만, 요즘이 정말 최고인 것 같다.

일단 요즘에 동시에 읽고 있는 책들을 늘어놓아보자면

<관촌수필>, <마크트웨인 자서전>

망구엘 <책 읽는 사람들>, 고미숙의 <동의보감>,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읽기>

 

그리고 대기중인 책들도 10권은 되는 듯.. ㅠㅠ

각각이 모두 재밌는 책이나 조금씩 이책저책 읽다보니 진도도 안나가고 정신 없기 일수다.

 

책을 사는 이유는 언제나 늘 다양했지만 요즘은 마치 나 자신에 대한 변명처럼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4,5천원짜리 커피도 거리낌없이 사먹는데 책 한권 정도 하는 것 쯤이야.. 그러니까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변명(?)

연말이고 날도 춥고 웬지 모를 센치함이...

사람들을 멀리 하고 싶은 연말증세(?)를 느끼며 책 속으로 도피하고자..

해야 할일들을 당장 하기 싫어서 이 책 저책에 집적대기..

한 때 한번 읽었던 책들을 문득 다시 읽고 싶고, 또 소장하고싶은 욕구가 스믈스믈... (한때는 가지고 있던 책들을 버리려는 욕구가 일더니만...)

 

등등.

음미하며 읽기는 커녕 무슨 일인냥 독서를 하고 있는 요즘의 넋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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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無等)을 보며 

 

                                             서  정  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히 끼일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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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순례의 길과도 같아서 그 길을 통해 자기가 완성되어야 한다는 이기적인 속성이 있다. 아니 그 속성만 있다. 그 속성으로 구원받고자 함이 사랑이라면, 사랑한다는 말은 대단한 말이 아니라 구원받겠다는 말이다.

 

 

한 사람은 내가 메고 다니는 배낭의 브랜드를 힐끗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와, 너, 콜롬비아에서 왔구나." 나는 한국에서 왔고 이건 단지 가방 브랜드일 뿐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요즘 왜 이렇게 콜롬비아에서 온 여행자들이 많지?'싶었다면서 그는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중략)

그런 사람들을 만날 적마다 이상하게 속이 시원히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한 점 티 없는 것은 찬물처럼 가슴을 씻어내준다. 진짜로 많은 것을 몰랐던 오래전의 나로 돌아가는 마음이 되면서 심장까지 맑아지고 순해졌다. 조금 안다고 뭐 그리 대수겠는가.

많이 아는 체하는 날들은 고개 숙이지 못하게 한다. 고개를 숙이지 못하면 남보다 먼지를 더 들이마시게 되고 그 먼지는 씻겨나가지 못하고 몸안에서 굳어지고 딱딱해져서 생각과 함께 돌이 된다. 조금은 바보 같기로 한다. 눈을 감고 잠시만이라도 모르기로 한다.

 

 

- 우리는 시작에 머물러 있을 뿐. 충분히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사랑한 것도, 아직 충분히 살아본 것도 아닌 상태였다.

나의 퇴락은 어쩔 수 없겠으나 세상에 대한 갈증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보는 것에 대한 허기와, 느끼는 것에 대한 가난으로 늘 내 자신을 볶아칠 것만 같습니다. 이 오만을 허락해주십시오.

 

 

 

 

밑줄긋기를 하려다가..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에는 쪽수가 안 적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람이 부는 11월이 좋다. 쓸쓸해서 좋다. 덤으로 주어진 달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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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묵직하게 읽힌 소설이었다. 읽는 내내 마치 귀신이 내 어깨위에 내려와 있는 양 (사실 이 장면이 무서워서 한번 읽다가 말았었다.) 무거운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노라면 삶과 죽음이 참으로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누구를 사랑했고 누가 나를 사랑했으며, 나는 무엇에 감사하고 나 때문에 감사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이(이름도.. 가물) 그런 것들을 적어둔 노트는 아무래도 희망의 노트이지 싶다. 하지만 이 작가의 책은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그냥...

 

 

 

 

 

역시 범인이든 탐정이든 멋지고 볼 일... 190이 넘는 키에 마른 몸.. 까칠한 성격.. 나이는 마흔 정도(?)

한 2주동안 굉장히 더울 때 이 책을 읽었다. 두꺼웠는데도 워낙 재밌어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눈사람 덕분에 더위도 잊고... 범인은 역시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사람.. 다른 시리즈도 있다던데.. 무척 궁금하구나.

 

 

 

 

 

 

 

오랜만에 만난 심윤경 작가. 실망했다. 재미도 없다. 뭐.. 거침없이 앞뒤 보지 않고 사랑하라는 말. 사랑의 질주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지. 그럼. 그럼. 서른 아홉 혜나의 사랑이 헤피엔딩이길..

 

 

 

 

 

 

 

 

 

내가 비오는 어제 우울했던 건 순전히 이 책 때문이었다는 결론이다. 기대 없이 읽었다가 우아... 너무 좋잖아. 이건. 영화도 있다는데 찾아서 봐야겠다. 이런 노년의 모습이라면, 과거도 미래도 아닌, 그냥 현재 이런 모습이라면 이렇게 쓸쓸해도 나는 견딜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어디에 어떤 상황에 처해있거나 고독하다는 게 내 생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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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8-1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달리다, 호평 일색에 드디어 실망했다고 단호히 말씀하시는 글을 보네요. 스파피필름님, 오랜만이에요.^^ 전 이 책 아직 안 읽었는데 그냥 좀 두고있어봐야겠어요ㅎㅎ

스파피필름 2012-08-15 17:23   좋아요 0 | URL
아마도 심윤경 작가에 대한 기대가 커서 이번 책이 별로였던거 같아요. 너무 단호히 말했나봐요. ㅋㅋ 비가 오고 나니 왠지 가을이 성큼 올 것만 같아요. 남은 여름 마무리 잘하시길 빌어요. ^^

이진 2012-08-1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도하는 사람>과 <스노우맨>은 두꺼워서 겁이나요.
하지만 두 책 모두 읽고 싶긴 해요. 특히 <애도하는 사람>의 감정은 저와 매우 닮아있을 것 같아서 특히 더요. <스노우맨>은 집에 있거든요. 날 잡아서 하루만에 읽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ㅎㅎ

오오, '싱글맨'은 혹시 빨간책방에서 들으시고 읽으셨나요. 저는 그래요. 빨간책방에서 이야기하길래 금방 장바구니에 넣어버렸어요! ㅋㅋ

스파피필름 2012-08-15 18:51   좋아요 0 | URL
빨간책방이라는 것이 있군요. 지금 검색해서 뭔지 찾아봤어요. 저는 친구가 추천해서 읽어봤답니다. 덕분에 재밌어 보이는 팟캐스트 알았네요. ^^
 

              

 

                 좋은 일들

 

                                                    심 보 선

 

 

   오늘 내가 한 일 중 좋은 일 하나는

   매미 한 마리가 땅바닥에 배를 뒤집은 채

   느리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준 일

   죽은 매미를 손에 쥐고 나무에 기대 맴맴 울며

   잠깐 그것의 후생이 되어준 일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그것 또한 좋은 일 중의 하나

   태양으로부터 드리워진 부드러운 빛의 붓질이

   내 눈동자를 어루만질 때

   외곽에 펼쳐진 해안의 윤곽이 또렸해진다

   그때 나는 좋았던 일들만을 짐짓 기억하며

   두터운 밤공기와 단단한 대지의 틈새로

   해진 구두코를 슬쩍 들이미는 것이다

   오늘의 좋은 일들을 비추어볼 때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조금 위대한 사람

   나의 심장이 구석구석의 실정맥 속으로

   갸륵한 용기들을 알알이 흘려보내는 것 같은 착란

   그러나 이 지상에 명료한 그림자는 없으니

   나는 이제 나를 고백하는 일에 보다 절제하련다

   발아래서 퀼트처럼 알록달록 조각조각

   교차하며 이어지는 상념의 나날들

   언제나 인생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투성이

   언젠가 운명이 흰수염고래처럼 흘러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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