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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일기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월
평점 :
아.. 미셸 투르니에의 매력을 이제야 알아 버렸다.
일기는 보통 초등학생의 그림일기가 아닌 다음에는 자신의 내면을 적어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사실들에 대해 적어가고 있다. 계절의 변화에 발맞추어 여기저기 끄적거려놓은 메모들을 모아 책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일상의 관찰, 삶에 대한 유머러스함, 죽음을 받아들이는 유쾌한 태도가 곳곳에서 보여지고 그때마다 미소를 머금게 한다. 80을 훌쩍 넘긴 나이.. 에는 인생의 앞날을 기약할 수가 없다. 갑작스런 심장의 통증에도 이게 내 죽음일지 모른다고 그는 유쾌하고 말하고 있다. 아버지가 76세에 돌아가셨는데 그래서 자신도 그때까지만 살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던 그는 오히려 지금 죽음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요즘 평균 수명이 여자는 80이 훨씬 넘는 다는데 그 나이에 이렇게 유쾌하게 조심스럽게 작게 가볍게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나는 생각해 본다. 뒷부분에 번역가 김화영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인터뷰를 읽으며 미셸 투르니에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지만 어린이를 굉장히 좋아하고 어린이를 위한 철학책들도 여러권 썼다고 한다. 나이에서 나오는 여유, 잘 늙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어떤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일 큼지막한 공책에다가 글을 몇 줄씩 쓰십시오. 각자의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람들, 동물들, 사물들 같은 외적인 세계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보세요. 그러면 날이 갈수록 여러분은 글을 더 잘, 더 쉽게 쓸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아주 풍성한 기록의 수확을 얻게 될 것 입니다.
...... 중략
위대한 사진작가가 하나의 사진이 될수 있는 장면을 포착하여 사각의 틀 속에 분리시켜 넣게 되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