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스토리
임경선 지음 / 뜨인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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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루키를 굉장히 좋아하는 독자가 그 작가의 행적을 마치 곁에서 이야기 해주는 것 같이 씌여진 글이다. 전기의 형태는 아니지만 하루키가 등단해서 지금까지의 작품들도 조금씩 소개해주고 있고, 가벼운 일상이나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위주로 다루고 있다. 어떤 한 작가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이런 책을 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마지막에 그녀에게 하루키는 북극성같은 작가라는 말이 나온다. 오, 멋진 표현..이다. 나에게 북극성같은 작가는 누굴까. 내가 길을 잃고 헤매일때 넌지시 길을 알려줄 것만 같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의 글...  그런 작가를 떠올리려는데 바로 떠오르지 않는 걸 보아 아직 그런 사람을 못 찾은 듯 싶다.

이 책을 읽은 후 하루키에 대한 느낌은 의외로 그의 글들과는 달리 범생이 이미지이다. 그가 달리기를 매우 규칙적으로 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일종의 '형식'이란 것을 만들어 놓고 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보통은 4시에 일어나 오전에 글을 쓴다고 한다. 글을 5시간 정도 쓰고 달리기를 하거나 중고음반가게를 둘러보고 해가 지면 일을 하지 않는 다고 하니 퍽이니 범생이 스러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자신에게 엄격하다는 것이겠지. 그런 정성들이 그의 작품들에 숨어있었구나 하는 조금의 감동까지 몰려왔다. 지금이야 일본작가의 작품들이 거의 홍수처럼 밀려들어와있지만 한참 하루키가 우리나라에서 유행일때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세월이 참 많이 흐른 것 같다. -_-

책장에 꽂혀 있는 <해변의 카프카>를 다시 정독해볼까. 그의 담백한 문체를 오랫만에 다시 곱씹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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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 브레이크 스토리
고솜이 지음, 강모림 그림 / 돌풍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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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때 사실은 꽤 오랫동안 나는

돈을 다른 것도 아닌 먹는 것에 과도하게 쓰는 것이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의 친구들은 식도락 모임처럼 늘 맛있는 맛집들만 찾아헤매었고, 먹는 것에 그닥  관심이 없는 나는 마지못해 따라다니는 식이었다.  모임의 주요한 행사는 당연히 먹는 것이었다. 주요리를 먹고 디저트로 또 먹을 집으로 가고 다시 또 다음 끼니때가 되면 다른 식당으로.. 

그 후로 몇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친구들은 그런 패턴을 보이고 있다. 달라진 것은 나도 그들의 대류에 합류하게 된 것. 먹는 것의 즐거움을 알려버렸기도 하고, 실제로 식욕이 좋아진것도 같다. 여전히 육류를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맛있는 음식과 그 음식에 녹아있는 가볍고 감각적인 사유들에 아주 많이 즐거웠더랬다. 진한 커피에 베이글을 먹고 싶어서 실제로 이 책을 읽는 며칠동안 베이글을 사서 자주 씹어 먹고 다녔다. 먹는 것이 없다면 우리 인생의 즐거움의 반은 사라질 것이라고 단연코 이제 나도 말할 수가 있다. 비록 할 줄 아는 음식이 거의 전무하고 요리하는 일에 아직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나도 요리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으므로 그런 꿈은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무료한 어느 날, 나도 후라이펜에 몇 되지 않은 종류의 재료들로 뚝딱 노련하게 요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생각을 해본다. 그 무료한 날에 그 담백한 소박한 내가 한 요리를 먹으면서 (메뉴는 물론 스파게티다) 기분이 좀 좋아질 수 있기를.. 생각만 해도 얼마나 설레이는가. 지금은 이 책 한권으로 조금 위로를 해보지만 기필코 그런 날이 나에게도 오겠지? 큭..

 이 책 그림도 너무 좋고, 누군가에게 정말 선물하고 싶어진다.

 

어린왕자랑 화산으로 계란후라이 해 먹는 이 그림이 제일 좋았음 ㅠㅠ

갑자기 크리스피 도넛이 왜 이리 먹고 싶은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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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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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그의 전작들을 거의 쭈욱 읽어온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워낙 다작하는 작가이고, 그를 좋아하는 매니아층이 좀 있는 것 같은데 나 역시 그런 사람들중 하나이다.  작고 얇은 이책을 가방속에 넣고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었다.

짧은 글들이었지만 보통의 글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감각적인 문장들하며,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는 그의 지식들은 늘 시기심을 느끼게 한다. 궁금한 점 하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고 받았던 충격만큼 이 책에도 연애, 사랑에 관한 짤막한 글이 나오는데 그는 본인 스스로 연애할때도 감정적이 아니고 분석적이 될수 있는 걸까?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상대방의 심리와 본인의 심리를 아주 정확히 늘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_-; 아, 정말 궁금해진다. 

책이 얇아서 책값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는 평이 많은 책이지만, 보통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겐 그의 수많은 좋은 책들의 맛보기쯤은 족히 되어줄 것이라고 본다. 말랑말랑한 책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을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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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2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랑 보통의 것 몇 권을 사두고 아직 못 읽고 있네요. 빨리 읽고 싶어라~
사랑을 분석하는 사람?

스파피필름 2007-03-2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어여 읽으세요~ 보통씨가 보통이 아니어요 -_-;;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두 번째 이야기 - 한국 아줌마 따라잡기
타가미 요코 지음 / 작은씨앗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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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권을 정말 재밌게 읽었었다. 몇년 전 지방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기차에서 내려 서울역에 있는 서점에서 무심코 집어 든 책이었는데 이렇게 우낄수가  큭큭 거리며..  유자차가 잼인줄 알고 퍼먹었다는 에피소드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2권도 나왔다길래 두근두근 하며 하룻밤새 다 읽었다.

요코짱은 아직도 생경한 한국의 문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국에 온지 6년 된 요코짱이 아직도 생경했을 한국의 문화란 수십년 산 나에게도 맘에 들지 않거나 놀랍거나 하는데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1권이 나오고 2권이 나왔을 때 나는 요코짱이 이제는 한국이 일본과는 이렇게 달라서 놀랍다 뿐만 아니라 몇 년을 살아보니 한국의 이런 점이 더 보이더라 라는 점을 더 기대했나 보다. 이런 무언가가 빠진 2권은 1권의 또 다른 한권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책의 내용과는 별로 상관없는 얘기일지도 모르는데

읽는 중 '곰곰히' 라는 부사가 자주 나와서 이 '곰곰히'를 째려보면서 '곰곰이'가 맞지 않나.. 계속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나왔기에 드는 생각이었다. 엠파스에서 찾아보니

곰ː곰―이[부사] 여러모로 깊이 생각하는 모양. 곰곰.
¶앞일을 곰곰이 생각하다.

이렇게 검색이 된다.

아마도 이 책은 편집자가 원고를 거의 교정해주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참신한 표현들은 외국인이 썼으니 참 독특하구나 하고 넘기면서 나름 재밌었는데 단어 자체가 틀린 예조차도 그대로 두는 이런 참신함이란! (혹시,, '곰곰이'와 '곰곰히' 둘다 맞는거라면 아주 낭패 -_-;;)

별 네개를 주고 싶었는데 초반에 내 눈에 걸린 '곰곰히' 사건 때문에 별 한개를 뺐다.

하지만, 만화 자체는 귀엽고 재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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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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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그저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사람의 즐거움, 행복에 관한 책인줄 알았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어린 시절 그런 추억의 개 한 마리쯤은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말리는 여느 개와는 심각하게 다른 못말리는 사고뭉치라는 것을 말이다. 사고뭉치라고 아주 귀엽게 표현했지만 몇 장만 읽어보면 그 사고라는 것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쩜 좋니 말리.. 나 역시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더랬다. 인간으로 치자면 넘치는 에너지를 정말 주체 하지 못하는 과잉행동증후군(이런 용어가 있다면)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못말리는 말리는 13년을 주인 그로건 가족과 살았다. 신혼시절, 아이들이 태어날 시기, 이직하는 시간, 플로리다에서 펜슬베니아로 이사가는 것 등 이 가족의 모든 역사에는 말리라는 등장인물이 늘 함께 했다.


책을 읽다가 몇 가지 기억이 너무 선명한 장면들에 말리가 영화에 2분 동안 출연하게 되는 과정이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하마터면 지하철에서 혼자 웃다가 소리를 낼 뻔했다.-_- 꼬마 남자애와의 장면이었는데 간만에 너무 우껴서 마치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 밖에 도그 비치에서 신나게 놀다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 것, 눈썰매를 주인과 함께 타고 내려오다가 큰 일 날 뻔한 장면 등 번역이 잘 되어서 인지 재밌는 문장들이 정말 많았다. 덩치가 큰 말리가 몸을 한번 털면 ‘털보라’가 일어난다는 둥, 노년의 말리가 귀가 잘 안들려서 음식을 훔쳐먹다가 주인에게 걸릴 때 몸통이 털 밖으로 빠져나갈 정도로 놀랐다든가 하는 표현은 정말 예술이지 않은가. 이밖에도 더 있었는데... 나만 우낀가? ㅠㅠ


우리 인간보다 생을 조금 더 일찍 마감해야하는 동물의 죽음 앞에서 인생의 유한함을 느낀다. 노년을 받아들이는 말리의 모습에서 이제 가족과 같은 이 녀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면 정말 마음 아프다. 차라리 죽는 순간에는 좀 편할 지도 모르겠다. 이 전에 오는 증후들.. 귀가 점점 잘 안들린다던지 눈도 잘 안보이고 다리에 힘이 없어져 2층으로 이제는 올라가지도 못하고.. 이런 상황을 보게  된다면 정말 믿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신나게 뛰어다니는 말리를 보며 그렇게 순수하게 기뻐하는 생명체를 본적이 없었다고 그로건은 회고한다. 나 역시 개들이 얼마나 순수하게 순간에 집중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의 말에 100% 동감할 수 있었다. 컬러 사진도 아니고 매 장마다 말리의 흑백 사진이 나오는데 그 사진만으로도 나는 말리가 어떤 개 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건 가족으로부터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을 지도 짐작이 간다. 동물이건 사람이건 사랑받는 생명체에서 뿜어나오는 기운은 딱 보면 알 수 있는 법이니까. 


말리가 어떤 식으로든 삶의 모범이 된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발코니에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며 생각해보니 녀석이 ‘잘 사는 것’의 비결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추지 말고, 뒤돌아보지도 말며, 마치 사춘기 소년 같은 활력, 용기, 호기심,

장난기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내라. 스스로를 젊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달력이 몇 장이 넘어가건 여전히 젊은 것이다. 괜찮은 인생철학이었다.

물론 소파를 찢어 놓거나 세탁실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부분은 제외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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