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행하는 것은 어쩌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말하는 대로 행하고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 정도로는 이미지에 갇힌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가름 할 수 있다. 자의로 만든 것이건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건 간에 보여 지는 이미지란 또 하나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가치관과는 별개로 외적인 요소와 내적인 요소가 상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말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무섭다고 하거나 화난 사람 같다
고 해요, 사실은 되게 밝고 상냥한 사람인데.” 가끔 듣게 되는 말이다.
보이는 것과 현저히 다른 성격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건 기대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더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인 걸까, 만화 <엔젤 전설>을 보며 거의 울면서 웃어댔던 기억이 있다.
어찌 보면 조금 위악적으로 이미지 놀이란 걸 할 때가 있었고, 지금도 가끔은 그렇다. 실리를 좇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순전히 유희로서 그렇기도 했는데 이제는 슬슬 좀 지쳐간다. 그따위 것 다 집어치우고 얼굴로 치자면 눈썹도 도망 가버린 초 쌩얼 정도의, 리얼리티 쇼가 아니라 리얼 라이프로서의 그 무엇을 보이고 싶다.
자기 합리화에 오래도록 갇혀 이미지 놀이나 하고 지내다 보니 사는 게 참 구차스러워져서 문득, 적어놓는다. 칼을 손에 들긴 했는데 들고만 있다 보니 칼도 녹이 슬어 더 이상 칼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되어간다.
이제, 새 칼을 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