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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PACE
부산 마지막 단관극장이 예술영화관으로 살아남기
부산국도예술관(구 국도극장)
내가 처음 국도극장을 찾은 것은 2003년도였다. 오래된 극장에서 낯선 심정으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를 보았다. 그리고 울 수밖에 없었다. 그 때 그 영화가 내게 주었던 감동은 이딴 말 몇 마디로 압축할 수는 없다.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면, 나는 그 때 가슴을 떨며 느꼈던 감동을 똑같이 느낄 수 없었을 테니까. 레이트쇼부산을 인연으로 국도극장과의 끈질긴 인연이 올해까지 계속되는 듯하다. 예술영화와 관객과의 소통이 논문 주제였던 만큼 국도극장의 존폐여부는 나의 관심사였다. 결국 논문의 결과는 부정적으로 끝이 났지만, 미래에서의 현실은 그 결과를 뒤엎길 바라는 내 희망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어찌됐든, 살아남은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관객의 성원이 이 극장의 자양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달라.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대신 부탁하고 싶은 것은 보고 싶은 영화가 걸렸을 때, 여지없이 찾아와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 힘이 모여야, 다음 번 또 다시 관객이 원하는 영화가 극장에 걸릴 수 있다. 모든 것은 관객의 힘이다.
국도극장의 역사
멀티플렉스의 거대자본에 내둘려 여지없이 무너지는 단관극장을 바라보는 게 아쉽다. 복고에 대한 트랜드나 옛 것에 대한 향수, 이런 것으로 봐서 알싸한 그 무언가가 있다, 이렇게만 보면 좀 씁쓸하다. 서점도, 슈퍼마켓도, 레코드점도 다 문을 닫고 거대한 덩치의 가게들만 체인점으로 차지한다. 극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 틈에서 남포동의 극장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렸다. 부산 극장의 역사가 그냥 그렇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우리나라 초기 영화산업의 메카가 부산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영화산업과 극장산업의 흥망성쇠는 연관이 많다. 부산에서는 남포동 일대가 극장가의 중심이었는데, 한국영화가 흥행되면서 영화관도 많아지고, 남포동의 국도극장도 2관까지 확장을 했다. 하지만 멀티 플렉스관들이 생겨나면서 남포동 극장가는 그저 명맥만 유지하게 되었고, 국도극장, 아카데미, 부영극장, 제일극장,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알싸해지는 극장들은 다 문을 닫게 되었다. 현재의 정상길 사장님이 국도극장을 인수한 것은 이때다. 2003년 인수한 처음에는 다음카페의 레이트쇼부산 동호회와 손을 잡고 질 높은 영화들의 재개봉관으로 시작했다. <조폭마누라>가 흥행할 때, 정말 괜찮은 영화임에도 개봉할 수 있는 극장이 없어 아쉬운 영화들이 많았다. 레이트쇼부산 역시 취지가 그러했다. 그 때 개봉한 영화들이 <그녀에게>, <펀치 드렁크 러브>, <오세암>, <지구를 지켜라>등이다. 하지만 광고 마구 하는 영화들과 이런 극장이 경쟁이 될 리가 있을까. 뜻있고, 생각 있는 사람들이 일부러 영화를 보러 와주어도, 극장 좌석의 반이 안찼다. 경영적인 문제가 자꾸 내리막길이고, 2005년 2월 결국 폐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몇 달 뒤 부산국도예술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개관했다. 2006년 4월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이 되었고, 이제 조금 활로를 찾는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관객은 많지 않다. 여러 가지 개선점과 고육지책이 많이 필요할 때다.
국도극장과 예술영화관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전국 극장들을 중심으로 모집을 하고, 자체 심사를 거쳐서 선정을 한다. 부산에서는 지난 2년동안 DMC 극장이 예술영화관으로 선정되었었다. 이번해 부산에는 국도극장과 서면 CGV 인디영화관이 선정 되었다. CGV를 빼고는 전국의 선정된 예술영화관이 전부 단관극장이다. 국도극장으로서는 오래오래 안정되게 예술영화와 비상업, 비주류영화들을 상영할 수 있는 극장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지원이 되는 셈이니, 든든한 빽이다.
국도극장이 바라는 것
관객과 함께 하는 극장으로 바뀌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네이버 카페도 열었다. 카페를 통해 부산의 영화 매니아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극 매니아들은 열성적으로 모여서 술도 마시고 응집이 잘 되는데, 왜 영화 매니아라고 안되란 법 있나. 하지만 사실 영화광들은 이 넓은 극장에 혼자 앉아 영화보는 걸 즐긴다. 극장으로서는 아쉽지만 말이다. 물론 극장이 꽉 차서 서로의 감동이 좌석 옆으로 전해지며 동질감을 느끼는 것도 영화관람의 쾌감이다. 피프 때 확실히 그런 걸 느끼지 않나. 국도 극장도 좌석이 꽉 차서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과 감동이 옆 사람과 함께 하는 그 느낌, 그런 교감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보는 것이 꿈이다.
현재는 영화의 다양성이 문제다. 너무 불균형적인데, 영화는 소비성, 오락성이라 생각하는 관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이 심각한 불균형 문제를 그다지 체감하지 못한다. 서울은 그래도 부산보다 낫다고 하지만, 얼마 전 시네코아도 폐관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어디든 사정은 비슷한 것 같다. 부산은 피프 때문에 영화의 도시인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정말 관객들 역시 그럴까? 피프에서는 그렇게 어려운 작품들을 봐도 열렬한 지지를 보내면서, 기존 극장에서 하는 예술영화를 보고 나면 돈 아깝다고들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되씹는게 필요한데, 피프에서는 그게 무의식적으로 가능했지만 아직 기존 극장에서는 무리다. 상업영화를 많이 본다고, 수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하다. 피프나 현재 영화의 과도한 거품흥행이나 실은 속이 빈 커다란 껍데기 아닐까. 이 시점에서 국도 극장이 해주는 역할은 그 불균형을 조금씩 메꿔 나가자는 것이다. 이것이 영화진흥위원회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의 지원이 있는 이유일 것이다. 언젠가 이런 지원 없이도 관객의 수요가 안정되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영화 이야기와 토론이 벌어지는, 그래서 극장 밖 로비가 낯선 이들의 토론으로 인해 시끌시끌해지는, 그런 극장이 되는 것이 목적일테다.
현재 상영되고 있는 영화는 <망종>과 <스윙걸즈>, <천국을 향하여>이다. 천천히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너무 어렵거나 진지한 예술영화보다, 부산 개봉이 어려웠던 예술영화를 골랐다. <스윙걸즈>를 빼고는 개봉예정작인 <린다린다린다>와 <박치기!>, <나그네와 마술사>등 부산에서는 국도극장 예술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영화들이다. 부산독립영화협회와 연계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니, 부산의 영화인들에게는 상영기회의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네이버카페 : http://cafe.naver.com/gukdo.cafe
국도극장 예술관 입구입니다.
상영관 내부 로비입니다.
매점 및 휴게실
상영관 내부
(스크린 크기 : 가로 12m, 세로 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