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 <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 3, p202


<더러운 하얀 쓰레기> 노블과 웹스터, 1998년

사물은 제 안에 다른 것의 형상을 품고 있다가 그림자가 되어 비로소 그 잠재적 형상들을 우리 눈앞에 풀어놓는다.
그 덕에 우리는 늘 보던 뻔한 세상에 감추어진 다른 세계를 보게 된다.

가령 영국의 작가 팀 노블과 슈 웹스터의 작품을 보자.
이들의 작품은 여기저기서 주운 쓰레기더미 위에 갈매기 시체를 얹어놓은 정크아트이다.
프로젝터로 이 쓰레기 더미에 빛을 비추면 놀랍게도 거기서 형상이 나타난다.
담배를 피우는 남자와 와인을 마시는 여인. 작가들의 공동초상이라고 한다. 

- 진중권,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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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나그네 > 경계하며 읽어야 할 책
긍정의 힘 - 믿는 대로 된다
조엘 오스틴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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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하며 읽어야 할 책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 책의 저자가 과연 목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의 저자를 몇 번이나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내가 무슨 인생 성공 세미나 혹은 세일즈 강좌에 와서 앉아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책의 저자는 시종일관 긍정적으로 마음 먹고 살면 당신도 남들 처럼 혹은 남들 보다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요지의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곳곳에 하나님의 이야기와 성경 말씀이 인용되곤 하지만 그 해석이 지나치게 현세적이고 세상의 성공과 행복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느꼈다. 좋은 신앙 서적을 읽으면 하나님께 조금 더 가까워 지는 것 같아 즐겁고 ‘세상을 사랑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뜻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어서 유익한데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책을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경계하며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작년에 출간된 이후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소위 기독교 초대형 베스트 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유명하고 성공한 책을 나같은 ‘평범한’ 독자가 이렇게 표현한다는 것이 안 어울리겠지만, 이 공간은 독자의 서평 자리이니 주저하지 않고 나의 소감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조엘 오스틴은 그의 말대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목사들 중 한 사람이다. 매우 성공하고 있는 목사임에 틀림이 없다. 그는 수만명이 출석하는 대형교회의 담임목회자로서 그의 아버지가 시무하던 레이크우드 교회를 세습받은 사람이다. 그는 아버지때보다 몇 배 더 교회를 부흥시키고 있으니 누가 봐도 복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 여겨지고, 그 또한 ‘예수만 잘 믿으면 당신도 마음 먹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힘주어서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서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하나님의 자녀라면 절대로 ‘평범한 삶’에 안주하지 말고 ‘뛰어난 사람’이 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최고의 삶을 살기위한 방안으로7가지 단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제시 하고 있는7개의 제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요즘 세상에서 판치는 성공비결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굳이 ‘영생의 말씀’을 들먹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러한 내용이라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구원의 믿음’이 아니라 인간들 스스로 만들어 낸 ‘자기확신적 믿음’만 가지고도 충분히 이루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성경에서는 믿음의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입을 통하여 하나님의 백성을 ‘세상에서 분리된 자들’로 가르치고 있다. 즉, 모든 사람들은 예수를 믿기 전에는 세상 나라에 속하였지만 구속의 은혜를 입어 하나님의 백성이 된 자들은 세상에서 떠나 하나님의 나라에 옮겨진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진정한 성공은 이 세상, 이 땅에 있지 않다. 비록 이 땅에서는 나그네로서 단순하고 평범한 삶을 살 지언정 나중에 주님을 뵈면 그 때 주께서 우리를 뛰어나게 해 주시리라는 믿음을 갖고 사는 것이다.

 참된 신자라면 이 땅에서는 부족하고 소박하고 모자라고 지는 듯 살아도 구원해 주신 은혜에 늘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므비보셋 처럼 ‘죽은 개’같은 신세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 하나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이 있어야 한다. 아무 자격도 없는 우리를 구원해 주신 분 앞에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복 운운’하며 자식의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나는 적어도 은혜를 이렇게 배우지 않았다. 차라리 므비보셋이 말하는 ‘죽은 개’나 다윗이 고백했던 ‘벌레’가 될 지언정 하나님 존전에 고개를 숙이고 싶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나눔에 있어서도 나의 소감은 이렇다. 쓰다 나머지 물건 조각들을 모아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취지는 좋다. 그리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해서 번 돈을 움켜쥐지 말고 자선사업 같은 곳에 잘 써서 복의 씨앗으로 삼으라고 한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죽었던 생명을 살려 주신 은혜에 대한 보답이 고작 이 정도 인가. ‘복 받기’를 겨냥해서 나누고 섬긴다면 이 보다 더 유치한 기복적 발상이 어디 있을까.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지난 번 뉴올리언즈에 몰아친 태풍의 참상을 보았다. 수 년전에도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에 태풍으로 인한 홍수 피해가 제법 컸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책의 저자는 자기네 교회가 그동안 ‘복 받을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 재앙에서 빗겨 나갔다고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재앙을 받기는 커녕 베푸는 위치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주는 복을 마음껏 누렸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 버린 다른 사람들과 다른 교회들은 다 저주 받았다는 말인가. 이러한 교회의 분위기에서 성도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인가. 적어도 제대로 된 교회의 지도자라면 이웃들이 고통 받는 것을 보면서 차라리 저들이 겪는 어려움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달라고 겸손히 하나님께 기도해야 되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미국제 복음주의를 경계하라고 한다.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미국은 자본주의가 최고도로 발달한 나라이다. 힘과 돈과 성공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이다. 미국식 자본주의적 기독교 사상이 마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인 것처럼 포장된다면 경계해야 될 대상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면 무엇이 미국식 자본주의적 기독교 사상인가? 그것은 일등주의, 성공주의, 물량주의, 세속주의, 상업주의 그리고 또 하나 긍정만능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은 가난한 심령 보다는 풍요한 물질을 선호하고 속된 경쟁에서 긍정적 사고로 이긴 결과물로 베푸는 것을 마치 복음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한마디로 ‘세상에 더렵혀진 복음’이라 아니할 수 없다.

 미국에서 성공한 스토리가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는 있다. 미국에서 성공한 기독교 프로그램이 한국 교회에서 그대로 사용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많이 팔린 책이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다.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한 번쯤 여과해 보고 점검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점검하고 누구를 통하여 여과되어야 하는가.

 이 책을 적극 추천해 주신 분들의 면면을 보니 한국 교회와 기독교 교육의 대표격인 지도자들이다. 나는 나의 서평이 이 분들의 칭찬일색의 추천사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말 좋은 책, 한국 성도의 영혼에 정말 유익하고 생명을 풍성하게 해주는 책만을 추천해 주기를 바라고 싶다. 세상의 성공과 행복을 뒤로하고 이 땅에서는 나그네가 되어 본향을 향해 순례의 길을 묵묵히 가는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 말이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세상에서는 성공할 수도 행복할 수도 없다는 것이 주께서 당부하신 진리의 말씀이다. 만일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성공과 행복을 추구하도록 조장한다면 이것은 매우 심각한 오류이거나 교묘한 속임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그리스도인들이 참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영생의 기쁨이다. 믿음이 선진들이 보여 주었던 삶은 세상의 눈으로 보면 실패요 불행이었지만, 그들은 큰 기쁨과 평화 가운데 모진 고통과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포기하였다.

 요즈음 이러한 류의 책들이 칭송과 갈채를 받는 모습이 곧 한국 교회와 기독교 리더십의 현주소가 아닌가 심히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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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뽀스 2007-01-13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P까지 읽다가 덮어버린 책인데, 나그네님 리뷰가 와닿아서 스크랩했다. 이 책을 읽고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현재 (미국...아마도 한국도 포함)기독교의 모습에 당황했고 슬펐다. 더군다나 내 주변의 기독교인들이 모두 열광적으로 추천하는 책이니..씁쓸함만 남을 뿐. 뭐 하긴 따지고 보면 다 인간이란 게 다 "나만 잘 되고 나만 복받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동물 아니던가..
긍정적으로 살자는 모토는 더없이 좋지만.. 종교서적보단 자기계발서나 마인드컨트롤북으로 더 어울리는 책.
 
 전출처 : 하이드 > 나는야 다이모니언
다이모 핸디라벨 오렌지-1880-2
다이모
절판


너는 누구냐?

DYMO 라고 합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사무실에서
나는 회사에서 나눠주는 계산기 안 씁니다.
무인양품 판매1위인 다리 있는 뽀대나는 계산기 쓰지요.
내꺼라고 찜하는
다이모 블랙테이프가 계산기에 딱 붙어 있지요

모니터 위 달력
이번달 일본어 학원수업날표시입니다.
달력 오려놓고, 그 위에 NIHONGO라고
잘난체하며 붙여놓기도 합니다.

그 많은 파일은 투명양면파일에 커스터머별로 차곡차곡 놓고
색색의 테이프로 라벨을 만들어줍니다. 으쓱

요렇게 책상위에 널부러 놔도
밉지 않지요. 호호호

테이프를 요렇게 쑤셔넣고

글자를 하나하나 맞춰가며
손잡이의 레버를 달각달각달각달각

pending file을 만들었습니다.
접착력이 겁나 강합니다.
하지만, 매끈매끈한면에서는
자욱하나 안남기고 미련없이 떨어져줍니다.

스테이플러역시 회사에서 나눠주는거 안쓰고
무인양품의 스테이플러 씁니다.

역시 내 이름 다이모 블랙테이프로 쾅 찜해놓습니다

가죽수첩입니다.
민트색 o-check 가죽수첩에
진녹색 테이프로 이름을 찍었습니다.
가죽에도 잘 붙습니다.
접착력은 좋은데, 떨어질때 자국이 안 남으니,
정말 쿨한 성격입니다.

*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dymo dymo dymo dymo 라고 써 있는 테이프를 사야합니다.

앞장의 여행계획입니다.
벨기에, 파리, 그리고 런던

괜히 한번 멋있어볼까 싶어
다이모로 찍어봤습니다

아마존 쇼핑 리스트입니다.
연녹색 종이에 프린트 한것
스카치테이프 따로 필요 있나요.
다이모로 달각달각달각 찍어 테이프 대신 붙입니다.
AMAZON 이라고 찍어서요.

봄 쇼핑리스트입니다.
빨강다이모테이프로 SPRING이라고 찍어봅니다

신촌의 매운홍합집 '완차이' 입니다.
사진은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것
회사에서 몰래 칼라프린터로 뽑았습니다.
수첩에 붙여줍니다.

wanchai라고 빨강 다이모로 달각달각 찍어서요.

평범한 크리스마스 볼입니다.
두개에 천원주고 이건 '다이소' ( 천원샵) 에서 천원주고 샀습지요.

다이모로 '행복' 이라고 찍어서 붙여봅니다.

크리스마스볼이 조금 더 특별해집니다

요건 몰까요?

오래된 올림푸스 펜카메라 가죽집입니다.
저래뵈도 꽤 오래썼는데,
딱 붙어서 안 떨어집니다. 기특한것.

I'm Dymo
저는 다이모입니다.

* 이외에도 양념통! 수첩 인덱스! 제 후배 하나는 샤넬콤팩트에도 붙이고 있습죠.

상상력을 맘껏 펼쳐보세요.
'다이모'와 함께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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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7-01-2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예뻐요
 
 전출처 : 드팀전 > 음악이 없다면 인생도 없다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 하루키가 말하는 '내가 사랑한 음악'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0여년 전 쯤 기억이다.몇 몇 사람들이 나를 보고 하루키를 닮았다고 했다.당시 나는 하루키를 접하지 않았던 상태였다. 그래서 그 말이 칭찬인지 놀림인지 알 지 못했다.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서점에서 그의 사진을 보았다.그 사람들이 한 말은 분명 외모를 뜻한 것은 아니었다.하루키와 나는 제비와 참새처럼 확연히 구분된다.

남들 보다 늦게 하루키의 소설을 읽었다.나름대로 재미는 있었지만 왜 독자들이 열광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그의 재즈에세이도 보았다.그의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내가 어디가 하루키랑 닮았지?'라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내게 유리한 쪽으로 그 유사성을 찾아보고자 했다.나는 당시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던게 두가지 이유에서가 아니었나 하고 추론해 본다.하나는 음악에 대한 '잡식성 성향'이다.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에도 나오지만 하루키의 음악감상은 j-pop(물론 그가 열심히 듣는다고 하진 않았지만)에서 부터 락,재즈,클래식으로 넘나든다.다음으로 추론해 본 것은-이것은 자랑이라 할 수 없는데-하루키의 소설 속 인물들과 비슷한 분위기 때문이다.이런 류의 동질성에 대해서는 사실 나 역시 긴가민가하다.그러나 결코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어려운 구석이 있다.뭐라 딱히 집어서 하루키의 어느 소설 ,어느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그러나 내 젊은 날의 방황이 가진 기억 중에는 하루키 소설 속 인물들과 유사한 경험 내지는  비슷한 뉘앙스가 배여있던 것도 사실이다.내 경험에 한정 지을 수 밖에 없겠지만 -하루키적이냐 아니냐로 놓고 보면- 내가 만났던 내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내가 가장 '하루키적'이었던 것 같다.

<의마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는 하루키가 쓴 잡식성 음악 에세이다.등장하는 인물만 보더라도 그의 잡식성 메뉴는 확인된다.재즈 피아니스트 시드월턴,비치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클래식 피아노의 거장 루돌프 제르킨과 아루투르 루빈슈타인,내가 잘 모르는 j-pop의 스가시카오...그리고 마지막은 미국 포크의 원류 우디 거스리... 중국집 메뉴 보다 다양하다는 생각도 든다.(사실 중국집에서 주문하는게 늘 거기서 거기라서 그렇지.실제는 중국집 메뉴가 더 많긴 할 것이다.)

하루키 음악 에세이의 장점-곧 단점이기도 한-은 순음악적 전문 지식이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의 음악계에서의 계급은 애호가이지 전문적인 음악평론가이거나 연주가가 아니다.그러므로 하루키는 인문학적이며 감성적인 음악론을 펼친다. 결코 악보를 들이대며 '32번째 마디부터의 디크레센도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곤란하다.' 는 투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물론 분석적이고 순음악적 평론도 아주 필요하고 중요하다.그런게 없다면 음악이 칵테일바에서 등장하는 여흥을 달래주는 다양한 종류의 칵테일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그리고 또한 칵테일용 음악도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여하튼 하루키의 음악론은 그저 음악가에 대해 조그만 사전 지식이 있고 그들의 음반을 몇 장 들어본 수준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이야기에 동참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다.

 하루키 에세이의 또다른 장점은 하루키의 표현력에 있다.같은 음악도 '좋다/나쁘다' 라고 말하고 마는 평범한 수준의 일반 청취자에게 하루키의 표현력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가끔은 '맞아.내가 그 음악을 들으며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야.' 하는 류의 대리만족의 경험을 주기도 한다.(그와 반대로 '나는 같은 느낌을 갖고도 왜 이렇게 표현하지 못했을까 하는 좌절감도 동시에 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언급된 윈튼 마설리스에 대한 하루키의 평가는 내게 '어쩜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이렇게 표현하고 싶었었는데..' 하는 씁슬함을 건네주었다. 윈튼 마설리스에 대한 하루키의 평가 중에 이런 것들이다.

(윈튼 마설리스는)'이봐요,난 이것도 할 수 있다고요,이런 것도 할 수 있고요' 라는 듯 사뭇 득의양양한 태도가 다소 거슬리게 된다... <스탠더드 타임 vol6 Mr 제리롤> 이 앨범이야말로 윈튼 마설리스의 '공부 증후군'의 좋은 예이다...' 어때? 잘하지?' 라는 메시지만이 빤히 들여다보여 그 결과 어이없을 정도로 깊이가 없는 음악이 만들어지고 만다.그의 오리지널 작품은 역시 들을 만하지만 그 이외의 스탠더드곡의 완성은 정확히 말해 비참하다.....그렇기에 감탄은 해도 감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한 잘 알여지지 않은 피아니스트 시드 월턴에 대한 이런 표현은 정말 압권이다.

(시드 월턴은) 퍼시픽 리그의 하위 팀에서 2루수를 보고 있는 6번 타자 같은 존재다.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에서 새로 알게 된 사람이 스가시키오였으며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사람이 시드 월턴이었다.시드 월턴의 음반은 복사판이 하나 있었는데 거의 듣지 않아서 있는지도 가물 가물했다.이 책을 보고 카피본 CD를 살펴봤다.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는  스티플 체이스 레이블에서 나온 음반이다.이 음반에는 4곡이 들어있는데 그것도 마지막 곡은 곡이라고 할 수도 없는 1분 남짓한 멤버소개 테마음악이다.존 콜트레인의 <블루 트레인>이 첫번째 곡이다.테너 색소폰 밥 버그와 함께 동일한 멜로디를 연주하는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다.시드 월턴의 피아노 스타일은 하루키가 지적한것처럼 그다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즉흥연주의 피아노 턴이 되면 중용적이면서도 격조 있는 연주를 들여준다.하루키가 칭찬했던<달콤한 모음곡> 에서 역시 네명의 멤버가 서로를 존중하며 제각기 기량을 펼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하루키 덕분에 시드 월턴의 피아노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더 좋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의 곡들은 서핑 음악 말고도 가끔 라디오에서 흘러 나온다.퇴근길에 가끔 듣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도 비치보이스의 비-서핑음악이 간혹 선곡되었던 걸로 기억된다.<펫 사운드> 음반은 90년대에 재발매 되었다.당시 브라이언 윌슨은 이 음반에 대한 라이너 노트를 찍접 썻다.브라이언 윌슨에게 영향을 준 음반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비틀즈의 음반이었다.비틀즈의 음반을 듣고 브라이언 윌슨에게도 무언가 영감이 왔나보다.Don't talk, God only know, Caroline no 같은 곡들에서 초기 비틀즈의 실험성이 언뜻 언뜻 보인다.물론 이 음반에서 국내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은 민요였던 sloop john B였다 .우리말로 번안되어서 불려지기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7번에서 피아니스트들에 대한 하루키의 표현도 재미있다.

브렌델의 경우는 여느 때처럼 지적이며 음악의 논리가 분명하다.이는 물론 바람직한 현상이나 안타까운 건 설정된 논리에 설득력이 없다는 점이다.네 악장을 통틀어 들어봐도 결국 남는 것은 품격있는 지적인 지루함뿐이다...(리히터,길레스의 연주에 대해) 어디까지나 심각하고 진지하게 농담 같은 건 처음부터 낄 자리도 없다는 듯이 보여 왠지 공산국가의 매스게임 같은 두려움이 앞선다.이런 타입의 연주는 오늘날에는 역사라는 서랍장 속에 살며시 넣어두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7번은 하루키가 말하는 그의 '개인적인 서랍장'에 들어 있는 음악이다.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할 만한 그런 곡은 아니다.음반을 뒤적여 보니 다른 슈베르트 소나타들 사이에 딱 한장의 연주가 있었다.에밀 길레스의 리빙스테리오 레이블에서의 연주.다시금 들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스탄 게츠에 대한 하루키의 편애는 유명하다.따로 언급이 필요없을 것 같다.나같은 경우에는 스탄게츠를 하루키만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전성기 버브 시절 녹음보다 오히려 마지막 음반인 <피플 타임>음반이 마음에 남는다.스탄 게츠의 마지막 녹음이며 또한 투병 중의 연주라는 외적 이유가 더 인상적이기 때문이다.백조의 노래처럼 스탄 게츠는 케니 바론의 피아소 선율에 마지막 색소폰 소리를 얹는다.하루키도 지적했듯이 완벽한 테크닉은 결코 아니다.마치 깁스하고 연주하는 사람같기도 하다.어떨 때는 다음 프레이징을 넘길수 있을까 하고 조마조마하게 만들기도 한다.실제로 연주를 본 사람들은 더했을 듯 하다.마지막 음반에 들어있는 찰리 헤이든의 <퍼스트 송>은 원곡보다 스탄 게츠의 덜컥이는 연주가 훨씬 마음 속 깊이 들어온다.색소폰이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여서 코 끝이 찡해진다.오늘처럼 가을 비가 내리는 밤,이 곡을 듣고 있으면 오랫동안 끊었던 담배 한 개피를 들고 창가로 나가고 싶어진다.

루돌프 제르킨과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정말 뜻밖의 비교이다.스파게티 집에서 된장찌게를 떠올리는 기분이었다.대개 연주가들의 비교는 하이페츠/오이스트라흐,리히테르/길레스,칼라스/테발디,토스카니니/푸르트뱅글러,파바로티/도밍고...뭐 이런 식이 익숙하다.그런데 제르킨과 루빈스타인이라니...독특하다.물론 비교대상을 누구로 잡냐에 따라서 비교하지 못할 연주가가 어디있겠는가? 제 각가의 특색이 있기때문에 어떤 식으로도 이야기는 만들어진다.그럼에도 제르킨과 루빈스타인을 비교하는 글은 이 책에서 처음 만났다.그래서 신선하다.대개의 피아니스트들은 제르킨과 유사한 철학자,수도자 같은 스타일이다.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또한 연습에 충실하다.음악에 대해서는 완벽주의적 성향을 갖는다.그 완벽주의가 약간의 기벽으로 보이기도 한다.오히려 음악계에서는 루빈스타인같은 스타일이 독특한 사람이다.루빈스타인은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었으며 대중적 취향에 적당히 야합(?)하기도 했던 사람이다.워낙 한량이어서 노는 것도 좋아했으니 말썽도 많았다.하루키가 이 책에서 언급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는 루빈스타인 스타일을 보여준다.(내가 클래식 음반을 모으기 시작하던 초창기에 누가 누구인지도 모를때 샀던 음반이다.) 루빈스타인의 연주는 유들 유들하다.드라마틱한 연주를 즐기는 피아니스트들이 포르테로 힘을 모으는 지점에서도 루빈스타인은 '툭 툭' 샌드백 두드리 듯 치고 지나간다.요셉 크립스의 반주 역시 그다지 용을 쓰지 않기 때문에 밸런스가 크게 무너지진 않는다.제르킨의 연주...하루키가 지적한 바와 똑같은 걸 간혹 느낀다.어떨때는 무척 좋지만 또 어떨 때는 듣기 힘들어진다.

하루키가 좋아한다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두 장의 음반<리버>와<네브라스카> 는 락팬들이 인정하는 브루스의 최고명반이다.그릭고 풀랑의 음악은 기묘하다.독특한 소스 맛이 나는 음악이다.나는 주로 그의 피아노 음악과 실내악곡을 즐겨 듣는데 하루키의 초대로 풀랑의 가곡집에도 손을 댈 듯 하다.부드러운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들려 주었던 제랄드 수제의 음반이 눈에 들어 온다.

하루키의 삶에서 부러운 점은 그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작품을 쓰면서 음악을 즐긴다는 것이다.런던에서 하루키는 이렇게 살았다고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집중해 소설을 쓰고 지치면 오후에는 산책을 하고 찻집에서 홍차를 마시면서 독서를 하고 날이 저물면 윗도리를 걸치고 음악을 들으러 갔다." ... "상쾌한 일요일 아침 커다란 진공관 앰프가 따뜻해지기를 기다리고 (그동안 물을 끊여 커피라도 준비하고) 천천히 턴테이블에 풀랑크의 피아노곡이나 가곡 LP를 얹는다.이런게 하나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키 자신도 이런 행복이 모든 행복의 척도라고 생각치는 않는다고 말한다.그러나 이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종류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다른 모든 복잡한 생각은 잠시 접어둔다. 그냥 그 상황을 그려봤다.행복해 보인다.좋아하는 일과 자유로움과 음악이 하루안에 빼곡하게 들어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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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뽀스 2007-01-04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살까? 고민중.
 

MBC 신해철 고스트네이션 12월 4일 선곡표

" 찬바람 맞이 light jazz 특집! "

 

 




1. 장국영- a thousand dreams of you

2. Nat king cole- L-O-V-E

3. Tony Bennett-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4. Julie London- Sway

5
. Sarah Vaughman- Moon river

6. Barry Manilow- When October goes

7. Ella fitzgerald- Bewitched

8. Matt Dusk- beyond the sea

9. Billie Holiday- Come rain or come shine

10. Dionne Farris- Wild flower

11. honey drippers- Sea of love

12. Michael bolton- Gerogia on my mind

13. Astrud Gilberto & George Michael- Desafinado

14. Lisa Ono- My Cherie Am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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