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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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수많은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속 인문의 세계를 들여다본 적은 있는가?

첵을 통해 소설에서 나오는 소재부터 배경까지 찬찬히 살펴보고 나니,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왜 찬사를 받는지 알 것만 같았다.

저자는 말한다, 소설은 가장 공을 들여 만든 정교한 이야기라고.




Ⅰ 역사의 단면을 다룬 벽돌책 도전하기


♣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 시베리아를 담다


'러시아'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단어들이 떠오를 것이다.

애서가인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역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이다.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연결되는 끝지점이 있는데 바로 '시베리아'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드미트리도, 「죄와 벌」의 로댜도, 「부활」의 카튜샤도 시베리아 유형지로 향하게 되는 결말을 맞이한다.

실제 도스토옙스키는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명을 받아 사형선고를 받았었다. 그의 나이 28살이었다.

다행히 사형 집행은 취소되었지만 4년을 감옥에서 보낸 후, 시베리아로 보내져 4년 동안 복역했어야만 했다.

「죽음의 집의 기록」은 도스토옙스키가 시베리아에서 복역했던 경험을 토대로 지은 소설이다.

저자는 특히 시베리아 유형지에는 또 다른 세상이 연결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과 「죄와 벌」의 주인공이 시베리아 유형을 떠나면서 소설이 끝났다는 점을 아쉽게 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궁금증은 책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바로 「시베리아 유형의 역사」이다.

사실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처음 보게 되는 책이라 드미트리, 로댜, 카투샤의 유배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시베리아는 아시아계 민족이 거주하며 수렵과 유목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곳이다.

러시아에게 있어서 시베리아는 모피와 지하자원을 조달하는 식민지에 불과했는데 표도르 1세가 시베리아를 영토로 합병하고 예카테리나 2세가 시베리아 행정청을 러시아 중앙 행정체제로 대체하면서 공식적으로 러시아의 영토가 되었다.

17세기 러시아에서 중범죄는 대부분 사형으로 다루어졌으며, 있었긴 해도 드물었던 유형 제도가 1649년 전국주민회의법전에서 시베리아 유형으로 공식 등장하게 되었다.

이는 지주에게 속한 농노가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고 시베리아라는 지역을 유배지로 삼는 법안이었다.

광활하고 척박한 땅에서 사람이 살 만한 땅으로 개척을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통제로 공포감을 줄 수 있으니 시베리아 유배형은 러시아 정부입장에서 매우 이득인 셈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도스토옙스키에 관한 내용처럼 러시아 권력 체제를 비판하는 위험인물들을 손쉽게 사회에서 격리시키려면 시베리아 유배만 한 것이 없었다.

이렇다 보니 17세기 중반부터 사형보다 시베리아 유배형이 더 많아져 시베리아는 유배의 땅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 로맨스 소설에 가려진 노예들의 삶


「맨스필드 파크」를 책으로 혹은 영화로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책은 읽었지만 아직 영화는 보지 못해 영화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지만 책과 영화의 내용은 살짝 다르게 흘러간다고 한다.

(책으로) 짤막하게 소개해보자면… 가난한 집안환경에서 성장한 주인공 패니는 이모네집이 있는 맨스필드 파크로 보내지게 된다.

이모부는 엄하고 이모는 무신경하고 큰이모는 구박하고 사촌들 또한 무관심으로 그녀를 대하니 모든 것이 낯설어 쉽게 적응하지 못하지만 사촌오빠 에드먼드만이 유일하게 그녀에게 마음을 써주었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적응하기 힘들어했던 패니는 점점 굳건한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서 성장하게 된다.

이후 잔잔했던 맨스필드 파크에 스캔들이 터지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에드먼드를 사랑했던 패니는 결국 그와 결혼을 하게 된다.

책 「맨스필드 파크」에서는 이모부가 엄하고 가부장적이어도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영화 「맨스필드 파크」에서는 남미에 위치해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는 노예를 학대하고 성폭행하는 사디스트로 표현된다고 한다.

소설에서 다루지 않는 노예 무역을 영화에서는 여실히 나타내어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준다고 한다.


책에서는 노예 무역이라는 단어가 한 번밖에 나오질 않아 제인 오스틴을 비판하는 비평가들도 더러 있다.

제인 오스틴은 과연 노예 해방에 관심이 없었을까?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는 1800년대로 장남과 함께 안티과로 떠난 해가 1806년이었는데, 1806년은 영국 의회가 노예 매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값싼 노동력으로 운영되던 농장들이 경영난에 부딪히고 있었다.

즉, 출간되기 이전부터 노예 문제는 영국 사회의 큰 쟁점이었던 것이다.

식민지에 농장을 소유했던 이모부 토마스 경이 의회의 일원이었다는 설정 자체가 노예제도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책으로 접해서 노예 무역에 초점을 두지는 않았었다.

줄거리의 흐름에 따라 읽었기에 그러려니 했었는데, 글을 읽고나니 무엇이든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겠구나 싶었다.

어떤 부분으로든 '연결'되기 때문이다.

덧붙여 저자처럼 노예 무역과 농장체제에 대해 궁금해졌다면, 마커스 레디커의 「노예선」을 살펴보면 된다.

비슷한 맥락으로 선장과 선언, 노예의 시각에서 심층 분석했기에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Ⅱ 복잡한 인간 내면의 소우주 이해하기


♣ 예술의 불멸하는 재료, 질투


출간한 지 80년이 지났지만 대중들에게 뮤지컬이나 영화로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전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증상을 뜻하는 레베카 증후군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고아로 자라 귀부인의 하녀였던 '나'는 한 홀아비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성공하지만 모두가 전 부인이었던 '레베카'를 사랑하고 잊지 못해 대놓고 무시를 당한다.

모두가 레베카만을 신봉하니 자존감 또한 바닥으로 추락하여, 스스로 레베카보다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질투심에 시달린다.

이 모든 것이 하녀가 꾸민 계략이지만 '나'는 남편에게조차 한 여자로 취급받는 게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레베카가 앉았던 자리에서 앉아야 했고 레베카가 사용했던 식기를 이용해 식사해야 했고 레베카가 사용했던 물건들을 그대로 사용해야만 했다.

직접 대면한 적도 없는 레베카이지만 상황 자체가 더 몰고간 것이었다.

그러나 남편의 진심을 마주하고 나니 '나'가 가졌던 질투심은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질투가 얼마나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질투에는 샤덴프로이데가 존재한다.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레베카가 불행해지니 이는 곧 '나'의 행복으로 연결되었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던 자존감이 올라가니 '수습 하녀'에서 '엄격한 여주인'으로 스스로를 승격시켰고 남편 맥심이 저지른 살인마저도 감싸안는 대담함까지 보여준다.

샤덴프로이데 Schadenfreude 는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말하는데 상처를 뜻하는 Schaden과 즐거움을 뜻하는 Fredue의 합성어이다.


질투에 능한 사람들은 삶에서 사소한 질투가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시기나 질투가 나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다면 문제가 된다. 「레베카」의 주인공 '나'처럼.

'나' 자신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즉, 적정선이 중요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조건이나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니 경쟁사회 속에서 질투는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신들도 질투를 하였다. 질투의 여신이 던져놓고 간 황금사과때문에 트로이 전쟁까지 일어나지 않았는가.

질투는 사람의 타고난 본성 중의 일부이며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는 않을 감정 중 하나인 것이다.




Ⅲ 아는 만큼 빠져드는 일상의 인문학


♣ 고양이, 인류 이전 신의 대리인


저자가 어린 시절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고선 막연하게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후 다시 읽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이 벽에 넣고 묻어버린 고양이가 끝내 살아남아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아내를 죽인 범죄가 탄로나게 된 이야기인데, 그 기억만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무서웠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읽고보니 그제서야 보였던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린 주인공이 고양이를 일방적으로 학대했다는 사실을.

고양이 플루토는 애교도 많고 주인을 잘 따랐으며 심지어 외출할 때도 주인을 따라 나오려고 했다.

개는 주인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지만 고양이는 자기 생활도 매우 중요하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편이다.

그런데 플루토는 고양이임에도 불구하고 개과였다.

「검은 고양이」를 읽을수록 고양이의 참모습이 궁금해진 저자는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를 펼치게 되었다.


과거 서양에서는 검은 고양이를 마녀로 생각했었지만 고대 이집트에서는 국보 그 자체였다.

이집트인들이 특히 귀히 여긴 이유는 건조한 사막에서 사람과 가축의 목숨을 노리는 코브라를 고양이만이 유일하게 잡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곡식과 목숨을 지켜주는 고양이에게 신앙의 권위까지 부여하게 된다.

개는 사냥을 할 수 있어 구석기 시대부터 인간의 동료가 되었었다.

이후 농사를 짓는 신석기 시대가 왔고 쥐로부터 식량 창고를 보호하게 되면서 고양이가 뒤늦게 인간의 가족이 되었던 것이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외가집에 가면 방학 때마다 강아지와 시간을 보냈다.

단독주택이라 옥상에 가끔씩 길고양이가 지나다니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없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었는데 미국에 잠시 머물렀을 때 함께 했던 고양이덕분에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었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TV를 보고 있으면 조용히 내 곁으로 다가왔고 shake it, shake it, hands를 하면 발톱을 감춘 채 뽀송뽀송한 젤리를 뽐내며 앞발을 손 위에 올려놓아 주었다.

깨끗하고 깔끔한 것은 물론 조용하고 애교많은 고양이를 보며 처음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을 정도였다.


어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고양이 연쇄살해범, 캣 프레데터를 조명하였다.

재작년 봄, 포항 한 대학교에서 나무 위에 물체를 보곤 모두가 기겁했다고 한다. 잔혹하게 살해된 고양이의 사체였던 것이다.

심지어 고양이를 십자가에 못 박거나 잔인하게 사체를 훼손시키기까지 했는데 경찰의 잠복 수사 끝에 한 남성을 체포하게 되었다.

그는 고양이에게 분노를 표현하였지만 사실 그 대상은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쳐 너무 무서웠었다.


성경에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며 신을 대신해서 세상을 다스릴 임무를 맡겼다고 하지만 사실 그 임무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에게 처음 맡겨졌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중국 고대 신화에서는 신이 세상을 창조한 다음 동물들을 관리하고 세상이 올바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을 고양이에게 맡겼다고 전해진다.

왜일까? 생각이 많고 사색을 즐겼으며 신과 소통하고 다른 동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까지 선사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세상 돌보기보다 따뜻한 햇볕 아래 낮잠 자는 것이 더 좋았던 고양이가 그 다음으로 사람을 신에게 추천했다고 전해진다.

저자는 중국 신화를 통해 고양이에 대한 3가지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첫째, 고양이가 원래 언어 체계를 가졌던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둘째, 고양이는 어쩌면 인간보다 더 똑똑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셋째, 우리는 고양이가 쓸데없이 잠을 많이 자는 모습에서 고양이가 철학적인 동물이라는 점을 잡아내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맞을 수 있다.

정신 활동은 육체 활동만큼이나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데 고양이를 보면 하염없이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을러 보여도 매우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동물이 사실인가보다.

특히 미국에서 고양이와 함께 하며 나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게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첫번째 이유를 보니 우연은 아니었나보다.




'책이 책을 불러 일으킨다.'

'인문학적 견문이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책을 읽고나니 이 생각부터 번득 들었다.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에서 나온 책들을 이미 읽었다면 충분히 배경지식이 되어 새롭게 혹은 덧대어 해석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읽지 않았어도 어려움은 없지만 아마 그 내용이 궁금하여 언급되었던 책들이 어느새 책장에 꽂혀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독서습관 중 하나인 재독에 확신을 들게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 시대를 대표했던 작가가 쓴 고전 소설이라면 꼭 '재독'하기를 추천한다.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생각의 깊이도 깊어지는데 이 때 읽고 보는 것들이 전부 새롭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책 제목만 보고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성인이 되었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여담으로, 책 속의 책을 풀어쓰자니 혹여나 안 읽은 사람들도 있겠다 싶어 나도 모르게 작품마다 줄거리를 쓰고 있었다.

알라딘에서 진행했던 북펀드였던 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덕분에 「죄와 벌」부터 「가난한 사람들」,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까지 재독할 수 있었는데 「죄와 벌」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거의 다 쓰는 바람에 내용이 너무 길어져 따로 빼놔 저장해놨으니 이는 따로따로 작성해 또다른 리뷰로 업로드 할 예정이다.


나도 꽤 많은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중에서 딱 절반밖에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하니 더 많이 보고 읽어야겠구나 싶었다.

특히 아직 보지 못했던 고전소설 위주로 섭렵해야겠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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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의책장 2022-12-16 19:25   좋아요 0 | URL
댓글을 이제야 봤어요! 감사합니다^^
요새 날씨가 정말 추워요. 감기 조심하세요♥

persona 2022-08-07 2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베카도 사두고 읽지 않았는데 얼른 읽어봐야겠네요.

하나의책장 2022-12-16 19:26   좋아요 1 | URL
오 정말요? 전 재미있게 읽었었거든요!ㅎㅎ
Persona님 마음에도 쏙 들 거예요♥
 
착한 여자가 더 상처받는다
라이이징 지음, 신혜영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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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문득 조그마한 불화가 생긴다면 곧장 생각하게 된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내가 어느 부분에서 잘못을 저질렀을까?'

나의 잘못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상대방은 애초에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예의와 존중이 중시되는 관계라면 상관없지만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나의 위치를 '을'로 만든다면 마냥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좋은 며느리, 좋은 딸, 좋은 엄마라는 짐을 내려놔도 좋다.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다.


실제 정신과 의사가 상담했던 다양한 사연들을 다루었으며 사연에 대해 분석하고 조언해주는 것까지 담겨 있다.


저자, 라이이징은 정신과 전문의, 공중보건석사, 의학박사이다. 의학센터 주임을 맡았고 여러 차례 의술 연구를 진행했다.

국제 학술 간행물에 논문 열 편을 기고했고, 현재 개업하여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문과적 뇌로 이과적 사고 훈련을 받았으며,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고, 결혼 경험이 의사 경력보다 3년이 적다. 일만 많고 낭만 같은 것은 잘 모른다.




Ⅰ '좋은 며느리, 좋은 딸, 좋은 엄마'라는 짐을 내려놓다


♠ 사연 | 효도는 아들의 책임이지 며느리의 의무가 아니다


시부모님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면 역시 그냥 순순히 따르는 게 모두가 편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감정 없는 로봇으로 만들어갔다.


그녀는 결혼 전에 친정에서 정말 행복했다. 오히려 결혼 후 시집에서의 노동이 힘들었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아내와 며느리로서 여러 역할을 해야 했고 거기에 회사까지 다녀야 했으므로 그녀는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녀야말로 남편에게 묻고 싶었다. 대체 내 부모님이야, 당신 부모님이야?

비록 시어머니의 친구분이 '정말 훌륭한 며느리야'라는 말을 남기긴 했으나 '친정에서 그러고 살다가 이렇게 좋은 집으로 시집왔으니 당연히 감사하며 살아야지'라는 노골적인 눈빛에 그녀는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한 번씩 그녀가 옆에 있는 것을 잊었는지 이웃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꾸만 그녀의 친정을 흉봤다. 마치 그녀가 결혼을 통해 고통에서 구제된 것처럼 말했다.



♠ 정신과 의사의 분석


대부분의 기혼 여성들은 결혼 후의 삶이 쉽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왜 결혼 후에 남자의 생활은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걸까. 남자들은 결혼 후에도 전과 다를 것 없이 쉽고 편하다. 그런데 왜 여자는 시집에도 적응해야 하고 시집 식구들의 요구사항에도 따라야 하며 심지어 주변 사람들의 평가까지 받아야 할까.


과거에 여성이 약했던 것은 경제 문제에서 기인한다.

남편은 결혼 후 집을 떠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아들로 살았다. 거기에 아내가 성실한 사람인 덕분에 '효도는 남에게 맡기고' 본인은 누릴 것을 다 누리며 살았다. 책임감도 떠넘기고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까지 저버렸다.

균형을 잃은 관계는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 그러니 시부모는 특권을 가졌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시부모와 며느리는 서로 '존중'해야 그 관계가 오래간다.


시부모님을 남편의 부모라고 생각하면 서로 존중하는 관계로 잘 지낼 수 있다. 효도는 남편의 책임이지 그녀의 의무가 아니다.

나의 노력과 희생에 묻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위 사연과 마찬가지로 맞벌이인 경우) 남편과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

원래 가족도 아니었던 며느리도 함께 살면 가사를 분담해야 함을 아는데, 아들로서 당연히 아들의 역할과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 아닌가.

남자들이 자신의 부모 앞에서는 입을 닦을 수 있어도 아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부모는 아들이니까 받아주지만 아내는 그냥 넘어가 주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너무 말을 잘 들으면 자아를 잃을 수도 있다.



▶ I think …


딸처럼 예뻐해주시는 시부모님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일부일 뿐이다.

처음엔 새식구이기에 잘해줄 순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점차 흐를 수록 느끼게 된다.

결국 시부모님에게 남편만 자식일 뿐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Ⅱ 나의 원칙을 지키면서, 상처받은 나를 사랑으로 감싸 주자


♠ 사연 | 은혜에 보답하라는 형의 강요에 그는 반드시 싫다고 말해야 한다


한 남자가 오랜 시간동안 불면증에 시달리다 병원에 오게 되었다.

건장한 체격이지만 두 눈은 실핏줄이 터졌고 얼굴은 수심이 가득했다.

상담 내내 아무 일 없다고만 하면서 수면제만 처방받으려고 했던 그가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여섯 형제 중 막내였던 그가 태어났을 때 첫째 형은 거의 어른이었다.

고 3이 되던 해에는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형제 중 가장 먼저 결혼한 큰형과 큰형수는 돈에 예민했고 둘째 형네도 마찬가지였다.

셋째, 넷째, 다섯째 형들은 스스로 돈을 벌고 있었으며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막내는 아직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보니 돈이 필요할 때면 형들의 잔소리를 번갈아가며 들어야 했다.

명절 때는 형수들까지 잔소리를 보태니 여자친구 집으로 피신해있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급하게 결혼이 진행되었다.

아버지는 나무라지 않고 차분히 새식구를 맞아들였지만 형과 형수들은 아버지 돈으로 장가간다고 비꼬았고 새로 식구가 된 그의 아내를 탐탁치 않아했다.

나이차가 워낙 큰데다 대꾸할 능력도 없다보니 형과 형수들의 잔소리로 인해 부부가 매우 힘들어했다.

결국 그들이 택한 것은 분가였다.

하지만 본가에 혼자라도 내려가면 형과 형수들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가족 단톡방에서는 막내가족을 향해 온갖 비난과 조소가 가득했다.

아버지는 뵙고 싶지만 형들의 잔소리에 전화마저도 못하자 결국 그는 불면증까지 생긴 상태였다.



♠ 정신과 의사의 분석


형과 형수는 부모가 아닌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봐도 부모처럼 행동하고 있다.

덧붙여, 금전문제에 가장 예민한 첫째와 둘째가 가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키워준 은혜를 갚아야 한다면 그 대상은 누가 되어야 할까요?"

"당연히 부모님이죠!"

"형들은요?"

"제가 어릴 때 형들은 학생이었어요. 나이차가 많이 나다보니 같이 놀지도 않았고 온전히 부모님께서 저를 케어해주셨죠. 그리고 형들도 결혼할 때 부모님이 지원해주셨어요."


나보다 윗사람이라 할지라도 나에게 진심으로 무엇을 해준 사람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예의로 존중해드리는 것으로도 할 도리를 충분히 하는 것이다.

베푼 것도 없으면서 '도덕심'을 무기 삼아 자기 대접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을 우리가 다 상대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고수해야 하는 원칙이고 중심이다.

그에게 중요한 사람은 아버지이자 돌봐야 하는 대상은 아내와 아이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아무리 혈육이고 연장자라 할지라도 '남'이라고 봐야 한다.



▶ I think …


남자든, 여자든 실제 형제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가장 새겨야 할 말은 무엇일까?

그들이 마음대로 말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아무 말이나 내뱉듯이, 당사자 또한 보지 않고 듣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을 권리가 있다.

위 사연처럼 톡방에서 비난하는 말을 받았을 때 당사자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면 그들이 원맨쇼하듯이 내버려 두는 것도 방법이지만 아예 신경쓰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연락을 끊고 차단하면 된다.

잔소리는 듣기 싫은데 전화는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화는 받되 잔소리나 비난이 시작된다면 휴대전화를 옆에 내려놓고 본인 할 일만 하는 현명함도 장착해야 한다.


여전히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다.

특히 연장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기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도 널리고 널렸다.

담담하게 돌아보며 생각해야 한다.

혹시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아니면 그 사람에게 어떤 빚을 진 게 아닌지.

해당사항이 전혀 없다면 무시해도 된다.

"우리가 은혜를 갚아야 하는 사람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베풀어 준 사람이다."




Ⅲ 결핍된 인생은 그 사람의 원가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사연 | 가장 가까운 사람이 준 가장 큰 상처


그녀의 엄마는 노는 것을 좋아해 딸을 돌보지 않았고 그녀는 양쪽 할머니 집을 전전하며 부모없는 아이처럼 성장했다고 한다.

아빠는 구치소에 들어가 있거나 집에 있을 때면 엄마에게 폭행을 휘둘렀다.

자녀 양육에는 관심은커녕 걸핏하면 그녀에게 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후, 엄마는 남동생을 낳았고 그녀는 남동생과 의지하며 덜 외로울거라 생각했지만 엄마는 남동생만큼에게는 큰 사랑을 주었다.

그러니 그녀로서는 자기가 정말 뭘 잘못한 건 아닌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복도 깨끗하지 못했고 학용품도 부족했었다. 학교에 내는 비용 또한 제대로 낸 적 없는 학생이니 선생님도, 친구들도 그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심지어 엄마에게 맞아 뼈가 부러졌을 때 오랜만에 온 아빠에게 강간당했다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 그녀는 집을 나왔다. 지옥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혼자 힘으로 산 것이다.

일생을 함께하고 싶은 남자를 만났지만 결혼에 있어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멍하니 누워있기만 하니 남자친구는 별말 없이 조용히 출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식탁 위에 있는 과도가 눈에 띄었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도 손목을 긋는 게, 죽는 게 낫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칼이 손목을 파고드는 그 순간에도 그녀는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 정신과 의사의 분석


"누구에게나 행복한 가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엄마와 아빠는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

십 대 중반때, 관계를 맺어 그녀를 낳았던 것이었다.

과연 합의된 관계였을까?

표면적으로 성범죄 사건이 될 수 있었으나 양쪽 부모님들은 부끄러움과 수치심때문에 서둘러 합의하여 결혼을 시켰다.

그러나 결혼을 해서도 부부관계가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었고 그녀의 엄마는 정신적으로도 점점 피폐해지는 상태이니 애초에 외조부모가 그 때 고소를 해야 했었다.

같은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무마때문에 여성들의 비극은 끊이질 않는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

가해자는 절대로 피해자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 그건 무고하게 태어난 작은 생명에게도 마찬가지다.



▶ I think …


피가 섞였다고 반드시 사랑이 있는 건 아니다. 살려면 그들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


이 사연만 봐도 선택 한 번으로 인해 3대가 무너지는 꼴이 되었다.

그녀의 아빠는 가해자이자 조부모는 방조자였지만, 그녀가 태어나고서부터는 그녀의 엄마는 더욱 더 폭력적인 가해자가 되었다.

잘못한 건 어른인데 아무 죄없는 그녀가 쓸모없는 인간이라 스스로 생각하며 자신에 대한 확신 없이 살게 된 것이다.


저자가 말하길, 우리가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곧 우리의 내면이라고 했다.

오랜 기간 방치되고 비난받아 왔기에 이미 성장했어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어른이 된 이후에 후유증이 크게 남아 버려질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책에서 나온 모든 사연이 실제 진행했던 상담 내용들인지라 나 혹은 주변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여유로운 집안을 바탕으로 자상하고 다정한 부모님, 우애좋은 형제, 그리고 딸처럼 여겨주시는 시어머니와 언제나 내 편인 남편, 말 잘 듣는 토끼같은 자식들. -이렇듯 다정하고 화목한 가정 아래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겠지만 모두가 고요하고 평온한 나날들을 누리지는 못한다.


혹시 그것 아는가?

'평범하게' 산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을!

화목하고 다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무리 '나'만 애쓰고 잘한들 소용없는 일이다.

모두가 잘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만 흔들림없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흔들림없이 단단해야, 조금의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공동체 내에 한 사람이 상처주기 시작하면 결국 상처받은 사람은 마음을 닫아버릴 것이고 결국은 침묵 나아가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단단하게 쌓는 것은 꽤 쉬운 일일 수 있으나 부서지고 허물어지면 다시 쌓기란 쉽지 않다. 허물어진 크기만큼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책에 나온 사연 중 비슷하게 겪은 사연이 있었기에 더 와닿았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가족 험담을 하는 것 같아 성인이 되어서도 얘기하고 다니진 않았다.

어떤 일을 겪었던 간에, 가족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니 괜히 분란을 조장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삭히고 삭혔었다.

무엇보다 매일매일이 나쁜 것이 아니었기에, 그 잠깐동안이기에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모르는 사람 눈에는 화목하고 다정함만 가득한 가족 품에서 자라났구나로 보이는 것 같다.


흔히들 겪는 사춘기 없이 부모님 속 한 번 끓이지 않는 착하고 예의 바른 딸, 어른들은 날 이렇게 표현한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옥죄어 오는 느낌이 나날이 심해졌고 중학생 때부터 두통과 위염에 시달리기 시작했었다.

한 번씩 마음에 생채기를 받으면 모른 척 하며 넘기고, 그 순간순간이 반복되니 당연히 마음은 병 들어가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의사선생님께서 항상 말씀해 주신다. (집안과 친한 의사선생님인지라 나를 누구보다 잘 알아주시는 분 중 한 분이다.)

굉장히 예민한 시기이기에, 대부분 예의범절 모르거나 성격이 엇나가는 등 어떤 부분 하나라도 삐딱하게 클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참 잘 컸다고.

병원 갈 때면 항상 위로 한 마디, 격려 한 마디씩 해주시는데 그럴 때면 철옹성같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열리는 기분이 든다.

아마 나를 조금은 봐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 선생님께서 친하게 지내시는 분을 소개시켜주셔서 나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시기를 계기로 전부터 관심있었던 심리학을 배우게 되었고 자격증도 취득하게 된 것이었다.

여기서 또 이야기를 꺼내면 나도 모르게 구구절절 쓰게 될 것 같아 이만 줄여야겠다;


다만, 내가 느낀 것이 있는데 여자든, 남자든 꼭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내가 잘하면 상대방도 당연히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꼭 버려야 한다.

물론 상대방도 내가 한 것처럼 잘해줄 순 있겠으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절대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책 제목부터 대상이 '여자'라는 사실에 너무 여성에게 편향된 내용이 아닐까 우려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 사연에도 언급했듯이 여자, 남자라는 구분이 없다.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충분히 입장 바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밀린 서평이 너무 많다.

마음같아선 하루에 서너개씩 뚝딱 올렸으면 좋겠지만 몸이 좋질 않아 하루에 하나 올리는 것도 참 버겁다.

가뜩이나 안 좋은 몸에 후유증까지 겹쳐 너무 힘들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정말 체력이 1도 없나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쓰다 만 서평이 열 개나 넘는데 누군가 마무리 좀 해줬으면 좋겠다.

마법지팡이 한 번 휘둘러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정리해 임시저장글에 쓰다 만 서평들 좀 마무리 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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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4-04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설명에 더해진 하나의책장님의 생각이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사람마다 다르니까, 적당한 거리를 잘 유지하는 것도 괜찮더라구요.
잘 읽었습니다. 하나의책장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06-27 16:06   좋아요 1 | URL
어떤 관계든 적정선을 유지한다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선이 넘어가면 결국은 가까워졌다는 것인데 좋은 관계를 쭉 유지할 수 있는 관계도 있는 반면에 마냥 잘해주면 권리라 생각해 도를 넘기도 하고 일부는 배신을 하기도 하니깐요.
짤막한 짤을 우연히 봤었는데, 윤여정 선생님이 그러셨더라고요.
인생은 항상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 사실 마냥 잘해주는 쪽에 속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믿었던 사람에게 당해보니 참 힘들더라고요.
그 때 이후로 관계에 있어서 적정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scott 2022-04-17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 사회에서 착함은
타인에게 쉽게 이용당하고 상처 받을 수 있다는 것
적당히 선하게
적당히 너그럽게 ^ㅅ^

하나의책장 2022-06-27 16:07   좋아요 0 | URL
정말요! 백 번, 천 번 옳아요!
scott님 덕분에 마음에 한 번 더 새겨봅니다.
적당히 선하게! 적당히 너그럽게!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 인간의 선량함,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뇌과학자의 질문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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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사람들은 어째서 선뜻 남을 도울까?

불공정함에는 왜 그토록 분노하는 걸까?

우리가 선량하며 정의롭고자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선량함, 즉 이타주의에 관한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우리는 뇌과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자, 김학진은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석사학위를, 위스콘신주립대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현재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fMRI를 사용해 인간의 경제적, 사회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뇌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으며,‘공정성 판단’과‘이타적 선택’의 신경학적 기제를 밝히는 연구들을 진행 중이다.





Ⅰ 칭찬에 중독된 뇌


'유능하다'라는 단어가 제시되면 '맞다'와 '아니다'라는 두 버튼 중 무엇을 누를지 결정해야 한다.

'내가 스스로 유능하다고 하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시선, 즉 평판은 매우 중요한 요소일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비로소 나를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세상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튜브 혹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짤막한 동영상들을 최소 하루에 하나씩은 시청하고 있다.

1분도 안 되는 짤막한 영상이 굉장한 파급력을 끌어오기도 하며 이는 곧 수익 창출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유튜버'라는 또 하나의 직업에 도전하고 있다.

먹방, 브이로그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로지 '수익 창출' 목적을 위해 위험하고도 경악스러운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나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인터넷 1인 방송에서 이러한 영상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아프리카TV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어떤 주제의 영상들이 올라오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씩 아프리카 BJ들의 논란이 되는 뉴스를 볼 때면 일부는 영상이 굉장히 자극적이고 경악스럽기도 한 것 같다.

(기사를 통해 본 적이 있는데) 심지어 외국에서는 살인하는 순간을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내 큰 논란이 되었었다.

그렇다면, 이토록 타인의 호감을 얻기 위해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아요'가 수익으로 이루어지는 구조이기에 노력하고 집착하는 것도 이유지만 사실 그 집착 뒤에는 SNS 스타가 되겠다는 자기과시욕 또한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또 자연스레 '왜?'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되는데, 우리는 '뇌과학'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은 신체 항상성을 위한 뚜렷한 가치들을 추구하게 된다. 즉, 고통, 괴로움 등은 피하고 따뜻함, 편안함 등을 자연스레 추구한다.

필요한 것을 얻고 해로운 것은 피하려는 욕구와 이어지는 가장 단순하고도 중요한 기본 가치들은 출생이라는 시점부터 우리의 모든 행동을 강력하게 지배한다.

기본적 가치들이 주변 환경과 타협하게 되면서 점차 정교한 모습으로 새로이 탄생되는데 결국 이것이 인정 욕구이다.

인정 욕구는 발달 과정을 거쳐 성장하면서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뇌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살피게 되면, 우리가 일생에서 인정 욕구를 중요한 가치로 두는 이유를 알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뇌는 우리 몸의 항상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를 바라는데 우리가 처한 환경은 동일하게 쭉 이어지지 못한다.

즉,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경이 항상성 유지를 방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목표와 현실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뇌는 새로운 전략을 찾게 된다.

그래서 뇌는 처리해야 할 정보를 최대한 단순화시킬 수 있도록 범주화라는 방법을 통해 많은 정보 중 대표하는 특성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려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이 때 특정 범주를 가장 잘 대표하는 정보는 평균(mean)이다.

범주화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범주들 간의 연결을 시도할 수 있는데, 이 때 각각의 범주가 지닌 의미 혹은 기능에 따라 나누거나 서로 묶는 추상화 과정이 이루어진다.


우리의 뇌는 평생 쉬지 않고 범주화와 추상화 과정을 거치며 최소노력 대비 최대보상을 얻기 위해 되풀이하고 되풀이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체내 항상성 유지라는 구체적인 하위 범주 가치들은 극도로 복잡하고 추상화된 상위 범주 가치들로 대체된다.

그리곤 뇌 속에 각인된 상위 범주와 절묘하게 맞는 대상이 나타나면 우리는 순식간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좋아요에 목 말라 자기 파괴적인 행동마저 서슴지 않는 보상 추구 행동을 보이는 것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이다.



Ⅱ 그 사람은 왜 착한 일을 할까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방대한 정보의 저장, 처리가 가능하지만 무한에 가까운 정보들 앞에 놓일 때는 보잘것없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잘 변형하게 되는데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기준을 정하는 시점에서 우리의 뇌는 자연스레 자기중심적 기준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 판단 과정이 세상의 정보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화를 통해 다른 사람이 만든 가치들을 겪어 보며 수정하곤 한다.

즉, 사회관계를 통해 다듬어진 가치들이 사회적 가치라 할 수 있으며 윤리적 가치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들 중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이란 부위가 있다. 이는 도덕적 가치 판단에 필수적인 정서적 직관이 저장되어 있는 부위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도덕적 가치뿐만 아니라 더 복잡한 형평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는 과정과도 관련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연구결과를 통해 증명되었으며 '형평성에 대한 선호'와 같이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것으로 믿어온 사회적 가치 역시 복내측 전전두피질에서 계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타인을 돕는 이타적 행동은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우세하고 직관적인 가치로 강하게 우리 뇌 속에 각인되어온 전략적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Ⅲ 이타적인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철학자 피터 싱어 교수가 말한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하며 타인을 도와야 한다."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아이들보다 미디어가 찾은 불행한 아이 한 명에게 온정의 손길이 더 몰리게 되는 역설적인 일이 일어나곤 한다.

효율적 이타주의는 이런 자세를 지양하며 선의에만 의존한 이타적 행위는 크게 도움 되지 못하거나 세상에 해악을 끼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인간의 뇌는 살아남기 위해 가장 유리한 가치를 선택하기에, 이타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이타주의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인정 중독은 다양한 형태의 부정적인 사회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병적인 수준의 인정 욕구를 줄이고 다시 원활한 사회적 소통을 회복할 방법은 없을까?

구체적인 해결 방법은 지금도 풀어야 할 숙제지만 가야 할 방향과 목표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우리의 뇌가 처리하는 정보는 외부 감각 정보, 내부 감각 정보로 나뉜다.

외부 감각 정보는 시각, 청각, 촉각 등과 관련된 정보를 의미하며, 내부 감각 정보는 심장, 폐 등 내부 장기로부터 오는 생소한 종류의 감각 정보를 가리킨다.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는 둘은 의사결정이라는 행동 관점에서 볼 때 각기 다른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내부 감각 정보 회로는 선택을 위한 가치를 생성하는 기능이 있는 반면에 외부 감각 정보 회로는 이렇게 생성된 가치를 사용하는, 즉 소비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예를 들면, 에그 베네딕트라는 음식을 보고 있을 때 먹고 싶다는 가치 혹은 선호를 갖게 되는 것(외부 감각 정보 회로)은 전에 먹었던 이 음식이 우리 신체의 항상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경험(내부 감각 정보 회로)을 우리 뇌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기준이 일시적으로 변화한다면 큰 문제는 없지만 변화된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신체 항상성 유지라는 근본적인 목적에서 점차 멀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기에 외부 감각 정보 회로의 작동이 의사 결정의 궁극적 목표인 신체 항상성 유지는 지나치게 훼손할 정도로 내부 감각 정보 회로가 생성한 가치를 왜곡하고 있지 않는지 계속해서 체크해야 하는 것이다.





잘못되거나 부적절한 선택을 많이 했을 때는 아마 좋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조바심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 정답은 없는데 '좋은' 선택이라 규정해놓고 추구하는 가치는 대부분 신체 항상성 유지를 통한 생존 가능성 극대화라는 궁극적 목표보다 여기서 파생되어 나타난 도구적 목표일 가능성이 높을 테니깐.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돈, 명예, 사회적 지위 등이다.

책에서도 말하듯이, 좋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릴 때 비로소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네 심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지나치지 말아야 할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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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18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반갑! 알라딘 19일 자정 !땡 시스템 작업 한다고 해서 빛의 속도로 하나님에게 안부 인사를 ^ㅅ^

2022-06-27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데일리 필로소피 - 아침을 바꾸는 철학자의 질문
라이언 홀리데이.스티븐 핸슬먼 지음, 장원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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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매일 아침, 철학 한 문장을 읽는 건 하루를 바꾸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현재에 머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즉, 흘러가는 시간은 과거이며 곧 다가오는 1초, 1분, 1시간은 미래인 것이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지금, 철학에 눈을 떠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미국의 작가이며 마케터이자 미디어 전략가이다. 19세에 대학교를 자퇴하고 『권력의 법칙』 의 저자인 로버트 그린의 제자가 됐으며, 아메리칸 어패럴의 전 마케팅 책임자였고 뉴욕 옵서버의 언론 칼럼니스트 겸 편집인이기도 하다.

저자, 스티븐 핸슬먼은 하퍼콜린스(HarperCollins) 출판 그룹에서 편집자, 마케터, 발행인 등으로 일했다. 문학 에이전트로 일하고 서점을 운영하는 등 40년 이상 출판 업계에 몸담았다.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Ⅰ 철학자처럼 아침을 시작하는 법


인생을 충만하게 살기 위해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지금도 시간은 흐른다. 1초, 1분, 1시간, 그렇게 지나간 시간은 결국 과거가 된다. 현재에 머무는 동시에 그 시간은 계속 과거가 된다.

그 찰나에 우리는 중요한 순간을 맞기도 하며 엄청난 후회를 하기도 한다.

특히 후회하는 순간을 마주했을 때, 아무리 후회한다한들 과거를 바꿀 수 없기에 그 때부터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허나 기회는 있는 법! 과거를 바꿀 순 없지만 변화시킬 수 있는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미래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 가진 힘인 것이다.


매일 승산 없는 싸움을 피하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할 때 우리 삶은 더욱 성공에 가까워질 것이다.



Ⅱ 나를 지키면서도 단단하게 관계 맺기


살다 보면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부딪힐 때가 있다. 늘 지혜로울 것 같은 철학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애쓰던 일이 크게 실패하거나, 중요한 순간 건강을 잃거나, 억울하게  받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등 누구라도 좌절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을 겪었다. 하지만 철학자들은 그때마다 자신을 다독이며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수행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것을 시작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용기를 내고 희망을 지켜낼 것인가?


우리는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끝없이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빨리빨리'의 삶을 살다보니 어떤 일이 잘못되면 감정적 영향을 받아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사람들이 많다.

구덩이에 빠진 것을 알았다면 땅을 파지 말란 말이 있듯이 아무리 부정적인 상황에 직면했다해도 무작정 분노를 표출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이는 결국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는 길을 택한 것이며 결국 나 자신을 잃고선 시작하게 되는 셈이니깐.

반응하기 위해서 반응하지 말자. 괜스레 후벼파지 말고 일단은 그대로 두자. 그런 다음에 세운 계획이 결국 출구를 만들어 줄테니깐.



Ⅲ 지치고 불안한 마음에 용기를 더하는 말들


문득 삶이 불안하고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가? 아마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생은 어느 것 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행복이나 성공도 언제든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30년 노예 생활을 겪고도 오늘날 위대한 철학자로 기억되는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조언한다. "이미 지나갔는가? 그렇다면 붙들지 마라. 아직 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열망을 불태울 때가 아니다. 묵묵히 다시 올 때를 기다려라. 그러다 보면 언젠가 신들의 연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운명을 내 편으로 만드는 두 단어가 있다고 한다. 에픽테토스의 말을 빌리자면 그 두 단어란 바로 집요함과 저항이다.

덧붙여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어떤 원칙으로 지속하고 저항해야 하는 물음에 이렇게 답변했다.

"경건함으로 지속하고 정의로움으로 저항하라."


굉장히 중요한 말이다. 결국 나를, 나의 운명을 아끼고 사랑하며 항상 진실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모두가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할 말인 것이다.



Ⅳ 매일 저녁, 나의 하루를 의미 있게 만드는 질문들


하루가 저물어 가는 황혼 무렵은 전통적으로 미네르바의 시간, 철학의 시간이다. 그것은 끝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일 찾아올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최적의 시간이기도 하다.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 세네카는 매일 저녁, 이런 질문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 어떤 나쁜 버릇을 고쳤는가? 어떤 잘못에 맞섰는가? 어떤 면에서 더욱 나아졌는가?" 당신은 자신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다시 말해, 어떻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하루를 준비할 것인가?


어렸을 때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하나, 넌 참 착하다."

착하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을 때이기에, 앞으로도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끝이었다.

그리곤 이런 저런 일들을 겪고 철학·인문서 접하고서부턴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착하게 살기보다는 선하게 살아야겠다고. 선하고 현명하게 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책에서도 이에 대해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사람으로 남고 싶다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해야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다른 사람의 의무가 무엇이든,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





한 해를 시작하기 전, 다음 해에 매일 읽을 책을 선정하곤 한다.

작년에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인문서 두 권과 영어원서였고 재작년에는 논어와 맹자였다.

작년 11월, 12월은 죽을 뻔할 정도로 너무 아파 아무것도 세운 것이 없었고 그렇게 1월 1일이 왔기에, 첫째 주에는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고 책들을 선정했었다.

2022년, 두 권은 정했으나 한 권은 미지수라 고민중인데 그 두 권 중 한 권이 바로 『데일리 필로소피』다.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을 보면, 매년 빠지지 않는 책이 있으니 바로 '철학'이다.

에픽테토스가 말했다. "철학은 인간을 인도하는 합리성을 훈련하고자 할 때, 감정과 믿음 그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라고.

학창시절에는 전혀 몰랐다. 그 몰랐던 가치를 깨닫게 된 것이 바로 대학교때부터였다.

어린 시절부터 20대 초반까지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았었다.

신경쓰던 일에 실패하는 경험도 몇 번이나 겪었었고 사람에게도 많은 상처를 받았었고 중요한 순간에 건강도 잃어보았고 무엇보다 지금도 그렇고 또한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어도 좌절하는 순간을 꽤 많이 겪었었다.

오죽했으면, 사주를 몇 번 보기도 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초년에 엄청난 고생을 할 팔자라고 입 모아 말하는데 결국 미래는 나의 몫이니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미래를 바꿔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홀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그렇기에는 답이 없어 내 마음을 지탱해주셨던 선생님들에게 마음을 열어 많은 조언을 받았고 마음을 단단하게 해 줄 수 있는, 즉, 나만의 책들을 하나하나 발견해가기 시작했다.

그 중의 절반이 바로 철학·인문서이다.

본디 기본적인 신념과 가치를 담은 것이 고전 철학이기에,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이다.

두려워 말고 읽어보라! 철학을 통해 참된 가치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언젠가는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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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10 09: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022년 철학자 처럼 살아보귀롱🤗

하나의책장 2022-03-23 23:27   좋아요 0 | URL
scott님은 이미 철학자가 아니신가요? >.<

mini74 2022-01-10 10: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철학책 몇 권 사놨는데 넘 어려워요 ㅠㅠ 하나의 책장님 말씀처럼 참돤 가치를 까닫게 되는 순간이 언젠가는 오겠죠 !

오거서 2022-01-10 20:14   좋아요 4 | URL
두려워 말고 읽어보라! 못 본 척 ? 하시는 것 같아요 ^^;

하나의책장 2022-03-23 23:28   좋아요 1 | URL
미니님이라면 수월하게 읽으실 것 같은데요? ^^

mini74 2022-02-10 17: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도 좋지만 사진도 넘 좋은 하나의 책장~ 님 축하드려요 *^^*

하나의책장 2022-03-23 23:28   좋아요 2 | URL
(많이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2-10 1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하나의책장 2022-03-23 23:28   좋아요 1 | URL
(많이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2-10 18: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나의책장 2022-03-23 23:28   좋아요 1 | URL
(많이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2-02-10 1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축하드려요^^

하나의책장 2022-03-23 23:28   좋아요 1 | URL
(많이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2-10 19: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당선 축하드려요~!! 사진도 예술입니다 ^^

하나의책장 2022-03-23 23:28   좋아요 2 | URL
(많이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2-10 2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하나의책장 2022-03-23 23:28   좋아요 2 | URL
(많이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러블리땡 2022-02-11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

하나의책장 2022-03-23 23:28   좋아요 1 | URL
(많이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 - 인문학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라
한지우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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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든 우리에게 던져지는 질문이 있다.

"인간다움이 무엇일까?"

"우리는 인공지능과 별개 다를 바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책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한번 찾아보자!


저자, 한지우는 고려대학교에서 인문교육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서울사이버대학교 콘텐츠기획제작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 스타트업을 창업한 뒤 교육분야 선도기업 멀티캠퍼스에서 근무하며 기술혁신 시대의 인문학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 뒤, 더 많은 사람이 인문학과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문학 교육에 전념해왔다.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인물들이 하나같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었음에 주목하여 이들의 성공 비결을 교육콘텐츠로만들고 있다. 결혼 후 딸이 태어난 뒤 ‘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지’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게 됐다. 현재는 주로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문학이 대체 불가능한 인재를 만든다’라는 주제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Ⅰ 팬데믹이 불러온 패러다임의 변화


인류는 매년 조금씩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있고

사람들의 수명도 연장되고 있으며 과거보다 더 안전하고

민주적인 세상을 살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세대를 불문하고

현시대가 어둠의 시대로 가는 전환점에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인해 인류 사회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한 세계적인 칼럼니스트는 세상이 B.C. 와 A.C.로 나뉜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달라진 세상을 새로운 기준의 의미로 '뉴노멀'이라 지칭했다.

즉, 기존 과점들이 달라짐을 의미한다.

삶의 방식 뿐만 아니라 사고구조 또한 변하고 있어 이전에는 문제삼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고 특히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글로벌 팬데믹의 상황에서도 인간의 삶은 지속되고 인류의 역사는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 삶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고했듯이 이전과는 다른 각도와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기술 혁신의 흐름을 읽고 지속 가능이라는 가치를 잘 이해한다면 우리에게 포스트 코로나는 우울하고 암담하기만한 미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Ⅱ 르네상스 소사이어티


코로나 이전에 더 큰 전염병이 휩쓸었던 적이 있었다. 바로 페스트다.

14세기 중반, 페스트가 유럽 전역을 삼키면서 인구 약 1/3이 사망했는데 그로 인해 사회 시스템 가동은 멈춰지고 사회질서 또한 무너지게 되었다.

당시 사랑하는 가족들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본 살아남은 자들은 묘지에 모여 신들린 듯 춤을 추었다고 전해지는데 그 춤이 예술로 승화된 것이 바로 '죽음의 무도'이다.

춤을 통해 죽은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페스트를 통해 삶의 허무함을 느끼고 신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나 사람 중심의 가치관으로 생각을 전환하게 된다.


신에서 인간 중심으로의 사고방식의 변화는 개개인의 자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됩니다. 더 넓은 세상으로 과감하게 진출하고 자기를 표현하고 정치에 동참하려는 시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우리가 기어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수많은 예술가도 이때 등장합니다.


페스트로 인해 인구가 급감하면서 자연스레 노동력도 부족해졌는데 이를 기계로 대체하려는 강한 동기가 생겨나게 되었고 무역이 팽창하게 되면서 부수적 사업이 생겨나 보험이나 은행업 또한 활성화되게 된다.

또한 페스트라는 격변을 통해 유럽은 사람 중심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고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인문주의로 복귀하자는 도덕적 개혁 운동이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게 된다.

이를 통해 인문주의가 유럽의 창조적 문화를 이끌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때, 개인의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 분위기는 이내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폭발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르네상스는 위대한 개인이 모여 이룬 거대한 문화이다.

르네상스의 인간 존중 이념은 이렇게 문화와 예술에서 확립되고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갔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화려하게 꽃피운 인본주의 사상은 오늘날 인권의 발원지가 됩니다.


앞서 페스트와 르네상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는데, 현 포스트 코로나 시대 또한 그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 입 모아 말하고 있다.

전세계를 휩쓴 팬데믹으로 인해 혼란기를 거친 후 뉴 르네상스를 맞이한다는 의미인데, 인공지능과 디지털에 기반을 둔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되는 사회를 예측하고 있다.

과학기술 만능주의와 물질중심주의는 약화되고 인간의 행복, 생명 가치가 중심이 되는 변혁의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미래 사회의 성격을 크게 세 가지로 정의하고 있는데, 바로 기술발전에 따른 위험성이 커지는 리스크 소사이어티, 지속 가능한 그린 소사이어티, 꿈과 이야기를 파는 드림 소사이어티이다.



Ⅲ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법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는 '권력'이나 '돈', '힘'이 아닌 '즐거움'과 '행복함', '의미', '유대' 등입니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감동을 주는 일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20세기에 자행된 테러의 근본 원인을 '문화'에서 찾았다면 21세기에 들어서는 세계화로 인해 보편적 단일 문명이 형성되자 전쟁은 물리적 충돌이 아닌 문화적 경쟁으로 바뀌게 된다.

미래의 전쟁은 총, 칼이 아닌 아이디어, 가치관으로 승부하는 '콘텐츠 전쟁'이 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이 각광받게 되는데, 경제전문가들은 미래사회에 가장 유망한 회사로 주저없이 '디즈니'를 꼽는다고 한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도 OTT 플랫폼을 만들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아는가?

남녀노소 상관없이 디즈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넷플릭스처럼 자리만 잘 잡는다면 분명 우위를 선점할 수도 있을 거라는 예측이 돌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도래할수록 가장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인문쟁이다.

인문학적 소양이야말로 기술시대에 남들과 다른 진정한 차이를 만들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문학적 가치와 지식이 경영활동에서 혁신을 이끌고 사회문제를 해결할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문쟁이는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인물들은 인문학적 소양, 기술적 소양을 균형있게 가진 이들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전문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창의적이고 인문학적 소양은 자신의 의지 없이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쉽게 터득되지도 않습니다. 오직 꾸준한 성찰과 독서와 토론을 통해 길러집니다. 그러기에 한 명의 인문쟁이를 열 명의 기술쟁이가 당해내지 못하는 겁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든 우리에게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접근하게끔 쓰여진 책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게 순간, 우리에게는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길이 열릴 기회가 분명 주어질 것이다.

기술력이야말로 자신에게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 인문학적 소양까지 덧대진다면 이는 곧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라 저자는 강조한다.


처음에는 책이 마냥 쉽게 읽혀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청소년 대상의 책이었다.

너무 깊이 있게 다룬 부분이 없어 읽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는데다 진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으니 고등학생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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