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학 필독서 50 - 플라톤부터 마이클 샌델까지 2500년 철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이시은 옮김 / 센시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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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학문 중 하나가 바로 철학이며 근본적인 문제를 다룰 때 꼭 필요하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저명한 이들의 말을 한 권으로 뭉쳐 그들의 핵심 사상과 대표 저작의 정수를 한 번에 볼 수 있게끔 해주는 책이 있으니, 바로 『세계 철학 필독서 50』이다.


저자, 톰 버틀러 보던은 인성계발 분야에서 주목받는 전문 집필가이다.

런던경영대학과 시드니대학을 졸업했으며 영국과 호주를 오가며 꾸준히 집필과 세미나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자기계발 및 성공철학에 대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책인 『내 인생의 탐나는 자기계발 50』은 ‘가능성의 학문에 결정적인 길잡이가 됐다’는 호평과 함께 벤야민 프랭클린 상을 수상했으며 《Forward》지가 선정한‘올해의 책’에 뽑혔다.

자기계발과 성공철학, 심리학, 영혼을 울리는 고전 등 인간의 삶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학문 분야의 명저들을 가려 뽑고 그 안내서를 만들기 위해 수백 권의 책을 읽고 분석하는 데만 10여 년을 보냈다.

이후 『내 인생의 탐나는 영혼의 책 50』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큰 반향과 함께 전세계 17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철학은 인간의 활동 중에서 가장 숭고하면서도 가장 사소한 것이다. 가장 작은 틈새에서 작용하면서도 가장 넓은 전망을 열어젖힌다. 철학은 흔히 하는 말로 '밥을 먹여주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영혼에 용기를 불어넣는다. 철학의 태도, 그 의심과 도전, 궤변과 변증법이 일반인에게는 종종 불쾌해 보일 수 있어도, 철학이 전 세계의 관점에 두루 비추는 그 환한 빛 없이는 어느 누구도 살아갈 수 없다, _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중에서




♣ 신학 교과서이자 중세 스콜라 철학을 대표하는 저작,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철학자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몇 명이 있는데 그 중 한명이 바로 토마스 아퀴나스다.

스콜라 철학의 정수라고도 불리는 《신학대전》은 집필에만 10년이 걸렸다고 전해진다.

스콜라 철학은 기독교 신학에 중심을 둔 철학 사상으로, 스콜라에서 가르치던 교사인 스콜라스티쿠스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져 스콜라 철학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중세 초기, 모든 철학자가 신학자나 성직자였기 때문에 신학은 모든 핵심적인 질문을 끌어안아 심리학보다 더 앞서서 인간의 행동을 포용했다.

《신학대전》에서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을 바탕으로 인간 영혼 안에 지성이 포함될 수 있으며 지성을 지닌 인간의 영혼은 불멸한다고 주장했다.

세상을 만든 것은 신이지만 세상을 완성하는 데 인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또한 세상은 신의 사랑으로 생겨났고 윤리적이고 충실한 삶을 통해야만 신에게 되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며 오로지 신학만이 세상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학 없이 철학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는 어떤 진리가 신의 계시를 통해 인간에게 전해지는 것이 인간의 구원에 필수적이다."

아퀴나스는 인간은 행복을 원한다고 하지만 그 행복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장 원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해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행복의 대용물이고 진정한 행복은 신을 가까이 하는데서 얻어진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아퀴나스, 신 존재 증명의 5가지 길】

1. 세상 모든 것은 운동하고 있으며, 다른 무언가에 의해 움직인다. 모든 운동은 가능태가 현실태로 바뀌는 것이지만, 애초에 현싩채에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무언가가 없었다면 이런 운동은 일어날 수 없다. 우리는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인과관계의 사슬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무한대로 계속할 수는 없다. 최초에 다른 것들을 움직이게 만든 '제1운동자'가 존재해야만 하고, 그것이 바로 신이다.

2. 어떤 것도 스스로를 생겨나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만약 어떤 것을 생겨나게 한 원인인 없다면 결과도 없을 테니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것이 최초의 원인에서 나온 결과임을 의미한다.

3. 아무것도 존재한 적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인과법칙에 따르면 이 가정은 지금도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지만 만물은 존재하며, 만물의 존재가 가능하려면 반드시 다른 모든 것을 존재하게 만든 최초의 존재가 있어야만 한다. 우리는 이것을 신이라고 이해한다.

4. 사람을 비롯해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선하고 진실하고 고귀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우주의 각 개체는 어떤 '최대치'와의 비교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체의 뜨거운 정도는 열의 최대치인 불과의 비교로 측정된다. 윤리의 관점에서도 가장 선하고 진실되고 고귀한 것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모든 분류에는 궁극적 수준이 있어야 하고, 그 궁극적 수준이 그것을 분류하는 원인이 된다. 인간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선하거나 진실한 것은 절대적인 관점에서 선하고 진실하고 완전한 존재로 말미암아 생겨난다. 이 존재가 바로 신이다.

5. 지능이 없는 사물은 예측 가능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움직이지만, 그 배후에 어떤 지적인 존재가 없다면 이런 움직임이 발생할 수 없다. 마치 날아가는 화살 뒤에는 항상 화살을 쏜 궁수가 존재하는 것과도 같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 세상 자체가 어떤 지적인 존재의 지시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 존재가 바로 신이다.


신과 인간의 관계는 무엇일까?

모든 것은 선한 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며, 인간은 영혼과 육체의 결합체이자 그들의 영혼은 유일하고 나눌 수 없다.

" 인간은 영혼과 육체의 결합체이자 물질세계의 일부로서 자연히 영적인 '보편성'보다는 그들 주변의 일들과 개인적인 목표에 중점을 둔다. "

우리는 믿음을 통해 실제로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바로 사랑이다.

즉, 신이 궁극적인 완전함을 우리에게 드러내는 순간 은총을 통해 신성하게 강화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미덕과 좋은 습관을 실천하면서 자신의 뜻을 신의 뜻으로 대신하게 되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유일무이한 근원인 신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신을 직접 목격하는 더없는 행복, 즉, 지복지관이 바로 아퀴나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영원히 남을 철학적 명제의 탄생, 「데카르트의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며 합리주의 철학의 길을 열었던 데카르트가 남긴 말이다.

르네 데카르트는 프랑스 철학자로 철학 뿐만 아니라 과학, 수학에도 지대한 공헌을 남긴 인물이다.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이 그의 대표 저작으로 앞서 말했던 유명한 철학적 명제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명제로 인해 우리는 신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사고에 접어들게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의 전환이나 전복이었다.


데카르트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거짓이라 생각했으며, 잘못된 생각을 시정하고자 했다.

"학문에서 무엇이든 확고한 것을 정립하려면 일생에 한 번은 모든 것을 뒤집어엎고 최초의 토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천문학, 의학 같은 자연과학은 관찰과 측정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신뢰할 수 없으며 기하학과 수학처럼 세상 어떤 존재에도 기초하지 않는 학문을 신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추상성때문에 항상 옳지만 계산 오류를 저지르는 것을 감안하면 모든 수학적 판단의 정확성 역시 의심해봐야 하기 때문에 학문에서도 확고한 지식이 존재한다고 말할 순 없다.

이렇듯 데카르트는 우리가 일부 지식에 호도당하거나 속고 있다면 그런 속임을 당하는 '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로부터 내가 하나의 실체고 그 본질 혹은 본성은 오로지 생각하는 것이며, 존재하기 위해 아무런 장소도 필요 없고 또 어떤 물질적 사물에도 의존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간의 본질은 생각하는 존재이다.

판단이 잘못되었다 해도, 사실이라고 인식하는 것에 속고 있더라도 우리가 인식하고 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수 없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결론에 도달하기에 이른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의 교본이자 민주주의 입문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쌍벽을 이루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개입 범위를 논하고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은 남에게 직접적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개인은 그 어떤 생각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현대 자유주의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양적 공리주의를 질적 공리주의로 발전시켰다.


직접적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유가 보장된다면 개인의 삶이 한층 밝아지고 다양한 의견이 교류됨으로써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고 밀은 믿었다.

즉, 자유가 확대되면 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 영역에 혜택이 돌아가므로 법과 사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의 자유론은 벤담으로부터 계승한 공리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밀이 주장한 자유는 교양있고 도덕적으로 성숙해야만 의미있고 가능했기에 이를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물질적 쾌락보다 정신적 쾌락을 추구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밀의 자유란 끝없는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개별성의 확대이다.

국가 권력이 확대될수록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경향이 있어 밀은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통제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과정이자 답변을 수록한 것이 바로 《자유론》이다.


밀은 많은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민주주의 국가가 국민의 진정한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물론 국민이 선출한 통치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전히 사회 내 소수 집단을 탄압하고 있었으니, 이른바 다수의 횡포였다.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적 질문은 사회 통제 요구와 개인이 원하는 대로 믿고 생각할 자유를 어느 선에서 조화시키느냐였다.

밀은 많은 소수 집단들이 지배 집단이 될 수 없는 것을 알고 종교적 자유를 법제화하기 위해 싸운 후에야 종교적 자유가 법으로 보장되었다고 말했다.

인간은 편협하기에, 사회에서 다양한 입장들이 부딪히며 서로가 지배 세력으로 군림하는 것을 경계할 때에만 비로소 관용적 정책이나 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밀은 이러한 생각을 종합하여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위해 원칙'을 만들기에 이른다.


【위해 원칙】

문명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의사에 반해 권력을 행사하더라도 정당하게 인정되는 유일한 목적은 그들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경우뿐이다. 그 사람 본인을 위해서라는 것은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정당화의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에게 좋다든가, 그렇게 하는 것이 그를 더 유익하게 할 것이라든가, 그렇게 하는 것이 남들 보기에 현명하거나 심지어 옳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에게 그렇게 하도록, 또는 그렇게 하지 말도록 강제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나 사회 집단도 국민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란 명분으로 국민에게 법을 시행할 수 없다.

어떤 시민의 행위가 명백히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시민은 그 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밀은 말한다.

"오로지 자신만 관련된 경우 그의 인격의 독립은 당연한 것이고 절대적인 것이다. 자신에 대해, 즉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대해 각자는 주권자다."




니체는 말하길, 철학은 만물의 총체성을 고려하기 위해 생긴 유일하면서도 진정한 메타 학문이라고 했다.

버트런드 러셀은 더 많은 사실을 알아내는 것이 과학의 임무라면, 철학의 역할은 과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효한 개념과 법을 정립하는 것이라 했다.


철학이란 그리스어로 사랑과 지혜가 합쳐진 말로 무엇을 알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철학에서 시작된다.

경험주의와 유물론, 합리주의와 관념론으로 크게 구분하여 대표되는 철학자들을 보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철학은 답이 없다. 모두의 가치관으로 이어진다지만 결국은 개인의 가치관과 편견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아야 한다.


철학은 어느 한 곳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본질적인 물음을 담고 있다.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철학을 수강했었다.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수강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꼭 한번쯤은 들어보고 싶었기에 택했었는데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수업 베스트 5'였던 것 같다.

철학이 무엇인지를 기술해보라며 빈 종이 몇 장을 주셨었는데 당황 그 자체였다.

일단은 머릿 속으로 목차를 만든 뒤에 대표적인 사상과 철학자들로 분류한 후 차근차근 종이에 써내려갔다.

종이 두장 빼곡하게 채울 정도로 써내려가는 나의 손에 내심 스스로 흠칫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철학이며 모든 분야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학문적 지식은 물론 개인적 소양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

우리의 삶 자체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인문서를 읽는 이유 중 하나인 것이다.

『세계 철학 필독서 50』는 꼭 알아야만 하는 사상과 철학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책장 바로 앞에 꽂아놓고 틈나는대로 읽어볼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철학은 우리에게 다른 모든 지식을 바라보는 기본 틀을 제시한다. 아울러 보다 새롭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존재하고, 행위하고, 인식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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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2-12-19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엄 촘스키는 반가우면서도 의외로군요. 아니, 반가우면서도 놀랍습니다!

하나의책장 2023-02-24 20:57   좋아요 0 | URL
오오, 그러셨나요?^^
전 생각보다 촘스키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짤막하게나마 정리된 그의 사상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음 달에는 촘스키와 관련된 책 좀 읽어봐야겠어요ㅎ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yamoo 2022-12-23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자 50인 선정한 철학사 책은 꽤 됩니다. 저도 몇 권 가지고 있는데, 거의가 비슷비슷 합니다~
주제별이나 인물별이나 내용은 비슷하더이다~

하나의책장 2023-02-24 20: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비슷한 책 한 권을 전에 읽었었는데 기존에 읽었던 인물과 관련된 내용은 비슷비슷했어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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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바쁘게 살았던 저자였는데, 그런 그녀가 마흔세 살에 파킨슨병을 진단받게 된다.

청천벽력같은 진단에 아무 것도 안 한 채 천장만 바라보며 한 달을 보냈지만, 아직 죽은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미루었던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그간 살아오면서 깨달은 인생의 진리를 우리에게 말해주고자 한다.

과연 그녀가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저자, 김혜남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 정신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경희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인제대 의대 외래교수이자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를 비롯해,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당신과 나 사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등 10여 권의 책을 펴내 130만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또한 2006년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받은 바 있다.




명색이 정신분석 전문의로 30년 넘게 일해 오며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해 온 사람으로서 이처럼 못난 모습을 보이게 될 때마다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나는 그런 나를 용서하기로 했다.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내일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는 나 자신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스스로를 닦달하지 말고, 매사에 너무 심각하지 말고,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당신은 충분히 즐겁게 살 자격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당신은 늘 응원할 것이다.

정신분석가인 융의 표현을 빌자면 마흔에는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나 또한 마흔이 넘었을 때 마음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래서 그럴 때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마흔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을 추려 정리한 이유다.

하루하루 잘 버텨 내고 있지만 가끔은 힘들고 외로운 당신에게 내 이야기가 조그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_저자의 말




Ⅰ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깨달은 인생의 비밀


"파킨슨병입니다."

2001년 2월, 강의가 있던 어느 날 저자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게 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산하는 뇌 조직 손상으로 인해 손발떨림과 근육 경직 그리고 행동이 느려지고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대개 65세 이후부터 나타나는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자는 고작 마흔세 살이었다.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어 희귀성 질환으로 분류되어 발병 후 15-17년 정도 지나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저자가 60세 전에 끝난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의사여서 어떤 병인지 잘 알았기에 더 끔찍하게 다가와 꼼짝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 한없이 천장만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게 된다.


'아니,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나는 그대로인데, 단지 달라진 게 있다면 내 미래가 불확실하고 현재가 조금 불편해진 것밖에 없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내가 왜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망치고 있는 거지?'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인데, 벌써부터 걱정하느라 침대에 누워 하루하루를 허비하는 것이 얼마나 아까운지 저자는 문득 깨닫게 된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오곤 하는데, 신이 아닌 이상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은 오롯이 내가 만드는 것이기에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똑같은 12년이라도 그 결과가 확실히 다른 것처럼…… 그것이 내가 2001년 2월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깨달은 삶의 진실이다.


병이 조금식 악화되어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도 미뤄뒀지만 결국 증상이 악화되는 바람에 저자는 병원 문을 닫고 요양을 위해 제주도로 내려오게 된다.

나홀로 선흘리에 있는 한 집에 머물며 치료에만 집중하니 조금씩 호전되는 기세가 보였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점점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진 것이었다.

어느 날,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내 다리임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자 이대로 실례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 화장실 문을 바라보는 대신 발을 가만히 쳐다보았고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떼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2초 만에 갈 수 있는 화장실을 5분 걸려 도착했지만, 도착해서 볼일 봤으니 목적은 달성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저자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아, 한 발짝이구나.'

먼 곳을 쳐다보며 걷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일단 한 발짝씩 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것이 시작이며 끝인 것이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씩 떼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Ⅱ 환자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


일곱 살 난 꼬마는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랐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를 만나 물어보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어른이 되나요?"

"기다려 봤니?"

"아니요."

꼬마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된 뒤 꼬마는 다시 어린아이로 되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릴 적에는 신나고 재미있는 일들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어릴 때는 마냥 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수식어가 많이 붙을 정도로 꿈이 많았다.

그러다 한 살, 두 살 먹고 나니 현실을 깨닫고 그저 돈만 많이 버는 것이 최고구나라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고 해서 아이 때 느꼈던 달콤했던 모든 순간들이 사라지진 않는다.

어른으로서의 지혜와 힘을 가진다 해도 '건강한 어른'은 어린아이로 되돌아 갈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어른은 떠날 수도 있고 혼자 남겨질 수도 있어야 하며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 사랑도 하고 기댈 수도 있어야 한다.

자신이 사랑스럽고 가치 있으며 성실하다고 느껴야 하며 늘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기력하고 나약한 사람이 아닌 자기 인생을 결정짓고 책임질 줄 아는 씩씩하고 능동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며 여러 각도에서 인생을 폭넓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양심과 죄책감을 느끼고 후회하는 능력과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하며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배우고 이룰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전지전능함을 포기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적응하고 꿈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것이 슬픈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수많은 한계 속에서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이다.


'왜 그렇게 바보같이 굴었을까.'

돌이켜 보면 후회되는 일이 참 많다. 최선을 다했다해도 후회되는 일 한 두개는 품고 사는 게 인생이다.

후회는 고통스러우면서도 달콤하다.

과거 실수만 아니었어도 크게 달라졌을 현재를 가정법으로 상상함으로써 자존감을 회복시키고자 하는데에 있으니, 현재와 미래보다 과거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로 일할 때이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는 한 환자가 있었다. 그런데 성장하여 결혼해서도 폭력적인 남자와 만나 결혼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를 둔 여자가 알코올중독자인 남자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과거'라는 우주복을 입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내면의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성장하고자 몸부림치고 있기에 도돌이표처럼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면 그 문제로부터 거리 두기가 가능해진다.

과거 속에서 살 것인가, 현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할 것인가.

현재의 고통이 과거에서 연결되었음을 아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니, 마음 속엥서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지금과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과거의 일이 지금의 심리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과거의 슬픔을 인정하고 슬픔을 이겨 낸 자신을 대견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사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분명 행복해질 것이라고.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그녀에게 닥친 파킨슨병.

그리곤 그녀는 깨닫게 된다.

스스로를 닦달하며 살아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너무 많이 놓쳐 버렸다는 사실을.

더 충격적인 것은 자신이 없는데도 세상은 멀쩡하게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아직 죽은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미루었던 일들을 하기 시작하다 그간 살아오면서 깨달은 인생의 진리를 한데 모은 것이 바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다.


어린 시절 수영장에서 놀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져 큰일날 뻔한 적이 있었다. 그 날 이후로 수영장을 가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 개조된 차량이 뒤에서 치는 바람에 붕 날라간 적이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뒤쪽에서 나는 오토바이, 자동차 소리에 저절로 몸이 떨린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차량사고로 인해 다친 아빠에게 달려간 적이 있었다. 그 날 이후로 구급차 소리가 들릴 때면 밤에 자다가도 발작하듯이 벌떡 일어났고 구급차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요동쳤다.

이를 포함하여 작고 큰 모든 사고들을 다 예측할 순 없었다.

그럼에도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며 애쓰고 노력하였다.

과거에 머물다 보면 그 굴레에 갇혀 계속 허우적거릴 뿐이고 일단은 하루하루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어떤 길이 정답인지 우리는 알 수 없기에,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어떤 길로 가는 게 맞을지 모르지만 내가 선택한 길을 나의 길, 정답의 길로 만드는 것은 결국 내 몫이다.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순간도 없다.

즉, 완벽한 때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빈 구석이 많은 것이 삶이고 이를 채우는 재미로 사는 것 또한 삶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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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1-27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열심히 살다가 저렇게 또 병을 얻으면 얼마나 억울할까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고 얼마나 억울했을까 막 그런 마음이 드네요 그걸 어떻게 견뎌냈는지가 너무 궁금하네요

2022-12-16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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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였으며, <뉴욕타임스> 선정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된 책이 있다.

제로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잇는 대작의 주인공! 바로 『위어드』이다.

범위는 광범위하지만 구체적인 참고 자료를 토대로 현대 서구 문명의 번영을 가져온 다섯 가지의 키워드를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었던 그 이야기로 한번 떠나보자!


저자, 조지프 헨릭은 하버드 대학의 인간진화생물학 교수이며 동시에 문화·인지·공진화 분야 캐나다 석좌연구자Canada Research Chair 자격으로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심리학과와 경제학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공저로 『왜 인간은 협력하는가』와 『사회규범 실험』이 있다.




Ⅰ WEIRD란 무엇인가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는 "서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개인 개념은 사람을 다른 이들과 자신을 구분하고, 독특하며, 어느 정도 통합된 동기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 감정, 판단, 행동의 역동적 중심으로서 다른 사람들과는 물론이고 사회적, 자연적 배경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인지적 우주로서 파악한다. 이것은 우리에게는 결코 바뀔 수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세계의 다양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다소 독특한 관념이다."라고 했다.

이상할 만큼 개인적이고 분석적인 사람들, WEIRD!

아마 책을 읽고 있는 우리들 중 누군가도 WEIRD에 속할 지 모른다.

WEIRD Western-Educated-Industrialized-Rich-Democratic 약자로, 서구의, 교육 수준이 높고, 산업화된, 부유하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자란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WEIRD란 어떤 특징은 가지고 있을까?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WEIRD는 개인주의적이고 통제 지향적이고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

즉, 사회적 역할이 아닌 자신의 성취, 열망에 초점을 맞추며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이고자 한다.

권위적인 인물에 동조는 하나 자신의 믿음이 상충된다고 하면 남들에게 순응하려고 하지 않는다.

추론을 할 때 보편적 범주와 규칙을 찾아 패턴을 파악하고 추세를 예상하기 위해 머릿속에 그리곤 하는데, 복잡한 현상을 별개의 구성 요소들로 분해하고 이 요소들에 특정 속성을 부여해 단순화하다보니 각각의 나무들은 잘 알고 있지만 종종 숲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인내심이 많아 대부분 부지런히 일하는 타입에 속하는데 고된 노동에서 쾌락을 느끼곤 한다. 강한 자기규제를 통해 현재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만족을 미래로 유예하기 때문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집착이 강하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공평한 규칙이나 원칙을 고수하고 낯선 이를 상당히 신뢰하고 타인에게 정직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감정적으로 볼 때, WEIRD는 그들이 속한 문화에서 장려되지만 대개 자신이 세운 기준과 열망에 맞게 살지 못하면 죄책감에 시달린다. 대다수 비WEIRD 사회에서는 (죄책감이 아닌) 수치심이 사람들의 삶을 지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나 친척, 심지어 친구들이 공동체에서 그들에게 부과하는 기준에 따라 살지 못할 때 수치심을 느낀다. …… 죄책감은 개인의 기준과 자기 평가에 좌우되는 반면, 수치심은 사회적 기준과 일반적 판단에 좌우된다.


WEIRD가 가진 독특한 심리는 어떻게 갖게 된 것이며 그들은 왜 다른 것일까?

저자 또한 이 물음에 의문을 품고 고대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았는데, 기독교의 한 교파가 특정한 묶음의 사회 규범과 믿음을 확산시켰음을 확인하여 이에 대해 살펴보게 되었다.

수세기에 걸쳐 사회 규범과 믿음은 결혼과 가족, 유산, 소유의 개념을 극적으로 바꿔놓았으니, WEIRD 심리학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WEIRD의 가족, 결혼 그리고 종교의 독특한 특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________________다.

이 질문에 WEIRD라면 '열정적이다', '순수하다', '피부과의사다', '승무원이다' 등으로 완성했을 것이다.

'하나의 아빠다'나 '하나의 엄마다'라는 식으로 대답했을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

개인적 특성, 이상화된 사회적 집단의 소속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이 다소 독특해 보이는 것이다.


사람의 역할과 관계보다 특성과 성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내가 개인주의 복합체 individualism complex 또는 간단히 개인주의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할 심리적 성향의 핵심 요소다. 개인주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각과 관심, 판단과 감정을 조절하여 WEIRD 사회라는 세계를 잘 헤쳐나갈 수 있게 해주는 심리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주의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가족'에 대해 알아야 한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먼 친인척까지 포함하는 가족 연결망에 얽매인 채 성장하였다.

규제-관계적 세계에서 사람들의 생존과 정체성 그리고 결혼과 성공이 친족에 기반한 연결망이 얼마나 번성했는지에 달려 있었으며 이는 씨족, 혈족, 가문과 같이 별개의 제도를 형성하였고 촘촘한 그물망 같은 관계를 맺으며 의무, 책임, 특권을 물려받았다.

이러한 사회적 상호의존은 정서적 상호의존을 낳게 되고 사회적 상호연결에 근거해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별하니 먼 사촌을 모른다 해도 가족관계로 얽혀져 있는 여전히 내집단의 성원이 되는 것이다.

반면에 얼굴을 안다해도 사회적 유대가 연결되지 않았다면 사실상 이방인이다.

여기서 성공과 존중은 이러한 친족에 근거한 제도를 능숙하게 헤쳐나가는 데에 있어 동료 내집단 성원들에게 순응하고, 연장자나 현자 같은 권위자를 따르고, (이방인을 제외한) 가까운 사람의 행동을 단속하고, 내집단을 다른 모든 이들과 분명하게 구분하고, 가능하면 언제나 자기가 속한 연결망의 집단적 성공을 도모해야 한다.

오늘날 심리적 개인주의와 정부의 효율성 사이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상관관계는 일방적인 인과적 과정을 반영한다고 가정한다.

즉, 경제적 번영이나 자유로운 정치제도가 개인주의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 차원의 심리적 변이를 계속 살펴보기 전에 먼저 기억해두어야 할 네 가지 중요한 논점이 있다.

1. 우리는 심리적 다양성을 비롯한 인간의 다양성을 찬양해야 한다. WEIRD의 특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내가 WEIRD 인구 집단이나 또다른 인구 집단을 모독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목표는 심리적 다양성의 기원과 근대 세계의 뿌리를 탐구하는 것이다.

2. 머릿속으로 WEIRD와 비WEIRD를 이분법으로 구분해선은 안 된다. 여러 지도와 도표에서 살펴보겠지만, 전 세계적 심리적 변이는 지속적이면서도 다차원적이다.

3. 심리적 변이는 나라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차원에서 나타난다. 그럼에도 나는 국가별 평균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내가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그런 것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전체에 걸쳐 종종 지역, 지방, 마을, 그리고 심지어 다양한 출신의 이민 2세들과 같이 하나의 국가 내부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차이를 검토할 것이다. WEIRD 인구 집단들은 대체로 전 세계적 분포의 한쪽 끝에 몰려 있지만, 우리는 유럽, 즉 '서구 사회'와 산업 세계 내부의 흥미롭고 중요한 변이도 탐구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4. 우리가 관찰하는 인구 집단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 중 어떤 것도 민족이나 부족, 종족 집단이 가지고 있는 고정적이고 본질적인 불변의 특징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의 심리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왜 변화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개인주의적 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은 다양한 맥락과 관계 속에서 개인적 특성을 지속적으로 갈고닦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일본,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다양한 사회의 심리학적 증거를 보면 이러한 양상이 잘 드러난다.

WEIRD는 어린 동료, 친구, 부모, 교수, 낯선 타인과 같은 각각 다른 유형의 관계 속에서 일관된 방식으로 행동한다.

그런데 대조적으로 한국, 일본은 오직 관계의 맥락 안에서만 일관성있게 행동한다.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모님, 친구, 교수를 대하는 행동이 달라진다.

친구에게는 장난도 치고 농담도 주고받지만 교수에게는 자신을 낮추는 언행과 행동을 보인다.

한국인에게는 이러한 행동이 익숙하지만 미국인이 보기에는 이러한 행동의 유연성을 두고 양면적이거나 위선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을 우리는 지혜, 나아가 사회적 능숙함이라고 여긴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규범적 기준이 독특한 심리적 반응을 형성하는 것이다.

즉, 심리학에서 자존감과 긍정적 자아관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WEIRD적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소수의 비WEIRD 사회에서는 높은 자존감, 긍정적 자아관이 삶의 만족이나 행복이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내지 않는다.

많은 사회에서 자존감이 아닌 타인의 평가를 중시하지만, WEIRD 사회에서는 관계, 상황에 상관없이 일관된 특성을 길러내는 압력이 성향주의로 이어진다.




Ⅱ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집단의 탄생


WEIRD 사회에서의 가족은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독특하고 이국적이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면서도 어떤 씨족에 속해있는 지에 대한 여부부터 친족 연결망에서 차지하는 당사자의 위상까지 신경쓰지 않는다.

한 배우자하고만 관계를 맺으며 친척과 결혼하지 않고 중매결혼이 아닌 연애결혼을 하며 신혼부부는 독립거주를 한다.

재산은 개인이 소유하고 유산 증여는 개인이 결정하며 형제가 소유한 땅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형제가 땅을 팔기로 결정한 것을 거부할 수 없다.

WEIRD 친족 관계는 아버지와 어머니 양쪽으로 혈통을 추적하여 계산한다.

정리하자면, (1) 부모 양계 출계 (2) 사촌 간 결혼을 거의 또는 전혀 하지 않음 (3) 일부일처제 (4) 핵가족 가구 (5) 독립 거주가 바로 WEIRD이다.

대부분 WEIRD 가족의 독특한 성격은 산업혁명, 도시화, 근대 국가 차원의 제도가 낳은 산물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오늘날 세계화를 통해 그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비WEIRD 사회들이 WEIRD 사회의 공식적인 세속적 제도를 채택함에 따라 집약적인 친족 기반 제도가 서서히 퇴화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전 지구적인 경제, 정치적 힘이 습격하는 가운데 친족 기반 제도는 상당한 회복력이 있음이 밝혀졌다.

유럽의 경우, 역사적 순서가 정반대였다.

서기 약 400년에서 1200년 사이에 유럽의 많은 부족적 인구 집단들이 지닌 집약적 친족 기반 제도가 퇴화하고 해체되었으며 결국 파괴되었다.

로마 가톨릭교회로 발전한 기독교의 한 분파가 주범이었다.

이후 전통적 사회 구조의 폐허 위에서 이해나 믿음에 근거하여 자발적 결사체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는데, 친족 관계의 강화라는 경로와 차단된 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유럽에서 집약적인 친족 기반 제도가 해체되고 독립적인 일부일처제의 핵가족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 것이 근대 세계로 나아가는 어마어마한 눈사태를 일으킨 하나의 조약돌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WEIRD 가족의 뿌리는 교회가 점진적으로 채택하였던 교리, 금기, 규정들이 서서히 확대되는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서로마 제국이 종언을 고하기 전에 시작되었다.

교회의 믿음과 관행은 유럽인들의 마음과 생각을 놓고 많은 신들과 의례, 제도 등에서 경쟁했다.

오늘날의 시점에서, 서방교회가 이러한 종교 경쟁에서 수월하게 승리를 쟁취하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서방 교회가 유럽의 전통적인 여러 신과 의례를 절멸시키고 다른 형태의 기독교를 앞지르면서까지 그들을 압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결혼과 가족을 둘러싼 금지, 규정, 선호 등의 극단적인 교리에 있다.

기독교의 성서에 이러한 교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방침들이 초자연적 위협, 세속적 차별과 결합되면서 점차 의례로 포장되어 모든 것에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이러한 관행이 기독교인들의 내면에 자리잡아 이후 세대들에게 상식적인 사회 규범으로 전달된다.

"서구 기독교가 우연히 갖게 된 특별한 능력은 친족 기반 제도를 해체하는 동시에 기독교 제도의 확산을 촉진하는 법을 '알아낸' 것이었다."


참고로 교회의 영향력이 미치기 이전에 유럽 부족들은 이러한 양상을 나타내었다.

1. 사람들이 부족 집단이나 부족적 연결망 안에서 친족 기반 조직에 얽혀서 살았다. 확대가족 가구는 지펜 sippen(게르만족)이나 셉트 septs(켈트족)라고 불리는 (씨족, 가문, 혈족 등) 더 큰 친족 집단의 일부였다.

2. 상속과 혼인 후 거주는 부계 편향적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확대 부계 가구에서 살았고, 부인이 남편 쪽으로 거주지를 옮겨서 남편 친척과 함께 살았다.

3. 많은 친족 단위가 영역을 집단적으로 소유하거나 통제했다. 개인적으로 영역을 소유하는 곳에서도 종종 친척이 상속권을 보유했고, 따라서 친척들의 동의 없이 땅을 팔거나 양도할 수 없었다.

4. 규모가 큰 친족 기반 조직들이 개인에게 법적, 사회적 정체성을 부여했다. 친족 집단 내부의 분쟁은 관습에 따라 내부적으로 판정되었다. 공동으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친족 집단 간 분쟁에 대해 처벌이나 벌금을 부과할 때 의도성은 거의 중요하지 않았다.

5. 친족 기반 조직이 성원들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했다. 이 조직들은 노인뿐만 아니라 병들거나 부상당하거나 가난한 성원들까지 보살폈다.

6. 친척과 중매결혼을 하는 것이 관습이었고, 혼인 지참금이나 신부값 (신랑이나 신랑 가족이 신부의 값을 지불한다) 같은 혼인 지불금도 관습이었다.

7. 신분이 높은 남성의 경우에 일부다처제가 흔했다. 많은 공동체에서 남성은 보통 동등한 사회적 신분의 '본처'를 한 명만 얻을 수 있었지만, 이후에는 사회적 신분이 낮은 후처를 더 얻을 수 있었다.


가족 조직과 사회적 연결망에서 일어난 변화에서 비롯된 심리적 변화를 살펴보면 새롭게 형성된 제도, 조직이 왜 일정한 방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새로운 수도회, 도시, 대학은 점점 개인에 초점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법률과 규범을 구축하면서 각 구성원에게 특권, 의무, 책무를 부여했다.

이러한 자발적 조직들이 번성하기 위해 유동적 개인들을 끌어모아야 했기에, 상호 합의한 원칙을 고수하게 된 것이다.

집약적 친족 관계의 구속을 받는 중세 유럽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보편적 도덕, 개인적 책임 의식, 강한 자유의지 개념을 가진 기독교였다.

즉, 이러한 독특한 토양에서 사회 규범의 씨가 발아해 점차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Ⅲ 근대 세계의 문을 열다


몇 세기에 걸쳐 서구의 과학, 법률, 유럽의 종교들이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게 되었는데, 이러한 유력한 공식 제도와 세계 각지에 스며든 종교들은 정확히 어디서 온 것일까?

많은 이들은 이러한 거대한 제도가 이성의 소산이자 합리성의 중대를 대표한다고 보는데 이는 교회의 교리를 벗겨내고 이성을 적용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유럽 각지의 파편화된 공동체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WEIRD 심리는 이에 속한 사람들이 특정한 종류의 사고, 규칙, 믿음, 관행 등을 고안하고 지지하고 채택하기 쉽게 만들었다.

이러한 새로운 사고, 법률, 정책은 자발적 결사체들 사이에 끊임없이 벌어진 집단 간 경쟁에 의해 걸려지고 선별된다.

공식적 제도에 폭넓게 영향을 미쳤을 WEIRD 심리의 네 가지 측면은 바로 이렇다.

1. 분석적 사고: 촘촘한 사회적 상호연계가 부재한 채 개인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더 잘 헤쳐나가기 위해 사람들은 점차 전체론적(관계론적) 사고를 버리고 분석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했다. 좀 더 분석적 사고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개인, 사건, 상황, 사물을 설명할 때 그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것이 가진 속성에 따라 관련된 범주로 분류하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개인은 행동이나 사물을 ('그것은 원자다' 혹은 '그는 외형적인 사람이다'와 같이) 그 속성이나 범주에 따라 분류하여 분석적으로 설명한다. 분석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모순을 걱정하기 때문에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더 높거나 낮은 범주나 구분을 찾으려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체론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모순을 보지 못하거나 포용해버린다. 유럽에서는 분석적 사고방식이 점차 전체론적 사고방식보다 우월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다시 말해 분석적 사고가 규범적으로 옳고 높게 평가된다.

2. 내적 속성: 사회적 삶을 이루는 핵심이 관계에서 개인으로 이동함에 따라 개인의 내적 속성의 유의미성이 점차 강조되었다. 여기에는 성향, 선호, 인성 같은 안정된 특성뿐만 아니라 믿음과 의도 같은 정신 상태도 포함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법률가와 신학자들은 심지어 개인이 '권리'를 갖는다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3. 독립성과 비순응성: 자기만의 독특함을 배양하려는 동기를 자극하는 가운데 전통과 오랜 지혜, 현명한 연장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공경심이 서서히 약해졌다. 타당한 진화적 이유 때문에 모든 곳의 인간은 또래에 순응하고, 연장자의 의견에 동의하고, 지속적인 전통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친족 간의 유대가 약하고 비개인적 시장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이런 경향을 강하게 밀어내면서 자기 과신과 자기 자랑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주의와 독립성, 비순응을 선호한다.

4. 비개인적 친사회성: 관계가 없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을 대하기 위한 비개인적 규범이 점차 삶을 지배함에 따라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나 부족적 정체성, 사회 계급과 무관하게 자기 집단이나 공동체(도시, 길드, 수도원 등)에 속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공평한 규칙과 비개인적 법률을 선호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맹아적인 느낌을 근대 세계에 만개한 권리나 평등, 공평 등의 자유주의적 원리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중세 성기, 교회와 자유도시에서 더 WEIRD한 심리가 등장하니 서구적 정부와 법률 개념을 뒷받침하는 관념이 더욱 직관적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되었으며 집약적 친족이 해체되고 부족적 소속 관계가 사라지면서 개인을 다스리는 법률이 더 쉽게 시행되고 대표의회가 더 수월하게 발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주의적 심리를 가진 보통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자발적 결사체를 이루면서 관념들이 서서히 형성되었다.

다른 조직과의 경쟁에서 신규 성원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자신들의 조직을 이끌어야 하니, 사회 규범은 점점 늘어가고 조직적 관행의 목록이 만들어지고 현장에 기록되고 성문법으로 정식화된 것이다.

12세기 문화를 특징 지은 개인적 의도, 개인의 동의, 개인의 의지에 대한 관심은 교회법의 여러 분야에 파급 효과를 미쳤는데, 12세기 말에는 두 당사자가 동의만 하면 어떠한 형식적 절차 없이 결혼이 유효하다고 여길 정도였다.

즉, 계약법에서 기본적인 요건만 갖춘 약속도 구속력을 갖는다고 간주했던 것이었다. 핵심은 약속한 당사자의 의도이다.


산업화 이전 몇몇 유럽 인구 집단에서 더 WEIRD한 심리는 인간 관계와 물리적 세계를 다루는 것을 포함해 일정한 종류의 법과 규범, 원리의 발전과 확산을 선호하였고 새로이 등장한 서구 법률과 과학은 거꾸로 WEIRD 심리의 측면들을 더 강화하였다.

새로운 법적 개혁의 영향을 살펴볼 때, 민주적 제도가 미친 심리적 효과에 관한 연구가 가장 적합하며 과학 또한 인식 규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도 분명하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동물인 것인가?

문화와 문화 진화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제도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생겨난 것인가?

친족, 결혼, 의례가 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인가?

사회의 규모와 복잡성이 왜 커진 것인가?

이러한 과정에서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한 것인가?


애덤 스미스가 말하길, "사회를 위해 인간을 만들 때, 조물주는 처음부터 인간에게 자신의 형제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욕구와 그들을 불쾌하게 하는 것에 대한 혐오를 부여했다. 조물주는 인간에게 형제들의 호의에 기쁨을 느끼고 형제들의 혐오에 고통을 느끼도록 가르쳤다. 그리고 형제들의 동의를 가장 기쁘고 가장 유쾌한 것으로, 동시에 형제들의 반대를 가장 수치스럽고 불쾌한 것으로 만들었다."라고 했다.


문화적 학습 능력이 향상되면서 누적적인 문화적 진화가 강화되었고 복잡한 적응 과정의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장되자 유전자와 문화 사이에 자가촉매 피드백이 형성되었다.

결국 인간은 공동체의 유산에 생존 자체를 의존하는 불가피한 문화적 학습자가 되었다.

어떻게 누적적인 문화적 진화 과정을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해야 앞서 언급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밝힐 수 있다.


범위는 광범위하지만 구체적인 참고 자료를 토대로 현대 서구 문명의 번영을 가져온 다섯 가지의 키워드를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었다.

인간은 문화적인 종이기에, 오랜 시간동안 주적적인 문화적 진화의 산물인 기술, 언어, 제도 등을 흡수하면서 단순히 치아, 어깨, 발 뿐만 아니라 뇌와 심리까지 형성할 수 있었다.

즉, 우리는 매우 다양한 여러 문화적 심리가 이질적인 여러 사회의 저변에 흐른다고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동물행동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님의 특별 추천사가 수록되어 있어 흥미로웠는데, 참고로 하버드대학교 에드워드 윌슨 교수님이 최재천 교수님의 스승이라고 한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과는 결이 조금 다르고 「총, 균, 쇠」 다음으로 집중해 읽은 책 중 하나이다.

역사와 인문의 콜라보는, 나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아 언제나 새롭고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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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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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뮤지컬, 발레는 물론 음악 영화를 굉장히 사랑하기에, 놓칠 수 없었던 책 중 하나이다.

역대 명작들이 한데 모여 가장 좋은 명언들만 추려놨으니 책장에 꽂아놓고선 두고두고 보기 좋다.


저자, 이서희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고전을 재창작한 뮤지컬부터 한 번쯤 제목은 들어보았을지도 모르는 국내 창작 뮤지컬까지, 저자는 5가지의 주제로 30편의 작품을 큐레이션하여 뮤지컬이 낯선 관객을 위한 가이드를 만들었다. 뮤지컬이 품고 있는 배경과 서사부터 아름다운 가사와 무대 영상에 이르기까지, 어느 순간 공 연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며 누구나 쉽게 뮤지컬에 다가갈 기회를 만들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우리는 살아가며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려움을 맞닥뜨리고는 한다. 하지만 뮤지컬 속의 인물들은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여 고민하고, 사랑하고, 도전한다.

가까우면서도 낯선 장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저자는, 보면 볼수록 흥미롭게 다가오는 뮤지컬의 “회전문”에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 사회에 지쳐 있는 독자들에게 ‘알고 보면 더 흥미진진한’ 뮤지컬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름다운 부랑자의 노래, 「노트르담 드 파리」


시인 그랭구아르의 노래가 울려 퍼지며 대성당의 높은 벽이 펼쳐진다.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를 대성당의 시대로 이끌며 파리에서 일어난 특별한 연애 사건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렇게 클로팽이 이끄는 부랑자의 무리가 파리에 도착해 노트르담 성당의 안식을 청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 날, 생김새가 흉한 이를 교황으로 삼는 광인들의 축제가 열린다.

교황으로 선정된 사람은 다름아닌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인 콰지모도였다.

생김새가 흉하고 꼽추였던 콰지모도에게 사람들은 왕관을 씌워 모두가 구경할 수 있게 하늘 높이 들어 올린다.

소란스러워지자 성당의 부주교인 프롤로는 이들을 해산시키고 콰지모도에게는 민중을 현혹하는 에스메랄다를 체포하라고 지시한다.

프롤로의 손에서 자란 콰지모도는 거절하지 못하고 에스메랄다를 납치하기 위해 미행하지만, 근위대장인 페뷔스에게 발각되어 체포되고 에스메랄다를 위험에서 구한 페뷔스는 '발 다무르' 카바레에서 만나자고 제안한다.

부랑자들은 자신들만의 궁전을 세우고 무질서한 몸짓과 우렁찬 목소리를 과시중이었는데 그랭구아르가 부랑자들의 영역에서 어슬렁거리다 붙잡히게 된다.

클로팽은 구랭구아르와 결혼할 자가 나타나면 그를 죽이지 않겠다고 하니, 에스메랄다는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명목뿐인 결혼이지만 그와 결혼하겠다고 나선다. 사실 에스메랄다 또한 페뷔스를 사랑하고 있었다.

한편 페뷔스에게 붙잡힌 콰지모도는 사지가 묶인 채 광장으로 나와 에스메랄다를 납치한 벌을 받게 되는데, 콰지모도가 힘겹게 물 한 모금을 군증들에게 원하자 그 틈에서 나타난 에스메랄다가 그에게 물을 건네준다.

이를 계기로 콰지모도 또한 에스메랄다에게 애정을 느낀다.

결국, 콰지모도, 프롤로 그리고 페뷔스는 각자의 방식으로 에스메랄다를 염원하게 된다.

발 다무르 카바레에서 만난 페뷔스와 에스메랄다. 그런데 누군가 에스메랄다의 칼을 훔쳐 페뷔스를 찌르게 되어 에스메랄다는 살인 혐의를 받고 성당의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프롤로는 에스메랄다를 교수형에 처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한편 죽은 줄로만 알았던 페뷔스가 죽지 않고 살아나 약혼녀 플뢰르를 찾아가는데, 플뢰르는 에스메랄다가 처형당하지 않는다면 약혼을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처형식이 치뤄지는 날, 프롤로는 페뷔스를 찌른 사람이 자신이며 에스메랄다를 사랑한다는 고백과 함께 자백하게 되고 콰지모도 또한 에스메랄다를 구하기 위해 감옥에 갇혀 있던 부랑자들을 풀어줘 버린다.

에스메랄다는 부랑자들과 함께 도망가지만 프롤로의 군인들에 의해 이내 붙잡히고 부랑자 무리들은 파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결국 클로팽은 사망하고 페뷔스는 플뢰르와의 약속때문에 에스메랄다를 냉정하게 외면해 버린다.

콰지모도와 프롤로는 노트르담 성당의 탑 꼭대기에서 에스메랄다를 찾아내게 되고 콰지모도는 프롤로에게 에스메랄다를 살려주라고 애원하지만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던 에스메랄다를 떠올리며 조소를 짓는다.

이에 분노한 콰지모도는 프롤로를 탑 꼭대기에서 밀어버리고 에스메랄다 또한 결국 처형당하게 된다.

그렇게 죽음 속에서도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겠다는 콰지모도의 노래로 막이 내린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인 「파리의 노트르담」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운명과 비극의 시대 속에서 몰아치는 감정을 웅장한 노래와 세밀한 연출로 표현된 작품이다.




억압과 차별에 맞서는 힘, 「헤어 스프레이」


1962년 볼티모어, 뚱뚱하지만 밝고 유쾌한 소녀 트레이시가 그 주인공이다.

학교에서도 항상 시계만 바라보는 트레이시는 친구 페니의 집에서 <코니 콜린스 쇼> 보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코니 콜린스 쇼>는 앰버와 링크가 주연인 10대들의 댄스쇼이다.

다만, <코니 콜린스 쇼>는 모두 백인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흑인의 날에만 흑인 아이들이 출연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니 콜린스 쇼>에서 새 멤버를 영입하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게 되고 트레이시는 뚱뚱할 뿐만 아니라 하얀 피부가 인종차별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오디션 요청을 거절당한다.

오디션 때문에 학교를 빠졌었던 트레이시는 벌을 받게 되고 그곳에서 흑인의 날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춤연습을 보게 된다.

그렇게 트레이시는 춤을 가장 잘 추는 흑인 소년 시위드와 친구가 되어 춤을 배우게 되고 링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후 트레이시는 무도회에서 춤을 춘 계기로 <코니 콜린스 쇼>의 고정 멤버로 발탁되고 인기 멤버로 부상하게 된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앰버는 미스 틴에이지 스프레이가 될 기회까지 날려버릴 것 같자 앰버의 엄마인 벨마는 급기야 쇼에서 흑인의 날을 폐지해버린다.

이에 반발한 트레이시는 선발 대회 하루 전날 방송국까지 시위 진행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경찰들에 의해 중단되고 시위드와 흑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벨마를 피해 트레이시는 겨우 스튜디오에 들어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앰버도, 트레이시도 아닌 아이네즈였다.

생방송임을 망각한 채 앰버에게 투표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털어놔버린 벨마는 결국 프로그램에서 해고되고 트레이시는 링크와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며 해피엔딩으로 막이 내린다.


1988년 코미디 영화를 기반으로 2002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2007년에 다시 한 번 각색하여 완성된 뮤지컬이다.

세상의 억압과 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미래를 마련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노래한 「헤어 스프레이」는 미래를 향한 작은 기적을 이뤄내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각광받았던 작품이다.




짙은 어둠 속에서 듣는 유령의 세레나데, 「오페라의 유령」


1905년, 파리 오페라 극장.

원숭이 모양 오르골을 낙찰받은 라울은 1880년대의 파리 오페라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프리마돈나 칼롯타의 리허설 도중 무대 소품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지만 소홀한 대처에 화가 나 극장을 나가버리게 되고, 그 빈자리를 메꾼 것이 바로 크리스틴이다.

칼롯타를 대신해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친 크리스틴에게 어린 시절 친구였던 라울이 찾아온다.

라울과 크리스틴은 음악의 천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라울은 단지 상상 속 인물일 뿐이라며 저녁 식사를 하자고 청한다.

라울이 돌아가자 화가 난 음악의 천사, 오페라의 유령은 거울 속에서 나타나 크리스틴에게 밤의 음악을 만드는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유령의 은신처로 데려가게 된다.

호기심이 생긴 크리스틴은 몰래 유령의 가면을 벗겨버리고 흉측한 얼굴을 들킨 유령은 크게 분노하며 크리스틴을 돌려보낸다.

한편 새로운 오페라를 준비하고 있는 오페라 하우스로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크리스틴이 카롯데의 역할을 대신하라는 것이었다.

단원들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고 결국 공연 중 단원의 시신이 천장에 매달린 채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자신도 죽일 것이라는 두려움에 빠진 크리스틴을 데리고 무대에서 도망치는 라울, 그는 크리스틴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고 두 사람은 사랑의 노래를 주고받는다.

이를 본 유령은 분노하여 공연장에 있는 샹들리에를 추락시켜 버린다.

시간이 흘러, 극장에서는 가면 무도회가 열린다.

그사이 크리스틴과 라울은 약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오페라의 유령이 나타나 자신이 쓴 오페라에 크리스틴을 주연으로 내세워 즉시 제작하라고 요구한다.

유령을 잡기 위한 극의 막이 오른다.

크리스틴은 피앙지가 아닌 유령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크리스틴은 유령의 가면을 벗겨 사람들에게 얼굴을 드러내게 한다.

분노한 유령은 지하 은신처로 크리스틴을 강제적으로 데려가고 뒤쫓아온 라울을 붙잡아 크리스틴에게 협박한다.

연민을 느낀 크리스틴은 그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건네며 다정하게 키스하고 이에 위로와 감동을 받은 유령은 라울과 크리스틴을 풀어준다.

은신처로 도착한 군중들이 유령을 잡으려고 했을 때는 그의 가면만이 남아 있었고, 그렇게 막은 내린다.


사랑을 주제로 한 「오페라의 유령」은 깊고 비극적이며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집착의 끝을 보여주기도 한 작품이다.




책에 나온 작품들 중 세 작품 빼고는 다 봤었으니 뮤지컬도, 영화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나 애정하는 작품들은 2-30번도 넘게 봤던지라 가사가 절로 머릿속에서 그려질 정도이다.

미국에서 잠시 머물렀을 때, 무조건 많이 듣고 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지라 방대한 양의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거니와 뉴스까지 섭렵했었었다.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사라 브라이트만이 주연으로 섰던 뮤지컬부터 지금의 주연들로 메꿔진 뮤지컬까지 얼마나 많이 보았는지 모른다.

특히 영화는 스무 번도 넘게 봤으니 노래만 나오면 곧장 부를 수 있을 정도이다.

뮤지컬로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 보지 못했고 극장에서 영화로 아쉬움을 달랬던 「헤어 스프레이」였기에 더더욱 기억에 남는다.

(「헤어 스프레이」와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영화와 뮤지컬 흡사하게 만들어져서 뮤지컬 일부 영상은 유튜브로 볼 수 있다.)

자신을 믿고 선택한 길을 꿋꿋하게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미래를 향한 준비과정은 아무리 고되고 힘들지라도 결국은 그 모든 순간들이 설렘으로 가득찬 순간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활기찬 내일을 위해, 지금 이 순간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뮤지컬로 최고이기에 고민이 많을 때면 영화 「헤어 스프레이」를 꼭 보곤 한다.


줄거리를 신나게 쓰는 내 모습을 보니 약간의 웃음이 새어나왔다.

(발레, 뮤지컬, 영화는 없어서는 안 될 문화생활인 것 같다...♥)

코로나 터지고나서 극장 한 번도 못 가봤을 정도로 문화생활 자체가 없어졌지만 이번 달부터 조금씩 즐겨보려고 한다.

(뮤지컬 볼 생각에 신이 난다, 신이 나♪)

하나도 빠뜨릴 것 없이 명작들로만 한데 모아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에세이, 『방구석 뮤지컬』은 힐링 그 자체다.

연말선물로 몇 권 더 구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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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철학적·문학적 해석
백승영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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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책 중 하나일 것이다.

차라투스트라, 니체 그리고 니체 철학.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철학적·문학적 해석이 담아져 있으며, 우리가 긍정의 철학으로의 길로 갈 수 있게끔 안내해준다.


저자, 백승영은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후,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이자, 서울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한국 니체학회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차라투스트라


이란 북부 출신의 예언가인 그는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하고 절대 유일신 숭배를 주장했던 조로아스터교의 지도자이다.

이전에 있던 관습들이 있기에 새로운 종교를 창시했다기보다는 체계적인 형태로 재편한 것이 옳다고 표현되며 이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근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한 신인 아후라 마즈다의 의지에 세상이 따른다고 주장한 바를 보면 이원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일원론에 가까우며 어느 정도 유일신 사상을 지녔다고 파악하는 것이 맞다.

그에 대한 정보가 현저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알렸던 것은 역시 프리드리히 니체의 영향이 크다.

"신은 죽었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가 10년간 수행하여 얻은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가르친다는 내용을 담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을 내었다.

실질적으로 이는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이라고 하기보단 니체가 그를 인용해 자신의 사상을 내비친 것이 더 정확하다.

참고로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책의 영감을 받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96) 라는 교향시를 발표했다.



◈ 니체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목사였던 니체는 첫째 아들로 태어난다.

니체는 어린 시절부터 엄숙하고 진지해 소년 시립초등학교에 함께 다녔던 급우들이 그를 '어린 목사'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니체는 학교를 옮겨 피아노 수업을 받게 되었는데 그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 굉장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니체는 수업료 면제를 받으며 다닐 수 있었던 수도원을 마다하고 '돔 김나지움'에 다니게 된다.

창의성이 높았던 그는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그는 내면적으로 매우 고독했다고 한다.

휴학할 정도로 심한 두통을 앓았으며 이후 증세가 악화돼 정신착란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평생 반복되었다고 한다.

수학에 매우 취약했던 반면에 그리스어와 라틴어 논문에서는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니체는 굉장히 생각도 많고 (내면적으로) 고독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교시절의 반항기질이 대학교 때까지 흘러가 술과 담배 그리고 여자에 빠졌었다.

결국 신학과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덕분에 철학과 연을 맺게 된다.

군대생활을 하던 도중 다치는 바람에 제대하게 되면서 스승의 추천을 받아 스물네 살에 스위스 바젤대학의 고전어 교수로 초빙된다.

이후 1870년에 전쟁이 일어나 위생병으로 지원했다가 심한 이질에 걸려 곧 제대하였고 이때부터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도덕이 삶을 죽인다면서 전근대적 철학과 도덕을 반대하는 투쟁을 벌였다.

서양에서의 기독교 사상은 이랬다. (참고로 로마제국 이후 유럽은 그리스도교 문화가 지배적이었다.)

가진 것이 없고 아픈 자들을 축복하는 반면에 가진 것이 많고 힘센 자들은 하나님을 섬기지 않아 영원히 저주를 받는다고.

이것이 바로 노예도덕이다.

도덕을 단순히 반대하기보다는 새로운 도덕을 확립시키고자 했던 니체, 그의 사상은 20세기의 철학자들에게 많은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



◇ 차라투스트라의 서설


『차라투스트라』 1부는 <차라투스트라의 서설>과 <차라투스의 말>로 구성된다.

<서설>은 10개 절을 갖고 있고 <말>은 총 22개 장이 엮여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차라투스트라의 서설>로 시작하는데, 이는 총 10절로 형식적인 서문 대신 『차라투스트라』의 서문 역할을 한다.

핵심사유들로 간단하게 스케치되며 스토리라인은 '차라투스트라의 산에서의 하강(1) -> 신의 죽음에 대한 고지와 소통의 실패(2) -> 위버멘쉬에 대한 가르침(3) -> 당위로서의 위버멘쉬와 그 위험(4) -> 소통의 실패와 인간말종에 대한 가르침(5) -> 사이비 자유정신의 추락(6) -> 차라투스트라의 불완전한 지혜와 소통의 실패 및 그의 책임회피(7) -> 세 가지 유혹과 극복(8) -> 차라투스ㅡ라의 새로운 지혜, 창조자(9) -> 인간을 창조자로 만드는 영원회귀 사유(10)에 대한 인식'의 순서로 전개된다.

이 중심에는 소통에 대한 차라투스트라의 염원이 놓여 있다고 한다.

자신의 지혜를 전수함으로써 사람들이 깨우치기를 바랐지만 사람들이 그의 지혜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 완전히 실패로 끝나고 만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깨우친다.

사람들이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선결과제라는 것을.

이러한 존재가 바로 창조자이며, 인간이 창조자가 되기 전에 차라투스트라가 원하는 소통은 불가능하며 위버멘쉬로 살아가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다.

위버멘쉬는 항상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신체적 존재이며 인간 자신과 세계를 긍정할 수 있는 존재이자 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완성시키는 주인의 역할을 하는 존재다.

여기서의 개념은 힘의 의지와 허무주의 그리고 영원회귀 사유와의 정합적 구도를 완성시키는 매개 개념으로 사용된다.


<서설>의 1절은 차라투스트라의 하강을 그리는데 하강의 이유가 관계론의 관점에서 묘사되고 있다.

니체는 예수의 광야에서의 40일과 차라투스트라의 높은 산에서의 10년의 차이를 주목하라고 한다.

산은 생명력이 풍부한 공간이자 넓은 시야를 갖춘 해방과 자유의 공간인데 광야는 생명력 측면에서 산과 비교할 수 없으며 인간에게 있어서 살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공간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의 지혜의 차이를 결과로 보여주며 니체는 자신의 철학적 사상이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을 능가한다고 누설하려 하는데 이는 말그대로 자신만만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하강을 두고선 심장의 변화때문이라고 묘사하지, 정신이 변했다거나 생각이 변했다고 하지 않는다.

인간을 신체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오로지 정신적인 존재도, 육체적인 존재도, 의지적인 존재도 아니며 정신성과 육체성과 의지가 어우러져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통일체다.

우리가 자신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총체적인 모습인 것이다.

니체의 이런 생각은 인간을 정신성과 육체성의 두 단위로 나누어 설명하는 이원론적 인간 이해 전체를 겨누지만, 특히 정신성을 인간의 핵심으로 보는 '이성중심적 인간관'에 대한 반박이다.

심장이 멈추면 육체도 죽지만, 정신도 죽는다. 아니, '나' 전체가 죽어버리는 것이다.

니체가 말한 심장의 변화는 곧 '총체로서의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 역시 신체이기에 내적변화는 행동으로 곧 표출되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의 지혜를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이유를 태양에게 말하며 축복해 달라고 요청한다.

"시샘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그대여. 나를 축복해 달라! 그대의 환희를 온 누리에 되비추어 줄 이 잔을 축복해 달라"

시샘 없이 바라볼 수 있는 태양이라 표현한 것은 니체의 의도이다.

차라투스트라의 지혜가 태양과의 협동작업의 결과였듯이 행복 또한 마찬가지이기에 관계론적 시각이 전제되어 있으며 시샘하는 신에 대해 의도적으로 대비하였으며 태양이라는 지상의 자연물을 초월적 존재인 신의 자리에 대체시키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차라투스트라가 신에게 축복을 요청하지 않는 것도 니체에게 있어서 초월세계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창작물에 불과했다.

시샘 없는 태양은 "대지에 충실하라", "신은 죽었다"라는 니체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데 차라투스트라의 이러한 태도는 성서 속 예수 그리스도의 태도와 극적 대비를 이루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신의 아들로서 믿음, 겸손, 지적 겸양 등을 가르치며 축복도 신에게 요청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겸손하다.

초월세계와 신을 믿는 자의 모습은 차라투스트라는 현실세계와 인간을 믿는 자가 이렇게 다른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지혜를 사람들에게 전하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신의 나라를 알리는 선지자라는 자화상으로, 차라투스트라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하려는 교육자라는 자화상으로 등장하게 된다.


3절에서 차라투스트라의 두 번째 메시지가 전달된다.

'인간은 위버멘쉬로 살아야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사람들의 현재 모습은 사람답지 않으니 지금의 모습을 뛰어넘어 더 나은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정언정 주장 하나를 가르침이라며 불쑥 제시한다.

이는 19세기 유럽인들에 대한 일침으로, 니체에게 유럽인은 데카당이며 니체는 정신의 병리성을 확인하게 된다.

이를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니체는 출발점은 인간의 각성이기에 이를 위해 차라투스트라는 소크라테스처럼 등에의 역할을 자처하게 한다.

이것이 일차적인 이유였다면 사실상 이는 인간 일반에게로 향하는 가르침이었다.

앞서 위버멘쉬에 대한 개념을 설명했듯이 자기 자신을 넘어서 간다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하고 지녀야 할 과제라고 니체는 생각했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그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위버멘쉬의 이 기본적인 속성을 충족시킨다. 물론 이것이 위버멘쉬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위버멘쉬로 사는 첫걸음을 떼고 있는 셈이다.


9절에서 차라투스트라가 새로운 지혜를 얻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새롭게 얻은 지혜를 진리라고 부르며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새로운 지혜가 서사 전체를 전개시키는 핵심요소라고 강조한다.

인간이 '창조자'라는 것은 줄타기 곡예사가 아닌 줄 타는 춤꾼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것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진리인 것이다.

차라투스트라가 수행하려는 건강한 인간 만들기 프로젝트는 창조자라는 조건의 의존한다.


10절에서는 인간을 창조자로 결단하게 만들 때 필요로 한 영원회귀 사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차라투스트라의 독백이었던 9절에서 그는 혼자였고 여전히 그에게는 부족한 것이 있었다.

니체는 자유정신, 자율적 의지, 창조자라는 지혜만으로 아직 차라투스트라의 진리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설정을 염두에 두고 10절을 시작한다.

"이렇게 차라투스트라의 하강은 시작되었다."



◇ 차라투스트라의 말


서문 역할을 했던 <차라투스트라의 서설> 뒤에는 1부의 본문이 따른다.

1장 앞에는 <차라투스트라의 말>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의 '말'은 1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체를 아우른다. 『차라투스트라』 2~4부의 시작에는 제목이 따로 없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4부 및 최종부>라고만 되어있다.


1부에서 인간의 건강한 모습으로 제시하는 창조자는 "위험하게 살지어다!"를 모토로 삼으며, 정신의 자유를 발휘하면서 자신의 길을 가기, 극복 과정을 견디기, 그 과정에서 명랑성과 용기를 잃지 않기,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쟁취하기, 내적-외적 싸움을 창조적 힘으로 활용하기, 허영기나 대중성을 벗어버리기, 패배의식을 버리고 저항하는 것들로 수행한다.

이것이 자율적이고도 주권적인 인간의 모습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긍지, 용기와 의지를 갖추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창조자의 모습이 위버멘쉬의 한 측면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는 1부처럼 총 22장으로 엮여있으며, 차라투스트라의 자세와 새로운 시작의 이유를 간단히 제시하면서 2부의 문이 열린다.

2부의 시작이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의 위기와 사람들이 처한 위험때문이었다면 그 끝은 차라투스트라 자신의 위험때문이며 그 위험을 타개할 성숙된 지혜의 필요성이 3부를 여는 계기가 된다.

2부는 니체의 시대비판을 다루고 있다.

니체 철학의 대명사인 '힘에의 의지' 개념이 중심축으로 작동하는데 전면에 세워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간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3부는 총 16장으로 영원회귀 사유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원회귀 사유는 니체 스스로 "사유 중의 사유"라고 할 정도로 니체 철학에서는 물론 『차라투스트라』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허무주의 극복을 위한 사유실험의 형태, 매 순간의 영원성 확보, 힘에의 의지로서의 세상에 대한 디오니소스적 긍정가능성 확보 등의 양태로 제시되는데 이 면모들이 잘 어우러져야 인간을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노래'를 부르는 건강한 모습으로 만들려는 차라투스트라의 과제가 비로소 수행된다.

1-2부에서 묘사된 자유정신에는 명령자의 엄중함이 들어있지 않았지만 2부 말미에서 자신이 지혜와 진리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하는 자의 엄중함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 가시화시켰다.

인간에게 위버멘쉬로 결단하라고 명령하는 자세로 영원회귀 사유를 입에 올린 것이다.

차라투스트라의 자기극복을 담은 3부는 이를 왜 필요로 하고 어떻게 발휘되는지 차라투스트라의 모습으로 세밀하게 묘사한다.


" 가지 위대한 (독일인에 의해 발견된) 철학적 관점들.

생성과 발전이라는 관점.

인간 삶의 가치라는 관점(독일 염세주의의 불쌍한 형식이 극복된다).

나에 의해 결정적인 방식으로 한데 모아진다.

모든 것은 되어가고 영원히 다시 회귀한다. 탈출은 불가능하다."


니체는 영원회귀 사유가 생성과 발전, 인간 삶의 의미라는 문제와 연결되고 이를 한꺼번에 해명하려고 했다.

생기존재론과 관련한 측면을 보면 영원회귀 사유는 생기존재론을 이론적으로 보충해서 완성시키고 있다.

"생성에 존재의 성격을 각인한다. 이것이 가장 최고의 힘에의 의지다. 모든 것이 회귀한다는 것은 생성의 세계가 존재의 세계에 극도로 접근하는 것이다. 고찰의 정점."

이원론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내재적 필연성을 확보해 무조건적 긍정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니체는 생기존재론을 최고의 이론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런 생성이 영워니 지속된다는 것이 보증되어야 한다.

그것이 언제든, 위나 아래에 힘에의 의지 생성 외에는 다른 존재방식이 없으니 이후 생기존재론은 보증된 이론일 수 있었고 비로소 고찰의 정점일 수 있었다.


양적으로 불변하는 고정된 힘의 크기를 지녀도 결국 질적으로는 변화한다.

힘의 양의 성장과 감소는 대응관계를 형성하는 변화를 보이지만 유한한 양의 힘에의 의지의 싸움은 무한한 시간 속에서 진행되기에 한 번 형성된 특정한 힘질서의 관계는 반복된다.

즉, 힘에의 의지의 관계세계가 그 세계가 아닌 다른 모습이 될 가능성은 없다.

이렇듯 영원회귀가 확실하면 세계는 생성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지는데 이는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니체 철학에서 실제로 회귀하는 것은 단 하나 힘에의 의지다. 자신의 본성으로의 회귀라는 양태로.

힘에의 의지의 본성은 항상 힘상승과 지배를 추구하는 것인데 이는 본성에 맞게 의지는 움직인다는 것이다.

본성에 충실하게 자신의 힘을 사용하면 또 다시 본성에 충실한 움직임을 보인다.

중요한 것은 본성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점이다.

니체는 영원회귀 사유를 사유실험의 형태로 제시하면서도 실존적 결단을 요청한다.

이를 간절히 바랄 정도로 삶의 주체가 될 것인지 그 반대가 될 것인지를.


유의미한 삶의 영원회귀를 선택하는 주체는 바로 위버멘쉬이기에, 영원회귀 사유는 우리를 위버멘쉬로 결단하게 하고 각성시키면서, 허무주의를 극복해 내는 실천적 기능을 하게 된다.




니체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에 요구되는 것은 학문적 객관성과 보편타당성을 위해 모든 개인적 요소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원칙을 과감하게 파괴했다.

자신의 삶을 철학적 방식으로 행해지는 '큰 해방'으로 해석했고 깊이 묶여있던 인식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그의 삶이었다.

이를 믿었기에 포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또한 그는 알고 있었다.

니체는 자유로운 사고를 구속하는 감옥이 확신이며, 이는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라고 말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붙잡고 공부하며 읽었던 적이 언제였을까?

대학교 때, 교양으로 철학수업을 들었던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한 번에 슥- 읽고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한 달 동안 곱씹으며 읽고나니 이제야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다.

요점정리를 다 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인상깊었던 부분들만 서술해보았는데, 글쓰기노트에 적어가면서 읽었던 것을 썼기 때문에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니체를 알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알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다가 읽은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 도중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선 이해했으니깐.

무엇보다 굉장히 세심하고 구절 하나하나 해설이 잘 되어있어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내용이 함께 올라가야 할 부분이 있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서평을 쓸 때,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를 조금 더 보충해 쓸 예정이다.

생각하고 생각하며, 그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 철학이라 하였다.

역시 철학은 재미있어도 참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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