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 지구환경의 미래를 묻는 우리를 위한 화학 수업 내 멋대로 읽고 십대 7
원정현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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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저자 원정현

지상의책(갈매나무)

2023-01-13

과학 > 화학 > 일반화학

사회과학 > 생태문제 > 환경문제






■ 책 소개


이 책은 화학이라는 렌즈로 지구를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일회용품, 미세먼지, 기후변화, 플라스틱 쓰레기, 바이오 연료까지, 익숙하지만 때로는 모호하게 여겨졌던 환경 이슈들의 본질을 화학의 언어로 정확하고 쉽게 풀어낸 책입니다.

화학은 무언가를 만드는 기술이자 동시에 세상의 문제를 바꾸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복잡한 공식이나 실험실 이야기 대신, 일상 속 사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과학이 어떻게 지구와 연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화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지구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충분히 곁에 둘 수 있는 과학 에세이입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우리는 문제를 만들었고 이제 그 해결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단위체 또는 모노머는 중합반응이 일어나면 폴리머(polymer)로 바뀌게 됩니다. ‘모노’는 하나라는 뜻이고 ‘폴리’는 많다는 뜻이죠? 그러니 중합반응을 통해 에틸렌은 폴리에틸렌이라는 폴리머가 되고, 프로필렌은 폴리프로필렌이라는 폴리머가 되는 거죠. 단위체들을 많이 이어 붙였으니까 중합반응으로 얻은 물질은 분자량도 엄청나게 커질 거에요. 한마디로 플라스틱은 단위체가 수천, 수만 개 반복되어 만들어진 고분자 화합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플라스틱이 잘 분해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분자량이 매우 큰 고분자 화합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 증가량의 나머지 3분의 1은 토양 속에 저장되었던 토양유기탄소가 빠져나가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토양유기탄소의 감소는 토양 속에 머물던 토양유기탄소가 이산화탄소로 전환된 후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 원인은 삼림 벌채나 농경지 확대 등에서 찾을 수 있어요.



생태계의 순환고리, 즉 원을 닫아서 지구 시스템을 평셩 상태로 유지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물론 우리가 매일 하는 플라스틱 수거와 재활용도 순환고리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합성하는 속도가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속도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므로, 재활용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려워요. 이산화탄소가 고정되는 속도보다 배출되는 속도가 더 빠르면 탄소는 순환하기 어렵습니다.


목표를 지구 시스템의 물질 순환 회복으로 설정하면, 그 다음 단계로 해야 할 일은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을까?’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면서도 지구에 피해를 주지 않는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을까?’로 질문을 바꾸고, 화학물질을 생산·소비·폐기하는 과정을 지구 시스템과 생태계 순환의 원칙에 맞게 재조정하면 되니까요. 기술을 개발하는 첫 단계부터 친환경 목표에 부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거죠.



■ 책 속 메시지


"우리는 문제를 만들었고, 이제 그 해결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화학으로 시작되었고 결국 그 해답 역시 화학의 ‘변화 가능성’ 안에 담겨 있다고.

그는 기술의 진보가 환경을 파괴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화학은 그 과정에서 반성과 전환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합니다.

즉, 화학은 단지 성분을 나누는 학문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설계하는 언어라는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삶이 과연 어떤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곧 우리의 소비, 선택, 습관,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 하나의 감상


읽는 내내 과학이 이렇게 시적일 수 있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복잡하고 낯선 공식으로만 여겨졌던 화학은 이 책을 통해 마치 살아 있는 감각과 사유의 도구처럼 느껴졌습니다.

화학은 단지 실험실의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 입는 옷, 켜는 전기까지, 삶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스며든 언어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책이 불안이나 죄책감을 자극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해를 통해 실천을 이끌어낸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플라스틱 용기를 고를 때, 비닐을 버릴 때, 전기를 켤 때조차 매번 아주 작은 선택 하나로 지구의 미래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배경에는 분명한 화학적 맥락과 인식의 전환이 자리하고 있었죠.


녹색지구는 어떤 거대한 기술의 성취나 막연한 환경 담론이 아닙니다.

그 시작은 오늘 내가 선택한 화학적 물질 한 조각의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는 그 조용한 시작이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과학의 언어로,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 손에 잡혀 재독하였는데 이전 리뷰도 알차게 작성하였으니 참고해 주세요.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2994323027



■ 건넴의 대상


과학을 더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

환경 문제에 더 깊이 다가가고 싶은 독자

나 하나쯤이 아닌 나부터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

화학을 공부하는 학생 또는 비전공자에게도 좋은 입문서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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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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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룰루 밀러

곰출판

2021-12-17

원제 : Why Fish Don't Exist

에세이 > 자연에세이

과학 > 기초과학

과학 > 생명과학 > 생물학






■ 책 소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 다큐멘터리 같은 제목 속에 깊은 자기 탐색의 서사를 품고 있는 비범한 에세이입니다.

저널리스트인 룰루 밀러는 어린 시절부터 느껴온 무력감, 상실, 존재에 대한 혼란을 19세기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따라가며 풀어냅니다.

표면적으로는 분류학과 과학사의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는 혼돈을 분류하려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의 균열을 받아들이는 한 여성의 치열한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물고기라는 분류가 해체될 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를 더 깨닫습니다.

이름 붙이는 것이 늘 진실을 말해주는 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이름 바깥에서 우리는 더 넓은 삶을 발견하게 됩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아버지는 내게 알려주었다. 혼돈이라는 막무가내인 힘의 거대한 소용돌이, 그것이야말로 우연히 우리를 만든 것이자 언제라도 우리를 파괴할 힘이라고 말이다.



이 세계에는 실재인 것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아도 실재인 것들이. 어떤 분류학자가 어떤 물고기 위로 걸어가다가 그 물고기를 집어 들고 "물고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물고기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이름이 있든 없든 물고기는 여전히 물고기인데….



그는 물고기의 뼈와 내부기관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어느 생물이 어느 생물을 낳았는지에 관한 실마리, 생명이 흘러가는 방향에 관한 실마리, 인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실험에 관한 실마리, 그리고 어쩌면 사람들을 개선하기 위한 비결에 관한 실마리를.



우리는 세상이 기본적으로 냉담한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고, 수십만 명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며, 자연 앞에서 무방비 상태이고,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이 결국에는 파괴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은 거짓말 하나가 그 날카로운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낼 수도 있고, 인생의 시련 속에서 계속 밀고 나아가도록 도와줄 수도 있으며, 그 시련 속에서 가끔 우리는 우연한 승리를 거두기도 한다.



인간의 지력으로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에 대한 이러한 조심스러움과 겸손함, 공경하는 마음은 사실 대단히 오래된 것이다. 이는 때로 "민들레 원칙"이라고도 불리는 철학적 개념이다. 민들레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 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 있는 약초로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 책 속 메시지


저자는 혼란스러운 세계를 견디는 방식으 과학과 이해를 선택했던 조던을 따라가지만 그 끝에서 마주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신념의 위험이었습니다.

정리되고 명명되는 세계는 편안하지만 그 안에서 놓쳐버리는 다양성과 경계 너머의 존재들이 있었죠.

그것이 결국 삶을 얼마나 협소하게 만들었는가를 이 책은 조용히 드러냅니다.

저자는 그 깨달음을 통해 자신 역시 더는 정리된 삶을 욕망하지 않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얘기합니다.



■ 하나의 감상


읽는 내내 무언가가 허물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분류하고 정의하는 일이 때로는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정면에서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과학의 이름으로 감정과 세계를 정리하려던 자신의 오랜 습관을 멈추고 혼돈을 있는 그대로 살아내는 연습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야말로 진짜 성장의 기록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책에서는 자기 확신에 사로잡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모름의 용기를 이야기합니다.

정의할 수 없는 존재로서의 나 그리고 그 안에서 조금씩 회복되는 관계와 믿음.

책장을 덮으며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나는 아직 분류되지 않은 채로 괜찮습니다."



■ 건넴의 대상


정답보다 질문이 필요한 분

혼돈과 회복의 사이에 서 있는 분

과학과 인문을 넘나드는 깊이 있는 서사를 찾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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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 2017 개정신판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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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국가란 무엇인가

저자 유시민

돌베개

2017-01-23

인문학 > 교양 인문학

사회과학 > 사회사상






■ 책 소개


『국가란 무엇인가』는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지금의 언어로 다시 던진 책입니다.

저자는 플라톤에서 홉스, 루소, 막스 베버, 한나 아렌트에 이르기까지 고전 정치사상을 바탕으로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되묻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구체적인 정치적 맥락 속에서 좋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단순히 정치철학 입문서가 아닌, 시민의 자리에 선 한 사람의 고백과 사유가 담긴 책입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이 책은 단순히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는 게 아니라 '우리는 어떤 국가를 꿈꿀 수 있는가'를 되묻습니다.



'용산참사'가 언제 적 일이었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큰 사건이 너무 자주 터지는 나라에서 살다보니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 참사가 벌어진 날은 2009년 1월 20일이었으며, 시작은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의 빈 건물에 철거민 서른두 명이 들어간 1월 19일 새벽이었다.


4구역 상가 세입자와 철거민단체 간부 서른두 명은 남일당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인화물질을 반입해 화염병을 만들었다.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던 와중에 불이 났고, 농성자 다섯 명과 경찰특공대원 한 명이 그 불에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살아남은 농성자를 모두 체포했고, 법원은 전원에게 유죄판결과 징역형을 선고했다.


돈을 향한 욕망, 빼앗긴 권리를 찾으려는 몸부림, 로보콥을 연상시킨 경찰특공대의 복장, 타오르는 불길과 무너지는 망루, 소음을 내뿜는 경찰 헬리콥터, 비명을 지르며 죽어간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참극의 한가운데 '국가'가 있었다. 이 사건은 평범한 시민들이 잘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져주었다. 도대체 국가는 무엇인가? 삶의 터전을 빼앗긴 상가 세입자들은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국가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마지막 수단으로 남일당 빌딩 농성을 선택했다.



자유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은 국가주의를 싫어한다. 그런데 국가주의자들이 애국심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들과 뒤섞이지 않으려면 애국심을 거론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나는 투쟁을 선동하는 ‘불법유인물’ 제작 임무를 맡은 조그만 모임에 속해 있었는데, 유인물에 ‘민중들이여’ 대신 ‘애국시민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윗선’의 심각한 비판을 들었다. ‘애국시민’은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수사라는 것이 비판의 요지였다.



자유주의 국가론과 목적론적 국가론은 결합할 수 있으며, 그 결합을 통해 각자의 결점을 제거하고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다. 나는 진보정치세력에게 필요한 국가론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국가론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는 국가에 ‘미덕국가 또는 ‘선행국가’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다고 본다.



나는 자유가 매우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확신하지만 그것이 국가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이 중시하는 다른 가치들보다 우위에 있다거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치들을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유를 절대적 가치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자유의 가치를 폄하하거나 경멸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분명 자유주의자이다. 나는 이 모든 가치들이 하나의 사회 안에서 똑같이 존중받으면서 공존해야 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자유를 원하는 것과 똑같이 간절하게 정의를 소망한다. 그래서 자유주의 국가론이라는 땅을 딛고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를 바라보며 나아간다. 이것이 내가 스스로를 진보자유주의자라고 말하는 의미이다.



베버의 책임윤리를 칸트의 도덕법, 베른슈타인의 개량주의와 묶어보면 ‘연합정치’를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국가의 도덕적 이상이 정의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볼 경우, 진보주의와 자유주의는 연합할 수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 연합해야 한다. 특히 국가주의 국가론을 따르는 시민들이 항속적으로 이념형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자유주의 정당과 진보정당 가운데 어느 쪽도 혼자 힘으로 보수정당을 능가하지 못하는 우리 상황에서는, 연합하지 않고서는 보수주의 정당을 이길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국가는 곧,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가란, '내가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은가'를 결정하는 삶의 프레임이자 조건입니다.





■ 책 속 메시지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면서도 동시에 그 자유를 지키는 존재입니다.

정치는 갈등의 조정 기술이며 국가는 그 갈등을 수렴하는 그릇입니다.

좋은 국가는 단지 효율이 아닌 정의와 존엄을 담보하는 공동체입니다.


이 책은 이론이 아닌 삶과 권력, 법과 정의, 권리와 책임이 얽힌 생생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즉, 국가는 추상명사가 아니라 우리 삶을 실질적으로 규정하는 가장 현실적인 개념입니다.



■ 하나의 감상


『국가란 무엇인가』는 정치철학의 굵직한 담론들을 어렵지 않은 언어로 풀어낸 책이었습니다.

플라톤의 목적론적 국가론, 홉스의 국가주의 국가론, 로크와 밀의 자유주의 국가론, 그리고 마르크스의 도구적 국가론까지, 복잡한 이론들을 저자는 명료하고 체계적으로 짚어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정치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몫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정치는 거대한 담론이기 이전에, 내가 어떤 사회를 꿈꾸고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묻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또한, 우리가 정치학을 알아야만 저자의 말처럼 정부를 비판하고 대통령을 평가할 수 있는 시민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된 시점에서 이 책은 더욱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당신은 누구와 어떤 공동체에서 어떤 가치를 품으며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집니다.

▶ 약자가 보호받고, 말이 통하는 정치를 행하는 나라

▶ 청년이 꿈을 말할 수 있고, 그 꿈을 밀어주는 사회

▶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혼자가 아닌 나라

▶ 나이 들수록 외롭지 않고, 오히려 삶의 경험이 존중받는 사회


『국가란 무엇인가』는 단지 한 권의 철학 책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과 이어진 질문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정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자리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지금의 나부터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조용히 일깨워준 책이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국가와 정치에 대해 사유해보고 싶은 분

정치철학을 현실의 언어로 만나고 싶은 분

좋은 시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




이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문장이나 통찰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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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시인의 시 「내가 나의 감옥이다」,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유안진 시인의 「내가 나의 감옥이다」를 함함께 읽으려 합니다.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 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 편견이 시큰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 해설 및 주제 분석


이 시는 자아 성찰과 내면의 억압을 주제로 합니다.

이 시는 곧장 자아를 향해 내리 꽂힙니다.

한 줄 한 줄이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나는 정말 나답게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남기게 하죠.


시인은 자신의 시를 통해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살아온 시간 그리고 자신조차도 스스로를 제대로 보지 못한 날들을 고백합니다.

그리곤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밤송이처럼 겉과 속이 모두 단단히 가시 돋친 채, 스스로를 또 다른 껍질 속에 가두며 살아온 나날들.

그 무의식적 감옥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자기 부정의 방으로 다가옵니다.



■ 하나의 감상


타인의 시선을 견디느라 스스로 피했던 날들.

내 속마음이 아닌 세상의 기준에 맞춰 움직이던 나의 선택들.

이 시를 읽고 나니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다"는 고백은 슬프면서도 놀랍도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를 감시하고 있었을까요?

스스로 만든 감옥 안에 편견, 수치심 그리고 의무만을 들여놓고 정작 나 자신을 잊은 채 살아온 건 아닐까요?

이 시는 그런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이제는 나를 가두는 일을 멈춰도 된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진정한 나 자신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제는 그 감옥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이 시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공유해주세요.

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주엔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를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무뎌진 감정 사이에 놓인 조용한 울림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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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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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총 균 쇠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영사

2023-05-10

원제 : Guns, Germs, and Steel (1997년)

인문학 > 교양 인문학

역사 > 세계사



■ 책 소개


『총, 균, 쇠』는 단순한 역사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진 문명의 격차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진화생물학, 지리학, 농업, 언어, 생태학 등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분석하는 문명 탐사의 결정판입니다.

저자는 한 가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왜 어떤 인류 집단은 지배자가 되고 어떤 집단은 피지배자가 되었을까?"

그는 인종이나 유전적 능력 같은 낡은 편견을 철저히 배제하고 환경과 식량의 축적 가능성, 가축화된 동물의 존재, 병균의 내성 같은 과학적·환경적 요소를 통해 인간 문명의 분화를 분석합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역사는 지역마다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1만 3,000년 동안, 어떤 지역에서는 문자와 금속연장을 보유한 산업사회가 발달했고, 어떤 지역에서는 문자 없는 농경사회가 발달했다. 한편 돌연장을 사용하는 수렵·채집사회가 그대로 유지된 지역도 있었다. 이런 역사 발전상의 불평등은 현대사회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얄리는 그 모든 것을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던 듯 반짝이는 눈빛으로 다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네 백인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개발해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우리 흑인에게는 우리만의 화물이 거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따라서 현대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질문은 이렇게 다시 고쳐 쓸 수 있다. 왜 부와 힘이 하필이면 지금처럼 배분되었을까?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카인,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유럽인과 아시아인을 학살하고 예속하고 절멸시킨 쪽이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비슷하지만,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제각각 그 이유가 다르다. 이와 비슷한 말을 전에 들은 것 같은가? 그렇다. 몇 단어만 바꾸면, 톨스토이의 위대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 된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법칙은 우리 삶에서 결혼 생활 이외에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데도 확대해 적용할 수 있다. 우리는 성공을 쉽게 단일한 요소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요한 일에서 성공하려면 실패와 관련한 많은 요인을 피해야 한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인류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동물의 가축화를 요약해서 잘 설명해준다.



건강한 농경민이 농촌에서 도시로 끊임없이 유입되며, 군중 질병으로 인해 죽어가는 도시 거주민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세계 무역로의 개척도 세균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였다. 따라서 로마 시대에는 유럽인과 아시아인, 북아프리카인이 뒤섞인 그곳이 세균들에게 거대한 번식지가 되었다.



중국은 동서로 흐르는 긴 강들(북쪽에는 황허강, 남쪽에는 양쯔강)이 있어, 해안 지역과 내륙 사이에 작물과 과학기술의 확산이 용이했다. 게다가 동서로 널찍하게 뻗은 지형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두 강이 운하로 연결됨으로써 남북 간에 교환도 쉬웠다. 이 모든 지리적 요인 덕분에 중국은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일찌감치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다. 반면 서유럽의 경우에는 면적은 비슷하지만 지형의 높낮이가 천차만별이고 유럽 전체를 관통하는 강도 없어, 오늘날까지도 문화·정치적으로 통합하는 게 쉽지 않다.



■ 책 속 메시지


총은 무력과 정복의 상징이고 균은 질병 면역과 생존의 격차이며 쇠는 기술과 사회 구조의 진보라 정의하였습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환경과 자원의 우연적 분포에서 시작 되었으며 그 흐름은 오늘날까지도 부의 불균형, 문화의 편중, 역사적 오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문명은 우연히 주어진 기회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불편하지만 중요한 진실을 꺼내 놓습니다.



■ 하나의 감상


이전에 쓴 리뷰는 너무 길다못해 방대해서 오랜만에 재독한 『총, 균, 쇠』를 짤막하게 리뷰해 봅니다.

『총, 균, 쇠』를 처음 읽었을 때는 제가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불평등을 생각보다 단순하게 생각해왔다는 질문이 오랫동안 머릿 속에 머물렀었습니다.

이 책은 여건만 된다면 한 번 읽고 끝낼 책이 아니라 두 번, 세 번은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 균, 쇠』는 단지 지적 충격을 주는 책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다르게 사유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계지도가 다르게 보이고 지금의 뉴스나 갈등 구조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느껴질 테니까요.

인류의 이야기를 다시 읽고 싶은 날, 이 책은 언제나 거대한 문명과 사유의 길 위에 서 있도록 만들어줄 것입니다.



■ 건넴의 대상


역사나 문명을 단순한 연표가 아닌 흐름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

문명과 권력의 본질을 다시 탐구하고 싶은 분

지리, 생태, 과학이 역사를 어떻게 바꿔왔는지 알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통찰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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