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한다고요? 드러누워 자라는 중입니다 - 사춘기 자녀를 이해할 수 없는 부모들에게 행복한 성장 4
엘리자베트 라파우프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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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아마 모든 부모들은 우리 아이만큼은 사춘기가 오지 않거나 설령 사춘기가 오더라도 조용히 지나가기를 소망할 것이다.

과연 이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경영학이 주전공이지만 경영학에서 심리학으로 전과를 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만큼 심리학에 관심이 높아 심리학 강의를 일부러 수강하기도 있는데 당시 배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의 심리였었다.

사춘기가 올 때면 더러 미운 나이대라고도 부른다.

크건 작건 간에 아무런 일탈없이 조용히 넘어가는 아이들이 있는가 반면에 크게 어긋나는 아이들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사춘기가 오지 않겠으면 좋겠지만 이게 부모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춘기는 흔히들 생각하는 '성장통'이 맞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 나아가는 성장과정 중 하나로, 사춘기를 겪는 아이의 목표는 바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부모님은 물론 나 스스로도 알다시피 난 다행히도(?) 사춘기가 없었다.

지루하다 생각될 정도로 바른 생활을 실천하며 살아왔기에 지금껏 일탈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나와는 달리 동생들은 반짝 사춘기가 찾아왔었다.

어쩌면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케어하다 보니 사춘기가 올 수 없는 환경이기도 했고 혹시 사춘기라는 시기가 분명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억누르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언니(누나)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케어해주니 동생들에게 사춘기가 덜컥 찾아왔을 때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사춘기를 무탈하게 지나가게 해줄) 당시에 정말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어린 아이에 불과했기에 그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어서 그런 방법을 자연스레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이 방법은 검증된 방법이기에, 내가 직접 동생들에게 해보았기에 꼭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인데 바로 '(아이의 말에) 경청하는 것'이다.

들어주는 것?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때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과 기울이지 않은 것의 차이는 분명 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단순히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마음을 다해 경청하고 그 자세 또한 매우 세심해야 한다.


사춘기는 무조건 미운 시기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춘기로 인해 내재되어 있던 천부적인 재능이 드러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춘기라는 선에서 크고 작은 일탈을 통해 스스로 아파보기도 하고 스스로 깨닫기도 하는 것이다.

이전에 한 리뷰에서 중학생 L군을 과외한 적이 있다고 얘기했던 것 같다.

방학 동안 잠깐 L군에게 영어를 가르쳤었는데, 당시 L군이 사춘기였다.

L군 스스로도 돌이켜보면 피식 하고 웃겠지만 할 때는 엄청 열심히 하긴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그리곤 그 시기의 아이들처럼 약간의 폭력적인 성향도 드러나긴 했었는데 L군과 자주 얘기를 나누다보면 딱 느껴지는 것이 굉장히 어른스러운 척을 했었다.

뭐랄까, 내일이라도 어른이고 싶어했다.

물론, 선생님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누나'가 아닌 '하나'라고 부르고 싶어했고 말이나 행동 또한 '나 어른이다!'를 시전했었다.

근데 얘기 나누다보면 영락없이 아가다. 아가아가하다.

매번 시간 내에 나오지 못하고 2-30분은 항상 늦게 나온 것이 뭔가를 하염없이 말하고 싶어했었다.

L군 부모님께서도 L군의 사춘기로 인해 꽤나 골치 아프다고 하셨었는데 L군에게 필요한 부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L군 모르게 문자를 보냈었다.

그렇게 L군이 개학하고나서 어머님과는 연락할 일이 없었는데 서너달 후에 문자가 왔었다.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고, 조언 감사하다고.

그 때, 든 생각이 바로 '경청'의 중요성이었다.


1 그 나이에 부모가 멋있다고 생각한다면 서른 살에나 사춘기를 겪겠군! ― 반항, 시도, 가능성

2 엄마, 그냥 꺼져버려! ― 욕설, 자해, 이중성

3 밤이 날 애타게 부르는데 집에만 있으라고? ― 통금, 일탈, 불응

4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 불화, 가출, 진심

5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는 세상인데 왜 시간을 낭비하냐고요? ― 땡땡이, 태만, 현재

6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요, 도저히! ― 거짓말, 신뢰, 통제

7 드러누워 자라나는 중이라고요 ― 성적, 잔소리, 인정

8 아니, 사 줘놓고 왜 쓰지 말라고 하는 거야? ― 스마트폰, 인터넷, 규칙

9 냄새나니까 저리 꺼져! ― 따돌림, 학교 폭력, 존중

10 어른들은 아무것도 몰라 ― 동경, 자만, 고독

11 잔소리는 이제 그만 좀 하세요 ― 심문, 설교, 질책

12 어른이 되면 술이나 실컷 퍼마셔야지 ― 술, 담배, 마약

13 나만의 가족을 찾을 테야 ― 나쁜 친구, 친한 친구, 이성 친구

14 엄마 아빤 정말 최악이야 ― 모욕, 폄하, 오해

15 그냥 난 관심받고 싶었어요 ― 관심, 희생, 결핍

16 엄마 아빠가 헤어지는 게 제 책임인 것 같아요 ― ‘다름’, 다툼, 죄책감

17 좀 더 잘 알았다면 덜 불안했을 텐데 ― 이차성징, 조숙, 성교육

18 저도 엄마 아빠가 침대에서 무얼 하는지 상관하지 않잖아요 ― 연애, 실연, 첫 경험

19 이모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 ― 제2의 부모, 소통, 공감

20 날 좀 내버려 둬! ― 구속, 탈출, 이상적 부모

21 제가 너무 얌전하고 반항을 안 해서 실망스러워요? ― 예측 불가, 독립, 새로운 반항

22 지금은 엄마 아빠 때랑 다르다고요 ― 새로운 환경, 걱정, 방향 상실

23 엄마 아빠가 그렇게 했으니까요 ― 이해, 신뢰, 모범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 정리가 잘 되어있어 새삼 놀라움을 느꼈다.

언젠가 사춘기를 맞이할, 사춘기를 곧 앞둔, 사춘기를 둔 부모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클 것이란 착각은 절대 해선 안 된다.

아이가 올곧게 자라는 것을 원한다면, 결국 부모도 (아이를 위해) 자녀의 교육 방향성에 대해 꼭 공부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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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역사
자크 엘리제 르클뤼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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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일전에 청계산에 갔다온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등산해본 것이 어렸을 때 해보고선 처음인지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숲속길 산책은 해봤어도 제대로 된 등산은 처음이나 다름없어 중턱도 못 가 숨 고르기 바빴다.

등산이 이렇게 어지럽고 숨 쉬기 힘든 운동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끝까지 올라가겠다는 끈기 하나로 정상에 올랐다.

그 순간, 온몸을 간지럽히듯 살랑살랑 불어오던 바람부터 잘했다고 쓰다듬듯 뜨겁지 않게 비춰주는 햇살에 힘들었던 순간, 순간들이 눈 녹듯 녹아내렸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날씨였다.

산 중턱에 오르기까지는 심장이 아플 정도로 힘들었는데 중턱을 넘어서 정상에 오를 때까지는 오히려 편안하진 않지만 편안했고 덜 힘들었었다.

등산보다 하산이 가장 무서웠다라는 생각이 크게 박혀 있었는데 어렸을 때 무서운 경험을 했었나 싶었는데 어린 시절에 끌고 왔던 그 감정은 역시나였다.

산의 가파름이 얼마나 무서운지 등산스틱이 없었다면 난 아마 기어내려왔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터벅터벅 아무렇지 않게 등산하고, 하산하신 분들을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자연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산.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내려갈 때는 눈에 한가득 담았다.

포슬포슬한 흙에 뿌리를 내려 하늘까지 곧게 솓은 울창한 나무들, 그 가운데 활짝 핀 꽃들 속에 달콤한 꿀 찾으러 달려온 새하얀 나비.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는 바위들이 얼크렁설크렁 모인 가운데 바깥 쪽으로 졸졸졸 흘러내리던 계곡 그리고 바위 옆 나무를 타고 쪼르르 올라가던 청솔모.

키다리 아저씨마냥 키 큰 나무 속에서 느꼈던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그리고 따스한 햇살까지.

수식어 없이, 꾸밈 없이, 말그대로, 참 좋았다.


스위스 산골짜기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산을 온 몸으로 느낀 저자가 펴낸 『산의 역사』는 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산의 기원을 시작으로 산마루와 골짜기, 바위와 결정, 화석, 무너지는 봉우리, 흙더미와 돌더미와 같은 산의 생성 그리고 산에서 느낄수 있는 구름, 안개와 뇌우, 눈과 같은 기후의 변화.

산사태, 빙하, 빙퇴석과 급류를 엿볼 수 있는 산의 변화 그리고 숲과 풀밭에서의 산짐승.

인간들의 산을 향한 숭배 그리고 올림포스 산과 신, 수호신에 대한 이야기가 책 한 권에 전부 담겨 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역사를 찾아 읽고 있는 중인데 우연하게 눈에 띈 책이 바로 『산의 역사』였다.

처음엔 산과 관련된 이야기라 하면 역시 지리에서 배웠을 때 빼곤 접해본 적이 없어 살짝 딱딱하게 읽히겠구나 싶었는데 문득 읽으면서 '지리가 이렇게 재미있었던가?'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물론, 인문서에 가깝긴 하지만 읽다보면 단순히 지리학자의 관점에서 풀어냈다고 하기에는 딱딱한 면이 크지 않아 지리학자의 관점이 아닌 산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의 에세이를 읽는 기분도 들었다.


산에 들어오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바위와 숲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 덕에 나는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과거를 잊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새로운 감정이 싹텄다. 산 자체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그늘 속에서도 햇빛을 받아들이는 차분하고 늠름한 모습이 좋았다. 푸른빛을 띤 채 빙하를 두르고 있는 그 튼튼한 어깨가 좋았다. 풀밭과 숲과 맨땅이 줄줄이 이어지는 기슭도 좋았다. 멀리 내뻗은 거목의 뿌리처럼, 작은 골짜기마다 개울과 풀밭, 호수와 들판이 힘차게 펼쳐지니 좋았다. 나는 산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 바위에 붙은 누렇거나 푸른 이끼와 잔디 한복판에서 반짝이는 작은 돌멩이까지도 사랑스러웠다.


연이은 장마로 인해 집에서 혹은 실내에서 휴가를 보내야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럴 때, 책을 펼치는 게 어떨까.

솔직히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길 때면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가급적 안 하는 편인데 이번 장마로 인해 너무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결국 산사태까지 일어나 안타까운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였는데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다.

세상 모든 것에는 '균형'이 있는 법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다보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저 지금으로선 사람도, 동물도, 모든 생명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더 이상 큰 피해가 나지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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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 느긋하고 경쾌하게, 방구석 인문학 여행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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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금 뭐해요?' _라고 묻는다면 당신의 대답은?


진부하게 들릴 지도, '어우, 뭐야.'라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나는 '책을 보고 있어요.'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휴일일 때면, 피아노나 가야금을 만지거나 좋아하는 미드나 영화를 보는 것도 그저 일부분일 뿐, 대부분의 시간은 독서와 공부에 할애하니 '책을 보고 있어요.'라는 답변이 맞다.

그런데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기가 참 어려웠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에 그런 답변을 내놓고보면 참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경험에 의거하여, 정말 그랬다.)

예전에 아는 오빠가 통화하면서 문득 그런 말을 했었다.

'또 책 읽고 있었어?'

앞뒤 문맥을 자르고 보니 말이 좀 이상한데 살짝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통화할 때면 몇 번이고 '응, 나 책 읽고 있었어.'라고 말했었는데 약간 못미더운 눈치였나보다.

그러다 좀 지나고나서 그런 말을 했었다.

'하나는 정말 책을 좋아하는구나.' · '아, 정말로 독서량이 많은 편이네.'

그 때뿐만이 아니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 몇몇은 독서하는 것을 이해하질 못했었다.

본의아니게 재수없어 보이나해서 뭐하냐고 물을 때면 노트북 켰다고 얼버무린 적도 많았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안 읽어봐서 쭉 안 읽는 경우 혹은 어쩌다 집어든 책에서 흥미나 재미를 못 느낀 경우 등 이런 경험때문에 그런가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 때부터 자연스레 책선물을 하기 시작했다.

공부는 그렇게 잘하면서 전공책 외에는 책도 안 보던 오빠였는데 매일 저녁 내용을 쪼개 동화책 들려주듯 책 속 이야기를 해줬었다.

그리곤 마지막 부분을 앞두고선 그 책을 선물해줬는데 1년에 한 두권 볼까말까 하던 오빠가 한달에 서너권은 챙겨 읽었으니 정말이지 장족의 발전이었다.

방의 벽면 한 곳이 전부 책장인데 이 외에도 세 개의 책장이 더 있다. 일년에 200권 이상은 읽으니 당연할 수밖에 없다.

두고두고 읽을 책들은 메모도 하고 포스트잇도 덕지덕지 붙이며 읽는 반면에 재독한 책들 중에서 (읽고난 뒤 남긴) 감상문만 봐도 충분하다 싶은 책들은 선물을 한다.

(몇 백권의 책을 읽어도 그만큼 선물을 하기에 지금의 내 책장이 버틸 수 있는 것이지. 이사가면 내 방은 '미녀와 야수'에서 나온 서재처럼 책만 가득한 방으로 꾸며보고 싶은 꿈같은 소망이 있다.)

'지난번에 선물해준 책 너무 재미있었어.' · '벌써 다 읽었어.'

그래서일까. 책선물을 하고난 뒤,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는 것들 중 하나가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난 활자의 힘을 믿고 있고 분명 그 힘은 어디선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쓰다보니 서론이 너무 길어졌는데 책 또한 이런 소망을 품고 있다.

'이 책이 당신에게 재미있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필요성은 느끼지만 흥미나 재미를 느끼지 못해 독서를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교사인 저자가 독서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분의 전작이 고전 독서법을 소개했었다고 하는데 다음 달에 읽어볼까 한다.)

인문학에 빠지면 헤어나올 길이 없다.

빠지지 못해서 못 들어가는 것일 뿐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인문학'이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에서는 가볍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문학 도서 소개를 시작으로 고전과 일상 속 인문학 도서들을 소개로 끝을 맺는다.

여기서 나온 인문학 도서들은 아직 접해보지 못한 도서들이 있어 읽는 내내 꽤 흥미로웠는데 특히나 학생들에게 건네주고 싶었다.

대학생 때, 과외 알바하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문학 도서들을 선물하곤 했었는데 '아! 그 당시에 이거 선물해주면 재미있게 읽었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으로 막을 열었던 고3 수험생들에게 혹은 곧 있을 여름 휴가에 편하게 그리고 알차게 읽고 싶은 이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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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0-07-29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족한 제 책을 이토록 과찬하시니 너무 고맙네요. 실은 직장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이 참 상했는데 이 글을 읽고 행복해졌습니다. 거듭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0-07-29 22:34   좋아요 2 | URL
제목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아요! 이전에 쓰셨던 작품도 읽어보려고요^^ 오늘 힘든 일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힘내시라는 말도 조심스럽네요. 오늘밤 푹 주무시고 내일은 모든 일 잘 풀리시길 바랄게요♡

박균호 2020-07-29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네 직장인 생활이 다 그렇죠 뭐. 덕분에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셨다니 정말 감사해요.
 
종말의 밥상
박중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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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집단적으로 폐렴이 발병하면서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작년 12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로서 중국 우한시 내 수산시장에서 야생동물을 도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지금도 확산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또한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덧붙여, 몇 주 전부터 중국에서 흑사병 소식까지 들리니 참 암담하기만 하다.

결국 식(食)으로 인해 야생을 파괴함으로써 유해한 바이러스들이 출몰하게 된 것인데, 앞으로도 (생소하고) 유해한 바이러스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순 없다.

특히, 중국은 가릴 것 없이 먹는 나라로도 유명한데 이번 사태를 보면 강력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책에서는 현재 우리의 밥상을 지적하는 내용과 함께 새로 제안하고 싶은 밥상을 제안하고 있다.

총 5장으로, 1장 [선악과를 따는 사람들]에서는 농업 생산 현장의 현 실태를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제 2장 [생명 안테나 부러지다]에서는 산업동물 생산 현장의 비윤리적이고도 무모한 사육 실태를 엿보게 된다.

제 3장 ['혼돈의 밥상'과 질병]에서는 현재 만연하고 있는 식탁 관련 전염성질환과 비전염성질환을 다루고 있으며 제 4장 [식탁의 불편한 진실들]에서는 밥상 위의 부정적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 5장 ['질서의 밥상' 제안]에서는 앞으로 '혼돈의 밥상'을 거두고 '질서의 밥상'을 차릴 수 있는 5가지 대안책을 제시함으로써 책은 마무리된다.


계절에 맞게 나오던 제철과일과 같은 식품들이 요즘은 마트에 가면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농법의 발달도 한몫을 하고있지만 온난화로 인해 이전과 같지 않게 따뜻해지면서 국내에서 열대 과일을 심고 수확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한 철에만 볼 수 있던 농산물이 사시사철 출하되는 덕에 이제는 '제철'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이전부터 느꼈지만 과일이 점점 달아지고 있다.

외할머니댁에 가면 큰 자두나무가 있었다. 여름방학을 고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내 키의 두배인 장대를 들고선 나무를 톡 톡 치면 자두가 톡 톡 떨어지는데 마당에 있는 개수대에 쪼르르 달려가 깨끗하게 씻어 한 입 베어물면 자두의 과육이 입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신맛이 진하게 퍼진다.

시고 새콤한 맛이 첫 맛이었다면 마지막은 달콤함이 입 안을 맴도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제는 나무를 베어버려 볼 수 없는 자두이다.

단맛보다 신맛을 좋아해 매번 자두 철이 되면 꼭 먹곤 하는데 어느서부턴가 단맛으로 시작해 단맛으로 끝나는, 신맛은 옅게 느껴지는 자두의 맛에 이전만큼 먹지는 않는다.

건강한 식단을 추천해주며 트레이너가 덧붙인 말이 있다. 과일은 당도가 높아 입에 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언제부터 지나치게 당도가 높아진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당도가 지나친 과일은 현대판 '선악과'라 할 수 있다고.


한 달 전,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였다.

한 어린이집에서 집단 식중독 증상이 나타났는데 소위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린 아이들까지 나타나 투석을 받을 정도로 치명적인 위협을 받았던 것이다.

퇴원한 아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후유증으로 밥도 잘 못 먹는다고 한다.

심지어 아직도 투석을 받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고하니 마음이 아프다.

이전에 고기를 먹고선 장염에 걸려 크게 아픈 적이 있었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물만 먹어도 뱉어내는 통에 탈수 증상으로 며칠을 수액으로 버텼었다.

장이 약한 편이라 그런 것일지 몰라도 음식을 잘못 먹으면 장염에 걸리기에 덜 조리된 음식은 꼭 걸러내며 무조건 조리된 음식으로 먹는다.

(샐러드 제외하고) 채소도 가급적 조리해서 먹곤 한다.

이렇듯, 육류부터 어류까지, 육지에서 바다에서 오는 고기들이 우리의 밥상에 오르기까지 이제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다섯가지의 제안을 하게 되는데, 그 제안은 바로 이렇다.

1. 본모습을 되찾자

2. 얼굴 있는 농수산물과 시민지원농업

3. 신(新)자연주의 밥상

4. 신체면역보험 들기

5. 식품안전지수의 개발 및 실용화

신(新)자연주의 밥상은 생소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新)자연주의란 도시인을 위한 새로운 자연주의를 의미한다.

제철 농수산물을 천연 그대로 먹고 단맛이 가득한 밥상이 아닌 일곱 가지의 색을 맞춘 쓴맛, 신맛 등을 조화롭게 밥상을 갖추고 생산 과정에서 안전하게 인증된 먹거리로 선택하고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우수 농수산물을 먹는 것, 마지막으로 전체식품 밥상을 먹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신(新)자연주의 밥상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기에 식(食)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근래 사태들을 보며 느낀 것은 하루 한끼 먹는 밥이라도 제대로 선택하고 갖추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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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07-27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말씀하신대로 ˝신자연주의 밥상˝이 무척생소하네요.. 꼭 ˝신˝이 아니어도, 늘 그렇게 주장되어온 밥상인데 지키기 어려웠던 밥상같아요

하나의책장 2020-07-29 22:38   좋아요 0 | URL
저도 생소한 단어였어요^^ 모두가 학교에서, 직장에서 생활하며 남녀노소 간단히 혹은 바깥음식 먹는 횟수가 늘다보니 어쩌면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던 밥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프란츠 리스트 피아니스트의 탄생
우라히사 도시히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성안뮤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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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예술의 사명은 고뇌로 가득 찬 현실을 드높은 하늘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피아노를 전공하거나 피아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를 꼽으라하면 분명 그 중 '리스트'의 이름이 나올 것이다.

주전공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피아노를 사랑하고 연주한 사람으로서 쇼팽과 더불어 좋아하는 작곡가인 리스트, 그의 이야기를 놓칠 수 없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12살, 13살 즈음에 우연히 한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리스트의 타란텔라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들었던 그 연주는 내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있으며 아직도 그 음들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들린다.

(타란텔라를 들으면 따단 하는 동시에 옥구슬 굴러가듯 연주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 때, 리스트라는 작곡가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대부분 집에 있을 때면 자연스레 음악을 틀어놓고 활동을 할 것이다. 그 때, 틀어놓는 음악은 자연스레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가 될 터인데 나같은 경우는 클래식이 주이다.

이상하게 클래식 곡은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 잔잔한 클래식을 틀어놓거나 조용한 공간에서 서평을 쓰곤 하는데 오늘은 리스트와 관련된 서평인만큼 라 캄파넬라를 들으며 썼다.


단순히 피아노를 사랑하고 피아노 연주하는 것을 즐겨하는 것이기에 한 작곡가에 대해 이렇게나 심층적으로 알아본 적은 없다.

클래식과 관련된 책을 원서로도 꾸준히 접하고 있기에 무슨 시대에 어떤 작곡가들이 있으며 그 곡의 탄생 배경은 어떠한지,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내용인 딱 그 정도만 알 뿐이다.

그 작곡가가 쓴 곡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연주하고 듣는 게 전부인 내가 책을 통해 리스트라는 인물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참 유익했다.


프란츠 리스트, 그는 지금까지 현존하는 피아니스트들 중에서 인류 역사상 최강의 피아니스트라 할 정도로 명성이 드높다. 말그대로 '피아노의 신'이다.

리스트가 장갑을 벗어 던지면 여자들이 앞다투어 잡으려 했고 무대 위에 꽃다발 대신 보석을 던지거나 꽃다발을 전달하기 위해 마을 곳곳의 꽃이란 꽃은 모조리 꺾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의 탄생부터 단 한명의 스승인 체르니와의 첫 만남 그리고 그가 이류 피아니스트라는 낙인이 찍혀야만 했던 사건과 영원한 그의 첫사랑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1886년, 그가 서거하기 몇 개월 전 사진가 나다르가 파리에서 찍어준 초상 사진이 있다.

깊게 파인 주름, 이가 빠져 움픅 들어간 턱, 사마귀 몇 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의 얼굴.

그러나 눈빛만큼은 맑은 그였다.

그가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며 우리가 느껴보지 못했을 정도의 수많은 영광과 좌절, 칭찬과 굴욕을 한 생에 느끼고 살았으니 그가 왜 성직자를 바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난 '리스트'의 곡들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연주했다.

그가 천재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의 곡들은 치면 칠수록 범접할 수 없는 기분마저 들었다.

딱 그 뿐이었다.

그러나 책 한 권을 통해 '리스트'라는 인물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그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나는 음악을 하면서 내가 던진 창이 미래라는 까마득한 하늘로 날아가기를 바랐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이 창이 매우 훌륭해서 땅으로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더 바랄 것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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