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의 아틀리에 - 장욱진 그림산문집
장욱진 지음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집에는 장욱진의 그림이 한 점있다.

그러나 너무 놀랄 것은 없다.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복사본 그림이다.이 그림과의 인연은 몇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원룸 빌딩 9층에 살았다.13평짜리 원룸에 침대,책상,옷걸이가 가구의 전부였다.아마 원룸살이의 기본세트 아닌가 싶다.침대에 누우면 마주보이는 하얀 벽이 을씨년스러웠다.뭔가 필요했다.해답은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상가에서 구해졌다.서울 본가에 갔다가 우연히 지하상가 액자점을 어슬렁 거렸다.거기서 엽서 크기보다 조금 더 큰 장욱진의 그림을 보았다.몇 만원인가를 주었다.투명한 아크릴 액자속에 그림은 평화로왔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즐거웠다.

그림을 사들고 삭막한 원룸 벽에 걸었다.햐얀 벽면에 땡그렁하고 장욱진 그림 한 점만 걸렸다.집에 국화 한 다발 사서 꽂아 놓아 본 원룸생들은 알 것이다.몇 천원 밖에 안하는 국화가 집안 분위기를 한동안 바꾸어준다는 것을...  그림 속에는 장욱진 작품에 수시로 등장하는 대상들이 전부 들어 있다.아마 유명한 그림일게다.그 제목은 아직도 잘 모르지만 말이다. 복사본 그림은 이렇다.초록빛 나무 속에는 새들 대엿섯마리가 찌르릉 찌르릉 지저귄다.나무 왼쪽 위로는 마지막 남은 붉은 홍시마냥 옅은 태양이 걸려있다.나무 아래 바둑판처럼 네모난 멍석이 깔려있다.멍석위에 앙상한 숯처럼 까만 사람 세명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그 아래로 네발 달린 강아지가 어슬렁 지나간다.그림은 안정감이 있으면서 평화롭다.과감한 생략과 기호화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 여름날 시골마을 어귀가 그려진다.동네 큰 나무아래 흰옷입은 노인들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눈다.올해 농사이야기도하고 서울간 자식 이야기도 한다.이웃 마을 김영감 손자 낳은 이야기도 한다.매미의 왱왱왱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산 위에서 불어온 여름바람이 흰 마고자의 열을 내리고 살며시 돌아나오는 소리도 들린다.어느 집 담장너머 콩국수 면발 물에 헹구는 소리도 들린다.장욱진의 그림을 한참 보고 있으면 마치 그 그림속이 내 고향인 듯  오만가지 소리와 향기.그리고 풍경이 마음속으로 밀려든다.

<강가의 아틀리에>는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시회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책 100권' 중 하나로 뽑혔던 책이다.그림 산문집이라는 말처럼 책에는 글보다 그림이 많고 그림보다 여백이 많다.여기 올라온 글들은 화가 장욱진 선생이 6-70년대 잡지나 신문에 기고 했던 것들이다.주로 장욱진 선생의 신변이야기들,그림과 관련된 생각들,술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문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글의 내용이 깊은 울림을 갖지도 않는다.화가는 그림으로 승부하는 사람이지 글로 평가받는 사람이 아니니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국립박물관장이었던 김원룡 선생은 장욱진 선생을 두고 '붓만 빼았으면 그자리 앉은 채 빳빳하게 굶어죽을 사람'이라고 했다.한가지에 미쳐야 일가를 이룬다는 말이 그에 다르지 않을 것 같다.장욱진의 그림에서 보이는 단순소박함이 유치하지 않고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그의 내공에서 기인한 것일게다.어떻게 생각해보면 장욱진의 그림은 유치원때 한두번 그려본 그림같기도 하다.사람은 머리에 손발만 갖춘 모습이다.동물들도 입체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이 그냥 네발 또는 두발이 성냥개비처럼 땅에 닿아있다.장욱진은 자신이 심플하다라고 말했다.그의 그림은 보면 그의 삶이 정말 심플했을 것으로 짐작된다.설령 그의 삶이 번잡한 일상에 치였을 지라도 그이의 영혼은 단순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했을 것 같다.

장욱진의 그림 속 인물들은 기호에 가깝다.자코메티가 떠오른다.실존주의 조각가라는 자코메티 역시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실체를 최대한 단순화시켰다.그의 사람들은 그래서 모두 앙상한 뼈만 남은 사람들 같다.존재의 본질이 외연에 있지 않다는 것인가? 하여튼 장욱진의 인물들도 모두 앙상하다.하지만 같은 기호로 남은 인간이지만 장욱진의 그림 속 사람들은 훨씬 풍요로와 보인다.아마 인물들이 무언가와 관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관계의 대상은 대개가 태양.나무,개,한옥집 등등 우리 자연과 삶의 모습들이다.그래서 장욱진의 그림은 단순하고 본질적이어도 결코 외롭지 않다.또한 그의 작품들은 동양에서 바라보는 인간적 가치의 본질을 보여준다.이러한 보편성은 그의 표현이 갖는 한국적 터치를 통해 특수성도 확보한다.이 책에 있는 삽화들은 불가의 달마도나 선화를 연상시킨다.많은 여백과 단순한 붓터치는 보는 이에게 많은 상상을 요구한다.장욱진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그림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 하다.그는 말했다.

나는 고요와 고독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자기를 한곳에 몰아 세워놓고 감각을 다스려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아무것도 욕망과 불신과 배타적 감정 등을 대수롭지 않게 하며 괴로움의 눈물을 달콤하게 해주는 마력을 간직한 것이다.회색빛 저녁이 강가에 번진다.뒷산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장욱진의 그림 속 세상에 기호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석양이 수면을 쓸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막걸리 한 잔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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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11-21 16:03   좋아요 0 | URL
증말? 복잡해 보이는데... ^^;;

드팀전 2005-11-21 17:38   좋아요 0 | URL
TT 잠깐 그렇다는 거죠 켁켁....평소 삶은 좀 복잡한거 같아요.휴..오늘도 왜이리 심사가 복잡할까...그러니 단순해지고 싶은 거겠죠.그것도 몰랑?

sandcat 2005-11-22 13:11   좋아요 0 | URL
내공이란 말, 참 많이 쓰이지요.
하긴 어디서는 내공을 주고받기도 하덩구만요.
내공이란 무얼까, 그건 다름아닌 "내 마음의 자유" 같은 것.
누구를, 무엇을 만나도 자유로운 ...

우리집에는 벽에 걸렸다던 그림이 그려진 철제 저금통이 있어요.
밑에 동전 빼는 구멍이 따로 없어 얼마 안 넣었지만.

"아무것도 욕망과 불신과 배타적 감정 등을 대수롭지 않게 하며 "가 맞나요?

드팀전 2005-11-22 13:23   좋아요 0 | URL
켁켁...뭔가 빠진 듯 한데.. 책 뒤에 장욱진 선생이 쓰신 글이거든요.뭔가 이상하긴 한데...쓰다가 빼먹은 것 같네요.집에가서 찾아봐야함돠..ㅋㅋ

파란여우 2005-11-22 21:15   좋아요 0 | URL
장욱진 그림 슬라이드 6장 있습니다.
가끔 햇빛 찬란한 날에 그것을 비쳐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죠
생활인으로서의 장욱진은 빵점!! 그림쟁이로는 성공!!
리뷰어로서의 드팀전은 기죽이는 얄미운!!!^^

2005-11-23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5-11-23 11:03   좋아요 0 | URL
파란여우님>뭐...예술가가 다 그렇지 ... 하여간 희안한 인간들이라서 적응이 감당이 안돼요.그쵸? 칭찬에 감사드립니다.근데 제가 리뷰를 얼마나 무성의하게 쓰는지 보신다면 실망하실 거에요.회사에서 컴퓨터 켜놓고 마치 일하는 듯 하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그래도 왠지 눈치가 보여서 ..지나가다 누가 '뭐해..'이러면 화면을 밑으로 쑥내리길 반복합니다.그러니 다쓰면 읽어보지도 않고 바로 올려요.다른 님들이 오타를 지적해주시거나 집에서 다시 한번 볼때 오타나오거나 말도 안돼는 문장이 나오면 그때 그때 수정합니다. 좀 깊이 생각하고 문장과 구조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그러면 이게 또 스트레스가 되서 원래 의도에 어긋나게 될 듯 합니다.즐거운 서재질을 위해서는 그냥 쓰려구요.오타나 비문이 나오면 그때 그때 이야기해주세요.이미 각오하고 있으니까 그때 그때 고치렵니다.찾아보면 무지 많습니다.
 
아름다움을 훔치다 - 김수남이 만난 한국의 예인들
김수남 지음 / 디새집(열림원)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APEC이라고 차량 2부제를 했다.설령 2부제를 하지 않았어도 차를 가지고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어제 저녁 내가 사는 동네에는 '경찰 반, 시위 대 반'이었다.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4시간이 걸렸다는 트럭기사의 인터뷰를 보았다.사실이었을 것이다.

오늘 아침은 지하철을 탓다.내심 즐거웠다.내가 사는 곳은 지하철 출발지이기에  언제든 앉아갈 수 있다.그리고 오늘은 학교도 공무원도 주5일제 하는 사람들도 쉬는 토요일이다.나는 지하철에 앉아 <아름다움을 훔치다>를 펼쳤다.지하철이 계속 찌그덩 찌그덩 소리를 냈다.방송으로 어디 역을 지난다고 왕왕 거렸다.하지만 난 하나도 듣지 못했다.내 시선은 사진에 꼽혔으며 내 마음은 내가 직접 이들을 만난 듯 안쓰러워 시큰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서는 지옥철이라 불리는 지하철이 오늘 아침은 내 감정의 도량이 되어주었다.

이 책이 등장하는 사람들은 전통문화의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이다.제주 큰 심방 안사인,동해안 굿의 신석남,판소리의 김소희,밀양 양반춤의 하보경 등등....현재 살아계신 분들도 있고 김수남 작가의 사진 속에서만 사시는 분들도 있다.이들의 약력을 대개 살펴보면 집안이 대대로 무당이었거나 아님 광대들이었던 경우가 많다.멋진 사진과 아름다운 글보다 내 상상력을 자극한 것은 약력으로 만나는 이들 삶의 행적이다. 첫장에 있는 제주 칠머리당굿 예능보유자 였던 안사인 큰 심방이 대표적이다.그의 첫 약력은 이렇다.

1923년 제주도 제주읍 용담리에서 21대 세습무인 임생의 큰아들로 태어났다..... 안씨집안은 본래부터 무가는 아니었다.증조할아버지가 19대째 세습무계 집안의 딸 고시의 미모에 반하여 결혼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무업을 이어받았다.

무당중에는 크게 강신무와 세습무가 있는데 안사인은 22대쩨 세습무당이다.22대면 도대체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인가..조선시대,고려시대... 나의 상상력이 닿았던 것은 22대를 내려오는 안사인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었다.전부 무당의 눈으로 역사의 일부를 바라봤을 것이다.왜란이 있었을 때는 어떻게 했을까? 왕이 삼전도로 피난을 갔을 때 그 안사인의 선대 무당은 또 무었을 했을까? 일본이 조선을 합병했을 때 제주도에 살던 바로 윗대 무당들은 어떤 염원을 빌었을까?  도대체 22대가 무당이라면 그 안에 담고 있는 무당들의 이야기와 그 무당들이 염원해준 제주민들의 한은 어느정도의 양이었을까? 나는 안사인의 글을 읽으며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무당은  전근대 시대의 심리치료사이다.무당들이야 다르게 생각하겠으나 인문학적으로 그런 해석이 지배적이다.무당은 영매의 역할을 하여 죽은 이와 산 자들 사이의 소통을 이루어준다.이 소통은 사실 죽은자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안녕'이란 말 한마디 들어보지 못하고 망자를 떠나보낸 이들을 위무해 주기 위한 것이다.내 생각은 그렇다.영매의 입을 통해 망자는 남은 이들에게 '나 걱정하지 말고 잘 살아라'는 이야기를 한다.남은 사람들은 그렇게 죽은이를 보내고 나머지 한많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안사인,김금화,신석남같은 큰 무당들은 그렇게 남은 사람들의 삶을 위무했다.

흔히들 병신춤이라고 하는 공옥진의 삶은 한편의 영화다.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레이>는 공옥진의 삶의 단편에 비추면 세발의 피다.내가 만약 영화 감독이라면 공옥진 선생의 삶을 영화로 꼭 그려보고 싶다.소리와 춤과 삶의 굴곡이 삼위일체를 이루어 해외에서 무지하게 상 받을 것 같다.

1938년 무용가 최승희의 수양딸 겸 심부름꾼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일본 가정의 식모로 일하던 중 주인집이 비행기의 폭격으로 사라져버리자 홀로 문전걸식하며 고향으로 돌아왔다.

8살 먹은 공옥진이 거렁뱅이가 되어 일본에서 바닷길건너 남도 들녘까지 찾아온다.내 눈앞에 그 거지소녀의 모습이 막 그려졌다.어떻게 알고 그 길을 찾아왔을 것이며 결국 가족을 찾아왔을 때 부모들의 표정은 어떠했을까...그 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공옥진의 파란만장한 삶이 이어진다.

딸을 낳고 누운 지 사흘 만에 전쟁이 터졌다.붉은 완장을 찬 사람들이 들이닥쳐 헛간 짚더미 속에 숨은 그 의 등을 죽창으로 찔렀다.피를 흘리며 끌려갔다가 우연히 육자배기 한 가락 뽑은 것을 '인정받아' 죽음의 문턱에서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예전에 TV에서 가끔 씩 공옥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재미있기도 했지마 사실 좀 무섭기도 했다.기괴한 모습이 실제 무슨 장애가 있어보엿다.장애가 왜 무서운것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비춰지기도 한다.90년대 들어서면서 공옥진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90년대도 그녀의 공연을 계속 되었지만 아마 TV출연은 하지 않았나보다.공옥진의 사진 중에 아주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마을 장터로 짐작된다.공옥진이 목을 쭉들이밀고 춤을 춘다.빙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표정이 전부 살아있다.다음 사진 역시 인상적이며 이 책에서 말하는 광대 본연의 모습을 그린 듯 하다.조금 높은 곳에서 찍은 앵글이다.초가지붕과 양철지붕이 서로 머리를 대고 있다.중앙에 빙둘러선 관객들,뒤늦게 온 아이는 추리닝을 입고 자전거 뒷 안장위에 올라서 그 안을 넘어본다.무대 가운데는 공옥진과 마을 촌로들이 한판 춤을 추고 있다.

광대가 섰던 무대는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이 아니었다.흙냄새와 시장냄새가 나는 장터 한 복판이라야 옳다. 이곳에는 공연관계자와 관객의 구분이 모호하다.관객이 한마디씩 거들기도 하고 필요한게 있으면 자기들이 가져다 주기도 한다.공연이 끝나며 함께 뒤섞여 놀기도 하고 막걸리 한잔 대접할 수 있는 여유도 있다.요즘 공연에서는 예술가는 도도하고 공연관계자들은 위압적이다. 관계자외 출입금지같은게 우리전통문화에는 없었나보다.통제에 통제를 거듭하는 요즘 공연문화가 왠지 치떨리게 싫어진다.

이 책에 나오는 대다수의 인물들은 그래도 국가로부터 그들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분들이다.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풍요로왔던 것은 아니다.밀양양반춤의 하보경 선생이 가족들과 찍은 사진은 삶의 옹색함을 보여준다.하지만 하보경 선생의 가냘프지만 위풍당당한 모습이 누추함을 날려보내고 있다.그들의 삶과 예술은 제대로 대접 받아야만 한다.남대문만 국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형문화들이 사실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것 아닌가.이 무형의 문화들은 제대로 전수되지 않는 다면 사라져버린다.국보1호라는 남대문이 사라져버리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하지만 도당굿 도살풀이가 사라지면 누가 관심이나 갔겟는가? 눈에 보이는 것들만 중요시하는 풍조가 사회 전반의 정서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전해진다.그 전수가 제대로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을 다 본 지금.나는 갑자기 CD장을 뒤적인다.김소희 명창의 춘향가가 듣고 싶어졌기 때문이다.꽂아놓고 거의 듣지 않았다.아마 처음부터 다 듣기는 힘들것이다.그래도 <적성가>한 소절이라도 듣고 싶다.

적성의 아침 날은 늦은 안개 띄어 있고 녹수의 저문 봄은 화류동풍 둘렀는데.....

듣는 김에  SP복각으로 남아있는   이화중선의 <육자배기>,임방울의 <쑥대머리>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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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5-11-20 11:17   좋아요 0 | URL
어제 새벽, 장바구니에 책을 넣으면서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아, 리뷰를 하루 일찍 올리셨더라면(이런 억지가^^) 아니면 제가 하루만 더 늦게 장바구니를 채워 구매를 했더라면 주저없이 이 책도 포함되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아쉬움이 더 커갑니다.
님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일요일인 오늘도 화창하시길-

2005-11-20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5-11-20 12:32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읽고는 성금연의 가야금을 들었더랬습니다.
공옥진의 춤사진에서는 계속 바닥이 보이더라구요. 비닐 천막 깔아 놓은 울퉁불퉁한 바닥 말입니다.
글자가 반, 백지가 반인 책이었지만, 사진과 글이 충분히 아름다운 책이죠.^^

2005-11-21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5-11-21 17:43   좋아요 0 | URL
글샘님>국어선생님이 아니셨군요.ㅋㅋ 전 전 진짜루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ooo님>ㄳ....술도 드시고 좋으시겠어요.제 글이 재미있지는 않은데...곰곰..생각중
재미잇는 것도 가끔은 있겠지...위안....
 
굶주리는 세계 - 식량에 관한 열두 가지 신화
프랜씨스 무어 라페 외 지음, 허남혁 옮김 / 창비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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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업무상 서울에 갔을 때일이다.KTX를 타고 서울역에 내렸다.원래는 지하철을 이용해서 목동까지 가려했으나 조금 늦은 출발에 결국 택시를 탔다.택시 아저씨가 어느 방향이 좋겠냐고 물으며 교통방송을 틀었다.라디오에서는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 지금 여의도에서는 전국 농민대회가 벌어지고 있어서... 이 방향으로 운행하시는 분들은 외곽으로 우회하시는게...."

택시는 방향을  돌려 강변북로를 따라 성산대교쪽으로 향했다.조금전 교통리포터의 다급한 목소리에 이어 스튜디오의 아나운서가 다시 한번 비장한 목소리로 여의도 농민집회와 주변 정체에 대해 새겨듣고 괜한 고생하지 말라는듯 또박 또박 씹어 말했다.택시는 여의도 외곽을 지나고 있었다.멀리 왼쪽으로 국회의사당이 보였고 택시 기사는 약간 한심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허구한 날 시위야.차만 막히게.." 라며  궁시렁거렸다.

<굶주리는 세계>는 기아와 식량부족에 대해 일반인들이 믿는 상식이 완전히 잘못 된 것이라고 말한다.식량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믿음은 상식이 되어버렸다.그 상식은 세월을 더하며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신화가 되어버렸다.이 책은 우리가 잘은 모르지만 '그러지 않겠어'라고 믿는 식량에 대한 생각을 12가지 주제를 동원해 차례 차례 공격한다.먼저 책은 독자들에게 식량부족,굶주림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 지 명확히 알 것을 주장한다.굶주림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전쟁,기근,인구과잉 등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부족이다.즉 부의 불평등 분배나 생산요소의 불평등한 지배구조야말로 전지구적 기근의 주범이라는 것이다.이와 함께 굶주림에 대한 일반인의 생각-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공격받을-이 굶주림 종식의 가장 큰 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12개의 주제로 전지구적 굶주림의 신화를 인수분해한다.대략 그 제목만 살펴보자. 첫번째 신화, 식량이 충분치 않다.두번째 신화,자연 탓이다.... 자유시장이 굶주림을 끝낼 수 있다.미국의 원조가 굶주림 해결에 도움이 된다.... 이 신화가 제시하는 의견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거 아닌가'라고 답하기 쉽다.우리나라같은면 미국의 식량원조때문에 그나마 보릿고개 넘길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또는 아프리카의 대기근은 사막화와 내전때문이라는 미디어에서 만든 이미지만을 전적으로 믿고 있는 사람도 다수이다.이 책은 단호히 'NO'라고 말하며 한번 더 나아가 문제를 깊이 봐 주길 권한다.

12개의 주제 중 몇가지만 살펴보자.먼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자연재해 때문에 기근이 온다'라는 것이다.미디어에 비춰지는 아프리카의 기근은 대개 자연재해 때문이다.에디오피아와 르완다의 뼈만 남은 아이들은 사람들에게 동정심과 자연재해의 무서움,또 저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때론 자기나라에 대한 애정으로까지-등을 불러 일으킨다. 동정심이라도 남아 있는 사람은 모금함에 돈을 넣고 나머지는 그대로 끝이다.'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라는 적극적 행동은 말할 것도 없이 수동적인 생각마저도 멈춘다.그 자리다.바로 그자리에서 신화가 액체상태에서 고체상태고 응고한다.이후 부끄러움도 없이 '자연재해때문에 기아가 생긴다'라고 강력하게 말할 수 있는  근거로 자리잡는다.

실제로 80년대 에디오피아의 기근은 심각했다.그리고 자연재해가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하지만 가뭄은 에디오피아의 토지중 30%에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이것도 작은 비율은 결코 아니다.그렇지만 관개망만 갖추면 경작이 가능한 토지가 충분했었다고 한다.노는 땅이 많았다는 것이다.그리고 이미 기근이 시작되기 전부터 1인당 평균 식량생산이 20%이상 감소하고 있었다고 한다.거기에 에디오피아의 비옥한 토지에서 자라는 수출용 환금작물은 기아를 벗어나는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이러한 증상들의 원인을 찾지 않고 날씨탓만 하는 것은 가장 쉬운 희생양찾기에 지나지 않는다.에디오피아의 경우 쿠테다와 내전으로 인한 국방비증가와 외자 유치가 문제가 되었다.군비충당을 위해 수출작물재배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었고 노동력은 국방력으로 대체돼어 버렷다.르완다의 경우 역시 수출작물재배의 피해가 고스란히 나타난 국가이다.대토지 소유자의 수가 늘어나며 생계농업대신 환금작물농업 비율이 커져갔다.그중 커피가 문제가 된다.80년대 폭락한 커피가격은 르완다 경제자체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르완다 민중들에게 굶주림이란 이름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보게 되는 부분은 '녹색혁명이 해결책이다' 주제이다.녹색혁명은 종자개량,과학적영농,화학비료의 사용등으로 생산량을 급격히 증가시켰다.우리의 경우  박정희의 근대화프로젝트중에 하나로 녹색혁명의 바람이 농촌에도 일었던 역사를 갖고 있다.일단 녹색혁명이 생산량의 증가를 가져와 절대적 빈곤해소에 도움이 된 것은 인정해야한다.그러나 우리는 운이 좋았던 편이다.모든 녹색혁명을 시도한 국가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또한 성공의 단맛이 빠져가는 지금,녹색혁명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녹색혁명은 경제권력의 집중구조라든가 토지접근성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그 기간동안 위 요소들이 강화되어 부농과 빈농의 격차가 훨씬 커졌다는 것은 외면 당하고 있다.또한 전통농업에서 중요시 되었던 식물다양성이 무시되었으며 농업에 있어서 석유의존도가 커졌다는 부분도 간과돼고 있다.녹색혁명이 주도한 화학비료나 농약들은 시간이 지나며 토양의 오염이나 생산성 감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환경문제 뿐만 아니라 영농비용의 증가를 불러일으켜 소규모 자작농이나 빈농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말았다.수입의 저하는 당연히 농업의 포기를 불러일으켰고 토지는 몇몇 부농이나 대규모 농장들에게로 집중되어가고 있다.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자들은 한국의 상황을 그나마 긍정적으로 파악한다.비교적 관개망이 잘 발달되어 있고 토지개혁이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졌기에 농업생산량증가를 위한 녹색혁명이 성공적이었다고 파악한다.옮긴이가 이 장 뒤에 토지개혁과 농업문제에 대한 국내연구 자료를 첨부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는 차이가 있어서 이채롭다.

굶주림에 대한 대다수의 시각은 시장과 자유무역이 이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다.이 논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격 규정과 같은 내용이다.짧게 말하자면 ,신자유주의 시장에서는 경제권력의 집중이 초래된다.이는 정치권력의 집중과 궤를 같이한다.정부는 시장을 견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엘리트,대기업,외국계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으로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하게 된다.대다수의 민중을 구조조정이라든가 임금삭감,복지의 축소등으로 삶의 질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농업에서도 신자유주의와 시장의 파괴력은 가난한 농민의 생존권 자체를 말살 시킨다.

신화는 깨어졌다.하지만 질문은 남는다.그렇다면 뭘 어쩌란 말인가? '내가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입장에서 싼 농산물이 있으면 대기업이든 곡물메이저든 쓰는거지... 안타깝긴 하지만 별 도리없다.'아마 이런게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저자는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먼저해결해야 할 것이 '무력감'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굶주림을 끝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변화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라고 강력히 말하고 있다.전세계적으로는 노동자,농민들,작은 권리밖에 없는 대다수 민중의 연대를 강조한다.곡물메이저가 자본이 전지구화하는데 맞추어 노동자,농민의 투쟁 역시 전지구화해야만 전선이 형성된다.이렇게 거시적인 연대말고 저자는 작은 일상의 실천을 제시한다.우선 대안적 정보원의 확보이다.기존 미디어가 만드는 신화에 대해 삐딱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또한 지식의 활용을 제안한다.마지막으로 도덕적용기에 대해 언급한다.어떻게 보면 거대한 주제에 비해 무력해보일 수도 있다.대개 '무력감'편에 선 사람들이 그런 작은 도구가 무슨 소용있냐고 말한다.그가 바로 적이다.

일상을 사는 사람이 전국 농민대회에 나가서 돌을 던질 수는 없다.하지만 막연한 무력감에 또는 신화에 젖어 있는 동료에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 상대가 달리 한번 생각해본다면 그것이 힘이다.세상은 나에게 모든걸 한번에 확 바꾸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마치 작은 소용은 별 의미가 없다며- 따지고 보면 '무력감'의 제자인-말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너무 대단한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일 지도 모른다.내 옆의 사람이 가진 신화에 대해 조금의 틈을 만들 수 있다면 세상은 그만큼 나은 쪽으로 가까와진 것이다.그것이라도 안하는 것 보단 훨씬 세상을 낫게 만든 것이니까.

 교통방송은 쉬지도 않는다....이번엔 영어로 교통방송을 한다.외국인이 멋진 캘리포리아 발음으로 여의도에 전국농민대회가 있어 차량정체가 심하다고 한다.택시 기사가 나도 안다는 듯 라디오를 끈다.택시 기사가 다시 궁시렁거린다. "아...지들만 살기 힘든가...요즘 힘든 사람이 어디 한둘이야..."

내가 내릴 때까지 그를 바꿀 수는 없다.하지만....

"아저씨..근데요..아저씨나 농민들이나...."

택시는 여의도를 빠져나와 한강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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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6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5-11-16 17:34   좋아요 0 | URL
이렇게 직구를 강속으로 날리시면 읽는 사람, 휘청합니다. 막연한 무력감,에서 고꾸라집니다.

서연사랑 2005-11-17 22:42   좋아요 0 | URL
한쪽은 지나치게 넘치고, 한쪽은 그때문에 지나치게 부족하고...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읽고 싶은 책 중에 드팀전님 리뷰가 달린 책들이 많아서 가끔 들어와보곤 했는데 인사는 처음이네요.
인사 드리며 더불어 추천도~^^

드팀전 2005-11-17 18:03   좋아요 0 | URL
@@님>연일 날려주시는 추천 뻐꾸기에 ....감사.
나무>켕...직구였나요? 사실 슬라이더를 덜질라 햇는데...손에서 빠져버렷나봐요.에이...이 막연한 컨트롤에 대해 무력감이 드는군요.켕켕.
서연님>..그 유명한 분을 친견하오니 오늘 로또나 한방 사야될 듯 합니다.반가와요.
대학후배 여자에 중에 자기 이름이 맘에 안든다고 하면서 '서연'이란 이름을로 지를 불러달라던 애가 있었는데...제가 님 서재를 처음봤을때 그 친구가 떠올랐습니다.이쁜 이름이에요.그쵸? 제가 좀 소심하여서(ㅋㅋ) 여기 저기 댓글을 많이 남기지는 않습니다.바람구두님은 그래서 절 깍쟁이라고 언젠가 부른적도 있지요.(부르르 아직도 기억한다...) ... 저도 님의 서재를 가끔씩 들러봤다는 것만 기억해주시길..ㅋㅋ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 - 라틴아메리카 문화기행
우석균 지음 / 해나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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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인 되기' 는 즐거운 경험이다.낯선 외국땅에 떨여져 있을 때 더욱 그렇다.알아 들을 수 없는 외국어가 나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채우고 있을 때 내 안에서는 불안감과 호기심이 동시에 솟아 오른다.그리고 곧이어 나의 감정은 사라져버린 자의 해방감을 경험하게된다.  나의 형체만 오려내고 나머지는 그대로인 단체 졸업 사진속의 공간에 들어온 것이다.

나는 드디어 길을 잃은 것이다.특히 대도시에서 길을 잃는 다는 것은  달콤한 쾌락이다.나는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자가 된다.눈에 보이는 모든 것,귀에 들리는 모든 것이 나의 것이 아니다.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내 머리속을 울리고 있는 내 목소리일 뿐이다.

도쿄의 마지막 밤에는 비가 내렸다.많은 비는 아니었으나 욕망과 쾌락으로 가득찬 도시를 잠시 위무할 정도의 양은 되었다.도쿄 젊은이들이 최근 즐겨 찾는다는 록본기에 갔다.거리를 돌아다니다 저녁 무렵 록본기 힐스라는 빌딩에 발이 닿았다.그 건물 52층에는 전망대와 모리미술관이 있었다.주로 현대 일본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그날은 사진전이 있었다.또한 특별전으로 다빈치 과학노트전시회가 있었다.큰 감흥은 없었다.나의 시큰둥한 감상은 나의 보폭을 넗혔다. 결국 나는 일행들을  잃었다.너무 빨리 전시장을 나와 버린 것이다.도쿄 52층 상공에서 나는 다시 이방인이 되었다.일행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혼자 전망대로 향했다.비에 젖은 도쿄는 아름다왔다.연인들이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밀어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의 데이트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한쪽 구석에 자리를 차지했다.그리고 검은색 가방에서 CD플레이어를 꺼냈다.한때는 첨단을 달렸던 포터블 CD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촌스럽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어디가면 가방속에 숨겨놓는다.도쿄의 야경을 앞에 두고 수업시간 도시락꺼내 먹듯 조심스럽게 CD를 얹었다.

아타왈타 유팡키의 83년 아르헨티나 공연실황 ..."안녕하세요 부에노스 동포여러분"...... 유팡키의 기타는 도쿄에 내리는 비처럼 조용했다.그의 목소리에는 안데스를 휘돌아 도쿄까지 날아온 바람의 온기가 묻어있었다.나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었다.내가 세상의 어디에 가있든 또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사람이 만들었던 음악이 나의 동반자가 되어 주고 있었다.내 귀에 몇가지 들리던 일본어는 나를 소외시켰지만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유팡키의 스페인어는 나를 안아주었다.시끄럽지 않게 그리고 나의 고즈넉함을 방해하지 않으며 그렇게 유팡키는 나를 포옹했다.

<바람의 노래,혁명의 노래>는 남미음악 여행기이다.여행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시작된다.세계 3대미항으로 알려진 그곳에는 탱고가 있다.탱고 음악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있다.아마 영화<여인의 향기>에서 알파치노의 탱고씬 이후 라디오방송을 많이 타서 일 것이다.내게 탱고 춤 자체는 좀 부담스럽다.뭔가 은밀한 욕망이 이글거리고 있는 느낌이어서 낯뜨겁기 까지 하다.저자를 인용하면 '수직적욕망의 수평적 표현'이라고 한단다.하지만 탱고음악은 좋아한다.전영이 불렀던 <서울야곡>(원곡은 현인선생곡이지만)이 아마 제일처음 좋아했던 탱고음악일 듯 하다.하지만 본격적으로 탱고가 귀에 들린 건 영화<춘광사설-해피투게더>를 본 이후이다.그 영화에서 왕가위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아졸라의 탱고로 도배를 했다.물론 방송을 많이 탄 것은 터틀스의 <해피투게더>였지만 나는 '밀롱가트리스테'나'오블리비온' 이 듣기 좋앗다.그 곡을 들으면 영화 후반부 장국영이 세상의 끝으로 가는 장면이 떠오른다.탱고가 가진 흐느적거리면서도 절도를 잃지 않는 비장미는 매력적이다.늦가을 퇴근길 어두워지는 도시를 바라보며 듣는 탱고란...

저자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벗어나서 안데스쪽으로 방향을 잡는다.안데스의 음악하면 결국 유팡키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저자는 팡키가 정치적 망명을 한 이후 가끔 고국에 들를 때마다 칩거하던 세로콜로라도를 찾는다.그는 안데스의 가우초들의 음악을 현대화시켜낸 장본인이다.유팡키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안데스의 자연과 사람들의 정신이었을 것이다. 우루과이의 목소리가 예쁜 젊은 가수들에게 대한 유팡키의 비판은 화장기없는 자연과 삶에 대해 그들이 외면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을 것이다.유팡키는 그들에게 바람의 친구가 되지 못한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유팡키에게 안데스의 바람은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그것은 고지대를 여행하는 가우초들의 친구였으며 자유로운 영혼이었을 것이다.또한  몰락한 역사와 쇠락한 현실 사이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유일한 존재였을 것이다.

책은 남미의 누에바깐시온 가수들에 촛점을 맞추어 계속된다.그나마 우리나라에 좀 알려져있는 메르세데스 소사-최근에 새로운 음반이 나왔다-,그리고 빅토르 하라.비올레타 파라등이 등장한다.빅토르 하라는 그의 음악보다도 그의 비극적 죽음으로 인해 세인의 관심을 더 끌었던 듯 하다.이사벨 아엔데의 소설<영혼의 집>을 보면 빅토르 하라를 모델로 한 등장인물이 나온다.페드로 였던 것 같다.소작농의 아들로 주인의 딸을 사랑하게 된다.결국 고향을 떠나 사회주의에 헌신하며 노래로 민중들의 마음을 끌어낸다.그리고 아엔데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소설속 페드로는 빅토르 하라처럼 스타디움에서 죽임을 당하지는 않는다.이사벨아엔데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빅토르 하라의 음반 자켓중에서 가장 멋진 것은  이 책 표지에도 있는 마추피추를 배경으로 망토와 기타를 들고 있는 하라의 모습이다.마치 빅토르 하라가 Manifiesto를 부르고 있을 것만 같다.

"내가 노래하는 건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나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지. 기타도 감정과 이성을 갖고 있기에 나는 노래 부르네. 내 기타는 대지의 심장과 비둘기의 날개를 갖고 있지. 마치 성수와 같이 기쁨과 슬픔을 축복하지. 여기서 내 노래는 고귀해지네. 비올레따가 말할 것처럼. 봄의 향기를 품고 열심히 노동하는 기타" (선언 중에서)

책은 민중가수들로 시작해서 파블로 네루다로 끝을 맺는다.영화<우편배달부>로 친숙해진 그는 남미 문화와 정치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나는 그의 민중시들 보다도 그의 사랑시들이 더 맘에 든다.하지만 낭만적 혁명주의자였던 네루다에게 어느 한쪽만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그에게 낭만성과 혁명성은 자웅동체의 한 운명이었을 것이다.

"행복한 두 연인은 이미 하나의 빵이고 풀잎 속에서 달이 비친 한 방울의 이슬이다."

"난 내 조국이 나뉘어지는 걸 원치 않네.피묻은 일곱개의 칼로도 나눌수 없지"


<바람의 노래,혁명의 노래>가  남미 음악과 그들의 이야기를 전부 전해줄 수 없다.음악이야기에 대한 내용은 그다지 치밀하지 못하고 구체적 역사를 이야기하기에도 지면이 부족하다.하지만 문화기행 책의 가장 큰 목적은 사람들에게 '세상에 이런 것도 있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특히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책이 아니라면 말이다.어떤 분들은 이 책을 보고 남미음악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남미의 질곡많은 역사에 대해 조금 눈여겨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아니 역사나 민중의 한에 대해서 잘 몰라도 된다.음악은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할 것이니까...그렇다면 이 책의 소임은 다 한 것 아닐까? 

p.s) 이 책에서 주로 거론한 음악가들은 남미의 누에바깐시온 가수들이다.우리로 친다면 민중가수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조금더 거슬러 올라서면 한대수 같은 의식있는 포크 가수들까지 선이 닿는다.이 책에 소개된 음악들은 사실 동시대의 남미음악은 아니다.월드뮤직에 대한 개념정의까지 풀어야되는 부분이라서 다 이야기하지는 않겠다.어쨋거나 이 책에 소개된 음악 듣고 칠레젊은이를 만나서 "어..나...빅토르하라 잘 아는데.." 해봐야 그쪽에서 잘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은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요즘 20대초반 젊은 친구한테 가서 "야...한대수 알어?"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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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11-07 09:31   좋아요 0 | URL
추천이나 하렵니다.
 
다보스, 포르투 알레그레 그리고 서울 - 세계화의 두 경제학
이강국 지음 / 후마니타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경제학'은 선인장 같다.알려고 다가서면 수많은 수치와 그래프와 어려운 용어로 사람들을 찌른다.어떤 사람은 미리 그 가시에 주눅들어서 다가서려고 하지도 않는다.신문을 봐도 당당하게 '경제면'은 건너뛰고 읽는다.'난 정치면은 구질구질해서 안보고... 경제면은 뭔소린지 알 수가 없어서 안봐.' 대게 일반인들이 그러하다.그러므로 평범한 사람의 '신문읽기'가 심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해도 그다지 잘못된 것은 아닐게다.하루의 대부분을 경제활동을 영위하는데 시간을 보내면서도 오로지 관심있는 경제학은 '내 주머니 경제학'이다.소시민에게 '주머니 경제'만큼 실질적이고 피부에 와닿는게 어디있겠는가 하는 마음에 이해가 간다.하지만 이런 예를 들면 어떨가?

풍경 하나 , 최근에 은행에 갔다.일명 PB센터라는 곳이다.건물 14층인가에 있었다.들어가는데 문이 안열린다.벨을 누르니까 안에서 안내직원이 버튼으로 문을 열어준다.들어가보니 이곳이 은행인가 싶다.영화에 나오는 고층빌딩의 CEO사무실같다.고급자제에 격이 있는 인테리어.상담실이라는 방은 하나 하나 멋진 응접실같았고 바깥에서 안을 보지 못하도록 나무로된 블라인드도 장착되어 있었다.10억이상 은행예금있는 사람들이 이 PB센터 고객이라나.....안가보신분도 많을테니..일반 객장을 보자.언제부터인가 VIP 창구가 따로 마련되었다.일반 고객을 상대로 하는 줄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VIP쪽 직원은 자기일 만 본다.같은 객장안에서도 한쪽만 붐비고 나머지 반쪽은 한산하다.예전에는 그냥 다 터져있어서 덜 밀렸는데..

풍경 둘 ,내가 사는 부산은 신발산업으로 유명했다.중소 기업들이 모여있는 공단들이 시외각에 수두룩하다.그외에도 자동차,조선등 인근 지역 대공단들의 하청 기업들이 촘촘하다.부산의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가끔 만날 기회가 있다.다들 죽는 소리한다.누구나 다 그러니까 전혀 새삼스럽지도 않다.이 새삼스럽지도 않은 말중 공통된 말이 무었일까? ....바로 '은행대출이 꽁꽁 묶여있다.'는 것이다.10명중 9명이 그런 말을 한다.

왜 은행은 PB센터,VIP고객전용,일반전용으로 나누게 되었을까? 왜 은행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그렇게 막고 있는걸까? 중소기업 건이야 사업 안하니 관계없다고 치더라고 은행은 누구나 관련있는것이니까 궁금해 할 만하지 않는가?

<다보스, 포르투 알레그레 그리고 서울>은 이 문제를 비롯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펼치지는 지금의 경제상황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금융권의 자유화로 위의 상황을 설명하면 이렇다.과거 은행들은 정부 규제 하에서 움직였다.하지만 금융개방화 이후 은행은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가기 시작했다.2004년 기준으로 외국계 자본의 국내은행권 지분율65%에 이른다고 한다.이러한 현상은 은행의 공공적 성격대신 상업적 성격을 강화시킨다.외국자본은 은행으로 돈을 벌어야하니까 당연하다.외국 자본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한국 중소기업에 투자를 할까?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막힌다.또한 경기진작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투자대출 대신 가계대출에 주력한다.결국 2002년의 반짝 경기성장 이후 전부 가계 빚으로 남게되고 무수한 신용불량자를 양산해낸다.이래도 거시경제가 나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걸까?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1부 '세계화 들여보기'에서는 세계화의 역사와 정의에 대해 이야기한다.그리고 세계화를 구성하는 두 축, '금융세계화'와 '무역세계화'에 대한 비판과 반비판이 이어진다. 2부 '세계화와 그 불만'에서는 세계화가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소득분배에 문제에 대해 주류경제학과 비판경제학의 입장을 예를 들어 셜명한다.또한 반세계화의 추세와 반세계화 논의의 다층적 조직에 대한 문제를 말한다.마지막 3부는 한국 경제의 예를 들며 아시아의 기적이 어떻게 아시아의 추락으로 변모했는지 예의 주시한다.그리고 IMF 이후 한국에 밀어닥친 금융개방,외환개방등이 한국경제의 모습을 어떤 식으로 바꾸어놓았는지에 대해 비판한다.

저자는 우선 세계화를 하늘에서 뚝떨어진 모세의 십계명처럼 접근하지 말 것을 권한다.

"자본주의는 그 출발점에서부터 언제나 세계화를 지향하는 체제였으며,20세기 초의 국제화도 2차대전 이후에는 산업자본과 노동자의 힘에 기초하여 국내경제를 관리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 의해 강력히 규제되었던 것이 역사적인 현실이다....세계화라는 흐름을 너무 강조한다면 세계화는 전혀 되돌릴 수 없으며 저항하기도 불가능하다는 비관적인 패배주의에 이르기 쉽다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언론과 정부는 무역,금융개방과 외환자유화등 주류 경제학의 주장을 가감없이 받아들였다.조중동의 국내정치와 역사관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 역시 그들이 펼치는 경제적 프로파간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비판적으로 수용한다.아마 '신자유주의=대세" 라는 의식이 화강임에 박힌 규석처럼 단단하게 머릿 속에 박혀있는 가 보다.저자가 책 초반에 경제 역사 속에서 세계화의 위치를 규정한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절대불변의 금과옥조가 아니라 시대적 추세에서 나온-또한 당연히 바뀌기도할-트랜드 내지는 가치라는 것을 일깨우기 위함이다.세계화는 1970년대 초반 심각해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대응한 자본의 축적전략일 뿐이라는 것이 그 핵심이다.

 자본은 금융자유화와 무역자유화를 요구했다.그러면서 말하길 자유화가 되면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것이 개별 국민경제의 성장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저자는 금융,무역의 자유화가 과연 성장과 분배에 있어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었는 가를 주류경제학의 입장과 그 반론을 들어가면서 설명한다.주로 계량경제학에 힙입어 수치로 표시되는 자료에 의존한 비판과 반비판이다.어느 한쪽에서도 만족스러운 답을 구할 수는 없다.하지만 금융자유화와 같은 경우 단기해외자본의 무분별한 이동이 금융중심시스템을 갖춘 한국경제에는 치명적임을 보여준다.또한 무역자유화라는 것도 라틴아메리카 처럼 중심국에 종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말한다.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나 같은 비경제학도가 계량경제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여러 변수들와 그 통계의 의미를 정확히 읽어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전체적 의미를 파악하는데 큰 곤란이야 있겠냐만은 경제학적 분석방법에 대한 설명은 지루해지기 쉽긴 하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는 세계화와 빈곤,노동문제이다.이미 신문에서 자주 등장하여 알 고 있듯이 개방화 이후 빈부격차와 빈곤문제가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1980년대 이후 세계 전체의 경제 성장률은 하락했다.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 역시 전 세계 시민을 대상으로 평가했을 때 개별 국가의 지니계수보다 높아져서 세계적인 소득불평등이 심각해진 것을 알 수 있다.특히 세계화는 국민국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에 관여하므로 적극적인 거시정책을 이끌어내는것을 힘들게 한다.특히 최빈국의 빈민 하락폭이 커서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이에 대해서는 IMF나 세계은행등에서도 공감을 하며 비판을 수용하는 개선책들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이와 관련해서 흥미있는 것은 세계화와 노동자의 위상 또는 임금격차에 대한 설명이다.저자는 국제무역과 해외투자의 증대가 노동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위협효과로 작용한다고 본다.즉 해외직접투자에 의한 공장폐쇄,아웃소싱등은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무조건등에 대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자본가와의 협상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잃게 만든다고 보고 있다.자본가들은 "저항하라.그렇다면 폐쇄하고 떠나겠다"라는 것이다.특히 이러한 사태의 결과는 선진국의 비숙련노동자들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또한 개도국의 노동 착취문제에 대해서도 저자의 시각은 흥미롭다.무조건 세계화를 개도국의 노동착취 주범으로 모는 것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것이다.대부분 개도국 노동자들이 다국적 기업의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하며 이들의 임금과 생활수준이 다른 노동자들보다 높다는 것이다.경제학자 조안 로빈슨은 자본주의하에서 "착취받는 슬픔보다 더욱 끔찍한 것은 착취조차 받지 못하는 슬픔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반세계화의 감정적 구호의 높이만큼 이론적이고 가치중립적 태도도 필요하다는것이다.결국 노동 착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감시와 후진국의 공적교육확대를 통한 다른 고용기회창출,국내 산업의 장기적 발전 계획등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얻게된다. 

책 제목에도 나오듯이 저자는 다보스와 포르투 알레그레를 대비시킨다.전자가 추운도시에서 열리는 선진국들의 모임이라면 후자는 따뜻한 도시에서 열리는 반세계화국가들의 축제이다.일명 세계경제포럼과 세계사회포럼의 대비구도이다.세계사회포럼은 반세계화의 중심이다.저자는 반세계화 모임의 다양한 그룹들과 그 주장들을 설명한다.또한 이 그룹들이 보여준 그동안의 실천적영향력에 대해 높이 평가를 한다.그러나 반세계화 그룸의 내부문제에도 눈길을 떼지 않는다.저자가 말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반세계화 운동 그룹이 내부적으로 통일 되지 않은 여러 그룹들의 혼재라는 점이다.선진국 NGO중심이란 것도 문제가 된다.개별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충돌되기도 하는데 이를 어떻게 반세계화의 기치아래 모을 수 있는 가가 향후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3부는 한국경제의 침몰과 현재 상황에 대해 쓰고 있다.근접성 차원에서 보자면 가장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부분이다.저자는 한국이 발전국가 모델에 따라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로 인식한다.우파들처럼 박정희의 영도력때문만도 아니고 좌파들처럼 막무가내 우리 노동자들의 피와땀만을 외치지도 않는다.세계적 차원에서 한국 경제는 성장과 함게 실질임금도 상승했고 소득분배도 비교적 균등했다고 본다.한국경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국가주도적 은행중심 금융시스템때문으로 파악한다.즉 정부가 모든 금융흐름을 장악하고 기업투자를 이끌었기 때문이다.강력한 수출주도형 정책은 성과에 따라 정부가 금융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외국자본 역시 철저히 통제되었다.정부는 '차관'이란 간접형태의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외국자본이 투자 목적외에 쓰여지지 않도록 자원배분을 했다는 것이다.(물론 세부적으로 보면 차관 유치와 배분에 정관계 비리가 없진 않다.)이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며 한계에 돌입한다.발전국가 전략도 마감을 하는 것이다.90년대 무분별한 금융,무역,외환의 자유화는 결국 IMF관리체제의 원인이 된다.이 개방화에는 개방이 마치 민주화인것 처럼 생각한 학계와 정책결정자들의 착오와 국내재벌,미국정부의 압박이 주요원인이다.물론 개방화는 글로벌스탠더드에 대한 세계적 압력으로 재벌개혁의 호기를 마련해준다.하지만 결국 재벌 개혁은 살짝 건드리기만 했을 뿐 소유와 경영의 분리까지는 이루어내지 못했다.IMF의 관리체제는 엄청난 구조조정과 긴축재정으로 요구했고 이후 몇년간 한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은 인내해야만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류경제학의 입장을 설명하면서도 그들의 주장처럼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기댄 무분별한 개방과 자유화는 자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각국의 경제여건과 상황에 대한 적절한 분석과 그에 따른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작은정부'로 대표되는 무조건적 비개입정책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그다지 좌파적이지도 않은데 현정부의 분배중심 경제정책을 매도하는 재벌들과 주류언론의 경제적 입장에 대해서 반드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을 읽는데 경제학에 대한 많은 지식이 필요치는 않다.신문 경제란을 읽을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아니 그보다 더 어렵지 않다.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가장 큰 이슈에 대해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이 책이 그 모든 걸 다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주류언론이 만든 경제적 가치에 매몰되어 '대안은 없다'라고 믿는 사람에게 반드시 권한다.대안이 있는지 없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도 않고 막연하게 "없는 듯 하니까 없다" 라고 해서는 안되는 것이기에...또한 반세계화의 구호외에 '왜 반세계화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빈부격차가 심해지니까.소득불균형이 심해지니까...외국자본이 국내경기를 힘들게 하니까" 하는 단답형외에 10줄이상 설명할 수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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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 2007-06-20 11:1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입니다.
도서에 관한 리뷰를 출판사 홈페이지로 담아갑니다.
미리 허락을 얻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글이 다른곳에 옮겨지는걸 원하지 않으신다면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주세요.
확인즉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humanitasbook.co.kr
입니다.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