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시 방심하는 사이...대우버스가 열흘 전에 파업타결이 되었다는 것 알았다.정말 정말 축하할 일이다. 노무현의 소환문제로 부산경남이 온통 시끄러워서 가까이 있는 나도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내부적으로 들어가면 문제야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승리라고 해도  일단은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내가 유일하게 고정적으로 보는 알라딘에 대우버스 관련된 글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 모르고 있었다. 나는 포털 뉴스검색은 안봐도 하루에 한번 서재 업데이트 목록은 본다.특히 그맘때 너무 일이 바빠서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파업 타결 전주인가...한 낮에 서면으로 갈일이 있었다. 운전하고 가는데 양정 근처부터 경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위대였다. 금속노조와 대우버스의 노동자인듯 했다. 한 차선은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며 평화롭게 서면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대개 당사자외에는 초기에 관심을 갖다고 점차 일상화된 장면으로 기억한다. 대우버스에 대해서 내게 딱 그랬다. 

예찬이가 다니는 어린이 집에서 만난 친구네가 대우버스와 관련이 있다. 우리 동에 사는데 가장이 조업중단으로 수개월째 월급을 받지못하고 살고 있었다. 아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해서 그나마 버티고 있었는데...어제 아내와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그 이야기를 하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 예찬이네 친구네 집 이야기 아닌가 ^^   

대우버스의 승리가 또다른 승리를 불러 주었으면 좋겠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아직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조금의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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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심금 울린 쌍용차 노동자 아내 배은경씨  


"남편이 청춘 바친 회사, 누가 어렵게 만들었나요?"
쌍용차, 2646명 해고 예정…노동자 40% 생계대책 없어
노사 접점 찾지 못한 가운데 5월 22일 회생 여부 결정  


“꼭 정리해고밖에 방법이 없는 건가요? 회사가 시킨 대로 일만 했던 노동자들에게 대안을 찾는 노력도 없이 일방적 희생을 전가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지 정말 묻고 싶어요.”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아내 배은경(40)씨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이같이 반문했다. 지난주 배씨는 쌍용차 사태에 대해 심경을 정리한 편지 글을 인터넷 언론에 띄워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리며 화제가 됐다.

21일 평택 자택에서 만난 배씨는 난생 처음 기자와 인터뷰를 한다며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배씨가 용기를 내 인터넷 언론에 편지를 올리고, 본지와 인터뷰를 하기까지는 ‘벼랑 끝’이라는 절박감이 있었다. 11살, 30개월 된 아들 둘을 키우는 전업 주부 배씨에게 위기는 자주 찾아왔다. 1997년 외환위기에 이어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때도 가슴이 철렁했지만,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경제 불황이 겹쳐 ‘마지막’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에 피가 마른다.

쌍용자동차는 전체 직원 37.1%에 해당하는 2646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예고하고, 희망퇴직을 신청 받고 있다.

이 같은 인력 감축 규모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치로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해 지난 2001년 ‘전쟁’을 방불케 한 대우자동차 사태의 재현이 우려되고 있다. 이는 평택만이 아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1000명, 대우버스 507명, 위니아만도 97명 등 곳곳에서 정리해고 태풍이 불고 있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정규직은 목소리라도 낼 수 있지만, 조직화되지 않은 비정규직은 소리 소문 없이 얼마나 해고되는지 통계조차도 잡히지 않는다.

쌍용차 사태는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해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 회사는 2646명 감축, 자산매각, 5개 신차 개발 등을 회생 방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정리해고 철회’를 전제로 3조 2교대 등의 근무형태 변경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신차 연구개발 기금 1000억원 담보, 비정규직 기금 12억원 출연 등을 요구했지만 아직 협상 테이블조차 꾸려지지 못했다.

하지만 노조는 쌍용차 회생 여부가 산업은행 등 채권단 및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어 파업 카드도 섣불리 꺼낼 수 없다. 5월 22일 법원과 채권단은 쌍용차의 자구 노력을 평가해 기업회생의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이같이 상황이 답보 상태에 머무는 가운데, 지난해 12월부터 임금이 체불돼 대리운전 등 투 잡을 뛰는 노동자들의 생활고도 한계에 달해 신용불량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86.8%가 가계부채가 있고, 향후 생계대책이 없는 조합원이 40.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씨 또한 예외가 아니다. 30개월 된 아들을 맡길 곳이 없어 적금과 보험을 깨고 임시로 돈을 빌려 쓰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대출금도 갚지 못한 집을 팔 계획이다. 이처럼 집안 살림도 어려운데, 배씨는 건강도 좋지 않은 남편이 노조 일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을 처음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뉴스에서 노조, 투쟁, 구조조정 같은 소식을 접할 때면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그였다. 하지만 막상 자신에게 ‘현실’로 닥치니 회사도, 노동자도, 그들의 가족도 함께 살리자는 남편의 말이 온몸으로 이해가 됐다. 배씨는 노조 활동을 하느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집에 들어와 탈진해 잠드는 남편을 보며, 홀로 싸우지 않게 하겠노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천성이 강하지 못한 사람이라며 인터뷰 내내 계속 눈물을 보이던 배씨는 회사가 집으로 보낸 희망퇴직 신청서를 기자에게 내밀며 물었다.

“남편이 15년 동안 청춘을 바쳐 일했던 쌍용자동차를 어렵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요? 회사가 시키는 대로 일한 노동자들은 해고로 가족과 길거리에 나앉는데, 경영진은 이 사태에 어떤 책임을 지고 있나요?”라고. 이제 그 공동 책임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쌍용차 노사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다. 이 험난한 여정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편안한 마음으로 집 앞 공원에서 아이들에게 고기를 구워 먹이고, 햇볕 내리쬐는 따뜻한 곳에서 남편이 낮잠 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요.” 이 싸움 끝에 배씨가 이루고 싶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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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많이 있음. 스포일러 싫은 분은 보지 않기를 권고함.

박찬욱은 B급 영화감독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B급 영화의 정서에 동화적인 인물이다. 그의 필모그라피를 볼 때 그는 B급 영화의 경계선을 통과하며 독자적인 박찬욱표 영화를 만들어 오고 있다.  

 박찬욱의 영화는 B급 정서에 공감을 보내기는 하지만 '하드고어'하지는 않다.그런 면에서 A급에서 활동하며 B급의 정서를 호시탐탐 넘보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특히  B급 정서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텍스트와 형식의 사변성과 혁신성 그리고 탈규범성에 대해 박찬욱은 지속적으로 눈길을 준다.  

영화<올드보이>의 상업적, 미학적 성공은 박찬욱의 대표작을 <공동경비구역JSA>,<올드보이>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영화<올드보이>는 스토리텔링의 고전성과 스타일리쉬한 영상의 완벽한 조합으로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영화이다. 그렇지만 <올드보이>는 박찬욱의 '복수영화' 삼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다. 복수 삼부작이 '시리즈물'처럼 어떤 인위적인 연속성의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앞선 작품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파악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박찬욱의 영화세계는 물론이고 최신작 <박쥐>도 이해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게 박찬욱의 대표작은 <올드보이>와 <복수는 나의 것>이다. 특히 '복수'는 박찬욱 스타일의 출발점이며 지금까지 그의 작품의 근간이 된다. 영화<박쥐> 역시 연속선상에서 보면 흥미롭게 중복되는 좌표가 지도위에 나타난다. 

영화<박쥐>를 보면서 나는 이 작품이 박찬욱의 이행기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물론 아직 새로운 빛은 나오지 않았고 어둠의 미명이 희뿌옇지만 이 경계와 어떤 단절을 기대케하는 정적이 있다. 영화팬으로서 '복기의 자기순례'가 끝나고 나서 등장할 새로운 국면에 대한 모종의 기대감같은 것이 있다는 말이다. 영화<박쥐>는 그런 면에서 '시작이며 끝'인 어떤 점이 되어주었면 하는것이 나의 바람이다. 

영화<박쥐>의 도입부는 사건의 개연성이 중심역할을 맡지 못한다. 마치 장 뤽 고다르의 영화를 보듯이 장면은 툭툭 넘어간다. 사건 전개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나 인과관계 등에 무심하다는 듯 관객을 단절된 듯 보이는 시퀀스들의 빠른 진행으로 끌고 간다. B급 영화에서 즐겨 쓰는 방식이며 또한 <올드보이>에서 감금되기 전까지 사건의 진행이 이루어진 스피디한 방식이다. 도대체 왜 송강호가 뱀파이어가 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은 오로지 성경 구절 나레이션 밖에 없다.  마치 불교의 지방보살의 현현처럼 '희생자들 속에 남아 있을 희생'에 대한 강독 같은 것 말이다. 

이제 사건은 수요 마작방으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 고아로 자란 송강호를 친구로 대해준 신하균의 집이다. 박찬욱은 이 둘 사이의 관계를 따뜻한 우정의 관계로 설정하지 않는다. 부상당한 어린 짐승들의 필요적 연대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 여기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둘을 묶고 있는 것은 '아버지의 부재'라는 빈 공간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영화 내내 '아버지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부터 송강호를 보아온 원장 신부쯤 되보이는 박인환 역시 영화 후반 뱀파이어 송강호에게 살해당한다. 신하균의 엄마로 나오는 김해숙의 대사는 인상적이다. "상현이..아니 신부님. 기억나시지요. 제가 라면 끓여주고..우리 애가 워낙 착하잖아요." 이 대사는 억지로 어떤 인연을 상기시키려는 비굴함과 상투성이 묘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그런데...그래서 어쩌라구" 라는 답이 뒤에 숨어 있을 것처러 말이다. 영화의 사건은 한복점이자 살림집인 신하균의 집을 무대로 발전한다. 이 곳은 송강호와 김옥빈이 만나는 곳이고 모든 애욕과 음모,살인,죄의식이 뒤얽히는 공간이다.박찬욱의 공간 미장센은 과거 70년대 영화에서 자주 쓰였던-나는 한국형 고딕이라고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2층 거실방이다.갈색 베니아판, 좁은 테이블, 키치적인 인테리어,복도로 연결된 몇 개의 방들, 이런 상투성과 폐쇄성은 좁은 복도를 따라가는 소실점 구도로 바뀌어 자주 영화에 등장한다. 영화 후반부에 박찬욱은 이런 베니아판의 상투성을 사방이 하얀방으로 또다른 상투성으로 바꾼다. 밤에만 활동하는 뱀파이어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이 흰색 방은 살인의 상징인 피를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공간/뱀파이어의 공간을 이원적으로 구분해주는 역할을 한다. 즉 마지막 카니발이 끝나고 나서 인간/비인간의 층위에서 정치적 선택을 하던 원조 뱀파이어 송강호는 그런 휴머니즘적인 개량 투쟁이 결국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한다. 즉 '뱀파이어와 인간'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인식과- 역설적이게도- '휴머니즘적인 자기희생'의 돌파구가 결정되는 공간이다. 송강호가 살육의 카니발에서 살육에 참여하지 않지만 흰색 방의 창문을 닫아 주며 묵인하는 행위와 필리핀인 신부의 목숨을 구제해주는 행위 사이에는 '근대적 휴머니즘'이 담고 있는 역설적인 딜레마가 들어 있다.  

영화에서 송강호의 캐릭터는  전형적이며 엘리트적이다. 그는 가끔 억울함을 호소하기는 하지만 있는 현실을 그대로 수용하고 그것에 대한 통제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반면에 캐릭터의 굴절이 심한 것은 김옥빈이다. 김옥빈은 '트라우마적인 아내 혹은 며느리'에서,'성을 통해-또는 성으로 인해-자기해방'의 가능성을 점치는 여자로, 그리고 '남편 살해'를 도모하는 팜므 파탈로, 죄의식의 주체이자 자기해방의 외인적인 힘에 대해 부정하는 이중적 주체로, 그리고 다시 부활한 뱀파이어로, 마지막에는 창조자를 위협하고 살해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 비인격적 존재로 변모한다. (김옥빈의 캐릭터의 변신 과정만 가지고도 충분히 텍스트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려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나는 송강호-김옥빈의 캐릭터에서 사실 '지식인-민중'이라는 이항적 도식을 꾸려낼 수도 있다고 보인다. 자기 해방의 주체역능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외부적 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혁명사에서 들어본 말 아니던가? 그리고 혁명은 그런 민중주체를 역사의 우두머리로 보지만 실제로 민중적 주체는 다분히 모순적이다. 김옥빈은 죄의식에 시달리다 결국 송강호에게 "왜 우리 셋이 잘 살고 있었는데... 너 같은 악마가 나타나서 다 망쳐버렸어.불쌍한 우리오빠.." 라고 말한다. 자기변명이자 자기퇴행의 일면이다. 결국 이것은 송강호의 폭발적인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송강호의 존재가 세속화의 극점을 치면서 폭발하는 장면은 뛰어나다. 영화 내에서 갈등을 일시에 폭발시키는 장면이자 또다른 전환의 신호점이다. 신부를 그만 두었을 때도, 살인을 저질렀을 때도 송강호는 자기의 존재출발점이 된 성직자로서의 정체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송강호는 아주 상스러운 방식으로 일시적인 단절을 보여준다. 물론 송강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애욕과 인간성에 의탁하여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를 부활시킨다. 

영화에서는 과거 박찬욱이 던졌던 질문들과 주제의식들이 간간히 표피에 뛰어 오른다. 박찬욱이 단절시키고 싶었던 것은 분명히 '밀납화된 도덕주의'이다. 물론 이것은 종교의 외피를 쓰고 있다.<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가 '너나 잘하세요'라고 했다면 영화<박쥐>에서 송강호는 성기를 노출한다. 자기를 성자로 취급하는 병든자들에게 마지막 보시를 한 셈이다. 송강호는 위악적인 방식을 택했고 그런 위악은 병든 자들을 돌들게 했다. 송강호는 씨익 웃으면서 위악의 성취를 즐거워한다. 상당히 진부하고 조악한 방식으로 송강호는 계몽주의적 아이템을 전달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위악이 아니라 그들의 문제에 개입하려는 박찬욱의 의지와 그것의 표현양식이다. 여기에 성기노출은 다분히 박찬욱 개인의 현실적인 불쾌함이 있는 것 같다. 영화적으로 보자면 굳이 감독이 성기를 노출하지 않고도 설명은 가능했다. 성기 노출이 꼭 필요했다면 그것은 다분히 '물질성'의 각인을 위한 효과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전에 박찬욱이 제작했던 영화<홍당무>에 대한 '청소년관람불가'에 대한 박찬욱의 개인적 항거가 들어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 영화는 몇 가지 장면과 극중 대사의 자극성으로 인해 의심쩍게도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박찬욱도 당시 감독이었던 홍경미도 모두 의외의 반응이라고 여겼다. '어차피 쟁쟁한(?) 정사씬으로 청소년 관객은 포기한 마당이니 그럼 한번 가보자..어떻게 할건데? ' 라는 박찬욱의 선동적인 저항이 있지 않았나 싶다. 나는 미학적 의미에서든 정치적의미에서든 두 부분에 대해 박찬욱의 결정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착한 것들의 착각'에 대하여서도 박찬욱은 생각날때 마다 한번씩 들추어낸다. 송강호는 영화에서 이런 말을 간혹 꺼낸다. "내가 뭔 잘못이 있어. 난 그냥 그들을 도우러 갔다니까?" 뱀파이어가 된 자기를 꺼려하는 이들을 보고 송강호가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영화<복수는 나의 것>에서 개울가 씬과 묘한 울림을 갖는다. 그 영화에서 송강호는 신하균에게-신하균은 '복수'에서는 칼침 먹고 물에 빠져서, '박쥐'에서는 호수에 빠져서 죽는다- 이렇게 말한다. "나도 안다. 네가 착한 놈인거"  영화적으로 보면 화자는 동일 배우이고 답과 질문이 도치되었다. 이 두 대사는 메비우스의 띠처럼 박찬욱의 영화세계에서 돌고 있다. 흔히들 사람들은 말한다.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이 어디있어요?' 그렇다. 세상은 그런 착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망치고, 그들이 탐욕하고, 그들이 힘을 부리고, 그들이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한다. '착함'은 아무런 형식도 내용도 갖지 못한 펄럭이는 깃발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박찬욱은 B급의 상투적 표현으로 관객을 불편하게 하면서 또한 '막연한 착함'이라는 동경을 후벼파고 있다. 관객은 시각적 잔혹극에 불편하고 심리적 괴롭힘에 불편하다. '착하기 때문에 착하다'는 식의 도덕주의적 순환에 대한 박찬욱의 답변이다. '그래 나도 안다. 네가 착한 놈인거.' 이 영화에는 B급의 전매특허인 오이디푸스, 죄의식, 서구의 뱀파이어 신화, 반복되는 송강호식 유머, 몇 몇 영화들의 패러디 들이 등장한다.개인적으로는 송강호가 김옥빈을 살리기 위해 상호 수혈하는 장면은 상당히,매우 인상적이다. 뱀파이어 영화에 그다지 전문적인 지식은 없으나 그동안 봐온 어떤 영화에서도 이런 혈맹적인 피의 순환을 그린 장면은 없었던 것 같다. 마치 나의 혈관과 타인의 혈관이 흡혈행위를 통해 그래도 연결되어 소통되는 듯한 쾌감을 준다. 나는 그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문명/야만'의 상호작용인가? 육도순회의 무한공간인가? 피라는 상징을 통한 육체/이성의 전일적인 소통인가? 하여간 이 장면은 좋다.  

전체적으로 영화<박쥐>는 과거에 비해 조금 더 풍자적이고 스타일리쉬하지만 형식은 신화적인 양식으로 치장되어 있다. 박찬욱이 박찬욱을 탐구하는 영화같기도 하고 자가 복제를 통해 재생하려는 의지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이 박찬욱의 필모그라피에서 그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그렇게 되려면 다음 작품에서 영화<박쥐>에 대한 주제와 양식의 변증법적인 통합이 아니라 일종의 연속선상의 사건적인 전환이 있어야 그 의미가 다시 전유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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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포털에서 기사를 보다가 '진보신당 광란의 파티' 뭐 이런 기사를 보고 얼른 들어가서 봤다. 기사는 그냥 웃자는 기사였고...사진은 웃겼다. 특히 노회찬 대표의 표정. 첼로 대신 기타를 드셨는데 왠지 C코드만 계속 누르고 계실 것 같다. 징징징...



조승수 당선 사무실 축하연이다 보니 집기가 사무실스럽다. 김종철의 키보드는 노래방에서는 구하기 힘든 소품이다보니 이런 응용은 처음본다. 놀랍다. 사무실에서 술먹고 논적이 없으니

 ㅎㅎ 키보드는 밴드에만 있는게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저렇게 응용하다니...음...다음번에 놀때는 나두 가방에 소품으로 싸가야지. 

다음 총선에서는 10명 이상 당선시켰음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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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달마다 돈 내는 단체 가 몇 개 있는데...그 중 하나가 <부산민주화언론운동시민연합>이다. 흔히들 줄여서 '민언련'이라고 한다.  

나도 오랜만에 강연 소개를 좀 할려구... 그 전에...

촛불집회 이후 MB와의 대결 최전선은 'MB 대 언론'이라는 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주 중요한 분기점에 와있는 듯 하다.  MBC의 신경민 앵커문제는 사실 '징후'에 지나지 않는다. (나 또 이러면 지사적 앵커를 몰아낸게 왜 사소한 일이냐 중요한 일이지라고 말하는 진보그룹이 있을 것 같아 적지 않게 걱정된다.맞다. 그렇지만 그건 '징후'다.) 그건 표피적으로 들어나고 가시적으로 보이는 부분이고 대중전선을 빨리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4월 27일에 '뉴스통신진흥법'이란게 국회 문방위를 통가했다. 이거 잘 모른다. 신경민 앵커 문제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파급력이 크며 또 패러다임 전쟁의 첫 단추인데도 관심을 별로 없다. 1차 세계대전은 오스트리아 황태자 저격사건으로 발생한거다. 그렇게 믿어라..진보레테르만 붙이는게 목표라면. 만약 신경민 앵커를 자르는 것과 뉴스통신진흥법을 소각시키는 딜을 하라면 신경민 앵커를 권고 사직라도 시키겠다. 

내 말은 신경민 앵커를 사임시킨 짓이 잘했다는 게 아니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고 자유민주주의언론의 기본도 모르는 후안무치한 일이다. 그런데 그건 '본질'이라기 보다는 '징후'라는 것이고 그 본질은 이제 서서히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고로 이런 강의를 소개하는거다.   

뉴스통신법의 골자중 중요한 것은 통신사인 연합뉴스에 대한 영구적국가지원이다. 매년 400억정도의 지원이라나..연합뉴스를 정부 입맛에 딱 맞게 키우겠다는 거다. 누가 연합뉴스를 아냐구? 전국에서 기사가 가장 빨리 송고되는게 연합뉴스다.  KBS,MBC의 취재력으로는 당할 수 없다. 포털에서도 연합뉴스 기사가 상당량 차지한다.대개 취재력이 떨어지는 지역언론들은 연합뉴스를 복사해서 문장 몇 개 바꾸어 지면을 채우거나 그도 아닐때는 아예 그냥 낸다. 정부는 이제 KBS와 MBC를 예산이나 정치적 압력으로 잡아놓는다. 보도순화는 천천히 이루어진다.비판적 기사들은 점점 사라져 간다. 연합뉴스건은 장기판 생각하면 된다. 맨 끝 라인에서 포를 배치시켜 차를 적당히 잡아 놓는거다. 그렇게 하면 말 잘듣는 마나 상이 뛰어다니며 장기판을 헤집는 전술이다. 국가의 지원에 힘입어 포털을 통한 뉴스 배급에서 연합뉴스는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포털을 통한 뉴스뷰어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결국 어떤 담론선점에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물량과 속도로 그렇게 하는 거다.

하여간 이명박의 언론과의 싸움은 사회의 공적 기능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이며 그것이 이명박의 뜻대로 이루어졌을 때 사회는 지금 우리 서있는 지평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된다. 예를 들어 -이건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의 비유인데- 일본의 자민당이 60년 장기집권을 할 수 있었던데는 일본의 보수 메이저 신문-마이니치,산케이 등등-이 있었다. 그 자들이 여론을 독과점하니 국민은 정치적 무관심 내지는 극우 동참세력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권력-앎의 패러다임이 한방향으로 고착화되면 다른 정치적 역동성은 살아 숨쉬기 힘들다. 한국이 지옥같다고 하더라도 아직 한국은 일본에 비해 '정치적 역동성'이 남아있다. 일본의 진보적 학자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정권하에서 그 역동성의 맥박을 자르려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그 맥박이 잘리면 일본처럼 가지 말라는 법은 또 어디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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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원의 행복 - <언론학교> 듣고 주인됩시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시민들에게 변화하는 언론 환경과 언론의 사회적 기능을 알리고, 시민이 언론의 주인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오는 5월 13일부터 6월 3일까지 매주 1회씩 총 4강으로 구성한 <언론학교>를 엽니다.

 

이번 <언론학교>는 쟁점 법안으로 떠오른 미디어법과 언론의 현실, 정치와 언론의 관계, 정치와 노동문제, 지역언론이 왜 소중한가를 꼼꼼히 살펴보고, 언론의 주인이 시민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기간 : 2009년 5월 13일~6월 3일


◇강의시간 : 저녁7시~9시

◇장소 : 아래 표 참조

◇수강료 : 1만원 (개별 강좌 수강시 강의별 5천 원 / 회원 50% 할인)

◇수강인원 : 선착순 40명

◇문의 : 부산민언련 사무국 802-0916

 

◇강의내용과 일정



 


날짜 


강의명


강사


강의 장소


1강


5월 13일

(수) 


미디어법, 

그것이  알고  싶다


최상재 

(SBS PD,

전국언론노조위원장)


부산일보

소강당


2강


5월 19일

(화)


정치와 언론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사)생명의 전화 강당


3강


5월 26일

(화) 


노동과 언론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지역을 살리는

지역언론


6월 3일 이호진 

(부산일보 기자)


(사)생명의 전화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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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줄 알았던 진보신당-민노당 단일후보인 조승수는 이겼고...  

노무현은 금새 울것같은 표정으로 봉하마을을 떠나 고속도로를 달리고...헬기를 날고... 

나는 밥도 못먹고 앉아서 자리 날 때를 기다리고 있고.. 

오늘 저녁에는 노조 강연회에 필참해야 하고... 

부산대 비정규직 관련 뉴스를 보고 그 동네 친구에게 전화해서는.... 

"어..당신은  피케팅에 안 보이데?"  

"음...연장자들이 앞에 서서 쪽팔아 준거지. 우리가 개인적으로 찍히는 걸 막는 방어막이 되주는 전술..." 

"하기야 개인적으로 도려내기 시작하면 당하기 힘드니까..투쟁도 전투적으로 하기 어렵지?" 

"후.후..전투적 투쟁하다 전략적으로 제거되거든.." 

"그러게.." 

"매번 전화로 통화만 하네. 다음번에 부산대 근처에 갈 일 있음 전화 한번 할께요" 

"네..그럽시다." 

...자리는 계속 안나고 배는 고프고... 

축하할 일은 축하하고, 오판하지 않은 양당 지도부의 결정에 박수도 보내고,-단일화되지 않았으면 100% 졌다- 49대 41이었거든.-   

내가 죽기 전에 진보정당이 과거 자민련 수준의 의회 영향력을 갖는 제3정당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보정당 의석수가 대략 50-70석 정도쯤 되는 날을 볼 수 있을까...소박한가? 그게...^6^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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