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반정보
- 레이블: NICES
- 음반번호: SCC-006PYO
- 수록시간: 70:23
2. 연주자
- 소프라노: 신영옥 (YOUNGOK SHIN)
- 지휘: Alexander Dmitriev
- 연주: St. Petersburg Symphony Orchestra
수많은 성악가들 중에서 이름을 얻으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탁월한 기교를 무리없이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기교적인 완성도 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개성이며, 그 개성 때문에 어떤 청중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어떤 청중으로부터는 외면 당하기도 한다. '서정적인 노래뿐만 아니라 극적인 표현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며, 오페라와 함께 종교음악과 가곡 등 어떤 분야에서도 청중을 매혹시키고 그 레퍼토리는 바로크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대에 걸쳐있다'고 평가되는 가수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른바 전천후성(全天候性)의 이런 만능 가수란 대체로 아무런 매력도 없고 몰개성의 성악가일 경우가 많다. 신영옥의 개성은 아마도 맑음일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신영옥은 지금까지 노래할 때마다 '더 할 수 없이 맑고 깨끗한 노래'라고 찬사를 들어왔다. '옥빛 세모시 같은 한국여인의 자태'(월간음악 7월호 조명주 기자)라는 말이 아마도 신영옥의 모습을 가장 적절하게 나타내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 기사에서는 신영옥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검정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하얀 잠옷을 입은 채 단도를 손에 들고 무대를 배회하는 신영옥의 모습에서는 마녀라는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어느 한 곳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불행한 여인의 모습이 있었을 뿐이다...선이 가는 비브라토, 맑고 청초한 발성, 어떻게 보면 새침을 떠는 것도 같고 부끄러움을 타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
신영옥의 노래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읽으면 그녀가 어떻게 노래하는지를 대충 짐작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상처받기 쉽고 걸핏하면 부서져 버릴듯한 연약함(Vulnerability)에 대해 이야기해 왔듯이 신영옥은 결코 당당한 모습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연약함, 그것이 그녀의 한계이지만 매력이기도 하다. 인간은 새처럼 날지도 못하고, 달린다 해도 말만 못하고, 헤엄치느니 물고기만 못하다. 그러나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여러 면에서 앞서있다. 인간의 능력이란 한계를 초월하는데가 아니라 한계를 통해서만 더욱 두드러지게 발휘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정적인 노래뿐만 아니라 극적인 표현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보이고, 오페라, 가곡, 종교음악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고 바로크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가 광범위하다는 초인적인 성악가도 더러 있다. 그러나 그 만능의 존재란 대부분의 경우 아무데도 쓸모없는 허상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신영옥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목소리가 남달리 크지도 않고 극적인 노래는 자신에게 무리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과욕을 부리지 않고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역은 욕심이 나도 겸양할 줄을 안다. 신영옥의 노래는 지극히 소박하다. 작위적인 데가 거의 없고 '새침을 떠는것 같기도 하고 부끄러움을 타는 것 같기도 한' 소녀다운 애티가 순수하고 맑게 스며나고 있다.
그래서 이따금 설익은 듯한 생경한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결함이야말로 신영옥의 매력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설익음에서 무르익음 또는 과숙(過熟)으로 전환해버리면 순수함과 깨끗함과 함께 맑음도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순열/음악평론가) [내지에서...]
3. 녹음
- 녹음일자: 1995.05.24-27
- 녹음장소: Kappela Hall, St. Petersburg, Russia
4. 프로그램
01. Mozart: "Vorrel Spiegarvi, Oh Dio !" K.418 (6:29)
콘서트 아리아 "하늘이여 당신에게 말할 수 있다면"
02. Donizetti: "The Mad Scene" Act 3, from 'Lucia Di Lammermoor' (16:10)
오페라 루치아 중 "광란의 장면"
03. Bellini: "O rendetemi la speme", "Qui la voce sua soave mi chiamava" Act 2,
from 'I Puritani' (14"03)
오페라 청교도 중 "소망을 다시 한번", "당신의 부드러운 목소리"
04. Bellini: "Ah non credea mirarti" Act 3, from 'La Sonnambula' (13:36)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 중 "아! 믿을 수 없어"
05. Verdi: "Caro nome" Act 1, from 'Rigoletto' (6:04)
오페라 리골레토 중 "그리운 이름이여"
06. Puccini: "O mio babbino caro" from 'Gianni Schicchi' (2:21)
오페라 쟈니스키키 중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07. Rachmaninoff: Vocalise 보칼리즈 (3:26)
08. 김동진: 내 마음 (4:00)
09. 김성태: 동심초 (3"36)
당시 TV에서 신영옥이 부르는 '광란의 장면'을 시청하면서 전율을 느껴 구입하였다. 정작 모차르트의 콘서트 아리아를 더 아끼게 되었다는 후일담. 물론 '광란의 장면' 역시 뛰어나다. 이후 신영옥은 내가 가장 선호하는 성악가로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이후의 크로스오버에 마음 아프다.